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2006-10-12
“두개의 번역본 짜깁기는 불가능" 출판사측 주장 정면반박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선물’ ‘내 인생을 바꾼 스무살 여행’ 등을 번역한 유명 번역가 강주헌 씨는 <마시멜로 이야기>와 관련 출판사 한경BP의 ‘짜깁기’ 주장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지영 씨와 김 씨의 번역본을 놓고 더 좋은 부분을 취하는 식으로 재편집한 것”이라는 한경BP의 주장에 대해 전문 번역가 강주헌 씨는 “책에는 일정한 톤(tone)이 존재하기 때문에 두 번역가의 글을 한 데 모은다는 건 경험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며 출판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편 “이름을 빌려준 것이 사실이라면 정지영 씨도 자존심을 판 일이며 대리번역을 승낙한 김 모 번역가도 영혼을 판 일”이라고 비판했다.
CBS 라디오 <이슈와 사람(진행 김현정 PD)>에 차례로 출연한 한경BP의 편집부장과 전문 번역가 강주헌 씨는 상반된 의견을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하 인터뷰 요약 : 인터뷰 1-출판사 한경BP]
▶ 진행자(김현정 PD):김 모 씨는 자신이 대리번역을 했으며 정 아나운서는 이름만 빌려준 것이라 주장했는데 사실인가?
= 한경BP (최 모 편집부장): 아니다. 정지영 아나운서도 김 모 씨도 분명히 번역을 했다. 그러나 두 번역본을 놓고 편집자가 더 잘된 부분을 취하는 식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이것은 대리번역과는 다르다.
▶진행자: 출판사는 김 모 씨에게 “마케팅 상 유명인을 내세워야겠다”는 말을 한 뒤 정지영 씨가 캐스팅 된 것으로 안다며 완벽한 대리번역이라 주장하는데?
=한경BP: 그렇지 않다. 이것은 이중계약이다.
▶진행자: 그러나 전문번역가인 김 모씨가 자기의 글이 그대로 실린 건지 남의 글과 섞인 것인지 구분도 못할리는 없지 않느냐?
=한경BP: 편집자가 중간에서 윤색을 많이 하면 그럴 수 있다.
▶진행자: 그렇다면 누구와 먼저 계약을 한 것인가?
=한경BP: 정지영 씨와 먼저 해놓고 난 뒤 걱정이 됐다.경험이 없는 정지영씨의 번역본이 미흡할 경우 번역가를 다시 섭외하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김 씨와 또 계약을 한 것이다.
▶진행자: 그럼 정지영 씨도 이 사실을 알았나?
= 한경BP: 알게 되면 계약을 파기한다고 할 것 같아 비밀로 했다.
▶ 진행자: 출판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도 번역가가 두 명이었는데 한 명의 이름만 내세운 건 문제는 있는 것 아닌가.
=한경BP: 물론이다. 깊이 사죄하고 있다.
▶진행자: 독자들은 매우 불쾌하다. 정지영 씨는 자신이 번역자라며 팬사인회도 하고 인터뷰도 하지 않았는가.
= 한경BP: 우리로 인해 난처한 입장에 처한 정지영 씨에게 매우 미안하다.
▶ 진행자: 독자들에게 더 미안해야 하는 것 아닌가.
= 한경BP: 출판계의 어려움을 이해 해달라. 정말 깊이 사죄한다.
[이하 인터뷰 요약 : 인터뷰 2- 전문번역가 강주헌>
▶진행자 : 이번 사태 어떻게 보는가?
=강주헌(전문 번역가): 씁쓸하면서 번역가가 이렇게 이슈가 되니 놀랍기도 하다.기분이 묘하다. 이름을 빌려준 정지영 씨는 자존심을 판 것이고 대리번역가는 영혼을 판 셈이다.
▶진행자: 출판사는 두 사람의 변역본을 놓고 ‘짜깁기’했다는 주장인데 실제 가능한가?
=강주헌: 불가능하다고 본다. 책에는 일정한 톤(tone)이라는 것이 존재하므로 두 사람의 글을 한 문장씩 짜깁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가능하다면 발췌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진행자: 그렇다면 대리번역가 김 씨가 전체 번역가일 것이라는 데 동의하는 것인가?
=강주헌: 가능성이 높다.
▶진행자: 대리번역의 관행은 어떤가?
=강주헌: ‘관행’이라고 할만큼 빈번하지는 않다. 종종 있는 정도.
▶진행자: 예를 들자면?
=강주헌: 대표 번역가가 문하생이나 학생들에게 번역할 부분을 나누어주고 나중에 자신의 이름으로 올리는 경우.
▶진행자: 대필의 경우는 어떤가? 유명인의 책은 대부분 대필 작가가 쓴 것이라던데.
= 강주헌: 사실이다. 그러나 대필 작가를 밝힐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다만 우리나라는 대필 작가의 존재를 밝히지 않고 마치 자신이 쓴 것처럼 가장하는 데 문제가 있다. 덧붙여 출판계의 어려움을 잘 아는 입장에서 이런 식으로 할 수밖에 없었던 출판사의 사정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CBS편성국 김현정 tryout@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