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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의 부재와 가벼움만을 추구하는 출판계가 합작하여 한국소설의 위기를 불러왔다.’

 한국소설의 위기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종합해보면 대략 이러한 결론에 도달한다. 출판칼럼니스트 한미화씨는 “우리 소설이 예전의 활기가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문학적 역량이 뛰어난 신인들이 시나리오나 방송작가를 선호하는 현상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방민호 교수(서울대)는 “대중적 코드에 맞춰 독자의 관심을 끌려는 시도는 있지만 문학성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지적·미적 관심을 일으킬 작품은 많지 않다”면서 “결국 우리 문단이 가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소설 비평도 현장과 떨어져 있고 문학상의 권위나 파괴력은 예전에 비하면 땅에 떨어졌다. 결국 소설이란 장르는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작가들이 문제다

 소설이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작가들의 책임 때문이다. 독자들이 읽고 감동할 만한 작품이 없다는 얘기다. “소설 상당수가 ‘똥’이다”(문학평론가 도정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높아진 독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독자들의 사고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문학평론가 고명철 교수(광운대)는 “소설은 언어의 밀감을 통해 사회를 인식하는 장르지만 지금 소설의 언어는 다른 장르나 영화, 드라마, 인터넷 등의 언어들과 대동소이하다”면서 “결국 독자들이 소설을 통해 느낄 질감을 맛보지 못하고 ‘소설을 위한 소설’이 즐비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에 대해 그는 “작가들이 인터넷 등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자료 찾기에 머물러 있는 데다 자료를 통해 세상을 재해석할 수 있는 능력도 떨어졌다”며 “작가들이 ‘지성의 빈곤’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전통적인 한국소설의 주제나 플롯은 이제 진부하게 느껴진다. 독자는 새로운 소설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오히려 독자와 멀어지는 소설을 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1987년 민주화, 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사회 전반이 첨단 자본주의화되고 철저하게 개인주의화됐지만 우리나라 작가, 평론가, 편집자들은 아직도 87년 이전의 정서에 갇혀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소설 등 외국문학의 점령

                                                                                      

 

 



지난해 10월 번역돼 나온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도쿄타워’는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돼 지금까지 20만부 가까이 팔렸다. 그의 전작 ‘냉정과 열정 사이’(쓰지 히토나리와 공저)는 60만부나 나갔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은 99년 발매 이후 지금까지 25만부가 넘게 팔렸다. 대중문화에서는 한류의 물결이 높지만 소설만은 일류(日流)가 판을 치고 있다. 독자들은 여전히 소설을 읽고 싶어하지만 우리 소설이 이를 채워주지 못함을 의미한다.

공무원 박신영씨(26·서울 신림동)는 “일본소설은 심도 있고 ‘쿨’한 사랑이야기로 읽기에도 재미있다”며 “소설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감정이입이 우리 소설보다 잘 된다”고 말했다.

일본 소설에는 선진국의 고도의 자본주의적 소비패턴이 잘 녹아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주인공의 치밀한 심리묘사로 세련된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그러나 우리 문단은 이런 독자들의 입맛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출판사 마음산책의 정은숙 대표(시인)는 “70·80년대 우리 소설읽기는 그 시대에 당연히 읽어야 했던 시대적 강제성이 있었다”며 “그러나 사회의 욕구가 다양해지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문학에서 정치적인 담론을 원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해리포터’(조안 롤링), ‘반지의 제왕’(JRR 톨킨) 등 영국 판타지 문학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로도 알려진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영국에서 출간된 최초의 판타지 소설이다. 이렇듯 영국의 판타지 문학은 어느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뿌리를 기반으로 탄생한 것이다. 즉 영국에는 신화와 민담 등 그들만의 독특한 전통이 녹아있다. 우리나라에 판타지 문학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통적 배경도 없고 글쓰는 차원도 문학적·인문학적 훈련이 없이 그냥 ‘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마니아층만 열광하거나 대중의 주목을 받더라도 문학적 영역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게 문학평론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소설이 살아나려면 출판계의 자성과 작가들의 분투가 필요하지만 다양성의 사회 한가운데서 마냥 그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모든 문화 콘텐츠의 중심이 소설에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지원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박재현기자〉경향신문 200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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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죽었는가. 한때 문화의 맹주였던 소설이 통 팔리지 않는다. 영화 한 편에 1천만명이 넘는 관객이 몰려들 동안 소설책은 1만부 이상 팔리는 작품을 찾기 어렵다. 웬만한 신간소설은 대대적 홍보에도 불구하고 초판 3,000부를 넘기기 힘들다.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한국소설의 위치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인터넷서점 ‘예스24’가 6월14일 집계한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30위 안에 든 한국소설은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12위)과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25위)뿐이다. 교보문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10위, ‘아내가 결혼했다’가 23위에 랭크됐을 뿐이다. 오히려 외국소설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의 제작진이 선택한 책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비롯해 ‘다빈치 코드 1, 2’,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등이 영화 개봉에 힘입어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이를 두고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작가들의 역량 부족부터, 급격한 사회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이란 분석까지 다양한 진단들이 쏟아져 나온다. 2006년, 지금의 한국소설은 과연 어디에 서 있는가. 한국 소설의 회생은 정녕 불가능한 것인가.

소설은 분명 위기에 서 있다. 지난해 출판 물량 중에서 한국소설이 차지한 비율은 5%를 조금 넘었을 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설을 찾는 독자가 줄고 있다. 지난해에는 문화예술위원회가 복권기금으로 마련한 돈으로 ‘힘내라, 한국문학’이라는 문학회생 프로그램도 시행했다. 우리 소설이 벼랑끝에 몰렸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소설이 팔리지 않는 것은 맞지만 소설의 위기까지 말하는 것은 난센스다. 정확히 바로잡자면 ‘독서의 위기’라고 말하는 게 타당하다. 즉, 책 읽는 사람의 숫자가 줄었다. 영화의 인기가 높고 24시간 TV방송이 끊이지 않으며 인터넷을 즐기는 세상이다.

작가 김연수씨는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은 무용하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렸다”면서 “소설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출판산업 또는 마케팅 측면에서의 위기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소설의 판매 부수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소설의 창작 가치나 문학성까지 위협받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문학과지성사 채호기 대표는 “시장에서의 위기가 창작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면서 “시대가 변하면서 문학의 역할은 더 첨예해지고 날카로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설의 판매 부진은 우리나라만의 상황도 아니다.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실제 뉴욕타임스는 서평란을 픽션보다는 논픽션에 주력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독자들이 지식이나 교양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세상은 소설보다 한층 재밌다. 정보와 기술의 발달에 따라 사회 자체가 박진감 있게 변화한다. 세계의 변화 자체가 허구보다 더 짜릿하기에 굳이 소설을 찾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흡입력 강하고 재미있는 소설은 여전히 많다. 작가들의 글쓰기에도 새로운 시도들이 많아지고 있다. 문학평론가 하응백씨는 “좋은 소설이 여전히 문예지 등을 통해서 대량 생산되고 있다”면서 “문제는 독자의 수준이 떨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작가의 역량이 모자란 게 아니라 독자들의 수준이 예전같지 않아 좋은 소설을 찾아 읽지 못하는 게 위기론의 진실이란 얘기다. 실제로 인터넷, 영화 등의 뉴미디어에 익숙해진 10~20대는 소설을 외면한다. 대학의 문예창작학과나 국문학과 학생들도 제대로 된 소설을 찾아 읽지 않는다는 게 교수들의 전언이다.

소설은 모든 문화 콘텐츠의 출발점이다. 소설을 읽지 않으면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자고 얘기하는 것은 코미디다. 기초과학의 토대가 부실한 상황에서 첨단공학을 육성하자고 떠드는 것과 같다. 실제로 ‘해리포터’ 등을 비롯, 외국의 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은 소설을 각색한 것이다.

이렇듯 문화의 중심, 책읽기의 기본이 되는 소설이 왜 점점 더 변방으로 내쫓기고 있는가.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 도정일 대표는 “문학이란 인간을 형성시키는 가장 요긴한 절차이지만 교육당국은 이를 망각하고 있다”면서 “중·고등학교에서부터 독서습관이 망가져 독서문화 자체와 새로운 독자층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입시위주의 교육이 문제란 얘기다.

한국소설이 쫓겨난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은 일본소설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팔려나가는 일본소설의 문학적 가치가 우리 소설보다 높은 것은 결코 아니다. 하응백씨는 “지금 언급되고 있는 일본 소설은 쉽고 편하고 말랑말랑한 이야기”라면서 “이 소설들의 문학적 가치는 우리보다 못하다”고 잘라 말했다. 정과리 교수는 “지금 대중이 손에 들고 있는 일본 소설은 일본의 전통적인 소설이나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 같은 삶의 성찰이 녹아 있는 문학이 결코 아니다”라면서 “감각적 소비를 위한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로 대표되는 ‘잘 팔리는’ 일본소설에는 자본주의의 소비 패턴이 일상적으로 녹아있다. 대중의 소비적 취향을 만족시켜준다. 그래서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무라키미 하루키 이후의 일본 문학을 순문학의 상실로 여기면서 못마땅해 하고 있다.











일본소설과 함께 급부상한 것이 ‘판타지’라고 부르는 소설이다. 하지만 문단(文壇)은 이를 철저히 무시한다.(대부분의 판타지 작가들도 순수문학을 동경하지 않는다.) 검유혼의 ‘비뢰도’, 전동조의 ‘묵향’ 등 시리즈 누적 1백만권 가까이 팔린 작품이 많지만 평론가들은 이것을 문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본격문학이 충족시켜주지 못했던 대중의 욕구를 채워줬다는 점을 애써 못본 척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문학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제대로 펼칠 계기를 출판계와 작가가 만들어가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소설가 김연수씨는 “출판계에서는 작가에게 인기있는 외국소설을 예로 들면서 험한 세상에 마음을 달래줄 코엘료 유(類)의 소설쓰기를 강요한다”면서 “소설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지 못하고 출판사가 요구하는 소설을 생산해낸다면 이미 소설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글 박재현·사진 정지윤기자〉 경향신문 200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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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말 나는 지방의 한 도시에서 도서정가제에 대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다. 나를 불러준 사람들은 어린이도서연구회 산하 '동화 읽는 어른'의 그 지방 모임이었다. 어린이도서연구회는 우리 아동출판이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서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축이다. 자식들에게 좋은 책만을 골라 읽히려는 그들의 열의가 좋은 책을 펴내는 출판사와 이를 유통시키는 전문서점의 수를 늘려놓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최근에는 세계적인 아동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하는 쾌거마저 있었다.

하지만 이런 좋은 흐름을 부정적 방향으로 확 꺾은 것은 '할인경쟁'이었다. 대형할인점과 인터넷서점,홈쇼핑 등에서 '대한민국 최저가 할인경쟁'이 날로 도를 더해가자 대부분의 아동전문 소형출판사와 전문서점은 날개가 꺾여버렸다.

우리 아동출판이 한창 활기를 띨 때에 그림책과 창작동화는 각기 시장의 3분의 1 정도를 점유할 정도로 '강자'였다. 당연히 우리 작가들이 펴낸 화제작도 줄을 이었다. 그러나 약 5년간의 본격적인 할인경쟁 결과는 어떤가. 이제 그림책의 실제 유통량 중 95%가 외국서적이 차지하고 있다. 앤서니 브라운,존 버닝햄 등 '검증'된 외국 작가 그림책은 출간될 때마다 늘 상한가를 치지만 국내 작가 신간은 언제나 찬밥 신세다.

앙증맞은 캐릭터,입체와 평면의 독특한 조화,구름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멋진 판타지를 만들어 낸 백희나의 '구름빵'이 평단과 시장에서 동시에 좋은 평가를 얻은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에 속한다. 베스트셀러에 간간이 올라 있는 국내 그림책의 출간일자는 10년이 지난 것이 대부분이다.

창작동화 분야 또한 신진작가의 새 책이 성공적인 시장진입을 하기란 바늘구멍에 실을 꿰는 것보다 힘들다. 물론 일부 평자는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해를 삼킨 아이들' '엄마의 마흔번째 생일' '나의 아름다운 늪' '은어의 강' '내 사랑 사북' 등 신진작가의 매혹적 작품을 예로 들며 몇 년 안에 또 한번의 전성기를 기대해도 좋을 정도라고 내다본다.

그러나 그런 기대가 실제 현실로 등장하려면 하루빨리 완전 도서정가제가 확립돼야 할 것이다. 그 지방도시 강의 후 쏟아진 애로사항은 신문의 북섹션이나 인터넷서점을 통해 신간소식을 접하더라도 직접 확인할 길이 없다는 점이다. 그들이 책을 직접 넘겨보며 평가하는 감식안을 발휘하려면 무조건 서울의 대형서점에 들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신간은 늘 찬밥 신세일 것이어서 유망작가 출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날 강의와 토론에서 내린 결론은 이렇다. 출판사와 서점 같은 이해당사자들이 책의 할인율을 놓고 밀고 당기는 행위를 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곤란하며,이제 소비자가 앞장서서 책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살아 숨쉬는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일부 출판사는 한 권으로도 족할 것을 10권으로 늘리거나 할인을 전제로 정가를 올려왔다. 또 늘 팔리는 책을 추구하다 보니 비슷비슷한 책만을 펴내 시장의 악화만을 불러왔다. 이 같은 현실을 방치한다면 책 읽는 사람의 삶은 늘 팍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한 소도시의 일부 시민이 나선다고 '추악'한 현실이 당장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이 점차 거세질 때 우리 책문화도 분명 바람직한 방향으로 물꼬를 틀 것은 분명할 게다. 그날 모임에서 내가 우리 책문화의 실낱 같은 희망이나마 읽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기사게재 : <국민일보> 2006.6.21출처: 한국 출판 마케팅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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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6-07-01 00:46]    7~8월엔 이 책입니다

[조선일보 신용관기자]

여름은 독서의 계절입니다. 여름 매출이 봄·가을의 두 배쯤 됩니다. 출판계에는 “여름 시장은 소설 시장이다”는 말도 있지요. 한국 독자들은 휴가철에 소설을 비롯한 문학서적을 즐겨 찾습니다. 교보문고가 집계한 연도별 7·8월의 종합 베스트셀러 20위권에는 문학작품이 절반 이상을 석권하고 있습니다. 2005년에 12종, 2004년 10종, 2003년 13종으로, 매년 50% 이상을 점유하며 여름 시장의 절대 강자로 솟아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여름철 종합 1위는 TV 드라마에 등장해 인기를 끈 미하엘 엔데의 ‘모모’(2005년),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2004),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2003) 등이었습니다. 2005년 여름의 20위 안에는 문학 12종(소설 6종·에세이 5종·시 1종) 외에 경제 3종, 아동만화 2종 등이 올랐습니다. 또 ‘연금술사’, ‘오 자히르’,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등 코엘료의 소설이 3종이나 한꺼번에 들어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위력을 과시했습니다. 작년 7·8월엔 국내 최대 인터넷서점인 예스24 집계에서도 ‘어둠의 저편’(무라카미 하루키), ‘유림’(최인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알랭 드 보통) 등 국내외 유명 소설가의 책들이 ‘베스트셀러 20’에 들었지요.



 

 



이런 추세는 올 여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남성호 교보문고 홍보팀장은 “최근 꾸준히 많이 팔리는 소설가 공지영의 작품과 ‘오만과 편견’(제인 오스틴) 같은 영화화된 원작소설이 강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삼한지’(김정산), ‘정약용 살인사건’(김상현) 등을 앞세워 대중적 역사소설도 화려하게 부활할 것이란 예측도 있습니다.











해외 영미권의 여름시장은 전통적으로 추리물이 강합니다. 작년 여름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조앤 롤링) 이후 올해엔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구용 임프리마코리아 상무는 “지난해 4개 작품을 베스트셀러로 만든 제임스 패터슨의 추리소설을 비롯, 예년과 다름 없이 서스펜스·호러 소설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여름철에 로맨스·연애소설이 강세입니다. 또 대표적 출판사들이 ‘여름에 읽을 만한 문고 100권’을 선정, 독후 감상문 모집 등 대대적인 홍보에 나섭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났던 8월 즈음엔 야스쿠니 신사 관련서 등 역사서가 잘 팔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용관기자 qq@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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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6-06-16

[한겨레] 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 시리즈

 

 

 

 


2000년대 이후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나출판사)에 <~살아남기>(아이세움) 시리즈, 그리고 <마법천자문>(아울북)이 엄청나게 인기를 누리면서 이른바 ‘학습만화’ 또는 ‘교양만화’ 전성시대가 온 것처럼 보인다. 언론에서는 딱딱한 학습참고서를 부담스러워하는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만화로 각색한 학습만화들이 새로운 흐름을 이루고 있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과연 그럴까? 천만의 말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학습만화는 2000년대 이후 새롭게 등장한 출판 경향이 전혀 아니다. 학습만화는 항상 우리 출판시장에서 ‘황금시장’으로 존재하며 고속 성장해온 전통의 장르다. 출판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된 1970년대 이후 학습만화는 항상 그 시대별로 수백만부씩 팔리는 대히트작이 존재해왔고, 그 형식에도 큰 변화는 없다. 1000만부 넘게 팔린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가 첫선을 보인 것이 1981년이란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최근 학습만화를 대표하는 <~살아남기>와 <마법천자문> 역시 그런 흐름의 연장선일 뿐이다. <~살아남기>가 극한상황에서 생존해야 하는 독특한 상황 설정을 내세워 과학상식을 녹여 전달했고, <마법천자문> 역시 아이들이 질리지 않게 학습내용보다는 줄거리를 탄탄하게 구성하고 한자를 놀이와 마법으로 만나게 구성했던 것이 새로워 보였던 것이다. 이런 차별화로 <~살아남기> 시리즈가 400만부, <마법천자문>은 500만부 넘게 팔아치우며 각광을 받았다.

어린이책 전문출판사인 예림당의 Why? 시리즈는 이 두 히트 학습만화 뒤에 조용히 숨어있는 베스트셀러다. 앞서 거론한 두 시리즈에 언론과 출판계의 관심이 몰려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 시리즈는 홈쇼핑과 할인점을 중심으로 학부모들과 아이들을 공략해 팔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2001년 7월 출간 이후 모두 25종이 나왔고, 지금까지 모두 250만부나 팔렸다. 조만간 30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며, 올해 안으로 300만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살아남기>와 <마법천자문>이 새로운 학습만화를 대표한다면 시리즈는 기존의 전통적인 학습만화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워낙 많은 학습만화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차별화에 매달리다보니 점점 더 게임처럼 현란해지고 또 캐릭터 위주로 흐른 것과 달리 이 시리즈는 반대로 갔다. 책을 고르는 학부모들이 가장 익숙한 2000년대 이전 학습만화의 고전적인 구성을 충실하게 계승한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그런 책이 드물었기 때문에 이런 기획이 역차별화로 먹혀들었다. 그 덕분에 시리즈 25권 가운데 한 권도 어린이책 순위 10위 안에 못 들었지만 잔잔한 인기를 누리는 장수상품으로 자리잡아 생명력이 길어졌다. 백광균 예림당 출판기획부장은 “현란함보다는 기본에 충실하자는 생각에 전통 학습만화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했고, 최대한 많은 관련 사진을 넣는 등 학습내용과 정보전달에 주력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시리즈는 새롭지도 않고, 만화 그림에서도 최고 수준은 아니다. 여러면에서 알맞게 타협해 ‘무난한’ 수준에 맞춘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것에는 앞서 말한 역차별성에다 모든 면에서 무난해 약점이 없는 점, 그리고 빠르게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 만한 아이템을 선정해 시리즈 구색을 맞춘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동물·식물·우주·공룡 등 학습만화의 ‘필수’항목에 더해 <핵과 에너지> <사춘기와 성> <생명과학> <똥> 등 다른 학습만화에 없는 주제를 기민하게 채택한 것이다. <똥>편의 경우 어린이들 특유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면서 지난 연말 출간 이후 반년 만에 8만부가 팔려나갔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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