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을 넘기고 3분 뒤, 창밖에서 펑 소리가 나며 집안의 모든 전기가 꺼져버렸다. 

비가 오고 있었던지라 그 소리가 번개 치는 소린가 했다.

나보더 더 도로 가까이에 있던 언니는 그 소리가 봉고차가 집 벽을 박은 소리라 착각했다.

차단기는 모두 그대로였는데 전기는 흐르지 않았다. 

우리집도, 그 아랫집도, 주변 옆집도.

우리 집은 전기를 켜도 무지 추운 집인데, 보일러 안 돌아가고 전기장판 불 안 들어올 때의 한밤중이란 끔찍했다.

게다가 연휴의 시작 날이 아닌가!

하필 형부는 출장 중이었다.

아랫집 곱창 사장님은 냉장고 걱정에 발을 굴리셨다.

잠들어 있던 형부와 언니가 통화를 했다.

아마도 전봇대 컨덴서가 나갔을 거라고, 한전에 전화하라고 했다. 이 시간에도 전화 받는다고.

123으로 전화 걸었다.

전기가 나갔다고 하니 대뜸 내가 사는 동네 이름을 대며 맞냐고 묻는다.

누군가 이미 신고를 한 것이다. 이 일대가 모두 전기가 나갔다 한다. 

컨덴서 문제냐고 하니 맞다고 한다.(근데 컨덴서가 뭔지 나는 모름....;;;;)

이미 수리하러 출발했으니까 기다려 달라고.

얼마나 다행인가. 이 오밤중에 비오는 날씨에도 출동하러 와주고.

동시에, 전기가 끊기는 순간의 재앙이 얼마나 아찔한지 새삼 깨달았다.

진심, 추웠다.

전기가 복구된 건 2시 3분이었다. 

전날 잠을 잘 못 자서 무지 피곤했는데, 전기 들어오는 것 기다리느라 잘 수가 없었다.

덕분에 오래도록 완독하지 못했던 핑거스미스를 다 읽었다. 대체 몇 달 걸려 읽은 것인가....;;;;;









평촌 사는 언니네 집에 가는 동안 또 다른 언니가 보내준 메시지. 

아, 버스 안에서 진심 크게 웃었다.


 


때가 때인만큼 며느리 전시리즈가 나올 타이밍! 속도 없이 나는 재밌구나!


내일은 설날! 대놓고 한복 입기 딱 좋은 날! 조카도 한복 입는 날! 사진 많이 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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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7-01-28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ㅋ ㅋ ㅋ ㅋ ㅋ ㅋ 저 역시 속도 없이 웃고갑니다. 오시에 부쳤다 ㅋ

마노아 2017-01-29 20:03   좋아요 0 | URL
네티즌들의 이 발칙함이란! 두고두고 웃고 있습니다.^^ㅎㅎㅎㅎ

2017-02-06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9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벌써 지지난 주의 일이다. '나만의 책 만들기 프로젝트' 연수를 들었다. 15시간짜리 직무연수였는데 자유학기제나 중3 전환기 프로그램이나 동아리 활동 등 다방면으로 활용하기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3일에 걸쳐 나만의 책을 만드는 거였는데, 시간이 짧다 보니 자료 20페이지 정도 준비해 오라고 문자가 왔다. 생각나는 것은 세가지 주제였다. '한복', '뮤지컬', '여행'


작년 가을부터 나는 한복과 사랑에 빠졌고, 한 뮤지컬(곤 투모로우)을 10회 보고 올만큼 흠뻑 취해 있었고, 코앞으로 다가온 홍콩 여행을 앞두고 있던 터였다. 책으로 만든다면 이미지가 큰 부분을 차지할 텐데, 그렇다면 '한복'이 좋을 것이었고, 빠심으로 따진다면 뮤지컬도 못지 않았겠지만, 일단 나는 첫번째 자유여행을 앞두고 있었으므로 가이드북이 필요했다. 야근을 밥먹듯이 하던 지난 일년이어서 반년 전에 비행기 티켓을 구매해 놓았지만 여행책자 한줄도 읽기 힘들었다. 결국 홍콩 편만 다 읽고, '마카오' 편은 비행기 안에서 읽어야 했다. 사실 책보다는 이미 여행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가 더 도움이 되었지만!









다시 한복 이야기.

첫 시도는 5월이었다. 대학로에서 생활한복을 입고 지나가는 한 소녀를 보았고 그날 밤 냉큼 검색을 해서 한복을 주문했다.

일주일 기다려 받은 한복은 내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달랐다. 색깔도, 무늬도, 디자인도. 무엇보다도 내가 입어보니 무슨 횟집 알바생처럼 보였다. 이건 아냐!!! 결국 반품했다. 


재도전은 9월에 이뤄졌다. 더더더 많은 사이트들을 섭렵했다. 그리고 발견한 게 다래원!

아무 무늬 없는 흰 저고리 하나와 회색 치마를 주문했다. 흰 저고리는 광목 천 느낌인데 무슨 교복 느낌 나서 역시 반품...;;;;;

신상이었던 회색 치마는 후기가 하나도 없어서 모험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웠다.

  


한복 도착한 다음 날이 직장 동료 결혼식이었는데 네이비 블라우스에 한복 치마를 입고 갔다. (스스로) 만족스러웠다.

결혼식장이 명동 우리은행이었는데, 명동역까지 걸어와 보니 거기 한복 샵이 있는 게 아닌가! 꼬레아노였다. 

그날 들어가서 레이스 흰 저고리를 샀다. 아주 고왔다. 그런데 날이 덥다 보니 이 제품은 그로부터 두달 뒤에나 입게 되었는데 큰 결점이 있었다. 총장이 너무 짧은 것이다. (다래원 저고리보다 6.5cm 정도 짧았다.)

팔을 움직이면 가슴 섶이 너무 올라가서 도저히 일상 생활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애석하게도 이 어여쁜 녀석은 어깨치마 속에나 입을 수 있는 옷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 내 한복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10월이 되었는데 아직도 더워서, 린넨 소재는 힘이 없어서 속치마가 필요해서, 한복이니까 노리개가 필요해서... 등등등... 

어떤 한복이 내 몸에 맞고, 어떤 한복이 내 마음에 드는지를 찾기까지, 정말 무수한 반품과 교환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는 치마 기장과 저고리 총장, 옷감 소재와 색깔 톤까지 대충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좀 가려졌다. 

그 과정에서 내가 얻은 절실한 교훈은 이거였다.


"싸고 좋은 건 없다!"


반품의 향연이 이어지던 어느 날 모니터에 써 붙였다!!! 기억해! 싸고 좋은 건 없어!!!!



싸고 좋은 게 없다 보니 한복 마련을 위한 주머니가 필요했다. 

이 무렵 나를 가장 홀릭하게 만든 건 장홍한복의 향수 치마였다. 

정지용의 시 '향수'가 치마 폭에 새겨져 있는데 무려 그라데이션까지 들어가 있어서 더 깊은 바다 느낌을 준다. 14만원!



저 녀석을 가지려면 저금통을 깨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여겼다. 이런 날을 위해서 내가 수년간 동전을 모아왔지!

먼저 500원짜리만 모아놓은 저금통 뚜껑을 열었다.(원래 열리는 애다) 

한 10만원은 나올 줄 알았는데 저금통이 너무 가벼웠다.

세어보니 32개였다. 16,000원.....

지금 장난하나... 댕기 하나 가격이잖아......;;;;;;;;;;;;;;

생각해 보니 거의 카드를 써서 현금 안 쓰니 동전 생길 일이 별로 없었다. 

500원을 제외한 다른 동전만 모아둔 더 큰 저금통이 있지만... 열지 않았다. 상처 받을까 봐....;;;;;


그래서 또 머리를 굴렸다. 방법이 없나??? 

있다! 생각이 났다! 보험료를 청구하는 거다!

지난 일년 간 너무 바빠서 병원만 다니고 보험 청구를 못했는데 여름에 무릎 MRI 찍어서 꽤 비용이 나왔더랬다.

치료비는 내 건강을 위해서 쓴 거니까 퉁 치고(응?) 그걸로 한복을 사는 거야!


그래서 보험료를 청구했는데 무려 2년 동안 청구가 밀려 있었다. 아, 나 2년 동안 정말 많이 바빴어...ㅜ.ㅜ


그런 식으로 여윳돈이 생기면 모두 한복에 투자했다. 

생일 선물도 친구들이 한복 사라고 돈 입금해 줘서 그걸로 모아서 장만했다. 

한복이 옷만 입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한복에 어울리는 악세사리, 가방, 신발이 그동안 쓰던 것과 다 달라서 풀 코디가 쉽지 않다. 

내 댕기(사은품이었다.)까지는 소화했는데 고무신은 마련하지 않았다. 

사실 아직 예쁜 고무신은 발견 못함. 예쁘면 고려해볼 생각은 있다. ㅎㅎㅎ


덕분에 핸드메이드 페어도 다녀오고, 인사동과 북촌의 한복집도 다녀오고~ 

어제는 이태원 해방촌(다함)도 다녀왔는데 기대에 못 미쳤음!


아, 틈새장도 구입했다. 어깨 허리치마는 꽤 긴데 내가 쓰는 2단 행거에 걸면 치마가 바닥에 끌린다. 

그래서 가로폭 40cm짜리 틈새장을 샀다. 공간 여유만 있으면 더 넓은 걸로 사는 건데 살짝 아쉽!


처음엔 신기하게 보던 직장 동료들이 나중에는 한복 입고 가지 않으면 살짝 서운해 했다. 

그렇게 나홀로 주5일 한복 입기 운동을 하고 있다. 요새는 일반 양장 옷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다래원처럼 제법 물량을 갖추고 판매하는 곳도 있지만, 주문 들어오면 그때부터 바느질 시작하는 업체도 꽤 많았다. 

기다림은 필수! 

주문하고 보름 뒤에 왔던 르벙, 일주일 가까이 기다렸는데 절인 배추에 밀려 기어이 열흘 꽉 채우고 받은 민주화 한복도 있었다. 


종로에 나가면 한복입은 사람 만나기는 아주 쉽다. 고궁 주변에는 대여점도 즐비하다. 보통 4시간 대여에 15,000원 정도 한다.

외국인들도 즐겨 입는다. 어느 순간 생활한복 붐이 일어서 요새는 어딜 방문해도 한복 입은 사람 마주치는 일이 곧잘 있다. 


대개의 사람들은 무슨 특별한 날이거나, 특별한 일을 하나 궁금해한다. 그냥, 단지 예뻐서 입는다. 마음에 들어서. 


이번에 여행 갈 때도 한복 두벌을 챙겨갔다. 



'솔이씨 한복' 저고리와 '꽃닮' 허리치마다. 

여름엔 더워서 과연 한복을 입고 다닐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는데, 아무튼 봄이 무르익을 때까지는 나의 한복 사랑이 식을 것 같지 않다. 요새는 기승전 한복이다! 


여행(이라고 쓰고 '삽질'이라고 읽는) 이야기도 써야 하는데 언제 또 짬이 날지... 

알라딘에 페이퍼 쓰는 게 백만 년 같다. 어색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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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7-01-20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 한복에 꽂혔군요.

마노아 2017-01-21 01:55   좋아요 0 | URL
제대로 꽂혔어요. 도통 빠져나와지질 않네요.^^;;;;

꿈꾸는섬 2017-01-20 0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너무 예뻐요.
한복 사랑이 절로 생기는 페이퍼에요.
폭풍검색 들어가야겠어요.

마노아 2017-01-21 01:56   좋아요 0 | URL
헤헤헷, 한복 전도사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침 설날도 다가오네요. 우리 같이 설빔 장만해요~ ^^

세실 2017-01-20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한복 사랑이라니...참으로 예쁘네요.
선글라스랑도 잘 어울려요.
세련미가 느껴지는걸요^^

마노아 2017-01-21 01:56   좋아요 0 | URL
요새 생활한복은 캐주얼하게 나와서 구분 안 될 때도 많더라구요.
여행지에서도 딱 두명이 한복 아는 척했어요. ㅎㅎㅎㅎ

다락방 2017-01-20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좋은데요?!! 예뻐요!!

마노아 2017-01-21 01:57   좋아요 0 | URL
역시 누군가가 찍어줘야 좀 더 잘 나오나 봅니다. 셀카는 영...ㅎㅎㅎㅎ

비연 2017-01-20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오랜만요! 한복 치마가 색깔도 곱고 이쁘네요~

마노아 2017-01-21 01:57   좋아요 0 | URL
비연님 오랜만이죠~ 한복이 주문하고 나면 꼭 더 예쁜 게 나와서 큰일이에요. ㅎㅎㅎ

아무개 2017-01-20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셨습니까?
마지막 사진 진짜 잘 나왔어요!

삽집 페이퍼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마노아 2017-01-21 01:57   좋아요 0 | URL
삽질은 늘 일상이죠. 오늘도 지하철 한정거장 더 갔는데 반대편 플랫폼이 카드 찍고 내리는 데라서 직원한테 열어달라고 부탁....;;;;;

보슬비 2017-01-21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활속 한복 너무 이뻐요. 참 곱습니다. 저도 홍콩여행계회인데 다녀오셔서 좋은정보 올려주세요~~^^

마노아 2017-01-21 01:58   좋아요 1 | URL
생활한복이여 널리널리 퍼져라~~
헤헤헷, 저 홍콩 여행 지난 주에 다녀왔어요~ 질문 주시면 아는 데로 답해 드릴게용~

보슬비 2017-01-25 22:40   좋아요 0 | URL
다녀오실때 홍콩 날씨는 어떠셨어요? 마카오 페리 한국에서 예약하는게 좋을까요?
그리고 다녀오신곳중에 이곳은 절대추천이라는곳이 있으면 꼬옥 알려주세요~~ ㅎㅎ

마노아 2017-01-27 23:41   좋아요 1 | URL
홍콩 날씨는 굉장히 애매해요. 아침 저녁 쌀쌀하고 낮에 해뜨면 더워요.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 보면 반팔 입은 사람과 털코트 입은 사람이 나란히 지나가요.
지하철에 에어컨 나오고요. 얇은 긴팔 입고 가디건이랑 스카프 정도 필요할듯요.
특히 저는 숙소가 잘 때 춥더라구요. 잠옷을 따뜻하게 준비하면 좋겠어요.

마카오 페리는 한국에서 미리 예매애서 갔어요. 그런데 돌아올 때 길이 막혀서 배가 이미 출발했지 뭐예요. 그래서 셩완으로 급히 표 바꿔서 그쪽에서 놀고 지하철 타고 침사추이로 돌아갔어요.

피크 트램 재밌었는데, 표 사는 줄이 아주 기니까 이건 공항 도착해서 미리 표를 사는 게 좋아요. 저희는 편도로 표 사고, 내려올 때는 미니버스 탔어요. 이 편이 저렴해요.
공항에서 유심칩 샀는데 일행 중 적어도 둘은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편할 듯해요. 저희는 저만 사용해서 기동성이 좀 떨어지더라구요.

마카오에서 웡치케이 맛있게 먹었어요. 육포거리도 간식 맛나게 먹었구요.
저녁은 베네시안 호텔에서 포르투갈 레스토랑 마데이라 갔는데 맛났어요.
여긴 호텔이 사진 찍으면 예쁘게 나오더라구요.^^

몽콕 야시장도 재밌었어요. 흥정 필수구요. 떠나기 전날 쇼핑한다고 많이 돌아다녔는데 넘 피곤해서 발 맛사지 받았어요. 우리 돈으로 30분에 9천원 정도 줬는데 받길 잘한 것 같아요. 피로 회복에 도움 많이 됐어용.

연휴 때 여행 가시나봐요. 재미나게 다녀오셔요^^

보슬비 2017-01-29 21:58   좋아요 0 | URL
2월 중순쯤 다녀올 예정이예요. 피크 트램을 공항에서 살수 있어요? 몰랐던 정보인데 잘 활용할께요. 유심말고 포켓와이파이 살까했는데 고민해봐야겠네요. 정보 자세히 알려줘서 감사해요~~^^ 준비하는동안 궁금한거 또 여쭤볼께요~~^^

단발머리 2017-01-23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한복도 마노아님도 너무 예뻐요. 셀카 기술이 안 따라주는게 아쉽지만 그건 그냥 타고난 미모로 극복하는걸로~~ㅎㅎ

마노아 2017-01-25 00:17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반가워요~ 제 셀카 기술은 여전히 그대로이지만 여전히 열심히 찍고 있습니다. ㅎㅎㅎㅎ
내일도 한복 곱게 차려 입고 외출할래요.^^

서니데이 2017-01-26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세요.
새해엔 소망하시는 일 이루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노아 2017-01-27 23:3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의 설날도 해피해피하길 기원할게요~
지난 한 해 고생 많으셨어요. 우리 올 한해는 더 멋지게 더 아름답게 보내도록 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용^^

2017-01-26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7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FUSION 과학

제 2784 호/201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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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유방암은 왜 생기는 걸까?

“아빠, 아빠는 왜 젖꼭지가 있어? 아빠도 아기한테 젖 먹일 수 있어?” 어린 아이들은 아빠 젖꼭지를 붙잡고 질문 공세를 펴기 일쑤다. 대체 남자는 왜 젖꼭지를 갖고 있을까? 어린 아이들만 하는 질문이 아니다. 디지털로프트 사에 의하면 한 달에 2만 2천 여 명이 구글에 검색하는 질문이란다. 수유를 하는 여성의 유방과 달리 남성에겐 특별한 기능이 없지만 유두가 있다. 남자의 젖꼭지는 우리 모두가 엄마의 자궁에 있었던 최초의 순간이 남긴 흔적이다. 배아 때 인간은 남녀의 차이가 없다, 약 6주까지는. 남성의 성염색체가 활동하며 남성의 특징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건 그 뒤의 일이다. 

그 흔적으로 남은 유두요, 특별한 기능이 없지만 문제를 일으킬 존재감은 충분하다. 함몰 유두, 여성형 유방증 등은 현대 남성의 고민거리. 유방과 관련해 가장 심각한 질환인 유방암 역시 피할 수 없다. 남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함 환자의 0.5~1%에 불과하지만 그 수가 점차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 376명이던 남성 유방암 환자가 지난해에는 505명에 이르러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진단 환자가 한해 2천명이 넘고 이 중 440명이 사망에 이른다. 남성의 경우 유방암에 대한 인식이 낮다보니 암의 조기 발견이 어려워 예후도 좋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남성 유방암은 왜 생기는 걸까? 우선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문제다. 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BRCA(BRest CAncea susceptility)가 있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 절제술을 받으며 널리 알려진 BRCA유전자에는 BRCA1과 BRCA2 유전자가 있다. BRCA1은 17번 염색체에, BRCA2는 13번 염색체에서 존재하는데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유방암이나 난소암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BRCA2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남성은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의 최고 100배에 이른다. 남성 유방암 환자의 약 20%는 직계 가족 중 여성 유방암 환자가 있다. 

호르몬 불균형도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혈중 여성호르몬이 증가하는 유전병에 걸리거나 남성호르몬이 줄어드는 노년기에 발생할 위험이 크다. 남성 유전병의 하나인 클라인펠터 증후군(Klinefelter syndrome)을 가진 사람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최고 50배 높다고 한다. 이 증후군은 X염색체를 2개 이상 더 보유하게 되는 경우 생기는데, 작은 고환과 여성형 유방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탈모나 전립선암을 치료하기 위해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경우도 여성호르몬 비율이 높아져 남성 유방암을 증가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만성적인 간 질환이나 간 기능 저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간 기능에 장애가 생기면 체내 여성호르몬 농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근 남성 유방암의 증가 추세를 비만에서 찾는 시도도 있다. 미국 리즈 대학 스페어 교수 팀은 지방세포가 남성호르몬을 에스트로겐과 같은 여성호르몬으로 전환하는 경향이 있다며, 체질량 지수(BMI)가 25를 넘는 남성은 혈중 여성호르몬이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여성호르몬의 증가가 유방암 세포를 자극해 자라게 한다는 추정이다. 

남성 유방암은 대개 유두 주변에서 통증이 없는 단단한 혹이 만져지는 것이 특징이다. 양쪽 유방 모두 만져지는 혹은 여성형 유방인 경우가 많지만, 한쪽에서만 만져지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나이가 60대 이상인 경우는 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또 유두에서 피나 분비물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유방의 크기나 모양이 변하고, 간지럽거나 분비물이 많아지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 

치료법은 여성 유방암과 다르지 않다. 수술로 다른 부위로의 전이를 막는 것이 가장 일차적인 치료다. 남성의 경우 유방 조직이 적기 때문에 유방보존술보다는 유방전절제술을 주로 사용한다. 유방조직이 적어 암이 진행된 뒤에는 암세포가 흉근이나 피부로 침범하는 경우가 많아 수술로 근육을 잘라내는 경우도 있다. 수술 뒤에는 추가로 방사선 치료와 보조 항암 및 항호르몬 치료를 시행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남성유방암 환자는 드라마 ‘질투의 화신’의 주인공 이화신이다. 하지만 이미 1백 년 전 남성 유방암 환자가 보고된 바 있다. 1923년 세브란스 병원에서 러들러 교수가 보고한 사례로 사진도 남아 있다. 드라마는 유방암 검사의 고통을 격렬한 영상으로 소개했다. 토마토가 으깨지고 호두의 껍질이 쪼개지는 영상과 주인공의 연기는 유방암 검사를 해본 여성들에겐 공감을, 남성들에겐 대리 경험으로 충분했다. 

암을 조기에, 보다 간편하게 진단하는 방법은 다각도로 연구되고 있다. 혈액이나 머리카락 등을 통한 진단법이 나온다는 연구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눈물도 유방암 진단 방법으로 연구되고 있다. 지난 2000년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 대학 연구팀은 눈물 속에 지표가 되는 단백질의 함유 여부로 유방암과 전립선암을 진단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눈물은 혈액의 여과물로, 혈액의 성분을 상당 부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최근 미국과 뉴질랜드의 생명공학 회사와 연구진들이 눈물을 자아내는 영화 시사회를 열어 임상 실험용 눈물 수집에 나섰다는 보도도 있다. 

토마토를 쥐어짜는 고통 없이도 유방암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곧 등장할 것이다. 그때쯤 지금의 드라마를 다시 보면 ‘저런 시절이 있었지.’라며 가벼운 추억에 잠기게 되겠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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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2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04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6-12-19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서재 들렀어요~
질투의 화신은 안봐서 모르지만 유방암은 걱정되네요.ㅠ
서울행 서울행 서울행~ 올해는 어렵겠고 1월로 넘겨야 할 듯...^^

마노아 2016-12-22 18:25   좋아요 0 | URL
저두 못본 드라마인데 과학향기 보고서 검색해 봤어요. 주변에서 재밌었다고 얘기는 하더라구요.^^
금년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우린 새해에 얼굴 볼 수 있겠어요.
이상, 내일은 절대 야근을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4일째 야근 중인 마노아였습니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서니데이 2016-12-23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2016 서재의달인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마노아 2016-12-31 20:53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덕분에 서재의 달인이 된 걸 알았네요. 축하 감사합니다.
오늘이 2016년의 마지막 날이네요. 으아.... 몇 시간 뒤면 한 살 더 먹어요!
슬프지만, 힘차게 꿋꿋하게 내년을 맞이하겠습니다. 서니데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FUN 과학

제 2779 호/201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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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외부활동이 부족해 근시가 생긴다?!

태연, 몹시 상기된 표정으로 안경원 앞에 섰다. 얼굴 가득 행복감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반면,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빠 얼굴은 못마땅하기만 하다. 

“좋냐? 안경 쓸 생각하니 날아오르겠어?” 

“그럼요! 떴는지 안 떴는지 잘 구분되지 않는 저의 눈에 강렬한 포인트를 줄 수 있게 됐잖아요. 눈이 나빠져서 정~~말 좋아요. 개그맨 유재석 아저씨도 안경 하나로 메뚜기에서 훈남으로 급변신 하잖아요. 저도 거듭남의 기적을 맛보겠어요!” 

“안경 쓰고 싶어서 보여도 안 보인 척하는 거면 아빠한테 아주 혼날 줄 알아. 뭐, 아빠가 안경을 쓰니 너도 근시일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근시도 유전인거죠?” 

“유전의 영향이 있지. 물론 자라면서 받는 환경적인 영향이 더 크지만.” 

“우리 반에 안경 쓴 애가 벌써 열 명도 넘거든요. 그래서 애들마다 근시는 유전이다 아니다,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면 근시가 된다,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눈이 나쁘다, 근시도 예방할 수 있다 아니다, 엄청 말이 많아요. 대체 뭐가 맞는 거예요?” 

“일단, 근시가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얘기하자면, 우리가 어떤 물체를 볼 때 그 상(像)이 망막 앞쪽에 맺히는 걸 근시라고 한단다. 그래서 먼 곳은 잘 보이지 않고 가까운 곳은 잘 보이지. 하지만 근시의 문제는 단지 앞이 잘 안 보이는 것만이 아니야. 여러 안과 질환의 원인이기도 하거든. 눈이 지나치게 부시거나, 눈앞에 이물질이 날아다니는 것 같이 보이는 망막이상, 또 물체가 안개 낀 것처럼 뿌옇게 보이는 백내장도 근시가 원인인 경우가 많단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는 근시를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어. 그런데도 근시로 안경을 쓰고 싶냐?” 

“흠, 좀 찝찝하긴 한데, 그래도 안경은 꼭 쓰고 싶어요.” 

“아이고 못살아. 암튼, 아까 질문이 또 뭐였지? 그래,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면 근시가 되냐고 물었지? 아빠 생각엔 확실히 그런 것 같은데, 아쉽게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단다.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근거는 스마트폰이나 PC가 많이 보급된 유럽과 같은 선진국의 근시질환자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훨씬 많다는 거야. 또 앞으로도 이런 첨단기기가 점점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안경을 쓸 거라는 주장이지. 현재는 28.3%인데 말이야. 반면에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는 20년간 4,500명이나 되는 어린이를 추적조사 했는데도 PC 화면을 보는 것과 근시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단다.” 

“어쩐지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을 믿고 싶어져요. 그래야 눈 나빠지니까 컴퓨터 좀 그만하라는 어른들 잔소리를 덜 들을 테니까요. 그럼,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눈이 나쁘다는 얘기는 맞아요?” 

“그건 맞아. 동양인의 70~90% 정도가 근시 유병률을 보이는 반면, 유럽과 미국은 30~40%, 아프리카는 10~20% 정도의 유병률만 보이거든.차이가 엄청나게 크지. 그래서 우리나라나 일본, 중국 사람들이 안경을 많이 쓰는 거야.” 

“와, 그 말이 진짜였구나. 그럼, 근시를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는요? 이건 거짓말일 거 같아요.” 

“아니, 예방은 확실히 가능하단다. 방법도 아주 간단해. 나가 놀면 되거든.” 

“예에?! 그건 제 특기잖아요!” 

“그래서 아빠는 네가 눈이 나빠졌다고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까 심각하게 의심하고 있어요. 2011년 미국 안과학회는 일주일에 외부활동을 한 시간씩 더 할 때마다 아이들이 근시에 걸릴 위험이 2%씩 감소한다고 발표했고, 2013년 대만에서는 외부활동이 많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2배 이상 근시발병률이 낮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단다. 이유는 신경전달물질 가운데 하나인 도파민 때문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야. 도파민은 햇빛이 많은 낮에 다량 분비되고 밤에는 적게 분비되는데, 낮에 자주 나가노는 아이들은 도파민의 분비가 자연스럽게 이뤄져서 안구가 정상적으로 성장한다는 거야. 반면에, 낮에도 실내에만 있는 아이들은 도파민 분비리듬에 교란되면서 안구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결국 근시가 된다는 거지.” 

“햇빛이 근시를 막아준다니 진짜 신기해요.” 

전문가들은 근시 예방을 위해 아이들이 매일 3시간 정도 1만 럭스(lux) 이상의 빛을 쬐는 것이 좋다고 권장하고 있단다. 1만 럭스는 맑은 여름날 그늘에 있을 때와 비슷한 밝기니까, 계절에 상관없이 볕이 좋은 날 3시간 이상 나가놀면 좋다는 얘기지. 그나저나, 넌 오늘부터 아빠랑 붕어빵이라는 얘기를 훨씬 더 많이 듣겠구나. 안 그래도 닮았는데 안경까지 쓰면 정말 똑같아질 테니 말이야.” 

“예에?! 그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얘기세요? 전 단지 콤플렉스인 단춧구멍 눈을 가리고 싶었을 뿐인데, 아빠랑 더 똑같아 진다고요?” 

“당연하지! 아빠처럼 멋져지고 싶어서 안경 쓰고 싶어 한 거 아니었어?” 

“아빠, 실은 저…, 너무 나가 놀았더니 앞이 정말 잘 보여요. 1km 밖에 있는 개미똥구멍까지 보인다니까요. 어떨 땐 제가 몽골사람이 아닌가 싶어요. 시력이 5.0일 지도 몰라요. 다신 안경 쓰고 싶다는 말 안 꺼낼게요, 흑!”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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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67095.html


아, 진심으로 웃프다. 아니,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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