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빠름보다 더욱 빠른 속도감으로 대중화의 바람을 탄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마술이다. 우리나라에 붐이 일기 시작한지 불과 몇 년 만에 이미 보편화된 문화로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해리포터라는 마법소설과 영화의 등장, 신세대 얼짱문화의 동조, 홀연히 나타난 신세대 마술사들, 그리고 오락문화의 급성장에 힘입어, 마술은 청소년 문화 속에 단숨에 뿌리를 내렸다. 아마 과학자의 눈에는, 마술보다 과학이 이처럼 빠르게 대중화되고 생활 깊이 뿌리내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럽고 안타까움이 자못 클 것이다.

필자가 마술을 본격적으로 시도하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마술 속에 많은 과학이 녹아 있다는 점이다. 마술을 알기 전에는 과학과 마술은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상반된 분야로 생각했다. 과학은 믿을 수 있고 객관적인 사실이지만, 마술은 거짓이거나 전혀 객관성이 없는 착각이나 환상이라고 단정지으며 바라보았다. 대부분 과학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술은 비과학적이라거나, 오직 속임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세월이 필요치 않았다. 흥미롭게도, 과학이 마술을 비과학적이라는 편견으로 멀리하는 동안, 마술은 끊임없이 과학의 원리와 법칙과 소재와 장치들을 활용하고 있었다. 마술사들은 보다 효과적인 마술을 위해서 과학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예를 들어, 마술사들은 자석이 보편적으로 알려지기 이전부터 자석을 이용한 마술을 해왔다. 지금은 누구나 자석의 보이지 않는 힘(자력 또는 자기장)을 안다. 그래서 더이상 전혀 신기한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아직 이 자석의 원리를 모르는 상황이라고 가정한다면, 그리고 마술사가 자석을 이용한 마술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신기한 마술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과학적인 원리가 대중화되기 이전에는 그것이 과학이 아니라 마술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마술사들은 이점에 착안하여 지금도 발 빠르게 최신 과학기술을 마술에 이용하고 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컵에 물을 붓고 관객의 머리 위에 그 컵을 뒤집었는데, 물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빈 컵만 남는 마술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마술은 첨단소재를 이용한 마술이다. 이미 우리생활에 활용되고 있지만 그 원리는 아직 대중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마술이 가능했던 것이다. 사실 이 첨단소재는 기저귀나 여성용품에 사용되는 흡수제다. 이 흡수제는 5초 이내에 자기부피의 수백 배 물을 흡수한다. 물을 머금은 가루는 곧바로 젤의 상태가 되기 때문에 컵을 뒤집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웬만한 마술에서는 늘 등장하는, 불로 하는 마술 중에 종이조각을 태우면 갑자기 장미가 나오는 마술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사용하는 종이는 그냥 종이가 아니라 니트로셀루로스 처리를 한 종이다. 이 종이는 탄 후에 거의 재가 남지 않는다. 또 불이 순식간에 타오르기 때문에 관객의 눈을 속이기에 충분하다. 우리 눈이 밝은 곳에서 갑자기 어두운 곳으로 들어갈 때 사물을 순간적으로 볼 수 없는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듯 첨단소재나 특수재료를 비롯해서 착시, 무게중심, 수학, 기하학, 심리학 등 다양한 과학적 원리가 마술에 활용된다. 물론 흥미를 높이기 위하여 적당한 연출(마술을 공연예술로 보면 속임수가 아니라 연출일 뿐이다)이 가미되기는 한다.

사람들에게 궁금해 하는 마술을 들라면, 세계적인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빌드가 만리장성을 통과하거나 자유의 여신상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을 꼽는다. 이러한 거대한 마술일수록 아주 단순한 과학원리를 활용하는데 대개 착시(눈이 일으키는 자연적인 착각현상)의 원리를 이용한다. 일부는 공개되기도 했다. 다만 그 착시를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 것인가는 마술사의 연출에 달려있다. 말하자면 마술은 과학원리를 이용한 거대한 쇼다. 그래서 카퍼필드는 수 십 명의 과학기술자와 함께 팀을 이루어 마술을 개발한다. 과학기술이 없이는 더욱 놀라운 마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외 사람의 목이 360도로 회전하는 마술은 거울의 반사원리를 활용한다. 이처럼 마술은 그 깊숙한 곳에 과학이 있다.

역으로 말해서 과학은 곧 마술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자, 만약에 우리가 자기부상열차의 원리를 전혀 모르고 그에 관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어느 날 마술사가 나타나 그 육중한 기차가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그 모습을 보고 우리는 무엇을 보았다고 할까? 그 자체로 놀라운 마술을 본 것이다. 눈으로 확인하고 또 확인해도 분명한 마술이다. 굳이 마술로 연출하지 않더라도,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일부터 달나라를 가는 일, 줄도 없이 전화(휴대폰)를 하는 일은 과거의 사람이 보면 마술 이상의 현상이다.

원리를 알면 과학이지만, 원리를 모르면 마술로 보일 뿐이다. 정말 재미있는 발견이 아닌가. 그래서 과학이 녹아있는 마술을 잘만 활용하면 과학을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교육적 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소위 과학마술(기존의 실험쇼나 매직사이언스와 다른 공연마술의 개념)이다. 마술이 만드는 강인한 호기심 유발, 집중효과, 신속한 인지(기억)효과, 높은 강도의 흥미, 이 모든 것들이 더할 나위 없는 학습동기 유발의 핵심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술을 즐기면서 그 속에 녹아있는 과학을 즐길 수 있다면, 마술과 과학의 만남은 참 좋은 만남이다. 이제 서로의 장잠을 가지고 함께 만나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할 시기다. 더 나아가 과학기술은 이제 더욱 놀라운 모습으로 우리의 미래를 마술처럼 열어가기를 소망할 따름이다.

사실 누구나 마술에서 과학을 만날 수는 있다. 마술을 실제로 할 수는 없지만 그 마술이 어떤 과학원리를 사용하였을 지에 대한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추측의 과정이 곧 과학이다. 예를 들어 사람의 목이 360도로 회전하는 마술이 있다면 과연 어떤 과학적 원리를 사용하면 좋을까? 그 원리는 누구나 아는 과학 원리이므로 여러분의 능력에 맡깁니다. (글 : 이원근 ? 과학기술평론가/ 프로매지션, 한국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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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5-03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네요. 예시가 더 많았으면 좋았으련만... 지난 주에 데이비드 카퍼필드는 마술을 이용해서 강도에게 아무 것도 빼앗기지 않았다고 뉴스에 나왔던데... ^^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인데, 우울한 내용의 글을 쓰려니 죄송함이 앞섭니다. 곧 어린이날입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어린이날만이라도 마냥 행복했으면 합니다. 집안 어린이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셨나요? 아직 준비하지 않으셨다면 저는 ‘지구본’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작아도 괜찮습니다. 둥글고 23.5도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돌아가면 됩니다. 어린이들이 방에서 지구본과 함께 노는 일상 속에서 지구가 평평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며 세계 속의 한국과 한국 속의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초중고의 각 학급에도 지구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흔히 ‘인문지리’라고 말하지만, 저는 ‘인문’보다 ‘지리’가 먼저라고 봅니다. 도시에 강이 흐르는 게 아니라 강이 있어서 도시가 선 것이듯 말입니다.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는 때에 어린이들에게 지구본을 선물하기를 주문하는 일이 황당하지 않다는 점을 그대는 알리라 믿습니다.

***

홍세화의 수요 편지 중, 정치 이야기 뺀 그 아래 이야기만 옮겨 왔습니다. 정치 이야기도 크게 고개 끄덕일 내용이었지만 오늘은 어쩐지 무거운 내용은 빼고 싶었습니다.

지난 겨울 제 생일 선물로 지인에게 지구본을 부탁했습니다. 자그마한 지구본인데 스위치를 켜면 야광불이 들어오면서 별자리도 함께 뜹니다. 가끔 궁금한 지명이 생길 때 돌려보며 많이 흐뭇해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지구본을 가까이 하며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인식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습니다.  도시가 먼저가 아니라 강이 있기에 도시가 생겼다는 얘기... 짧은 문장에서 긴 여운을 느낍니다. 우리는 본말이 전도된 경우를 너무 많이 보며 살고 있으니까요.

불현듯 영화 한편이 떠오릅니다. 최근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쥔 "크래쉬"

나라와 나라, 인종과 인종, 사람과 사람의 충돌... 그러나 화합과 화해를 향해 달려나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오늘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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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네덜란드

  182.5㎝

2. 덴마크

181.5㎝

3. 독일

 180.2㎝

4. 노르웨이

179.7㎝

5. 스웨덴

179.6㎝

6. 룩셈부르크

 179.1㎝

7. 오스트리아

178.2㎝

7. 핀란드

 178.2㎝

9. 영국

 178.1㎝

10. 루마니아

 178㎝

11. 오스트레일리아

177㎝

11. 헝가리

177㎝

11. 캐나다

 177㎝

14. 그리스

 176.5㎝

15. 프랑스

 176.4㎝

16. 이탈리아

 176.1㎝

16. 아일랜드

176.1㎝

18. 벨기에

 175.6㎝

19. 러시아

 175㎝

19. 미국

 175㎝

19. 뉴질랜드

 175㎝

22. 포르투갈

 173.9㎝

23. 스페인

 173.4㎝

24. 한

173.3㎝

25. 알제리아

172.2㎝

26. 터키

 172㎝

27. 브라질

 171㎝

27. 멕시코

 171㎝

29. 일본

 170.7㎝

30. 폴란드

 170㎝

31. 말타

 169.9㎝

32. 중국

169.7㎝

33. 통가

 169.4㎝

34. 몽골

 168㎝

35. 인도

167.6㎝

36. 베트남

 165㎝

37. 북한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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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5-03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유럽쪽... 주로 게르만 쪽이라고 해야 하나... 그쪽이 크군요. 우리나라 남성 평균 신장도 이렇게 비교해 보니 꽤 커보이구요. 그나저나 북한의 수치가 맴이 아프네요. 역시 잘 먹여야 한다니까... 요새 학생들을 살펴 보면, 대체로 키도 크고 라인도 가늘고, 점점 서구형 체형을 닮아가요. 음.. 솔직히 부러워요. 얼굴도 쬐만한 것이ㅡ.ㅡ;;;;
 

저는 28살 고등학교 국어교사입니다.
곧 중간고사가 시작됩니다. 이제 제가 낸 국어 중간고사 문제도 곧 인터넷에 오를 겁니다.

인터넷에 시험 출제지를 공개하라...
간단한 문제입니다. 저 또한 문제지를 공개한다고 전혀 꺼림칙할 것도 없습니다.
저 뿐만 아니겠지만..
시험 전에는 문제를 출제하는 시간보다 검토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문제를 출제하고 그 다음에 검토를 합니다. 시중에 나도는 문제집, 학습지.. 수십 개를 펴 들고 비슷한 문제가 있으면 죄다 삭제합니다.
적어도 중간, 기말 .. 내신 성적만큼은 사교육을 안 받아도 수업에 충실했던 학생이 성적이 좋을 수 있도록 만들자... 그 하나의 이유 때문입니다.
시험지 공개... 많은 학부모님들이 찬성하고 사회적으로 찬성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봅시다. 인터넷에 공개 안 해도... 문제지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작년 낸 시험 문제지. 저희 학교가 있는 지역 어느 학원을 가도 다 있습니다. 중간, 기말 시험 후 문제지 회수하는 학교 없습니다. 시험 본 학생들을 통해.. 집에서 부모님이 보고 싶으시면 보고, 학원 선생님이 보고 싶으면 보고... 확인하려면 누구나 다 확인 가능했었습니다. 인터넷에 공개 안한다고 확인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공개하면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교육이 당당해집니다. 현재도 학교 시험 기간이 되면 어느 학원에서나 "해당 선생님"의 기출문제.. 학생들에게 복사해 주고 풀어줍니다. 그래도 적어도 학원에서는 그 사실을 공공연히 떠들지는 못 했습니다. 학원에서 학교 문제 빼돌려 학생들에게 주입이나 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라고 생각하지만 제 생각이니 확실한 이유는 말씀드리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학원에서 당당해질 겁니다. 인터넷에서 공개된 것 풀어준 것입니다.!! 하면 됩니다.

지켜 보십시요.. 2006년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학원 전단지에는 이런 문구가 분명이 나올 것입니다.
"A고 기출문제 보유, B고 내신 쪽집게 강사" 100% 확신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대로 된 교육은커녕, 이해도 못하는 내용을 줄줄 외우고 있는 학생들... 이제는 학원에서 뽑아주는 쪽집게 문제만 풀어주면 됩니다.
사교육이 너무 활성화되었다고, 공교육은 뭐하냐고..
TV에, 신문에... 이제 더 이상 개천에서 나는 용은 없다.. 라고 떠들면 뭐합니까?
사교육을 활성화할게 뻔한 제도가 나와도 앞뒤 가리지 못하고 무조건 찬성하는 그런 대중심리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습니다.

내신은 수능이 아닙니다. 수 만 가지의 지문을 가지고 문제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국어 시험 지문 뻔합니다. 교과서 지문이니까요... 몇 년 시험 봐보면 뻔한 지문에 뻔한 문제 되는 거죠...
학원에서, 과외중에... 학교 기출문제만 연구해서 풀어주면 됩니다.
그러면 어느 학부모가 학원 안 보내고, 과외 안 시키겠습니까?
적어도 내신만큼은 사교육 없이 성실하게 수업 받은 학생이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하는게 아닐까요??

사교육은 지금의 어떤 제도로도 약화되지 않습니다.
지금 말하는
"공교육을 강화해서, 사교육을 약화하겠다."
그럴 듯한 구호로 들리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까요? 절대로 안 됩니다. 물론 우리 교사가 맡은 역할을 다하지 못해 공교육이 붕괴되어 사교육이 활성화된다. 교사로서 이 말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더 커다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요즈음 공교육이 원하는대로, 토론식 수업을 한다고 가정합니다. 이 문제가 수능에 나와!.. 라고 수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생각해서 의견을 조율하는 토론식 수업을 했다고 합시다. 제가 공교육을 약화시켰습니까?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사교육이 강화됩니다. 저 선생님의 수업은 생각을 하게는 해 주지만 대입문제를 찍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공교육을 강화하면 사교육이 약화된다! 이치에 맞는 말이 아닙니다. 공교육을 살리는 방법... 다시말해 교육평등을 이루는 방법.. 더 정확히 말하면 돈 없어도 바른 인성과 능력을 가진 학생이 사회의 주역을 클 수 있는 방법...

그것은 "대입제도" 전환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당신... 변호사가 되고 싶으면 법대를 꼭 졸업해야되. 법대에서는 공무만 하지 말고 법조인읜 자세를 꼭 배워나오도록 해. 결석도 하지 말고. 인성이 중요한거야. 그런데 미안하지만 나중에 변호사 시험을 볼때는 법률지식과, 영어, 논술을 평가할꺼야. 그건 어디서 배우냐고? 그거야 알아서 하는거지. 학원을 다니던.. 무엇을 하던!!"
이렇게 말했다고 칩시다.. 그 사람 변호사가 되고 싶으면 분명 과외를 하던지, 사교육을 받던지.. 의대는 다니면서 따로 법률 공부를 할 겁니다.

지금 현 체제가 그렇습니다.
학생들, 대학 갈려면 고등학교 나와!!
고등학교, 너희는 학원이 아니야.. 애들 인성교육도 시키고, 올바른 사람으로 키워야지!!
그런데, 대학 갈때는 지식만 평가하자...
공교육에 원하는 것과 대입에 평가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사교육이 활성화 되는 겁니다

첫째. 현 대입제도가 원하는 것과 현 공교육이 맡은 역할이 상이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공교육에게 A, B를 하라고 했으면 대입시에서 A, B를 평가해야 합니다.
셋째, 공교육에게는 A, B를 하라고 하고 대입시에서는 B, C를 평가한다면 당연히 A는 무시하게 되고 B만 집중해주고, C를 보충해 주는 곳을 찾아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넷째,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어찌보면 당연한 부모의 마음을 생각하면 능력이 되어 뒷받침을 잘 해주는 부모의 자식이 우위에 서는 것은 당연해 진다고 봅니다.

공교육의 붕괴와 사교육의 성행.. 이러한 교육의 문제점 앞에서 교사로서 당당해지기 힘들다는 것, 그 문제의 근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록 집이 가난해서 선행학습도 없고, 성실함과 올바른 인격을 가지고 있는 학생"
"스승에게 인사도 없이, 집단보다는 개인이 우선, 콧물만 흘러도 20,000원짜리 진단서 한 장으로 병결로 때우고, 100만원짜리 과외로 성적을 유지하는 학생"
우리 사회와 학부모가 언제 한번 우리 교사에게 전자의 학생에게 많은 기회를 열어주고 좋은 대학에 보낸 수 있는 권한을 안겨 준 적이 있었습니까?

얼마전 고등학교 1학년 국어(상) 5단원..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수업 했습니다. 수업에 앞서 4. 2일 방송된 TV쇼 진품명품을 보여주었습니다. 교과서의 내용이 나온 정약용의 하피첩의 원본이 발견되는 과정이 TV에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교과적 내용도, 교과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문화의 중요성도 알고, 정약용 선생님의 친필을 보며 마음으로 그 내용을 깨닫길 원했고, 혹시 모를 학생 주변의 작은 문화 유산이라도 소중히 다루는 마음을 갖게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또한 그것이 공교육의 진짜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였습니다.
그 시간.. 눈을 반짝이며, 입으로는 탄성을 내고, 마음을 열고 화면을 바라보는 학생!
선생의 눈을 피해 학원에서 외우라고 한 유인물을 몰래 들여다보는 학생!
저는 어떤 학생이 더 올바르게 성장할 것이지, 진정한 사회의 일꾼으로 성장할 것이지 알 수 있었지만 저에게는 그 학생의 앞날과 기회의 확대에 있어서 많은 것을 해 줄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왜냐? 대학에선. 그 학생이 어떠한 열정과 인성과 정신을 가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단지 점수로만 주어지는 성적만 압니다.

감히 제 생각에는 시험으로써의 내신비중이 아니라 학생의 사람됨과 인성, 능력 모든 것을 종합한 평가로써의 내신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정도의 권한을 지금의 교사에게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만이 현재의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유일한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때, 단 하나의 문제.. 그리고 가장 큰 문제.. 가 평가의 공정성일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겠지요? 선생을 어떻게 믿나? 또 돈 받아 먹고 점수 잘 줄려고?

지금 교원평가 문제로, 부적격 교사 퇴출문제로 교사의 집단과 학부모의 집단과의 갈등이 있습니다. 권한이 있으면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지금의 교원 평가는 권한도 주지 않고 책임만 지우려하니 "왜 우리만?"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봅니다.
앞에서 말한 권한을 주고 그 다음에 책임을 지우면 됩니다.
"단 돈 십원이라도 받으면 퇴출!"
"퇴출 된 선생님이 한 학생 평가는 폐기!"
이런 식으로 "이만한 권한이 있으니 그만한 책임을 져라!"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올바른 학생이 올바른 사회의 일꾼으로 커 나가야 하는 것. 이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교사와 학교의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가 함게 져 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모든 것을 제쳐두고라도
돈이 없어도
가정이 어려워도
올바른 인성과 능력을 가진 학생이 있다면
진정한 사회의 주역으로 커 나가게 해 주고 싶습니다.
저는 아직 교육 경력이 짧아 교육의 현실보다 이상이 클 수도 있습니다. 또한 방향만 말했을뿐 구체적 계획이나 제도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학생들이 바르게 커 나가지 못하는 것.
올곧은 아이들의 새싹을 틔우기도 전에 좌절하는 것.
을 멀쩡히 바라만 볼 수 없어 이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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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5-03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안은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문제제기가 리얼해서 옮겨 봅니다. 아직 갈길이 너무 멉니다. 멈춰서는 안 되겠습니다.
 

아무래도 영화보다는 고비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만큼 자주 뮤지컬을 보지는 못하지만, 뮤지컬이란 장르는 너무 좋고 또 애정이 간다.

내 인생 최초의 뮤지컬 관람은 아마도 '코러스 라인'이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가끔 텔레비전에 단역배우로 출연하시던 한 손님이 종종 연극이나 뮤지컬 티켓을 주시곤 했다.

그때 호암 아트홀에서 코러스 라인을 공연했고, 당시 R석 5만원 권 좌석 두장으로 언니와 함께 눈과 귀가 호강했던 기억이 난다.  심사위원 역할은 배우 이병헌이 하였는데, 노래 부르는 씬은 없었지만 어찌나 목소리가 좋던지...ㅠ.ㅠ 정말 @;@ 딱 이런 눈으로 두시간 이상을 버텼었다.  게다가 지휘자의 연주로 실황 오케스트라 반주를 들으니, 영상이라곤 영화관에서 본 영화 정도가 고작인 내게는 얼마나 놀라운 경험이었겠는가.

그밖에 넌센스 1.2 기타 등등, 여러 뮤지컬을 전전하기도 했는데, 내 인생 최고의 뮤지컬은 '바람의 나라'다.  원작 만화 바람의 나라도 몹시 인상적이었는데, 그 대서사시를 다 옮겨올 수가 없어 그 중에 호동왕자와 낙랑 공주의 사랑 이야기만 뮤지컬로 옮겼었다.

당시 우연히 길을 가다가 육교에 걸린 플랭카드를 보고서 관람하러 갔는데, 평일 낮 시간 공연을 예술의 전당 4층석에서 7천원에 보았다.  으하하핫, 울며 나왔다. 이렇게 멋진 작품일 줄 알았더라면 돈 더 주고 좋은 자리에서 볼 것을...ㅠ.ㅠ

고개 60도로 꺾어 보는 공연이란...ㅠ.ㅠ 그때 낙랑 공주는 박화요비였고, 낙랑공주를 사랑한 오라비는 가수 박완규씨였다. 두 사람 다 연기는 못했지만 노래는 어찌나 잘하는지, 게다가 창작 뮤지컬이었는데, 그 노래의 웅장함이란, 우리가 고구려 하면 떠오르는 그 기상 그 자체였으니, 내 가슴이 어찌 안 흔들렸겠는가.

그때 실황 OST라도 사왔어야 했는데, 감동만 잔뜩 받은 채 아무 것도 사지 않고 돌아온 내가 지금 생각하면 참 한심스럽다. 그땐 주머니도 빈약했지만, 그래야겠단 생각 자체를 못했었다...;;;;

역시 창작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는 강현성씨와 가수 김현성씨 버전으로 보았는데, 역시 인상적이었지만, 노래가 그닥 생각이 많이 나지는 않는다. 

그밖에 서울예대 졸업 작품전에서 가스펠을 보기도 했었는데, 내가 간 공연 바로 전이 우희진 출연분이었다고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새내기 무렵이었으니 정말 오래 전 일.. ^^

 

그리고 작년엔 역시 만화 불의 검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불의 검'에 제대로 올인했었다.  당시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는데 DVD를 목표로 클릭질 500번의 신화를.ㅡ.ㅡ;;;

그러나 천번을 찍은 누군가(아마 내 예상...)에게 밀려 나는 7만원권 시사회 두 장에 만족해야 했으니...임태경 이소정 버전인 줄 알고 관람했는데, 남자 배우가 다른 사람인 것을 이틀 뒤에 알고 몹시 허무했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한 달 뒤에 임태경 홍금단 버전으로 다시 보고 말았다.

작품이야 원작의 맛을 결코 따라갈 수 없었지만, 이번에도 그 노래에 흠뻑 빠져 지금도 두고두고 듣는 노래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남은 꼬리는 임태경의 팬이 되어버린 나... ^^

에, 뮤지컬을 이용한 영화도 몹시 좋아했다. 마돈나 주연의 에비타도, 장국영 주연의 야반가성도, 그리고 최근에 본 퍼햅스 러브도...

장학우가 왜 歌神이라고 불리는 지 충분히 이해했다.  주인공은 금성무였지만 장학우에 올인해버린 나.

영화가 흥행하지 못했고, 나도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지나쳤는데, 이번에 보면서 극장의 사운드로 보지 못했음이 참 안타까웠다.  왜 좋은 작품은 늘 지나고서야 눈에 띄는가...;;;;

그밖에... 지킬 앤 하이드는 예매 전쟁에서 실패...;;; 결국 EBS 실황으로 만족해야 했는데, 역시 한 동안 내 귓가를 떠나지 못했던 멜로디들. 조승우 버전도 좋았고, 류정한 버전도 미치도록 좋았다^^

게다가 소냐는 루시의 현생이 분명하다(>_<)

아, 빼먹은 것. 예전에 오페라의 유령을 김소현 버전으로 보았는데, 당시 남자 배우가 더블 캐스팅이어서 누구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중간에 삑사리가 나서 엄청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당시 나는 바로 전날 이승환 공연을 보았는데, 그가 6섯 시간 가까이 열창을 하면서 호흡 하나 흩어지지 않는 무대를 느끼다가, 너무나 정적인 무대, 게다가 엘지 아트센터의 구라(..;;;;)로 자리보다 비싼 티켓을 사야 했고,  또 배우가 노래 부르다가 이상 목소리까지 냈으니 열이 받을 만도 했다. 그때 그 배우가 누구인지 모르고 넘어간 것이 차라리 다행일 지도^^;;;(두고두고 그 원망을 어찌 감당하리...)

팬텀의 노래를 가장 잘 한 사람은 영화 오페라의 유령에서의 그 배우... 이름은 까먹었다.  하여간 성악을 전공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찌나 노래를 잘하고 또 그 음색이 딱 팬텀이던지.. 역시 오래오래 내 귓가를 장악한 노래가 되어버렸다.

지금도 내게는, 뮤지컬보다는 공연, 특히 이승환의 콘서트가 최고이지만, 이승환 이름 석자를 공연에서 빼 버리면 그 다음은 뮤지컬이 참 좋다.

보다 대중화가 되고, 가격도 제발 대중화되고, 창작 뮤지컬도 더 많이 제작되어 우리 배우들의 무대가 곧 세계의 무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아, 쓰고 보디 또 무언가 보고 싶다. 지름신이 강림하기 전에 일단 마무리 지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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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5-0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또 기억나는 것.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창작 뮤지컬 '안악지애사'를 보았는데 기대와 달리 참 재미 없었다. 노래도 그냥저냥 수준. 다만 배우들의 목소리는 참 좋았다. 나중에 창작 오페라 "정조대왕의 꿈"에서 동일 배우를 보았다는 기억이 있을 뿐. 게다가 역사 고증을 잘못해서 틀린 내용도 종종 보이고..ㅡ.ㅡ;;; 그땐 제법 좋은 자리에서 보았는데 표값이 쪼매 아까웠다는...ㅠ.ㅠ 이래서 창작 뮤지컬은 모험이 필요하다. 어떤 작품은 더 좋은 자리에서 못 보아서 아깝고, 어떤 작품은 너무 좋은 자리에서 보아서 아깝고...^^;;; 그래도 창작 뮤지컬은 계속되어야 한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