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지지난주 여러번 집회나갔는데 첨에는 별 생각없었어.
집회장까지 버스로 30분, 지하철로 10 여분인데 거리도 넘 가깝고 하니
첨에는 그냥 쉬엄쉬엄 나갔지. 머릿수나 채워보자.
근데 이건 뭐... 가보니
투표권도 없고, 이명박 뽑은 책임도 없는 고등학생들이 전단지 돌리고, 촛불나눠주고, 시위인원은 교복물결이고...
진짜 앞뒤가 모두 청소년들로 채워져있더라고. 여기저기서 기자들이 나와 인터뷰하는데 애들이 기자들한테
'소속이 어디세요?....'조선일보 기자면 인터뷰 안할래요.'... 부터해서 '어차피 이 시간에 열심히 공부해봤자
광우병 걸려 죽을텐데 공부가 무슨 소용이냐....부터 시작해서
우리부모님이 이명박 뽑았기에 내가 우리 부모님대신 사죄하러 나왔다...
우리 부모님이 못 지켜주는데 나라도 내 목숨 지킬려면 싸워야하지 않겠냐고...대답하는데
그 자리에서 진짜 미안하다. 어리석은 어른들때문에 니네가 무슨 고생이니... 눈물이 핑 돌더라고.
내가 뽑은 대통령도 아니고, 내가 뽑은 당은 아니지만
내가 투표권가진자로 이 사회가 이렇게 된데는 어른으로서의 정치적 연대책임도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어 계속 나갈수밖에 없더라고.
사실 그 시간에 안나가고 공부한다고 도서관 앉아있어봤짜 좌불안석... 공부도 안되고 맘도 불편해서
차라리 나가는게 맘이라도 편하겠다 싶어서 계속 나가게 된거야.
시험때문에 못 나간다는 말은 나가보니 참 핑계에 불과하단 생각이 들더라고.
몸이 배배꼬여 걷지도 못하는 장애인들도 나와, 고시생들, 90살 먹은 할머니 할아버지, 심지어 외국에서 비행기타고 온 사람들도 있고, 애 엄마는 젖먹이 데리고 혼자 나와. 나는 어디 명암도 못 디밀겠더라고.
시위 하루이틀 지났는데 이건 매번 촛불들어봤자 기대한 성과도 없이 정부는 까딱도 안하고,
이렇게는 안되겠다는 여론이 시위자들 사이에 있었어.
그리고 첨엔 안 그랬는데 경찰들이 점점 자극적인 행동을 했어.
사복경찰인지 알바인지 돌아다니면서 사람들한테 시비걸질 않나,
사람들 검문하질 않나, 교복입은 애들 끌어내질 않나... 하여간 점점 치사해지는 경찰들 행동에 좀 분노도 일기 시작하고...
강경하게 해야하지 않냐? 왜 우리가 민주주의국가인데 시위도 우리 맘대로 못하냐?
국민의 권리는 법위에 있다...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왜 우리가 누리지 못하냐?등등
대답없는 촛불시위에 점점 지쳐가고, 뭔가 더 강경하게 해야한다는 여론이 일었지.
그런데 토요일은 진짜 안나갈라고 했어. 학교후배들이랑 오랜만에 약속이 있어서 술을 마시고 있었어.
근데 집에 들어와서 인터넷을 킨게 화근.
게시판이 난리가 난거야. 사람들이 광화문을 점령했다고!!!
근데 경찰이 사람들 해산하려고 살수차를 동원해서 협박하고 있다고...
인터넷으로 중계된 시위현장에서 사람들은 경찰협박에도 불구하고 흩어지지 않고 애국가와 아리랑을 불러대고, 탄핵을 외치고
오히려 경찰들에게 '경찰들도 함께해요' 구호외치고...
근데 인터넷중계가 자꾸 끊기더라.
끊겨서 못 본때에 살수를 했다는 말이 들리고, 바닥에 물이 흥건하고 사람들이 물대포에 맞아 옷이 젖었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모르게 난 짐을 챙기고 있었어. 담요, 잠바, 운동화, 물...
그런데 경찰들이 앞뒤로 막아 사람들이 들어갈수도 나갈수도 없게되었다고 그러는데도 답답한 방송보며 안절부절 못하느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거야.
부랴부랴 택시 잡아탔어.
내가 간 사이 경찰들이 철수를 했어. 닭장차는 그대로인데 사람들이 거리에 계속 앉아 자유발언을 돌아가면서 하고 있었어.
진중권씨도 보였고... 왜소한 체구인데 사람이 범접하기 힘든 아오라가 있더라고. 핏대세우면서 인터뷰중.
어차피 버스도, 지하철도 끊겼다. 아침에는 곳곳에서 시민들이 올라와 지원을 해준다고 하니 우리 그들이 올때까지
광화문자리를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는 소리에 함성으로 답하는 사람들에 가슴이 뜨거워졌어.
각 방송사와 언론도 앞에 있었고...
사람들하고 얘길 해보니 오히려 살수는 안했는데 자기네들은 오히려 살수하길 바랬다는거야.
오히려 살수를 계기로 사람들 여론이 들끓는다면 자기네들이 희생양이 되도 괜찮다고 다들 그런 맘이어서
살수해라! 구호도 외쳤다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편의점에서 김밥이랑 물을 사다 나르고, 자유발언은 계속 되고,
경찰이 물러가니까 분위기도 훈훈해져서 자유발언하는 사람중엔 우리 쉬어가는 의미로 노래하나 부르자고
나는 이제 지쳤어요 땡벌땡벌하면서 대중가요를 합창하기도 했고... 그냥 소풍와서 노는 분위기였어.
살수차도 없고, 경찰도 없고, 여론도 더이상 찍을게 없는지 카메라도 철수하고... 언론사기자들도 다 가버렸어.
그냥 시민들만 남은거야.
우린 그런 평화가 계속 될줄 알았어.
근데 조금있다가 청계천이고 광화문이고 cctv를 갑자기 꺼버렸다는거야. 왜?하는 불안감...
그러더니 갑자기 땅을 쿵쿵쿵 방패로 찍으면 줄을 쫙 맞쳐서 우리 대열 앞으로 뛰쳐나오는 경찰이 보였어.
전투경찰인것 같았어. 진짜 어디에 대기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엄청난 수가 거리로 나왔어.
사람들 갑자기 자리에서 다 일어났어. 친구들 무릎베고 자고 있던 애들도 다 깼어.
나는 좀 뒤쪽에 있었는데 그 순간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엄청나게 겁이 났어.
경찰들..개새끼야, 개새끼야, 개새끼야... 같은 구호외치면서 큰 목소리로 쩌렁쩌렁 울려대는데 사기가 장난이 아니었어.
시위부대는 한 2~3백밖에 안됐는데 경찰은 한 5배는 되는것 같았어.
나 순간 도망이나 갈수있나 뒤를 봤는데 뒤에도 같은 수의 경찰이 벌써 정렬을 쫙했어.
순간 갇힌거야.
광화문 거리를 지키기로 했는데... 시민들이 나온다고 했는데...
자유발언은 끊기고 마이크도 끊기고
그 와중에 다급한 목소리로 어떤 여성분이 나와 외치는거야.
여러분 절대 어떤 순간에도 긴장하지 마세요. 법은 우리편입니다.
우리 경찰에 연행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헌법에서 보장된 자유를 행사하고 있는중이니 우린 범법자가 아닙니다.
경찰에 연행되어 가더라도 겁먹지 마시고 원치않는 발언에는 묵비권을 행사하세요. 여성분들은 몸수색을 당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함부로 수색을 당하거나 치욕스러운 상황이 온다면 수색을 거부할수 있고 거부한 경우 몸수색은 계속 하는게 불법입니다.
등등 하는데 진짜 상황이 한순간에 이럴줄이야.
겁을 먹은 다수가 인도로 뛰어갔어. (인도는 사람들을 위한 길이라 불법이 아니라면서. 인도가 최후의 보루였거든.)
난 뭔지도 모르고 같이 뛰었는데 인도와 차도 사이에 펜스를 막 넘으려는 순간 뒤를 돌아봤어.
그러다가 중간에 살수차를 딱 막아선 애기엄마를 봤어.
순간 펜스를 넘으려던 내 행동은 딱 정지되고, 나갈수가 없더라. 나도 애기엄마옆에 섰어.
여러사람들이 정신가다듬고 다시 길로 나왔어.
아주머니, 다칠수도 있어요. 애기 생각해서 뒤로 가세요.
그 아줌마 눈빛 꿈쩍도 안했어. 진짜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어.
내가라도 이렇게 애기랑 막아서야 이 사람들이 함부로 살수를 못할거다.
근데 실상은 그럼에도 경찰들이 살수를 할 기세였거든. 엄청 무서웠어. 살수차 앞에 서있다는 자체가.
행여라도 뿌리면... 행여라도 뿌리면... 아, 진짜 도망갈수도 없고, 막을수도 없고 간이 콩알만해지는....
제발 뿌리지 마라, 뿌리지 마라 눈을 감고 하느님, 부처님 다 찾았어.
맞으면 사람이 날아가고 갈비뼈가 다 나갈정도의 위력이랬어.
다행히 여러명이 그 아줌마랑 같이 차량을 막아섰어.
경찰들 쿵쿵대고, 살수차는 눈앞에서 언제라도 물을 뿜을 기세로 물거품을 착! 착! 소리내며 뿜어댔어. 다리미가 스팀뿜듯이...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리고 별별 생각 다 들더라고...
그 애기엄마는 돗자리, 기저귀가방, 소지품가방, 가방을 세개나 들고 지쳐서 잠이 든 애기까지 안고 있었어.
짐을 들어준다고 해도 거부했어. 진짜 그 아주머니 또랑또랑한 목소리와 다부진 얼굴까지 잊을수가 없어.
다른 사람들이 와서 그 아줌마 끌어내려고 해도 안됐어.
그 와중에 사람들 광화문은 내줄수 없다면서 경찰들을 바로 삼십센티도 안되게 앞에 두고 앉아 구호를 외쳤어.
그림으로 얘기하자면
----------------------------------
닭장차-살수차----------------------경찰들
----------------------------------시위대
(경찰들 막아내느라 전방으로 몰려나간 시위대때문에 중간은 비어버림.)
--------------------------------시위대(시위대는 고작 한겹~세겹)
닭장차----------------------닭장차
---------------------------------(경찰은 이미 대여섯겹.)
잠시 후퇴했던 경찰들, 후퇴했던 살수차... 이거는 트릭이었어.
언론사와 기자들이 떠나도록 수를 쓴거였어.
언론사와 기자들 떠나고 사람들이 떠나고..조용해질때를 기다렸던거지.
잠시 시간을 벌었던거지.... 우린 계략에 걸려들었고.
전경들의 눈빛을 봤어. 섬뜩하더라. 살기가 충만했어. 얘네들 무슨 약먹고 나온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눈빛이ㄷㄷㄷ
시위대가 꿈쩍 안하니깐 방패로 사람들을 내리 찍었어. 아우성이 들리고 여자들, 아줌마들, 애기들... 사람을 안 가렸어.
나는 살수차앞에 있어서 괜찮았는데 시위대와 마주한 사람들이 다치고 잡혀갔어.
여기저기서 '제발 애들은 때리지 마세요!!'라면서 우는 비명소리가 들렸어.
사람들 몇명이 이탈해서 광화문 사거리로 나가 지나가는 시민들을 붙잡고 호소했어. 도와달라고...
경찰들이 뛰어가 그들을 잡아갔어. 사람들 제 갈길 가기에 바쁘고 구경만...
결국 무력으로 사람들을 중앙으로 몰아댔어. 몸싸움하기엔 턱없이 힘이 모자랐어.
사람들이 밀려서 내동댕이 쳐지고... 처참하더라.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그것도 서울바닥에서 일어난다는게
기가 막혔어. 진짜 그때부터 믿을수 없을정도였어. 난 진짜 기가막힘을 넘어 영혼이 빠져나가고 껍데기만
남은몸으로 서있는것같은 기분이 드는거야.
이게 내 몸만 이승에 있고, 영혼은 저승에 있는 게 아닐까? 그 정도로 믿을수 없는 상황이었어.
차라리 그랬다면 바랬지만 하지만 현실은 참혹하더라.
전경들이 우측날개에도 깔렸어.
'ㄷ'자로 깔려서 우릴 구석으로 밀어냈어. 우린 ㄷ자의 안쪽에서 전경들이랑 몸싸움하면서 투쟁했고...
'평화시위 보장하라!, 폭력경찰 추방하라!... 독재타도!! 그러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그 와중에도 구호는 끊이지 않았어.
독재타도라고 외칠수밖에 없는 상황이 기가 막히대. 독재타도라니...
경찰들 사이사이에 긴 막대기끝에 달린 디카가 올려져있었어.
막아선 사람들 얼굴을 마구잡이로 찍어댔어. 사진을 채취해서 신원조회를 한다고 했어. 다 잡아가겠다고 협박했어.
경찰들 몸싸움밖에 있던 사람들은 똑같이 핸드폰, 디카, 핸디캠 다 꺼내서 경찰들 얼굴을 디카로 마구 찍었어.
우리도 인터넷에 올린다고 소리쳤어. 일촉즉발의 험악한 분위기였어.
몇몇은 울부짖으면서 '이명박 개새끼때문에 이게 무슨 상황이냐... 경찰이 시민을 보호해야지, 왜 이명박을 보호하냐.
정권의 지팡이, 민중의 몽둥이냐!' 땀으로 몸은 범벅이 되고...
몸싸움중...열받은 전경의 방패가 사람을 찍으면 사람들 그쪽으로 막 몰려가서 막 항의하고,
디카, 핸드폰 막 꺼내 '저새끼가 그랬어!'라면서 카메라 들이대고,그러면서 빈공간은 다시 전경이 잠식하고...
하여튼 그런 상황이 두어시간 계속 된거 같아.
경찰들 가까이 있는 사람은 몸싸움하고, 나도 그틈에 끼어있었고,
그 밖에 있는 사람한테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이 상황을 알려달라고 소리쳤어.
방패에 찍히고, 경찰들이 주먹으로 때리고, 머리채 잡히고...
여자들이 울면서 넘어졌어. 여기 사람이 넘어졌어요!! 하는 외침이 들리면 밖에 있던 사람들이
나와서 몇몇은 그 여자분을 끌어내고 몇몇은 대신 대열이 끼어들어가면서 몸싸움이 계속 됐어.
다친 사람들은 밖으로 밀려가면서 분함에 못이겨 막 울부짖고...
그런 상황에 두어시간 되고, 날이 점점 밝아왔어.
광화문 교보문고 앞 도로에 있었는데 결국엔 밀려서 맞은편 도로끝으로 내몰렸어.
끄트머리라도 지켜야 한다고 계속 몸싸움했어.
시위대가 밀려서 비워진 도로는 닭장차들이 나와 겹겹이 주차했어. 사람들이 더이상 점거하지 못하도록.
우리가 힘이 많이 딸렸어.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많았어. 자꾸 사람들이 다쳐서 나가고, 위협에 못이겨 빠져나간 사람들도 있었는지... 시위대가 한두겹 밖에 안 남았어.
나는 경찰과 바로 대치되었어. 경찰들이 뒤에서 욕하는 소리가 들렸어.
걸레같은 년들, 썅년들, 저 씨발 좆같은 년들땜에 우리가 잠도 못자고 무슨 개고생이야...
이 상황에 비하면 그 정도 욕은 기냥 간지럽고 귀찮을뿐. 화도 안나고 아무 생각도 없더라.
오히려 똑같이 욕하는 여자들한테 흥분하지 말라고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라고 소리쳤어.
오기로 했다는 다음 아고라측 사람들은 계속 기다려도 오지 않았어. 외롭고 힘들단 생각이 들더라.
언제 오냐고... 오긴 오는거냐고... 언론도 없고, 기자도 없고... 알릴데도 없고, 이런 일 터지면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데
바로 뒤에 깔린게 경찰인데 이 사람들은 우리의 적일뿐이다.
광주만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마음을 위로했다.
닭장차대신 탱크가, 경찰들 방패대신 총칼이 들려 사람들을 위협하고 죽이던 광주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럼에도 사람들은 싸우고, 탱크와 총칼에도 맞섰다. 거기에 비하면 나는 뭐가 무섭냐?
용기가 불끈불끈 나더라. 오히려 잡아갈테면 잡아가봐란 심정이더라.
첨에 전경들 깔릴때는 공포에 쩔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것들 하나도 안 무섭더라.
사람들도 모두 경찰들을 무서워하지 않더라. 시민들이 감동이었다.
그리고 여자들과 아줌마들이 대단했다. 남자들도 여자들한테 감동받았다고 했다.
힘이 없었다. 오기로 버티고 있었는데 여자들이 팔짱을 끼고 경찰들 다섯겹을 어떻게 몸으로 막겠니?
자꾸 밀렸다. 눈물이 막 났다. 제발 도와달라고 인터넷에 올려달라고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소리쳤다.
옛날에는 지나가는 시민들이 같이 합류해서 힘이 됐다는데... 우리가 우리를 위해 싸우는데도
왜그리 냉랭한지... 경찰의 위협에도 안 나던 눈물이 나더라.
아침이 훤해졌다. 자꾸 밀린채로 인도가까이로 왔다. 광화문을 못 지켰다. 지금 있는 곳이라도 지켜야 한다.
버티는데 다행히 누군가가 광화문에서 아저씨들을 끌어왔다.
아저씨들이 도로에 와서 몸으로 막아섰다. 여자들은 인도로 올라가라고... 나는 경찰이랑 새로온 아저씨틈에 몸이 끼여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저기 여자분이 있다면서 나에게로 와서
손을 내밀고, 아저씨 옆구리로 나를 빼내줬어.
다리에 힘이 풀려서 인도에 주저앉아 다음카페에 글을 썼어.
제발 도와달라고... 여자분들이 울면서 몸으로 막고 있는데 더이상 지킬수가 없다고...
몇명이 전화오고 진짜로 나와줬어. 근데 그 시간동안 거리는 결국 거의다 뺏겼어.
남자들이 몸싸움에 합류하고, 뒤에선 자유발언과 구호가 계속 되고...
그런데 몸으로 막는 와중에 다시 폭력사태가 있었어. 몸싸움하던 남자한명이 흥분하며 앞으로 나와 자유발언인의 마이크를 뺏었어.
자기가 믿을수가 없는데 자기 옆에 있던 남학생이 전경들한테 목을 채가서 잡혀갔다고...
눈으로 봐도 사실인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전경들이 남학생을 채가서 발로 때리고 주먹으로 패는걸 봤다고...
어떡하냐고! 그랬어.
아침이라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시민연대에서 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경찰한테가서 협상을 했어.
내요은 뭔지 모르지만 남학생이 돌아왔어. 옷이 완전 걸레가 되어서 애가 겁이 팍 들어서 몸을 떨면서 막 울었어.
여자들이 같이 울면서 위로하고 물었더니 전경들이 버스로 데리고가서 때리고 겁주고, 욕이란 욕은 다 하면서
니가 이 일을 가서 사람들한테 말하면 죽여버린다고 그랬데.
얼마나 겁이 먹었는지 애가 몸을 달달달 떨면서 그리고 있었어. 애가 고등학생인데...
사람들이 자유발언으로 가서 그 사실을 알리라고 했는데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어. 협박때문에...
그 상황에 계속 있다보니 별 기가막힌 일도 이젠 더이상 기가 막히지 않고 담담하더라.
하여간 그런 상황이 계속 되고 사람들이 연행되고, 도로는 다 뺏기고... 청계천 소라기둥으로 자리를 옮겼어.
광화문을 지켜야 한다, 소리기둥으로 가자... 의견이 분분했는데 결국엔 광화문을 등지고 나왔어.
시위에 첨부터 있던 사람들은 광화문을 우리가 어떻게 접수했는데 가냐면서 분개했어.
진짜 광화문점령하는데 1분도 안 걸렸데.
앞에서 차가 달려오는데도 사람들이 '와'하는 함성을 쏟으면서 거리로 막 뛰쳐나가자 순식간에 그 많은 인원이 광화문 거리를 다 채웠데.
경찰도 어떻게 할수없는 상황. 차도 뒤로 빠질수 밖에 없는 상황.
그걸 보면서 짜릿함을 느꼈다고... 그런데 민노당, 무슨무슨 연대사람들이 그렇게 많던 시위대를 싹 빼내갔데.
민노당이랑 연대에서 온 사람들이 시민들만 빼내지 않았다면 광화문을 그렇게 쉽게 내주지 않았을거라고...
심재철을 예로 들면서 막 열변을 토했어. 자기는 권영길을 찍었는데 이제는 민노당 깃발만 봐도 이가 갈린다고...
무슨 무슨 단체라고 하는 것들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심했어.
국민대책위, 무슨 위원회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건데 자기네들이 불러 왔다고 자기네들 단체 광고하기 바쁘다고...
결국 이 단체들도 정치적으로 수를 쓰는데 시민들을 이용하는거 아니냐고...
간밤에 남았던 사람들은 시민단체에 대한 배신감도 지우지를 못했어.
시민단체들도 결국엔 다 빠져나가고 결국 앞서서 싸우는건 자발적으로 나온 개개의 시민들이라고.
시민단체는 오히려 더 큰일을 부추기며 시민들이 연행되어 가도 가만히 지켜보다가 결국 기자회견은 자기네들 이름으로 열어서
자기네들이 끝까지 함께 하면서 지키려했다고 광고한다고...
암튼 소라기둥에 가 앉았는데 밤을 쭉 지새서 피곤하더라.
근데 잡혀간 사람들 소식이 없고 돌아오지를 앉아 집에 갈수가 없었어.
아고라에서 온다고 하던 사람들은 오지를 않아.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히려 개인적으로 온 사람들이 초라하나마 자리를 메워졌어.
광화문에서 힘들게 밤을 지샌 사람들, 좀 쉬라고 와서 바톤터치를 좀 해주길 바랬는데
우리가 떠나면 남아있는 사람이 없다고 서로들 힘들어도 버티자고 소라광장에 계속 남아있었어.
아침엔 시간이 왜그리 안가던지... 자유발언 듣는것도 한두시간이지 어제밤부터 똑같은 얘기 계속 듣자니 지켜웠어.
어깨, 허리 온몸이 다 쑤시고, 저리고... 내가 도서관에 앉아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벌써 박사됐을거다.
진짜 아고라 사람들 결국엔 안왔어. 아침 7,8,9시... 12시가 넘어도 안왔어.
화가 났어.
무슨 무슨 단체라며 사람들이 계속 나와서 김밥이랑 음료수를 나눠주고 갔어. 김밥이 넘쳐났어.
온갖 음료수도 넘쳐나고... 김밥은 안 넘어가더라. 물만 마셔댔는데 그나마 화장실가기도 귀찮아서 일절 끊었어.
아고라에서 좋은소식이 왔데. 사람들이 온줄 알았어.
근데 사람이 온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김밥을 사서 보냈다는거야.
썅... 욕이 나왔어. 김밥은 무슨 김밥!! 그런거 도움 하나도 안돼!! 사람이 와야지, 사람이!!
다들 친구, 가족들에게 지원요청하기 바빴어. 나도 그래서 너한테 문자보낸거고...
초라한 인원수. 경찰은 인제 얘네들 막아봐야 소용도 없다고 느꼈는지 다 뒤로 철수했어.
그래도 마로니에 공원에서 사람들이 2시에 가두행진을 해서 소라광장으로 오기로 되어 있데.
어제 시위를 보고 흥분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나올거라고 기대기대했어.
그 기대땜에 버텼다.
2시 넘어 마로니에에서 얼마나 모였냐고 하니까 500명이 모였데.
씨발 장난해? 나 지성인이라고 참았는데 욕이 에드립으로 나왔다. 진짜 사람들한테 배신감느꼈다.
그때부턴 집에 가야겠다 싶었다. 왜 내가 이렇게 와서 앉아있는지... 우리보고 나서주길 바랬던 마음이 순진했던것 같다.
배신감, 배신감...
간밤에 광화문지키려고 왜그렇게 어리석게 투쟁했는데...아, 진짜 미웠다.
내가 말을 안했던건 그래도 나보다 앞서서 모든 일을 겪었던 사람들은 얼마나 답답해할지... 뒤에 있던 여자분은
어제 일을 얘기하며 계속 울고 또 울었다.
광화문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투쟁을 계속 하길 바랬다. 나도 그렇고...
촛불시위는 그만하고 이젠 투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뿐이 아니라 촛불시위에 계속 참가했던 사람들은
이제 촛불 들기도 싫다고 촛불을 나눠줘도 마다했다. 우리가 고작 이래봤자 청와대가 꿈쩍이나 하냐고!!
고시가 내일이라는데 지금 이럴때냐고... 썰렁한 분위기와 의미없는 촛불을 원망했다.
500이라도 기다려야지 서로들 위로했다.
마로니에에서 35분이면 온다고 했는데 한 세시간 넘게 기다렸다.
씨발. 무슨 삼보일배로 오나... 옆에서 우스갯소리로 아저씨가 에드립을 쳤다. 그 말에 다 웃었다.
웃다, 울다, 우리끼리 엄청 친해졌다.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피켓에 썼다. 앞에는 내가 할말 쓰고 뒤에는 뭘쓸까 망설이는데
어떤 아저씨가 나에게로 오더니 조용히 피켓을 뺏어서 뒤에 내용을 적어서 나한테 주고는 조용히 갔다.
그 글을 옮긴다.
"촛불 든 당신 손이 아름답습니다.
유신. 군화발. 몰아내기위해 체류탄에 눈물 쏟았건만
촛불들고 또 울어야 하니
이 무슨 더러운 나라의 더러운 운명입니까!'
울컥했다.
우리가 386도 변절했다고 참여정부시절 욕을 그렇게 해댔는데
그래도 앞장서서 신발 질끈 묶고 앞서서 광화문으로 뛰쳐나간 사람들이 386 이란다.
자기네들이 희생양이 되어야 겠다고, 여론을 좀 끓여보겠다고 나와서 경찰에 잡혀간 사람 모두가 386이란다.
지금은 486이 되었지만... 노무현 정부가 그래도 386의 민주정신은 욕되게 하지 마라... 라고 했는데 아직도
욕되지 않은 마음들이 있다.
광화문에서 쭉 있었던 사람들은 민노당, 무슨 대책회의, 시민단체들 다 욕했지만
386이랑 이명박 탄핵까케사람들은 끝까지 칭찬했다.
그리고 끝까지 남아있던 교복입은 고등학생들.
마로니에에서 왔다. 한 5시정도 넘어서...
천군만마를 얻은듯 기뻤다.
진두지휘한 단체는 무슨 빈곤... 어쩌구 협회였는데 정말 웃긴게 그렇게 와놓고 불과 몇분만에 지네들은 다 가버렸다.
자기네를 믿고 따라온 시민들만 남겨두고... 결국 저 단체도 정치와 장사속, 홍보목적으로 와있었던 것이다.
순수한 시민을 이용해먹는 단체가 여럿됐다. 하루종일 지켜보고 있으니까 기도 안 찼다.
와서는 단체들은 자기 잘났다고 홍보하기 바쁘고, 꼭 얘기할때도 이렇게 모여주신 무슨무슨 단체 회원여러분을 꼭 붙여말했다.
우린 무슨 단체에서 온게 아니고 시민의 이름으로 나왔는데 우리를 다 무슨 단체에서 온 양 몰아서 화가 났다.
아니나 다를까 지네들이 홍보끝내고 빠져나가면서 시민들을 다 끌고 나가서 그나마 자리를 메꾼 시민들을 반토막냈다.
내가 너한테 연락해서 꼼짝말고 청계천을 지키라고 한것도 그것때문이다.
우리가 여지껏 시민들 모을라고 있었던게 수포가 되어 얼마나 열받았는지...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중에는 울컥하면서 광화문으로 갑시다!! 라면서 몇명이 또 대열을 빠졌다.
저렇게 몇명 안되는 사람 광화문으로 가봤자 아예 경찰들한테 나잡아가소! 몸 던져주는 꼴밖에 안된다고 말렸는데
그럼에도 사람들 나갔다. 그 사람들 나가니 주위에 있는 사람들 뭣도 모르고 같이 뛰어나갔다.
아니나다를까... 결국 나갔다가 종각앞에서 경찰들에게 에워싸여 청계천으로 오지도못하고, 발이 묶였다.
또 빠져나간 한무리들... 서울역에서 시청을 왔다갔다 하다가 또 결국 경찰에게 에워싸여서 청계천으로 다시 합류를 못한다고 하지않나... 에휴... 답답한 순간의 연속.
우리도 밖으로 나가 투쟁하길 바라지만 어제 광화문에서 밀린꼴이 안 나려면 사람들 만명이상은 되야한다고 사람들이 자리를 지켜주기를 설득했다.
그리고 저녁이 되자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우리가 예상한 만큼 엄청난 수는 아니었다. 새로 온 사람들이 조중동 기사를 말해줬다.
어제 끝까지 평화시위한 사람을 폭도로 몰았다고 했다. 불법이란 말을 계속 했다고 한다.
우리는 한손에 촛불, 한손에 피켓들고 싸웠는데 어떻게 우리가 경찰을 때리냐? 진짜 말도 안돼고 기가막혀 헛웃음만 났다.
오히려 맞은건 우린데...
시민단체들은 자기가 먼저다 싸우고...
투쟁하자, 아니면 촛불시위나 하자... 강경파와 온건파 두 개로 나눠서 쌍욕에 주먹다짐까지 했다.
맨앞에서 그 꼴을 보고 있자니 원 한숨이 다 나왔다.
우리나라는 그래서 문제이다. 뭐든 자기가 잘났다고 싸우다가 스스로 자멸해 버린다고...
왜 뭉쳐야 할일에서도 이렇게 분열이 되는지 진짜 분했다. 그러니 뭘 모르는 시민들이 나갔다가 전경들한테 얻어맞고 다치고 저러지... 시위 한두번 하는것도 아니고 벌써 19회까지 진행했는데도 이렇게나 미숙하다니 답답해죽는줄 알았다.
대학생연합에서는 우리 시위대랑 뭉치치도 않고 한구석에서 지들끼리 마이크잡고 궐기대회를 하는둥 하더니 없어져버렸다.
ㅉㅉㅉ 모르겠다. 나중에라도 시위대에 합류했는지는... 그러나 내눈으로 본건 그게 다다.
전화를 확인했는데 문자가 와 있었다. '나, 지금 청계천에 있다.' 누군지 모르는 번호라 연락을 했다.
받아보니 5년간 연락이 끊겼던 학교선배언니였다.
너무 놀랬다.
언니,,, 나도 청계천이야....
어디에 있어?
나 지금 동아일보 건물 앞에... 중앙현관앞쪽에...
그럼 일어서봐!!
... 일어서서 주변을 둘러봤다.
멀리도 아니고 바로 뒷줄에 그 언니가 있는거다.
으악!!! 반가운 마음에 뛰쳐나가 언니를 꼭 끌어안고 계속 있었다.
그때부터 언니붙들고 어제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데 설움이 복받쳐서 막 눈물이 나왔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갑자기 내 얘기에 열중해서 모여들었다. 여자분들은 같이 울어줬다.
그 분들은 내가 자리를 떠나 앞에 갈때도 계속 내 뒤를 ?아다녔다. 한번 싸워본 사람이니 든든할꺼라 생각했던 듯하다.
이제보니 그 선배언니는 탄핵카페만도 세개나 가입되어 있고, 이제껏 시위에 한번도 빠진적 없고,
노무현정부때 구입했던 반 FTA 티셔츠에 나는 찍지 않았'읍'니다 후드티셔츠를 입고 반이명박 뺏지를 두개나 달고 있고,
게다가 광우병소 현수막까지 자비를 털어 사서 동네사람들한테 나눠주고,
직접 지하철을 돌면서 사람들한테 서명까지 받고 있었다. 벌써 다섯장이나 받아뒀다고 했다.
솔직히 나도 처음엔 그 정도까지 하는 사람들 되게 신기해했다. 근데 진짜 이명박은 뭐가 달라도 달라.
선량한 사람들을 투쟁자로 만들다니;;;
난 사실 그 정도용기까진 없는데... 의심이 많아서 여기저기 까페 가입하는것도 되게 조심스럽고,
20대때는 안 그랬는데 30대되니 그래도 좀 몸을 사리게 되고 그러는데
의외로 안 그럴 사람들이 열혈이 되는 경우도 많은것 같더라.
무대 둘째줄에 앉아있었더니 별 행운이 다 있다.
강기갑 의원이 왔다.
다른 자리도 아니고 바로 내 앞에 앉으셨다.
하얀 모시? 삼베옷을 곱게 입고 자리에 앉으셨다. 의원님 하고 불렀더니 뒤를 돌아보시기에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뼈만 앙상하게 남아 질긴 가죽만 남아있는..
딱딱하고 거친 감촉이 마음이 아프더라. 아주 볼이 다 홀쭉해지고 사람이 진짜 바짝
곯았다.
어제 삼보일배를 하다가 경찰에게 멱살을 잡고 끌려갔다는 말에 울컥했다. 직접 하신 말씀이 아니고 발언자가 말해줬다.
강기갑의원은 어제 일에 대해선 한마디도 말을 안했다.
세상에...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을 멱살잡고 끌고가는 나라가 다 있냐? 지금 생각해도 열이 받아 미칠지경이다.
시청에서 시민들이 전경에 가로막혀 못 오고 있다고 했다. 지원을 호소했다.
나도 일어나 갔다.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 찾을수 없어 다시 청계천으로 돌아왔다. 청계천으로 왔는데
시민들이 경찰저지선을 뚫고 거리로 뛰쳐나와있었다.
대책위원회, 무슨 단체들 10시에 있다가 다 철수해버렸다고 한다. 시민들만 남은것이다.
이 시민들이 다 거리로 빠져나왔다. 그러더니 누가 시작했는지도 모르게 가두시위를 시작했다.
피켓에 촛불을 들고 쥐새끼 탄핵등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걸었다. 명동, 남대문, 광화문....
전경들이 허둥댔다. 우리도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데 경찰들이 우리 동선을 어찌 파악하리.
어제보다 더 전경들은 무시무시한 복장으로 나왔다.
군화발에 방패에, 머리에 씨커먼 철모에 아주 갖춰입고 나왔다.
우리가 가는 앞길에 있던 전경이 막 막아섰다. 무척 정렬된 모습이었는데
내 생각에는 전경을 무서워하면서 뒤로 뺄줄 알았다. 근데 사람들이 더 용감했다.
누가 시작한것도 아닌데 전경을 향해 내달렸다. 모두 와~ 함성을 지르면서... 전경들이 놀랬다. 방패막이 뚫렸다.
그 사이로 사람들이 거리시위를 계속 했다. 우리 스스로도 놀랬다. 경찰이 우왕좌왕하더니... 어제일이 생각나서 순간
통쾌함에 웃음이 나왔다. 시민들의 힘은 그래서 무섭다 이것들아.
또 든든한것은 어제는 여자들, 아줌마들이 많았는데 남자들이 더 많았다. 그래서 힘이 넘쳤다.
집에 가려고 가려고 하다가 여기까지 오니 오늘도 포기했다. 그래... 또 밤새지뭐...
10시이후부터 새벽 2시까지 경찰이 무력해산하기까지 4시간을 서울거리를 계속 내달렸나보다.
다리가 아프다 못해 온 관절에서 삐그덕 소리가 나는듯했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드라.
정신력이 이렇게 강하다는걸 첨 느꼈다.
사람들이 너무 재밌었다. 남대문 지날때는 '이명박이 태워다, 이명박이 태웠다!' 구호외치고,
롯데백화점 지날때는 '롯데 안사! 롯데 안사!' 외치고,
중앙일보 지날때 '중앙일보 폐간하라!' 외치고, 경찰청 지날때는 '연행자를 석방하라!' 외치고
버스정류장 지날때는 버스기다리는 행인들을 보며 '함께 해요' 소리쳤다. 덕분에 시위대에 시민들도 속속 들이 합류해서
2만 5천명까지 사람이 불었다고 한다.
mbc, kbs 등에서 나온 기자들도 붙었다.
인권감시반 사람들도 나와 형광색 인권단체 조끼를 입고 같이 행렬하고 누가 그랬는지 모르지만
시민들중에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고 나온 사람들은 사람들이 차와 충돌하지 않도록 바깥쪽에서 보호하며 따라다녔다.
몇몇 사람들은 호루라기를 불면서 차에게 사람들이 있음을 신호를 보내고...
누가 지시한것도 없는데 저절로 질서를 잡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스러웠다.
경찰청앞에서 무력시위 할뻔한 적도 있었지만, 경찰들이 막아섰지만 우회로 빠져나가 다시 합류하고,
우회로 빠져나가 다시 합류하고 정말 대단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명도 안 다치고, 이탈 안하고 경찰하고 충돌안하고 한다는게 놀라웠다.
근데 우리도 지쳤다. 신촌에서 덜미가 잡힐줄이야.
3시간 넘게 뛰고 걷다보니 힘들었다. 신촌역, 현대그랜드백화점앞의 사각지대에 앉아 좀 쉬자했다.
쉬는게 길어졌다. 그때 다시 일어나서 계속 했어야 했는데 사람들이 지친나머지 일어날 생각을 안했다. 심지어 눕는 사람도 있고.
뒤에서 소리가 났다.
닭장차가 뒤에 쫙 깔렸다.
경찰들이 우수수 나왔다.
앞뒤 다 막혔다. 사람들이 경찰에게 돌진했다. 힘으로 저지하려 했다.
그런데 2만 5천중에 버스시간 끊겨 이탈한 사람때문에 신촌즈음에서는 한 몇백명 안됐다.
어쩔수 없음을 안 사람들이 여기서라도 투항하자고 했다.
하지만 경찰이 여기저기 좁히고 직접 대열안에까지 들어와 우리를 옭아매어서 우리끼리 대열이 흩어졌다.
희석이 되어 버린것이다. 경찰들이 우리틈에 와서 사람들을 잡아가는게 보였다. 우리가 달라들어서 그 사람을 빼내려고 경찰과 번번히 부딪혔다.
어느새 우린 연대의식으로 뭉쳤나보다. 누가 잡혀가면 마치 우리가 잡혀가는양 달라들어 경찰이랑 그 사람을 두고 옷깃하나, 팔한짝이라도 잡아 빼내려고 으?으?했다.
그러는 사이 저쪽에서 '여기도 잡아가요! 여기도요!'라면서
곳곳에서 사람들이 잡혀갔다. 힘이 모자랐다.
저쪽에서 나는 소리에 달려가보니 여경들까지 동원되어 사람들을 잡아가고 있었다.
아줌마와 그 딸이었다. 아줌마가 딸이 안 잡히도록 꼭 품에 안고 있었는데 급기야 두 사람 다 질질 끌려갔다.
사람들이 분노해서 다 달라들었다. 나도 달라들고 아주머니 팔을 붙잡았다.
뒤에서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린다고 여경들 사진을 찍으니 여경들이 초상권침해라고 올리기만 해보라고 소리치고,
우리는 고개 똑똑이 들으라고 뭐가 챙피해서 피하냐고 했다.
그래도 여경들은 끝까지 그 사람들을 잡아가려는지 안 놓고 질질 끌었다.
한 남자가 여경 모자를 벗겨서 허공에 던졌다. 여경이 울컥해서 잡아가는 사람 손을 놓고 울컥해서 그 남자에게 무슨짓이냐고 싸우는 사이 내가 여경팍을 잡아 뿌리쳐 내고 사람들이랑 아줌마손을 빼내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근데 벌써 뒤에 우리와 여경이 싸우는 무리를 전경들이 에워싸고 우리를 다 연행해가려고 정렬을 가다듬고 있었다.
근데 사람들이 방패막을 어떻게 뚫었는지 뚫고 아줌마와 함께 달려 도망쳤다.
가면서 방패에 가슴이 한번 찍혀서 기절할뻔 했지만 어쨌든 뚫고 나왔는데 아줌마가 막 울부짖었다.
내 딸이 잡혀갔다고... 아줌마 거리에서 막 울부짖었다.
다시 경찰에게 가보니 이미 잡아갔는지 없었다. 그걸 신경쓸 겨를이 없었따.
여기저기 잡혀가는 사람들때문에 그걸 막아야했다.
어떤 아저씨가 막다가 방패에 얼굴을 맞아 피가 흘렀다. 우리가 그 아저씨를 빼내서 맥도날드로 같이 들어갔다.
mbc, kbs어딨냐고... 기자들 오라고 맥도날드 밖으로 소리쳤다.
언론이 없었다. 그냥 우리가 디카 꺼내 사진 찍었다.
그리고 다시 나갔다. 경찰이 엄청나게 불어있었다. 지원을 받고 다 나왔는지...
몇백잡으러 몇천 동원된듯했다. 인도까지 다 점령해서 우리를 압박했고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여자들 몇명이 남았는데
우리가 갈데 없었다. 잡힐 지경이었다. 우리가 다시 맥도날드로 뛰쳐들어갔더니
맥도날드는 손님이 있는데도 불을 끄고 영업시간 끝났다고 우리 앞에서 문을 닫았다.
열이 확 받았다. 그냥 힘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지점장인지 뭔지한테 항의했다.
앞에서 사람이 얻어막고 피흘리고 있는데 니네 피해 안보겠다고 문을 닫냐고!!! 니네는 시민 아니냐고..
니네 공정회수육으로 햄버거 만들지? 니들도 미국이랑 한패거리냐?
여기 어디야... 인터넷에 올릴거다... 라고 여자분들이 다 열받아서 한목소리냈다.
그 사람이 쫄았따. 결국 문을 열고 불을 켰다. 24시 맥도날드. 우린 진짜 영업시간 끝난줄 알았더니 우리땜에 문닫은거다.
기가 막혔다. 맥도날드까지 다행이 전경이 들어오진 않았는데 벽에 바짝 붙어 지켜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어찌됐는지 나가서 상황을 볼수도 없었다.
경찰들 새까만 머리밖에 안 보여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맥도날드 안에서 햄버거 먹고 있던 사람들이 쫄았다.
난 상황을 다 설명하고 인터넷에 좀 올려달라고 했다.
아줌마, 아저씨, 대학생들 모두 힘내라고 했다. 그리고 얼마 안지나 병력이 빠졌다.
그나마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다 해산했다고 했다.
택시타고 집에 왔다. 집에 왔는데 기분이 묘했다. 너무 평화롭고 조용한게 이상하더라.
안과 밖의 상황이 이렇게 다르다니...
불과 몇시간만 해도 죽거나 잡히거나 이런 긴장속에 팽팽했는데 진짜 그런때가 다 있었던가.... 여전히 제정신이 아니다.
자고 일어나서도 참 실감이 안나는것이.
지금도 나가봐야 하는지 쉬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인터넷을 계속 지켜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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