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만난 것도 여름이었다. 그 사람이 떠난 것도 역시 여름이었다. (p.206)


















'에쿠니 가오리'의 《하느님의 보트》는 내가 이십대 시절 읽었던 소설이다. 그 당시에 이 소설은 그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었을 뿐, 별다를 게 없었다. 당연히 나는 왼쪽 구판으로 읽었고, 얼마전 다시 읽고 싶어 검색했을 때 오른쪽의 개정판이 나왔다는 걸 알게됐다. 그러나 나는 구판으로 샀다. 책의 표지가 바뀌고 새로 나온것이 그 내용이 달라졌음이 아님을 알면서도, 이 책은, 내가 기억하는 이 내용은, 구판으로 읽어야만 할 것 같아서. 


어디에서였지, 그런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책의 내용을 다 까먹는다고 할지라도 책을 읽지 않는 것 보다는 읽는게 낫다고. 그건 어떤식으로든 내게 영향을 미칠거라고. 하느님의 보트에 대해서라면 그 말이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고, 특별하지 않았으니 기억에서 아예 지우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이 책의 내용이 자꾸만 자꾸만 생각났다. 사랑하는 남자의 딸을 낳아 혼자 기다리면서, 자신을 떠났던 남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여자. 아이는 자라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가는 동안, 남자는 돌아오지 않고 그런 그녀는 환상속에서만 숨 쉬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한심하고 어리석게 느껴지는 여자. 


그러나 여자와 남자, 그 둘 사이의 일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밖에서 보이는 것과 그 안으로 들어가 보는 내밀한 속내는 짐작조차 할 수 없을만큼 크게 다르다. 남자는 여자에게 네가 어디에 있든 내가 널 찾아 돌아올 것이다, 라고 말했고, 여자는 시간이 지나고 또 지나고 또 지나도 그 말을 떠올리며 남자가 자신에게 돌아올거라 믿는다. 엄마를 사랑하는 딸조차 그런 엄마가 '현실'에서 살고 있지 않다고 야속해하고, 그래서 딸은 엄마에게 '나는 현실을 살고싶다'며 한 곳에 오래 머무르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 엄마는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육개월에서 이년쯤, 그 사이 어디만큼을 살고 그녀는 늘 주거지를 옮겼다. 익숙해지지 않게, 정들지 않게. 익숙해지고 정들어지면 그나 나에게로 돌아올 것 같지 않은 그 불안함 때문에. 자신이 익숙해질 수 있는 건, 그 뿐이었으니까. 그여야만 했으니까. 


그러나 생활환경을 바꿔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다닌 게, 그녀에겐 타당한 나름의 이유가 있을지언정, 어린 딸에게는 자꾸 전학만 다니게 하는 터라, 보는 나역시도 몹시 불안하다. 아이를 위해서 당신의 환상을 포기하라 말하고 싶을 지경이다. 나 역시 그녀에게 현실을 살라고 따끔하게 충고라도 하고 싶다. 그러나 나라면, 만약 나라면? 내가 '혼자' 였고, 이런 상황에 놓였다면, 나 역시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겠는가. 이곳에서 저곳으로, 또다시 저곳에서 저 먼곳으로. 그러니 내가 그녀에게 어떻게 '이제 그만 정착하라'고 강요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녀는 여전히, 그녀를 떠날 당시의 그의 눈빛과 그의 말을 믿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남자들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거기서 거기다. 새로운 사랑에 빠질 때는 이 놈은 다른 놈들과 달라, 라는 생각에 한껏 들뜨지만, 지내다보면 역시 그들중 한놈이다. 그러니 나는 그녀가 기다리는 그남자가 특별한 남자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그가 그녀를 떠나지 않고 그의 곁에 머무르면서 같이 아이를 키워나갔다면, 오히려 정나미가 떨어졌을 수도 있고 꼴도 보기 싫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떠났다. 가장 사랑하던 순간에 떠났다. 사실 사랑하던 순간조차 그와 그녀, 모두 자유로운 입장은 아니었다. 그러했기에 그 사랑이 더 안타깝고 간절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나는 사실 그를 향한 그녀의 사랑에 순수한 사랑의 감정이 아닌 다른 어떤것들이 더 첨가되었다고도 생각한다. 안타까움과 갈망과 아쉬움 같은 것들이.



그러나 그것들이 더 첨가되었든 어쨌든, 그것은 내 생각일뿐 나의 사랑은 아니다. 내 것이 아니라 그녀의 사랑이다. 재혼을 생각하지도 않고 연애도 피하면서 한결같이 그만 기다리는 그녀의 사랑.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그녀는 행복하겠지만,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림때문에 지쳐가기도 할것이다. 게다가 옆에서 항상 그녀의 편이 되어줄거라 생각했던 딸이 자라면서 그녀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 그녀는 이제 외롭다. 그를 기다리는 것, 그건 어리석은 게 아니었을까. 그러지 말아야 했을까. 내가 허공에 붙들려 발을 땅에 디디지 못하고 있나, 그를 믿는게 잘못된것일까, 그는 어디서든 나를 찾아 돌아온다고,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는가. 



- 나는 반드시 당신을 찾아낼 거야. (p.183)





나는 이놈이고 저놈이고 그놈이고 다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어떤 남자들의 어떤 말들은 믿고 싶어지고 믿게 된다. 어쩔수 없다. 나는 이놈이고 저놈이고 그놈이고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말에 마음을 담지 않는 남자들을 보아도 크게 실망하진 않는다. 저자식, 말뿐이군, 하고 코웃음 한 번 치면 끝이다. 그런 놈은 한둘이 아니니까. 새삼 실망스럽지도 않다. 그렇기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나는 그를 믿어' 라고 말한다면,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렇지만 나역시도 누군가의 어떤 말들에는 가슴속에 굳건한 신뢰와 사랑이 싹트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보다는 사실, 나는 내 자신을 믿는편이 더 속편하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너를 기다릴거야' 라고 말하는 놈은 믿지 않지만, 나혼자 내심 '그를 찾아가리라' 라고 다짐하는 편이다. 나는 확실히 세상의 대부분의 남자들보다는 말에 더 무게를 싣는 편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세상의 많은 남자들보다는 내가 더 약속을 잘지키고, 내가 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나를 믿는다. 내가 하겠다고 하는 것을, 나는 할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찾아가고 싶은 사람을 내가 찾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러나 언젠가는, 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우리는 반드시 한번은 다시 만날것이고, 그 날의 만남은 또 앞으로 긴긴 세월을 버티게 해줄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나는, 



가끔 환상을 산다. 그러나,




- 나를 믿어. 한순간이라도 의심하지 말고. 나는 반드시 당신을 찾아낼 거야. 당신이 어디에 있든. 지금은 잠시 헤어져 있어야 하지만 내가 어디에 있든, 당신이 어디에 있든 우리는 함께 있는 거야. 그리고 나는 반드시 돌아올 거야. 곧.

곧. (p.209)



이 환상이 나로 인해 지탱되는 것이었다면, 내가 다른 누구도 믿지 않고 오로지 나만 믿으며 환상 속에 잠시동안 들어가있는 거라면, 그 환상속에서는, 사실, 다른 누군가를 믿어도 되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똑같지 뭐, 라고는 하지만, 어떤 놈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 '믿으면', 어떻게 될까. 내 환상속에서 내가 나를 믿는게 아니라 그를 믿는다면, 앞으로 어떤 시간들이 펼쳐질까. 나는 에쿠니 가오리의, 사실은 뻔하디뻔한 통속소설을 읽으며 하염없이 생각에 잠기고 또 잠기는 것이다. 그러자 이 책을 읽기 전날밤의 꿈이 떠올랐다. 그 꿈 때문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는데, 그렇지만 그 꿈을 입 밖에 내는 일은 삼갈것이다. 그 꿈을 입 밖에 내는 순간, 나는 환상을 사는 여자가 되므로. 에쿠니 가오리 소설속의 등장인물이 되어버릴 테니까. 나는 현실을 살아야 하고, 현실을 살테니까. 환상을 사는 건 가끔 은밀히, 아무도 몰래, 나 혼자 해야지. 조용히, 쥐도 새도 모르게.




내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여름에 다가오고 여름에 떠나갔던 사람이. 겨울, 남색 코트를 입었을 때도 그는 있었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는 늘상 여름이었고, 그렇게 계속 여름이기만 한 사람이. 여름에 다가오는 사람은 여름에 떠나는 것이 숙명일지도 모른다고, 잠깐, 에쿠니 가오리 때문에 생각했다.  사람을 만난 것도 여름이었다. 그 사람이 떠난 것도 역시 여름이었다, 라고 에쿠니 가오리가 말했기 때문에. 



낮과 밤의 일상들 속에 잠시잠깐 환상이 들어오고, 잠 속에도 환상이 들어오고, 머릿속에도 가끔 환상이 침략한다. 마음속에는 내내, 환상이 있다. 내가 현실을 단단히 잘 버텨내고 있는 이유다.




어제는 몇차례나 거울을 보며 내 코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토요일에 만난 친구가 내게 '니 코가 예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냐'고 해서. 아니, 이게 뭔말이야. 세상에 코가 이쁘다니. 난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친구는 그럴 리가 없다고, 어떻게 그 말을 한 번도 안 들어봤냐고 했다. 그래서 어제 계속 거울로 내 코를 보면서 으응, 내 코가 이쁜가? 그냥 큰 거 아닌가? 하고 자꾸만 자꾸만 봤다. 코가 이쁘다니, 뭔가 좀 멋지잖아? 지금도 잠깐 손거울로 코를 봤는데, 이쁘다기 보다는..개기름이 흘러 번쩍번쩍 하구먼..;;


그러다 불현듯이, 갑자기 떠올랐다. 스물다섯살에 사귀던 남자, 그 남자가 사귀기 전에 나한테 코가 예쁘다고 말했다는 사실이. 맞어, 코였어. 코가 이쁘다고 했었어!! 하하하하하하. 배고프다.








아니, 그런데 제이슨 므라즈가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그렇지 7월15일에 배송될거면서 벌써 예약판매 진행중이라니. 놀랍습니다!

내 기쁜 마음으로 듣겠지만, 그래도 45일전부터 판매되다니, 이건 좀, 거시기하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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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6-02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냉정과 열정사이, 낙하하는 저녁, 반짝반짝 빛나는, 울 준비는 되어있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이렇게 읽었네요.
그런데 역시나 전혀 기억이 나질 않네요 흥..

2.전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남들이 하는 약속도 잘 안 믿습니다만....

3.거봐 코 이쁘다니까요*^^*

다락방 2014-06-02 13:16   좋아요 0 | URL
사랑합니다 아무개님 ^______________^

아무개 2014-06-02 15:07   좋아요 0 | URL
저도 다락님을 격하게 애정하지만,
이런 댓글을 원한게 아녔는데...

아무개님도 OO이 이뻐요. 뭐 이런거? 응? 응?

눈썹이라고 할꺼죠?
눈,코,입 다 빼고 눈썹. 맞죠? ㅋㅋ

졸려서 헛소리를.......ㅡ..ㅡ:::::::::::::::::::::::::::::::

다락방 2014-06-02 15:10   좋아요 0 | URL
으응? 지금 딱히 생각이 안나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

아무개 2014-06-02 15:28   좋아요 0 | URL
형 미워!!!!!!!!!!!
ㅜ..ㅜ

자작나무 2014-06-03 09:44   좋아요 0 | URL
난 이사랑 반댈세.

다락방 2014-06-03 09:5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님과의 사랑...말씀이십니까? ㅎㅎㅎㅎㅎ

자작나무 2014-06-03 11:04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여름에 만난 남자, 스물다섯에 만난 남자, 그리고 기타 연관된 남자들.
그 모두와의 사랑에 반대 합니다.

다락방 2014-06-03 11:10   좋아요 0 | URL
아니 이 분이! -_-

자작나무 2014-06-05 09:38   좋아요 0 | URL
네 이 분입니다. ^_^
 
하느님의 보트
에쿠니 가오리 지음, 이정환 옮김 / 자유문학사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것은 어젯밤 내가 꾸었던 달콤한 꿈 같은 것. 나는 언제고 당신을 찾아갈 생각이었지만, 당신이 내게 올 수도 있다는 걸 알아. 당신이 내게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당신이 돌아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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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년 8월 25일 PM02:00

하지만 당신과 미아의 차이가 무엇인지 금세 파악 되더군요. 당신은 감히 자기 피아노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묘사하지 않아요. 피아노가 내 세계와는 아무 관계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미아는 저랑 50센티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작은 탁자 위로 몸을 숙이고 숟가락에 스파게티를 돌돌 말고 있어요. 미아가 고개를 옆으로 휙 돌리면 공기의 움직임이 느껴지죠. 저는 미아를 보고, 듣고, 만지고, 그녀의 체취를 맡는 것,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할 수 있어요. 미아는 실체예요. 에미는 환상이고요. (PP.218-219)


















어제 영화 《그녀(her)》를 봤는데, 보는 내내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가 생각났다. 정확히는 바로 저 위의 인용문, '스파게티를 돌돌 말고 있'는, '공기의 움직임', '실체' 부분에 대해서. 모니터로만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의 교류를 전하는 에미에게 '미아는 실체예요' 라는 레오의 말은 얼마나 잔인하게 느껴졌을까. 영화 《그녀》에서도 남자 '테오도르'가 여자의 목소리를 가진 운영체제 '사만다'에게 '너는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경험이 없지 않냐' 라고 말했을 때, 사만다가 상처받는다. 아마 이것이, 실체라고 레오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에미의 감정과 비슷한 서운함이 아닐까.





남자 테오도르는 운영체제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그것이 그다지 놀림감이 된다거나 하진 않는다. 테오도르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는 누구나 운영체제 친구가 있고 연인이 있으니까. 모두들 혼자 걷고 있지만 누군가와 얘기하고 웃고 화내고 있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감정을 눈치채고, 섹스를 하고, 음악을 작곡하고, 친구의 커플과 더블데이트를 하지만, 이런 사만다에겐 레오가 미아에게 느꼈던 '실체'가 없다. 테오도르의 부름에 응답하고, 신음 소리를 내고, 웃고, 서운해하고, 테오도르를 부르는 것 모두, 이 작은 기계가 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 기계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를 실체가 아니라고 거부할 수가 없다. 점점 더 진화해가는 이 목소리는 세상의 많은 것들을 빠른 속도로 보고 배우고 느끼며 점점 테오도르에게 가까워진다. 그의 이메일을 체크하고 스케쥴과 연락처를 체크하는 등의 일을 넘어서서 그가 써낸 편지들을 추려 출판사에 보내보는 것조차 사만다의 몫이다. 



그가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졌다고 그를 손가락질할 수가 없다. 레오와 에미가 이메일을 통해 사랑에 빠진 것과 그것이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에미와 레오가 끝끝내 만나지 않고 이메일 교류만 했다면, 테오도르와 사만다가 그들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이메일을 통해 에미와 레오는 서운함과 사랑과 그리움과 에로틱함을 토로했고, 테오도르와 사만다는 이어폰과 카메라를 통해 목소리로 그렇게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서로의 표정으로 감정을 읽게된다. 오래 만나고 친한 사이라면 그것은 좀 더 쉬워진다. 감추고자 하는 감정까지도 표정에서 읽어낼 수가 있으니. 그런데 참 신기하지.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글을 통해서, 문장을 통해서도 그 안에 든 감정을 눈치챌 수있다. 레오와 에미가 그랬듯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만다와 테오도르 역시, 목소리로 서로의 감정을 캐치한다. 당신과 내가 서로의 감정을 캐치하고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반드시 실체여야 할까? 실체이며 옆에 있으되, 내 앞에서 공기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으되, 우울한 감정만 전해준다면, 그렇다면 그 실체보다 중요한 건 감정의 교류를 할 수 있는 대화나 시간은 아닐까? 



만약 감정이 더 깊어지지 않았다면, 이토록 깊은 사랑을 느끼지 않았다면, 실체이든, 실체없이 감정의 교류만이든, 둘 중 하나만 있었어도 부족하다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상대를 사랑하면 할수록 상대에 대한 욕심이 점점 자라나는 것을 느낀다. 처음엔 그 사람이 나에게 한 번 더 눈길을 주길 바라고, 한 번 더 말을 걸어주길 바란다. 그러나 눈길을 받고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면 이젠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고 만지고 싶고 안고 싶어진다. 그것은 단순히 상대를 원할때 뿐만 아니라 상대를 위로해주고 싶을때도 그러하다. 테오도르도 '네가 내 옆에 누웠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고 사만다도 그와 자신이 섹스하는 게 '진짜'이길 바라기 때문에 테오도르에게 대역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어쨌든,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옆에 누울 수가 없고, 대역은 대역일 뿐 사만다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이제 어떡해야할까.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 사랑으로 인해 즐겁거나 서운하거나 행복하거나 웃는데, 이 사랑은 어떻게 되는걸까. 실체가 없는 사랑은 영원할 수 있을까. 실체가 있는 사랑 역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한데, 실체가 없다면 더 빨리 끝나게 되는게 아닐까. 아니면 실체가 없으므로 좀 더 길게 갈 수 있을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내내 에미를, 미아를, 레오를 생각했다. 《우리도 사랑일까》의 마고도 생각났다. 술을 한 잔 마시지 않고도, 손을 잡지 않고도 상대와 사랑을 나눌 수 있었던 마고가. 

또한, 사랑하다가 이별하는 것도 안타깝지만, 실체가 없는 사랑이란 것도 안타깝긴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실체가 없는 사랑이라는 것도, 안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나을 수 있겠지만, 실체가 없다면 ... 아,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내 앞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으로 인한 공기의 움직임을 느끼고 싶다. 같이 스파게티를 돌돌말고, 삼겹살을 굽고, 소주잔을 부딪치고 싶다.



영화속 테오도르의 집이 무척 좋아보였다. 내가 원하는 그런 집. 통유리 창에 전망은 고층빌딩들!! 나도 이런 데서 살고싶다!!!!!!!!!!!!!!!!!!!!!!!!!!!!!!!!!!







다음주나 다다음주엔 필립 클로델 감독의 영화 《차가운 장미》를 보러가야겠다. 그건그렇고,



얼마전에 미국에 다녀온 지인이 키헬의 립밤 두 개와 클리니크의 립밤 한 개를 선물로 주었는데, 키헬은 엄마와 여동생에게 하나씩 주고 클리니크는 누굴 줄까 하다가 내가 쓰기로 했다. 립밤이나 립글로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있어도 안쓸텐데, 싶어 그런것들은 생기는대로 주변에 족족 나눠주곤 했는데, 이건 한 번 써볼까, 하고 사용했다가, 어머나 깜짝이야, 너무 좋아서 완전 신났다. 번들거리지 않고 색깔도 나고 바르기도 편하다!! 좋았어!! 이거 다 쓰면 내가 사서라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페이퍼 제목이 좀 오글거리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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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5-29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보고나서 리뷰 읽는걸로. ㅎㅎㅎㅎ

지금 립밤 폭풍 검색중>>>>>>>>>>>>>>>>>>>>>>>>>>>>>>>

다락방 2014-05-29 13:39   좋아요 0 | URL
나중에 나 만나면 저거 한번 발라봐요. 내가 빌려줄게. 우리 어차피 거기에서 만날거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와 2014-05-29 15:09   좋아요 0 | URL
그때까지 못 기달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화점가서 테스트 해볼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4-05-29 15:34   좋아요 1 | URL
ㅇㅇ 테스트 해봐요~ 난 아주 쏙 마음에 든당께롱 ㅋㅋㅋㅋㅋ

2014-05-29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9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30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02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dreamout 2014-05-30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포스터. 글자와 바로 위 남자 이미지가, 더블 클릭해야할 아이콘처럼 보이네요. 붉은 상의가 강렬한게 원클릭되어 선택된 듯.. 생기있고. 포스터 맘에 들어요. ㅋ

다락방 2014-06-02 15:24   좋아요 1 | URL
국내에 포스터는 저 남자 상반신 클로즈업된 포스터인데 저 포스터가 더 예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저걸로 가져왔어요. 이 영화 보셨어요, 드림아웃님? 이 영화 드림아웃님이 참 좋아하실 것 같은데 말이지요. 후훗

2014-06-04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05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100자평]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요즘.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 열두번도 넘게 하며 바로 실행에 옮길것처럼 안달하다가 꾹 참아가며 퇴근시간을 맞이하고는 한다. 퇴사후의 일들을 생각해보는 게 하루 일과중에 포함되어 있는데, 그게 그렇게 나쁠것 같지 않아 이제 직장생활을 접자, 싶어지는거다. 일단 중간정산을 두 번이나 했으니 최종적으로 받게될 퇴직금이 많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퇴직금을 받으면 3-4개월 정도는 퇴직금으로 생활이 가능할테니, 그 시간동안은 미래에 대한 걱정없이 쉬는건 어떨까. 그간 나는 너무 열심히 일하지 않았나, 하는거다. 


그러나 그 '쉬는' 3-4개월동안, 나는 백프로 안정을 찾고 편안할 수 있을까? 말 그대로 쉴 수 있을까? 다시 취업해야 한다는 압박감, 아무곳에서도 나를 받아주지 않을거라는 초조함 때문에 오히려 더 발을 동동 구르며 지내게 되는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내 친구의 조언처럼 다시 나를 받아줄 회사를 알아본 뒤 이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걸까? 아니, 그렇다면 이 회사를 그만둘 필요가 무어람, 나는 직장생활 자체를 이제 끝장내고 싶은건데. 어차피 직장생활을 할거라면, 게다가 스펙 이란것도 내게 없다면, 그렇다면 그냥 다니던 직장 계속 다니는 게 재태크 아닌가 말이다. 이러면 또다시 결론은 다음날 아침 변함없이 출근이다.


내가 직장생활을 그만둔다면 뭘 하며 살수있을까. 뭘해야 먹고 살 수 있을까. 지금처럼 삼겹살을 먹고 술을 마시고 가끔 싸구려 와인을 사고, 책을 사서 쌓아두는 생활을 하기 위해서, 이 직장이 아니라면 대체 무얼 해야할까. 자영업을 하는건 어떨까, 싶다가 자영업이라고 나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싶어지는거다. 어디 가만히 앉아서 책 읽고 가끔 이렇게 페이퍼 쓰면서 먹고 사는 걱정은 안해도 되는, 그런 일 없을까. 그런 방법은 내 친구의 말마따나 '부자 남자랑 결혼하기' 밖에 없는건가. 역시 도피성 결혼이 답인건가. 그러나 내가 도피성 결혼을 선택한다한들, 결혼이란건 그래 그러자, 라고 맞장구쳐줄 상대가 필요한 게 아닌가. 게다가 '너 먹여 살리는 것쯤은 일도 아니야' 라고 할 만큼의 능력이 되는 상대가. 역시 답은 그냥 직장에 다니는건가...


더 나은일, 무언가 먹고살만한 다른일을 찾아야 했다면, 그건 좀 더 젊을 때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래서 지금 내나이쯤 되면 정착하고 안정적이어야 하는게 아닐까. 이 나이에 이렇게 먹고 사는걸로 고민하는 건 너무 속상한 일 아닌가, 싶다가, 이 책,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를 꺼내 들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문장을 보았다.




마흔이 되기 전, 지독한 맘의 몸살을 앓다 결국 하던 방송 작가 일을 그만두며 결심한 유학길이었다.초등학교 6학년, 이제 막 중학교에 접어든 두 딸을 데리고 남편도 없이 시작했던, 밑도 끝도 없이 무모했던 영국에서의 생활. 3년이면 충분하리라고 계산했던 시간이 6년으로 늘어나는 사이 내 맘은 돌림노래의 되돌이표처럼 '돌아가야 한다' 라는 생각이 점점 분명해졌다. 멀리 떠나왔던 건 결국 다시 돌아가기 위한 길이었다. 떠나 오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후회도 있었다. 하지만 떠나오지 않았다면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영원히 몰랐을 거라고 스스로 위로도 해본다. 이 낯선 영국에서 맞았던 마흔, 그리고 다시 돌아가게 될 내 40대의 제 2부. 무모하게 떠나왔지만 무모하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남겨진 나의 시간을 난 또 어떻게 맞아야 할까. (p.33-34)







이 책의 저자도 마흔이 되기전에 삶에 대한 고민을 하다 서른 아홉에 자녀 둘을 데리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한국에 있는 집을 팔아 유학자금을 마련했다고 했는데, 마흔이 된 아내의 유학을 지지해준 남편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마 '이런' 아내이기 때문에 '이런' 남편을 만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그보다는 그 나이에,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학'을 결정한 그녀 자신이 나로서는 더 대견하다. 유학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긴것도 그렇지만, 무언가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공부가 있었다는 게 더 대단하게 보여진달까. 나는 누가 유학을 보내준다고 해도 '아니'라고 답할텐데. 뭐, 딱히 외국가서 하고 싶은 공부가 있는 게 아니니까. 내게 필요한 건 그보다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이니까. 내게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허락한다면, 그저 먹고 마시며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며 살고 싶은데. 내가 하고싶어하는 그 일들은 모두 돈을 '벌어들이는' 일이 아니라 '써버리는' 일이니, 이것들을 위해 내 시간과 노동력을 일에 투자할 밖에. 가슴 쓰라리다. 


그리고 저자의 저 말을 보며, 이 나이에 이토록 삶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니라는 것에 약간의 위로를 얻는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구나, 다른 사람들도 앞으로 맞이하게 될 미래를 두려워하고, 자신이 했던 과거의 선택에 대해 끊임없이 후회하다,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 무엇보다 '떠나오지 않았다면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영원히 몰랐을 거라고' 위로하는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그 생각은, 자신에게 하는 그 위로는, 아주 제대로 됐다는 생각이 드니까. 



며칠전에는 엄마랑 둘이 나란히 앉아 티비를 보는데, 마침 티비에서는 오스트리아 여행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있었다. 테마산책인가 테마기획인가 하는것이었는데, 한 팝페라 가수가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며 노래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암벽 등반을 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던거다. 그러자 내가 올 가을, 오스트리아 여행을 계획했다가 취소한 일이 떠올라 가슴이 쓰렸다. 저사람은 저렇게 여행하며 사는데, 나는 저렇게 살지 못하고 어쩌다 한 번 가려고해도 뜻대로 되질 않는구나, 싶어져서. 물론 그 가수는 프로그램과 뭔가 합의하에 계획된 여행이었겠지만, 못내 서운했던거다. 나는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 하는. 물론 내가 여행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설사 내가 여행을 한다고 해도, 그 프로그램에서 그 가수가 찾아갔던 여행지를 선택할 일은 없을거다. 다만,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단거다. 만약 내가 여행이 몹시 가고싶어졌다면, 그리고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허락된다면, 그래서 여행을 결심했는데, 그때 내 나이가 일흔이 넘었다면, 나는 배낭을 매고 열 몇시간을 비행기에 시달리며 저 낯선 곳으로 가 이곳 저곳을 걸어다닐 수 있을까? 어떤 것들은 내가 젊을 때, 건강할 때 할 수 있는게 아닌가 싶어지는거다. 이대로 계속 일만 하다 늙어간다면, 오스트리아도, 덴마크도, 포르투갈도, 그저 '가보고 싶었던 나라' 라고만 기억해야 하는게 아닌가. 태어나 삶을 살면서 이 세상의 다른 곳을,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을 못해보는 건 좀 속상하지 않은가. 언젠가는 몇 개의 계절쯤을 미국에서 보내고 싶다는 생각도, 처참히 무너져내리는 게 아닐까 싶었던 거다. 이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종국에는 죽음에 이르렀다. 만약 내가 불시의 사고를 당해 내일 죽는다면, 그렇다면 나는 직장에 다니며 스트레스만 받다 죽게되는 거 아닌가 싶은거다. 그런 일이 닥치기 전에, 그런 식으로 죽음을 맞이하기전에, 나는 이 일상을 집어던져야 하는게 아닐까, 하게 됐던거다. 



이런 생각을 하면 역시 답은 회사를 때려치는거다. 그러나, 그러다가, 내가 마흔이 되고, 쉰이 되고, 여든이 되는 순간에,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도 별로 없다면, 그러면 나는 혼자서 거주지를 정하고 먹고 살아야 하고 즐겨야 하는데, 그렇다면 돈을 벌어야 되는게 아닌가 싶어지는거다. 그래서 다시 지금 여기, 제자리로 돌아온다. 후...



그러다 또다시 고민한다. 관둘까, 관두고 일단 쉴까. 


다행스럽게도 폭풍 스트레스를 받은 어제, 여동생에게 나 관둘까, 관두면 너네 집에 잠깐 가있어도 될까? 했는데, 여동생은 '지금 당장 나와서 여기로 와' 라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웃음기 어린 눈물이 고였다. 마침 이 책엔 저자의 둘째딸이 하는 이런 말이 실려있다.



"엄마, 그 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언니보다 더 친한 친구를 만날 수는 없을 것 같아." (p.137)



저녁엔 친구와 통화하며 8월달쯤 회사를 관두고 싶고, 그러면 어딘가에서 2개월쯤 혼자 조용히 묵고 싶은데, 그럴때 호텔을 잡으면 돈이 미친듯이 나오겠지? 라고 묻자 친구는 자기네 집 뒷편에 안쓰는 방이 있다며 거기에 머물라고 했다. 부엌도 있고 화장실도 있으니 니가 온다고 하면 도배를 새로 해놓겠다고. 니가 정말 회사를 그만두고 갈 데가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다. 정말로 내가 회사를 그만두었을 때 동생의 집으로 혹은 친구네 집으로 가게 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마음은 든든해졌다. 나 관둬도 머물 곳이 있다, 라는. 물론 그게 장기간이 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계속 고민하고 또 고민해봐야겠다. 이렇게 계속 고민만 하고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것, 그게 삶인걸까. 아니, 지금 이자리에서 고민만 반복한다는 건, 그것 자체로 나는 그 순간순간을 결정한 게 아닐까.



책은 지루하고 재미 없었는데 사진을 보는 것은 참 좋았다. 내가 살고 싶은 곳은 '도시'이지만, 고층빌딩들 사이 이지만, 이렇듯 너른 평야와 순수한 자연을 만난다는 것은 분명 기쁜 일이다.











글 말고 이런 사진만 가득가득 보고싶은데, 이 저자의 《영국 정원 산책》은 그런 책일까? 정원 사진이 한가득 실려있을까?


















다음 책은 쭉쭉 빨려들어가는 소설책으로 골라야겠다. 정신을 쏙- 빼놓는 책으로다가.






"난 네가 그렇게 미술을 좋아하는 줄 몰랐는데?"
"엄마가 나랑 대화를 잘 안하니까 모르는 거지."
"엄마가 너랑 대화를 잘 안한다고? 엄마처럼 딸들한테 말 많이 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니까. 엄마는 엄마 말만 하지, 나랑 대화를 하는 건 아니잖아."
뭐지?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간 내가 아이들에게 수도 없이 떠들었던 말들은 대화가 아니었나? 일하는 엄마로 살아왔던 나는 양육에 늘 전전긍긍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 내 휴대폰의 알람은 10년 넘게 오후 3시에 울려댔다. 방과 후 엄마도 없이 집에서 지내야 하는 아이들의 걱정은 그 알람으로 시작됐다. 일을 하면서도 신경의 안테나가 삐죽 솟아나 아이들이 있는 집을 향해 쏘아댔고, 화장실에서 몰래 거는 전화는 그날의 해야 할 일, 조심할 일, 지켜야 할 일들을 쭈욱 늘어놓고 끊기 급급했다. 생각해보면 작은아이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분명 대화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 대화는 어떤 건데?"
"엄마가 친구 만나면 하는 거. 엄마는 우리한테 하는 모든 얘기에 교훈을 담으려고 하잖아. 대화는 그냥 얘길 하는 거야." (p.10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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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5-28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앞에 스벅도 생겼겠다 내내 생각만하던걸 좀전에 검색해봤어요.
스타벅스 바리스타 월급

하아.. 여기도 전쟁터두만.
결국 살아남은 사람이 승자(매니저)가 되는데 그 기간을 견뎌낼 자신이 . 젠장. 없소.
또하나 그 복잡한 레시피를 외워야 하는데. 끙.

다락방 2014-05-28 17:00   좋아요 0 | URL
크- 잘 생각해봐요, 레와님.
난 레와님이 스벅 매니저 하면 되게 잘할 것 같단 생각이 들거든.
물론 나는 스벅 매니저는 생각도 못하겠어. 내가 커피를 만들 자신이 없다 진짜.
그렇지만 '스타벅스 바리스타 월급'으로 검색한다는 건, 역시 우리에겐 돈이 가장 첫번째 조건이라는 건가..이걸 어쩔수가 없는건가..

아무개 2014-05-28 20:06   좋아요 0 | URL
뉴욕보다 서울에 스벅이 더 많데요.
대단하죠? 대단해요...


2014-05-29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9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4-05-29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결혼생활을 확 관두고플때가....실행에 옮기기란 쉽지 않네요ㅋ

다락방 2014-05-29 13:03   좋아요 0 | URL
ㅎㅎ 뭐든 그만둔다는 걸 실행에 옮기는 건 어려운 거군요. ㅋㅋ

자작나무 2014-05-29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인지 모르지만 요즘 저두 관두고 싶어요.
우리 같이 북까페나 할까요?

다락방 2014-05-29 13:03   좋아요 0 | URL
흐음. 북까페 하면..먹고살기 괜찮을까요? 돈 별로 못벌것 같은데.. 두 명이 먹고 살기에 충분한 돈을 벌 수 있을까요? ㅠㅠ

heima 2014-05-29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낯선 정원에서..는 못 읽어봤고, 영국정원산책은 읽었는데, 그래서 두 개 비교는 힘들지만 영국정원산책은 글이 많지 않다는 느낌이었어요. 정원 사진이 많은 편이었고요. (어쩌면 글이 많았는데 제가 읽기 싫어서 스킵하고 넘어간건지도;;)

다락방님은 어디서 무얼 해도 열정적이고 멋진 삶을 살 것 같은 느낌이 늘 있어요 (전혀 위로도 응원도 뭣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ㅎㅎ)
제가 돈이 많다면, 다락방님께 월급 드리면서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글을 많이많이많이 써주세요' 할텐데.. 진심으로 아쉽...

다락방 2014-05-29 13:04   좋아요 0 | URL
영국정원산책은 사진이 더 많군요. 후훗. 정원 사진들을 보는건 즐겁더라고요. 정원 사진 또 보고 싶어요! 천천히 사서 봐야겠어요. 으흐흐흐

우와- 월급을 받으면서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다면 진짜 완전 행복하겠네요. ㅋㅋㅋㅋㅋ 상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

비로그인 2014-05-29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로 이사가기 성공하면 우리집 다락방으로 다락방님 초대할게요 ^^

다락방 2014-05-29 13:22   좋아요 0 | URL
프렌치토스트 해주시는겁니까? ㅎㅎ

비로그인 2014-05-29 14:32   좋아요 0 | URL
프렌치토스트 뿐이겠어요~
돼지고기 넣은 김치찌개에 장조림에~
소시지로 미어터지는 샌드위치~ 계란 후라이 등등...
먹을 건 많고 시간은 짧을 거예요 ㅎㅎ

2014-05-29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9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버벌 2014-05-30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에 쫓겨 살았어요. 오랫만에 들어왔어요. 오늘에야 말입니다. 같은 마음이에요 락방님.
저 하루에도 열번이상 그만둘까? 생각을 해요. 한데 결국 생각으로만 끝나요.
나혼자면 상관없는데.... 그 외에 이유들이 발목을 잡아요.
걍 나만을 생각하고 확 질러버려야 하나? -> 요렇게 오늘도 생각하고 지나갑니다.
으아~ 서울 가고 싶어요. 그냥 제가 있는 곳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어요.
아 슬퍼. ㅠㅠ

다락방 2014-06-02 15:39   좋아요 0 | URL
버벌님, 버벌님과는 언제나 '오랜만' 이라는 인사를 하게 되네요. ㅠㅠ
그런데 말이죠 버벌님. 우리는 왜 일에 쫓겨 살까요?
저도 제가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한다고는 하지만, 뭔가 치여사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여유롭고 평안한 마음으로 지금처럼 먹고살 수는 없을까..요? 그건 불가능한가요?

버벌님 서울 한 번 와요. 서울 한 번 오면 우리 날잡고 술이나 마십시다. 으하하하하.
아님 서울 아닌 다른데서 만나도 됩니다. 전 자유로운 여자니까요. ㅎㅎ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오경아 지음 / 샘터사 / 201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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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비롯한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사진을 보는 것은 무척 즐겁고 평화로웠지만(이토록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라니!) 글은 전체적으로 지루하고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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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관둬야지, 아니 관두지 말아야지.
    from 마지막 키스 2014-05-28 16:46 
    요즘.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 열두번도 넘게 하며 바로 실행에 옮길것처럼 안달하다가 꾹 참아가며 퇴근시간을 맞이하고는 한다. 퇴사후의 일들을 생각해보는 게 하루 일과중에 포함되어 있는데, 그게 그렇게 나쁠것 같지 않아 이제 직장생활을 접자, 싶어지는거다. 일단 중간정산을 두 번이나 했으니 최종적으로 받게될 퇴직금이 많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퇴직금을 받으면 3-4개월 정도는 퇴직금으로 생활이 가능할테니, 그 시간동안은 미래에 대한 걱정없이 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