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빌 2
Kill Bill: Volume 2

 

 

복수의 끝은 비애!

 

 

타란티노는 분명 90년대가 탄생시킨 최고의 감독이다. <저수지의 개들><펄프픽션>은 천재 감독의 탄생을 알렸고 타란티노 이전 영화, 이후 영화라는 큰 획을 긋게 했다.(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이전은 고루함, 이후는 답습) 서부극, 홍콩 쿵푸영화, 일본 애니메이션과 사무라이 영화, 오우삼의 느와르, 드 팔머의 스릴러등 다양한 문화적, 장르적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 세계를 만들어낸 타란티노는 기존의 장르 관습을 해체, 재구성 하면서 잔혹하고 감각적인 테크닉으로 포장하며 헤모글로빈을 분출케 했다.

그런 그가 <킬빌>이라는 신작을 내놓았을 때 필자는 타란티노로 하여금 두 가지 사실을 짐작하게 했다. 우선 그가 전작인 <재키 브라운>으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었을 것이라는 것. 또 한 가지는 그렇기 때문에 <킬빌>을 만들어 보여 복수를 하고 싶었다는 것. <재키 브라운>은 타란티노가 밝혔듯이 <저수지의 개들><펄프픽션>보다 재미 없는 영화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가장 만들고 싶어 했던 영화였다. <재키 브라운>은 <저수지의 개들><펄프픽션>이 보여준 시간의 재구성과 거미줄같은 캐릭터의 구성이 한층 치밀하고 복잡해진 영화였다. 전작들에서 보여진 현란한 잔혹 영상미가 줄어든 대신 서로 얽히고 설키는 뒷골목 인생들의 시니컬한 스토리가 꼼꼼하게 스케치된다. 타란티노의 많은 재능 중 필자가 가장 최고로 꼽고 싶은 것은 놀라운 입담이다. 그에 의해서 창조되는 무수한 캐릭터들은 그들이 내뱉는 불꽃튀는 대사들의 향연으로 생명력이 결정되어질 정도다.(헐리웃 내에서 그의 대사 처리 능력은 '특A급'으로 정평이 나있다. <크림슨타이드>의 경우 토니 스콧 감독이 완성된 각본을 일부러 타란티노에게 손보게금 했을 정도. 물론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크림슨 타이드>는 보석같이 빛나는 대사들의 향연으로 품격이 올라갔던 것이 사실이다) 그는 뒷골목 3류 인생들의 저급한 농담에서부터 시니컬한 비애까지 훤히 꿰차고 앉아 자유자재로 캐릭터를 뽑아낸다. 그렇게 탄생한 캐릭터들은 스스로 살아숨쉬고 스토리를 만들어나갈 정도다. 그러한 살아 숨쉬는 캐릭터와 꽉찬 스토리의 힘은 <재키 브라운>에서 가장 미끈하게 뽑혀나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키 브라운>은 타란티노가 가장 애착이 갈만한 작품이고 그래서 가장 타란티노 다운 작품인 것이다. 타란티노는 <재키 브라운>의 아쉬움을 6년 후 마침내 <킬빌>로 풀어낸 것이다. 정말로 그가 하고 싶어서 온 몸이 근질근질했던 이야기, <재키 브라운>으로 관객과의 소통에 실패한 그가 몸살 날만큼 보여 주고 싶었던 이야기, 그 이야기의 애너지를 <킬빌>로 분출시킨 것이다.

그는 <킬빌>에서 <재키 브라운>과의 차이를 두고 있다. 그리고 그 차이가 바로 승부수가 되었다. 전작이 관객과의 소통에서 실패를 한 원인을 그는 재빠르게 캐취해낸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만의 전매특허 헤모글로빈의 시가 부족했던 탓이리라. 분명 <킬빌>은 <재키 브라운>과 일면 닮은 부분이 있다. 느와르에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것, 그 여자 주인공이 거대한 세력에 휘둘리면서도 재치있고 당당하게 맞선다는 것.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느와르, 이것이야말로 타란티노가 오래도록 가슴 속에 품어왔던 이야기일런지 모른다. 그래서 그는 완성된 <킬빌>을 두 조각으로 나눈다. 1부에서는 관객들이 자신에게서 그토록 목말라하던 헤모글로빈의 시를 현란한 테크닉으로 마음껏 분출시킨다. 피가 낭자하는 청엽옥의 결투씬, 오렌 이시이의 머리가 날아가는 충격영상으로 관객들의 얼을 빼놓은 후 그는 살며시 2부를 내보인다. 빌은 왜 그녀를 죽여야만 했는가, 그녀는 왜 빌을 죽여야만 하는가, 빌은 누구이고, 그녀는 누구인가? 퍼즐처럼 흩어져 있던 비밀의 조각들이 하나 둘씩 끼워지고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다. 타! 란티노는 <킬빌 1>을 통해 관객들을 강렬하게 끌어당긴 후 비로소 <킬빌 2>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를 완성시켜 나간다. 자극적인 영상미에 이끌려 흘려보낸 무수한 수수께끼들의 답은 오직 <킬빌 2>에 있는 것이고 관객들은 '상'권을 읽은 지금, 반드시 '하'권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지막 챕터를 확인하지 않고는 못 배길 테니.

이러한 전략은 탁월했다. 타란티노는 다시한번 장르적 특성을 활용해 자유자재로 관객들을 쥐고 흔든다. 전편에 암시되어졌던 브라이드의 살아있는 딸이 등장하고, 어째서 빌이 브라이드를 암살하려 했는지에 대한 배경이야기가 나오고, 브라이드가 페이 메이로부터 무술을 전수받는 과정이 나오고, 브라이드가 빌을 떠나게 된 이야기, 그리고 빌과의 최후의 대결이 그려진다. 재미있는 것은 숨겨진 사연들에 대한 타란티노만의 놀라운 입담이다. 술집에서 해결사 노릇이나 하며 보스로부터 온갖 구박을 당하는 3류 건달로 전락한 버드의 사연이나, 한쪽 눈을 잃게 된 엘 드라이버의 사연, 브라이드가 조직을 떠나게 된 사연 등. 그들이 뿜어내는 대화의 힘은 전편의 청엽옥 결투씬 만큼이나 압권으로 와닿는다.(그만큼 살아있는 대사의 힘은 너무나 훌륭했다) 특히 빌의 사연이 절정을 이룬다. 잔인무도하고 얼음같이 차갑게만 비쳐졌던 전편의 이미지를 반전시키는 애수짙은 빌의 모습은 가히 놀랍다. 브라이드의 결혼식장에 악기를 연주하며 나타난 빌, 자신을 찾아온 옛여인 앞에서 딸과 함께 노는 빌,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브라이드를 향해 모든 진심을 얘기하는 빌, 그러한 빌의 진면목들은 전편의 관객들을 정서적으로 공략한다. 이처럼 계산된 감독의 연출에 관객들은 보기좋게 빠져들며 빌과 브라이드 두 캐릭터 누구의 손도 들어줄 수 없게 되버린다. 결국 피할수 없는 최후의 대결은 운명처럼 다가오고 복수의 끝이 남긴 가슴저린 비애만이 관객들의 정서를 지배한다. 그리고 대서사시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강렬했던 두 권짜리 펄프 픽션은 막을 내린다.

우리가 <킬빌 2>에서 기대할 것은 청엽옥 결투나 오렌 이시이와의 진검승부 같은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을 기대한다면 1편을 한번더 보며 만족해야 할 것이다. 이 복수의 서사시는 vol 1과 vol 2 즉, 상, 하권으로 나누어진 하나의 이야기다. 총 10개의 챕터를 가진 한 편의 소설이다.(장르는 느와르 혹은 하드보일드쯤) 싸구려 소설 제목 같은 '피의 복수를 다짐한 여자'가 있고 그녀의 잔혹한 복수극이 있고 후반부로 갈수록 숨겨져 있던 비밀들이 하나 둘씩 밝혀지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무수히 읽어 보았음직한 이런 류의 소설들, 그 틀을 우리는 알고 있다. 타란티노 역시 알고 있고 그는 그러한 소설들을 헤밍웨이나 포크너보다 숭배시한다. 이점을 잊지 말자. 우리모두 헤밍웨이나 포크너를 원했던 것이 아니다.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을 원했던 것이다. 그는 그 장르에 충실했다. 혀를 내두르는 잔혹함으로 책장에 몰입하도록 만들었고 유려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과시하며 다음 챕터가 끊임없이 궁금하도록 만들었다. 챕터가 거듭될수록 비밀은 밝혀지고 최후의 대결만이 남게 되었다. 그 모든 것을 그는 적재적소에 배치한 음악과 현란한 영! 상미 감각적인 테크닉으로 포장했다. 이제 <킬빌 2>에서 복수는 마침표를 찍었고 우리들은 vol 3이 나오기를 혹은 그의 신간이 출간되기만을 기다려야 할 테다.

장르를 충실하게 활용하면서 그것에 변칙을 가하는 것, 그러면서 그것을 멋지게 포장하는 것, 이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공식을 타란티노만이 능숙하게 풀어낸다. 그래서 그의 펄프 픽션은 언제나 유쾌하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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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 볼만한 공포비디오 10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여름 밤에 보는 공포영화의 묘미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이죠!!

이미 이 곳을 통해 볼만한 공포영화들을 소개했던 관계로 중복되는 것도 있을 겁니다~~


1. <디 아더스> -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메가 히트작~ 공포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자 진정한 공포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천재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놀라우리 만치 정교하고 기발한 상상력의 각본은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명시나리오지요~! 창백한 표정연기의 니콜키드만의 열연이 돋보이는 고품격 호러무비입니다. 회자가 되었던 엄청난 반전과 심장을 멎게하는 충격적인 라스트가 압권입니다.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이라면 꼭 감상해보세요!!


2. <세션 나인> - 요 근래 제가 본 공포영화 중 최고작입니다! 폐허 직전의 정신병동에서 벌어지는 으스스한 공포와 다섯 남자의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치열한 심리묘사가 일품입니다. 젊은 신예 브래드 앤더슨 감독의 데뷔작으로 이제 껏 나온 공포물들과는 다른 영화를 찍고 싶었다는 감독의 순수한 열정이 높이 평가될만한 작품입니다. 실제로 해외 언론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저예산 공포영화가 추구해야할 표본을 제시했습니다. 전혀 다음 상황을 쉽사리 예측하지 못하게 하는 탄탄하고 으스스한 각본의 힘은 치밀하게 깔아놓은 복선의 묘미와 함께 라스트의 이르러 소름끼치는 반전과 전율을 선사합니다!! 감상하는 이에 따라서 자칫 지루하다고 느낄수도 있겠으나 다섯 남자의 팽팽한 심리전과 귀신들린 정신병동의 으스스한 분위기에 빠져들다 보면 잔혹하리만치 쇼킹한 라스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3. <할로윈 2> - 약 1년 전쯤에 무삭제 오리지널 판이 출시되어졌습니다. 북미지역에서만 7천만불 이상의 흥행수익을 기록한 78년 작 <할로윈>의 오리지널 속편입니다. <할로윈>의 라스트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사건전개가 1편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호감이 갈 만합니다. 병원으로 옮겨진 로리(제이미 리 커티스)와 로리를 좇아 병원내로 침입하는 부기맨과의 사투가 압권입니다. 지금 보면 다소 밋밋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나오는 허접한 3류 호러물들과는 느낌부터 틀립니다. 시리즈 중 <할로윈>의 명성을 유일하게 이을만한 작품이며 1편 다음으로 가장 성공한 영화입니다. 정통 슬래셔 무비를 즐기시는 분들이나 제이미 리 커티스의 팬이라면 필견의 작품입니다!!

4. <언브레이커블> - 정통 호러물은 아니지만 <식스센스>의 신화를 창조한 샤말란 감독의 작품이라 오싹한 전율과 독특한 스릴러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전복된 열차에서 외상하나 없이 홀로 살아남은 자의 비밀이라는 기발한 설정의 도입부는 관객들을 영화속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흡입력력이 있습니다. 천재 각본가답게 사건 전개는 예측불허로 치닫고 강렬한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지는 라스트와 이어지는 최후의 반전까지 시나리오의 힘은 빛을 발합니다. <식스센스>에 비한다면 턱없이 약한 반전이지만 기발한 설정과 아무도 눈치 못채게 깔아놓은 복선의 묘미가 돋보이는 최후의 반전은 역시 반전의 대가다운 솜씨였습니다. 우리가 그저 막연하게 생각하는 슈퍼맨따위의 영웅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과 그 탄생배경에 대한 기막힌 가설이 놀라우리만치 세심한 감독의 연출력과 더불어 스릴러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한 걸작입니다~


5. <왓 라이즈 비니스> - 히치콕 풍의 스릴러에 첨단 그래픽을 도입해서 완성한 호러스릴러. 미스테리와 호러가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마지막까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여름 밤에 보기엔 더없이 좋을 잘만들어진 공포영화.


6. <후라이트 나이트> - 흡혈귀 영화에 신세대적인 감각을 도입한 하이틴 호러물. 초등학교 3학년때 극장에서 보고 충격먹은 영화입니다. 특히 입이 귀밑까지 찢어져서 웃고 있는(장난이 아니고 정말로 귀 밑까지 찢어진...) 공포스런 포스터가 무척 인상적인 영화입니다. 유쾌하면서도 무시무시하게 잘만들어진 최고의 흡혈귀 영화. 이웃으로 흡혈귀가 이사오게 되고 우연히 그 흡혈귀의 정체를 알게된 고교생 찰리의 고군분투, 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설정입니까~ 요즘은 정말 이런 공포영화 한 편이 아쉽습니다~!


7. <여곡성> - 한국형 호러의 최고 걸작. 지금 보아도 충분히 먹혀들 끔찍한 귀신분장은 정말 압권입니다! 순수 국산 호러가 나가야 할 방향~!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라는 말이 더할나위 없이 딱맞는 공포영화 입니다. 언젠가는 리메이크 되어져 공포의 유행코드로서 작용할 작품. (김지운 감독의 차기작 <장화 홍련>에서 벌써 이러한 조짐이 보이고 있음)


8. <나이트 메어> - 당연히 1편을 말하는 것입니다. 정말로 악몽속을 헤매이는 듯한 공포스런 초반부와 <스크림>식의 유쾌한 후반부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웨스 크레이본 최고의 걸작. 슬래셔 무비의 변종을 알렸으며 프레디라는 가공할만한 엽기적인 캐릭터를 탄생시킨 대단한 작품.


9. <바탈리언> - 천재 감독의 탄생을 알린 기발한 공포영화. 흐느적 거리는 좀비가 아닌 굉장한 순발력을 자랑하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향연. <리빙 데드> 시리즈의 1편이며 시리즈 중 최고~! 유쾌한 호러를 지향하는 분들에게 적절한 호러물~!


10. <링2> - 너무나도 유명한 <링>의 오리지널 속편. 1편에 비해 신선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순간순간 오싹한 전율을 선사하는 명장면들로 가득합니다. 나카다 히데오, 스즈키 코지 콤비의 기지가 돋보이는 미스테리 심리호러~!


이상 10편을 소개해 드렸는데 기회가 된다면 숨겨진 작품들 중 정말 괜찮은 작품들로 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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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영웅전설 - 박민규

오후 네시 - 아멜리 노통

사라진 시간 - 빌 벨린저

나이트메어 룸 - 스타인

카스테라 - 박민규

키친 - 요시모토 바나나

선물 - 스펜스 존스

오 고독이여 - 니체

두려움과 떨림 - 아멜리 노통

사랑보기 - 릴케

하루키 단편걸작선

꿈꾸는 인큐베이터 - 박완서 외

20세기 소년

동경 바빌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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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화계의 대모(代母)! FM영화음악의 정은임

 

불현듯, 울먹이며 마지막 인사를 하던 마지막 방송이 귓가에 아른거리네요~

 

그날 방송에서 정은임 아나운서는 자신의 '내 인생의 영화' 5편을 소개했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주제곡 '마지막 인사'를 내보냈죠~

 

내가 웃는 모습을 보여 줄게

너도 웃으며 나를 봐

내가 우는 모습을 보인 데도

웃으며 안아 줘

한동안 기쁨이 없었지

슬픔이 없었던 것처럼

내가 웃는 모습을 보여 줄게

너도 웃으며 나를 봐

내가 우는 모습을 보인 데도

웃으며 안아 줘

 

"마지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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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와 막대사탕을 든 희극지왕

 

 

성치 형님의 영화는 무.조.건. 극장에서 봐 주어야 한다,는 '주성치 열혈 매니아'로서 이번 신작을 열렬히 기다려왔었다. 매스컴을 통해 주성치가 '소림축구' 이후 한 단계 업그래이드 된 대작 '쿵푸허슬'로 3년만에 돌아온다는 기사를 접했을때 우리 시대 최고의 '희극지왕'이 이번에는 과연 어떤 '물건'을 만들었을까 하는 호기심에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
더구나 그가 그의 인생이라고 표현했던 '쿵푸'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니 그 기대치는 하늘을 찔렀다.  

내한과 함께 개봉된 '쿵푸허슬'은 성치매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으며 지난주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2년전 국내 개봉한 '소림축구'의 오프닝 성적을 능가하는 수치다. '소림축구'가 최종적으로 78만명 정도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아마 '쿵푸허슬'이 그 기록을 깨지 않을까 싶다. 이미 홍콩에서는 5천5백만 홍콩달러를 돌파하며 '무간도'의 흥행기록을 넘보며, 나아가서 역대 최고인 '소림축구'의 6천만 홍콩달러 기록까지 갈아치울 기세다. 물론 대만, 중국에서도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기록을 다시 쓰는 중이다. 아울러서 3월에는 전미 1500개극장에서 일제히 개봉한다고 하니 헐리웃 박스오피스도 귀추가 주목된다.(이번에는 성공하리라고 본다!)

이야기로 들어가서,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어설픈 건달 싱은 구태여 '악당'이 되고자 한다. 이유는 '선'해서는 결코 세상의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 누구라도 그의 이러한 가치관에 반기를 들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처가 아닌 이상. 때문에 악인인 척 하는 싱은 사실 진정한 악인이라 할 수 없다. 그저 현대인을 대변하는 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는 당대 최고의 악당 '도끼파'의 일원이 되어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부와 명예를 누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의 그러한 포부는 '돼지촌'이라는 빈민마을에서부터 막히기 시작한다. 별볼일 없어보였던 돼지촌에는 사실 숨은 고수들이 강호를 떠나 조용히 살고 있었던 것이다. 벌집을 들쑤신 꼴이 된 싱은 약삭빠르게 '도끼파'에 붙게 되고, 마침내 '돼지촌' 고수 대 '도끼파'의 전면전이 시작된다. '도끼파'는 '돼지촌'을 멸하기 위해 계속해서 킬러들을 보내고 건드려서는 안 되는 절대 악 '야수'까지 불러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싱은 어린 시절, 자신이 구해주었던 벙어리 소녀와 재회를 하게 되고, 무공의 참 진리도 깨닫게 되어, 잠자고 있던 내공에 눈을 뜨게 되고, 여래의 경지에까지 오르게 된다.

시각적 효과는 '소림축구'에서 몇 단계 업그래이드 되었다. '쿵푸'액션은 이제껏 보아왔던 '최고'의 경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콜롬비아'측의 막대한 제작비가 낳은 현란한 CG와 '원화평', '홍금보' 콤비의 무술 액션이 환상적 조화를 이루어내니 현존하는 '최고'의 '쿵푸액션'이 나올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눈과 귀의 즐거움은 충만했다. 생각보다 '액션'은 엄청 거대하고 오래도록 이어졌다. 대신 상대적으로 '코믹'이 조금 줄어든 것은 아쉬움이었다. 또한 주성치의 전작들에 비해 '주성치'의 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것도 아쉬움이었다. '액션'이 '주성치'마저 밀어낸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동안의 영화들이 주성치의 압도적인 원맨쇼였다면 이번에는 골고루 분배를 한 주성치의 전략이자 배려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필자가, 주성치의 매니아가, 주성치의 영화에서 바라는 모든 것이 '쿵푸허슬'에는 있었다. 3년간의 기다림을 충분히 만족시켜줄 희극버라이어티로 그는 팬들에 보답을 한 것이다. 확실히 그는 누가 뭐래도 이 시대 '최고'의 희극지왕이다. 이번 영화에서 필자가 정말 좋았던것은, 개인적으로, 벙어리 소녀와의 짧지만 강렬한 여운이 남는 로맨스였다. 특히 극 중반에 우연히 마주친 그들이 서로를 알아보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장면은 그야말로 명.장.면.이.었.다. '구원자'소년이 '약탈자'건달이 되어 나타난 그 절묘한 상황에서의 물결치는 듯한 음악과 영상의 조화는 말못하는 벙어리 소녀의 애틋한 심정만큼이나 보는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적셨다. 주성치가 정말로 '감동'의 깊이를 조절을 할 줄 아는 명장의 반열에 들어섰구나 하는 것을 실감했다.

패러디 장면들도 영화를 보는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극 초반에 '소림축구'를 의식한 듯한 대사나, 김용의 소설 '신조협려'를 패러디한 설정들, 뮤지컬 고전 '탑햇'의 명장면을 연상시키는 극적인 재회장면. 그러나 무엇보다 압권은 '샤이닝'의 한 장면을 '공포'스럽게 패러디한 장면이 아닌가 싶다!(개인적으로 과연 주성치다운 허를 찌르는 발상이었다, 라고 생각한 장면. 주성치가 호러영화에도 관심을 가졌을 줄이야, 하는 감탄과 함께)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악인'이 어떻게 '선인'으로 거듭나느냐 하는 이야기다. 그것을 주성치는 '도끼'와 '막대사탕'으로 대치시켜 절절하게 '인생'이야기를 그려낸다. '소림축구'는 물론 '식신''파괴지왕''희극지왕'등에서 무수히 다루어졌던 힘없고 나약한 '서민'들의 애환과 그들이 만들어가는 삶의 처절함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진실한 사랑이 이 영화속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도끼'를 주형하는 금속액처럼 뜨겁고 강렬하게, '막대사탕'을 만드는 설탕과 색소처럼 달콤하고 아름답게!

이런 영화라면 정말로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세속의 '악'에 찌든 현대인 누구라도 '싱'처럼 아련히 간직하고 있을 어린 시절의 순수한 '선'은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마법같이 자극하는 '라스트'의 특별한 여운은 세상살이에 시달리는 '삭막한 가슴'에 뿌려지는 '단비'같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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