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가계부
제윤경 지음 / Tb(티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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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 부자되세요" 어느 카드회사의 광고에 어여쁜 연예인이 나와서 외치던 몇해전 새해인사였습니다. 몇해전이라고는 하지만 아마도 2-3년 전인듯합니다. 이젠 돈에 대해서, 부자가 되는 것에 대해서 내어놓고 이야기하고, 돈을 좇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는 당시의 시류에 대한 신문의 기사도 함께 되살아납니다. 그 뒤로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재테크 서적과 자기계발서들이 줄을 이었고, 부자라면 어느정도의 돈이 있어야 하는가 하는 자극적인 신문기사들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이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부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낙망하거나 기가 죽기도 하고, 더 많은 재물을 모으기 위해 시간을 내서 책을 읽고,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하며 살게 된 듯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행복해진 걸까요? 열심히 노력해서 부를 쌓은 사람들은, 얼마간의 돈을 더 벌게된 사람들은 더 행복해진 걸까요?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부를 얻을 수는 있는 걸까요?  등등... 이 책을 읽으며 부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며 수도 없이 많은 현실의 모습에 대한 질문을 갖게 됩니다. 살다보니 부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지금보다 돈이 더 많고,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상태라는 단세포적인 의식상태로까지 근접해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의식하지 못하고 시류를 따라 방심하며 살았던 지나간 많은 시간들이 깨인 사람들 눈에는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욕망이라는 그릇을 움켜쥐고 그 안을 쳐다보며 부자, 부자, 부자라고 되뇌이며 살고 있는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네 가족들중에 세 가족은 나와 닮은 모양의 가족입니다. 불확실한 미래가 불안하지만 뚜렷한 목표나 계획이 없는 사람들. 그래서 그들의 입에서는 열심히 사는데도 살면 살수록, 돈을 벌면 벌수록 힘들어진다는 소리가 나옵니다.  증권사 과장에 부인은 소아과 의사인 박광수 가족, 대기업 과장에 아내는 전업주부인 서문식 가족, 무역회사 사장에 아내는 초등학교 교사인 김재벌 가족. 이 세 가족은 우리사회의 기둥인 중산층이라고 할 만 외양을 갖춘 가족입니다. 그리고 이 세 가정을 초대한 건설회사 감독이며 아내는 은행의 비정규직원 이하늘 가정이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입니다. 이 이야기는 겉으로 보기에는 제일 초라해 보이고 가난과 가까워 보이는 이하늘 가정이 소위 있어보이는 세 가정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선사하는 내용입니다. 40이 되어가는 인생의 전환기에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불안해 하는 세 친구가정의 모습을 보고 이하늘은 함께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를 가질려고 그들을 초대합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내놓는 그의 선물 -그의 비장의 무기-은 친구들에게 첫날 작성하게 했던 가정의 재무상태에 대한 진단도, 코가 빠져라고 마시며 세상을 한탄하는 자조섞인 모임도, 그냥 친목을 도모하며 겉으로 위로하는 것으로 끝내는 위로의 시간도 아닙니다. 한때 잘나가는 회사의 사장이었던 자신의 아버지가 작성했던 낡은 가계부가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해답으로 내놓은 비장의 무기입니다. 그리고 그 토대위에서 자신의 수입을 착실히 쪼개쓰고,  나누어 담아둔 여러개의 통장들은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그 해답의 결과물입니다. 작은 월급으로 미래의 필요에 맞게 쪼개어서 각각의 통장을 만들어 놓은 그의 모습에서 그의 친구들은 가장 든든한 부자, 행복한 부자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열심히 벌어서 지혜롭게 통제하며 살고 있는 진짜 행복한 부자의 모습을 말입니다.

  "열심히 벌고 지혜롭게 통제하라" 이 책을 통해 내 마음에 새기는 한 문장을 찾으라면 이 글을 들겠습니다. 많이 벌어야 부자가 되고 행복한 것이 아니고, 돈이 내 삶의 주인이 아니고 내가 삶의 주인이며, 부자가 된다는 것은 로또 복권을 사서 당첨되는 것처럼 대박을 노려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열심히 일해고 성실히 모아가는 것이며, 그 안에서 미래를 설계하고 행복을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 행복한 부자가 되는 것이고, 재테크란 치열하게 싸워서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만들어 내는 싸움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계획가운데 그 필요에 따른 요구를 미리 준비해 가는 고도의 재무설계기법이라는 사실 등 많은 함축된 의미를 가진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부자란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고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사실도 다시 한번 내 자신에게 짚고 넘어가는 화두입니다. 서문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돈으로부터 자유롭게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이 모으기를 바라기보다는 돈에 대해 합리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해야 하며,  더 많은 벌이나 대박의 행운을 노리는 행위가 아니라 미래를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그 계획을 달성해가면서 얻어지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기 때문입니다. 

 -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아닐까요.

 -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돈이 아닌 행복을 소비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내게 잠자고 있던 부와 돈에 대한 통찰력을 일깨워준 위의 두 문장의 글로 책에 대한 나의 감상을 대신하며, 나도 그리고 여러분도 올해는 정말로 행복한 부자, 진짜 부자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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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도둑 -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찾아라 데청 킹 케이크 시리즈
데청 킹 글.그림 / 거인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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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공항>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 <이상한 화요일> 아이들 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 책들도 마찬가지로 그림으로만 된 아이들을 위한 책입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케이크 도둑>에 비해서 훨씬 비현실적인, 꿈을 꾸는 듯한 몽상적인 내용이지요. 물론 케이크 도둑의 내용도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예전에 앞에서 언급한 책들을 아이들이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었기에 나름의 기대를 가지며, 어느 날 저녁, 이 책을 아이들 앞에 내밀었습니다. 그 때처럼 대단한 반응을 나름 기대한 거지요. 하지만 왠걸요, 아이는 표지부터 시작해서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어 글씨가 없네' 하면서는 책을 후딱 보고 내  던진 채,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맙니다. 순간 ' 어! 이게 아닌데.... 이 녀석이 제대로 보기나 한건가?.....'등의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갑니다. 분명 아이에게 이 책을 내밀며 기대한 건 이게 아니라, 신기해서 몇번이고 앞뒤로 넘기며 퍼즐 맞추듯이 이야기를 맞추어 가는 거였거든요.......

 못내 아쉬움이 생겨서 아이가 하지 않은 이야기 퍼즐 맞추기를 내가 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버려둔 책을 집어들고 열심히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누가 나오나 하며 한번 보고, 그 다음은 케이크를 훔쳐가는 생쥐와 쫒아가는 강아지 부부를 찾아가며 한 번, 소풍나온 돼지 가족과 아슬아슬하게 구조되는 아기 돼지를 보며 한 번, 모자를 낚아 채 도망가는 원숭이들을 뒤쫓으며 한 번, 그리고 엄마 오리와 아기 오리 가족을 따라가며 한 번 등등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따로따로 나누어 가며 몇 번이고 앞뒤로 오간 뒤에 아이에게 조용히 가서 '야! 이 책 재밌는데.... 이런 이야기도 나오네.." 하면서 아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따로따로 나누어 읽었던 책속의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관심을 다시 끌고자 하는 공작(?)이었지요, '나 다시 한 번 읽어볼래!'하는 대답을 바라면서요.

 하지만, 아이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고스란히 기억을 해 냈습니다. 케이크를 훔쳐가던 생쥐는 어떻게 되었고, 아기 돼지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졌는데 누가 구해주었고, 가족과 떨어진 아기오리를 누가 가족에게 데려다 주었고, 공을 가지고 놀던 개구리며, 일의 나중에 케이크를 나누어 먹는데 소외된 녀석들이 누군가까지 내가 애써 읽으며 만들었던 이야기들을 슬렁슬렁 책장을 넘기며 '어 글씨가 없네'하는 싱거운 소리를 하던 녀석이 모두 기억을 하고 있는 겁니다. 딱 자신에게 맞는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작가가 하고자 한 그림이야기를 읽어낸 아이를 보면서 순간 내 식으로만 읽는 것을 강요할려고 했던 사실에 얼굴이 화끈거림을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는 이 책을 5분도 채 안되어서 모두 읽었습니다. 그리고 난 20여분간 몇편의 이야기를 만들며 읽었습니다. 아이는 글씨가 없는 그림책이라서 그림을 마음속으로 읽었는데, 난 글이 없는 책이지만 내 머릿속에서 그림들 위에 문자들을 새겨 넣으며 이야기를 만들어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난 열심히 읽었고 아이는 슬렁슬렁 읽었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정말로 작가가 의도한 대로 열심히 읽은 것은 아이고, 그림을 무시하고 슬렁슬렁 보고 거기에 문자로 된 이야기를 만들어 읽은 내가 이 책을 최대한 성의없이 읽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식의 책읽기를 보면서, 그들의 무한함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처럼 이 책은 눈으로 감상하며 마음으로 읽는 게 제 맛이 날 듯 합니다. 절대로 나처럼 이야기를 만들어서 글로 읽지 마시기를 -그런 사람은 그림책에 대한 문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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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2 - 동물 편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시리즈 2
최승호 지음, 윤정주 그림 / 비룡소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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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도 생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조기영어교육에 목숨을 거는 부모는 아니지만 아이가 배울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에서는 아이가 많은 것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터라, 재미있게 흥얼거리는 수준의 영어책은 영어에 대한 관심이 생긴 초기부터 매번 구입하기도 하고 눈에 익혀두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영어책의 상당수는 라임이라는 형식을 따라 노래로 꾸며지기도 하였구요. 그래서 그런 형식의 책이 영어만의 독특한 표현수단이고 아이들에게는 흥미로운 교육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아이가 한글을 배우면서 접한 책들에서는 그런 시도를 볼 수가 없어서 -실제로도 한글로 라임을 흉내낸다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우리 말로는 어려운 거라고 그래서 그런 영역은 없는 거라고 이내 단정짓고 살고 있던 참이었는데....

  최승호 시인의 두번째 <말놀이 동시집2>를 보면서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습니다. 어딘가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본래 영어에서도 라임이라는 것이 의미보다는 운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겠기에 그런 어색한 부분의 상당수가 의미 전달이 조금 부적절한 듯 하다는 느낌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상쇄하면 상당한 가능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쪽에 대한 사람들이 관심이 늘어나고 글들이 늘어난다면 언젠가는 영어에서 통용되는 수려한 라임들에 못지 않은 글들이 우리 말로도 표현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부르던 김소월 작시의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라는 노래만큼 멋지고 정이 담기고 우리의 마음이 담긴 영시를 개인적으로 보지 못했는데, 아이들이 흥얼거리는 ' I'm a litttle teapot  .....'하며 멋지고 길게 이어지는 라임이 갖춰진 노래보다도 더 멋진 우리 동요가 나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이 동시집을 보며 함께 하게 됩니다. 물론 아이들이 영어라임 노래를 따라하는 만큼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읽다보면 이 글들 속에서도 아이들이 나름의 재미를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함께 가지게 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시인의 신선한 시도가 우리 말의 아름다움과 멋을 살리는 새로운 초석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저는 시인의 땀흘려 쓴 동시를 아이들과 큰소리로 읽어내려 갑니다. 그리고는 이 동시의 특징이 뭔가를 집요하게 물어볼 참입니다. ^^

  말에게 / 말하지마 / 말의 생일선물로 / 말에게 무엇을 준비했는지 / 말하면 안돼 (말, 2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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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자전거 - 장애아 부모들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와 용기
스탠리 D. 클레인 지음, 킴 스키브 엮음, 이나경 옮김 / 청림출판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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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책의 소개를 보며, 손에 들었을 때 문득 든 생각이 '이 아이들의 부모가 바로 이 세상의 천사들이 아닐까?'하는 생각과 기대였습니다. 그리고 책읽기를 마친 지금은 이 리뷰의 제목에 덧붙인 물음표처럼 너무 단순하게 그들을 생각한 내 자신에 대한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사는 천사의 모습이라고 그들의 삶을 표현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깊은 이해없이 단순하게 그들을 미화하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그들에게 적절한 -내 자신이 만족할 만한- 말을 찾지를 못하였습니다. 용기있는 사람들, 사람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 삶의 깊이를 배운 이들 등등등.... 여러가지 좋은 말들을 붙들어 보지만 그것들 모두가 그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할 듯 합니다. 그냥 그들에게도 평범한, 한 아이의 엄마요 아빠로 불러주고 그리 대해 줄 수 있는 용기와 이해가 더 필요할 지 모른다는 생각뿐입니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아이가 장애가 없는 내 아이와 차별받지 않고, 그런 장애를 염려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함께 어울려 살수 있을 만한 그런 세상의 엄마 아빠로서의 모습이  간절히 원하는 삶일 듯해서 입니다. 아이들의 키의 크기가 조금 다르고 몸무게가 서로 다르듯이 그들의 아이들의 장애가 차별이나 구별이 아닌, 정상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가진 아이로서 받아들여지고 배려를 받을 수 있는 그런 건강한(?) 사회를 바라며 지금 이 시간에도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자신들에게 주어진 특별한(?) 삶의 여행을 하고 있을테니까요.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다운 증후군'을 비롯하여 의료인들에게도 생소할 이런 저런 증후군이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자녀로 준 부모들이 글모음인 이 책 내용은 책의 한 꼭지에 나온 비유처럼 멋진 이탈리아 여행을 기대하며 떠난 사람이 뜬금없는 '잘 오셨습니다. 여기는 네덜란드입니다'라는 말을 들으며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여행일정을 변경해야 했던 경험과 삶에 대한 기록입니다. 다른 주변 사람들은 다들 멋진 이탈리아의 여행 경험을 자랑스러이 떠들어 대는데, 자신들은 여전히 네덜란드에 남아 이탈리아를 소망했던 사람들, 하지만 네덜란드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빠르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튤립이 피어있고, 풍차가 있으며, 렘브란트가 있음을 발견한 현명하고 지혜로롭고 용기있는 부모들의 이야기입니다. 좀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다른 사람들처럼 완전히 정상인 아이를 바라고 낳았지만 기쁨이나 축복, 미래에 대한 희망 대신에 장애아를 품에 안아야 하는 고통과 절망을 먼저 맛보았던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비록 장애나 지체가 있지만 생명이 있는 그 곳에 희망도 함께 있다는 깨달음 얻고 자신들이 예정했던 인생의 여정에서 벗어난 길에 들어섰지만 이내 자녀들과 함께 장애와 지체를 가지고 사는 방법을 배우는 자신들의 길을 찾고, 그 길을 통해 정상인들에게는 주어지지 못한 자신들만의 멋진(?) 인생의 여행을 만들어가는 감동스런 과정의 기록들입니다.  그래서 나 같은 정상인 자녀를 둔 사람들에게는 단순하게 감정적인 감동과 감탄을 불러오지만, 아마도 글 속의 부모들과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깊은 위로와 감동을 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 건강한 니콜라스가 아니라고 해서 하늘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 집에 조금 특별한 새 식구가 들어왔을 뿐이다.' (p34)

 ' 이 아이가 할 수 없는 유일한 일이 있다면 그건 왼손에 결혼반지를 낄 수 없다는 것뿐입니다.' (p38)

 ' 인생은 살 만한 것이다. 우리가 괜찮으니까, 당신도 그럴 것이다.' (p50)

 책을 읽으며 삶의 진실이 묻어난 많은 부모들의 감동을 주는 고백들 중의 일부입니다. 책 곳곳에 그어진 밑줄들이 그들의 삶의 고단함보다는 감사와 여유와 소망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글들은 나같은 이에게는 단순한 감동을 선사하지만 장애아를 둔 많은 부모들에게는 위로와 희망이 될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진실로 그들이 위로받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같은 사람들에게 지혜를 주는 내용이 있어 정리하며 글을 마칩니다. -이해를 위한 자세한 내용은 '24. 장애를 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해보세요.' (p165-169)에 있습니다.

 <장애 아동을 둔 부모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

 1. 장애 진단을 받은 아이들을 고정관념으로 규정하는 말을 하지 말라.

 2. 절대 동정적인 어투로 말하지 말라.

 3. "더 나빠질 수도 있데요." 이런 말을 삼가라.

 4. 부모의 잘못일 수 있다는 투의 말은 절대로 하지 말라.

 5. 하나님이 이런 상황을 주신 이유를 설명하려 들지 말라.

 6. 성자 취급하며 말하는 것도 경계하라.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났을 때, 그 부모에게 할 수 있는 말>

 1. 일단, "축하한다!"고 말해주라. 당연히 축하받을 일이다! 부모가 비탄에 빠져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이제 막 부모가 된 사람들이다. 아홉 달의 임신, 진통, 그리고 출산이라는 과정을 거쳐, 새 아이를 품에 안은 부모가 된 것이다. 충분히 축하받아 마땅하다.

 2. 아이와 부모에게 찬사를 보내라. 우리 아들 씬을 안아본 사람들이 "아빠를 꼭 닮았네!"라고 말했을 때 우리는 감동을 받았다.

 3. 행동은 말보다 큰 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구체적인 도움을 실제로 보여라. 언제라도 돕겠다고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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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힘 아버지
왕쉬에량.유천석 외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클릭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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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속의 많은 아버지들처럼 지금 나의 아버지도 이 세상에서는 뵐 수가 없습니다. 나의 첫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 몇달전에 돌아가셨으니까 나의 아이가 자라는 만큼, 그리고 아이가 내게 삶의 기쁨을 주는 만큼, 나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멀어지고 희미해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미 내 기억속에 남은 것들 중에 마음속에 새겨지지 않은 것들은 대부분 지워버렸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명절이면 한번씩 찾아가는 아버지의 흔적이 더 현실적인 것이 되어버린 이 시점에서, 이 책을 대하게 된것은 그래도 책을 멀리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쓰는 내게 주어진 하나의 선물이라는, 잊혀진 기억상자를 다시 정리하고 묻혀가는 소중한 의미들을 꺼내어 볼수 있었던 귀중한 축복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하찮게 보이는 것들이라도, 분명 내 마음에 남아있는 나의 아버지는 당신이 살아계시던 그 모습 그대로 내게 내 삶의 뿌리에 대한 깨달음과 삶에 대한 묵묵한 가르침을 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한 평생을 농부로 사셨고, 늙어서는 큰아들의 아이들의 유모차를 밀며 도시의 빌딩 숲과 시멘트 건물들 사이에서 묻혀 사셨던 분, 인생의 어느 한 때라도 남들에게 큰 소리 치며 행세하고 살만한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땅과 흙을 일구며 사셨고 술을 벗삼아 사신 분, 평생을 땀을 흘리며 살았지만 가장으로서의 능력에는 항상 물음표 달린 시선을 받으며 외롭게 사셨던 분, 오로지 공부하는 자식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삶의 희망을 느끼셨을 농사꾼, 그리고 일하시다가 손가락 한마디를 잃고 오셔서 통증에 끙끙거리며 밤을 새시던  생생한 기억........  내 기억속에 계시는 나의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책에 나오는 많은 아버지들의 고단한 삶과 많이 닮은 모습이지요. 자식으로서 돌아보면 참으로 가슴 아픈 모습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많은 자식들이 부모님을 돌아보려고 하면 부모가 기다려주시지 않더라는 회한을 내뱉듯 나도 지금 그러고 있습니다. 당신의 그 고단한 삶에 내가 아무것도 해 드리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자책만이 내 마음에 남기 때문입니다.

  '자식들은 자신이 성공한 후, 나이 들어서 나중에 부모님께 효도하면 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작가 류용의 말퍼럼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해야 할 일이다. 부모님께 최선을 다해 효도하겟다는 마음이 슬그머니 들기 시작한 후면 이미 부모님은 이 세상에 안 계시기가 십상이다'

 "더 늦기 전에 아버지를 만나세요" 라고 씌여진 책의 띠지를 보며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위의 글처럼 세상에 계시지 않은 아버지들을 가진 사람에게는 깊은 상처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세상적으로 잘났던지 잘나지 못했던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아버지라는 존재의 울타리 안에서 세상을 알아가고 인생을 배웠을 것이고, 그런 아버지의 존재는 분명 가장 소중한 인생의 기초일 터인데 그걸 저리 낱낱히 파헤칠려는 "더 늦기 전에 아버지를 만나세요"라고 선전해대는 글이 그리 느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이제는 안 계셔서 아무것도 해드릴 게 없다는 안타까움이 이 책을 읽으며 느낀 모든 것이 아니고,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아버지와 화해하지 못한 사람에게나 나처럼 회한만 품고 사는 사람에게는 다시금 화해와 감사의 시간, 그리고 당신으로 부터 세상을 배우고 삶을 배우고 나눔과 사랑을 배울 수 있었다는 간절한 고백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데 생각이 이르러서는 내 삶을 촉촉하게 하고 기름지게 하는 부드러운 권면의 목소리로 듣게 됩니다. 

 부모가 되면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난 아직도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건만 그 마음의 깊이를 다 헤아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내 아버지의 엄격했던 모습보다는 온유하고 다정한 모습을 더 선호하기에 아이들에게 그리 대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의 아이들의 기억속에 남을 나의 모습은 내가 나의 아버지를 돌아보며 가지는 감사와 가슴이 아프지만 뿌듯한 기억과 같은 그런 삶의 긍정적인 모습으로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고리끼의 글처럼 내 인생이 비록 화려하고 다른이에게 내놓을 만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는 가장 위대한 책이 될 수 있기를 -내 아버지의 삶이 내게 그리 비춰졌듯이- 바라며, 나의 아버지가 삶에서 보이셨고 내 가슴에 새겨놓으신 '아버지의 사랑'을 나의 아이들과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은 영혼을 감동시키는 가장 위대한 책이다. 그 책을 이해한다면 인생을 이해할 수 있다. -막심 고리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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