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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에 있는 모든 시는 충신 효자 열녀 진실한 벗들의 간절하고 진실한 마음의 발로로서,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는 내용이 아니면 그런 시는 시가 아니며,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을 분개하는 내용이 아니면 시가 될 수 없는 것이며, 아름다움을 아름답다 하고 미운 것을 밉다 하며 선을 권장하고 악을 징계하는 그러한 뜻이 담겨 있지 않은 내용의 시를 시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뜻이 세워져 있지 아니하고 학문이 설익고 삶의 대도를 아직 배우지 못하고 위정자를 도와 민중에게 혜택을 주려는 마음가짐을 지니지 못한 사람은 시를 지을 수가 없는 것이니, 너도 그 점에 힘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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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4-09-23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록 유교적 전통과 전근대적 사유가 엿보임을 어찌할 수 없으나, 시가 지향해야 할 내용에 대해 배울 바 없지 아니하다...
 

언제부터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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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잎 한 잎 지는 데도 왼 우주가 필요하다

나는 다시 계속된다

먼 섬나라에 사는 사람의 죽음이 나의 일부를 죽인다

생맥주집 머그잔의 싱싱한 부딪침에서 되살아나는 존 던의 영혼.

무섭고도 아름다운 물빛.

시의 등어리를 본다.

태양에 비친 지구의 그림자가 끝간데를 보는 눈.

말이 거느리는 캄캄한 배후.

눈부시다.

별의 해안선을 씻는 푸른 물이랑이 사라진 뒤 눈은 다시 초여름 숲처럼 타오르는 연둣빛 불꽃이 된다.

돌이 된 달의 분화구에 꿈의 검은 물을 붓고 숲속의 새처럼 들뜨고.

말은 다시 눈먼 어둠으로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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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에게

옷 한 벌을 빌려 주었는데

나는 그 옷을

평생동안 잘 입었다

때로는 비를 맞고

햇빛에 색이 바래고

바람에 어깨가 남루해졌다

때로는 눈물에 소매가 얼룩지고

웃음에 흰 옷깃이 나부끼고

즐거운 놀이를 하느라

단추가 떨어지기도 했다

나는 그 옷을 잘 입고

이제 주인에게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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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4-09-20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은 나의 몸은, 아니 본성은 어디로 가는가?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힌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누가 그걸 옛 수첩에다 적어 놓은 걸까

그 지붕 위의

별들처럼

어떤 것이 그리울수록 그리운 만큼

거리를 갖고 그냥 바라봐야 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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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4-09-20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 아직도 가슴아리군...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