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달팽이
()
l
2004-12-20 12:54
눈가의 주름속에
굽이 굽이 삶의 흔적들
가난했던 젊은 날과
짧았던 행복...
남편위해 자식위해 바친 삶 속에
당신이 없었던 날들
이젠 이마저도 가버린 옛일
덩그러니 방안에 앉아
살아가는 건지 살아지는 건지
서산으로 해저물때
기나긴 한숨소리....
달팽이
()
l
2004-10-25 22:33
시 지음에 특히 어려운 것은
말과 뜻이 아울러 아름다움을 얻는 것
머금어 쌓인 뜻이 진실로 깊어야
씹을수록 그 맛이 더욱 순수하나니
뜻만 서고 말이 원활치 못하면
껄끄러워 그 뜻이 전달되지 못한다.
그 중에서도 나중으로 할 바의 것은
아로새겨 아름답게 꾸미는 것뿐.
아름다움을 어찌 반드시 배척하랴만
또한 자못 곰곰이 생각해볼 일.
꽃만 따고 그 열매를 버리게 되면
시의 참뜻을 잃게 되느니.
지금껏 시를 쓰는 무리들은
풍아의 참뜻은 생각지 않고
밖으로 빌려서 단청을 꾸며
한때의 기호에 맞기만을 구하고 있다.
뜻은 본시 하늘에서 얻은 것이라
갑작스레 이루기는 어려운 법.
스스로 헤아려선 얻기 어려워
인하여 화려함만 일삼는구나.
이로써 여러 사람 현혹하여서
뜻의 궁핍한 바를 가리려 한다.
이런 버릇이 이미 습성이 되어
문학의 정신은 땅에 떨어졌도다.
이백과 두보는 다시 나오지 않으니
뉘와 더불어 진짜와 가짜 가려낼까.
내가 무너진 터를 쌓고자 해도
한 삼태기 흙도 돕는 이 없네.
시 삼백 편을 외운다 한들
어디에다 풍자함을 보탠단 말가.
홀로 걸어감도 또한 괜찮겠지만
외로운 노래를 사람들은 비웃겠지.
달팽이
()
l
2004-10-23 23:25
세상 사람들은 모란을 사랑해서
동산에 가득히 심어서 기른다.
그렇지만 황량한 들판 위에도
예쁜 꽃 피어난 줄은 아무도 모르네.
그 빛깔은 시골 연못에 달빛이 스민 듯
향기는 언덕 위 바람결에 풍겨 온다.
땅이 후미져서 귀한 분들 오지 않아
아리따운 자태를 농부에게 맡긴다.
달팽이
()
l
2004-10-17 21:08
나는 갔다가 돌아왔네
아무 특별한 것은 없었네
여산은 안개 낀 산으로 유명하고
양자강은 그 물로 유명하네.
달팽이
()
l
2004-10-07 21:53
그 깊은 떨림.
그 벅찬 깨달음.
그토록 익숙하고
그토록 가까운 느낌.
그대를 처음 본 순간
시작되었습니다.
지금껏 그날의 떨림은
생생합니다.
단지, 천 배나 더 깊고
천 배나 더 애틋해 졌을 뿐.
나는 그대를 영원까지 사랑하겠습니다.
이 육신을 타고나 그대를 만나기
훨씬 전부터
나는 그대를 사랑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대를 처음 본 순간 그것을 알아버렸습니다.
운명.
우리 둘은 이처럼 하나이며.
그 무엇도 우리를 갈라 놓을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