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9. 14.

요즘 회사에 나와서 몰래몰래 책을 훔쳐보고 있다. 지각을 안하기로 마음먹고, 8시 반쯤 회사에 나와 자료실에서 그림책 두어 권을 뽑아들고 담배 한대 태우며, 회사생활이란 걸 유유자적하게 하고 싶었다. 텍스트 양이 절대적으로 적은 그림책이라면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포천에서 나오는 월요일을 빼고는 대부분 이 작정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책은 읽고 싶고, 내가 지금 앉아 있는 공간은 회사고... 내 직업이 편집자이긴 하지만 작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책을 여보란 듯이 볼 수는 없다. 근무태만이니까. 더욱이 밀려 있는 일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래도 읽고 싶었다.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도 읽고 싶었고, 배빗 콜의 여러 그림책도 읽고 싶었다. 또 내게 편집자 의식이란 것을 주입해 넣은 정은숙의 새책 <편집자 분투기>도 읽고 싶었다.
그래서 읽었다. 누가볼까 몰래몰래 눈치보며, 한장한장을 넘겼다. 재밌다. 몰래봐서 그런지 더 재밌다. 책 속에선 너무도 멋진 세상이 펼쳐진다. 유쾌, 통쾌, 발랄하고 너무도 열정적인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내가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던 것들이 구체화된 언어로 둥둥 떠다닌다.
아, 이젠 일할 시간. 다시 조마조마하게 훔쳐보던 책을 덮고 다시 자리에 앉는다. 또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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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알라딘에서 포상금 5천원을 받았다. 지난주에 서재 공사하면서 다른 곳에 있던 글을 긁어다 붙였더니(그래서 좀 찔린다...ㅠ.ㅠ.) 내가 주간 서재의 달인이 되었던 거시다!(아싸!) 게다가 어제는 주간 마이리스트에도 뽑혔는데, 2만원이나 준단다. 사실인지는 받아봐야 알겠지만(나의 계정을 수십 번 클릭질했건만 아직도 안들어온다. 얘는 언제 주는 걸까... 살 책은 이미 다 찜해놨는데...어흑~ ㅠ.ㅠ.) 설마 알라딘이 구라를 치지는 않았겠지..ㅋㅋ 암튼간 오늘은 기분 째지는 날이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군 그랴... 작년만 해도 한달에 리뷰 10편 쓰면 5천원 상품권 준다길래, 편당 5백원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루다가 썼는데..ㅠ.ㅠ.(남들은 이주의 리뷰, 이달의 리뷰를 보고 쓰는데, 나는 왜 이러냔 말이지..) 암튼간 500원의 행복이 5천원의 행복으로 바뀌는 순간, 이 삽질이 계속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아~ 구차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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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9-14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트를 하시지요. 찔러족 만둡니다...

찬타 2004-09-14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트라... 벤트라... 이벤트인거 같긴한데.. 음... 몰까몰까.. 어찌하는 걸까...푸크~ 지금은 마태우스님네서 잠시 놀아야겠어요^^

마태우스 2004-09-14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타님, 명성은 진작에 들었지만 늦게 인사드립니다. 궁금한 게 한가지 있는데요, 혹시 '타잔의 광견병동'을 연재하셨던 그분이신가요? 닉넴도 '타잔' '찬타' 비슷하구요, 가을산님의 소개에 의하면 개, 고양이 수십마리랑 사셨다는데...

찬타 2004-09-14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게그게... 어... 저 아닌데요..ㅠ.ㅠ. 저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이란 노래와 영화 이외에는 개와 고양이랑 안 친합니다..., 어제 가을산님에 이어 연타 맞았당..ㅠ.ㅠ. 가을산님, 마태우스님... 미오...ㅠ.ㅠ.(때린 데 또 때리고 말이야! 우씨!)

ceylontea 2004-09-14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마태우스님... '구찬타니카'의 교주 찬타님이시라니까요... ^^
그리하여.. 가을산니 페이퍼도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것이 탄로난 마태우스님.. ㅋㅋ

부리 2004-09-15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랑 놀지 마세요! 저랑 놀아요! 저는 부리랍니다. 생각이 없이 살아서 남들이 부리라고 하지요^^

찬타 2004-09-15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마태랑은 맞장을 떠야 할 것 같네^^ 부리님, 이렇게 경계 풀어놓구, 낼 가서 찬타님이 타잔님 맞더라, 모 그러는 건 아니죠? 한번 맞은데 세 번 맞으면, 치명타야 치명타~ 암튼간 반가워요~ 생각이 없이 살면 부리가 되는구나... 오호.. 재밌다... 부리부리 마아부리! 아부라카타부라~
 

2004. 19. 13.

퇴근 시간이 기다려지는 오후는? (물론 언제라고 안 그렇겠느냐마는!) 그 책이 '쨘' 하고 배달되어 왔을 때일 거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얼마전에는 다니엘 페낙의 <소설처럼> 때문에 퇴근 시간이 기다려졌는데, 오늘은 <따로따로 행복하게>라는 그림책으로 무척이나 궁금해진 배빗콜의 또 다른 작품 두 권과 왠지 내게 함빡 빠져들어 일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줄 것만 같은 <편집자 분투기>가 오고야 말았다. 가슴이 막 뛰고, 한 페이지 후딱 넘겨 보고 싶은 맘이 굴뚝 같다. 눈치 보여 읽을 수도 없고... 만지작 거리기만 하다가 책상 위에 올려 놨다. 퇴근 시간 세 시간 전, 퇴근 시간 두 시간 반 전, 퇴근 시간 한 시간 반 전.... 일은 아랑곳도 하지 않고 이 의무감 가득한 업무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간만 재고 있다. 할 일은 착착 쌓여가는데, 거참 큰일이다. 아무튼 오늘은 퇴근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어서어서 시간이 가서 6시 땡! 했으면 좋겠다. 무엇부터 읽을까. 무엇부터 읽을까. 아휴~ 무엇부터 읽을까. 두근두근 울렁울렁 땡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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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님네 갔다가 내친김에 안부나 좀 물을 겸, 노피솔님과 실론티님네 잠깐 갔다 왔다. 웅... 오늘은 이만 나갈란다. 의욕상실이다. 내가 여기 없을 동안 이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짓들을 한 거샤.. 리플이 주는 그 길다람이... 정말 대따시 부러웠다... 잉잉.. 부러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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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9-13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찬타님, 여기 알라딘 마을에 살면서도 사람이 사는 곳이기에 가끔 다들 그리 외로워지는거 같습니다. 지두 그래유. 그런데 찬타님 저리도 미인이십니까? 사진 좀 딥따시 큰걸로 올려주세요. 네?

찬타 2004-09-13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헤헤헤... 사실은... 외롭진 않구... 다만.... 마니마니 님들이 부러울 뿐이지용.. 서재 몇군데 돌아다니다가 KO당했쪄요... 미인? 큭큭 난생 첨들어 보는 소리를 과감하게도 하시네... 왜 썬그라스에 희뿌옇고 모자이크 처리된 작은 사진을 올렸을까~~~아~~요!
p.s. 큰 사진은 폐기한지 오래됐음...캬캬 성공했따~

_ 2004-09-13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잠깐 동안비웠었는데도, 정말 많은 분들의 서재가 대인기를 누리고 있더군요.

ceylontea 2004-09-13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달아드릴께요.. 울지 마시고 집을 지켜주세요...
그러니까... 자주 오시라니까요..

찬타 2004-09-13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았어요, 알았어! 대청소도 마치구 공사도 마쳤으니 이제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쓰는 일만 남았다니까요.. (근데 왜 아직도 부럽지.. 흐음... 내 이번달에 거품물고 뒤로 나자빠지더라도 인기를 누리고 있는 님들 서재를 다 돌아다니고야 말리라... 말리라!)
 

우와.... 하고 돌아왔다. 함 열심히! 빵빵하게! 읽고 서재 방문록을 근사하게 메꾸리~ 했는데, 한편한편 넘기기가 넘 힘들었다. 자꾸만 내 서재로 돌아오게 만드는 통에... 님이 사는 그 공간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일들이 넘넘 재미있어서, 나를 돌아보게, 나와 비교해 보게 만들었다....ㅠ.ㅠ.(비교하는 거 시른데.. 우씨)  세상엔 참 나와 다른 사람들이 많구나, 관심사도, 하는 일도, 읽는 책도.... 모두모두 참 다른 사람들이 많구나, 생각하게 된 서재. 마립간님과의 종교토론도 인상 깊었고 알라딘 폐인들의 리플도 참 흥미로웠다.마야 님께 선물받은 책 이야기엔 한껏 부러운 눈빛을 보냈으나 아무도 안 봐줬고 보관함 정리기를 읽으며 되돌아와서 내 보관함을 뒤지며 나도 따라 정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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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4-09-1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교라니요.... ! 타잔님 집안만큼 흥미진진한 곳은 또 어디있나요?
요즘 타잔님 대식구 소식좀 알려주세요... ^^
그리고.... 제 서재에 족적 남겨주어서 고마워요.

찬타 2004-09-13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저 타잔 아니에욧! 찬타예욧! 원래 이름은 '구찬타니카'인데 이마저도 넘 길어 찬타로 줄인 거예요. 휘리리리릭~(삐쳐서 집나가는 소리~!!)

가을산 2004-09-13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다.... 찬타.,.... 으와.... 교주니임~~!!!

ceylontea 2004-09-13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음을 애써 참고 있음..)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가을산님 삐지실까봐... 히히..

찬타 2004-09-13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