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8
김명희 지음, 김복태 그림 / 보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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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뫼마을 감나무 집에 딸아들 쌍둥이가 태어났다. 

삼칠일 되어 금줄 걷고, 백일 되어 떡돌렸는데, 옹알이 하던 이 어여쁜 아이들이 어느덧 돌을 맞게 되었다. 

아이들이 맞는 경사스런 첫 생일을 어찌 그냥 지나칠까. 감나무 집은 청소하며 손님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정성스레 음식을 만들고, 돌쟁이들 새옷을 장만하고, 돌잡이 용품도 마련했다. 

소박하게 상 위에 올려진 녀석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실타래, 대추, 돈, 쌀, 붓, 활, 자가 보인다. 

이 녀석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각자의 입으로 들어 보자. 



자는 솜씨, 활은 용맹함, 붓은 슬기로움, 밥은 먹거리, 실타래는 장수, 대추는 가족 간의 화목, 돈은 머니!

요즘의 돌잔치에는 실타래, 청진기, 비행기, 마이크 등이 올라온다. 그나마 저 지폐가 돌상에 올라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손님들에게 앵벌이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ㅡㅡ;;;)



돌잔치에 가보면 돌잡이가 잘 진행되지 않을 때가 있다. 아이가 마구잡이로 울고 있을 때. 아주 순한 아기들도 있었지만 좀처럼 가만 있질 못하고 버둥거리는 아기들도 있다. 컨디션이 나빴다기보다 너무 활동적이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던 아해가 떠오른다. ^^



그림 속 풍경처럼 가족들끼리 모이는 소박한, 그렇지만 의미있는 돌잔치를 기대한다. 

요란하게 이벤트 진행자가 손님들 일으켜 세우는 그런 자리 말고... 



일찍 결혼을 해서 벌써 중학생 학부형이 된 친구가 있다. 이 친구가 돌잔치를 그렇게 했다. 여러 사람 초대하는 건 결국 지금껏 뿌린 경조사비 회수하는 것 아니냐고. 그거 싫다고. 신랑과도 뜻이 맞았던 친구는 정말 직계 가족만 모여서 조촐하게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고, 대신 가족 사진을 좋은 걸로 찍었다. 당시엔 나도 무척 어리던 때여서 아직 돌잔치 경험도 없었던 무렵이었는데, 친구의 그런 자세 혹은 각오가 무척 보기 좋았다. 이후 눈살 찌푸리는 돌잔치를 많이 보아서 그런 생각이 더 굳어진 것 같다. 



책의 말미에 돌잔치의 유래나 풍습, 역사 속에서 읽혀지는 모습 등을 소개했다. 

과거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에는 아이가 태어나도 일찍 죽는 경우가 많아서 돌잔치가 굉장히 큰 잔치였겠지만, 지금같은 100세 시대에는 풍습도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로 예단 풍습도 사라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현실은 녹록치 않지만...


며칠 전에 시스터는 무려 워커힐 호텔에서 진행된 돌잔치에 다녀왔다. 손님 1인당 20만 원짜리 뷔페였는데, 접시가 너무 무거워서 두접시밖에 못 먹었다고 한다. 자리도 음식과 거리가 멀었고 손목이 아파서 세번은 못 갔다는 후문. 무거운 접시로 음식을 많이 못 먹게 하려는 호텔 측의 꼼수? ㅎㅎㅎ


암튼, 무려 20만원짜리 뷔페 음식이 나오고, 셔틀버스가 아우디인 그런 돌잔치를 다녀오면, 참... 기분 거시기하지 않겠는가? 돈 있는 사람이 돈 쓴다는 데에 누가 말리겠냐만은... 여하튼 여러모로 심경 복잡하게 만드는 돌잔치들일세. 


책 자체는 전통 풍습으로서의 돌잔치를 소개하는 내용일 뿐인데, 돌잔치 때문에 떠오르는 단상들은 모두 이렇다. 근래에 돌잔치를 몇 차례 다녀와서 더 그럴 것이다. 근데 왜 잔치 다녀갔는데 와줘서 고맙다는 전화나 문자는 안 오는 것일까? 십여 년 전에 친한 친구 결혼식에 다녀왔는데 한달이 되도록 전화가 안 와서 내가 먼저 전화해서 신혼 어떠냐고 물었던 기억이 급 떠오른다.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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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일공일삼 94
황선미 지음, 신지수 그림 / 비룡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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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먼저 호감을 주는 책이다. 초등 중학년에서 고학년 정도의 어린이들에게 읽힘직한 책이다. 마침 1013 시리즈이기도!


초등학교 4학년인 주경은 같은 반 아이이면서거 같은 학원에 다니는 혜수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손꼽히는 혜수는 남들 앞에서는 주경이를 잘 챙겨주는 좋은 친구인 척 행세를 하지만, 사실은 남모르게 조종하고 이용하고 약올리는, 아주 몹쓸 녀석이다. 그걸 까발리지도 못하겠고, 말해도 믿어줄 것 같지도 않고, 이 억울함을 풀데도 없는 주경이는 마음이 썩어간다. 그렇게 끌려다니던 찰나에 다른 친구의 구두 한짝을 망가뜨리는 일에 동원되고 만다. 이제까지는 피해자였던 주경이가, 자의가 아니었고 고의도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누군가의 '가해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까지 썩어가던 마음이 이제는 타들어간다.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이다!


오늘 보았던 어느 창원지검의 어느 판사님은 청소년 범죄로 재판장에 온 아이들을, 그들의 부모님을, 또 그 아이들의 선생님을 호되게 야단친다. 가해자의 엄마는 아이가 '모르고' 그랬다고 변명했다. 판사는 호통을 쳤다. 왜 모르냐고. 친구들 돈을 빼앗고, 때리면서 그게 나쁜 일이란 걸 왜 모르겠냐고. 알았지만 했다는 걸 부인하지 말라고 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라고. 그 대목이 생각난다. 혜수도 나쁘지만 주경이도 잘못했다. 혜수가 시켰고 또 조장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경이가 저지른 잘못이 사라지진 않는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도 그런 대목이 나온다. 살 집을 잃고 차 안에서 생활하는 초등학생 아이는 부잣집의 개를 훔쳐서 보상금 500만원을 받아 집을 사길 원한다.(500만원이면 집을 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개는 주인에게로 돌아갔다. 그러나 아이는 고백해야 했다. 자신이 어떤 마음을 먹었는지, 어떤 짓을 했는지에 대해서. 아이의 말을 막지 않고 고스란히 들어주던 노부인(김혜자)은 아이의 어려운 처지와 아픔을 다독여 주지만, 그래도 그건 나쁜 짓이 맞다고 아이에게 설명했다. 그 지점이, 좋았다. 아이에게 값싼 동정 대신 바른 가치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해 주어서. 이 아이는 좀 더 반듯하게, 좀 더 '잘' 자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생겼다. 


주경이에게는 자신이 저지른 이 행위가, 그래서 치러야 할 마음의 십자가가 일종의 성장통이 되기도 했다. 내가 그토록 싫어한 혜수의 행동을 똑같이 누군가에게 해버리는 자신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고, 그렇게 상대방의 처분을 기다린다는 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일인가. 핑계거리도 있고 변명거리도 있는 입장이라면 더더욱 도망치고 싶을 것이다. 독자는 주경이가 용기를 갖기를! 과감하게 한발자국 내딛기를 열심히 응원했다.



심각한 소재를 다루었지만 내내 무겁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다. 게다가 비밀스럽기도 한 골목길 가게 언니는 신비롭기까지 했다. 



매장에서 파는 장화들을 나도 신고 싶었다. 가격도 싸기도 했지. 이런 가게 나도 알고 싶네!



좋은 소재와 주제를 가진 책이다. 다만 평소 황선미 작가님의 책에서 느끼던 벅찬 감동을 생각한다면 다소 짐작되는 전개와 결말이 살짝 아쉬워서 별 하나는 뺐다. 그래도 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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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세계 작가 그림책 9
존 로코 지음, 이충호 옮김 / 다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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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살, 여덟살 정도였다. 눈이 아주 많이 왔더랬다. 사람이 다닐 수 있게 길을 만들었는데 그 바람에 양옆에 쌓인 눈높이가 어마어마해서 어리던 내 키를 넘을 정도였다. 언니들 모두 학교 가고 심심했던 나는 마당에서 눈 한바가지를 퍼서 햇볕 쏟아지는 마당에 뿌렸다. 햇빛을 받아서 반짝반짝 빛나는 눈송이가 몹시 예뻐서 혼자서도 지루해하지 않고 아주 재밌게 놀았더랬다. 어쩌면 반사도가 높은 눈 때문에 얼굴이 탔을지도 모를 그날의 기억이 종종 떠오른다. 오랜만에 그때 기억이 불려온 까닭은 이 책 때문이다.


월요일 아침!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멈추지 않고 내리던 눈은 귀가 시간에는 무릎 높이까지 쌓여버렸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온 뒤에도 눈은 그치지 않고 왔다. 덕분에 다음 날은 문이 열리지 않아 창문으로 드나들어야 했다. 어린 친구들은 온 세상을 덮어버린 눈이 신기하고 재밌을 뿐이다. 지치도록 뛰어놀던 아이들은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며 난로 앞에서 추위를 녹이자니 발가락이 간질간질했다. 


수요일에 아버지는 길을 내기 위해서 눈을 치우느라 열심이셨다. 하지만 제설차가 오기 전에는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의 눈이었다. 이제 아이들은 지겨워지기 시작했고 어른들은 걱정에 사로잡혔다. 


목요일, 이 책속의 주인공은 자체제작한 이글루 속에서 추위를 피하다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책 속에서 보았던 바로 그것들 말이다! 


금요일, 아이는 테니스 라켓을 이용해서 눈장화를 만들었다. 자기처럼 무게가 가벼운 아이만이 해낼 수 있는 작업이었다. 썰매도 끌고 왔다. 필요로 하는 물건을 사서 실어올 장비다. 


토요일, 마침내 아이는 길을 나섰다. 지혜롭고 착하기까지 한 아이는 이웃집까지 모두 들러서 각각의 집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모두 접수했다. 테니스 라켓으로 만든 일종의 '설피'를 신고 1.5km를 걸어간  아이는 눈에 갇힌 집들이 필요로 하는 필수품들을 구해서 무사히 귀가한다. 지혜롭고 착하고 용감하기까지 한 아이다.


그리고 일요일! 제설차가 왔다. 아이들을 잔뜩 신나게 했던 그 눈은, 사실 위험하기도 한 자연의 흔적이었다. 하루 이틀 사흘까지는 몰라도 일주일 이상 되면 치명적일 수 있던 이 하늘의 흔적! 작품 속 이야기는 작가가 실제로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내용이다. 저 소년처럼 테니스 라켓을 썰매처럼 만들어 먼 길을 다녀왔던 것이다. 


아이의 행보가 재밌고 놀라운 아이디어에 박수를 치고 싶고, 용기 백배, 봉사심 만배 모험에 엄지손가락 치켜세우고 싶다.

각각의 날에 화면에 낙서하듯 써준 요일들에서 시간의 변화를, 긴장의 증폭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읽은 세 권의 그림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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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1-14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은. . 소리없이 강한 자연 현상의 지존이죠^^ 실제로 눈은 소리를 흡수한다고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ㅎㅎ

마노아 2015-01-15 02:10   좋아요 0 | URL
소리없이 강한 자연 현상의 지존! 광고 카피같이 인상적인 걸요. 소리를 흡수한다라, 와, 역시 내공이 대단한 눈입니다.^^
 
꽃과 나무의 사랑 이야기
조콘다 벨리 지음, 바바라 슈타이니츠 그림, 김광규 옮김 / 한마당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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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저 별들 중에서 유난히도 작은 별이 하나 있었다네

그 작은 별에는 꽃이 하나 살았다네 그 꽃을 사랑한 어린왕자 있었다네


꽃과 어린왕자-라는 제목의 노래다. 어린 시절 듣고는 노래 가사가 너무 슬퍼서 가슴에 콕 박혔던 노래다.

이 책 제목을 보자마자 그 노래가 생각났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꽃과 나무의 사랑 이야기라니, 뭔가 낭만적이지 않은가!


주인공 꽃은 부겐빌레아라는 이름의 덩굴 식물이다. 덩굴 식물은 알다시피 혼자서는 설 수가 없다. 누군가의 몸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부겐빌레아의 곁에는 커다란 소나무가 있었다. 부겐빌레아가 기대기에 충분히 튼튼하고 컸다. 게다가 마음씨까지 착하기도! 


부겐빌레아는 소나무의 격려를 받으며 자라났다. '정열'이라는 꽃말을 가진 부겐빌레아는 정열적으로 소나무를 감싸 안았다. 사랑이 너무 뜨거웠던 탓일까. 부겐빌레아가 지나치게 꽉 조이는 바람에 소나무는 숨이 막혔다. 하지만 이 포옹을 풀어달라고 차마 말하지 못했다. 그러기엔 소나무가 너무 착했다. 이건 착한 게 아니라 바보같은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소나무는 버텼다. 마침내 소나무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갔다. 잎이 말라간 것이다. 정원사들이 이 장면을 목격했다. 덩굴 식물을 잘라내야 한다고 중얼거리더니 정원의 주인을 찾아갔다. 이들의 중얼거림을 들어버린 부겐빌레아는 덜컹 겁이 나고 말았다. 소나무 곁을 떠나는 것도 무섭지만 자신이 소나무를 괴롭게 했다는 사실에 더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소나무에게 진실을 말해달라고 하는 이 정열적인 식물!


마침내 진실을 알게된 부겐빌레아는 선택해야 했다. 홀로 서는 것은 두렵지만, 지금 잡은 이 손을 풀지 않으면 여태껏 나를 일으켜준 소나무를 죽게 만든다.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결국 심호흡 끝에 조금씩 덩굴을 풀어낸 부겐빌레아. 그때 기적이 생겼다. 온전히 홀로 서는 것이 아니라 새로 싹이 올라오는 녀석들만 옆으로 퍼지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시도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능력을 알게 된 것이다. 부겐빌레아는 넓게 덩굴을 펼쳐서 아름다운 잎사귀들을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소나무의 숨을 막지 않고도, 소나무를 온전히 떠나지 않고서도 말이다. 결국은 '공생'의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았다면 땅바닥을 기면서 낮은 보폭으로만 움직여야만 했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났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사랑이 지나쳐 구속이 된다면, 그것이 상대방을 숨막히게 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사랑이라 부르기 어렵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나갔다. 이기적일 수 있는 사랑과, 너무 희생적이어서 서로를 파괴할 수도 있는 관계에 대해서도 우려를 보여줬다. 함께 숨쉬며 함께 이어갈 수 있는 관계에 대한 좋은 예를 보여주었다. 


그림도 인상적이고 글도 쉽다. 가을 느낌 물씬 나는 책을 한겨울에 만났다. 고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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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 죽음과 순환에 대한 작지만 큰 이야기 도토리숲 그림책 2
대니 파커 글, 매트 오틀리 그림, 강이경 옮김 / 도토리숲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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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장을 열자마자 압도적인 그림이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시작은 여리디여린 어린 나무에서 출발했다. 아주 작은 나무가 거대한 나무의 곁에서 싹을 튀우고 조금씩 조금씩 자라났다. 어린 나무가 자라는 동안 거대한 나무는 어린 나무의 보호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 안락한 보호막이 되어주던 거대한 나무도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 꺾이어 스러지고 말았다. 보호자가 사라진 세상에서 어리던 나무는 겁이 났다.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어리던 나무는 더 이상 어리지 않게 되었다. 큰 나무의 보호 아래 어느덧 크게 성장했던 것이다. 제 옆의 거대한 나무가 너무나 늠름해서, 그 우뚝 선 모습을 동경했을 뿐, 그 나무를 닮아 그 나무만큼 자라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고개를 돌려본다. 어리디 어렸던 나무, 이제는 어리지 않은 그 나무의 곁에, 자신만큼 어리고 어린 싹이 돋아나고 있다. 이제 자신이 받아온 그 사랑을, 보살핌을 되물려줄 차례다. 언젠가는 내 옆에서 스러져 갔던 그 나무처럼 비바람에 꺾이어, 시간이라는 마모제에 닳아 없어질 수 있지만, 그때가 되면 이 작은 나무가 자신만큼 크게 자라 또 다른 어린 나무의 기둥이며 동경이며 보호자가 되어줄 것이다. 그렇게 생명은 순환할 것이고 관계는 지속될 것이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고 상징도 쉽다. 손쉽게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떠올릴 수 있고, 세상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성장하고 사라지는 모든 관계도 대입해볼 수 있다. 손쉽게 읽을 수 있고 그림이 주는 만족감도 크다. 다만 너무 직접적이어서, 적은 페이지 안에서 함축과 상징, 그리고 기발한 상상력은 다소 부족했던 게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책을 보고 나니까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가 떠오른다. 참 영롱한 영화였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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