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뜻 깊은 결혼식의 댕기풀이에 갔다 왔다.

   우리 동네 근처의 횟집에서 저녁을 겸한 조촐한 댕기풀이다.

   결혼식은 가족들끼리 모여서 조용하게 올릴 예정이라고 하셨다.

   그러니, 동료들에게는 오늘 자리가 거의 결혼식이나 마찬가지였다.

   환한 웃음과 약간의 멋쩍음, 한 방울의 눈물이 모두 있었던 의미 있는 자리였다.

   오늘의 주인공 두 분은, 늦게 출발했으니 더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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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수요일까지 시험문제 출제해야 하는데, 오늘도 손을 못 대고 있다. 조금씩 늦게 내는 버릇, 고질병이다. 늘 머리에 넣고 있는데도 몸은 영 따로 논다. 보통의 휴일 같으면 책이라도 한 두 번 뒤적거릴 텐데, 오늘은 진복이랑 함께 노느라 그런 건 생각하지도 못 했다.

   감기... 참 무섭더라. 지금은 열이 많이 내려서 온 몸에 열꽃이 피어 있고, 콧물도 멈추었지만 지난 며칠 동안은 아내에게서 조금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고,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진짜 고생했다. 어제부터 열은 내려서 조금씩 평소대로 돌아오고 있는데도, 오늘까지도 계속 칭얼대었다. 특히, 이유식이나 간식을 먹으려고 하지 않아서 아내의 속을 끓였다.

   결국 오후에는 아내가 복이를 병원에 다녀왔다. 다녀와서도 녀석은 계속 징징대길래, 달래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간단하게 늦은 점심을 먹고, 복이 자는 틈에 따라 누워 조금 자고 일어나니 벌써 아까운 휴일이 다 가버렸다. 할 일은 어쩔 수 없이, 미루고 내일부터 열심히 해야겠다. 이러다 시험문제 내는 기한을 또 넘기는 거 아닌가 몰라!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거, 알고는 있었지만 몸으로 느끼니 더 절실해 지네!

   시간이 참 후다닥 간다. 휴일은 더 그렇다. 저녁엔 졸업후 의사가 되어 아랍으로 의료 선교를 떠나는 게 꿈인 녀석과 오래 문자를 주고 받았다. 독특한 녀석일세! 그래도 아직 고3인데, 저렇게 분명한 꿈을 꾸는 게 어디야?

   오늘 밤 복이 녀석, 안 깨고 쭉 자야할텐데... 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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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s 2007-06-18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아가가 아프면 옆에서 보기에도 참 맘이 쓰리던데... 부모님들 마음은 어떨까 싶어요. 진복이 빨랑 낫기를 바랄께요!
새로 바뀐 서재가 여엉 적응불가여서 멀뚱히 쳐다만 보고 있었는데, 그래도 정다운 님들의 글이 올라오니 반갑고 좋아요...^^

마노아 2007-06-18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이가 잘 자고 일어났을까요? 아이가 아프면 부모 마음은 대신 아프고픈 마음이겠죠? 어여 나아서 신나게 놀았음 좋겠어요(>_<)

느티나무 2007-06-18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때님, 마노아님, 고맙습니다. 어제 좀 일찍 자더니, 오늘은 다섯 시에 깼다네요.(아내가 정말 고생입니다.) 오늘이 마지막일 듯 싶습니다. 다음엔, 안 아프게 애써야겠어요.
 

   늘, 발버둥치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몸은 건강하고 마음도 편하게 잘 있으니, 소식이 드문드문하더라도,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1. 사진 속의 저 녀석, 요즘 감기랍니다. 열이 조금씩 있어서 투정을 부리는데, 아내가 고생입니다. 예약한 병원은 이번에도 못 갔습니다. 감기가 나으면 가려구요. 집에 들어가면 자고 있을 때가 많지만, 깨어있을 때는 녀석이 활짝 웃어 줍니다. 기분이 좋아요.

2. 어제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박성귀!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고, 제가 뒤늦게 재수를 시작했을 때도 이 친구가 있던 학원을 찾아갔었지요. 힘든 시절을 같이 버텨온 친구랍니다. 제가 하던 공부방도 함께 했고, 이 친구는 공부방에서 만난 분과 결혼했고, 직장 때문에 지금은 포항에 살고 있습니다. 2년 전에 제가 친구의 아들 녀석, 대부를 섰습니다. 부산에 연수가 있어서 내려온 김에 만났지요. 학부모가 된 직장인 아저씨와 모교의 선생이 된 아저씨가 20년 전 그 어름의 이야기를 낄낄거리며 하고 놀았답니다. 마침 비도 내렸구요.

3. 내일은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모임에서 이번 학기에 배우던 미술 치료를 마무리하는 날입니다. 이 내용은 이야기거리가 많으니까 다음에 꼭 올려둘게요. 모두아를 생각하면 마음이 참 아픕니다.

4. 학교에서는 수행평가와 수업 준비로 여전히 바쁩니다. 아이들과 공책이나 문제집으로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어요. 2학년 학습동아리의 독서 모임도 계속해 나갑니다. 저녁엔 우리 반 교실에 앉아 같이 공부하고 있을 때가 많아요. 밤이 깊으면 정독실로 자리를 옮겨서 공부합니다.

5. 공부방도 꾸준히 나갑니다. 제가 가르치는 녀석은 승욱이라는 녀석인데, 2년 째 보고 있는데, 엄청나게 발전했어요. 저는 책읽기를 합니다. 요즘 몽실언니를 읽고 읽는데, 책읽기에 흥미를 갖게 된 게 무엇보다도 좋아요.

6. 책은 여러 권 손을 댔는데, 기록으로 남겨두지는 못 했네요. 정리한 지가 너무 오래 되었으니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그래도 최근에 읽은 것 중에 좋았던 책은, 가만히 좋아하는(김사인), 내 꿈의 방향을 묻는다(정지원), 모국어의 속살(고종석), 왜 세상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 남한산성(김  훈) 등이네요.

7. 학급 담임으로서 우리 반 녀석들이 참 좋습니다. 이제는 어른처럼 행동합니다. 가끔 철 없는 행동에 쏟아지던 담임의 거침 없는 잔소리가 이젠 저희들도 지겨워진 것일까요? 공부야 저희들이 하는 것이고, 저는 다만 함께 걸어가는 것일 뿐이구요.

   남들이 어떻게 보든지 간에 저는 제 생활에 만족하고 늘 기분이 좋은 편입니다. 몸을 혹사하고 있는 것처럼도 느껴지지만, 마음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한 마디로 잘 지낸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네, 그래요, 별 일 없이 잘 지냅니다. 이렇게 잘 살아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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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5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07-06-15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오늘도 새벽에 자고 있는데, 갑자기 아내가 깨우더라구요. 다급한 목소리로 30분만 애기 봐달라고 하더라구요. 녀석이 밤새 괴롭혔나 봅니다. 제가 한 시간 정도 데리고 놀다가 아침에 출근했어요^^ 걱정은 되는데... 참~! 얼른 낫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어제 모처럼 아내랑 영화를 봤다. 얼마 전부터 기대하고 있던, 이창동 감독의 '밀양' -영화 속에서는 '비밀의 햇빛' 이라고 했었지. '비밀의 햇빛'이라... 머리 속이 복잡해진다.

   신애가 눈에 보이지 않는 건 믿지 않느냐고 묻는 약사에게 눈에 보이는 것도 안 믿는다고 말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 때였나, 아니면 그 다음 약국에 들렀을 때였나)그리고 약국 창가로 걸어가 햇빛을 가리키며, 만지며, 여기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할 때의 그 햇빛이다. 비밀스러운 햇빛. 사실, 어디에나 있으면서, 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게(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게) 햇빛이 아닐까?

   신애는 결국 그 햇빛을 찾은 것인가? [말하려는 건 이게 아니었는데] 그 햇빛에 절망한 것인가?

   송강호 연기는 뛰어나지만, 한국 최고의 남자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면 부족하다고 외국의 어느 평론가가 말했다는 걸 봤다. 보기 전엔 나도 그런가, 했지만, 영화를 보고난 후에는 문화적 언어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평가를 내린다는 것이 좀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말의 의미를 전달할 때는 더욱 그렇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평론가는 송강호가 연기한 김사장이, 진짜,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마 잘 모를 것이다.

   송강호의 그 말투, 아무렇지도 않게 툭, 툭 내뱉는 그 말투!(전도연은 송강호의 연기를 '허허실실 연기'라고 했다는 걸 역시 읽었다.) 경상도 억양 특유의 리듬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 묘미를 완벽하게(?)-사실, 송강호의 고향이 경남 김해니까- 살렸다. 엄마와 통화하는 장면에서는 더욱 그랬다. 우리는 송강호가 말하는 장면만 보이면 웃음이 나왔다. (내가 우리 엄마와 통화할 때 저러지 싶었다.)

   아직도 완전히 감추지 못한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 영화의 배역에 잘 어울리지 못한 적('쉬리' 볼 때 진짜 이상했다.)도 있었던 것 같지만, 이번 영화에서만큼은 송강호가 대사의 의미를 전달하는 능력은 최고였다.  배역이 감정의 폭이 넓지 않아서 주목을 덜 받았을 뿐이지만! 

   이창동 감독은 원래 소설을 참 잘 썼다, 깔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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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나무 2007-06-0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밀양 보고 싶습니다. 어제는 대학에서 학우들앞에서 제가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 영화감상회를 주도 했습니다. ^^ 영화 해설을 맡고 돌리고 토론하고 퀴즈도 내고 ... 그렇군요. 송강호의 연기는 경상도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리얼리티가 있는 게 아닐까요. ^^ 개인적으로 박하사탕은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좀 오래됐지만 5월의 마지막으로 제가 선택한 영화였습니다.

느티나무 2007-06-02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양은 푸른나무님께서 보시면 좋아하실 듯 합니다. 박하사탕이요? 가슴이 먹먹했었지요^^ 마음이 아파서, 제대로 볼 수 없었어요. 불행이 예정된-이미 불행해진-사람의 삶이란 언제 떠올려 보아도 짠하잖아요. 오래 되어서 사실, 기억은 가물가물해요.ㅠㅠ 송강호 연기는 허허실실, 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어요.
 

   교무실이란 좁은 공간에서 거의 열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일상을 보낸다. 오랜 시간을 같은 공간에 있지만, 나는 그들을 잘 모른다. 그러나 가끔 그들을 잘 안다고 '착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늘 쓰는 말 때문이다. 그들의 말을 통해 그들이 어떤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 내가 착각하는 것인가? 아니면, 말이 곧 그 사람인가? 요즘 가끔씩, 귀를 닫고 싶은 말이 들려 괴롭다.

 - 근데 이런 우문에 상관 없이 내 말은 내 생각을 정확하게 담도록 애쓰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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