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얼마나 이 책을 읽고 싶어 하는지 아세요? 내인생의책 그림책 1
존 무스 그림, 레미 찰립 글, 노경실 옮김 / 내인생의책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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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는 날마다 이 책을 다 읽는 꿈을 꿉니다. 대체 왜 이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지 아이는 당최 이해할 수가 없지요.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는 아이의 머리맡에 바로 이 책이 있어요. 가족들도 아이가 이 책을 과연 다 읽을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지요.

샤워할 때도 책을 놓지 않아요. 저런저런... 젖어서 울어버린 책은 최악인 것을!

7시 10분에 일어났는데 샤워 끝나니 7시 20분. 이 정도면 엄청 빠른 거지요.



옷을 갈아입고 침대 정리를 하고 아침을 먹으러 갑니다. 젖어버린 책은 아빠가 건져냈네요. 안타까워라.

그릇을 꺼내 시리얼을 담고, 그 위에 바나나를 썰어얹고, 건포도 몇 개를 뿌린 다음에 우유를 부었어요.

혼자서도 척척 잘해요. 그런데 책은 냉장고에 들어가 있네요.

젖은 책은 냉동실에 들어가야 안 운다던데, 내가 해보니까 꼭 그렇지도 않더만요.

그냥 물기 닦아서 무거운 책으로 눌러놓는 게 더 효과적...;;;;

아침 먹은 걸 치우고, 비타민을 먹고 도시락도 쌌어요.

고양이에게 생선뼈다귀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죠.

휴지통도 깨끗하게 비우고요. 이걸 학교 가기 전에 몽땅 해내다니, 이건 워킹맘 수준의 집안일 속도인 걸요?

자 옷을 입을 차롑니다. 외출해야죠. 

장화를 신고, 스웨터를 입고, 모자르 ㄹ쓰고, 목도리를 둘렀어요.

그 다음에 외투를 입고, 벙어리 장갑을 끼고 책가방을 멥니다. 그리고 책을 찾아 나서죠.



어디로 갔는지 못 찾고 있어요. 내 눈에는 이불 뒤쪽으로 보이는데 말이죠.

학교에 갔습니다. 일곱 개의 사과를 여섯 사람에게 어떻게 똑같이 나누어 주냐는 선생님의 어려운 질문!

아이들의 창의력 돋는 대답 좀 보라죠. 


여섯 사람 모두에게 사과를 좋아하는지 물어봐야지.

사과를 조금만 먹겠다는 사람도 있을 거야.

사과 하나하나를 여섯 조각씩 잘라 나누면 되지.

하나는 반으로 자른 다음....

나는 배가 먹고 싶어.

난 모르겠어.

사과 주스를 만들면 되지....

같은 대답이 하나도 없네요. 사과 주스가 마음에 드네요. ^^


학교에 다녀와서는 오늘 한 일과, 이제 해야 할 일을 다 적었어요.

예를 들면 이 책을 다 읽는 것 등등 말이에요. 

하지만 걱정이 몰려왔어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한 통씩만 전화를 한 거죠.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대체 책을 언제 읽겠어요? 

아이의 마음이 충분히, 충분히 이해가 가요. 암요!


게다가 아빠가 요리를 하는 동안에는 어린 동생을 돌봐야 한답니다. 

아기는 잠시도 책읽을 틈을 주지 않아요.

이어서 식탁을 차려요.



가족 중 누구도 놀고 있지 않아요. 연로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에요. 어린 아이들도 손을 돕고요.

참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네요.

잠시 짬을 내어 책을 읽으려고 했지만 곧 엄마의 제지를 받아요.

지금은 밥 먹는 것에 집중할 시간이죠. 

하루종일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이제 책을 봐야 하는데 피곤이 몰려오는 겁니다.

그러니, 이 책을 읽지 못한 이유를 알겠죠?

하지만, 정말 정말 정말로 이 책을 얼마나 읽고 싶어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지요?



아무렴요. 알다마다요. 내가 이 책을 1월 1일에 읽고 오늘 리뷰를 쓰는 것과 똑같은 이유지요.

우리는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잖아요. 밤에는 잠을 자야 하는 법!

자, 잘자요. 책은 내일 이어서 읽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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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6-01-27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알다마다요^^ 참으로 사랑스럽네요. 저도 읽고 싶어요.

마노아 2016-01-28 01:19   좋아요 0 | URL
참으로 사랑스러운 책이지요? 그림책을 너무 끼고 있는 것 같아 적당히 덜어낼 생각으로 골랐는데 다시 책장으로 되돌아갔어요.^^

별이랑 2016-01-27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에게 책은 읽고 싶은 책이면서, 어째 항상 갖고 다니는 곰인형이 되어버린듯해요.ㅎㅎㅎ
그래도, 언젠가는 다 읽겠죠?

마노아 2016-01-28 01:19   좋아요 0 | URL
아하하핫, 적절한 비유입니다. 항상 끼고 다니는 곰인형같은 책이네요.
언젠가 다 읽어낼 거라고 응원해 봅니다.^^

꿈의달 2016-01-2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와 같이 읽고 싶은 책이네요. 그런데 내용은 마치 제 자신을 보는 느낌..^^

마노아 2016-02-01 15:47   좋아요 0 | URL
저도 읽으면서 꼭 제 이야기 같았어요. 뜨끔했답니다.^^ㅎㅎㅎ
 
고함쟁이 엄마 비룡소의 그림동화 148
유타 바우어 글.그림, 이현정 옮김 / 비룡소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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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펭귄이 아기 펭귄에게 소리를 질렀다. 깜짝 놀란 아기 펭귄이 흩어져 날아가고 말았다. 멘붕이 와버린 머리는 우주까지 날아가 버렸고, 몸은 바다에 떨어졌다. 두 날개는 밀림에서 길을 잃었고, 부리는 산꼭대기에, 꼬리는 거리 한 가운데로 사라져 버렸다. 그 자리에 남은 건 두발 밖에 없었지만, 그 발은 곧 달리기 시작했다. 흩어져버린 몸을 찾고 싶었지만 너무 멀리 가버린 아기 펭귄의 몸들. 지친 몸이 사하라 사막까지 도착했을 때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바로 엄마 펭귄! 엄마 펭귄이 아기 펭귄의 몸을 찾아 일일이 꿰매고 있었던 것이다. 다 꿰매고 난 뒤 엄마 펭귄은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마 꼭 품어 안아 주었을 것이다.

 

처음엔 뭐 이렇게 잔인해!하고 보다가 곰곰 되씹어 보니 엄마의 고함이, 부모의 신경질이, 보호자의 분노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이 정도의 충격을 주겠구나 생각하니 크게 공감이 갔다. 아마 우리도 그랬을 테지만, 아이들은 대체로 자기가 뭘 잘못해서 야단맞는지 잘 모른다. 어른들은 자신의 '상식'과 '기준'으로 아이를 다그치지만 아이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상태로 일단 주눅이 들고 일단 눈치부터 살핀다. 그래서 아이를 납득시켜주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부모는, 보호자는, 어른들은 그걸 건너뛸 때가 많다. 그래서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도리어 미안해질 때도 많이 있는 것이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 책을 다시 들여다보면 책이 더 크게 공감이 갈 것 같다. 울 엄마는 고함쟁이야!에 동감할 아이도 많을 것 같고. 짧지만 굵은, 메시지도 분명한 책이다.

 

'엄마가 들려주는 아우슈비츠 이야기'에서 이 책을 추천한 걸로 기억한다. 역시 눈높이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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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노래 - 마음에 용기와 지혜를 주는 황선미의 민담 10편
황선미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비룡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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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온 어린이들 한자리에 모여 앉아

즐거워 손뼉치며 함께 보는 명작동화

해처럼 밝게 커라 정의의 새싹들아

손짓해 사랑 주는 어린이 명작동화

신난다 재미난다 어린이 명작동화


지금도 흥얼거리게 되는 어린시절에 보았던 만화 주제곡이다. 

사신을 보게 된 남자가 아름다운 공주를 살리려고 머리 맡에 앉아 있는 사신의 위치를 발쪽으로 돌리려고 지혜를 짜낸다. 병사들을 시켜 침대 네 귀퉁이를 들어 잽싸게 위치를 바꿔 공주를 살렸지만 꺼져가는 촛불이 자신의 것이 되면서 주어진 목숨보다 일찍 죽어야 했던 이야기도 막 떠오른다.


또 다른 기억도 있다. 어릴 적 주인집 아줌마가 아이들 나이에는 아직 이르지만 계몽사 세계문학 전집을 샀더랬다. 애들은 어리고 한글도 몰라서 관심이 없었지만, 그 집 마루에 걸터앉아 내가 다 읽고 좋아하던 기억도 떠오른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그렇게 어릴 적에 좋아하던 이야기들이 사실은 원전을 많이 줄인 주니어용 이라는 건 한참 뒤에나 알게 되었다. 민담 10편을 골라 다시 쓴 황선미 작가님처럼. 아무튼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아주 즐겁게 이 책을 읽었다. 수십 개의 포스트 잍을 붙여가면서.


한국과는 여러모로 인연이 깊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민담처럼, 역시나 평범하지 않은 그녀의 그림체가 이 독특한 분위기의 이야기들에 제법 잘 어울렸다. 예쁘거나 사랑스러운 느낌은 아니지만, 적어도 신비롭기는 하다.^^


고사리 꽃 /폴란드 
왕이 된 농부 /폴란드 
인어의 노래 /폴란드 
황금 오리 /폴란드 
밀납 아가씨 /프랑스 
작은 정어리 /프랑스 
현명한 카테리나 /이탈리아 
오두막의 검은 고양이 /터키 
용과 소녀 /스페인 
사이먼의 칠 년 /영국 


이보나 작가님 덕분인가. 폴란드의 민담이 40%를 차지한다. 낯선 나라의 낯선 이야기들이 더 반가우니 기울어진 저울 추도 싫지 않다. 



우리 옛 이야기들이 자주 그러듯이, 이 민담 속의 주인공들도 가난뱅이가 많았다. 찢어지게 가난한 청년이나 아가씨, 혹은 농부 등이 나온다. 첫 이야기 '고사리 꽃'도 그랬다. 반복되는 이야기 설정도 그렇게 불행하게 살고 있던 주인공이 뜻밖의 행운을 만나서 갑작스럽게 출세를 한다든지, 큰 재물을 갖게 되는 둥의 변화가 찾아온다. 그 행운을 가져다 주는 이는 주인공의 선행에 보답하려는 이도 있고, 주인공의 심성을 시험하려는 자도 있고, 처음부터 저주를 걸기 위한 대상도 있었다. 그들은 초월적 존재인 경우가 많은데, 그러니 주인공을 갑자기 변신시키는 그 신비로운 힘의 정체는 의심하지 말자!


인간이란 욕심 사나운 존재여서 서 있다 보면 앉고 싶고, 앉다 보면 눕고 싶은 존재! 갑자가 찾아든 행운을 감당해내는 지혜로운 이가 있는가 하면, 그 행운에 짓눌려서 복을 차버리는 경우도 많이 소개했다. 그럴 때 미끼로 던지는 메시지가 "그 행운을 누구하고도 나누어서는 안 된다!"라는 것. 이것 참 신선했다. 인간은 욕심 사납기도 하지만 더불어 사는 존재이기도 해서 혼자만 행복해서는 또 마냥 행복하지 않은 존재이지 않던가. 하룻밤 사이에 금화를 모두 소진하라는 조건을 걸었던 '황금 오리'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람을 돕는 게 '나를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몰랐다는 게 안타까웠다. 내게 그 행운을 준다면 잘 사용할 텐데 말이다.ㅎㅎㅎ


고사리 꽃의 주인공 야첵은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는 부귀영화를 혼자서 누리는 게 힘들었다. 가난한 가족들이 눈에 밟혔던 것이다.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 향락에 빠져들고 남을 괴롭히기도 했지만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았다. 남부러울 것 없이 너무 많이 가진 금수저 물고 태어난 이들이 쉽게 마약에 빠져드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결핍의 결핍이 오히려 마음을 더 공허하게 만드는 걸지도.


'왕이 된 농부'의 주인공 가베우는 착하고 지혜롭고 겸손한 인물이었다. 착하고 지혜롭기도 쉽지 않지만, 그런 인물이 겸손하기는 또 얼마나 어렵던가. 재밌는 것은 이 이야기 안에 내가 알던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반지를 입에 문 고양이를 등에 태우고 강을 건너는 개 이야기 말이다. 반지를 잘 갖고 있는지 재차 묻자 답답해진 고양이가 대답을 하다가 반지를 물에 빠뜨린다. 어린 시절 읽은 이야기 책에 있던 구조다. 그때도 개와 고양이였는지는 정확히 떠오르지 않지만. 그게 우리 전래동화인지 외국의 이야기인지도 선명하게 구분이 안 가지만. 아무튼 이런 이야기들이 곳곳에 있구나 싶어 재미가 컸다. 


표제작 '인어의 노래'는 우리가 떠올리는 인어의 꼬리가 왜 생겼는지를 말해주는 이야기였다. 육지에서는 다리를 갖고 있던 여자로 묘사한 캐리비언의 해적도 떠올랐다. 그 인어 참 예뻤었지!



'밀랍 아가씨'는 피그말리온 이야기와 신데렐라 이야기가 겹쳤다. 도시의 아가씨들을 초대하여 무도회를 연다는 설정말이다. 심봉사를 초대한 잔치처럼 말이다. 익숙한 이야기 패턴이지만 결코 진부하지 않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게 요정들이 선물을 준 것처럼 밀랍 아가씨에게도 요정들이 선물을 주었으니까. 그 선물이 '음악'과 '기억'과 '숨결'이라는 건 얼마나 신선하던가. 밀랍 아가씨가 살아 숨쉬는 아가씨가 되려니 숨결은 무척 자연스럽다. 그러나 거기에 더 가치를 부여하는 건 '음악'과 '기억'이다. 문득 스필버그 감독의 'A.I'도 같이 떠오른다. 세상이 다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도 간절히 소망했던 엄마와, 엄마와의 기억 말이다. 



옛 이야기에 요정만큼이나 많이 나오는 소재는 '수수께끼'다. 수수께끼를 내서 상대를 낭패에 빠뜨리는 건 스핑크스 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이디푸스가 그랬듯이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주인공들이 있으니 독자는 즐거울 뿐이다. 

'현명한 카테리나'는 제목 그대로 정말 지혜로운 여자였다. 하나만 갖고 성을 나갈 수 있다는 조건에 그녀가 무얼 갖고 나갈 지가 이미 짐작된 건, 이 이야기의 구조가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익숙한 패턴은 또 있다. 세 자매나 세 형제가 나오면 셋째가 꼭 주인공이 되더라는 것. 욕심 사납고 친절함 따위는 없는 첫째 둘째와 달리 셋째는 꼭 착하고 용맹하고 지혜롭게 나오곤 한다. 그 셋째의 달란트가 내게도 좀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 선물의 대가가 앞서 제시한 첫째 둘째 같은 형제 자매를 두어야 한다면 그 선물 반사하겠소!


암튼 '오두막의 검은 고양이' 편에서는 바로 그 조건의 세번째 공주가 나온다. 착하고 지혜로운 것보다 더 크게 갖춘 이 막내공주의 장점은 '호기심'이 충만하고 도전정신도 하늘을 찌른다는 것. 위기를 기회로 여기고 적극적 긍정적 마인드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동력을 갖추고 있다. 이야기 속 세째 딸이 될 자격이 충분하오!


10편의 이야기 중 가장 좋았던 것은 마지막 이야기 '사이먼의 칠 년'이다. 그가 행운을 거머쥐게 된 초기 선행보다, 그가 위기를 맞게 되기까지의 시간을 아주 '성실'하게 보냈다는 게 참 인상 깊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이 몇 년짜리로 시한부라고 한다면, 그 시간을 충분히 즐기며 후회없이 보내야 하는 게 정석이지만, 인간의 마음이 어디 그렇게 잘 돌아가던가. 계약 종료를 늦추기 위해 아등바등하다가 뒤늦게 흘려보낸 시간을 아까워하는 게 보통의 인간이니 말이다. 이런 사이먼의 됨됨이에 은혜를 갚은 신비한 존재는 또 얼마나 지혜롭고 쿨하게 멋지던지. 모든 이야기의 끝이 왕자와 공주인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더랍니다~로 끝내지 않는 시크함! 이야기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꼭 알맞는 배치였다. 


제법 두꺼운 양장본이지만 활자도 크고 이야기가 워낙 흥미진진해서 단번에 읽을 수 있다. 사실 너무 빨리 읽는 건 좀 아까운 책이다. 야금야금 아껴 읽는 걸 추천한다. 하루에 이야기 하나씩만! 열흘 동안 아주 행복해질 것이다. 


추억의 노래 하나 또 달아본다. 구수한 우리나라 걸로~



덧글) 72쪽 5줄의 '빛나는 언어가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지요'는 '빛나는 인어가' 맞을 것 같다. 밀랍으로 귀를 틀어막고 있는 중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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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12-10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10월에 황선미 선생님 모시고 좋은 시간 보냈어요.
강연 끝나고 고려인센터와 박용철 시인 생가도 모시고 다녔어요.
우리밀 살리기에 관심 많으시고.... 두루두루 좋은 시간보냈어요.
이 책은 마노아님께 땡투하고 주문해요!^^

마노아 2015-12-10 10:16   좋아요 0 | URL
와우, 바로 얼마 전에 황작가님과 좋은 시간 보냈군요!
프로그램이 늘 알차요. 물개 박수 쳐드립니다. 짝짝짝짝!!!!
이 책은 기대가 있었는데, 기대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좋았어요.
글을 쓴 분과 그림을 그린 분 모두 믿고 보는 작가님인데 역시나 제 역할을 해주시네요.
오, 땡투! 가뭄에 콩나듯 들어오는 땡투! 고맙습니다.
요새는 땡투 모으는 재미는 까맣게 잊었어요.^^ㅎㅎㅎㅎ

살리미 2015-12-10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려온 어린이들 한자리에 모여앉아~
저도 아직 생생히 생각납니다^^
저도 계몽사 세계문학전집 읽으며 자랐고요^^ 어릴때 읽었던 동화들을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어보면 느낌이 많이 달라지던데, 그림체도 무척 독특하고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마노아 2015-12-10 10:19   좋아요 1 | URL
노래가 귓가에서 마구 재생되지요?
뭔가 라임도 딱딱 맞고,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잊혀지지 않네요.
계몽사가 지금도 있네요. 오래도록 잊고 지냈는데 새삼 추억이 방울방울 돋습니다.^^
전집 사두면 밀리고 안 읽는다 우려를 많이 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가 봐요. ㅎㅎㅎ
어제는 오랜만에 음악 틀어놓고 책을 읽었는데 좋더라구요.
불같이 일던 마음을 좀 가라앉혀 주었달까요. 하하핫, 오로라님께도 이 책을 추천합니다.^^
 
상뻬의 어린 시절
장 자크 상뻬 지음, 양영란 옮김 / 미메시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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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뻬 할아버지의 인터뷰집이다. 1932년생이니까 벌써 여든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에너자이틱 하신 분! 늘 유머 넘치고 위트 있는 그림을 그리니까 이 사람의 유년 시절은 햇볕 찬란한 기운이 가득할 것 같았는데, 그에게서 듣는 어린 시절은 무척 불우했다. 사생아로 태어나 아버지를 모르고 자란 상뻬. 양아버지는 그나마 좋은 사람이었지만 알코홀릭. 엄마와 새아빠는 어마어마하게 부부싸움을 했고, 그때마다 불안하고 불행했다고.


술취해서 돌아온 양아버지가 엄마를 때려서 양아버지한테 대들었더니 엄마한테 더 욕먹고 이틀 동안 창고에 갇힌 일도 있었다. 학대받던 어린 아이 상뻬. 불우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반감인지 행복한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행복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유머러스한 그림 말이다. 짠한 마음이 든다. 


소박한 부분에서 행복을 느꼈던 일도 이야기했다.


집에 라디오가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고장이 나서 낙담했죠. 그러다가 부모님이 대판 싸우시던 어느 날인가, 일부러 그런 건 어닌데 좌우지간 팔꿈치로 쳤는지, 라디오를 떨어뜨렸어요. 그랬더니 다시 작동을 하지 뭡니까. 아, 그때 그 행복감을 상상도 못할 거예요. -55쪽



손에 잡히는 건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아무거나 다. 이웃집 아줌마들은 <콩피당스>, <누ㅡ 되> 같은 잡지들을 정기 구독했더랬어요. 그런 주간지 덕분에 언제부턴가 틀리지 않게-그런데 요즘은 사정이 다르더군요-맞춤법을 구사하게 되었죠. -69쪽


역시 독서의 힘!



최저 임금이 옛날 프랑으로 만 프랑이었어요. 그런데도 내가 처음 받은 월급은 고작 7천2백 프랑이었죠! 많은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걸 어머니께 드렸죠. 아들이 학업을 계속 이어가지 못한 것에 대해, 아들이 기어이 일을 하겠다고 한 데 대해 죄책감을 느낀 어머니는 대단한 격려의 말을 해주시더군요. <내 그럴 줄 알았다. 네가 일을 하지 않을 경우 내가 받게 되는 가족 수당에 비해 많지도 않은 액수잖니.> 당연히 실망했죠. 월급봉투를 받아들고 자랑스럽게 뛰어왔는데 말입니다. -84쪽


하아, 이 어머니... 진심으로 미워진다.ㅜ.ㅜ



L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그림을 보여 주었던 날을 기억하십니까?

S 그럼요! 양아버지 상뻬 씨의 평이 기억납니다. 일요일 오후에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쉬지 않고 그렸어요. 아버지가 어떤 그림을 보시더니 <이거 괜찮구나> 하셨어요. 공을 막으려는 골키퍼 그림이었죠. 아버지가 < 이 그림에는 움직임이 있어서 마음에 든다>고 하셨어요. 가슴은 불룩하고 배는 홀쭉하게그렸거든요. 그런데 난 멍청하게도 <아니에요, 그런 건 상관없다고요>라고 대꾸했지요. -86쪽



술만 안 드시면 그나마 양아버지가 제일 나은 사람..ㅜ.ㅜ



L 유년기는 욕망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당신에게도 특별한 욕망이 있었나요?

S 아,그야 물론이죠. 자전거를 갖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보다도 특히 평온한 가정을 갖는 게 소원이었지요. -113쪽


절박하고 절실하게 들린다.



어머! 그런 당부를 하고 외출한 거야? 



역시 환경의 힘! 이 아이는 자라서 '하늘을 걷는 남자'가 될 거야!















아, 완전 빵터졌다. 너무 리얼해!!!


상뻬 아저씨! 계속해서 작품 생활해주세요. 장수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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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아이
정유미 글.그림 / 컬쳐플랫폼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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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깨었습니다.싸늘한 어깨를 이불로 감싸고 창을 열어봅니다. 세상이 어둡습니다.



어쩐지 나혼자만 깨어 있는 것 같은 외로움이 밀려옵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머리를 질끈 묶고 대청소를 시작합니다.

늘어진 책가지들을 정리하고 침대 밑을 들여다봅니다.

거기에 먼지아이가 있었습니다.


성냥갑 같은 상자 위에 앉아 있던 아이.

손가락으로 툭 치니까 돌아앉습니다.

계속 건드리니까 아예 상자 안으로 들어갑니다.

말이 없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입니다.

마음에 걸렸지만 가차 없이 닦아냅니다. '먼지' 아이니까요.



화장대 위를 치울 차례입니다.어김 없이 먼지 아이가 발견됩니다.

자잘한 물건들이 많은 화장대 위는 청소하기 참 애먹는 곳이지요.

먼지 아이가 숨기도 참 좋은 곳입니다.

어쨌든 깨끗하게 닦았습니다. 

'먼지' 아이니까요.



주방 청소도 했습니다. 오래 방치해둔 컵안에서 그 아이가 또 발견됩니다.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개수대 안에서 씼었습니다.

물이 잠겨오고 먼지 아이가 꼬르륵 사라집니다.

뭐라 해도, '먼지' 아이니까요.



식탁보를 들췄더니 전선 위에 먼지 아이가 앉아 있습니다. 

너무 익숙한 모습. 역시나 걸레로 닦아버렸습니다. 

그래봤자 '먼지' 아이인 걸요. 



욕실청소와 샤워를 함께 마치고, 거기서 발견된 먼지 아이까지 하수구로 내려보내고 이제 식사 시간입니다.

밥을 한그릇 떠놓고 라디오도 살짝 켭니다. 

차분한 시간이에요. 고즈넉하기도 하고요.



아차차, 가스 불 위에 올려놓은 냄비를 잊었습니다. 

서둘러 일어나다가 식탁 위 전등을 치고 말았어요.

후두두둑 먼지 아이가 떨어집니다. 밥 그릇 위로 말이죠. 



움푹 떠내려고 했는데, 밥알 하나를 먹고 있던 먼지 '아이'와 눈이 마주칩니다. 

잠시 망설였습니다. 그리고 새로 밥 한 그릇을 떠서 먹기 시작합니다.

어쩐지 같이 밥먹는 친구 하나가 생긴 느낌이 듭니다.


참으로 독특한, 인상 깊은, 여운이 남는 책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의 외로움이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먼지 아이마저도 친구로 삼아야 할 것 같은 절박함 말이지요.

먼지 아이는 사람의 모양으로 그려졌지만 말 그대로 '먼지'입니다.

아무 대사도 없이 오로지 그림만 있는 이 책은 그러나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히 느껴지고 또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원작은 애니였다고 하는데 영상으로 보고 음악마저 깔린다면 그 울림이 또 깊을 것 같네요.

좋은 작품입니다. 오래오래 기억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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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11-08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상으로 봤습니다. 밥 먹는 장면에서 울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노아 2015-11-08 14:21   좋아요 0 | URL
댓글보고서 지금 막 영상 업어왔어요. 9분 50초나 되네요. 차분히 저도 감상해야겠어요.

2015-11-08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5-11-08 16:51   좋아요 1 | URL
글 작성하실 때 html 클릭하시고 동영상 url을 기입하거나, 아니면 영상 퍼오기 소스를 써주시면 됩니다.
저는 피씨로 했는데 핸드폰으로도 가능할 것 같아요. 좀 불편하긴 하겠지만요.^^

린다 2015-11-08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감사드립니다ㅎㅎㅎ

마노아 2015-11-08 17:27   좋아요 0 | URL
별 말씀을요~ ^^

아무개 2015-11-09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러니까
아침도 혼자 먹고
점심 저녁도 회사에 혼자 먹고
사람하고 함께 밥먹는 일이 아마도
알라디너분들 만날때나 멀리 있는 친구를 가끔 만날때인데,

이게 너무 익숙해지면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는 일이 더 불편하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도 가끔은 외로운거 같기도 합니다만 뭐...그렇죠...^^::::

마노아 2015-11-09 10:10   좋아요 0 | URL
저는 혼자 먹는 것도 같이 먹는 것도 나름 즐거운 편이긴 한데, 항상 혼자 먹는 밥이라고 한다면 꽤 외로울 것 같아요.
불편한 것보다는 외로운 게 나은 것 같은데, 그게 에브리데이라고 한다면 것도 힘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