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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기누스의 숭고미 이론 - 교양총서 34
디오니시우스 롱기누스 지음, 김명복 옮김 / 연세대학교출판부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기원후 3세기경의 그리스 수사학자 겸 철학자인 롱기누스는 숭고한 문학의 서술방법에 대해 테렌티아누스에게 편지를 쓴다. [숭고한 예술이 존재한다] 그것은 위대한 사상과 감정, 뛰어난 문채(기묘한 어조와 격정), 표현법(은유,과장과 일상어의 절묘한 배합), 그리고 음율있는 조사에 의한 것이라 한다.
그래서 생각의 깊이 그리고 이를 절제된, 혹은 계산된 어조와 격정으로 쏟아낼 때, 평범한 문장과 차별된 숭고한 문학이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나친 세심함은 유치함을, 과도한 격정은 과장과 신뢰의 파괴를 가져온다. 그 둘을 뛰어넘는 곳에 숭고가 있다. 이런 세세한 기교가 무슨 문제랴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흥이 여기에서 나옴에야...
나는 숭고한 문학을 아는가? 번역문학에서 숭고를 찾는 것이 어려운 까닭을 알 수 있다. 번역문체가 잃어버리는 많은 것들 중 직접적 오류에 의한 오역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음율! 비슷한 발음 단어의 겹침과 동일 음절수 운율의 밥복. 번역의 과정에 재현하기 어려운 한계임을 깨닫는다. 숭고의 중요한 맛과 색감을 잃어버린 사상과 감정의 전달만 남은 반쪽 짜리인 셈이다. 호라티우스가 말한 문학의 두가지 가치, 쾌감과 교훈중 하나는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최근 활발히 그리스 원문, 라틴어 원문들의 번역이 직접적 운율을 고려하며 나오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영어를 거쳐 일어를 거쳐 우리말 번역본이 된 그 이전의 책들에서 찾을 수 없는 가치가 이들 책에 있다.가능한 이런 원전번역책을 선택함이 그 원래의 감동 근처라도 가는데는 중요한 선택인듯 하다. 또한, 가능한 대로 영어원전인 책은 원문으로 읽도록 해야겠다. 서양문학은 대체로 롱기누스가 말한 운율의 강조처럼 전통적으로 문채와 표현, 운율이 발전해 왔다. 영문학도 이런 운율에서 예외는 아니어서 영어자체의 맛을 느끼기 위해선 원문이 불가피한 것 같다.
다음은 우리문학이야기다. 우리만이 느낄 수 있는 우리의 맛과 음율의 세계. 어! 해도 뜻이 통하고 아-해도 뜻이 통하는 우리의 감정과 경험이 녹은 민족의 보물창고. [토지],[객주],[불의 제전],[변경]의 넓이와 이청준, 이문열, 박경리, 최인훈, 박완서, 황순원, 조세희, 김동리, 황석영의 다양한 봉우리들...즐거움을 주는 우리만의 것들이다. 누가 사랑하고 즐길 것인가? 우리문학 즐기기. 놓치면 아까운 일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