국가와 하나님의 나라
오스카 쿨만 / 여수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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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리던 시절부터 교회를 다녔고, 채플에 목숨을 거는 학교를 졸업했고, 강의조차도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끝나는 아주 홀리한 곳을 모교로 두었던 탓에, 하나님의 존재와 그의 구원 등등에 '의심'이라고는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었던 나이지만, '신앙'을 신앙 이외의 테두리에서 이해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은 기회였다.  누군가는 맹목적적이라고 말을 할 테고,  또 누군가는 무분별하다고도 할 지 모르나, 내게 있어 '절대 진리'인 까닭에 다른 이유나 설명은 꼭 필요한 작업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내게도 혁명처럼 다가온 책이 바로 이 "국가와 하나님의 나라"였다. 

당시 정치학 교수님이 소개해주신 책으로, 유학 시절 헌책방에서 원서를 발견하고, 귀국하여 바로 번역을 하셨다고 했는데, 덕분에 나로서는 별 공도 없이 좋은 책을 귀하게 만남 셈이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영화 "왕중왕"에서 예수님을 배신한 가룟 유다를 떠올리면서 상상할 때, 그의 입장을, 그리고 그의 의도를, 정치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설명해 낸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한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다고는 해도, 궁금한 게 전혀 없을 수 없는 노릇인데, 이 책을 보면서 논리적으로 머리 속에 정리가 되면서 내 믿음에 대한 신뢰가 더 깊어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음, 그런데 무신론자 혹은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은 너무 멀고 아득하게 느껴질 지 모르겠다.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다만 기독교에 관심이 있는 지인에게 이 책을 소개했더니 무슨 말인 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답했더라는 후문....;;;;

그러나, 지금도 내게는 참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혔던 책으로 남아 있는 고마운 서적이다.  그러고 보니 그때 그 교수님 그리워지네.  요새는 무엇을  하고 계실 지...

국가와 하나님의 나라... 뭔가 제목도 그럴싸해 보이지 않는가.  내용은 더 근사하다. ^^

종교를 정치학적으로 접근하여 이해하는 것이 일순 위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하니 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가.  내게는 그랬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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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이 본 조선 다시 읽기
신복룡 지음 / 풀빛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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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하여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자랄 때 배운 내용은 부러 수정하기 전에는 평생을 바뀌지 않고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잘못하여 박힌 편견들은, 편견이 진리로 둔갑하여 우리 안에 둥지를 틀 수가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중학교 시절 선생님은 홍길동전을 가르치면서 허균이 서자라고 말하셨고,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가르칠 땐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에서 '차마'라는 말은 부정어와 결합되어야 하는데 한용운이 문법적으로 오류를 보였다고 가르치셨다.(ㅡ.ㅡ;;;;)

그때야 당연히 그게 맞는가 보다 하고 지나갔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틀려도 한참 틀린 내용이었다.  물론, 이렇게 개인의 실수로 치부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라면 차라리 다행인 지도 모른다.

우리의 역사 교과서는 일종인 탓에....;;;;; 비켜갈 수도 버릴 수도 없으니 말이다.  일본이야 왜곡된 역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라도 있지만, 우리는 그럴 자유도 없지 않은가.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우리 역사 교과서도 왜곡된 것 엄청 많다.  일본과는 좀 차원이 다르지만, 100% 옳다고 절대 말 못함.ㅡ.ㅡ;;;;

그래서 이 책은, 그런 우리의 편견에 경종을 울리는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겠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조선을 다녀간 선교사와 기자, 여행객  기타 등등...

하여간 조선을 방문했고, 조선을 겪었으며, 깊은 인상을 받은 뒤 그것들을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 좋은 자료를 남겨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그들이 실제로 조선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이 무엇이고, 그런 그들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 그러나 잘못 알려진 사실 등등...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신복룡 교수의 이전 책은 그닥 재밌게 보지를 못했는데, 이 책은 유독 재밌고 인상 깊게 보게 되었다.  1차 사료가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깨닫는 기회도 되었고 말이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이방인이 본 조선 다시 읽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조선의 다른 모습, 어쩌면 진실일 지도 모르는 이면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기꺼이 내줄 것이다.

표지의 골지 느낌과, 세피아 톤의 사진도, 하다 못해 제목의 글자체마저도 마음에 드니, 아마도 내가 이 책이 참 맘에 들었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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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영혼의 주술사 - 상
노아 고든 지음, 윤희기 옮김 / 꿈꾸는돌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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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미신이나 샤머니즘 등등... 뭐 그런 느낌이 나지만, 오해는 마시길. 전혀 그런 책은 아니니까.

미국이 한참 개척되고 있을 무렵 영국에서 건너간 한 의사.  그가 새 땅에 정착하여 그곳의 의사로 자리를 잡고, 그리고 남북 전쟁을 겪으면서 그의 신념을 위해 어떻게 삶을 견디어 냈는가와, 그리고 대를 이어 그의 아들이 의사로서 그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는 일대기, 연대기의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기만 하면 2권 모두 합하여 거의 천 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께가 나올 리른 없을 터.

참 많은, 다양한 삶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모두 거대한 역사의 한 줄기에 붙어 저마다의 조각들을 감당하고 있으니, 미국이라고 하는 나라의 역사와 관습과 사람들, 심지어 그들의 편견과 잘 드러나지 않은 진실까지도 모두 함께 어우르고 있는 대서사시라 할 수 있겠다.

듣지 못하며 따라서 발음도 자연스레 어눌해질 수 밖에 없는 주인공(아들)은 아버지의 친구였으며 자신의 친구이기도 했던 인디언 수장의 지혜를 고스란히 배운 인물이었다.  그가 자연과 교유하며, 사람의 영혼을 바라보는 단면들은 몹시 인상적이었고 신비롭기까지 했다. (그들 집안은 대대로 사람의 영혼이 몸에서 나가는 것을 체험하며 느끼는 힘을 지녔다.  말로  풀어내면 사이비같지만, 글 속에서 읽어보면 전혀 그런 느낌 없이 자연스레 교감이 된다.)

그리고 그 인디언 친구의 죽음과, 거기에 얽힌 음모와 배신 등은, 작품을 후반부까지 추리소설 버금 가는 긴장감으로 무장하게 만들어, 실제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았을 때의 그 배신감과 허탈함은 참으로 쓰디쓴 맛이었다.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 의사로서 거듭나기 위해 뿌린 땀과 노력을 함께 추적해가는 과정도 내게 있어 몹시 의미있는 일이었다.  또 그런 그를 품어주려고 노력한 교수님들도..

뿐이던가.  그런 주인공과 그의 형, 그리고 반려자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모두 옮겨놓을 수는 없지만, 모두 생동감 있고 살아있는 느낌이어서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어머니 사라는 대체 결혼이 몇 번인지.ㅡ.ㅡ;;;;;

내가 좋아하는 재생지를 썼는데, 두꺼운 페이지에 비해 책이 아주 가볍다. 또 책장도 엄청 금방 넘어간다.  그만큼 재미있으니까.

단순히 재미만 추구하지 않고 역사를 훔쳐 보며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몹시 솔솔했다.

그리고 링컨에 대한 제대로 보기가 더 인상적이었고 말이다.  그에 대한 신화는 좀 깨질 필요가 있다^^;;;

내 책상 위의 책을 동료 직원이 보겠다고 가져갔다가 주술사 이야기가 아닌 것을 알고 다음 날 고스란히 돌려준 기억이 난다.  그 사람도 좀 더 인내를 갖고 더 들춰보았더라면 이 멋진 이야기를 결코 피해가지 않았을 텐데...

그나저나 누군가는 이 책을 원서로 보았다고 하니....;;;; 음, 마이 부러웠다ㅡ.ㅡ;;;;; 음..... 그랬다고...;;;

하여간, 좋은 책은 원어로 보나 한글로 보나, 두루두루 읽힐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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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검 2 - 애장판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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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 존경하는 작가 김혜린. 10년도 더 전에 댕기가 처음 창간되었을 때 불의 검을 만났다.  내가 아직 중학생이었던 시절.  솔직히, 그림이 이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어린 눈에도 작품은 작품으로 보였다.  참 멋지고, 근사한, 그리고 놀라웠던 작품.

그 작품이, 지난 해 12년 만에 완결을 맺었다.  얼마나 기쁘고 또 아쉽던지...

그렇게 멋진 결말이 될 거라고, 감히 예상하지 못했다.  긴 시간의 연재 동안 호흡 하나 흩어지지 않고 처음 의도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렇게 멋진 마무리라니, 존경스럽고 또 감탄했다.

김혜린 만화의 특징 중 하나. 미워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없다는 것.  악인일지언정, 그 나름의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고 또 절박함이 있으니, 그를 옹호할 수 없다 할지라도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그녀의 작품 속에는 늘 녹아 있었다.

수하이 바토르도, 카라도, 마리안도, 누구도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정이 들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의 글을 참 좋아한다.  고아한 멋이랄까.  '만화'라고 하는 장르를 우습게 아는 사람들에게 한 번 읽어보라도 기꺼이 추천할 수 있는 0순위가 바로 김혜린 석자이리라.

편견일 수도 있지만, 그녀의 그림에는 동양의 멋이 담겨 있다.  그 속에는 우리네 고유의 '한'의 정서가 살아 있고, 그것을 응축하고 견디고 버티고 또 풀어내는 맺음의 힘이 있다.  소서노의 이미지가 딱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바리의 눈물 겨웠던 노래와 헌신, 그리고 예뻤던 사랑을, 아라의 고단하고 대견하고, 그리고 단단한 사랑이, 가라한 아사의 서럽고 따뜻한, 가슴 깊은 사랑이 어디 하나 충돌하지 않고 하나이되 여럿으로 섞이어 모두의 마음을 촉촉히 적실 수 있다는 것은, 작가의 내공이 정말 대단하다고 아니할 수 없겠다.

작년에는, 불의 검이 뮤지컬로도 제작되었다.  시사회 당첨 한 번, 내 돈 주고 한 번, 그리고 방송으로 몇 차례...

그렇게 재탕 삼탕을 하면서도 푹 빠져서 한 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다.  덕분에 크로스 오버 테너 임태경씨에게도 홀딱 반했고...

그렇지만, 창작 뮤지컬로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고 재미도 있었고 노래도 너무너무 좋았지만, 원작의 감동은 절대 따라가지 못했다.  내 옆자리 어느 여성은 원작을 읽지 못한 탓에 뮤지컬만 보고도 눈물을 흘렸다고 했는데, 원작의 깊이를 충분히 아는 나로서는 뮤지컬 자체는 너무 부족했다.(물론 내가 재밌게, 즐겁게 보았다지만...)

가라한의 강인한 인내가, 아라의 확고한 믿음이, 소서노의 바라봄이, 마리한의 참아냄이, 모두모두... 마음에 맺혀 누구에게든 소문내고 같이 흥분하고 감동을 나누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모르는 이들이 더 많아 참 섭섭하다.

단행본과 애장판을 모두 갖고 있는데, 애장판은 솔직히 많이 무겁다. 글도 많은 편이라 들고 보려면 손목 꽤 아플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도, 갖고 있으면 뿌듯하다. 좀 비싸기도 했지만..^^

가슴에 담겼던 대사가 참 많았는데, 그 중 마지막 편의 이 대사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너희 왕은, 누가 피를 흘리는지, 누가 침을 흘리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에게도 그런 현명한 지도자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삼천포로 살며시 빠지면서 글을 맺는다.  아무튼 어쨌든 하여간 적극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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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30위에 골인. 5,000원 적립금 받다.

음하하핫, 기쁘다. 더 열심히 알라딘에 매진을....(은근히 중독성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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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5-02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마노아 2006-05-02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부끄부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