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학교에 왔다. 지금, 우리 반 교실에는 몇 명이 앉아서 공부를 한다. 나는 그 녀석들이 안쓰러워서 학교에 나왔다. 아내는 애기와 둘이서 집에 있다. 학교에 오면 아내가 또 안쓰럽다. 잠시만, 애기랑 놀아도 몹시 피곤한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애기를 데리고 학교에 와 볼까도 생각했으나 아내가 말렸다. 요즘 이 녀석이 설사를 계속 하는 바람에 사람 많은 곳은 피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교무실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 - 한국사회 교육신화 비판(이철호외 지음, 메이데이) 그러나,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연휴 기간에 꼭 해야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기말고사 출제. 마감이 연휴가 끝난 다음날이다. 나는 지금까지 출제마감을 넘기는 걸 예사로 생각했다. 그래서 올해 마지막 시험인 이번만은 마감시한을 지키고 싶다. 하지만, 그 분(?)이 강림하시지 않느니... 이렇게 서재에 글쓰기 연습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오히려 몸과 마음이 너무 편하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같이 나눠져야할 집안 일도 아내에게 다 미루고, 고 3담임이라는 이유로 학교 일만 아주 규칙적으로 해 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몸이 계속 둔해진다.(생각해 보니, 다른 몇 가지 이유를 찾을 수도 있겠다. - 모두아 모임이 없어진 것과 얼마 전에 폐차를 부탁하며 아버지께 받은 고물차로의 출퇴근도 한 몫을 했을 거다.)

  이렇게 편하게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 자기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반성이 없는 사람이 원래 편하게 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 올바른 방향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 원래 맘 편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이렇게 팔자 좋은 연휴를 보내는 사람도 흔치는 않을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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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9-22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민하고 계시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계십니다~
아가가 설사가 어여 나아야 맛난 것도 먹을 텐데요.
추석 연휴 즐거이 보내셔용~(두고두고 해도 괜찮은 인사^^;;)

느티나무 2007-09-23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기는 아직 어려서 추석 음식은 못 먹어요. 고민이 면피용이 아니었으면 해요. 늘 생각만 있고 행동이 안 되는 한심한 인간은 되기 싫거든요. 내일부터 진짜 추석 연휴랍니다. 저는 애기 데리고 학교로 산책을 가려고 합니다. 본가가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랑 더 가깝거든요.

hook-choi 2007-09-25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형샘! 오랫만에 불러봐요~ 모두아 모임이 없어지고는 한번도 못 봤네요.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정말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아요.
저도 간만에 여유로운 연휴를 보내고 있어요. 덕분에 잠도 오지 않고... 여기저기 헤매고 있어요.^^ 진복이도 많이 크고, 다시 평온을 찾으신 것 같아 좋네요. 모두아 선생님들은 다들 어떻게 지내실까요? 좋은 사람들과 밤새 이야기하고 함께 하던 시간이 그립네요. 곧 기회가 있겠죠?^^

느티나무 2007-09-25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늦은 연락! 여유로운 연휴를 보내고 계시다니 저도 덩달아 좋네요. 모두아 선생님들, 정말 다들 어떻게 지내시나?ㅋ 말씀처럼 밤도 거뜬하게 새던 때, 그 때가 참 좋았는데...(또 시간이 지나면 오늘이 좋았다고 말할 수도 있으니 멋지게 살아야겠지요?) 저는, 씩씩하게 잘 지내요... 학교 일도 여전하고, 집도 참 좋아요. 정말 어이없게도 몸이 불어나는 걸 걱정하고 있어요.(하도 할 고민이 없어서^^::) 소식, 참 고마워요.
 

   내일 밤은 지리산의 세석대피소(산장)에서 잠이 들겠지.

   오전엔 거림골로 해서 느긋하게 세석까지 오르고, 오후엔 세석평원 주변의 봉우리에 올라야지. 저녁이 되면 간단하게 밥을 해 먹고, 다시 또 언제 볼 지 모르는 밤하늘의 수 많은 별 무리를 볼거야. 잠은 아마도 좀 일찍 잘거야. 도시처럼 할 게 많지는 않을 거니까.

   다음날 아침은 얼른 챙겨 먹고, 장터목으로 가겠지. 1시간이면 닿을 거리인 천왕봉은 어쩌지? 꼭 정상에 올라야 하는 건 아니니까 거긴 생략! 바로 백무동 계곡으로 내려올거야. 백무동으로 나오면 마천면으로 가서 맛난 점심을 먹거나 함양읍으로 바로 갈 수도 있어. 읍내야 뭐 손바닥만 하겠지..한동안은 나른할 동네를 어슬렁거리고 싶다. 기웃거리다가 오래되고 허름한 식당이 있으면 엉거주춤 들어가서 밥 한 그릇 달라고 할지도 모르지. 달게 한 그릇 먹고 나와서 느릿느릿 터미널로 가서 내가 탈 시외버스를 기다리면서, 옆 동무와 시덥잖은 얘기도 주고 받으면서 시간을 보낼거야. 몹시 덥다면 쭈쭈바라도 하나 빨지, 뭐!

   약간 늦게 온 시외버스에선 나도 모르게 잠이 들거야. 가끔 깰 때도 있지만, 온전히 잠에서 깼을 때는 거의 부산에 다 올 때쯤이겠지. 그러면 새삼 몸이 뻐근한 것도 알게 될 것이고... 터미널 근처에서 동무와 헤어지고 나는 버스를 탈까 봐! 아마 혼자서 싱글싱글 웃으면서 창 밖을 내다 보겠지.

   집에 오면 아내와 진복이가 반겨줄 것이고.. 나는 다녀온 얘기를 좀 꺼내 놓고는 몹시 피곤하다며 푹신하고 편한 자리가 무척 오랜만인 양 얼른 자려고 할 거야.

   음, 며칠 동안은 몸에 담아온 지리산의 바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거야,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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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금요일이었나? 100분 토론을 봤다. 보통은 채널을 돌려가며 대충 보는데, 이날은 진중권이 나왔길래 흥미진진하게 봤다.(사실, 개그 프로그램 보면서 잘 안 웃는데 진중권 교수의 말을 듣고 있으면 아주 재미있다. 이날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 토론이 끝날 때쯤에는 '낼 인터넷이 한바탕 난리나겠군'하고 생각했는데, 다음날부터 역시 그랬다.

   디 워야, 나랑 상관 없는 영화니까, 지금도 관심은 없지만, '디 워를 둘러 싼 상황'은 100분 토론 이후에도 여전히 달라지지 않으니까, 그 현상에 관심이 많다. 아니, 최소한 말은 해야 한다는 의무감, 비슷한 감정이 든다.

   나는 지식인도 아니고, 뭐 잘난 무엇도 아닌 평범한 소시민이지만 이번 디 워라는 영화를 둘러싼 여러 상황들을 내 판단 기준으로 볼 때, 이번에는 진중권이 옳다, 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아울러 개인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헌법적인 권리에 부당하게 도전하며 집단적인 언어 폭력을 가하는 일부 몰지각한 누리꾼들이야말로 우리 나라의 민주주의를 그 기초부터 허물고 있는 우중(愚衆)일 뿐이다.

   아울러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속성상 걸러지지 않은 감정적이고 비이성적 내용을 그대로 담아내서 누리꾼들의 비이성적인 행태를 오히려 부추기는 듯한 일부 언론들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지금도 마녀 사냥처럼 벌어지는 이 사태에 대해서도 어느 언론도 가치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우리 언론은 지난 황우석 사태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나는 이번 논란에서는 전적으로 진중권이 옳다고 생각한다. 진중권은 우리 사회의 파시즘적인 광풍에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시즘이라는 말은 훨씬 엄밀하게 다뤄져야 하겠지만...) 나는 이 페이퍼를 통해 진중권을 공격하는 일부(?) 누리꾼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며, 관심이 없거나 침묵하는 다수 누리꾼들과도 생각이 다름을 분명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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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나의 여름방학 일정

1. 7월 13일 : 방학식-방학 첫날 항상 있는 직원 모임엔 안 갈 예정이다.

2. 7월 14일 : 동아리 성과 발표회 참가 / 글밭 나래 우주인 여름캠프 준비

3. 7월 15/16일 :  글밭 나래 우주인 여름캠프, 양산 콜핑하우스

4. 7월 17일 : 모두아름다운아이들 이별여행-마음이 찡하다.

5. 7월 18일-8월 18일 : 여름방학 보충수업

6. 7월 27/28/29일 : 공부방 여름캠프, 산청

7. 8월 13/14일 : 휴가

8. 8월 23/24/25일 : 자율학습 감독

9. 8월 27일 : 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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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7-07-17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보다 일찍 방학하시는데, 개학은 늦다니!!!!! 너무나 부럽습니다. (혹시 겨울방학이 짧은가요?)

글샘 2007-07-17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학은 어디 있나요?ㅋㅋ

느티나무 2007-07-17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학교들은 16일에 많이 하던걸요. 저희는 개교기념일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하루를 앞당긴게 13일이 되었어요^^ 아마 겨울방학이 짧겠지요~! 수업일수야 같을테니까요.
진짜, 방학은 어디 있을까요?ㅋㅋ

느티나무 2007-07-30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까지, 방학 일정 100% 달성(?)ㅋ
 

   6년 동안 함께 한 모임의 마지막 저녁 식사 자리가 바로 오늘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처음 만나던 그 때 난 서른 한 살이었다. 아이들과의 행복한 학교 생활이 쉽지 않음을 깨닫고 내 주변을 둘러보자 나만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뜻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함께 시작한 공부 모임. 공부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토론도 하고, 마음도 나누고 그랬다. [아내랑은 같은 학교에 근무하게 되어 알게 되었지만, 모임에 함께 참여하고 나서부터 더 많이 친해져서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모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니 앞으로도 개별적인 만남이야 이어지겠지만, '모두아'의 이름으로 만나는 것은 아마도 오늘이 마지막이 되겠지. 가서 무슨 얘기를 하고, 어떻게 얼굴을 볼까, 마음이 착 가라앉고 머리가 띵하다. 아닌 척해도 마음이 허한 건 어쩔 수 없다. 아무렴! 세월이 얼만데... 그래, 6년이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모두아 식구들, 모두 고마웠어요. 앞으로도 우리가 얘기하고 꿈꾸었던 대로 학교에서 열심히 살 겁니다. 우리가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은 여기까지인가 봐요.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함께 해 줘서 험한 길이 힘든 줄도 몰랐고, 너무 행복했어요. 

   모두아, 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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