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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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본 사람은 알지요.. 서사의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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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동기들을 처음 만난 지가 올해로 20주년이 된다. 지금도 가끔 연락하면서 정을 쌓고 있는 우리 네 명의 남자 동기들. 모두 시내 중고등학교에 교사로 발령을 받아 나름 멋지게 살고 있는 동기들이다. 만나면 늘 20년 전, 처음 만나던 그 때로 돌아가 시덥잖은 얘기로 낄낄거려도 난 이 친구들이 늘 좋다. 각자 바쁘게 살다가 이번 겨울에 서로 마음을 내서 함께 '히말라야'를 다녀오려고 준비를 했었는데, 사정이 여의치가 않아서 2박 3일로 울릉도에 다녀왔다.(내년에 다시 해외여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마침 넷 모두 울릉도는 초행길. 출발부터 설레고, 여행 내내 신났고, 돌아와서는 여운이 남는 멋진 여행이었다. 

 

 

 

 포항-울릉 쾌속선 썬플라워호

 

   저 배를 타고 울릉도에 도착했다. 별로 커보이지는 않는데 승선 정원이 920명이라고 한다. 원래는 포항에서 울릉까지 3시간 정도 걸리는데 우리가 가는 날은 파고가 높아서 4시간 30분이나 걸렸다. 덕분에 멀미엔 자신 있다던 김공이 배멀미로 꽤 고생했다는 후문. 미리 겁을 잔뜩 먹은 나는 멀미약을 먹고 일찍 잠들어버렸으니 무탈했다. 드디어 울릉도에 도착하니, 여기는 눈천지!

 

 

 

도동항 전경

 

    여객선이 들어오는 울릉군의 주요 항인 도동항이다. 지금 울릉도는 한 마디로 눈천지라고 할 수 있는데 항구 주변만 해도 10-20cm의 눈이 쌓여 있고 산으로 가면 1m 가 넘는 곳도 있다.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내려온 항구의 모습이다. 울릉도에 늦게 도착했던 여객선이 다시 포항으로 떠나버린 항구는 무척 평온하고 고요하다. 이 날은 앞바다의 파고가 3m 정도였는데 울릉도의 내항은 저렇게 잔잔하다.

 

 

 

행남산책로 1

 

   행남산책로는 도동항에서 출발해서 저동항 근처까지 가는 해안산책로이다. 거대한 바위산 밑 바닷가에 한 사람이 지다나닐 정도의 좁은 길이 구불구불 나 있었다. 며칠 동안 파도가 심해서 1월 25일이 나흘만에 섬에 도착하는 배였지만, 극심한 비수기 시즌이라 함께 내린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 아마 이 날은 섬 전체에 관광객은 손에 꼽을 정도였을 것이다.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없어서 눈길에 새 발자국을 찍는 재미를 느끼며 파도소리만 귀에 담아 왔다.

 

 

 

행남산책로 2

 

   산책로는 중간중간에 해안 동굴 사이를 빠져 나가게 되어 있다. 끝없이 밀려드는 파도와 엄청난 크기의 바윗덩어리 사이를 지나다 보면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절로 든다. 이, 억만년 동안 섬을 향해 달려들었던 파도를 생각하고, 그 영겁의 시간 동안 파도를 온전히 받아들였던 섬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파도와 섬이 만나는 길이 그들의 지난한 투쟁의 시간을 떠올리게 해 준다. 부수려는 파도와 버티려는 바위산! 

 

 

 

행남산책로 3

 

   지나온 곳을 돌아보니 제법 멀리 왔다. 늦게 출발한 탓인지 벌써 산책로에는 가로등이 켜 져 있고, 눈발은 점점 굵어진다. 인적이 드문 곳에 눈은 소리 없이 내리니, 파도소리도 살짝 섬에 왔다 간다는 표시만 낸다. 고요와 평화가 함께 하는 길이다.

 

 

 

저동항 전경

 

   겨울 저동항의 모습이다. 도동항은 여객선터미널이 있어서 관광객들로 북적이지만, 저동항은 사람보다 고깃배들이 주로 정박하는 곳이다. 여름이면 오징어잡이 배가 200-300척이 모여서 출항하는 곳인데, 지금은 겨울이라 대부분 출항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항구는 드문드문 갈매기들만 날고 있다. 항구 앞에 보이는 바위가 촛대봉이라고 하는데, 갈매기들도 신성하게 여겨서 저기엔 똥을 싸지 않는다고 한다는 말씀을 들었다. (사실, 확인은 불가했다.)

 

 

 

울릉읍 시내 전경

 

   온통 바위덩어리 산으로 이루어진 울릉도의 중심가이다. 저곳에 주요 행정기관들이 다 모여 있고, 관광객을 위한 숙소며 편의시설 같은 것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물론 주민들이 살기 위한 가게들도 모두 저곳에 모여 있다. 현재 울릉도에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은 약 8천명이라고 한다. 울릉도의 다른 마을로 이동할때는 무조건 저기 보이는 산들을 넘어가야 한다. 산 한 개 넘으면 다른 마을, 또 산을 넘어야 다른 마을이 나온다. 울릉도에 제법 넓게 평평한 곳이라고는 옛날 화산 분화구에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나리 분지 밖에 없다고 한다.

 

 

 

나리분지로 가는 길에 본 외딴집

 

   도동에서 나리분지로 올라가는 입구인 천부까지는 버스로 1시간 10분이 걸린다. 천부에서 나리분지까지 버스가 다니지만, 겨울 비수기라서 아예 운행을 멈춘 것인지 아니면 이 때가 마침 눈이 많이 내려서 못 올라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리분지까지 걸어가야 했다. 분지까지 오르는 길은 1시간 정도. 차가 다니는 넓은 길이 아니라 지름길을 택해서 오르는 길에 본 외딴집 한 채가 눈에 파묻혀 있었다. 눈은 이미 40-50cm가 쌓였는데 하늘에서는 또 눈이 내리고 외딴집에는 사람이 있는지 굴뚝으로 하얀 연기만 피어올랐다.

 

 

 

나리분지에서 바라본 울릉도의 산군(山群)

 

   나리 분지에 올라 주변 산들을 바라보니 정말 대단했다. 예전에 히말라야의 ABC에 올랐을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360도 시야 전체가 눈덮힌 산으로 둘러싸여서 인간 세상이 아닌 것 같았으니까. 나리 분지는 눈이 거의 1m 가 쌓였다. 분지에 도착해서 이곳저곳 구경하니 점심 때가 지났는데 딱 두 군데가 있는 식당이 모두 영업을 하지 않았다. 한 곳은 아예 사람이 없고, 다른 한 곳은 밥이 없다길래... 사정 사정해서 라면이라도 얻어 먹기로 했다. (와, 찬이 없다면서 울릉도 특산 명이나물과 묵은지를 내 주셨는데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다 먹어버렸다.)

  

   그리고 오늘 일정의 목표로 삼은 성인봉 등산을 시작했다. 등산로 입구를 못 찾아서 잠깐 헤맸는데, 그 이유는 입구에는 바람에 몰려서 거의 가슴께까지 눈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나간 발자국은 하나도 없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어쨌든 좀 올라가 보자고 해서 넷이서 허벅지와 허리 근처까지 쌓인 눈에 발자국을 내가면서 올라갔다. 한 300m쯤 갔을까, 눈길을 뚫고 가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러다가 작은 운동장 같은 곳을 발견하고는 모두 거기에서 아이처럼 뒹굴며 놀았다.

 

 

 

나리분지의 너와집

 

   나지분지에 살았던 사람들의 전통가옥, 너와집이다. 저 집은 1940년대에 지어진 집인데 아직까지 보존이 잘 되어 있었다. 너와집 높이의 거의 반이 이미 눈으로 덥혀 있다. 눈길을 뚫고 들어가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택시기사님의 말씀을 들으니 몇 년 전에 이곳에 2m 50cm의 눈이 왔었다고 한다. 눈이 이미 지붕에 닿아서 집이 없어질 정도였단다.  닭이 울어서 아침인 줄 알았는데 밖을 봐도 깜깜해서 이상하게 생각했단다.)

 

 

 

내 친구들 <김공><장공><곽공>

 

   내 친구 김공, 언제나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항상 유머러스하고 여러 방면에 재주가 많은 친구다. 특히, 해외여행에 일가견이 있으며, 인도와 중국을 사랑하는 여행 전문가이다. 늘 다른 사람들의 칭찬과 비난에 흔들리지 않으려는 마인드 컨트롤에 열중하고 있다.

 

   내 친구 장공, 아직도 순수한 열정이 가득하며 가슴 속에 뜨거운 꿈을 간직하고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가는 사람이다. 학생들과 잘 노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부산놀이교사모임에 열성적이다.) 집안 일을 잘 하고, 박학다식하며 늘 친구들의 우스개 소리도 넉넉하게 받아주는 마음이 따뜻한 친구다. 나랑은 오랫동안 여러가지 일을 같이 해 본 사이.

 

   내 친구 곽공, 요즘도 시를 쓰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시를 쓰고 있으리라.(물어도 빙그레 웃기만 한다.) 학교에서 능력종결자이다. 모두들 이 친구를 스카웃하고 싶어서 난리다. 정작 본인은 피해다닌다. 언제나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다닌다.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고, 운동 잘 하는데, 정말 가정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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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9 1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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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9 12: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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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9 15: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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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9 18: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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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2-01-30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말 근사한 여행입니다. 갑자기 저도 대학동창들과 다시 함께 여행을 가봤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한 명이 지난해 마흔둥이를 낳았으니, 졸업 20주년 기념으로 2014년에 도전해볼까요.

느티나무 2012-01-30 14:07   좋아요 0 | URL
네...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동기들 넷이서 떠난 여행은 이번이 세 번째였는데 그 때마다 늘, 몇 년 동안 두고두고 이야기거리가 남더라구요. 앞으로는 제대로 여행도 좀 다니자고 의기투합도 했습니다.^^ 졸업 20주년 기념도 좋네요.
 

학생의 날, 기념 이벤트로 붙인 선생님들의 축하 메시지(2학년 교실 앞) 

* 함께 해 주신 선생님 : 교감선생님, 박해진, 김현숙(역), 김현숙(사), 남초롱, 장은경, 김동영, 김선영, 한  원, 정순영, 백혜원, 최여례, 정민정, 이효숙, 박지연, 김승희, 이해교, 김은규 선생님 + 느티나무

 

경상북도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산 26번지, 영덕해맞이캠핑장 

* 참고로 캡슐하우스 뒷편의 바람개비는 풍력발전기, 저래 봬도 높이는 80m, 바람개비의 한쪽 날개가 41m라고 한다. 이곳은 늘 엄청난 바람이 불어오는 곳. 발전기의 반대편은 망망무제의 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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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리 아이들과 미술관에 다녀왔다. 모네에서 워홀까지-부산, 전시회가 주목적이었으나, 아이들은 별로 흥미를 느끼지도 못 하고, 2층에 국내 작가 전시회를 무척 재미있게 관람하고 돌아왔다. 오는 길에 면옥향천에 들러서 저녁도 맛있게 먹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찍은 기념 사진!~ 예쁜 녀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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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10-20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들이 암만 좋다라고 해도 결국 스스로가 안땡기면 꽝ㅋ 지하철에서 한컷~ 전 이런 소소한 일상이 좋아요!

느티나무 2011-10-21 00:48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결국 자기의 취향의 문제더라구요. 전 그냥 애들에게 여러 곳을 소개해 주고 싶답니다. 그러다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이런 것도 알게 되겠죠. 지하철 사진은 그래도 퇴근 시간이 좀 지난 후라, 사람이 별로 없더라구요.(부산의 지하철은 요렇게 생겼답니다.)ㅋ
 

 

   전에 계시던 교감선생님께서 다른 학교의 교장선생님으로 가셨다. 부임해 가시기 며칠 전, 따로 살짝 부르시더니, 꼭 선생님들께 선물을 받고 싶은데, 그게 뭐냐면 선생님들께서 짧게 쪽지를 써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1년 반 동안 교감선생님 옆 자리에 앉아서 생각의 차이로 때론 갈등도 있었지만, 또 배우고 싶은 점도 많았던 분이신지라 흔쾌히 하겠다고 나섰다. 선생님들의 쪽지를 받아서 만들어 드린, "선물"이다. 지난 금요일에 새 학교로 찾아가서 뵙고 전달해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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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10-20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런거 도대체 뭐라고 써야되나 이게 무슨...막 이랬는데 이렇게 보니 참 좋네요~
진심이 들어있는 짧은 한마디가 많은 추억을 생각나게 하더라구요*^^*

느티나무 2011-10-21 00:58   좋아요 0 | URL
저게 사진으로 보면 크기가 잘 감이 안 오실테지만, 검은색 보드지(5mm 정도)가 Ao(전지) 크기입니다. 하트 조각은 모두 29조각입니다. 퍼즐처럼 다양한 모양으로 잘라서 나눠드렸는데, 선생님들께서 흔쾌히 써 주시더군요. 저는 보드지에 모양을 그리고, 풀로 조각을 붙이는 단순 작업을 했지요. 사실, 가신 교감선생님께서 우리 학교에 오시기 전 학교에서도 그 학교 선생님들께서 써 주신 글을 보여주시더라구요. 은퇴 후에 이 종이에 적힌 이름들을 보면 그 사람과의 소중한 추억이 잘 생각이 날 것 같다고 하셔서... 저도 성의껏 도와드렸답니다. 일하면서도 무척 즐거웠구요. ^^

완두콩 2011-11-04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다는 건 참 용기있는 일인데...-ㅅ- 난 정말 용감했어요!

느티나무 2011-11-14 21:29   좋아요 0 | URL
용감한 일인가요?(적는다고 다 기억에 또 남는 건 아닐 수도...ㅠㅠ) 교단일기를 읽으며 샘이 참 고민이 많은 교사-본인의 푸념과는 상관 없이-라는 걸 새삼 느낍니다. 올해 멋진 선생님을 알게 되고, 같이 근무하게 되어서 무척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