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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카 한국사 - 고구려.백제
히스토리카한국사 편찬위원회 엮음, 전호태 감수 / 이끌리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먼저 생각하게 되는 대답입니다. 다른 어떤 정의보다 탁월한 대답이라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 할 것입니다. 정답이라고까지 표현한다면 상당한 과장이 섞인 것이겠지만....... 이러한 의미로 시대에 따라, 사회의 변화에 따라 시대와 사회의 정신을 반영하는 역사에 대한 서적들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새로운 견해들이 받아들여지고,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매번 역사에 대한 기록들을 접할 때마다 뭔가 새로움을 기대하고, 또한 기존의 것들과 뭔가 다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기록자들에 의해 새롭게 기록되는 역사를 통해서,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 우리가 과거를 통해서 배우는 오늘의 의미가 또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일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히스토리카 한국사 - 고구려+백제>, 이 책을 대하며 책 구성이나 서술방식의 독특함에, 내용의 해석만이 아니라 기록의 방식도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고 있음을 느끼며 잠시 생각하는 '역사'에 대한 짧은 생각입니다.
한반도 북부와 만주를 지배하며 중국의 중화사상에 맞서 독자적인 세계관 아래 자주적이고 진취적인 역사를 남긴 동아시아의 강대국 고구려, 그리고 중국과 일본의 문화 중개자로서 역할만이 아니라 독자적이고 수준높은 문화를 창조하고 후손에게 남긴 비운의 문화 강대국 백제. 책의 내용을 통해 두나라에 대해 뚜렷하게 내게 각인되는 이미지입니다. 비록 당나라와 신라의 연합군에 멸망을 당한 비운의 왕국이지만 우리에게 자신들의 역사에서의 의미를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뚜렷이 새기고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고구려에는 고구려의 하늘이 있다는 '고구려가 천하의 중심'이라는 확고한 의식이 기록된 광개토대왕비문과 중국의 통일왕국 수/당 의 침략을 당당하게 물리치던 고구려의 모습은, 그 이후로 중화사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그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던 뒤이은 통일신라, 고려, 조선의 모습에 자꾸 왜소해지던 우리역사에 대한 생각을 극복하고 우리민족이 자주성과 진취성을 가지고 대륙을 호령하던 호쾌한 기상을 지닌 민족임을 일깨워줍니다. 그리고 남겨진 기록이 많지 않아서 아직까지도 여전히 알려진 것보다는 베일에 싸인 것이 많은 백제의 역사도, 단순히 멸망한 비운의 왕국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역동적인 문화 중개자의 역할을 수행했던 고대의 강국으로서의 백제, 그 가운데서 자신들만의 독특하고 독자적인 백제문화를 창조한 창조자로서의 백제도 우리 민족의 소중한 유산임을 백제인들이 남긴 서산 마애삼존불, 무령왕릉의 발굴품, 금동대향로 및 일본에 전해준 문물들을 통해서 일깨워 주기도 합니다.
형식면에서 살펴보면, 이 책은 기존의 우리 국사교과서나 한국사에 대한 책에서 볼 수 없었던 몇가지 특징이 보입니다. 우선은 각각의 페이지마다 내용과 연관되는 여러 사진이나 지도가 다양하게 실려 있습니다. 그것이 유물에 대한 사진이기도 하고, 역사적 장소의 현재 사진이기도 하고, 중요한 역사적 시기의 지도이기도 하고, 역사적 사실에 대한 논쟁을 서로 비교한 도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이 더 재미있게 읽고, 또한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각 시대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방식을 <시대조망>, <집중탐구>, <생활문화>, <인물탐구>라는 네개의 분야로 나누어서 서로 독립된 분야를 깊이 들여다보면서도 또한 서로의 연관성을 유추할 수 있게끔 꾸며졌습니다. <시대조망>에서는 나라의 기원과 발전, 성장과 변화, 그리고 멸망에 이르기까지 고구려와 백제의 역사의 흐름을 따라 중요한 내용들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집중탐구>에서는 동북공정 논란이라든가, 고구려의 무기 변천사를 따른 막강한 전쟁능력에 대한 탐구, 백제의 도읍지에 대한 논란, 백제의 요서 영유설에 대한 논쟁등 현재까지 논란이 되거나 중요한 한가지 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생활문화>에서는 두 나라의 천하관, 의/식 생활, 놀이 문화, 건축, 미술, 고분, 신앙과 종교, 학문과 교육, 신분제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고, <인물탐구>에서는 두나라의 흥망성쇠에 관련되었던 인물,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아있는 영웅들에 대한 삶과 논란, 그리고 시대에 따른 평가의 변화등에 대해서도 깊이있게 기록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특징중의 하나는 이 책이 한 사람에 의해 기록된 것이 아니고, 여러 학자들이 자신의 분야에 대한 연구성과들을 기록함으로 인한 다양한 역사에 대한 시각을 읽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크게 흐트러지지 않은 기록에 대한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책을 보며 비록 내 자신이 우리 역사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동북공정에 대한 시각을 다시 정리할 수 있었다는 점과 이름정도만 알고 있던 고선지나 이정기, 흑치상지에 대한 기록과 역사속에서 그들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서 좀더 알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백제의 금동대향로에 대한 조금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대하게 된 점 등은 내게 즐거움을 주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과 뿌듯함이 자란 것도 즐거움입니다. 그리고 엉뚱한 생각일수도 있지만, 언젠가 우리 학생들이 배우는 국사책도 이리 멋진 그림과 사진, 재미로 엮어진다면 하는 바람이 생기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