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외국인이 '아리랑'을 듣고 싶어서
한국에서도 가장 한국적이라는 인사동에 들렀는데
그 어디에서도 아리랑은 들을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발적인 마음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기획하고 준비해
40여 명의 연주자들을 한 명씩 섭외하고,
그렇게 구성된 오케스트라로 인사동 한복판에서 연주된 아리랑.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아리랑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만든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This is A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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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12-08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감동적이네요~
애국가를 함께 부르는 사람들 모습도 뭉클해요!

마노아 2013-12-08 23:33   좋아요 0 | URL
인사동에서조차 울리지 않던 아리랑에 부끄러웠고, 저리 울려펴진 아름다운 연주에 뭉클했어요.
추운 날씨에 힘들었을 텐데 아낌 없이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2013-12-08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8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에 하루동안 이상한 일 세가지가 있어서 내 몸에 자기장이 흐르나... 했는데, 정말인가 싶게끔 요새 망가진 게 많다. 


일단 카메라는, 고객센터에 접수하자마자 기사님께 전화가 왔다. 멀쩡하다고. 아니 내가 접수할 때만 해도 줌이 밖으로 나온 상태에서 전원 불이 안 들어와서 여며지지도 않는 케이스에 담아서 주고 왔는데 멀쩡하다니! 확실히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니 멀쩡해져 있었다. 나야 수리비 안 들어서 좋긴 하지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컴퓨터다. 한 이주인가 삼주 전부터 usb 인식을 못하고 있다. usb가 고장났나 싶어서 학교 컴에 연결해 보니 잘 열린다. 집에서만 안 열린다. 게다가 휴대용 usb만 인식 못하는 게 아니라 핸드폰이나 디카처럼 충전해야 하는 애들도 전혀 인식을 못한다. 충전은 전용 충전기로 하면 되는데, 귀찮게 된 것은 자료 전송이다. 이를테면 내가 포토 리뷰를 쓰려고 사진을 잔뜩 찍어놨을 때, 이 파일을 전송할 수가 없다. 직장에서는 이메일 접속이 안 되므로, 이럴 때는 아주 귀찮은 일이 벌어진다. 일단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핸드폰으로 이메일에 접속해서 폰의 사진을 내 계정으로 전송한다. 다시 피씨 이메일로 접속해서 다운 받는다....;;;;


아아아, 귀찮아 귀찮아 정말 귀찮아..ㅜ.ㅜ 


처음엔 이것저것 생쇼를 했다. 검색을 해보니 장치관리자에 들어가서 범용 어쩌고 저쩌고 usb를 다 삭제하란다. 내가 출력해 온 자료는 '안전모드'로 들어가서 하는 거였는데, 시키는 대로 마구 삭제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마우스가 안 움직이는 거다. 아뿔싸! 내 마우스랑 키보드가 무선인데 이게 usb 꽂아둔 것에 반응하는 거였는데, 그걸 삭제했으니 먹통이 됐다. 할 수 없이 강제 종료를 하고 리부팅을 시켰는데, 내 컴퓨터에는 암호가 걸려 있다. 그런데 키보드도 현재 먹통 상태....;;;;; 결국 최근에 부팅 성공한 설정 찾아 들어가서 원상복구는 되었지만 여전히 usb는 인식 못한다. 


누군가가 올려놓은 자료에는 안전모드가 아니라 지금 화면에서 해도 된다고 해서 아까 그 과정을 밟아봤는데, 리부팅 해보니 usb를 차례로 다시 인식한다.(이번엔 암호 지우고 도전했다. 중간에 마우스 안 움직였지만 마지막에 삭제하고 강제 종료시켰다) 그래서 현재 키보드도 마우스도 모두 움직이지만, 여전히 usb를 인식 못한다. 충전 안 되고 자료 전송 안 되고...;;;;


형부한테 몇 차례나 봐달라고 했는데 알아서 하라는 차가운 대답만 돌아왔다. 언니도 나같은 증상이 있었는데, 언니의 경우 자동으로 윈도우가 11로 업데이트 되는 바람에 그랬던 것 같다고, 상위 버전 지우니까 다시 되더란다. 그렇지만 내 고물 컴은 xp에 익스7일 뿐이고....;;;;;


이게 컴닥터 불러야 되는 건지, 컴이 사망 직전이라는 신호인지를 모르겠다. 컴닥터 부르자니 이중으로 돈이 들 것 같고, 더 써도 되는데 컴을 바꿔버리는 건 아닌지 판단이 안 선다. 아, 불편해 불편해....;;;;;


블루투스 이어폰이 접속이 되질 않아서 교환 받았다. 어젯밤에 받아서 오늘 낮까지 잘 썼는데, 전처럼 또 접속이 끊겼다. 만 하루도 못 쓰고...;;; 게다가 지난 번에는 귀에서 잘 빠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받은 건 귀에서 자꾸 빠진다. 더더 문제는 왼쪽 버튼 누르면 '통화'가 되고, 오른쪽 버튼 누르면 음악 '재생'이나 '일시멈춤'이 되어야 하는데 안 먹힌다는 거다. 또 바꿔야 하는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내 핸드폰이 의심스럽다. 이게 일년 반 썼는데 아주아주 후진 모토로라 아트릭스다. 요새 버튼도 잘 안 눌리고 제멋대로 종료도 되고, 오늘은 심지어 전화도 잘 안 걸렸다. 블루투스 이어폰의 문제가 아니라 핸드폰의 문제인가? 이거 약정 2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쩌지.... 어쩌지.... 


뭔가 총체적으로 부실하고 불량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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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8 0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8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해의 마지막 달력을 바라본다. 아해들은 해가 바뀌어 쑥쑥 자라지만, 거울 속의 나는 슬프구나.

우야튼 행복한 12월을 기원하며...!
























방학이 끼었다는 건 어마어마한 문제집을 사야할 시즌이 돌아왔다는 슬픈 이야기!

이러니 동네 서점에 문제집만 있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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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4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5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아아, 쓰던 글이 날아가 버렸어..ㅜ.ㅜ

임시 저장도 안 되어 있고... 저장 설정되어 있는데 바보같이 기억을 못하네. 멍텅구리 페이퍼 같으니...(ㅡㅡ;;;)


접힌 부분 펼치기 ▼

 

68. 라 당스


시네코드에서 하는 발레 관련 영화라고 하니 신뢰가 갔다. 결과적으로는 실패였지만...;;;


지금까지 내가 본 음악영화와 춤 영화는 대체로 좋았는데, 올해는 예외가 몇 개 생겼다. 로큰롤 인생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다큐로 진행했는데, 다큐로 찍어도 재밌는 영화는 얼마든지 있지 않던가. 하지만 이 작품은 다큐의 지루함을 너무 많이 들고 와버려서 2시간 40분이라는 긴 러닝 타임을 견디기 힘들었다. 입구에 사람만 앉지 않았어도 방광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갔을 것이다.(끙!)



영화 초반에는 이들이 작품을 무대 위에 올리기 위해서 흘리는 처절할 정도의 땀과 노력, 연습의 연습이 숭고하고 멋져 보여서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게다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온갖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는 모습에서 종합 예술로서의 발레에 대한 경의감마저 들었다.




한땀한땀 장인의 손길이 구석구석에 미치는 중!



이들의 도약과 회전은 얼마나 멋지고 근사하던가! 그러나 문제는 영화의 지루함이다. 구성이나 편집도 산만하고, 한 장면을 너무 오래 끌고, 기대했던 공연 씬에서는 심지어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했다. 현대 무용이었는데, 어린이 둘에게 붉은 페인트를 마구 뿌리고, 광신도들의 종교 의식을 연출하기까지 했는데, 적응도 안 되고 무섭기까지 했다. 


앞에서 말했듯이 너무 길기까지 해서 졸다 깨고 졸다 깨고 하는데도 영화가 안 끝나....;;;;


배급사 쪽에서 영화 표도 만원으로 고정해 놔서 다른 영화들보다 더 비싸게 표를 끊었는데, 기대와 달리 만족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실컷 졸아 놓고는 별점 주기는 민망하지만, 아무튼 나의 별점은 셋!










69. 소원


이 영화는 사실 조심스러웠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그 사건이라는 게 얼마나 민감하고 아픈 이야기였던가. 자칫하면 신파로 흘러서 '7번 반의 선물' 같은 찝찝함을 줄 것 같았다. 그래도 이준익 감독이니까, 믿고 보자는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섰다. 다행히 영화는 내 우려를 모두 씻어 주었다. 상처를 이야기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고 회복을 말하였고, 우리 법이 갖고 있는 구조적 모순과,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안고 가야 할 기막힌 트라우마까지 모두 짚고 넘어갔다. 게다가 좀 식상하지 않나 싶었던 설경구까지 연기 내공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군더더기 없는 영화였다. 이준익 감독! 은퇴하지 않길 잘했어요!!



엄지원의 연기가 발군이었고, 붉게 충혈된 눈의 설경구 모습도 좋았다. 재판 과정에서 터뜨리는 연기와 삼키는 연기 두가지 모두를 찍었다고 했다. 폭발하는 것보다 그것을 삼키는 쪽을 설경구는 원했는데, 그의 판단이 더 좋아 보인다. 그쪽이 이들이 삶을 추스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고 믿는다. 



그나저나 코코몽의 정체가 소세지였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난 여태 원숭이인 줄 알았는데....;;;;;











70.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컸다. 김윤석의 영화를 늘 좋아했고, 여진구는 또래 아역 배우 중에서 연기가 탁월한 아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나의 기대는 크게 어긋나지는 않았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김윤석의 연기가 앞서 그가 비슷한 배역을 맡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차갑고 잔인한, 그러면서도 건조하고 마초적인 느낌이 반복되어서 다소 식상해졌고, 여진구는 연기를 잘했지만, 시나리오 상으로 이 아이의 감정에 대한 동의가 별로 안 되었다.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이야기는 고대로부터 오래오래 이어온 이야기지만 그 자체로 뻔하지는 않다. 다만 어떻게 소화시키느냐가 문제인데, 이 열일곱 소년의 감정은 지나치게 빠르게 정리된 게 아닐까 싶다. 이경영 부부는 그렇게 착하게 살아온 삶에 대한 결말이 너무 비극적이어서 마음도 안 좋았다. 


김윤석은 다음 작품에서 좀 변화가 필요해 보이고, 여진구는 이대로만 자라되 조금 더 슬림해지면 좀 더 멋질 것 같다. 몸의 선과 목소리가 모두 굵다는 느낌이 들어서 좀 답답해 보였다. 뭐 아직 더 자랄 나이이지만...












71. 프리즈너스


작년에 내가 보았던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이 드니 빌뇌브 감독의 '그을린 사랑'이었다. 그 감독의 작품이라는 소개에 두번 고민하지 않고 바로 극장으로 향했다. 두시간 반이 넘는 긴 영화였는데, 한순간도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게 하는 몰입감을 보여주었다. 이야기가 아주 꽉 찬! 게다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고, 인간과 종교에 대해서, 구원과 심판에 대해서 아주 심도있게 전개해 나갔다. 이 영화는 평점도 일반 관객 평점과 기자들 평점이 거의 비슷했다. 기자들 평점이 평소 박한 것에 비해서 높게 나왔지만 관객 평점은 생각보다 적게 나와서(7점대) 좀 의외였다. 역시 좀 길어서인가???


암튼! 스포일러는 말하지 않겠다. 올곧이 감상했으면 한다. 한달 사이에 딱히 이변이 없다면 올해의 영화로 나는 이 영화를 꼽을 듯하다. 작년에 이어 2관왕 찍는 것인가? 


아, 주인공 중 하나인 제이크 질렌할이 매기 질렌할의 남동생이라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 그러고 보니 눈썹이 처진 것이 닮았네...ㅎㅎ










72. 그래비티


올해 가장 찬사를 받은 영화가 바로 이 그래비티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내게는, 가장 불쾌했던 극장에서의 기억으로 가장 속상했던 영화가 되고 말았다, 아흐 동동다리...


난 이 영화를 용산 cgv에서 4dx로 예매했다. 3D 아이맥스를 권하던데, 한술 더 떠서 더 비싼 좌석을 고른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나와 내 양 옆까지 4명의 좌석은 의자 고장으로 작동이 되질 않았다. 앞뒤로 모두 의자가 움직이는데 우리들 의자만 정적...;;;;;


결국 우리들은(물론 우리는 모두 일행이 아니다!) 주섬주섬 빈 자리로 이동을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영화 시작하고 늦게 도착한 관객이 있었다. 어두우니까 이 사람들은 우리가 비워낸 그 줄에 앉았다. 우리는 불안했다. 저들도 곧 일어날 텐데, 그럼 자리를 이동할 것이고, 그때 이동하는 자리가 내가 지금 앉은 자리면 어떻게 하나... 


우려했던 대로 몇 분 뒤 이들은 일어났고, 이들의 원래 자리는 뒷줄로 이동한 내 오른쪽 두 사람의 자리로 판명났다. 다시 이동이 시작됐다. 여기서 끝났으면 다행이지만, 늦게 들어온 팀이 또 있었다! 이들도 역시 앞서 들어온 사람들처럼 우리가 일어섰던 자리에 앉았고, 차례대로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이들의 원래 자리는 내 왼쪽 자리에서 앞으로 이동한 남자의 자리였다. 다시 자리 대이동이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하아, 이러니 영화에 집중할 수가 있냔 말이다. 초반에 조지 클루니가 속사포 랩(?)을 쏟아내며 수다를 떨던 유쾌한 장면들은 모두 놓쳤고, 그 후로도 너무 화가 나서 영화에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어느 정도 마음을 다스렸을 때에는 워낙 짧은 영화였기 때문에 거의 끝날 때 쯤이었다. 


당연히 영화 끝나고 매표소로 가서 항의를 했는데 더 화가 나는 말을 들었다. 낮 시간에 고장난 걸 미리 알아서 그 자리에 못 앉게 안내를 하려 했는데 실수로 놓쳤다는 것이다. 헐! 사전에 인지하고도 그 자리에 관객을 앉혔다는 게 정말 화가 났다. 녹음된 멘트를 플레이 시키는 듯한 진심 없는 사과도 짜증이 났고, "저희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시잖아요."라는 매니저의 대꾸는 더더더 화가 났다. 일부러 안 했어도 책임이 있고, 한글날 하루 뒤에 맞닥뜨린 어처구니 없는 존댓말도 화가 났다. 그 와중에 뭔들 화가 안 났겠는가. 


암튼, 난 고객센터에도 항의글을 남겼고, 회사에서는 죄송하다며 영화표를 두장 보내주었다. 근데 근래 정신 없는 와중에 영화표 잃어버림...;;;;; 


하여간, 영화 관련 소식을 듣다 보면 모두가 이 영화에 대해서 찬사를 쏟아내는데, 심지어 별점 박하기로 유명한 이동진 평론가마저도 별점 다섯 개를 주었는데, 그런 영화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이 가장 분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영화는 참 좋았다. 달랑 두 배우밖에 안 나오고, 그나마 조지 클루니가 생각보다 일찍 스크린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산드라 블록 원톱 영화에 가까운데도 지루하기는커녕 박진감마저 느껴졌다. '그래비티'란 제목은 '중력'을 뜻하지만, 영화의 주 배경은 무중력 상태의 우주라는 아이러니함도 좋았다. 우리가 동경을 담아서 바라보는 대상의 우주가 이토록 무섭고 고독한 곳이라는 것도 인상 깊었고, 아이를 잃은 뒤 삶의 의지마저도 잃고 정처 없이 차를 달리기만 했던 산드라 블록이 제 의지로 지구로 돌아갈 살 마음을 먹었다는 것, 거기 누구 없냐고 주파수를 돌리며 누군가를 애타게 찾았을 때, 말도 통하지 않는 상대의 목소리가 잡히고 개짖는 소리가 들렸을 때 가졌던 그 안도감과 평온함까지... 모두 짧지만 굵직한 여운을 주었다. 마지막에 지구에 돌아왔을 때 드러나 그녀의 복근과 운동으로 다져진 탄력 넘치는 다리는 또 어떠했던가! 20년 전 '스피드'에서 처음 만났던 산드라 블록이다. 그 20년 동안 가장 매력적인 배역이었다. 이 작품 보고 나서 얼마 뒤 '투 윅스 노티스'를 보았는데, 더 젊었을 적 그녀보다 이번 작품에서의 그녀가 훨씬 좋았다. 외모도, 연기도...


이 작품을 만들 때 제작사 측에서 요구한 것들에 대해서 들었는데 실소가 나왔다. 지극히 상업영화적인 요소요소들이었는데, 그 요구를 모두 들어주었으면 이 작품은 졸작 중의 졸작이 되었을 것이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 만세!!!


비록 황당한 극장 때문에 기분을 완전히 망쳤지만, 그걸 뺀다면 영화는 아주 좋았다. 더 좋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게 두고두고 아쉬울 뿐!













73. 밤의 여왕


솔직히 말하자면, 이 영화를 본 것은 순전히 이승환 때문이다. '원더풀 라디오'를 연출한 김제영 감독의 차기작인데, 이승환이 이 영화에 투자를 한 탓에 보고 싶어졌다. 영화는 좀 식상한 내용이었고, 그나마 배우들이 예쁘게 나오고 감초 역할을 해주는 조연과 까메오 덕분에 그럭저럭 시간이나 돈이 아깝지는 않았지만 크게 성공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드림팩토리 어쩌면 좋아...;;;;;



아무래도 눈 때문인지, 김민정은 팜므 파탈 쪽이 더 어울려 보인다. 남편 천정명이 착각하고 있던, 혹은 믿고 싶었던 순진하고 여린 아내는 좀 안 어울렸다. 요염한 댄스는 전문가에게 배웠겠지? 생각해 보니, 예전에 채시라가 몰락한 부잣집 딸로 나와서는 복수하기 위해서 클럽에서 춤추던 장면이 가장 야했던 것 같다. 그 드라마도 한 20년은 된 것 같다. 제목도 기억 안 나는...;;;;


무튼! 이 영화에서 가장 빵 터진 것은 박진영의 출연 장면이었다. 아, 정말 잘 어울렸다. 공기 반 소리 반보다 더 잘 어울려!












74. 공범


소재가 관심이 갔다. 배우들도 연기 잘 하는 이들이니 기대도 좀 됐다. 긴장감도 있었고, 연기도 흠잡을 데 없었고 괜찮았는데, 그래도 영화는 함량이 좀 부족했다. '공범'이라는 제목은 수긍이 갔지만, 범행 동기에 대한 공감이 별로 가지 않아서 말이다. 마지막에 엄마가 죽을 때의 고해성사도 반전을 위한 반전 같은 설정이라 도리어 식상하기까지 했다. 



손예진의 이 머리 무척 마음에 든다. 어려 보인다. 감시자들에서 한효주 머리 스타일도 이렇지 않았던가? 대체로 내가 이런 머리를 좋아하나 보다. 나도 한동안 저 비슷한 머리 하고 다닌 적이 있는데 비주얼은 참 차이가 나는구나. 뭐 당연한 거지만...










★☆


75. 톱스타


이 영화는 큰 시스터가 보고 싶어했다. 거절하기 그래서 보고 왔는데, 아주 좋지도 않았지만 퍽 나쁘지도 않은, 그만그만한 영화였다.  


톱스타의 매니저를 하다가 뜻하지 않은 기회로 스타가 되어버린 엄태웅. 욕망과 야망은 출중했지만 촌티는 벗지 못한 거친 남자 역할에 무척 잘 어울렸다. 젊고 예쁘고 돈도 많은 제작자 역할의 소이현은 너무 가진 게 많아서 비현실적이었지만, 아무튼 화면에서 참 예뻤다.



더 예쁘게 나온 장면이 많았는데 마땅한 사진이 없는 게 살짝 아쉽다. 


이 작품은 박중훈이 연출한 것으로 눈길을 끌었는데, 그래서인지 이 바닥의 이야기가 더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저런 일들이 많을 것 같다. 누군가는 저렇게 바닥으로 추락하고도 다시 기어 올라오지만 그대로 매장되는 이들도 참 많을 것이다. 


극중 김민준이 맞닥뜨린 상황은 누가 봐도 위태로웠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를 홀로 두고 모두 돌아가버린 게 황당했다. 당연히 자살과 같은 극단적 상황을 염두에 두고 곁을 지켰어야 하는 게 아닌가...ㅜ.ㅜ 그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려다가 지우고 다시 지우고를 반복하다가 마지막에 고른 메시지가 울컥!하는 느낌을 갖게 했다. 그게 진심이었든, 혹은 칼을 감춘 마음이었든 그의 진심은 모두 전달됐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김민준은 포지션이 참 애매하다. 다모로 처음 얼굴을 내밀었을 때에는 주연 대우였는데, 이후로는 조연으로 출연하면서도 '특별출연'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는 그런 배우였다. 캐스팅 하는 쪽에서도 좀 어정쩡하게 느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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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3-12-0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D영화 별로였는데, 그래비티는 왕십리까지 가서 봤어요. 호빗2는 용산CGV에서 보려고 하는데, 의자 고쳐놨겠죠?

마노아 2013-12-01 23:11   좋아요 0 | URL
제가 호빗 1을 용산에서 봤어요. 그때가 처음으로 4DX를 본 거여서 이번에 그 효과를 기대하고 갔던 거였죠. 지금은 고치고도 남을 시간이 흘렀네요. 극장 쪽에서도 항의하는 손님한테 데어서 관리를 좀 열심히 하지 않을까요.^^;;;

비연 2013-12-01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비티 하나 봤네요 이중에서. 그냥 그랬다는. 조지 클루니 나오는 분량 적어 속상한..ㅜ

마노아 2013-12-01 23:12   좋아요 0 | URL
조지 클루니 정말 짧게 나왔죠? 저도 그부분이 아쉽더라구요. 영화도 90분 정도로 전반적으로 짧은 편이었고요. ^^

transient-guest 2013-12-03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는 20개관 멀티플랙스에서 안본 영화가 없던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어지간해서는 극장에 갈 시간이 나지 않네요. 푹신한 객석에 파묻혀서 본편보다 더 재미있다는 예고편을 보는게 참 좋았는데 말이죠. 부럽습니다.ㅎㅎ

마노아 2013-12-04 15:22   좋아요 0 | URL
우와, 20개 관이란 어디인가요! 길 잃어버릴 염려가 있는 곳이군요! 제가 11월에 굉장히 바빴는데 그 와중에도 극장 가서 영화를 꽤 여럿 봤어요. 거의 습관 같아요. ^^;;;
 

엄마는 작년에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으셨더랬다. 병원에선 코 안쪽으로 혹이 있으니까 제거 수술을 하라고 했다. 서울대학병원이었는데, 검사를 12월에 받았고, 수술 날짜는 7월에 잡혔다. 환자가 너무 많아서 빠르게 잡은 게 그 날짜라고 했다. 엄마는 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다며 수술을 받지 않으셨다. 그리고 교통사고가 나면서 CT 상에 이 혹이 다시 잡혔다. 이비인후과에서는 뼈 붙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양성이지만 악성으로 변하기 직전이라며... 그래서 수술 날짜가 잡혔다. 내일 모레다. 그 전에 당 수치가 높다고 해서 처치를 받았고, 교통사교 환자이기 때문에 내일은 MRI도 찍어야 한다. 이래저래 판이 커졌다. 우야튼! 이 참에 아픈 데는 다 치료 받고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다짐에 다짐을 두고 있다. 중풍의 흔적도 있다고 해서 이부분도 조심해야 한다. 여러모로 자주 식겁하고 있는 요즘이다. 


요새 나의 일과는 매우 바쁘다. 직장 다녀와서 병원 다녀오고 사이사이 일주일에 두 차례씩은 수영을 다녀오려고 하고(병원 때문에 주에 한번씩은 계속 빠지게 된다.) 집에 와서는 분리 수거와 세탁, 청소와 음식 준비에 바쁘다. 이 모든 걸 하나씩 하고서 내 방으로 돌아오면 매번 시간은 12시를 가리킨다. 신데렐라도 아닌데 12시 땡순이가 되다니!


처음 끓였던 순두부 찌개는 무려 일주일 동안 먹었다. 아, 얼마나 지겨웠던가! 나는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가 먹고 싶었다. 월요일, 당장 레시피를 뽑았다. 멸치 봉다리에 든 멸치를 모두 털어넣고서 육수를 팔팔 끓였다. 애호박과 팽이버섯을 넣고 1+1이라 생각하고 샀는데 사실은 제값 다주고 산 찌개용 두부도 썰어넣었다. 마늘도 약간 넣었고 잡채 만들다가 남긴 표고버섯 꼭지도 넣었다. 아, 된장도 풀었구나! 마지막에 대파 넣고 풋코추를 쫑쫑 가위로 잘라 넣었다. 그리하여 나온 비쥬얼이다. 



음하하핫! 당장 언니한테 전화를 했다. 내일 아침 먹을 국 있어?? 눈치 빠른 울 언니, 있다고! 냉큼 대답한다. 그렇지만 나는 통 크게 절반을 덜어서 언니 갖다 줬다. 왜 이리 많이 주냐고 언니가 구박을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다음날 맛이 어땠냐고 물으니, 좀처럼 맛있다, 재밌다, 좋다-소리 없는 둘째 시스터가 싱겁긴 한데 맛있다고 했다. 후후훗, 만족스러워!


병원에 가서 엄니께 자랑을 했다. 봉다리 안에 있던 멸치 다 넣었다고 하니 엄마가 화들짝 놀란다. 대여섯 개만 넣으면 되는 거라고. 음, 그만큼 넣은 것 같은데.... 집에 가서 내가 버린 멸치의 잔해를 보았다. 얼핏 봐도 서른 마리는 넘어 보인다. 하하핫.... 멸치 서른마리 육수의 힘이었던가.....;;;;; 이제 멸치가 없어. 된장찌개 끓이려면 다시 사와야 해...;;;;



이날은 내 몸에서 전자파가 나오는 게 아닐까 의심이 가던 날이었다. 난 분명 길음역에서 내릴려고 일어났는데 이번역이 '당고개'라는 것이다. 순간 반대방향으로 잘못 탔나 싶어 옆을 쳐다 보니 다음 전광판에는 '길음역'이라고 제대로 표기되어 있다. 전광판 오작동인가 보다. 이어서 버스로 갈아탔는데, 버스 안의 시계와 버스카드 태그 시계가 엄청난 차이를 보이며 흘러가고 있었다. 여긴 또 왜 이러냐...;;;;;


그리고 병원에 도착했는데 엘리베이터에 '점검중' 불이 들어와 있다. 병실 7층인데...ㅜ.ㅜ 계단으로 갈 것인가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안에 사람이 가득하다. 엘리베이터는 멀쩡히 움직이고 있었다. 뭐냐?? 이 쓰리콤보는???


근데 여기서 안 끝났다. mp3 플레이어가 블루투스 이어폰이랑 연동이 안 되어서 A/S를 맡겼는데 보드 고장이라 수리비가 65,000원이나 되니 고치지 말고 일반 이어폰 쓰라는 권고를 받았다. 이어서 디카가 줌이 나온 상태로 멈춘 채 파워가 안 들어온다. 이게 모두 하루 동안에 일어난 일이다. 왜 이러지.... 왜 이럴까.....;;;;;


수요일, 유부초밥에 도전했다. 언니는 세현군도 도전할 수 있는 품목이라고 비웃어 주었지만 나는 신성한 마음가짐으로 도전!!


병원에서 돌아와서 서둘러 밥을 안치고 세탁기를 돌리고, 아직 따뜻한 밥을 가지고 세개의 도시락을 만들었다. 하나는 내가 먹고, 하나는 병원의 엄마에게, 하나는 윗층 언니네한테.... 양이 많지 않았지만 아무튼 유부초밥 완성!



조카들은 먹었는데 언니는 먹지 않았다고 한다. 수영 다녀와서 엄마한테 들렀는데, 저녁 5시에 저녁 드시고 출출했던 엄니가 맛나게 드셨다. 한봉지 남았는데 조만간 다시 해야지... 저 때는 스팸 잘게 썰어서 넣었는데, 참치 넣으면 맛 괜찮을까 모르겠다. 겉을 계란물에 담갔다가 부쳐도 좋을 것 같은데 계란도 다 먹었다. 요새 장보기 아주 바쁘다.


냉장고에는 순두부 팩이 아직도 세개나 더 있었다. 마트에서 4개에 천원하는 걸 엄마가 사두셨는데, 지난 번에 내가 하나 끓였고, 아직도 셋이 남은 것이다. 순두부로 검색을 해보았더니 '순두부 계란찜'이라는 게 나왔다. 오! 이거야! 이걸 하겠어!!



레시피대로 양파와 피망과 당근과 버섯을 잘게 썰었다. 내 딴에는 잘게 썰었는데 엄니 말로는 너무 크다고 하신다. 하지만 이보다 더 잘게 썰어버리면 내 손가락도 썰 것 같아서 말이지....;;;;;


이 레시피의 특징은 우유다! 계란 네개를 믹서에 넣고 우유 한컵과 함께 돌리는 것이다. 그렇게 섞인 계란을 아까 넣어둔 야채 담긴 뚝배기에 붓고 순두부 투척 후 은근하게 저으면서 익혔다. 마지막에 통깨를 뿌리고 완성! 이게 금요일의 요리다. 참고로 화요일에는 롯데리아 새우버거 세트로 때웠고, 목요일에는 언니 사무실에 가서 일해주느라 짜장면을 먹었다.



찬밥 데워서 몇 수저 떠서 비벼 먹었다. 싱거워서 많이 넣어도 안 짜네. 


수영 가면서 막 수영장에서 돌아온 언니한테 덜어가라고 일러두었다. 언니는 맛있다고 했다. 근데 생각보다 많이 가져가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좀 싱겁다는 얘기는 나왔다. 병원에 계신 엄니한테도 보온병에 담아서 가져갔는데 역시 좀 싱겁지만 맛있다고 하셨다. 내 요리들은 다 싱겁구나...


토요일인 어제는 된장찌개를 한번 더 끓였다. 찌개 반을 덜어주었더니 이번 주는 금세 떨어져서 일주일씩 먹을 수가 없었다. 다시 장을 본 관계로, 콩나물이랑 느타리 버섯이 추가 되었고, 다시마도 큼직하게 잘라 넣어 육수를 만들었다. 아! 쌀뜨물도 준비했구나! 더 맛있게 끓일 자신이 있었는데, 끓이다 보니 뭔가 좀 이상하다. 허전해... 허전해.... 대체 뭐지??? 아뿔싸! 된장을 안 넣었다. 된장찌개에 된장을 안 넣다니!! 서둘러 된장을 풀어 녹였다. 하하핫, 조금 늦었을 뿐이야. 아주 조금....;;;;;


콩나물을 넣은 관계로 중간에 뚜껑 안 열려고 무지 노력했다. 이것저것 다 넣은 뒤에 약불로 줄여서 은근히 끓였다. 지난 번보다 된장이 더 들어갔는지 좀 더 텁텁하다. 대신 두부에 맛은 진하게 들어서 이건 좋았다.



일요일인 오늘은 오전 11시 40분부터 오후 3시 20분까지 내내 주방에 있었다. 오늘의 요리는 감자 샌드위치와 샐러드다. 사실 그저께 호밀 식빵을 사두었는데, 마침 엄마가 자주 해주시던 감자 샌드위치가 생각난 것이다. 그래서 오이랑 감자랑 멸치(지난 번에 다 써버린...;;;), 바나나랑 플레인 요거트, 양상추를 사왔다. 양배추랑 양상추가 어떻게 다른지 몰랐는데 직접 사보니 다른 게 확 보였다. 라푼젤에 나오는 그녀석은 양배추인가, 양상추인가??? 문득 궁금해졌지만 찾아보지는 않았다. 근데 설마 배추는 아니겠지???


암튼! 본격적으로 요리에 들어갔다. 감자는 압력밥솥에 삶아야 했지만, 아침에 밥하고 나서 아직 설거지를 못했으므로 전자렌지에 삶았다. 매번 오밤중에 밥을 하니 아침마다 식은밥 데워 먹었는데, 그게 싫어서 오늘은 일부러 아침에 밥을 했다. 감자는 전자렌지 전용 그릇에 담고 소금을 약간 뿌리고 10분을 돌렸는데, 좀 더 돌릴 걸 하는 후회가, 나중에 감자 으깰 때 들었다. 덜 삶아서 안 은깨지는 녀석이 몇 덩어리 발견되었다.


달걀은 실온에서 한시간 정도 방치했다가 소금과 식초 넣고 끓인 물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근데 한 녀석은 물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지진 내며 금이 가버렸다. 아씨, 예쁘게 삶고 싶었는데.....;;;;;


감자랑 달걀 으깬 그릇에 양파와 오이와 당근을 갈아 넣었다. (잘게 썰 자신이 없어서..;;;) 소금 약간 뿌리고 설탕 조금 넣고, 마요네즈는 정말 조금 넣었다. 그리고 빵에 발라서 먼저 시식! 시장이 반찬인지라 아주 맛나게 먹었다.



토스트 전용 빵이 아닌 게 살짝 아쉽고, 치즈랑 머스타드 소스가 있었으면 더 맛났을 것 같은데 이것도 살짝 아쉽... 

소스류는 전날 냉장고를 다 뒤집어서 청소를 했는데, 모조리 유통기한 지난 거라서 죄다 버려버렸다. 그밖에 각종 육수와 ~~즙 종류도 모두 버렸다. 냉장고가 환해져서 마음이 좀 편해졌다. 


나의 냉장고 청소 도우미는 베이킹 소다!



며칠 전에 구입한 녀석들이다. 분무기에 넣고 냄새나거나 얼룩진 곳을 두루두루 청소했다. 주방과 욕실, 냉장고와 화장실까지.... 아, 요새 너무 집안일에 열심인 것 같아...


다시 요리로 돌아가보자! 샐러드도 만들기로 했다. 병원에 계신 엄마 덕으로 사과와 단감이 많이 생겼다. 바나나는 전날 사왔고, 아몬드는 집에 있다. 플레인 요거트를 마요네즈 대신 붓기로 했다. 아무래도 마요네즈는 칼로리가 너무 높을 것 같아서 말이다. 결과적으로는 안타까운 선택이었지만!


커다란 그릇에도 다 담기질 않아서 그릇 두개에 나눠 담았다. 브로콜리도 데쳤고 딸기는 세로로 잘랐다. 사과는 갈변할까 봐 설탕물에 담가두었다. 단감은 씨앗이 단단해서 자를 때 애먹었다. 양상추는 엄마의 충고대로 겉껍질은 많이 벗겨내고 속의 것을 사용했다. 집에 있는 파프리카를 쓰려고 했는데 둘째 언니가 일러주었다. 그거 피망이라고. 


음, 피망은 초록색만 있는 줄 알았는데 빨간색도 있구나. 언니가 오늘 파프리카 사다주었다. 대빵 컸다. 피망의 1.5배는 되어 보인다. 음... 피망과 파프리카는 다른 거구나..;;;;


아, 단호박도 넣고 싶었다. 엄니가 사둔 것 중에 단호박이 있었는데, 샐러드에 넣으면 아주 맛날 것 같았다. 단호박은 어떻게 찌는 것인가 미리 검색을 해두고 단호박을 씻었다. 그리고 썰었는데, 아뿔싸! 그냥 호박이었다.



얘는 왜 단호박처럼 생겨가지고... 사람 헷갈리게시리....;;;;;


하여튼! 이런 우여곡절 끝에 재료 다 넣고 마지막에 플레인 요거트에 소금 간 약간 해서 완성했다. 



만신창이가 된 주방을 남겨둔 채 일단 엄니에게로 달려갔다.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점심 드시고 급체한 엄니가 그래도 맛나게 드셨다. 그리고 저녁은 굶으셨다. 그 저녁은 내가 먹었는데, 결국 엄니는 느즈막하게 병문안 오신 분이 사온 야채죽을 드셨다 한다. 울렁거린다고 암것도 못 드시겠다고 하시더니 소화제 드신 게 효과가 있었나보다.


4인용 병실에 두명이 퇴원하고 한분이 더 있었는데, 이분은 아주 솔직한 분이라 샐러드는 그냥 그렇고 샌드위치는 맛있었다고 했다. '처음치고는!' 하하핫, 나도 안다.(ㅡㅡ;;;;)


언니네 식구가 늦게 와서 샐러드 만들고 한참 뒤에 먹게 되었는데, 어느새 양상추 숨이 다 죽어버려서 처음의 생동감이 느껴지질 않는다. 소스를 다 붓지 말고 나중에 찍어먹으라고 할 걸...;;; 굉장히 많이 했는데 어쩌지....(저 왼쪽 사진의 두배 분량;;;)


암튼, 그러고도 나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주에 해독쥬스 만들고 남겼던 토마토가 생각나서 해독쥬스를 한번 더 만들었다. 브로콜리랑 토마토랑 당근 넣고 삶은 물에 사과와 바나나를 썰어 넣었다. 요구르트가 없어서 매실쥬스를 조금 넣었다. 그리고 갈았다. 지난 주에 만든 것보다 새콤하고 맛있었다. 변비에 효과 있다고 해서 열심히 먹는데, 재료비가 많이 들어서 계속 먹기 힘들 것 같다. 


9월 달에 역류성 후두염이 재발해서 약을 계속 먹었는데 통 효과가 없었다. 약국에서는 변비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며 유산균을 먹으라고 했다. 유산균 한달치 약을 샀더니 무려 74,000원. 뭐가 이렇게 비싸...ㅜ.ㅜ 프룬도 먹고 아침에 사과도 먹고 하는데 크게 효과가 없다. 해독쥬스도 아주 표나게 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안 먹는 것 보다는 낫겠지!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다 하고 나니 내일 나가야 할 음식물 쓰레기 봉투도 가득 채웠다. 내친김에 분리수거 할 것들도 다 현관 쪽으로 정리해뒀다. 내일은 엄니가 이비인후과 수술 때문에 고대 병원에 입원하시는 날이므로 따로 청소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병원에서 날마다 화분 걱정하는 엄니의 당부대로 화분들에 물도 주었다. 옥상에 있는 화분들은 얼지 말라고 옮겨 주었다. 


요새는 통 치마를 못 입는다. 치마를 입으면 스타킹을 신어야 하고 구두를 신게 된다.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기동성이 떨어져서 바쁠 때는 많이 불편하다. 청바지에 스웨터, 운동화에 백팩을 고수하고 있다. 가방에는 접을 수 있는 얇은 장바구니도 들어 있다. 그거 없으면 봉투값 30원 추가. 나 완전 주부된 것 같아.ㅎㅎㅎ


머리핀 직접 만들어 보겠다고 재료 사다둔지 한달 쯤 된 것 같은데 상자만 열어보고 만져보지도 못했다. 엄니 퇴원하시고 나서야 가능할 듯하다. 그때는 겨울이 되어 있겠지. 


내일 모레는 정독 도서관에서 하는 '오래된 디자인' 강연회가 잡혀 있는데 엄니 수술 날이니 갈 수가 없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그나저나 병실 2인실 걸리면 안 되는데... 지금도 병원비 후덜덜하게 나오고 있는데 병실이라도 무던히 6인실 잡혔으면 좋겠다. 


처음에 엄마 입원하시고 나서 사발면하고 3분 카레부터 샀다. 햇반도 샀는데, 너무 비싼 것 같아서 그건 뚫어펑!으로 바꾸고 대신 쌀을 샀다. 엄니가 막 구토하시는 바람에 세면대가 막혀서 그거 뚫는다고 욕봤다.ㅎㅎ


인스턴트로 도배를 한 식단을 예상했는데, 막상 먹으려고 하니까 그게 좀 싫은 것이다. 나이가 몇 갠데, 이제 찌개 정도는 할 수 있어야지... 시행착오가 있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처음에 사둔 사발면과 레토르 식품이 아직 많이 남았다. 이건 나중에 아주 귀찮고 피곤한 날 먹어야지. ^^


서재 글은 거의 못 읽고 있다. 책도 많이 못 읽고, 문화생활도 너무 멀어... 그렇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건강! 나의 건강 가족의 건강이 함께 지켜질 때 가족의 평화가 유지될 것이다. 아 맞다! 내가 참 좋아하는 권교정 선생님... 대장암 투병 중이신데 폐에 전이되어서 수술을 또 받으신단다. 안타까비... 부디 모두모두 건강하게 살아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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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11-18 0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 수술도 잘 되어서 빨리 쾌차하시길 빌어요~~~
찌개도 끓이고 여러가지 요리도 만들면서 혼자 살아가는 독립운동이 시작됐는데 잘하고 있어요~ 짝짝짝
음식은 싱겁게 먹는 게 좋아요~~~~~~ 하다보면 간도 딱딱 맞추고 조리 시간도 단축될거에요.^^

마노아 2013-11-21 08:15   좋아요 0 | URL
수술 잘 끝났어요. 지금은 회복기에 들어가셨답니다.
엄니가 당뇨 때문에 음식을 싱겁게 드셔야 하는데 자꾸 강한 간을 그리워 하시네요.
이참에 저도 음식 좀 싱겁게 먹도록 노력해야겠어요.
하다 보면 음식 솜씨도 점점 늘겠지요? 그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아무개 2013-11-18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셨을텐데 이런 페이퍼 까지 ㅋㅋ

아무래도 어머니 퇴원하실때까지는 못 만나겠네요.
이렇게 바쁜데 보자고 못하겠어요.

날이 엄청스레 추워졌네요, 감기조심! *^^*

마노아 2013-11-21 08:16   좋아요 0 | URL
올해가 가기 전에는 꼭 보도록 해요. 보고 싶어요~

동네 병원 입원해 계실 때는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고대 병원으로 세배 정도로 멀어지니 체력이 금방 고갈되네요.
오늘은 일어나 보니 목이 잔뜩 부어 있어요. 감기 왔나봐요. 병원 가야겠어요. 날마다 가는 병원이지만...ㅎㅎㅎ
아무개님도 감기 조심하셔요!!!

세실 2013-11-18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에게 든든한 힘이 되는 마노아님^^ 어머니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마노아님은 주부보다 더 바지런해요.
오늘 청주엔 꽤 많은 첫눈이 내렸습니다. 행복한 한주 되세요!

마노아 2013-11-21 08:17   좋아요 0 | URL
겨울에 저는 추워주겠는데 엄니가 열이 많이 나는 이유를 알겠어요.
집안일이 엄청나게 많은 노동력을 요구하더라구요. 티는 별로 안 나는데 말이지요...;;;;
아아 월요일에 정말 눈이 많이 왔지요. 첫눈이 이렇게 펑펑 오다니 신기했어요.
세실님도 주말 즐겁게, 건강히 보내셔요. 어느새 겨울이 다가온 것 같아요.^^

잘잘라 2013-11-18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 수술 잘 되고 빨리 회복하시길 바래요.

마노아 2013-11-21 08:17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고맙습니다! 수술 간단한 편이어서 금방 끝났어요. 근데 왜 퇴원 날짜를 안 알려주지...;;;;
우리 모두 건강하게 지내요~ ^^

Mephistopheles 2013-11-18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좌우당간에 일종의 "신부수업"을 겸한다고 생각하시는게.....

마노아 2013-11-21 08:18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이제 그넘만 만나면 되는데...ㅎㅎㅎ

BRINY 2013-11-18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번 기회에 아픈 데 다 치료받고 나오셔야죠~

근데, 권교정샘이 폐에 암 전이요? 아...몰랐네요...이런...

마노아 2013-11-21 08:18   좋아요 0 | URL
확실히 연세가 있어서인지 여기저기 고장이 많더라구요. 삶의 여정이 묻어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어요.
울 엄니는 연세 때문이라지만 우리 교님은 어쩐답니까... 암은 젊은 사람에게 너무 치명적이에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