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다방 미스 신이 심은하보다 이쁘다
서재영 지음 / 부키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솔직하게 말하자면 눈에 띄게 특이하거나 재미있는 제목을 달고 있는 책 치고 책 속 내용도 그 제목만큼 만족할 만한 재미를 준 경우가 나에게는 한번도 없었다. (몇 가지 문득 생각난 책 제목을 들자면 '영광 전당포 살인사건',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정도가 있다. ) 이 책도 역시나 마찬기자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속으면서도 제목이 유달리 특이하거나 재미있는 책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책에 호감이 간다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출판사에서 악용하면 안되는데...

사실 이 책 앞부분 저자소개와 머릿말을 보면서 대충 이 책은 이러이러한 내용이 담긴 책이 아닐까 라고 미리 짐작을 했었다. 왕년에 글 좀 썼다는 소살가가 이래저래 아웃사이더로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펜을 놓고 그냥 시골로 낙향해서 농사지으며 조용하게 살면서 느끼게 되는 일상의 즐거움, 혹은 유머, 소소한 이야기, 삶의 깨달음.. 등등의 이야기 말이다. 비슷한 예로 고인이 되신 전우익 선생님의 산문집이 생각난다. 물론 인터넷에 올린 글이 책으로 나 올 정도니 꽤 글솜씨도 있겠지.. 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사실 지금까지 읽은 산문집중에서 재미면에서는 제일 별루였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초반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는 왜 이 글들이 굳이 책으로 나왔어야 했을까..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진다방 미스신이 심은하보다 이쁘다' 라는 소제목의 산문을 읽으면서는 고개를 절래절대 흔들었다. 중반부에 넘어가면서 다소 나아졌지만 일상의 잡다한 이야기이기는 한데 책으로 낼만한, 다수의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의 지나친 생각일까..(개인 블로그에서 접하는 아마추어 글들의 잔재미보다도 약하다.)

물론 저자는 책머리에서 정리되지 않은 글임을 밝히며 날것의 생생함은 있을지 몰라도 절임고기의 짭짤함이나 깊이감은 덜할지도 모르겠다고 밝히고 있다. 후자는 동감하지만 전자는 동감하지 않는다. 생생함을 느끼려면 책 내용에 동화가 되던가.. 맞아 맞아.. 나도 그랬지..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그 부분도 맞지 않는 것 같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라도 크게 공감하면서 읽기는 다소 밋밋한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다. 다방얘기와 술집 아가씨 얘기들이 자주 나오며 야하거나 얼굴이 붉어질 정도는 아니지만 '어머니도 읽어보세요..' 하면서 읽어보시라고 하기에도 좀 거시기 하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겉표지도 지적할 것이 있다.  재생지 느낌의 표지를 좋하하지만 이 책은 지나치게 거칠다. 어린아이가 얼굴에 비비면 상처가 날듯한 생각이 들 정도로.. 

인용:

잘 말린 국수 반죽을 잘 접어서, 잘 썰어 놓으면 칼국수 면발 봅기는 끝난다. 여기까지가 가산이 칼국수에서 내가 할 일이다. 국수 다시물을 내는 건 안해의 할 일이니 내가 상관할 바 없다. 가산이 칼국수의 마지막은 짓고추-김치 고추 또는 삭힌 고추라고도 부르는-가 장식한다. 약 오른 늦고추를 소금물에 재웠다가 겨울에 꺼내 먹는 짓고추를 잘 다져서 한 대접 상 위에 놓고 식성껏 넣어 먹는 것이다. 그 알큰한 맛에 반한 사람들은 칼국수에 짓고추가 없으면 으레 서운한 맘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칼국수의 본질이 면발이라고 해도 그 국물 맛을 소홀히 하면 보는 맛과 뒷맛이 떨어지게 되니, 잘 가꾼 여자가 아름다워 보이는 이치와 다르지 않다. 허나, 잘 가꾼 여자가 그 속마음까지 이쁘기가 어디 쉬운 노릇인가. 

------ p.128~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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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출판 관련 단체에서 행한 독자 대상 설문 조사에 따르면, 독자들은 가장 필요한 분야의 도서로 환경 문제 관련 도서를 꼽았다고 한다. 그러나 필요하다는 인식과 지갑을 여는 손길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어서, 환경 문제 관련 도서는 여간 해서는 팔리지 않는다. 사실 환경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의 일이다. 개발 논리에 밀려 방치되어 있던 환경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전반적인 사회 민주화 분위기와 함께 확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후 많은 환경 운동 단체가 결성되어, 현재 시민 운동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환경 문제 관련 도서가 팔리지 않는다는 불패의 신화는 좀처럼 깨질 줄 모른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 잇슈 등을 대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전반적인 태도도 하나의 이유인 것 같다. 중요한 문제나 잇슈가 있을 경우, 그것의 근본적인 원인과, 현실, 그리고 대안을 조리 있게 규명, 제시하는 이야기(담론이라고 그럴 듯하게 부르기도 하는)에 귀기울이는 자세가 부족한 것 같다는 뜻이다. 이러한 점과 동전의 양면으로, 이른바 냄비근성이라는 자조적인 말로도 불리는 태도, 다시 말해서 그 일 아니면 당장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할 듯이 열을 내다가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용해지는 태도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사실은 얼마 전에 환경 도서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시는 분과 술자리를 가졌다. 지조와 고집이라는 말이 꼭 어울리는 분이기도 한데, 우리 나라에서 환경 도서는 더 이상 아무런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는 비관적인 결론을 말씀하셨다. 파괴되어 가는 환경 실태를 자세히 정리, 보고하는 자료집 성격의 책은 이제 인터넷의 확산으로 자료로서의 가치를 잃었다고 한다. 요컨대 웬만한 환경 관련 자료는 인터넷을 통해 입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통계 자료와 조사 보고에 기초한 자세한 현실 분석 및 그에 이어지는 대안 제시를 기본 형식으로 하는 도서에는 우리 나라 독자들이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안 그래도 사회과학의 시대가 가뭇없이 실종되어 버린 분위기 속에서, 사회과학적 분석을 주조로 하는 환경 도서가 살아 남을 길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것.

결국 일종의 Hard Book(Hard Science와 같은 맥락에서)으로서의 환경 도서의 자리는 없어졌고, 넓은 의미의 환경 도서, 다시 말해서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감수성에 기반을 둔 말랑말랑한 환경 도서만이 어느 정도 명맥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바꾸어 말하면 독자의 '머리에 주먹질을 해대는' 환경 도서의 자리가 사라지고, 독자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환경 도서만 가능한 상황이다. 추세가 그렇다면 추세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출판계의 입장이겠지만, 머리가 사라진 가슴만으로 환경 문제를 대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무척 서글픈 현실이라 하겠다. 그 서글픔 때문이었을까? 그 분과 나의 술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자료출처-http://www.kungr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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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트 상식사전-비범하고 기발하고 유쾌한 반전, 대한민국 1%를 위한 상식사전(2005)

책소개

독일의 문화인류학자 롤프 브레드니히 교수가 수집한 고품격 위트 모음집. 저자는 지난
5년간 전세계 인터넷 공간에 떠도는 수십만 개의 위트를 수집해 그 중 고품격 위트만을
가려 뽑았다. 국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농담이 아닌 국제적인 위트 감각을 익힐 수
있으며 특히 서구인들의 세계와 일상생활,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품행제로》 등의 영화 광고디자인을 맡았으며 이적의
『지문 사냥꾼』의 일러트스를 맡기도 했던 이관용의 삽화가 함께 실려 촌철살인의
위트를 배가한다.
..............................................................

예전 같으면 사람들의 입이나 인쇄매체를 통해 떠돌았을 위트가 오늘날에는 인터넷의 세계적인 보급으로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기동력 있게 전파되고 있다. 웬만한 포털 사이트마다 따로 위트
혹은 유머 게시판을 두며, 본격적인 유머 사이트도 많다.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유머의 창작자들
도 그만큼 늘어나고, 예전의 위트가 재해석되고 변형되며 재생산되기도 한다. 또 양적으로도 엄청나게 풍부
해졌다. 또 인터넷은 위트의 국제화에도 일조를 했다. 우리는 국내에서 떠도는 것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농
담, 더 나아가 그 속에 담긴 문화를 언제든지 검색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독일의 문화인류학자 롤프 브레드니히 교수가 지난 5년 동안 전세계 인터넷 공간에 떠돌고 있는 수
십만 개의 위트를 수집하여 그중에서 고품격 위트만을 가려 뽑은 모음집이다. 브레드니히 교수는 세계적인
위트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유머의 예와 위트의 의미를 한 권의 책에 담아내기 위해 가히 전세계적으로 네트
워크를 꾸려 이메일을 주고받았으며, 수많은 유머 사이트를 조사했다. 그 같은 공을 들여 엮은 위트 모음집
인 만큼, 비록 그 안에 담긴 유머의 수는 한정되어 있지만 “웃음 뒤에 피안이다”라는 말이 딱 적격일 만큼 이
제까지 여느 유머 모음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엄선되고도 높은 수준의 위트를 즐길 수 있다.

국내에서 우리말로 지어진 농담을 접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세계 각국의 위트는 우선 언어상의 문
제만 놓고 보더라도 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국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농담이 아닌 국제적인
위트 감각, 특히 서구식 위트 감각과 그들이 세계와 일상생활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확인하는 좋은 기회
도 『위트 상식사전』을 읽으면서 경험할 수 있다. 세계인을 웃기고, 세계인이 즐기며,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
인 위트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문제는 그거다. 외산 유머집이 과연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호응이 갈만한가.. 잘 모르는 인물이 유머속에 등장
하거나,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썰렁한 유머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그 부분만 걸리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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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소설 4~5권은 기본, 읽은 책 많은데 리뷰 밀려 걱정

어떤 사람들이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 서평을 올리는가. 인터넷 서점의 서평란을 보면 일주일에 무려 10권의 책을 읽고 글을 올리는 열혈 리뷰어들이 꽤 있다. 과연 이들은 그 많은 책들을 언제 다 읽을까. 혹시 인터넷 서점의 알바는 아닐까. 독자들은 매우 궁금하다. 일간스포츠(IS)가 독자들의 궁금증을 대신해 열혈 리뷰어들에게 매우 도발적 질문을 던져 봤다. 이름하여 '리뷰에 대해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 인터넷 서점 예스24(www.yes24.com), 알라딘(www.aladin.co.kr), 그리고 인터파크(www.interpark.co.kr)가 추천한 전수정(24.학생) 금정연(25.학생) 홍의진 씨(30.주부) 등 3명이 답해 줬다.



■돈이 궁해서 리뷰를 쓴 적은 없나.

금:
처음부터 대답이 꽉 막히는 질문을 하다니 섭하다. 사실 시작이 그랬다. 대학에 막 입학해서 아이쇼핑만 하다가 한 달에 10편을 쓰면 5000원의 적립금을 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형도 전집>의 서평이 '이주의 마이 리뷰'상을 받으면서 상금이 꽤 쏠쏠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전문꾼이라고 찍혀서 상도 주지 않는다.
전:이젠 돈 때문이라기보다 말 그대로 중독이 돼 리뷰를 쓴다.
홍: 돈이 목적이라면 차라리 전단지 알바를 하겠다.

■순위를 높이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책의 리뷰를 쓴 적은 없는가.

금:
초보 시절엔 순위보다는 한 달에 열 편을 채우려고 전공 수업 교재로 쓰였던 책의 리뷰를 쓰기도 했다.
전: 솔직히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어서 리뷰를 썼다. 미쳤다 작정하고 수업 시간에 언급된 추천 도서를 다 읽으려 했다. 그 책 중 절반은 나를 좌절로 몰아넣었다. 특히 대학 1년 때 뭣도 모르고 읽었던 그 어려운 사회 과학 고전들, 머리가 아프다.

■리뷰 쓰기에 열중해 사는 데(취업에) 소홀한 건 아닌가.

전:
아! 정곡을 찌르는 질문. 책을 안 읽었으면 무언가 거창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나의 목표에 매진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될 때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매정하게 살고 싶진 않다.

■한 달에 몇 권 정도 구입하나, 혹시 도서관에서 빌려 보진 않나.

금:
한 달에 15권 정도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고 있다. 높은 책 가격이 갈수록 미워진다.
전: 부모님이 나의 책 구입 액수를 아신다면 그날로 나의 독서 인생은 끝날지도 모른다. 교내 근로 수입과 용돈 모두를 출판사에 바쳤고, 때때로 마을버스 요금을 절약해서 책을 사야 했다. 이젠 고정 수입이 없어 지역 도서관을 이용하지만 빌린 책 중 소중하게 읽은 책은 반드시 산다.

■일주일에 몇 권씩 서평을 쓰는데 그게 정말 가능한가.

금:
가능하니까 쓰겠지? 하루에 영화를 세 편씩 보는 사람들도 있고, 메이저리그 전 구단의 선수들의 이름과 성적을 다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라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읽은 책은 많은데 리뷰가 밀려서 걱정일 때가 많다. 책이 너무 재미없는 경우엔 도중에서 멈추기도 한다.
홍: 보통 사람이 힘들다고 모든 사람이 다 힘들어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 소설은 4~5권도 읽는다.

■당신의 리뷰가 독자들에게 해를 끼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금:
있다. 취향의 문제가 그렇다. 나는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극찬을 늘어놓지만 사실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은 읽지 못하는 책도 있다. 하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영향력이 있을라고.

■책 많이 읽은 사람답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나.

금:
어떤 책을 어떻게 읽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남들이 똑똑하게 봐주는 편, 헤~.
전: 부끄럽지만 읽은 책의 저자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기억력이 좋지 않다. 하지만 사고의 폭은 확실하게 넓혀 준다. 가끔 아이디어가 풍부하다는 말을 듣는다.

■당신의 리뷰 중 "이건 너무 끔찍하다"면.

전:
하루키의 <오블라디 오블라다 …>의 리뷰는 완전 잡담이었다.
금: 초창기에 쓴 몇몇 리뷰들은 지우고 싶다. 니체의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은 대학 1학년 때 읽었는데, 결론은 "어렵다"였다.

■나만의 귀중한 책은.

금:
우디 앨런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쓰레기같은 세상>은 재기발랄하고 즐겁고 위트와 역설이 가득한 그야말로 우디 앨런다운 책이다. 아쉽지만 절판됐다. 절판돼서 흐믓하다. 우주적 유머를 알려주는 커트 보네거트의 <타이탄의 미녀>도 꼽고 싶다.
전: 조주은의 <현대 가족 이야기>는 대기업 노동자의 아내로 살면서 경험한 가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돋보인다. 폴리 토인비의 <거세된 희망>은 영국 저소득층의 삶을 써내려 간 수작이다.  
: 글쎄.

■이런 서평은 믿지 마라.

전:
서평은 독서를 좀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될 뿐.
금: 자기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다는 한마디 말 없이 다짜고짜 칭찬을 늘어놓는 책이라면 작업(?)의 냄새가 난다.

3인 프로필
금정연 씨:
알라딘 리뷰 랭킹은 170위 정도. 알라딘의 '이 주의 마이 리뷰' 5회 수상. 예스24에서도 10여 차례 수상.
전수정 씨: 예스24의 리뷰 건수는 882개. '이 주의 독자 리뷰' 10여 회 수상.
홍의진 씨: 인터파크의 리뷰 건수는 100여 개. '이 주의 독자 서평' 한 차례 수상.


강인형 기자 <yhkang@ilgan.co.kr> 일간스포츠 200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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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리메이크 바람..

 "정말 기대 밖이었어요. 재출간이라 부담이 컸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 출간 달포 만에 1만여 부가 팔린 덴마크 소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을 펴낸 출판사 마음산책의 정은숙 대표는 요즘 책에 새로운 눈을 떴다.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 같던 절판 도서 되살리기가 뜻밖의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리메이크(remake)가 서점가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만 리메이크가 있는 게 아닌 것이다. '같으면서도 다른' 신간을 빚어내며 독자층을 넓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리메이크 바람'의 주역은 독자

신생출판사 사이의 권선희 대표가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를 만난 건 진정, 우연 같았다. 지난해 겨울 교보문고 매장직원이 권한 말, '갈리아 전쟁기'를 찾는 고객이 적지 않은 데 판본이 오래돼 빈손으로 돌아가는 고객이 많다는 귀띔에 눈이 번쩍 띄었다. 서점 직원은 여러 출판사에 새 책을 내도록 권유했지만 구간을 다시 내는 데 선뜻 응하는 곳이 없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권 대표는 1990년 범우사가 발간한 구간을 조목조목 검토했다. 라틴어 원본을 구하고, 영역본 다섯 종도 검토하면서 번역을 다듬고, 외서에는 없는 지도.사진을 덧붙여 올 7월 중순 새 판형의 '갈리아 전쟁기'를 내놓았다. 로마의 명장 카이사르가 기원전 51년에 펴낸 책이기에 저작권도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지금까지 5000여 부가 팔렸다.

"독자의 힘을 새롭게 느꼈어요. 예전 책을 샀던 독자들이 재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요. 독자들의 요구가 없었다면 재출간은 엄두도 못 냈을 겁니다."

'갈리아 전쟁기'의 성공에 힘입은 그는 카이사르의 또 다른 저서 '내전기'도 이달 초 펴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구절로 유명한 '내전기'는 국내 첫 발간. '갈리아 전쟁기'의 독자들이 후편에도 이어졌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에는 네티즌의 힘이 컸다. 96년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까치)으로 나왔던 스릴러다. 그간 열성팬 사이에서 극찬을 받았으나 절판이 됐던 것을 덴마크 원본에서 직접 번역하고, 두 권으로 나뉜 옛 책도 한 권으로 묶었다.

정 대표는 "인터넷.헌책방 동호회 등에서 꾸준하게 재출간을 요구해왔다. 디자인.번역 등 모든 면에서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 그만큼 우리 독자층의 안목이 성숙한 증거"라고 말했다.

'껍데기'가 다가 아니다

서점가의 리메이크 바람은 번듯한 표지와 깔끔한 편집 같은 '포장 바꾸기' 차원이 아니다. 달라진 시대의 독자 욕구를 빠르게 읽고, 또 이를 시장과 연결하는 기획력의 승리다. 일례로 '갈리아 전쟁기'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시리즈에 '필이 꽂힌' 로마 매니어들이 주로 찾았다.

이달 발간된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는 산업화 사회에서 설 자리가 계속 좁아 드는 남성들을 위로하는 책이다. 91년 (고려원)으로 나왔다가 곧 사라졌던 이 책은 미국작가 로버트 블라이가 중세 독일동화 '무쇠 한스'를 분석하며 남성성의 원형을 제시하고 있다. 번역자 이희재씨는 "지난 세월 우리 사회는 수동적 남자를 길러왔다"며 "자연은 물론 여성과도 조화를 이뤘던 신화시대의 남성성은 인간성 복원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의 '즐거운 상상'(새물결) 시리즈 다섯 권도 최근 12년 만에 다시 나왔다. 현대 예술, 대중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놓는 에코의 혜안은 10여 년 전보다 오히려 지금 더욱 유효하다는 판단에서다. 젊은 층의 감각에 맞게 디자인을 날렵하게 바꾸고, 번역도 일부 바로잡았다.

"영상세대 잡아라" 시각자료에 정성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요즘의 리메이크 붐을 디지털 시대의 산물로 풀이한다. 독자와의 쌍방향 대화, 영상시대에 걸맞은 시각자료 보강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아날로그 시대의 책이 싼값에 양질의 정보를 제공했다면 디지털 시대의 책은 문자와 영상을 결합하며 새로운 독자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도 영화처럼 즐기는 시대가 왔으며, 책의 고객 또한 독자(Reader)→사용자(User)→수집가(Collector)로 이동 중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복간된 책들에 시각자료에 많은 정성을 쏟고 있다. 최근 인문분야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있는 '조선왕 독살사건'(다산초당)은 98년 첫선을 보인 '누가 왕을 죽였는가'(푸른역사)의 텍스트를 일부 보완하고, 구간에 없었던 60여 컷의 컬러사진을 추가했다. 인종.선조.고종 등 조선시대 왕 여덟 명의 독살설을 추적하는 역사학자 이덕일씨의 상상력을 풍부한 자료사진이 떠받치고 있다.

역사서 대중화의 물꼬를 튼 것으로 평가받는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가' '신라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가' '고려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가'(청년사)도 초판 10년 만에 컬러풀한 개정판을 선보였다. 일반인.대학생은 물론 중.고등학생도 독자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다.

                              또 92년 나온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미국사'(고려원미디어)에 360여 컷의 사진을 추가해 새로 펴낸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책과함께)도 출간 10개월 만에 7000부 가까이 팔렸다. 국내 미국사 시장이 연 1만 부 내외인 것에 비추어 볼 때 대단한 선전이다. '책과함께'의 류종필 대표는 "단명 하는 출판사가 많은 국내 사정상 내용이 검증된 양서의 부활은 출판계의 체력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박정호 기자 jhlogos@joongang.co.kr 200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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