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어제 일요일 아침, 복이랑 자전거를 타러 아파트 광장에 나왔다. 한 달 쯤 전에 산 자전거를 타는 게 녀석의 요즘 주요 관심사다. 녀석이 자전거 판매점에서 딱 보자마자 고른 저 자전거. 주황색 때문에 산 거다. 점퍼도 딱 주황색만 보고 "저거"라고 말하는 녀석. 녀석이 주황색 매니아인 줄 벌써 알고 계신 OO 선생님께서 선물해 주신 신발까지[상표가 주황색이다.]! 온통 주황색으로 치장을 하고 아파트 광장을 씽씽 달린다. 

   또 다른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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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4-19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황에 몰빵 찬사라니...형광 노랑이 샘내겠어요.
근데 주황과 노랑뿐만이 아니라,
아이의 어깨에 넉넉히 내려앉은 햇살이 만들어낸 그림자도 또 다른 봄을 실감케하는걸요~^^

느티나무 2011-04-19 12:18   좋아요 0 | URL
이상하게 주황색에만 집착합니다.^^ 그것도 벌써 2-3년 동안 계속 그렇습니다. 오늘은 바람이 제법 많이 불어서 저녁에 자전거 타러 못 나가겠네요. 녀석 또 무척 아쉬워하겠네요.
 

   흙집세상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은 지리산자연휴양림으로 옮길 예정이었으나 전날 내린 눈 때문에 휴양림으로 가는 빠른 길-성삼재를 넘어가는 길-이 막혔다고 했다. 게다가 흙집세상에서 하룻밤을 잤던 일행들은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흙집세상에서 하루 더 머물고 싶다고 했다. 하루 더 자기로 정하고 나서 낮에 동네 마실 삼아 나선 곳은 쌍계사! 

   쌍계사는 여러 번 다녀온 절이다. 두 계곡이 만나는 곳-쌍계-에 당당하게 자리잡은 위치는 좋지만 문화재가 많은 곳은 아니라서 그냥 늘 심심한 곳이었다. 더구나 올 때마다 어쩌면 그리도 사람이 많은지! 그런데 이번엔 그 큰 절에 놀랍게도 외국인 일행과 우리 밖에 없었다. 눈 녹는 소리만 이따금 들리는 한가롭고 여유로운 절집의 오후,를 만끽했다.  

천왕문에서 내려다 본 절집의 입구 

 

사천왕이 지키고 있는 문을 지나면 탑과 석등이 우뚝 서 있다.  

 

한껏 위용을 뽐내고 있는 대웅전, 계단의 맨 끝, 절 가운데에 자리 잡았다.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감로수 주변  

 

쌍계사 대웅전 기둥에 기대서서  

 

대웅전 옆 꽃담장   

 

아기자기한 건물들 사이로 햇살이 비친다.

 

2010년 12월 어느 날, 이진복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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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에는 제법 여행을 많이 다녔다. 직장인지라 평일에는 엄두도 못 내고 주로 주말을 이용해서 부산에서 가까운 곳으로 여러 번 다녔다. 주로 경남북, 전남북 이곳저곳을 다녔는데, 이제는 여행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꼈다. 

   지금보다 좀더 젊었을 때는, 많이 보고, 읽고, 듣고, 먹고... 그런 게 남는 건 줄 알고 작은 시간도 짜내서 한 곳이라도 더 다니려고 종종걸음을 걸었다. 그 때는 하루 한 두 번 밖에 안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안 되면 몇 km를 걸어서라도 꼭 보고 싶은 곳을 찾아가곤 했다. 그 때 다닌 곳은 주로 답사지. 여행을 가기 위해 답사 안내책도 제법 열심히 읽었다. 누가 여행을 가자고 하면, 항상 첫 번째 질문이 "거기 뭐 있는데?"였다.  

   지금은 그런 욕심을 좀 많이 버렸다. 여기 언제 다시 오겠노? 이런 생각을 했던 여러 곳도 시간이 지나니까 결국 다시 들르게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아니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이 시간이 지나니까 많이 깨졌다. 그냥,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서도 무엇을 많이 보고, 느끼겠다는 욕심도 많이 줄었다. 어쩌면 편안함과 게으름은 동전의 양면인 듯 싶다.

   이번에 다녀온 곳은 지리산 자락에 있는 흙집세상이라는 곳이다. 흙집세상은 흙집으로 지은 '펜션'이다. 우리 학교 김OO 선생님이 다녀온 뒤로 나에게 귀뜸해 준 집이다. 지리산 자락, 하동군 화개면 범왕리, 깊은 골짜기의 예쁜 집이다.  

   오후 3시에 도착하니 인상 좋은 주인장께선 벌써 방에 군불을 지피고 계셨다. 인사를 나누고 방에 짐을 푸는데, 눈발이 슬슬 날렸다. 부산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눈을 봐서 좋긴 한데, 이날 이사를 하느라 짐만 풀어놓고 저녁에 이곳으로 오기로 했던 장OO네 가족 때문에 걱정이 됐다. 어스름이 깔리니 눈발은 더욱 굵어졌다. 아마도 이제 차가 다니지 않는 산골의 도로는 눈에 덮혔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못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조바심이 났다. 저녁 8시 차가 미끄러워서 못 간다는 전화가 왔다. 주인장께서 화개면까지 차를 몰고 데리러 갔다.  

   저녁 9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준비해 간 고기를 주인장께서 직접 숯불에 구워서 방안으로 들여주신다. 창 밖으로 눈은 쏟아지는데 방안에서 숯불구이로 저녁을 먹는 밤. 저녁을 먹고 간식으로 먹은 군고구마는 어찌 그리 달콤하던지. 주인장께서 아궁이에 장작을 어찌나 많이 넣으셨는지 아랫목은 3초도 서있기 힘들 정도로 절절 끓었다. (잠은 아랫목을 피해 윗목이랑 벽쪽에 붙어서 자야 했다.)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밤이었다. 

흙집세상 전경[오후부터 눈이 내렸다.] 

 

우리가 잤던 방[형제봉] 

 

방 옆에 잔뜩 쌓아둔 장작더미-진복이가 문을 열고 빼꼼히 본다. 

 

우리 방의 내부[창문, 방문, 지붕] 

 

흙집세상의 야경 

 

흙집세상 텃밭에서 바라본 지리산 자락[칠불사 근처인 듯] 

 

이진복 군과 장하윤 양[참고로, 사진에 나온, 미소가 아름다운 남자는 내 친구, 장OO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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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OO 선생님의 결혼식날 정OO 선생님께서 현민이를 데리고 오셨다. 우리 가족도 축하하러 잠시 들렀다가 마주쳤다. 진복이는 현민이를 얼싸 안고, "누나, 현민이 누나"를 외쳤지만, 정작 현민이는 멀뚱멀뚱! 결혼식장 입구에서 따로 앉아 코코아 한 잔씩 마시는 사이에, 어색함도 조금 줄었다. 

   다음날 학교에서 정OO 선생님과 얘기하다가 결혼식 끝나고 집에 가던 현민이가, "진복이 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지난 일요일에 같이 만나 아이들이랑 놀기로 약속을 잡았다. 이와 모이는 거, 김OO 선생님의 딸, 지민이도 같이 오라고 했는데, 폐렴에다가 중이염이 있어서 곤란하다고 했다. 그건 그렇고, 토요일 오후 3시, 조금 넘어 우리가 도착했는데, 현민이는 벌써 와서 놀고 있었다. 진복이도 곧 합류해서 아주 신나게 잘 놀다 왔다. 역시, 누나랑 같이 노니까 혼자서는 무서워서 못 하던 놀이기구도 곧잘 타고 놀았다. 

   놀이터에서 실컷 논 다음-물론, 녀석들은 세 시간이나 놀고도 나가는 걸 무척 아쉬워했다-에, 우리 가족이랑 선생님네랑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선생님께서 진복이가 생선구이를 좋아한다고 해서 생선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셨다. 맛있는 저녁까지 배부르게 먹고 나니 이만하면 멋진 토요일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 2010년 12월 18일 토요일 오후 3시 - 6시

 - 노포동 스포원파크 내 키즈랜드(실내놀이터)

 - 박현민(7세)과 이진복(5세) 

 거북선 안 미끄럼틀에서 

[진복이는 저번에 갔을 때는 무서워서 못 탔는데 이번엔 잘 탔다.] 

 

정글짐에서 다정하게 

 

중간에 간식 먹으러 나와서[정OO 선생님께서 미리 간식을 챙겨오셨다.] 

 

  

곰돌이 푸, 빵을 맛있게 먹고 있는 박현민 

 

역시 선생님이 주신 간식을 맛나게 먹고 있는 녀석 

 

미끄럼틀을 나란히 타고 내려오다. 

 

볼-풀에 빠진 박현민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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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4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4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년 12월 16-17일, 학교는 개교기념일. 간단한 기념식을 하고 선생님들은 교직원 연수를 떠난다는데, 단체여행 알러지가 있는 나는, 처음부터 안 간다고 했고, 대신 학교에서 나랑 같이 지리산에 오를 사람을 물색했으나 실패. 결국 혼자 지리산으로 가게 됐다.

   혼자 떠나는 여행! 딱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다. 그냥, '여행'일 뿐. 더구나 등산이면, 누구랑 다녀도 힘든 건 마찬가지. 심심하면 가져간 신문 보고, 책 읽고, 멍하게 앉아 있고... 뭐든 할 게 있으니까 의외로 시간이 참 잘 간다. 혼자 다녀오니 생각이 좀 정리되는 것도 있고! 아무튼 지리산은 다녀오고 나면 좋다.

   다녀온 길의 이번 일정표는 이렇다.

학교 출발[11시 40분] -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진주행 버스[12시 26분] - 진주시외버스터미널 중산리행 버스 [14시 00분] - 중산리 도착[15시 00분] - 매표소 입구 도착[15시 20분] - 산행 시작 [15시 35분] - 로타리대피소 도착[17시 15분] (1박) 로타리대피소 출발[08시 00분] - 천왕봉 정상 도착 [09시 40분] - 장터목대피소 도착[10시 30분] - 아침 겸 점심[11시 40분] - 세석대피소 도착[13시 20분] - 거림골 매표소 도착[15시 30분] 

 - 중산리 매표소에 도착했으나 기대했던 법계사행 버스는 태워주지 않았다.  

 - 미안한 얘기지만, 법계사 버스 기사의 얼굴을 보니, 맑은 얼굴이 아니다.  

 - 매표소 직원은 3시 이후 입산이 안 된다고 했으나, 예약을 했다니까 서둘러 올라가란다. 

 - 로타리대피소 직원들은 한가해 보였다.(내가 모르는 어려움도 있겠지만) 

 - 로타리대피소에 등산객은 나 혼자, 였다. 1,2층 독채로 쓰고 잘 잤다.(약간 추웠다.) 

 - 16일 이 날은 전국적으로 한파가 휘몰아친 날이다.(서울이 영하 12도라고 했다.) 

 - 17일 오후, 거림에 도착하니 가늘게 눈발이 날렸다.  

 - 4시 50분 버스가 안 올지도 모른다며 가게 주인이 청학동 삼거리까지 3km 걸어 가란다. 

 - 이미 산길을 13km 이상 걸어 내려온 나는 더 걸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 20분을 걸어도 도로에 차 한 대 지나가지 않다가 겨우 만나 첫차가 경찰차 - '히치' 성공! 

 

고즈넉하게 보이는 천왕봉과 그 아래 법계사(로타리대피소)

  

로타리대피소에서 읽은 책(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천왕봉의 정상석(12월 17일은 구름이 짙게 깔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장터목 가는 길(제석봉의 고사목들이 눈을 뒤집어 쓰고 있다.)

 

세상 천지 모두 눈꽃

 

장터목에서 세석평원으로 가는 능선길

 

세석 평원에 소담하게 자리잡은 세석대피소(가까이 가면 꽤 규모가 큰 대피소) 

 

   "오르막길이 힘들면 자꾸 올라가야 할 길을 재지 마라. 지금 당장 네 발이 디딜 한걸음만 생각하고 내디뎌라. 길게 보면 숨이 턱턱 막히는 오르막길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올라온 만큼 또 내려가야 한다. 누구도 도와 줄 수 없는 길이다. 결국은 혼자서 걸을 수 밖에 없는 길이다." 이런 잡다한 생각들이 머리 속을 꽉 채우다가 어느 순간이 지나니까 그냥 아무 생각도 없어지더라. 그냥, 그냥, 그냥 걸어 내려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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