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세 편의 영화 간략 리뷰~

 

우선 <아미티빌 호러>는 미국 개봉당시 6천만불이 넘는 흥행을 기록, 올해 개봉한 호러영화중 <더 링2>의 8천만불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흥행을 했다. 또한 전설의 고전호러 <아미티빌>의 현대적 리메이크라 상당한 관심을 모았던 영화. 이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는 높았다. 하지만 영화는 '범작'수준이었다. 썩 기대 이상도, 썩 기대 이하도 아닌, 그저 현대적으로 잘 리메이크 한 공포영화, 정도였다. 물론 유령의 집이라는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만든 장 드봉 감독의 '더 헌팅'에 비해서는 월등히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싶다. '더 헌팅'역시 전설의 고전호러 '헌팅 오브 힐 하우스'를 리메이크 한 것이지만 CG로만 도배를 한 거대 규모의 졸작이었다. 공포영화가 거대해지기만 거대해지고 전혀 무섭지 않다는 것은 그야말로 저주다! 그에 비해 <아미티빌 호러>는 꽤 으스스했다. 그러한 부분을 감독 나름대로의 연출법으로 잘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원작 <아미티빌>과 많이 비껴가고 있었다. 어딘지 스티븐 킹의 '샤이닝'이 자꾸만 연상되었다. 고전 아미티빌의 샤이닝적인 재해석이라고 말한다면, 꽤 그럴싸한 해석도 될 것 같지만 원작 '아미티빌'이 보여주었던 압도적인 공포감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정도면 꽤 잘 빠진 공포영화라고는 할 수 있다. 요즘 워낙 허접 공포물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 무엇보다 아버지 역을 맡은 그 배우가 연기를 잘했다.

 

<아일랜드>는 여름에 강한 남자 마이클 베이가 연출한 1억불 제작비의 SF액션영화다. 이 감독의 영화는 <나쁜 녀석들>에서부터 시작해서 6편 모두를 보았지만, 언제나 늘 그러하듯, 액션 연출에 있어서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박진감 넘친다. 그런데 이 작품 <아일랜드>는 그가 늘 함께했던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를 떠나 스필버그 사단인 드림윅스와 손을 잡은 작품이다. 무엇보다 마이클 베이의 능력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제리 브룩하이머가 아니어서 그의 감각적인 액션을 얼마만큼 보여줄 수 있을지 사뭇 걱정을 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135분의 상영시간 내내 영화는 다양한 볼거리의 액션을 제공하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고속도로 추격씬은 <나쁜 녀석들2>를 연상케하지만 그것보다 한층 업그래이드 되어 더욱 스피디하고 파괴적인 박력을 선사한다. 과연 '액션'에 있어서만큼은 마이클 베이보다 화끈한 감독은 없을 듯싶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의 최고 작품이 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물론 마이클 베이표 '여름 액션 영화'에서 작품의 완성도나 작품성을 논한다는 것은 조금 우스운 일일 테다. 그런 영화를 무엇하러 마이클 베이 영화에서 찾으려 한단 말인가. 액션 영화 감독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최고의 평가는 '아, 심오한 영화였어'가 아니라, '과연, 제대로 된 액션'이었어, 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트루 라이즈'같은 작품은 액션 영화로서 만점에 가까운 영화가 아니었던가! 물론 액션과 철학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룰수만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런 것을 쉽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매트릭스>1편과 같은 작품은 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영화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의 초반 30분 후, 아일랜드의 섬뜩한 실체가 드러나고, 링컨과 조던이 탈출을 하는 장면에서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든 카타르시스와 감동을 느꼈다. 그래서, 잘 하면 이 영화, 마이클 베이 최고의 영화가 되겠는데, 라는 흥분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그 탈출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그와 함께 교차되는 인간복제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는 이 영화가 어쩌면 주제의식을 담은 액션 걸작이 될 수도 있겠다, 라는 기대를 하게 했다. 그러나 영화가 중후반으로 치닫고 본격적인 액션을 선보이면서 오히려 그러한 기대는 사라졌다. 그냥, '액션 영화'로서만 보자, 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영화는 액션에 있어서는, 말그대로 러닝타임용으로는 시원한 느낌이 들만큼 충분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액션에 있어서는 그동안 마이클 베이가 쌓아온 응축된 내공이 유감없이 펼쳐진다. 무엇보다 음악이 정말 좋았고, 초반부 마이클 클락 던칸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끝으로 <로즈레드>는 극장용 영화가 아니라 TV용 영화다. 우연히 어제 밤 늦게 텔레비전을 켜보니 스티븐 킹틱한 영화가 시작되고 있어서 무슨 영화인가 싶어 꼴똘히 지켜보니 과연 '각본 - 스티븐 킹'이라는 자막이 떠올랐다. 영화는 한마디로 무시무시한 유령의 집 '로즈레드'를 방문하는 심령학자와 그를 돕는 조력자들이 겪게되는 공포담이었다. 스티븐 킹 각본 답게 영화는 무척 으스스했고 괴기스러웠다. 또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등장도 재미를 한층 배가시켰다. 특히 '애니'라는 초능력 소녀가 등장하는데 '캐리'만큼이나 무서운 여자아이였다. 어쨌거나 여름 특집 용으로 상당히 볼만한 공포영화였다. 국내에는 DVD로도 출시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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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시티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작품

장르 : 액션 스릴러 호러 판타지 러브 로망

(다섯 개 만점)

 

액션과 폭력으로 점철된 펄프 느와르! 그리고... 판타지와 비애!


지금부터 거론되는 스타들...! 브루스 윌리스, 미키 루크, 제시카 엘바, 클라이브 오웬, 닉 스탈, 파워스 부스, 룻거 하우어, 일라이저 우드, 로자리오 도슨, 베니치오 델 토로 제이미 킹, 드본 아오키, 브리터니 머피, 마이클 클락 던칸, 칼라 구지노, 알렉시스 블레델, 조쉬 하트넷 마리 쉘톤,  마이클 매드슨...! 이 모든 스타들이 한 영화에 출연한다는 비현실적인 가능성! 이들 몸값만 합쳐도 블록버스트 한 편의 제작비가 나온다는 계산은 이러한 캐스팅이 도저히 나올 수 없다고 합리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현실적인 캐스팅을 합리적으로 처리한 두 괴물이 있었으니 그들은 헐리웃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영화 악동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두번째 에피소드를 연출한 타란티노는 로드리게즈와의 우정을 과시하듯 단돈 1달러의 연출료만 받았다고 한다! 과연 영화광답다!

(이제부터 시작될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를 온전하게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리뷰를 읽지 말것!)

 

기본적으로 씬시티는 미국의 삼류 펄프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녹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나치게 황당무계하고 지나치게 감상적이다! 마치 만화처럼! 아닌게 아니라 원작은 프랭크 밀러의 만화다! 미국 개봉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북미지역에서만 7천만불이 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평단의 평도 무척 호의적이었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가 일찍이 포기한 것 처럼보이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 바로 대담하고 타협할 줄 모르는 비전(vision)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장 화려한 디지털 영화. 디지털 시네마 기술과 영화제작의 예술, 양쪽 측면 모두에서 영화는 한단계 점프한다.""이 영화야 말로 순수한 펄프 메타픽션이다." 등의 찬사가 이어졌던 것이다!

 

개인적인 평을 내려보자면 위의 화려한 수식들은 이 영화가 가진 만화적 특성처럼 좀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실제로 또 과장됨을 미덕으로 하는 영화기에 과장됨을 미덕으로 찬사할 법도 하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이제껏 보지 못한 화려하고 색다른 영화임에는 틀림없고 그것은 창작의 관점에서 분명 환영할 만한 사건이다. 스타일리쉬의 발전도 철학적 주제의 숭고함 만큼이나 영화 창작의 중요한 일부분이니까! 모든 영화가 오슨 웰즈나 페데리코 펠리니 같아야 훌륭하다는 법은 없으니까.

 

영화는 일차적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고 본다. 눈과 귀를 지루하게 하는 대신 네 인생에 무언가 커다란 철학을 던져주었지 않느냐, 하는 것은 이차적인 문제다. 눈과 귀도 즐겁고 무언가 커다란 철학을 던져준다면야 두말할 것도 없이 걸작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재미없는 영화를 만들어놓고 그래도 주제가, 철학이, 사상이 들어가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은 팔리지 않는 소설을 쓴 작가들이 연합해서 만들어 낸 '핑계'에 다름없다고 본다! 그네들은 이렇게 말할테지. 그래도 우리는 '순수'한 '문학'을 한다고! 웃기는 소리다! 그들은 다만 자기 만족을 위한 개인적인 '학문'의 '수순'을 밟는데 지나지 않는 것이다. 말하자면 책상서랍속의 일기장이나 필사본과 같은 것이다.

 

각설하고, 이 영화는 재미있다. 시종일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반드시 제공해야할 일차적인 서비스, 관객들의 돈과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는 '재미'를 이 영화는 확실히 만족시켜 준다. 그래서 일단 별 세 개부터 시작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다.

 

이쯤에서 이 영화가 주는 거부감에 대해 일견을 가질 수 있는 부류의 사람들에 대해 말해보겠다. 블랙 느와르를 싫어하는 사람, 하드고어 잔혹 호러의 폭력 자극에 비위가 상하는 사람, 오락영화를 보고 나서 어떤 도덕적 주제가 남기를 원하는 사람, 현란한 스타일리쉬 영상에 눈이 아픈 사람,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보며 저건 너무 만화 같잖아, 라고 빈정대는 고상한 사람, 팝콘 무비, 펄프 무비에 일말의 매력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를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영화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일 테다.

 

마침 다행인지는 몰라도, 필자는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영화를 딱 좋아하는 사람이다! 오우삼과 하드보일드 소설이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킨 '데스페라도', 장르의 벽을 파괴해버린 '황혼에서 새벽까지', 스크림의 신체 강탈자의 침입 버전 '패컬티', 007의 유쾌한 아동버전 '스파이 키드' 등 그의 작품은 적어도 영화를 보는 재미라는 측면에서 필자를 만족시켜주었다. 철학적인 것을 원한다면 언제라도 테리 길리엄의 작품을 보면 되는 것이다. 때문에 필자는 로드리게즈에서 테리 길리엄을 찾는 일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이 영화를 영화적으로 비유하자면 '데어데블'+'데스페라도'+'펄프픽션'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데어데블보다 과장된 상상력을 자랑하고 데스페라도보다 현란한 스타일리쉬를 추구하며 펄프픽션보다 과격한 느와르를 지향한다. 참으로 이 영화에 비한다면 데어데블, 데스페라도, 펄프픽션이 점잖게 느껴질 정도니. 이정도면 이 영화가 어떠한 스타일의 영화인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영화는 크게 세 가지 에피소드가 엮어진다. 첫번째 이야기 '힘든 이별'은 하룻밤을 같이 한 여신(창녀)의 죽음에 대해 괴력의 사내가 펼치는 복수극이다. 세 에피소드 중 가장 만화적인 상상력이 큰 작품이다. 그만큼 가장 화끈한 에피소드다. 두번째 이야기 '엄청난 살인'은 창녀들로 이루어진 비밀 킬러조직이 한 부패 경관의 죽음을 두고 벌이는 사투다. 칼을 쓰는 미호라는 여자 킬러가 무척 인상적인 에피소드다. 세번째 에피소드 '노란 녀석'은 은퇴를 앞둔 경관이 '악질'에게 납치된 소녀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으로 나뉘어져 전개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이고 브루스 윌리스가 맡은 하티건이라는 캐릭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각각 그다지 특별하다고 할 만큼 창의적이지는 않다. '펄프픽션'이 그러했듯 이 영화는 아주 창의적인 스토리라인으로 승부를 거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50년대 미국 펄프지, 하드보일드 추리물, 비정파 소설 등에서 찾을 수 있는 진부한 복수극, 추격, 암투 등을 역으로 이용하여(참으로 두 감독은 영리한 천재들이다) 식상함을 향수와 애수로 승화함으로써 관객들을 매료시켰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기획 방식을 필자는 두 손 다 들 만큼 축복한다. 조금 경우는 틀리지만 류승완 감독의 작품 중 '다찌마와 리'가 바로 이러한 기획 방식으로 성공한 사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50년대 펄프지, 싸구려 하드보일드 소설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와 비장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 중심의 스토리라인과 그것을 화려하게 포장해주는 과격한 영상미가 그것을 입증해준다. 엄청난 스타 플레이 만큼 엄청나게 쏟아져나오는 각양각색의 캐릭터들도 이 영화의 볼거리다. 또한 펄프 픽션 구성이라 할 수 있는 시간과 인물의 교차와 재분배 등도 흥미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필자가 이 영화를 정말 좋아하게 된 것에는 조금 다른 이유도 작용한다. 그것은 바로 이 영화만이 가진 '애수'였다. 그 애수란 것은 코넬 울리치의 작품이나 레이먼드 첸들러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바로 그 '애수'다. 겉모양으로 본다면 틀림없이 과격한 폭력물임에도 이 영화에는 전반적으로 도시 속에서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슬픔과 비장미가 묻어난다. 그것은 의외로 고혹적인 미학이다. 피와 복수, 암투와 죽음이 난무하지만 그 모든 사건들과 그 모든 인물들 속에는 그러한 미학적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것은 마치 괴물의 가면을 뒤집어쓰고 도시를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의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는 어찌할 수 없는 고독의 쓸쓸한 뒷맛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죽어가는 이들은 두려움에 비굴해지기보다 씁쓸하게 웃어버린다. 참으로 코넬 첸들러 적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나레이션으로 내뱉는 말들에 많이 매료되었다. 그럴때면 정말로 한 편의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멋진 말들이 많이 나오고 그것은 하드보일드 답게 조금은 거창하고 조금은 감상적이고 아주 많이 비장하다. 그러나 비장미를 필자는 꽤 선호하는 편이고 그래서 브루스 윌리스의 마지막 대사가 무척 가슴에 와닿았다.

 

"늙은이는 죽고, 젊은 여자는 산다. 공평한 거래다!"

 

이 외에도 밑줄 긋고 싶은 대사는 많았다. 일일이 기억해서 기록할 수 없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객관적으로 평하자면 로드리게즈와 타란티노의 팬이라면 필견의 가치가 있는 영화다. 둘 중 한 명의 팬이라고 해도 볼만한 영화다. 데어데블, 데스페라도, 펄프 픽션을 잊지 못하는 팬들에게도 볼 만한 작품이다. 또는 무수한 스타들 중 어느 누구의 팬이라고 해도 볼 만한 작품이다. 특히 브루스 윌리스와 미키 루크는 상당한 호연을 펼친다. 제시카 알바는 굉장히 예쁘게 나온다.(다크 엔젤의 그녀)

 

이 영화는 미국 및 서양 쪽에서 큰 인기를 끈 반면 국내에서는 비교적 저조한 흥행을 기록 중이다. 아마도 국내 정서와는 별로 맞지 않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의 저변에 녹아있는 배경은 대다수 미국 및 서양 문화의 아이콘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정서가 국내 정서와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안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러나 필자는 미국의 팝콘 문화, 하드보일드 펄프 문화를 정서적으로 잘 소화하는 편이라 이 영화에 별 넷 정도는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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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링''주온''디아이'로 이어지는 아시아 '특급 공포'의 뒤를 이어갈만하다, 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링, 주온, 디아이, 셔터로... 갈수록 그 힘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이정도면 굉장히 잘 만든 공포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감독이 오랜 시간동안 구상을 해왔고 '제대로 된 호러'를 보여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던데, 과연 그 노력의 면면이 보였습니다.(이미 헐리웃에서 리메이크 결정이 났음)

 

귀신 찍는 카메라, 라는 익숙하지만 신선한 아이디어가 우선 영화 전체를 힘있게 이끌어가고 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에피소드와 에피소드가 촘촘한 복선으로 꽉 짜여져서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공포영화가 절대적으로 본받아야 할 부분이지요. 조금은 익숙한 설정이라고 할 지언정, 각본상에서 대충 '공포로 때우기'식의 전개가 나오면 영화는 아주 망쳐버리죠! 우리나라 공포영화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최근 유행하는 성공한 '공포영화'들의 '공포장면'을 차용해 오는 것 만으로 어깨에 힘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셔터가 좋았던 이유는 공포영화가 가질 수 있는 매력을 아주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몇 몇 장면은 감독의 호러에 대한 천재적인 감각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진짜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그런 순간이 몇 번 있었지요) 적어도 감독은 관객이 어느 때에 지루해할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관객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감각적인 연출력을 보였고 '아주 걸작'이 아닌 이상 그정도면 관객은 대게 만족하는 편입니다. 복선은 치밀하게, 반전은 단 한번의 스트레이트로, 플롯은 복잡하지 않고 타이트하게, 공포는 화끈하게, 대략 이정도면 호러 매니아들을 만족시키기엔 충분할 겁니다. 간단해보이지만 사실 이게 쉬운 게 아니죠! 복선은 산만하게, 반전은 시시한 잽으로, 플롯은 복잡하고 늘어지게, 공포는 짜증나게,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기 십상이죠!

 

특히 마지막 반전과(물론 예상 가능한 반전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앞뒤가 딱맞아 떨어지는 반전은 그 자체로 충분한 카타르시스를 안겨다 줌) 함께 이어지는 최후의 공포는 역시 이 작품이 꽤나 수작일 수 있는 이유를 보여주었습니다. 질질 짜면서 슬픈 호러, 감동 호러를 표방하지는 않았으니까요! 각본상으로 안 되면 꼭 이런 식으로 한국인의 눈물 정서를 자극하며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공포 같지 않은 공포, 많이 봐 왔죠...!

 

크게 기대하고 본다면 크게 만족할 만한 영화는 아닐 것입니다. 또한 개인적인 편차에 따라 시시하네, 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지요. 링, 주온, 디아이도 시시하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주관적, 객관적인 평을 종합적으로 아우러 볼때 '셔터' 정도면 상당히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섬뜩했고, 으스스했고, 이야기가 재미있었으며, 무엇보다 귀신이 무서웠으니까요!  

 

-> 남자 주인공이 '리마리오'를 닮았다고들 하던데, 조금 닮긴 닮았더군요. 리마리오가 조금 더 샤프해지면... 검색해보니, 이제 겨우 81년생의 태국 영화계 스타더군요. 어쨌거나 남녀 주인공이 상당히 잘생기고 예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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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등뼈 (2001)

감독 : 기예르모 델 토로

 

한편의 성장소설 같은, 그러나 무섭고 참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린 주옥같은 호러영화!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를 본 것이 도대체 얼마만이던가. 아주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극장가를 돌며 거대한 간판에 붙여진 무시무시한 그림들이 뿜어내던 광기의 아우라에 매혹되곤 했던 그 시절의 황홀한 공포감은 언제부턴가 필자의 마음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실제로 그 때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13일의 금요일''블랙 후라이데이''나이트메어''공포의 여대생 기숙사''버닝''헬나이트''서스페리아''캐리''이블데드''후라이트 나이트''아쿠아리스''더플라이'등의 작품들은 초등학생이라는 신분의 격차를 극복할 수 없어 가슴에 한이 사무쳤던 그리움의 대상이었다.(삼류극장에 걸렸을때 미친듯이 달려가 만나보았던 그 때의 흥분이란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다) 시간히 흘러 중학생이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당당하게 극장에서 본 '나이트 메어5'라던가 '바탈리언' 같은 영화들은 더 이상 그 옛날의 짜릿한 흥분 같을 제공하지 않았다. 마치 '이제는 너무 늦어버렸어. 호러영화가 좋았던 시절은 벌써 지났어' 라고 말하는 것처럼. 재미는 있으되 무섭지 않은 영화들, 이런 영화들에선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 특유의 황홀한 공포감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사탄의 인형' '영혼의 목걸이' 같은 영화에서 필자는 그런 것을 느꼈고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묵직한 공포를 안겨다줄 수 있는 제대로 된 '공포'영화를 진정 보고싶었다. '스크림''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있다'를 그래서 필자는 엄청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들 영화 역시 '재미'는 있으되 '공포'는 없는 영화들이었다. 어째서 공포영화가 안무서워 진 거지, 하는 공허함에 시달려 공포영화에 대한 사무쳤던 감정마저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얘기가 길어졌는데 아무튼 요 근래 '식스센스''링''주온''디아더스' 같은 영화가 필자로 하여금 그 잊혀진 황홀한 감각을 되살려주었다. '왓 라이즈 비니스'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좋다고 할 수 있었다. 근래 개봉한 영화 중에서는 '엑스텐션' 정도면 대 만족이다. '캠퍼스 레전드''컷''발렌타인' 같은 영화들만 안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던 중 제대로 된 물건을 발견한 것이다. '악마의 등뼈'는 이런저런 소식지를 통해 잘 된 영화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국내 미개봉이고 비디오로도 없으니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던 영화였는데 얼마전 드디어 그 '제대로 된 물건'과 조우할 수 있었다.


대략의 줄거리를 말해보라면, 열 두살의 카롤로스가 마을에서 엄청 떨어져있는(차를 타고 가도 왕복에만 한나절이 걸리는) 외딴 고아원에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고아원은 원장인 카르멘을 위시로 좌파를 돕는 일종의 비밀 기지로 우파에 발각되는 날에는 처형당할 위기를 안고있다. 그곳에서 카를로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지하실의 유령 '한숨짓는 아이'와 조우하게 되고 '한숨짓는 아이'의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 라이벌 제이미와도 격돌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간의 마찰은 곧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덮어지고 그들은 '한숨짓는 아이'의 정체를 밝혀내고자 그들만의 모험을 강행한다. 그러던 중 좌파의 붕괴가 눈앞에 다가오고, '한숨짓는 아이'는 카롤로스에게 무시무시한 경고를 하고, 부랑자 카신토는 끔찍한 살육을 계획하며, 고아원에는 걷잡을 수 없는 참담함 공포가 엄습하게 된다.


이 영화의 라스트는 '특별'하다. 그 특별함 속에는 공포와 충격, 스릴과 서스펜스, 감동과 비애, 그리고 참혹함과 의외의 반전이 모두 담겨있다. 스페인 내전이라는 배경이 이 영화의 주제를 어떤 식으로 상징화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필자가 본 이 영화는 어떤 '유령'에 관한 보고서였다. 그 어떤 '유령'은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었다. 두려움, 탐욕, 비밀, 절망, 애수, 원한, 살의, 회한, 그리고 자아찾기까지. 때문에 유령은 곧 인간 내면의 탐구이며 문명 내면의 탐구였다. 정말로 '한숨짓는 아이'의 유령과 둘러싼 이 미스터리 모험담은 그 모든 고찰을 가능하게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그러한 주제나 사상을 전달함과 동시에 관객의 시각적 재미에도 무척 충실하다는 것이다. '공포'적인 측면에서 감독이 정교하게 만들어낸 몇 몇 장치들은 심장이 요동칠만큼 만족스러웠다. 특히 '한숨짓는 아이'는 호러영화 캐릭터를 다시 정리할만큼 인상적인 캐릭터였다. 물속을 부유하듯 흐너적거리는 그 그로테스크한 움직임은 과연 압권이었다. '공포'적인 측면 외에도 이 영화의 스토리는 너무나 꽉 짜여진 재미를 선사한다. 고아소년이 겪게 되는 여러가지 위기와 마찰은 성장소설적인 재미를 안겨다주고, 인물들간에 펼쳐지는 기이한 관계와 욕망들은 숨막히는 심리 스릴러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전형적인 '유령의 집' 스토리라인을 거부하는 충격적인 시나리오의 힘은 모험 미스터리의 흥미마저 느끼게 하며 그 끝을 쉽게 예측할 수 없게 한다.  


한 마디로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였다. 스페인 내전이라는 무거운 배경을 깔고가면서도 이토록 아기자기한 호러 미스터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다들 별로라고 말하는 '미믹'도 필자의 경우는 꽤 흥미롭게 보았던지라 필자는 이 감독의 '호러적 재능'에 피터 잭슨, 샘 레이미 못지 않은 기대를 걸고 있다. 2001년 만들어진 이 영화는 같은 해 개봉한 '디아더스'에 가려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지는 못했지만 당시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그 해 최고의 공포영화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도 '디아더스'와 비해서 한점 뒤떨어질 것이 없는 작품이었다. 어째서 국내 개봉이 되지 않았는지 그것이 의문일 따름.(물론 개봉해도 '디아더스'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수 있었을지 역시 의문이지만. '디아더스'만큼 감칠맛 나는 자극은 없기에)


끝으로 몇 가지 덧붙이자면, 카를로스와 제이미, '한숨짓는 아이' 역을 맡은 아역배우들의 연기가 놀라울 정도로 눈부셨다는 것이다. 연기의 자연스러움(자연스러운 척, 연기 잘하려는 척, 그런 척 하는 것이 아닌 절실하게 느껴지는 자연스러움)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애들이었다. 중견 연기자들의 연기력이야 거론해서 무엇하랴, 싶을 만큼 최고였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로베르토 베니니의 장모 역을 맡았던 그 여배우의 장애인 연기도 좋았고 악역을 맡았던 '오픈 유어 아이즈'의 주인공, 에두아르도 노리에가의 연기도 정말 찔러 죽이고 싶을 만큼 완벽했다. 극중 이름은 잘 기억 안나지만 '카르멘'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수호천사적인 노의사 페데리코 루피의 연기는 가장 여운이 남았다. '산티' 역을 맡은 젊은 여배우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순수한 영혼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듯한 그 미모가 다른 많은 작품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그녀가 건네는 '체력 한알'은 정말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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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발간 즉시 100만부가 팔렸다는 호러베스트셀러!!

빨리 구입해서 보고싶다~!

그런데 이 작품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데...

그렇다면 '착신아리'의 원작소설?

'착신아리'도 분명 엄청 히트한 원작소설이 있다고 했으니-

아마도 이 '베이비 메일'이 '착신아리'의 원작소설인가 보다!

전화 메일로 죽음이 찾아온다는 설정 또한 비슷한 것을 보니!!!

아무튼- 오랜만에 만나는 제대로 된 공포소설인 것 같다.

그래서- 가슴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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