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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적 가족윤리는 패륜이야
[매거진 Esc]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가족을 사설 자선단체인 줄 아는 생모와 동생에 관한 에피소드에 답한다
 
 
한겨레  
 








 

» 가족을 사설 자선단체인 줄 아는 생모와 동생에 관한 에피소드에 답한다
 
사람을 가장 힘들 게 하는 건 언제나 사람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가족이다. 보자.


1. 삼십대 직장인입니다. 다섯 살 때 아버지 여의고 생모가 개가하여 성인이 될 때까지 딱 두 번 봤고, 조부모 밑에서 내내 컸지만 불행하다 느껴본 적 없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성인이 된 후 시작됐습니다. 생모가 ‘다시 홀로’ 되어 여동생들과 함께 살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들과 너무나도 맞지 않아 전 다시 조부모댁으로 갔고 3년 전 결혼까지 했는데, 그때부터 생모와 여동생들이 시집노릇을 하며 제 집사람을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혼수 문제로 난리가 나 신혼여행 돌아오는 날부터 각서를 써야 했고, 아내를 너무나 구박해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하며 혼자 밤새 운 일도 있습니다. 게다가 생모는 하는 일 없이 카드를 계속 써 여동생과 매제까지 신불자가 된 상태고, 저 역시 몇 해 현금서비스 돌려막기로 그 빚 갚아주느라 돈 한 푼 모을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 전엔 거짓말까지 해 집사람 카드마저 가져다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정말 힘든 건 당장의 어려운 경제사정이 아니라 바로 이기적 친모로 말미암은 정신적 고통입니다. 이 고초를 묵묵히 견뎌 온 제 착한 아내에게도 너무나 미안할 뿐입니다. 어떻게 제 삶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민 가야 할까요?


생모, 사연, 있을 수 있다. 그녀 인생 역정, 만만찮게 기구했을 수 있다고. 그러니 그녀 삶에다 대고 섣불리 주석 달진 말자. ‘다시 홀로’ 된 후 재결합, 재결별 한 거, 거기까지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변이다. 문제는 생모라는 자격을 친자에게 사회경제적 무한결제 요구할 천부의 채권으로 여기는 대목, 바로 거기서부터 발생한다. 피치 못 할 의탁을 미안해하거나 최소한 남세스러워라도 해야 하는 게, 생모고 나발이고 떠나 한 인간으로 마땅한 염치다. 더구나 자기 살 길 찾아갔던 처지면, 친자에 대한 권리도 함께 두고 갔던 거다. 잘했다 못했다가 아니라, 이치가 그렇단 거다. 그런데 그런 친자의 법률혼 상대에게까지 일방적 권리행사라니. 그거 시집살이 아니다. 행패다.


물론 양육기간 불문하고 생모는 마땅한 감사 대상이다. 내 존재를 가능케 했으니까. 하지만 생모라는 이유만으로 친자 인생을 그녀 삶의 번제로 요구할 자격은, 결코 없는 법이다. 그러니 감당 가능한 액수 정해 정기적으로 원격 지원하되, 왕래는 끊으시라. 그거 패륜 아니다. 친자를 보험 취급하는 게 정말 패륜이지. 당신은 죄 없다.



2. 공부 못해 대학 못 간 저와 달리 명문대 3학년인 동생이 있습니다.부모님도 집안자랑으로 여기시고 저도 무척이나 대견해합니다. 그런 동생이 유학을 가겠다고 합니다. 문제는 집안 형편이 안 된다는 겁니다. 처음엔 안 된다 하시던 부모님이 동생이 매달리자 결국 동생 유학비 보조해 줄 수 있냐는 말을 제게 어렵게 꺼내시더군요. 전세 줄여 이사 가도 모자란다며. 전 그동안 직장생활하며 6년 동안 결혼비용을 저축했고 이제 석 달 후면 애인과 결혼하기로 날짜까지 잡혀 있었거든요. 곤란해하시는 부모님 면전에 차마 거절은 못하고 생각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이후 부모님은 제 눈치만 봅니다. 동생은 제 앞에선 아무 말 않지만 이미 친구들한테 알리고 준비하느라 신이 났구요. 하지만 오늘도 몇 번이고 통장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망설이는 제가 이기적인 건가요.


결혼날짜 정해 졌다면 알고 있었겠네, 동생도. 그 돈, 형 결혼자금이란 거. 근데 신나한다고. 이런 씨바. 돈, 주지 마. 자기 위해 형의 삶이 통째로 지체되는 걸, 당연할 걸로 치부하는 정도의 싸가지 위해, 당신 인생 유보할 필요, 뭐 있나. 그래봐야 겨우 공부 좀 잘한다는 게 남 밟고 서도 좋단 허가증이라도 되는 줄 안다.


도저히 마음이 불편해 안 되겠다. 그럼 부모 빼고, 동생하고 직접 담판해 보시라. 현지 가서 스스로 벌며 공부할 수 있겠냐. 그 해법, 찾아지면, 그때 가라. 가서 노력 하다 하다 도저히 안 되겠으면 그때 연락해라. 그 부족분만큼은 빌려 줄 수 있다. 그리고 그때 역시 부모님이 아니라 내게 직접 연락해라.


 

»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그렇게 성인남자 대 성인남자로 결론 보시라. 다 큰 새끼가 제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어서 어리광인가. 계속 징징거리면 죽통을 날려 버려라.


3. 생모도 동생도, 가족이 자신을 위한 사설 자선단체인 줄 안다. 자신의 몰염치와 이기심을 오히려 가족의 권리인 줄 안다. 인간관계에 이만한 착각도 없다. 이 도착적 가족윤리, 자본주의 출현, 사생활의 탄생과 더불어 발명된 ‘신성한 가족’이란, 근대의 가족신화로부터 도출된 거다. 이 신성한 가족주의의 허구에 대해선 담에 폭로키로 하고. 오늘 여기서 결론 내자.


존재를 질식하게 하는 그 어떤 윤리도 비윤리적이다. 관계에서 윤리는 잊어라. 지킬 건 인간에 대한 예의다.


김어준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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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1-04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에 대한 '예의'란 말이 사무친다.T_T

2008-01-04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4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4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4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1-05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인간이 된 사람은 이런 막된 요구를 절대 할 수 없지요.
슬픈 현실이군요. 내 삶을 저당잡히면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싶군요.

마노아 2008-01-05 02:05   좋아요 0 | URL
'가족'이라는 이름이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커다란 힘이 되어줄 때가 분명 있지만 도리어 굴레가 되어 버리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 사회에선 그게 특히 심하구요...
 

[한겨레] 새 음반 발매 전 음원을 전세계에 공개한 파격…공연문화가 빈곤한 한국으로선 그저 먼 나라 이야기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영국의 밴드 라디오헤드가 홈페이지를 통해 새 음반이 발매된다고 발표했다. 발매일은 10월10일. 라디오헤드 정도의 뮤지션이면 지금쯤 세계 어디에서나 예약 판매라든가 사전 프로모션이 벌어져야 한다. 그러나 세상은 잠잠하다. 적어도 음반 산업에 연관된 매체나 사이트는 그렇다. 이들의 새 음반 발매가 기존 레코드 산업의 상식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10월10일 발매되는 이들의 새 음반 〈In Rainbows〉는 ‘음반’이 아니다. 디지털 음원이다. 음반 발매 전 음원을 먼저 공개하는 건 국내에서도 흔한 일이다. 하지만 라디오헤드는 이런 수준도 뛰어넘는다. 음원을 공개하되, 사이트(www.inrainbows.com)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한 이들에게 10월10일 전세계 동시 다운로드를 실시한다. 가격은? 사용자 마음이다. 원하는 만큼 내고 새 음반의 음원을 받아가라는 것이다. 즉, 공짜로도 라디오헤드의 새 음반을 들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밥벌이는 음반이 아니라 공연으로

이 사이트에서는 또 하나의 사전 예약을 할 수 있다. 새 음반의 수록곡과 정식 음반에 담기지 않는 미수록곡, 그리고 이 음반의 LP와 각종 아트워크가 담긴 〈In Rainbows〉의 박스세트다. 이 박스세트 역시 사전 예약을 받아, 딱 그 수량만큼 오는 12월10일 일괄 발송한다고 한다. 다운로드 음원과 박스세트에 대해서는 어떤 프로모션도 없으며 스트리밍도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밴드 쪽은 못박고 있다. 그리고 내년 초에나 일반적인 형태의 CD가 발매된다고 한다. 이는 MP3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음악산업의 고민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라디오헤드의 문제 제기다. 음반을 내고 음원이 돌고 훗날 박스세트를 내는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다. 아무리 음반을 사달라 외쳐도 MP3를 비롯한 디지털 음원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걸.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 이후 음악 산업의 중요한 한 축이었던 악보 산업이 음반 산업에 밀려 쇠퇴했듯, 이제 음반 산업도 100년 전의 악보 산업과 비슷한 길을 가게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아무리 유료 음원의 매출액이 높아진다 한들 불법 다운로드의 규모를 따라갈 수는 없다. 음반사에서 매체를 위해 찍는 홍보용 음반에서 추출된 MP3는 음반 발매 전 이미 인터넷을 타고 전세계를 돌아다닌다. 이런 상황에서 라디오헤드는 자신들이 먼저 음원을 공개해버리며 ‘시장’을 무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음악 수용 방식의 급격한 변화 앞에서 거북이 걸음을 벗어나지 못하는 거대 음반사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라디오헤드는 음반사를 통하지 않고도 뮤지션과 팬이 직접 만날 수 있는 시대의 패러다임을 누구보다 먼저,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에 옮기려는 듯 보인다. 그리고 이런 시도는 천문학적 액수의 마케팅 비용을 들여도 만들어내기 힘든 이슈를 자연스럽게 형성했다. 그들의 홈페이지는 이미 하루 종일 접속 폭주 상태를 보이고 있다.

라디오헤드의 파격이 가능했던 데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 그들은 지난 음반 〈Hail To The Thief〉를 끝으로 오랜 소속사였던 EMI와 결별했다. 그 뒤 지금까지 어떤 음반사와도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다. 즉, 라디오헤드는 현재 기존의 ‘음반 산업’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몸인 것이다. 따라서 음반을 내기 전 음원을 공개한다 한들, 누구도 그들에게 태클을 걸 수 없다. 두 번째, 우선 프린스의 말을 인용해보자. “요즘은 음반 판매가 아닌 공연으로 돈을 버는 시대다. 그러니 음반은 공짜로 듣게 해도 된다. 대신 그들을 공연에 오게 하면 된다.” 영국 공연을 앞두고 한 일간지를 통해 새 음반 〈Planet Earth〉를 무료로 배포한 뒤 프린스가 했던 얘기다. 라디오헤드가 새 음원을 공짜로도 다운받을 수 있게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들에게는 음반 수익을 상회하는 공연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화하는 시대 앞에서 라디오헤드가 어떤 시도를 하건, 그들의 밥벌이에는 큰 타격을 주지 않는다. 음반이 있기 전에 이미 존재했던 공연 시장이 음반 산업의 사양길에도 불구하고 뮤지션들을 지켜주는 것이다.

무료 공연에 길들여진 한국 관객들

그래서 라디오헤드의 실험은 먼 나라 얘기다. 부재에 가까운 우리의 공연 시장 때문이다. 서울을 제외한다면 제대로 된 콘서트홀 하나 없고, 체육관 등의 시설에서 공연을 하기에는 음향이나 관람 환경 모두 열악하다. 게다가 각종 지방자치단체와 대학가에서 날이면 날마다 벌어지는 무료 공연에 길들여진 관객은 유료 공연을 찾지 않은 지 오래다. 그러니 적든 많든 음반 수입에만 의존하고 CF와 행사 하나라도 따내려 온갖 쇼 프로에서 신변잡기를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공연 인프라도, 시장도, 관람 문화도 갖지 못한 한국의 뮤지션들이 라디오헤드처럼 미래의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건 그래서 기대하기 어렵다. 디지털화할 수 있는 모든 것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연은 아날로그다. 공연이 살아야 미래의 음악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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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0-16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답

1. 레디오헤드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라면에 밥말아 먹으며 돈도 못받고 클럽을 뛰고 있을 것이다. 운 좋으면 신해철이나 서태지가 밀어줘 돈 받는 공연은 뛸 수 있을 것이다.
2. 멤버 교체를 밥먹듯 반복하다 에라 모르겠다, 탐 요크는 솔로로 데뷔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탐요크는 래퍼도 아니고, 댄스도 안되는 듯 하구나. 솔로 데뷔도 힘들겠다. 그냥 웃겨서라도 연예 프로그램에 나가거나, 별로 웃길거 같지도 않고, 아니면 드라마 '아일랜드' 같은 데 우울한 행인으로 탈렌트 데뷔해야할듯.

마노아 2007-10-16 22:59   좋아요 0 | URL
너무 리얼한 정답이에요. 가슴이 미어집니다. 크흑.....ㅠ.ㅠ

마늘빵 2007-10-16 23:16   좋아요 0 | URL
ㅋㅋㅋ 공연문화가 제대로 안잡히니 밴드들이 안오는 것도 이해가 가요.

마노아 2007-10-16 23:22   좋아요 0 | URL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죠. 음반도 공연시장도, 음악에 대한 인식도요.
경제 후진국보다 문화 후진국이 더 속상한 일이에요.ㅡ.ㅡ;;

2007-10-17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7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겨레  
 








 

» 고백하고, 집어치우고, 새출발하라!
 

고백하고, 집어치우고, 새출발하라!


Q
이성 친구가 있습니다. 학교 때부터 늘 붙어 다녔어요. 우리가 동성이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도 했구요. 집안, 연애, 꿈 등 시시콜콜 서로의 과거, 현재, 미래 계획까지 알고 싶고, 들려주고 싶어 하는 그런 사이죠. 이제 그 친구 결혼식이 한 달도 남지 않았어요. 신부 역시 제게 소중한 친구입니다. 그들 결혼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친구 이상으로 좋아하고 있단 생각이 들더군요. 주변에 물었더니 모두들 어이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걸 정말 몰랐냐더군요. 제 화젯거리는 늘 그 친구와 있었던 일뿐이었고, 연애할 때처럼 설레어하는 게 다 보였다고. 저는 지난 실연의 여파로 다른 연애를 긍정적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고, 또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겠다며 최선을 다해 살금살금 살아가려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이 혼란한 감정이 당황스러워서 미칠 지경입니다. 고백할 용기도 없고 그러지도 않을 겁니다. 그럼 우리 관계는 완전히 어그러질 테니까요. 친구가 저를 얼마나 의지하는지 알고, 또 친구 행복을 깨고 싶지도 않아요. 하지만 막상 그 친구를 보면 괴롭고, 그 앨 영영 잃는 건 더 두렵습니다. 절에 들어가야 할까요. 아님 친구 결혼 생활에 대한 상담 역할이나 하며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기다려야 할까요.


A
0. 음. 당신 건은 투스텝으로 진도 나가야겠다. 당신 우정의 진실, 그리고 고백. 왜냐. 보자.

1. 일본서 수입된 ‘야오이’란 게 있다. 여성 작자에 의한 여성 독자를 위한 소프트코어 남성 동성애물. 만들고 즐기는 이 모두 헤테로섹슈얼 여성이란 점에서, 동성애 문학과도 차별되는 이 깨는 장르가 일반 여성에게 먹히는 이유, 뭐냐. 거친 애정 공세 펼치는 섹시가이에게 내숭 떨다, 겁탈에 준하는 섹스에 결국 복속하는 자, 여기선 여자가 아니라 야리야리한 꽃미남, 남자다. 배역에 감정이입은 가능하되 나는 안전하다. 대리행위자가 나와 같은 여자, 아니니까. 연상 공포, 없다. 감정이입의 정서적 안전거리, 확보되는 게다. 그렇게 야오이는 젊은 여성들의 포르노그래픽 판타지로 기능한다.



1-1. 실연으로 내상 입은 자들의 자기보호 방책 중 하나가 바로 이 이성 관계로부터의 필사적 거리유지다. 당신이 실연 후 다른 연애, 생각도 않고 살금살금 살았다는 거, 그게 그 짓이다. 그 남자와의 관계에, 추호도 의심의 여지 없는 우정,이란 제목 쾅쾅 박아 넣은 거, 역시 같은 짓이고. 우리가 동성이었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 … 이성 간 우정, 동성 우정엔 결여된, 성적 긴장 으레 존재하기 마련이다. 동성이 더 좋았을 거란 사발은, 그래서 치게 된 멘트. 혹여 느껴 버릴까봐. 느끼면 간격 무너지니까. 지금 안전 상태가 기뻐, 그걸 견고히 하고픈 무의식이, 그런 오버로, 스스로에게 확인사살 하는 거지.


1-2. 그렇게 구축된 우정, 일종의 ‘관계’ 판타지다. 안전거리 확보한 채 거절 공포 없이 누리는 유사 애정행각. 다들 눈치 챘는데 왜 본인만 몰랐나. 관계는 제목을 따른다. 우정이라 제목 달면 또 우정인 양, 제목 부합되게, 관계 작동한다. 그 제목만으론 더 이상 스스로에게 사기 치는 게 도저히 불가능한 지점에 덜컥, 도달할 때까진. 바로 지금 당신처럼.


2. 자, 그럼 고백 파트. 하면. 그 남자, 처음엔 주뼛주뼛할 게다. 허나 곧 으쓱해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심리적 절대 우위에 선 그에게 관계의 일방적 주도권, 넘어간다. 더구나 그 남자 결혼한다. 잃을 게 없다. 아내 외에 덤, 얻는 거지. 당신은. 풀린다고 풀려야 그 아내 몰래 가끔 섹스, 정도, 하겠지. 십중팔구. 그 주위 맴도는 관계위성 된다. 진상이지 뭐.


2-1. 당신이 ‘관계회피’증후군 피해자 아니었다면, 입 다물고 그 부부 깨지길 정한수 떠놓고 빌며 때를 기다리라 했을 게다. 물론 당신은 따로 연애하면서. 그런데. 당신은, 고백 하는 게, 낫겠다. 왜냐.


2-2. 당신이 고백하지 않겠단 이유가 그가 당신 많이 의지하고 또 그 행복 위해서란다. 소설 쓴다. 당신이 그 자 엄만가. 제 앞가림도 못해 비구니 되겠단 주제에, 시방 누굴 걱정해주나. 지금 당신이 챙겨야 할 건 제 짝 찾아 결혼까지 할 그 자가 아니라 당신이야. 당신, 그의 행복을 위해 이 땅에 온 존재 아니라고.




 

» 고백하고, 집어치우고, 새출발하라!
 
3. 사랑했다, 통보하고, 떠나시라. 물론, 결혼한다니, 아까워서, 감정 폭주 하는 걸 수 있다. 또한, 말이란 게 자기실현성이 있어, ‘사랑’, 뱉어놓으면 실제론 그렇지만도 않았건만 그리로만 드라이브하는 힘, 있다. 그리하여 당신을 그 관계에 더 얽어맬 리스크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지금 당신에게 절대 필요한 건, 처절한, 자기고백이다. 자기기만적 유사연애였다고 인정하시라. 그렇게, 친구 아니라, 연인으로, 이별해야 한다. 그렇게, 일단락, 지어야 한다. 그리고 엉엉 슬퍼하시라. 그 다음, 진짜, 시작하시라. 쉽지 않을 게다. 하지만 당신은 당신 행복 위에 이 땅에 온 거다. 자기 인생 갖고 소설 쓰는 거 아니다.


PS - 나이 들어 가장 비참할 땐 결정이 잘못됐었다는 걸 알았을 때가 아니라 그때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했단 걸 깨달았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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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0-05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ps가 너무 맘에 들어서 퍼옴.

느티나무 2007-10-05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주에 한 번씩 올라오는 이 기사를 꼭 챙겨봅니다.(다른 한 주가 박해미씨가 하죠?) 재미있던데...

마노아 2007-10-05 22:11   좋아요 0 | URL
아핫, 두분이 같은 코너를 하는거군요. 보면서도 몰랐어요.;;;;
두 사람 다 참 재밌더라구요. 김어준씨의 말발은^^;;ㅎㅎㅎ

비로그인 2007-10-05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해결을 해주는군요.

마노아 2007-10-05 22:53   좋아요 0 | URL
시원시원해요^^

바람돌이 2007-10-05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글. 결론이 진짜 맘에 드는군요. ㅎㅎ

마노아 2007-10-05 22:54   좋아요 0 | URL
가끔 사회통념을 너무 앞서나가서 당황시킬 때가 있지만 대체로 고개 끄덕여지게 하더라구요^^
 

제주 화산섬 용암동굴 세계자연유산 등재
 
노컷뉴스 | 기사입력 2007-06-27 15:29 | 최종수정 2007-06-27 15:45 기사원문보기

 




국내 자연유산 최초 등재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마침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국내 자연유산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7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1차 총회에서 우리나라가 신청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다.
가슴을 졸이며 최종 확정을 위해 총회 현장에서 막바지 홍보활동을 해온 제주 대표단은 발표가 있자 환호와 함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등재된 세계자연유산인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등 3곳이다.
거문오름은 제주시 선흘2리에 있는 물찻오름이며, 용암동굴계는 벵뒤굴과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 5곳이다.


면적은 제주도 전체면적의 10.1%인 187.2㎢와 공유수면 1.2㎢ 등 모두 188.4㎢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자문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이미 지난 5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할 것을 권고(Recommended for Inscription)한 바 있다.
특히 용천동굴과 당처물 동굴 등 용암동굴은 규모나 보존면에서 세계에서 유일하다는 평가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은 전세계 수많은 자연유산 가운데 162건 만 등재되는 등 등재 신청과 평가가 까다롭기로 유명한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적인 자연으로 인정받음에 따라 제주도와 한라산, 그리고 용암동굴이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세계인이 보존하는 자연으로 자리잡게 됐다.



제주CBS 김대휘 기자 jejupop@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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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6-27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카추카! 깨끗하게 맑게 자연스럽게 보존하자(>_<)

무스탕 2007-06-27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천굴 같은 곳은 하루 입장 인원을 제한해서라도 오래오래 보존됐으면 좋겠어요.
사진으로만 봐도 정말 멋있네요!

마노아 2007-06-27 18:49   좋아요 0 | URL
전 가보지 못해서 얼마만큼 멋진 지 모르겠는데, 사진으로만 보아도 가슴이 떨려요. 진짜 깨끗하게 잘 보존되었음 좋겠어요.
 

[머니투데이 김익태기자]#사례1 1986년 1월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폭발했다. 외벽 이음새 설계를 미터가 아닌 인치로 설계해 틈새가 벌어졌고, 이 틈새로 흘러나온 액체수소 연료에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사례 2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제한속도가 마일로 표시된 미국 도로를 달리던 운전자들이 킬로미터를 쓰는 캐나다 도로에 들어서면서 무심코 과속을 하다 사고를 낸다.

혼용된 단위를 사용하면서 발생한 외국의 대표적 사고들이다.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2001년 6월 국내 항공사 화물기가 중국 공황에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의 고도단위는 미터인데 부조종사가 피트로 순간적으로 착각해 무리하게 하강을 시도해 생긴 일이다.

◆7월부터 '평·돈·근' 못쓴다 =정부가 지난해 예고했던 대로 오는 7월부터 비(非)법정계량단위 사용을 단속하기로 했다. 소비자 보호 및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더 이상 미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이상인 300조원의 거래가 계량에 의해 일어난다. 만일 1%의 계량오차만 있어도 연간 약 3조원의 부정확한 거래가 일어나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비법정단위는 품목과 지역에 따라 기준이 달라 소비자 혼란도 초래한다.

예컨대 똑같은 한 평이라도 토지는 3.3㎡이지만 유리는 0.09㎡다. 1근은 관습에 따라 야채는 200g, 과일은 400g, 고추·고기는 600g으로 제각기 다르다. 1마지기 역시 경기 지역은 495㎡, 충청 지역 660㎡, 강원 지역 990㎡로 다 다르다.

아직도 수많은 식당에서 'g' 대신 부정확한 '0인분'으로 고기를 팔고 있다. 금반지 반돈(1.875g)을 계량한 저울은 적어도 소숫점 4째 자리까지 표기돼야 하는데 전국 금은방 15%가 이런 저울을 갖고 있지 않다. 나머지 금액이나 금에 대한 손해 부분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아야 한다. 연간 금제품 판매액이 2조4000억원임을 감안하면 32억원의 손실금액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도량형 표준 작업에 착수함에 따라 7월부터는 토지·아파트·건물 등의 넓이는 '평' 대신 반드시 제곱미터(㎡)를, 금·은 등 귀금속과 육류·곡물·과일 등의 무게는 '근' 대신 그램(g)이나 킬로그램(kg)을 써야 한다. 법정 계량단위를 쓰지 않는 업소나 기업에는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평·돈·근과의 마지막 전쟁=정부가 생활에 익숙한 계량 단위를 바꾸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1961년에 '계량에 관한 벌률'을 제정해 국제계량단위인 미터법을 법정계량단위로 채택했다. 일제시대에 들어왔던 관·근·돈·평·리 등의 척관단위 사용이 금지됐다. 단 등기부등본이 토지·건물을 평으로 기재하고 있어 '평'은 제외됐다.

1983년에는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이 ㎡ 단위로 모두 정비돼 평 단위 사용도 금지됐다. 위반시 처벌조항이 있었지만, 실제로 처벌받은 사례는 한건도 없었다. 2000∼2001년에도 미터법에 의한 법정 계량단위 사용을 강제하는 방안을 재추진했지만 실패했다. 건축업자와 금은방 주인들이 반발이 심했다. 지도·단속 주체인 지방자치단체 역시 소극적이었고, 언론 역시 혼란의 이유를 들어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계량오차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다. 당장은 불편해도 언젠가는 한번 치뤄야 할 홍역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이 미터법 단일표기를 추진, 국제적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도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계랑단위 어떻게 바뀌나=법정 계량 단위는 길이·넓이·부피·무게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넓이의 경우 '평'이나 '마지기' 등을 사용하면 안된다. 건설업체들은 신규주택분양 광고시 '30평 아파트' '30평형 아파트' 등의 광고 대신 100㎡(10m×10m)로 표기해야 한다. '100㎡(30평 아파트)' 등의 병행 표기도 금지된다. '30형'도 소비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는 유사 단위로 사용이 금지된다.

무게의 경우 '돈'을 쓰면 안된다. 금은방에서는 '3.75g'으로 판매해야 한다. 품질보증서에 '3.75g(한 돈, 혹은 1돈)' 등의 병행 표기도 금지된다. 정육점이나 음식점에서 '한 근에 얼마' 대신 '100g에 얼마' 등으로 바꿔야 한다. '몇 인분' 등의 방식으로는 판매할 수는 있다. 단 '1인분은 100g' 혹은 '1인분은 200g' 등으로 무게를 분명히 표기해야 한다.

산업자원부는 일단 비법정 계량단위 가운데 가장 사용 빈도가 높고 '평'과 '돈'에 단속을 집중키로 했다. 대상을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과거 경험상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또 부동산중개업소와 금은방 등 생계형 영세상인들의 경우 단속하지 않고 계도하고, 대기업 및 공기업을 우선 단속하기로 했다.

아울러 병행 표기는 금지하되 광고물 아래에 ㎡를 평으로 환산한 주(註)를 다는 것은 허용키로 했다. 예컨대 '평'의 병행 표기는 금지되지만 건설업체가 광고 전단지에 단위 환산표를 넣거나 '100㎡는 과거 30평에 해당합니다'는 문구를 넣는 것은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골프나 볼링 등에서 쓰이는 야드,파운드 등의 비법정 계량 단위는 국제적 관례임을 감안해 당분간 병행 표기를 허용한다는 의미다.

산자부와 지자체와 함께 건설업체가 광고나 홍보 전단지 등에 '평'을 쓰는지 여부를 집중 점검한다. 실수나 부주의에 의한 사용을 감안, 1차 적발시에는 주의 조치,2차 적발 때는 경고, 3차 적발 때는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과태료는 건당 50만원 한도다.

김익태기자 epp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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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2007-06-22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뭐 평돈근도 어렵지만...바뀐 버전도 더 어려워요 -ㅁ-;
병행표기도 금지해버리다니; 그러 대체 어떻게 파악하라는 건지 -_ㅠ

마노아 2007-06-22 21:18   좋아요 0 | URL
무지 혼란이 올 것 같은데, 그래도 필요한 작업 같아요. 서울시내 버스 개편 작업할 때 엄청난 쓰나미가 몰려왔지만 시간 지나니 익숙해지던걸요. 그 과정이 필요하겠죠^^;;;

비로그인 2007-06-22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

마노아 2007-06-22 22:43   좋아요 0 | URL
호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