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소 - 개정판, 서울대 교수진이 추천하는 통합 논술 휴이넘 교과서 한국문학
이문열 지음, 최일룡 그림, 박우현 / 휴이넘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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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열. 이 이름 석자가 우리 문학사에 남긴 영향은 나 같은 범부야 논하기 어렵겠지만, 어찌하였든 나 같은 사람도 그가 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삼국지>를 접하면서 그의 글을 알았기에, 현재 그가 보이는 정치색이 나와는 많이 다른 편에 있더라도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는 인색한 건 아니고 해서,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가 나름 상당하였습니다. 들소를 통해서 원시시대의 권력의 생성과 사유재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고 책의 서두에 밝혔듯이 작가는 원시 수렵과 채집 -이런 용어가 맞는 것인지 모르겠지만-중심의 모계사회가 권력과 사유재산이 형성되고 있는 자와 없는 자가 구분되는 정착지를 중심으로 한 부계사회로의 변화에 대한 나름의 성찰을 이 작품에 묘사한 듯 합니다. 

 모든 사람이 서로 힘을 합쳐 사냥을 하고, 그 부산물을 공평하게 나누던 원시 부족 사회에서 아마도 가장 영예로운 이름은 사냥에 나서서 공을 세우는 자에게 붙여진 이름이겠지요. 이 신석기 사회의 성년식에서 우리의 주인공은 '소를 겁내는 자'가 되고 뱀눈이라는 권력을 탐하는 약삭빠른 소년은 '뿔을 누른 자'라는 영예로운 칭호를 받습니다. 그리고 뱀눈의 세력은 점점 힘을 얻어가고 결국에는 기존의 부족사회의 전통마저도 자신의 권력을 위한 도구화를 꾀하게 됩니다. 지혜로운 여인이 다스리던 모계사회가 가장 현명한 통치자-실제로는 가장 힘이 세고 많이 가진 자-가 다스리는 부계사회로, 부산물을 함께 나누던 공동체 사회가 뱀눈과의 거리에 따라 권력과 재산이 분배되는 계급사회로, 자신의 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던 사회가 이젠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다른 부족을 공격하기도 하는 사회로의 변화를 꾀한 것이지요. 이것을 우리는 사회의 발전이라고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 탐욕이 자라는 역사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러한 불평등과 권력의 억압이라는 사회변화 속에서 마지막에 주인공이 택하는 길은 자기의 소를 찾아 가족마저도 떠나고 자신의 길을 떠나는 것입니다. '큰 목소리'처럼 뱀눈의 세력에 맞서 불의를 지적하고 공동체 사회의 위기를 되돌이켜 사라져가는 공동체 사회를 회복하려는 선지자적인 역할에 나서지도 못하고, 그런다고 뱀눈의 의도에 따라 그의 권력을 강화시켜주는 충실한 신복이 되지도 못하는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고뇌하다가 그는 결국 부족과 가족 모두를 떠나 자신의 소를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이 알타미라 동굴의 들소그림과 연결되는 것을 보니까, 작가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과 그 벽화를 연결시킨 듯 합니다. 어디에도 뱀눈이나 큰 목소리의 흔적은 남지 않았지만 당시 사회에서는 잊혀진 '소를 겁내는 자'의 들소 그림은 지금까지 남아서 후대 사람에게 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의미이겠지요. 작가가 의도하고 주장하고자 한 예술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아닐까 합니다.

 권력과 사유재산의 형성, 그리고 불평등과 억압이라는 측면에서 이 책의 내용이 작가의 최근 성향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작가가 의도한 예술의 가치에 대한 설교를 간파하고 나서야 작가가 정말 말하고 싶은 내용은 이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후자는 제가 생각하는 작가의 성향과 일치하는 듯 하니까요. 권력과 사유재산의 형성 문제를 이 책이 말한대로 간단히 도식화 할 수만은 없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한다면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여러 사회문제에 대한 아주 단순하나마 의미있는 이유들을 찾아볼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에 나온 들소 그림을 통해서 예술의 의미에 대해서도 활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구요. 하지만 소설 전후에 나오는 너무도 친절한 설명과 유도성 질문들, 그리고 소설 중간중간에 끼워넣은 만화캐릭터 같은 인물들의 소설내용에 대한 간섭은 논술과 생각하기를 위한 장치라고는 생각하지만, 결국 뱀눈이 자신의 권력을 위해 모든것을 교활하게 활용했듯이, 작가가 의도한 대로 독자들이 따라가도록 유도하는 그런 장치가 되어버리고, 천편일률적인 사고의 틀로 다시 내모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따르는게  사실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가 더더구나 아직 사고력이 성숙하지 않은 학생들이라면 더욱 위험한 장치는 아닐까 하는 염려가 앞섭니다. 그냥 글과 삽화만 있는 단순한 소설의 형식으로 아이들이 이 책을 만났다면 훨씬 깊은 생각거리를 만들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이건 물론 책의 내용보다는 형식에 대한 비판이니, 다른 형태로 발간된 이 소설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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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 수 있어! - 자신감을 가르쳐 주는 10가지 방법
웨인 W. 다이어.크리스티나 트레이시 지음, 멜라니 시겔 그림, 정미영 옮김 / 한언출판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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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스런 나의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가르쳐 주는 10가지 방법>, 아이를 둔 부모라면, 특히 이제 유아기를 지나 학동기나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아이를 둔 나 같은 부모라면 눈이 그대로 고정되는 문구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성공한 사람들의 10가지 성공비결>을 저술한 그 사람이라면 이제는 손길도 자연스럽게 책속으로 파고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를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신의 자녀들에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필요한 열가지 생각과 그 실천방법을 포함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 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니다. 막연한 어린이 독자를 생각하고 쓴 게 아니라 자신의 아이들을 염두에 두고 열가지 생각들을 추려내어 정리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아이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바 삶의 자세나 모양에 대한 저자의 사랑과 애정과 진심이 그대로 녹아있다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최소한 겉치레는 아니라는 이야기가 될 듯 합니다.

 책의 내용을 통해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어린이들이 자신에게 놀라운 능력이 있고 스스로가 더없이 훌륭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자라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에 대해서 한껏 자부심을 가지고 삶에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확신하며 꿈을 가지고 자라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소망을 주기 위한 저자가 열심으로 정리한 것이 책의 내용을 이루는 10가지 방법인 듯 합니다. 다른 사람과 좋은 일을 함께 나누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자신있게 해보는 것, 자신 안에 가득한 사랑을 믿고 나누는 것, 혼자서 사색과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 하루하루를 즐겁게 사는 것, 하나님께-책에선 신이라고 표현했으나 나 자신이 크리스챤인 관계로- 기도하고 걱정거리도 잘 될거라는 낙관적인 시각을 갖는 것, 다른 사람의 시각에 관계없이 자신이 소중함을 아는 것, 꿈을 가지고 그 꿈을 향해 노력하고 성취를 기대하는 것, 자신과 이 세상이 하나님의 사랑과 보살핌의 품안에 있음을 믿는 것, 긍정적이고 행복한 생각을 하는 것. 저자가 바랐듯이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고, 뒷쪽에 나오는 질문들을 통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에게 무심했던 부모라면 모르는 사이 마음과 키가 훌쩍 자란 아이를, 그리고 유심히 아이를 도와주며 살던 부모라도 자신의 욕심에 가려 아이의 소망과 이야기에 귀기울기를 소홀히 했던 부모의 불찰을 깨닫게 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저자가 말한 이야기들을 아이와의 사랑과 소통-부모와 아이, 하나님과 아이, 사람들과 아이, 그리고 자연과 아이 등-의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부모가 아이를 존중해주고 격려해 주기를 강권하는 말로 받아들였습니다. 내 꿈을 보지 말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의 꿈과 소망을 생각해 주는 부모가 되라는 권면으로 말입니다.  내 아이가 정말로 소중하고, 그 아이의 마음속에 아이만의 파랑새를 자라게 해주고 싶은 부모라면 저자가 말한 이야기들을 한 번쯤 곰삭여 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아이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세상이 곧 우리에게 임한 천국은 아닐는지.....

 마음은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어서 정말 할 수 있다고 믿으면 뭐든지 이룰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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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가지마, 절대로 내친구 작은거인 15
이오인 콜퍼 지음, 토니 로스 그림, 이윤선 옮김 / 국민서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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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도서관에 절대로 가고 싶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인공 윌과 그 형제들처럼 몸을 움직이고 서로 부딪히며 노는 것을  즐기는 아이들의 눈으로 보면, 말도 크게 못하고 얌전히 있어야 하고, 뛰지도 못하고 책에 눈길을 고정 시킨채 조용히 있어야 하는 곳이 분명히 매력적인 곳은 못되겠죠. 거기다가 무서운 감자총을 마구 쏘아대는 무시무시한  사서 선생님까지 있는 곳이라면 결코 가고 싶지 않은 곳일겁니다. 이 책은 이렇게 도서관이 싫고, 무섭고, 끔찍한 곳이라던 아이들이 거기서 노는 방법을 발견하면서 도서관이 특별한 곳이 되고, 좋아하는 곳이 되는 과정을 이야기한 책입니다.

  액션맨 인형을 좋아하는 우리의 주인공 윌이 형 마티와 함께 도서관으로 유배(?)를 당합니다. 다른 세 동생이 있지만 그 아이들은 너무 어린가 봅니다. 두 형에게만 그 유배가 결정되었으니까요. 유배당하게 된 원인은 아이들이 다 그렇겠지만, 우리의 주인공과 형이 동생들과 어머니의 화장품 등으로 집은 너무 혼란스럽게 만들며 시끄럽게 놀았다는 것입니다. 부모님은 그래서 좀 더 나은 방학생활을 위한 것을 생각하시다가 결국 도서관에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책보다는 노는 것을 좋아하고, 공부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게 생각하는 우리의 주인공 윌과 마티는 거기다가 감자총을 가진 무서운 머피 선생님이 도서관의 사서시라는 것에 정말 가기싫은 끔찍한 곳이라는 생각이 앞서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 보지만 결국 어머니를 이기지는 못하고 도서관에 보내집니다. 첫날, 역시나 감자총 선생님을 만난 것부터 시작해서 어린이 열람실 카펫위로 갇히게 되고, 형 마티는 감자총 선생님을 놀리려고 장난을 꾸미지만 결국 선생님께 발견되어 혼이 납니다. 선생님이 던진 고무도장에 안맞은게 다행이죠. 심심하고 따분하고 장난치고 싶은데 감자총 선생님이 무서워 엄두는 안나고.... 그러던 어느 날 <아일랜드에서 가장 큰 거인 핀 맥쿨>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하던 우리의 주인공 윌이 드디어 도서관에서 노는 방법을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얌전히 앉아 있어도 두시간이나 지난줄 모르고 책속 이야기에 빠져가던 윌은 마져 못본 책을 집에도 빌려 가게 되고,  어린이 열람실의 책을 모두 두번씩이나 읽게 됩니다. 그리고 이젠 그 영역을 넓혀 어른들 서가에 가서 몰래 빼온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감자총 선생님은 역시 한수 위여서, 주인공이 아이 열람실을 벗어나 어른책을 읽기 시작한 것을 정확히 짚어 내고, 주인공은 두려운 것도 잊어버리고 "저는 책을 읽고 싶었어요"라고 고백하게 됩니다. 이 정도면 도서관에서 노는 방법을 확실히 깨우친 거겠죠. 그래서 우리의 감자총 선생님은 잔뜩 긴장한 '불운한 윌'에게 명령을 어긴 벌로 감자총 대신에 어른들이 사용하는 파란색 도서관 카드를 쥐어줍니다. 도서관에서 노는 방법을 알게 된 우리의 주인공에게 감자총 선생님, 아니 안젤라 선생님이 준 선물인 셈입니다. 이젠 우리 주인공이 감자총 선생님께 이리 인사하네요. "수요일에 만나요, 안젤라 선생님". 한데 이리 인사하는 애가 어떻게든 도서관에 안가려 했던 우리 주인공이 맞나요?   이젠 미리 수요일에 만나자네요.^^

 아이들이 아마도 도서관이 싫은 이유는 거기서 통용되는 규칙이 일상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놀이를 하며 노는 것과는 약간 다르기 때문일겝니다. 특히 집중하는 시간이 짧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 당연한 어린 아이들의 경우는 더더구나 말로 할 필요가 없겠지요.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윌처럼 도서관도 거기서 노는 방법은 잘 터득하게 되면 다른 어떤 곳보다 재미있고 흥미롭고 광활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도서관에서 잘 놀려면 우선 책과 친해져야 하겠지요. 그래서 그 책을 통해서 친구들과 모험과 다른 나라와 꿈속나라 등을 만나는 방법을 알게되면 윌처럼 두시간이 지나도 방금전인 것 같고, 집에 가서도 펼쳐볼 만큼 재미가 생길것 같습니다.

  도서관에서 노는 방법. 우리도 아이들과 함께 배워보자구요. 너무 재미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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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만 더
미치 앨봄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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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같은 후원자는 없다. 옳건 그르건 어머니의 관점에서는 아들이 항상 옳다

 책을 읽는 내내 해리 트루먼 전 미국대통령이 했다는 이 말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주인공의 어머니를 보면 여기에 딱 부합하는 모습이니까요. 어머니이기때문에 항상 자신의 아들편을 들어주었고, 그의 잘못을 잘못이라 비난하지 아니하였고, 그가 결행한 자살이라는 인생최후의 몸부림의 현장에서도 그의 가슴속에서 다시 살아나 그가 자신의 소원의 성취였고 의미였다고 고백하며 용기를 주고 다시 살 힘을 북돋아줄 수 있었던 사람..... 바로 자신의 자식이 항상 옳다고 믿어주는 어머니만의 자리가 아닐까요?

 이혼한 어머니에게서 자랐지만, 한때는 야구선수로 잠깐이지만 메이저리거로 살았고, 꿈의 제전이라는 월드시리즈에도 참여했던 칙. 그런 그가 절망의 몸부림속에서 마지막에는 자살까지 시도하게 됩니다. 사업의 실패, 술, 이혼등이 그의 절망에 일조했지만 그가 자살이라는 극한 처방을 시도한 것은 자신의 딸 마리아의 결혼식에도 그리고 그후 어떤 모임에도 초대받지 못하고 따돌림 당한 절망에 기인합니다. 야구선수를 그만둔 후 엉망이던 그의 삶에서 유일한 예외였던 딸 마리아에 의해서 이젠 그의 존재가 무참히 무시 당했고 -칙이 어머니에게 했던 식으로 말하면 딸이 칙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던 거죠- 그는 그 절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결국 죽음을 택하려 그의 어릴적 고향집으로 질주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그리고 그에게 선물(?)로 주어진 하루동안 아마도 그의 가슴속에서 살아서 평생 함께 살던 그의 어머니가 그의 현실속으로 다시 들어와 칙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진행되는 이야기속에서 칙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그 마지막 하루를 어머니와 함께 보내고자 했을만한 이유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칙은 그의 딸의 외면으로 자살을 택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칙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던 많은 순간에도 칙처럼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아들의 편을 들어주는 후원자로 남았고,  그의 아들이 자신의 간절한 소원의 성취였다는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부모 마음을 아프게 하는 아이는 제 마음이 그만큼 아픈 것이라는 지혜를 터득하여 아이들을 다독였고,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간호사 베네토가 아닌 미용사 베네토, 청소부 베네토를 부끄러워 하지 않았으니까요. 이야기 내내 나오는 '내가 어머니 편을 들어주지 않은 날'과 '어머니가 내 편을 들어준 날'에 대한 기억은 아마도 주인공이 자신의 딸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은데 대한 절망으로 자신의 어머니처럼 자신의 딸의 편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고 결국은 자신의 편을 들고 마는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의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은 딸로 인해 자살이라는 극한을 택한 그 앞에선 어머니 - 자식이 자신의 편이던 아니던 항상 자식의 편에 서 계셨던 자신의 어머니-를 보면서 그가 느꼈을 감정은 아마도 회한과 부끄러움 그리고 감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결과로 딸 마리아, 아내 캐서린 그리고 자신의 동생과의 화해를 이루고 만족스러운 말년생활을 누린 듯 하구요.

 옮긴이가 이야기하듯이, 이 이야기는 헌신적인 어머니와 예전에는 미처 그걸 알지 못했던 한 아들의 이야기, 즉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과 희생에 대한 이야기로 끝나기에는 삶과 인생에 대한 더 많고 깊은 뜻을 지니고 있을지 모릅니다. 비단 어머니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삶이 많은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고, 조상과 나와 나의 후손이라는 계보를  또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거창한 이야기나 담론보다는 소설속으로 돌아가서 평범한 듯 보이지만 읽는이의 마음을 울리는 저자의 이야기에 집중하여 마음을 열고 가슴으로 귀기울이는 것이 더 현명하리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여담으로 마지막 페이지의 사진들을 보니까 할로윈의 미라는 저자 자신의 어릴적 이야기를 그대로 차용한 듯 합니다. 

 칙의 독백으로 이 아름답고 가슴 뭉클했던 이야기에 대한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나는 그 누구도 가져보지 못한 하루를 가져보았던 사람입니다. 이제 생각해보니 지나간 하루를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이 중요한 건 아니더군요. 그리운 사람, 사랑했던 사람과 단 하루만이라도 더 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에게는 이미 그 하루가 주어져 있는 셈이니까요. 오늘 하루, 내일 하루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들의 하루는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쓰라고 주어진 하루입니다. 그러면 매일이 단 하루를 보내는 것처럼 소중해지지요. 이제 나도 오늘 하루,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바로잡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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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천재들
진 랜드럼 지음, 조혜진 옮김 / 말글빛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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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가는 남을 위해 여덟 시간씩 일하기가 싫어서 자신을 위해 열 여섯 시간씩 일하는 사람이다.'

 처음 책소개를 대하며 성공한 사람들도 각기 나름의 특징이 있을텐데 하고 생각하며 내게도 그런 장점이 있지 않나 슬쩍 들춰보지만 결국 소시민에 가까운 모습에 조금 실망(?)했습니다. 책에 소개된 10명의 인물이 너무 거창한 사람들이어서 더 그랬겠죠. 그리고 400페이지가 넘는 책 분량도 읽기 전에는 조금 겁나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습니다. 솔직히 난 그리 야심에 찬 사람이 아니라고 남들앞에서 표현할지라도, 마음 한구석에 그들만큼 이루고자 하는 꿈조차 없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들보다는 조금 더 부족한 면이 많을 뿐이라고 해야겠지요. 트럼프가 소개된 7장의 '대물이 되려면 대범하게 생각하라'는 제목을 보며 나름 기대를 안고 읽기를 시작하였습니다. 대물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범(?)하게 이 책에 덤벼 물어뜯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는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을 기업의 천재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위대한 기업가나 성공한 기업가 등의 조금은 상투적인 표현을 외면하고 그들을 천재들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들이 단순히 큰 기업군을 이루고, 재산을 많이 모았다는 의미의 기업가가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와 변혁을 사회에 던진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동식 조립라인이라는 획기적인 작업방식을 도입하며 중산층의 신화를 이뤄낸 헨리 포드, 이름만으로도 패션과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코코 샤넬, 소매업의 얼굴을 바꾸어 놓은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 기존의 관습을 무너뜨리며 탄생시킨 플레이보이의 휴 헤프너, 콤퓨터에 대해서 문외한이면서도 산업의 전산화를 이루고 두번의 대통령 선거에 과감히 뛰어들었던 EDS의 로스 페로, 살림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마샤 스튜어트, 부동산과 카지노를 통해 거대한 트럼프 왕국을 건설한 도널드 트럼프, 브랜딩의 왕으로 불리우며 최근까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던 밀리언 달러 티켓의 바탕 실화였던 리처드 브랜슨, 인터넷 상거래의 혁명을 가져왔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간 유통상을 배제하고 직접 소비자를 상대하며 거래를 시작했던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이상 10명이 저자가 분석한 기업가들인데, 이름의 면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을 천재라고 표현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단순히 기업을 일궈 큰 돈을 버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기존의 것을 파괴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경제, 사회적인 파장과 변화를 이끌어 낸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가장 큰 특징일 듯 합니다. 저자 랜드럼은 이러한 사람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12가지의 천재기업가의 특징을 제시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실패로 부터 많은 것을 배워라.

 2. 약점을 공력하여 성공으로 만들어라.

 3. 한계를 시험하라. 대승을 거두려면 큰 위험이 수반된다.

 4. 돈이 아닌 목표를 따르라.

 5. 깨지지 않는다면 부숴버려라.

 6. 실질적일 것인가 환상적일 것인가에 대한 답부터 시작하라.

 7. 믿어라. 그러면 세상은 당신이 어디로 가도 따라올 것이다.

 8. 극도의 완벽주의가 권력을 장악하는 방법이다.

 9. 거물이 되기 위해서는 크게 생각하라.

 10. 이미지는 브랜딩의 모든 것이다.

 11. 즉각적인 만족을 피하라.

 12. 관습과 전통적인 교리를 피하라.

 그리고 저자는 천재 기업가들의 실체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분석을 보여주는데, 그들은 출생순서에 있어서 첫째인 경우가 많았고 -첫째가 아니더라도 리더의 역할을 하였거나- 부모가 자영업자여서 협상, 독립심, 자립성에 대한 자연스런 교육과정이 있었고, 정규교육을 완벽하게 마치거나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평균이상의 지능은 가진 이들이었으며, 상류층이기보다는 중산층이나 중하층의 태생이었고, 보통은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실전에 임해 경험을 쌓았다는 것 등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10여년에 걸친 직업적인 훈련과정을 거쳐 성숙기에 도달했다는 사실도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특성입니다. 또한 성격적으로는 자신의 가치를 성취와 결부시키고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타입이며, 전통적인 관습을 무시할 수 있는 인습타파형의 성격과 심리학적으로는 조증의 경형을 가지고 있고, 종교집단의 교주와 같은 카리스마, 위험을 감수하고 스릴을 찾아다니는 호전적, 전략적, 창의적인 성격 특성을 지닌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앞서 갔던 사람들, 변화를 일으켰던 사람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들의 특성과 자질에 대한 설명을 시도한 책입니다. 그리고 저자가 언급했듯이 위의 특성이나 자질들은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입니다. 위의 특성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실패하고 주저 앉았겠지만, 여기 소개된 이들은 결국 자신의 꿈을 현실로 이뤄냈고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도달했는데, 결국 그 차이는 위대한 기업가들은 물리적이 아닌 추상적인, 의식적이 아닌 무의식적인, 현실적이라기보다는 초현실적인 자신만의 세계에서, 다른사람의 관점을 외면하고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의 철학에 따라 움직였다는 특별함에 있습니다. 그러한 특별함이 이들의 위대함을 낳은 것이구요. 결론이 이리 흐른다면 위대한 기업가들은 결국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난 것이고 다만 조금 다듬어진 것 뿐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그런다면 이책을 읽는 많은 사람에게 이 책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자신이 가진 자원과 열정 그리고 직관력을 파악하기 위해 자신의 내부를 성찰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부단히 도전하라는 도전의식을 던져주는 정도일 듯 합니다. 위대한 기업인이 되기위한 청사진이나 단계별 메뉴얼 같은 것은 아예 이 세상에 없는 것일테니까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보는 눈과 느끼는 감각은 키가 자랄겁니다.

'거물이 되려면 대범하게 생각하라'  -도널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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