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SION 과학

제 2679 호/2016-06-22

추천하기
  • 파일저장
  • 프린트
  • 트위터
  • RSS
  • 페이스북
거듭된 성형수술로 완성된 지금의 장미!

붉은색 장미는 정열적인 사랑의 상징과도 같다. 그런데 피처럼 붉고 탐스러운 장미꽃 속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식물의 중매쟁이인 벌은 꽃의 색깔이 붉을수록 잘 보지 못한다. 벌의 눈은 파장이 짧은 가시광선(파랑이나 보라색 빛)과 자외선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장미의 풍성한 꽃잎은 아름다움을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다른 부분의 생육이 부실해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꽃가루를 만드는 수술이 없어지기도 한다. 속씨식물의 생식기관인 꽃이 더 꽃을 피우기 위해 생식능력을 포기하는 이런 이율배반이 또 어디에 있을까. 

■ 꽃잎 5개의 수수한 꽃에서 오늘날 ‘꽃의 여왕’ 장미가 되기까지 

오늘날 꽃집에서 볼 수 있는 장미의 모습은 사실 사람들이 오랫동안 ‘성형수술’을 해 온 결과다. 꽃의 성형수술은 18세기 영국 왕실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람들은 정원을 예쁜 꽃으로 채우기 위해 ‘교배육종’ 방식을 통해 꽃의 빛깔과 모습을 입맛대로 개량하기 시작했다. 가령 붉은색이 짙은 장미끼리 계속 교배해 더욱 짙은 꽃잎의 장미를 만드는 방법이 바로 교배육종이다. 꽃잎수가 100장이 넘는 탐스런 장미도 꽃잎이 많은 품종끼리 교배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가시가 적은 품종끼리 교배해 장미의 상징과도 같던 가시를 거의 없앤 품종도 나왔다. 

오늘날까지 개발된 장미 품종은 약 2만5000여 종. 그런데 이토록 다양한 품종을 만드는데 사용된 야생장미의 품종 수가 전 세계에 분포한 150여 종 중 20여 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진. 야생장미, 흔히 알고 있는 장미와는 다른 모습이다.
(출처: fir0002/flagstaffotos.com.au)



교배육종법은 이제 장미의 외모를 가꾸는 것뿐 아니라 내실을 키우는 데도 쓰이고 있다. 불안정한 꽃 모양을 안정화시키거나 병충해에 강한 품종을 만들기도 한다. 오늘날 절화용 장미는 사계절 내내 꽃이 핀다. 시장에 내놓기 위해 꽃을 자르면 계절도 망각한 채 60일 후 새로운 꽃이 올라오는데, 이것도 교배육종법이 쓰인 경우다. 사계절 꽃이 피는 중국의 야생장미종(Rosa Chinensis)과 교배해 얻은 것이다. 

하지만 ‘등가교환의 법칙’일까. 교배육종의 부작용도 있다. 김원희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관은 “향기 없는 장미가 늘어나고 있다”며 "원하고자 하는 형질을 획득하려다 뜻밖에 다른 형질을 잃어버릴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교배육종이라는 방법 자체가 유전자를 뒤섞는 과정을 자연에 완전히 맡기는 것인 만큼 불확실성도 크다. 

■ 파란색 장미의 꽃말은 ‘불가능’ 

2만5000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장미를 만들어낸 교배육종이지만 만들지 못하는 장미가 있다. 바로 ‘파란 장미’다. 그래서인지 ‘파란 장미’의 꽃말은 ‘불가능’이다. 오늘날 꽃집에서 비교적 싼 가격에 만날 수 있는 푸른 장미는 보통 흰 장미를 푸른색으로 물들인 것이다. 교배 육종을 통해 파란 장미를 만들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파란 색소를 만들 수 있는 유전자가 전 세계 장미를 통틀어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4년 일본 산토리가 마침내 ‘파란 장미’를 개발했다. 산토리는 푸른색 색소인 ‘델피니딘’을 만드는 유전자를 팬지꽃에서 발견해 이 유전자를 장미의 유전자 틈새에 끼워 넣었다. 하지만 정말 ‘불가능’이란 꽃말 때문일까. 산토리가 만든 푸른 장미의 색깔은 사실 진정한 파란색이라기 보단 연보라색에 가깝다. 푸른색 색소인 델피니딘이 충분히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데도 말이다. 결국 꽃잎의 빛깔은 색소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진정한 파란색의 장미는 여전히 도전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 꽃의 변신은 어디까지인가 

크기가 큰 꽃을 만들고 싶다면 계속해서 더 큰 꽃을 가진 품종끼리 교배를 하면 된다. 하지만 자연의 법칙을 넘어설 정도로 큰 꽃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이럴 때는 ‘콜히친’이라는 화학물질의 도움을 받는다. 

콜히친을 솜에 묻혀 식물의 생장점에 흡수시키면 그곳에서 더 크고 두꺼운 잎이나 더 큰 꽃이 난다. 콜히친이 식물의 세포가 분열할 때 유전자가 분리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콜히친 처리된 식물은 유전자분리가 되지 않아 같은 유전자를 몇 배나 갖는 4배체, 8배체 식물이 된다.설계도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중복해서 갖고 있다는 것은 같은 부품(세포)을 중복해서 만들게 된다는 뜻이므로 꽃이나 잎이 커지게 된다. 

반대로 작고 아담한 꽃을 만들고 싶다면 왜화제를 쓰면 된다. 왜화제는 식물의 호르몬을 교란시켜 식물이 전체적으로 크게 자라지 못하도록 한다. 

오늘날에는 꽃의 기능성이 각광 받고 있다. 특히 실내공기를 정화하거나 토양 속 중금속을 정화하는 기능성 식물이 주목 받는다. 이수영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사는 대기오염 물질 중 하나인 아황산가스를 흡수하는 페튜니아를 만들기 위한 시작점으로 아황산가스에 강한 페튜니아를 만들었다. 특정 화학물질을 잘 흡수하려면 우선 그 화학물질에 내성이 있어야 한다. 이 연구사는 특허를 낸 새 페튜니아가 "기능성 식물체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글 : 이우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6-07-01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02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CUS 과학

제 2670 호/2016-06-13

추천하기
  • 파일저장
  • 프린트
  • 트위터
  • RSS
  • 페이스북
헌혈에 대한 이해와 오해 아홉가지

“혈액 부족 문자가 또 왔네. 요즘 혈액이 정말 부족한가봐. 이번 주에 헌혈하러 가야겠다.” 
“정말? 헌혈하면 빨리 늙는다는 얘기 못 들어봤어? 헌혈하면 우리 몸이 무리해서 피를 만들어 내느라 골다공증에 걸리고 키도 안 자란대.” 
“이 친구야. 몸 속 혈액량의 15%는 여유분인데, 1회 헌혈량인 400~500ml 정도는 거기 미치지 못하는 양이야. 우리 몸은 매일 50ml 정도의 새로운 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또 헌혈로 몸에서 빠져나가는 성분은 주로 철분인데, 칼슘 부족으로 골다공증에 걸린다는 건 말도 안 되지.” 
“음, 그런가?” 

헌혈하면 뼈가 약해진다는 둥, 헌혈 주사 바늘에 병이 옮는다는 둥의 ‘헌혈괴담’에게 귀가 솔깃해진 적이 있는지. 마침 6월 14일은 국제적십자사연맹이 정한 세계 헌혈인의 날. 헌혈에 대한 오해를 풀고 제대로 알아보자. 

Q. 수혈은 한때 법으로 금지됐었다? 

그렇다. 고대부터 피를 이용한 치료방법이 성행했다. 피를 마시거나 뽑거나 동물의 피를 사람에게 수혈하는 등 여러 방법이 쓰였다. 1628년 윌리엄 하비에 의해 혈액이 심장에서 출발해 동맥, 모세혈관, 정맥을 통해 온몸을 순환한다는 게 밝혀졌고, 이후 피의 순환을 확인하는 여러 실험이 이뤄졌다. 1665년 영국의 리처드 로워가 대롱을 이용해 개의 동맥과 다른 개의 정맥을 연결해 동물 대 동물 수혈 실험에 성공했다. 이후 수년간 수혈 시도가 있었는데 당시까지 수혈은 오늘날과 같은 의미는 아니었다. 피가 그 사람이나 동물의 고유한 특질이 녹아있기 때문에 군인은 용감한 피를, 양은 유순한 피를 갖고 있다고 봤다. 차분한 성격인 사람의 피를 주입하면 다혈질인 사람이 얌전해진다는 식이었다. 이런 논리에 따라 프랑스의 의사 장비티스트 드니는 유순한 송아지의 피를 정신질환자에게 주입하기도 했다. 혈액형의 성질을 고려하지 않은 위험한 치료법이었다. 17세기 말 파리 의사회는 수혈을 금지했고, 교황도 수혈 금지 칙령을 선포했다. 다시 수혈이 시작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다. 진정한 의미의 헌혈이 시작된 것은 1901년 란트슈타이너가 ABO식 혈액형을 발견하고, 이후 1914년 최초의 항응고제 소듐 시트로산이 발견된 뒤의 일이다. 

Q. O형 피가 가장 많이 필요하다? 

그렇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많은 혈액형은 A형으로 전체 인구의 34%가 해당한다. O형과 B형은 각각 28, 27%를 차지한다. 하지만 가장 쓰임이 많아 귀한 혈액형은 O형이다. 현대 의학에서는 같은 혈액형을 수혈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모든 혈액형에게 수혈할 수 있는 O형이 필요한 때가 있다. 기본 혈액형 검사를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출혈이 심한 긴급환자가 있을 때나 혈액형이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는 미숙아에게 수혈이 필요할 경우 등이 그런 예다. 그렇기 때문에 O형 혈액이 귀한 대접을 받는다. 

Q. 헌혈한 피는 혈액은행에 두고 계속 쓸 수 있다? 

아니다. 혈액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우리 몸속을 맹렬히 돌고 있는 혈액도 수명이 있다. 우리 몸을 쉬지 않고 돌고 또 도는 건강한 적혈구의 수명은 120일 정도다. 명을 다한 적혈구는 철분과 다른 성분으로 분해되고 골수에서 재활용된다. 하루에 전체 적혈구의 3%가 죽고 새로 만들어진다. 혈소판은 7일, 백혈구는 3~21일 정도다. 우리 몸 밖으로 나가면 혈액의 수명은 급속도로 줄어든다. 다행히 적혈구는 항응고제가 들어 있는 혈액백(blood bag) 속에서도 35일간을 버틴다. 하지만 한 번 헌혈한 혈액을 영구히 보존할 수 없는 만큼 지속적으로 헌혈하지 않으면 혈액은행은 텅 비게 되고 만다. 

Q. 피의 백혈구 성분이 도움이 된다? 

아니다. 백혈구는 인간의 면역 능력을 책임지지만, 다른 사람 몸에서 나온 백혈구는 적으로 여기고 공격하기 일쑤다. 헌혈한 피는 좁은 필터를 통해 백혈구를 분리하고, 걸러낸 백혈구는 폐기 처리 된다. 
우리가 헌혈을 통해 수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적혈구 덕분이다. 성숙한 적혈구에는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없다. HLA의 일치율은 형제간이라도 25%, 남이라면 2만분의 1이므로, 적혈구에 HLA가 있다면 수혈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혈액형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적혈구가 항체를 만나 응집하는 성질 덕분이다. 혈액형 항원항체 검사는 육안으로도 판정이 가능하다. 또 적혈구의 수명이 120일에 달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수혈된 뒤에도 적정 기간 동안 환자 몸에 산소를 공급하고, 수명을 다하면 사라져 환자가 스스로 적혈구를 생산할 수 있게 한다. 

Q. 피에서 원하는 성분만 뽑아 헌혈할 수 있다? 

그렇다. 가장 널리 알려진 헌혈 방법은 혈액 전체를 채혈하는 ‘전혈’이지만, 특정 성분만 추출해 채혈하는 것도 가능하다. 성분채혈기를 통해 필요한 혈소판, 혈장 등만 채혈한 뒤 나머지 성분은 헌혈자에게 돌려주게 된다. 혈소판성분헌혈, 혈장성분헌혈, 혈소판과 혈장을 함께 채혈하는 혈소판혈장성분헌혈이 있다. 전혈의 경우 두 달에 한 번 헌혈이 가능한데, 성분 헌혈의 경우는 2주 뒤에 다시 헌혈을 할 수 있다. 성분 헌혈이 시간은 더 오래 걸린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30~40분은 걸린다. 

Q. 혈소판은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한다? 

아니다. 혈소판은 보관이 까다롭다. 냉장 보관을 하면 수혈 후 환자 몸에서 생존력이 떨어지므로 실온에서 보관한다. 그냥 실온에 두는 건 안 된다.응고작용을 하는 혈소판은 평소에서도 늘 뭉치려는 성질이 있고, 한번 뭉치면 다시 떼어낼 수 없기 때문에 응고를 막기 위해 혈소판 부란기라는 장비를 이용해 계속 흔들어주어야 한다. 보관 용기도 특수하다. 표면에 공기가 통하도록 만들어진 특수용기를 사용한다. 게다가 혈소판의 유통기한이 단 5일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중 36시간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검사하는데 쓰인다. 귀하고 귀하신 몸이다. 

Q. 헌혈한 피는 유리 용기에 담아 보관하는 것이 좋다? 

아니다. 헌혈한 피는 모두 플라스틱 백에 담아서 보관한다. 플라스틱의 발명이 헌혈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플라스틱이 발명되기 전에는 유리병에 보관했는데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그 안에 공기가 들어가서 세균이 생기기도 쉬웠다. 반면 플라스틱은 깨지지 않고, 가벼우며, 밀봉되고, 신축성이 있어 유리병보다 훨씬 이점이 많다. 미국의 외과의사이자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 칼 월터가 1947년 플라스틱 혈액용기를 개발했다. 플라스틱 용기는 원심분리를 해도 찢어지지 않아 혈액의 성분 분리가 가능해졌다. 

Q. 헌혈한 피는 모두 수혈에 사용된다? 

아니다. 혈장 성분은 주로 의약품 제조에 쓰인다. 혈장은 알부민, 크라이오, 감마글로불린을 제조하는데 쓰인다. 알부민은 혈액순환기능, 크라이오는 혈우병 치료제, 감마글로불린은 수두, 파상풍 치료제로 쓰인다. 헌혈에 적합지 않아 폐기되는 부적격 혈액은 전체의 4% 정도인데 이중 일부는 연구 개발에 사용되기도 한다. 
헌혈한 피가 곧장 수혈에 사용되는 것도 아니다. 피는 4개의 검체로 나뉘어져 B형 간염, C형 간염, 성인 림프구성 백혈병 바이러스(HTLV), 에이즈, 말라리아와 간기능 검사를 거치고 ABO혈액형과 Rh 혈액형 검사를 마친 뒤에야 적합 판정을 받게 된다. 

Q.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헌혈할 수 없다? 

일부 국가의 경우 그렇다. 광우병 발생 위험국가인 영국에 1~3개월 이상 체류할 경우 헌혈이 제한된다. 혈액 속에서 광우병 바이러스를 식별할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말라리아 발생지에서 일정기간 체류한 경우에도 헌혈 금지한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휴전선 인근과 같이 말라리아 모기가 발견되는 지역에 거주할 경우 헌혈을 금지하고 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관련 지역으로 해외여행 다녀온 사람은 1개월 간 헌혈을 금하고 있다. 그 밖에 헌혈 금지 약물을 복용한 경우에도 헌혈할 수 없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FUSION 과학

제 2669 호/2016-06-08

추천하기
  • 파일저장
  • 프린트
  • 트위터
  • RSS
  • 페이스북
매운 음식 좋아하는 건 중독?!

매운 갈비, 매운 떡볶이, 매운 치킨, 매운 라면…. 요식업계의 트렌드가 매운 음식이 된지도 오래됐다. 하지만 매운 음식의 높은 인기는 떨어질 기미가 없다. 사람들은 오히려 더 맵게, 더 자극적인 맛을 찾는다. 그만큼 매운맛은 놀라운 매력을 가지고 있다. 혀가 얼얼해지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어도 다음에 또 찾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덮어놓고 ‘더더’ 매운 음식만 찾다가는 다음날 화장실에서 쓰러진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혀만 아픈 것이 아니라 나의 위장도 아팠던 것이다. 

매운맛을 내는 성분은 크게 4가지다. 첫 번째가 마늘과 양파에 들어있는 알리신(Allicin)으로 강력한 살균과 항균 작용을 하고 혈액 순환과 소화를 돕는다. 두 번째는 후추에 들어있는 피페린(Piperine)이다. 위액 분비를 촉진시키고 위와 장 속 가스를 제거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피페린은 지방 세포의 형성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운맛을 내는 성분에는 시니그린(Sinigrin)이 있는데, 시니그린은 겨자나 고추냉이 등에 많이 들어있고 톡 쏘는 매운맛을 낸다. 마지막은 캡사이신(Capsaicin)이다. 주로 고추에 들어있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이를 통해 지방을 태우며 열을 발생시키는 갈색 지방세포를 활성화해 지방을 분해하는 효과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캡사이신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하면서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시킨다. 이것이 사람들이 매운맛을 찾는 이유다.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 분비는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기 때문이다. 

문제는 매운맛이 과할 때 생긴다. 매운맛을 내는 성분은 위장을 자극한다. 자극이 반복되면 위장에 염증이 생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식도, 위 및 십이지장의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이 천만 명을 넘어섰다. 그 중 ‘위염과 십이지장염과 같은 위장 염증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전체 48%로 2011년에 비해 400만 명이 증가했다. 만성 위염의 대표적인 원인은 자극적인 음식으로 장기간 섭취한 짜고 달고 매운맛이다. 이런 맛들이 위에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위식도 역류질환도 마찬가지다. 자극적인 음식은 위산의 역류를 촉진해 속 쓰림이나 이물감과 같은 증상을 악화시킨다. 

더 큰 문제는 매운맛은 중독된다는 점이다. 매운맛을 느낄 때 나오는 엔도르핀은 쾌감을 느끼게 한다. 이 반응이 반복되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매운맛을 찾게 되고 매운맛을 느끼지 못하면 오히려 무기력함을 느끼게 되는 상황이 온다. 당 중독과 상황이 비슷하다. 우리 몸은 당을 섭취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는데, 이 짧은 행복감에 중독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당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매운맛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인 스트레스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이 혀로 느낄 수 있는 맛은 5가지로 단맛과 신맛, 짠맛, 쓴맛, 그리고 감칠맛이 있다. 매운맛은 사실 미각에 속하지 않고 인간의 점막을 자극할 때 느껴지는 아픈 감각과 타는듯한 열감과 같은 통각 신경이 감지하는 고통의 일종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고통을 찾는 이유는 롤러코스터나 번지점프, 공포영화를 보는 이유와 비슷하다. 자극을 통해 쾌락을 주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기 위한 것. 따라서 매운맛의 중독을 끊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어렵다면 스트레스를 푸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또 다른 방법은 감각의 민감성을 높이는 것이다. 인간은 시각과 미각, 촉각, 청각, 후각 등 오감을 가지고 있다. 오감은 인간이 건강하게 생존하는 데 꼭 필요한 감각이다. 그 중 미각은 필요한 영양분과 해로운 독성분을 구별하게 해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게 돕는다. 인간이 오감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미각의 민감도가 떨어지면 맛에 대한 역치가 높아진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간이 세진다는 말을 하는데 이유는 미각을 감지하는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미각 능력이 저하되면 음식에 소금과 간장을 아무리 많이 넣어도 짠 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이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고혈압이나 전해질 불균형과 같은 질환을 앓기도 하고 때로는 상한 음식을 모르고 섭취해 탈이 나기도 한다. 매운맛도 마찬가지다. 민감도가 떨어질수록 더 맵고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되면서 위장 자극이 심한 음식을 반복적으로 섭취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과로를 피해야 한다. 지칠 정도로 몸이 힘들면 보고도 무엇인지 모르고 듣고도 무슨 말인지 잘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을 때가 있다. 미각 역시 둔해지기 때문에 맛이나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진다. 스트레스 자체도 줄일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감정이 격해지면 교감 신경이 활성화 되고 침샘 기능이 저하되면서 미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매운맛은 죄가 없다. 적당히 즐기면 혈액 순환과 소화에도 좋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다만 몸에서 열감이 느껴지거나 속이 쓰리다면 다음을 기약하고 그만 먹자. 그래야 매운맛도 건강하게 오래 즐길 수 있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추천마법사 보다가 '한국사를 지켜라'에서 눈길이 머물렀다. 

저자 김형민 씨는 시사인에서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쓰시는 그분이 맞으렷다?


그러다가 이 글을 봤다.


https://www.facebook.com/88sanha/posts/1217469174964932


8년 전이나 지금이나 고구마 백 개 삶아 먹고 물 못 마신 건 마찬가지지만, 오늘 신안표 김도 안 먹겠다고 말한 이에게 이 글을 보여주고 싶구나.


월화수목은 뉴스룸을 본다. 금토일은 손석희가 나오지 않아서 볼 때도 있고 안 볼 때도 있다. 

대신 이날은 김용민 브리핑을 듣는데, 민중의 소리 이완배 기자의 경제 이야기가 참 좋다.

이분은 목소리가 아주 차분하고 선명한데, 특히 재벌 비리 이야기할 때 목소리가 정의롭게 불타오른다. 

지은 책이 있을 것 같아서 검색해 보았다.









그런데 책은 딱히 읽고 싶어지지가 않네. 방송 계속 열심히 듣는 걸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OCUS 과학

제 2660 호/2016-05-30

추천하기
  • 파일저장
  • 프린트
  • 트위터
  • RSS
  • 페이스북
만리장성을 지탱한 것은 ‘찹쌀 밥심’

20세기 초반에 활동했던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담장 수리’라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넓은 들판을 나눠서 쓰고 있는 이웃끼리 어느 정도 높이와 두께의 담을 쌓아야 적절한지 타인의 입을 빌어 이야기했다. “우리는 우리 사이에 담을 유지해요 / 담 양쪽에 떨어진 돌들을 서로가 주워 올려야 하고요 / 뭐 그저 양쪽에 한 사람씩 서서 하는 / 좀 색다른 야외 놀이지요 / 그는 자기 아버지의 가르침을 저버리지 않고 / 아주 잘 기억하고 있다는 듯이 되풀이 합니다 / 담을 잘 쌓아야 좋은 이웃이 되지요” 

담장을 너무 낮게 쌓으면 혹시 누군가 넘어오진 않을까 불안해지고, 너무 높게 쌓으면 싸우자는 뜻으로 보인다. 영토를 마주한 국가끼리도 적절한 관계 유지가 필요하다. 국경에 높은 벽을 쌓고 군대를 배치하면 곧 전쟁을 벌이겠다는 뜻이고, 그렇다고 관리를 하지 않고 두면 무슨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고대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기원전 8세기에 이민족의 침입을 받은 주나라가 동쪽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세력이 약해지자 인근의 여러 제후들이 나라를 세우고 각축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를 춘추시대라 하는데 그중 제(齊)나라는 높고 기다란 성벽을 쌓아 영토를 지켰다. 세력이 가장 컸던 진(晉)나라가 멸망하자 수많은 소국들이 또 생겨나 혼란이 커졌고 곳곳에서 제나라처럼 성벽을 쌓아 자기 땅을 지키려 했다. 

기원전 3세기에 혼란을 평정하고 중국을 통일한 사람은 진(秦)나라의 첫 황제인 진시황이다. 중국 내 독립국들이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세웠던 성벽은 무너뜨리고 북쪽 기마민족 흉노의 침입을 막기 위해 새로운 성벽을 쌓았다. 덕분에 이후의 한나라는 북쪽으로 영토를 확장해 새로운 성벽을 세웠다. 

사진. 만리장성(출처: Hao Wei/Flickr)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다들 ‘만리장성이구나!’ 하고 생각하겠지만 당시의 성벽은 오늘날의 만리장성과는 완전히 다르다. 지금의 위치는 5세기 남북조시대에 처음 잡혔고 돌을 각 지게 깎아서 올린 현재의 성벽은 천 년 가량이나 더 지난 14세기에 명나라가 다시 쌓은 모습이다. 원나라를 세운 몽골족이 멸망 후에도 지속적으로 침입해오자 아예 허물지 못할 담을 쌓아 소통을 막은 것이다. 

당시의 뜻이 얼마나 확고했으면 50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만리장성이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일까. 만리장성의 실제 길이는 원래 6,352km였지만 중국 정부는 2009년 동쪽 구간을 늘려 8,851km로 발표했고, 2012년에는 한술 더 떠 동쪽과 서쪽을 비약적으로 늘린 2만1,196km라고 선언했다. 1리를 400m로 계산하면 만리장성이 아니라 ‘5만3천리장성’이라 불러야 할 지경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성벽이 튼튼하게 남아 있는 구간은 20%도 채 되지 않는다. 다만 관광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일부 구간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 버티고 서 있다. 수백 년을 견뎌온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토목 전문가와 과학자들이 달려든 결과, ‘찹쌀’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고대 문명에서 석조 건축물을 지을 때는 여러 개의 주사위를 쌓듯이 올려놓는 것이 아니라 사이사이에 접착제를 발라서 단단하게 붙인다. 서양에서 주로 사용된 것은 석회석 모르타르다. 모르타르는 시멘트처럼 돌가루를 물에 개서 만드는데 고대 로마제국에서 발견된 석조 건축물 중에서 모르타르를 사용한 건물은 연대가 기원전 245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기술은 아시아 지역으로 전파됐지만 화산재를 섞어야 한다는 점에서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사용되지는 못했다. 

대신에 고대 중국의 석공들은 특별한 접착제를 사용했다. 돌가루로 만든 기존의 무기물 성분에 유기물까지 섞어 무기-유기 혼합 모르타르를 만든 것이다. 이 기술은 오늘날의 만리장성 위치를 잡은 5세기 남북조시대부터 쓰였으며 중국 중부 허난성 지역에서 발견된 당시의 석굴묘에서도 무기-유기 모르타르가 발견됐다. 송나라 때의 백과사전인 ‘천공개물(天工開物)’에 제조방법이 기록돼 있다. 

기존의 석회석 모르타르에 추가된 유기물 성분은 다름 아닌 ‘찹쌀’이다. 산화칼슘이 들어 있는 석회석 가루에 물을 부어 생기는 흰색의 물질 즉 소석회(消石灰)라 불리는 탄산칼슘인데, 여기에 찹쌀죽을 끓여서 얻어낸 유기물 즉 녹말의 일종인 아밀로펙틴을 섞는다. 그리고 돌가루를 첨가하면 오늘날의 시멘트와 같은 석화-찹쌀풀 반죽이 만들어진다. 돌이나 벽돌 사이에 반죽을 발라서 공사를 하면 웬만한 충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건축물이 완성된다. 

무기-유기 혼합 모르타르는 송나라, 명나라, 청나라 때도 지속적으로 사용됐다. 효능이 너무나 강력해서 1604년 명나라 때 강도 7.5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이 공법을 지은 건물이나 성벽, 묘소는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았다. 중국 남부 후난성 지역에서는 1978년 공사 중 불도저로 미는데도 꿈쩍하지 않는 구조물이 있어 추가 조사 중에 석회-찹쌀풀 반죽을 사용한 명나라 쉬푸(溆浦) 석굴묘로 밝혀졌다. 

무기물에 유기물을 섞어서 모르타르를 만들면 어떤 원리로 내구력이 높아지는 것일까. 2010년 중국 저쟝대학교, 톈수이대학교, 중국문화유산아카데미 공동연구진은 난징시를 둘러싼 성벽에서 모르타르 샘플을 채취해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소석회에 섞은 찹쌀풀의 성분 중 아밀로펙틴이 억제제로 작용해 탄산칼슘 결정체가 커지는 속도를 적절하게 조절했고 덕분에 수많은 미세구조물을 만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리적으로 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하중을 견디는 힘이 일반 석조물보다 더 크다. 무기물과 유기물을 섞어서 모르타르를 만드는 것이 효능 면에서 훨씬 뛰어난 셈이다. 

고대의 문화재를 복원하는 데 실제 사용해본 결과 뛰어난 효과를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천 년 전 송나라 때 만들어진 쇼우창 다리(寿昌桥)는 단 하나의 커다란 아치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석조물이다. 국가보호문화재로 지정됐지만 오랜 세월에 지반이 약화되고 교각 하단부에 나무가 자라나면서 석재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해 결국 지난 2006년 수리를 실시했다. 복원 과정에서 석회-찹쌀풀 반죽을 사용해 석재를 접착시켰더니 수리 이후 5년 동안 비바람에 노출됐지만 어떠한 균열과 변형도 나타나지 않았다. 소석회의 강알칼리성 덕분에 석재 사이에서 풀이 자라나던 모습도 사라졌다.

이 비밀을 알아낸 덕분에 오늘날 고대 석조 건축물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거나 다시 짓는 일이 수월해졌다. 만리장성도 찹쌀밥으로 죽을 끓여 접착제로 사용한 덕분에 오늘날까지 멀쩡히 남아 있는 셈이다. 혹시나 균열이 생기거나 귀퉁이가 무너지면 석회-찹쌀풀 반죽으로 복원하면 된다. 우리말에 “밥심으로 산다”는 표현이 있다. 이제는 사람뿐만 아니라 건축물도 밥심 덕분에 살아간다고 해야 할까.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6-05-31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31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