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생일 잔치를 했습니다. 사실은 29일이 생일인데, 일요일이라 지난 목요일에 미리 생일 잔치를 했지요. 다섯 번째 생일 기념으로 외할머니께서 사 주신 옷을 입고 어린이집 친구들이 불러 주는 축가를 듣고 흐뭇한(!) 표정이네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쉽지 않은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겼고, 앞으로도 만만치 않은 길이 펼쳐지겠지만, 여태껏 해 온 것처럼 밝고 씩씩하게 잘 넘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복이가 가는 길을 말없이 지켜보며 응원할래요.

 

 

   진복이네 반 친구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입니다. 모두 모두 예쁜 친구들이랍니다. 진복이의 생애 첫 친구들이겠지요?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가물가물하겠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 만난 사람들이 참 중요하지요. 행복반 친구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으며,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는 이진복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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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폭우가 쏟아지더니...[덕유산자연휴양림에서]

내 삶도 이렇게 살 수 있을까?[휴양림내 독일가문비나무 숲에서]

보이진 않지만 맑은 공기의 숲이기도 하지 [독일가문비나무 숲에서] 

1614m? 내 발로 걷지 않은 길이 무슨 의미?[덕유산 향적봉에서] 

사실일까, 전설일까? [라제통문 앞에서]

1500년전부터 이 문을 통해 나라와 나라가 소통했으리라[불통의 시대에 라제통문에서] 

구름 바다의 황홀경에 빠지다.[오도산 정상에서]

죽기 전에 이만한 광경을 볼 수 있었던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오도산 정상에서] 

유연한 구름은 파도가 되어 바위 같은 산을 타고 넘는다.[오도산 정상에서]

400년의 풍상을 겪고도 저렇듯 당당하고 기품이 넘치는 소나무 앞에서 마음을 여미다.

 [합천군 묘산면 소나무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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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가족이 여름이면 항상 찾아가는 통도사 자장암 계곡. 진복이는 이번 여름에도 두 번이나 이 계곡 물놀이를 다녀왔다. 딱 진복이 수준에 놀기 좋은 계곡이다. 작년 여름에 해수욕장에서 샀던 튜브도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 이제 막 계곡에도착해서 물놀이 하러 들어가는 중이다. 

 

   간식으로 옥수수를 먹는 중. 물에 몇 번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배고프다고 간식 찾는다. 집에서 챙겨 온 옥수수로 간식 먹는 중. 어린 녀석이 앉을 땐 꼭 저렇게 양반 다리를 하고 앉는다. 한 가득 베어물고 우물우물거린다. 


   남들이 뭐라든 신경 안 쓰고 옥수수만 물고 앉아 있다. 이 때가 두 번째로 갔을 때인데, 작년에도 왔던 곳이라 익숙해서인지 간식 먹고 금방 물놀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덕분에 다리는 온통 상처 투성이. 통도사 자장암 계곡은 어린이가 있는 가족이 조용하게 물놀이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금정구 스포원에 있는 키즈랜드 유아 놀이방. 여전히 겁이 많아서 미끄럼틀도 무서워서 못 타고 유아들이 노는 곳에 와서 이런 완구를 타며 논다. 사실, 올 봄에 왔을 때는 움직이는 이 완구도 무섭다며 안 탄다고 도망다녔는데... 그러고 보면 제법 큰 건가? 

 

   이것도 유아방에 있는 장난감으로 만든 집 안이다. "딩동", "누구세요?", "아빱니다." , " 들어오세요~" 요런 놀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는 키즈랜드 뿐만 아니라 옆에 붙은 실내수영장에도 두 번 다녀왔다. 수영장에서도 어찌나 무서운 게 많은지, 미끄럼틀은 아예 무서워서 타지도 못 하고, 아무 곳에도 안 가려고 하고, 오직 25m 수영장에서만 줄창 놀았다. 


   집에서 사진기를 들이대니 잡은 자세. 나름 V. 요즘엔 항상 사진 찍는다고 하면 훼방을 놓는다. 얼굴을 왕창 찡그린다거나 무척 빨리 움직인다거나 자리를 피한다거나... 아무튼 사진 찍히는 게 싫은가 보다. (생각해 보니 나도 어릴 때 그랬던 거 같다. 사진에 나온 내 모습을 보면 괜히 어색하고 이상해서 언제부턴가 사진 찍는 순간이 무척 고역이었다.)

 

   덕유산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을 자고 산책하다가 발견한 그네를 타고는 무척 좋아했다. 그냥 의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네라서 더욱 기분이 좋은 듯하다. 진복이가 앉은 자세가 편안해 보여서 좋다. 그러나 정강이쪽에 보면 어찌나 상처가 많은지... 그런데 녀석은 넘어져서 꽤 아플텐데도 잘 울지 않는다.(대신 내가 화난 표정을 짓거나 말투가 조금만 달라져도 금방 눈치를 채고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덕유산에 올랐다. 물론 곤도라를 탔지만... 구름으로 날이 잔뜩 흐려서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사진 찍은 곳은 곤도라 정상에 있는 식당. 물론 모두 배도 살짝 고팠지만, 녀석은 구름이 무서워서 밖으로 조금도 나가려 하지 않는다. 꼼짝도 하지 않고 식당에서만 있어야 한단다. 완전 겁쟁이라고 놀려도 소용 없다. 그냥 구름이 무섭단다. 

 

   오도산 정상에서 구름바다를 보았다. 새벽까지 비가 많이 내려 계획했던 일출은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싶어서 올라 간 오도산 정상. 정상까지 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아무도 없는 오도산 정상에서 산을 타고 넘는 구름 바다의 변화무쌍한 향연을 보고 감동! 그러나 진복이는 경치와는 상관 없이 전망대 나무바닥이 좋은지 계속 전망대를 뛰어다니며 달리기 시합에만 열중하고 있다.  

   "진복아, 저기 구름 좀 봐!" "난, 구름 싫어. 무서워"  진복이와의 대화 내용이 이렇다. 그러면서 사진 찍자고 달래서 겨우 찍은 사진 한 장!  

   이제 곧 만 네 살이 되는 이진복 어린이. 올 여름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사진에서 보듯이 계속 자라고 있다는 것이겠지? 진복아, 더 많이 먹고 쑥쑥 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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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0-08-19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해람군과 성향이 비슷한 듯. 계곡에 놀러가도 딱 발만 적시고 바로 나왔답니다. 무섭다구요. ㅋㅎ

느티나무 2010-08-19 17:12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그래도 물이나 높은 곳... 이런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구름이 무섭다니... 황당했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이해 너머의 존재인 것 같네요.
 

 

   고사목 지대에도 저녁이 찾아 왔다. 살아 백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지리산 고사목의 삶에서 또 하루가 지나는 시간이다. 가늠할 수 조차 없는 천 년이라는 시간도 결국은 오늘 하루가, 쌓이고 쌓이는 것 아니겠는가? 천년의 하루가 저물고 있다. 아니, 천 년이 저물고 있다. 

 

   천왕봉에 해가 뜨기 전, 산들은 아직 잠들어 있다. 움직이지도 뒤척거리지도 않고 납작 엎드린 채로, 어제 모습 그대로, 잠들어 있다. 이제 조금씩 저 붉은 기운을 따라 산도 곧 기지개를 켜고 일어날 것이다. 그 때까지, 모두들 침묵! 


 

   매일 해는 뜨는데,  여기라고 네모난 해가 뜨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목을 빼고 해가 뜨기를 기다린다.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춥다는 말, 체감했기에 얼른 해가 뜨기를 기다리다.


 

   드디어 해가 뜬다. 모든 탄생은 신비롭다. 아기 같이 여리고 작은 해가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이 녀석은 곧 장성해서 아무도 감히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러다가 일장춘몽처럼 허무하게 사라지고 말 것이다.  모든 사라짐은 슬프다. 


 

   햇살이 잠자는 산들을 깨운다. 산과 함께 산 아래 사람들도 잠을 깬다. 수 천년을 이어 온 사람의 하루가 시작되다. 

 

   산은 이제 맑은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산의 밤을 점령했던 안개와 구름은 저만치 물러가고 있다. 이제야 지리산이 온전히 제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고사목들도 천 년의 새아침을 맞았다. 거대한 나무들의 공동묘지에도 아침 햇살은 골고루 가닿는다. 고사목들이 회춘하려나?


   벌써 장성한 햇빛이 맹열히 구름과 안개를 물리치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겨울 하늘이 더 없이 쨍하게 맑다.  지리산도 결국은 동네 뒷산이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 지더라. 내 눈에 보이는 저 끝까지가 지리산 자락. 저기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우리 동네 뒷산일 뿐이다.


   진혁이, 경민이, 훈식이, 재환이, 상수! 딱히 서로 친한 사이도 아니면서 지리산에 간다니까 그게 좋아서 따라나선 일행들. 산에서 더 친해져서 내려가면 되지, 뭐. 좋은 추억 마음에 하나씩 새긴 거, 그걸로 족한 거지. 산을 내려오기 전에 장터목대피소에서 사진 한 장!


 

   장터목 산장에서 함양의 백무동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 사람은 앞 사람이 다닌 길로만 다니더라. 그래서 의외로 아직 안 가 본 길이 많다. 지금껏 나의 선택은, 항상 안전한 곳, 남들이 이미 갔던 곳을 벗어난 적이 없다. 그러면 내 선택의 끝도 분명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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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0-06-26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생들하고 가셨나봐요. 수학여행때 설악산에서 양떼 몰듯이 엉덩이 무거운 학생들을 몰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느티나무 2010-06-26 12:27   좋아요 0 | URL
네... 학생들 하고 아니면 지리산에 다녀올 일도 잘 안 생기네요. 녀석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나선 터라 가면 가고, 못 가면 쉬고... 해가 지기 전에는 대피소에 가야하니까 안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무튼 즐겁고 좋은 추억입니다. 때늦게 사진을 올리는 이유는 어제 사진 속에 한 녀석이 학교로 찾아왔었거든요.
 

 

   지리산 중산리에서 천왕봉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개선문이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부터 우리는 모두 웃음을 잃고 묵묵히, 오직 묵묵히 걷기만 했을 뿐! 그러나 여기서도 한참을 올라야 했다. 

 


 

개선문을 넘어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드디어 천왕봉(사진 가운데 갈라진 부분)이 보인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서쪽 끝을 바라보다. 반야봉은 구름 속에서도 우뚝 솟았고, 노고단은 구름 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   

 


 

  지리산 정상,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 이어진 부드러운 능선의 모습. 가운데 구름 속에 약간 솟은 흔적이 아마도 노고단일 것이다.  

 


 

   구름 속에 잠긴 반야봉은 마치 신선이 사는 세계인 듯 환상적인 모습이다. 천왕봉에서 바라 본 세상 천지는 온통 구름 뿐이었다.  

 


 

   이곳은 구름 위의 세계! 나는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는 중-仙界가 있다면 바로 여기. 나는 선계를 찾아 올라 온 사람이었다.  

  


   천왕봉에서 장터목 산장으로 내려가는 길. 아마도 여기는통천문을 지나칠 때 쯤일 것이다.  굵은 고사목이 호위장군처럼 떡 버티고 서 있다.

 


 

   지리산에 달이 뜨다.  그것도 보름달이... 천왕봉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길에 고사목 지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서 잠시 쉬었다. 녀석들은 함께 갔던 우리 학교 학생들. 수능시험을 치느라 체력이 부실한 상태에서 올랐더니 다들 지쳤다. 


 

   고사목 지대에도 오늘의 마지막 노을이 비친다. 눈앞에서는 해가 지는데, 고개를 뒤로 돌리면 둥그런 달이 산 위에 훌쩍 떠올랐다. 

 



   둥그런 보름달. 달, 달 무슨 달, 쟁반 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떴나, 지리산에 떴지~!! 부드러운 능선을 닮은 보름달이 우리를 배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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