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7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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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건부두, 카탈로니아, 1984, 동물농장, 나는 왜 쓰는가. 이 작품들을 다 따라가며 읽었는데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은 오웰 의 출발점이다. G.D.H콜와 쓴 <승리냐, 기득권이냐>도 출간되었으면. 나도 광화문에서 시사인 창간지 들고 홍보한 후 전단지는 거절하지 않는다.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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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라딘 사용법을 발견하다
    from 승주나무의 책가지 2018-03-13 14:22 
    알라딘을 오래 전부터 사용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시들했다. 알라딘을 어떻게 나와 연관시켜야 하는지 몇 년을 고민했지만 도저히 풀리지 않는 난해한 문제였다. 오늘 그 문제를 풀었다. 알라딘에 예전처럼 들어와서 일상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100줄평을 이용해서 읽은 책들에 대한 간단한 흔적을 남기기로 했다. 나중에 100줄평들을 보면서 나의 독서 역사를 참조할 것이다. 독서에 대한 기록과 기억은 나에겐 큰 고민거리였다. 도대체 언제 무슨 책을 읽은 거지
 
 
 
변신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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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동안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붙잡고 매달렸다. 아이들과 문학고전 수업을 하려고 읽은 것까지 하면 세 번 정도 정독했다. 이번에는 느낌이 너무 강렬하고 작품의 문제의식이 전부 이해되는 것 같아서 어리둥절했다. 카프카의 소설작품은 환상과 현실이 종잡을 수 없이 펼쳐지기 때문에 난해했지만 이번에는 하나도 난해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건이 터져버렸다. 


나는 요즘 책을 읽고 좀처럼 독후감을 남기지 않지만 기념비적인 사건이 터진 시점과 내가 《변신》을 덮은 시점이 묘하게 일치하고 그 내용의 유사성 때문에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정치인의 몰락과 그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영화 <터미네이터2>의 마지막 장면인 T-1000의 최후를 떠올렸다. 


우리는 서로를 괴물로 만들면서 살아간다. 괴물로 만들지 않을 도리가 없고, 괴물을 만들 만한 동기는 충분하다. 


피해자는 차기 대통령감으로 지목된 절대권력자인 도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을 뿐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진 부드럽고 감성적인 억압과 폭력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을 것이다. JTBC 인터뷰에서 '다른 피해자'를 언급한 것을 보면 자신의 처지와 같이 고립된 사람들을 위해서 용기를 냈던 것으로 보인다. 용광로에서 죽어가며 여태까지 자신이 변신(살해)한 사람으로 한번씩 몸부림친 T-1000. 하루 아침에 벌레로 변신한 카프카 소설 《변신》의 첫 장면. 이 두 장면이 그 정치인에게 비로소 도달했다.  



정치인이 괴물로 변신한 순간 쏟아진 반응은 아버지 유형, 어머니 유형, 여동생 유형으로 나뉜다. 


어머니 유형 : 안타까워 어쩔 줄 몰라 하며, 그레고르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리라는 희망과 그럴 리 없다는 절망속에서 불안하게 흔들린다. 피해자를 공격하고 가해자를 두둔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는 믿고 싶은 사실이 사라지는 것이 두렵다. 사람들은 진실보다는 믿고 싶은 것을 더 선호한다는 점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가구를 모두 치워버리면, 그애의 병세가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모두 포기하고 매정하게 그앨 혼자 내버려두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니? 방은 예전 그대로 놓아두는 게 좋겠어. 그러면 그레고르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을 때 그앤 모든 게 전과 달라진 게 없음을 확인하게 될 테고, 그럼 그 동안의 일을 그만큼 더 쉽게 잊을 수 있을 거야."(프란츠 카프카,

 《변신》 본문)


아버지 유형 : 집안의 가장 자리를 빼앗겨 숨죽이며 살았던 2인자가 뜻밖의 불행으로 1인자의 자격을 되찾으며 정치적 보복을 가한다. 故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천막 안에서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던 정치인들처럼, 도지사의 몰락은 매우 큰 정치적 기회이기도 하다. 정치인은 본인의 죽음만 빼면 모두 이용한다는 항간의 말처럼. 


두 여자가 양쪽에서 겨드랑이 아래에 팔을 넣고 일으켜세울 때가 되어서야 그는 눈을 번쩍 뜨고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하곤 했다. "이것이 인생이야. 이것이 내 말년의 휴식이로군." 두 여자의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키며 아버지는 마치 그 자신이 스스로에게 더없이 무거운 짐이라도 되는 듯 귀찮아했다. 그렇게 두 여자의 손에 이끌려 가다가 방문 옆에 이르면 아버지는 그만 물러가라고 손짓하곤 혼자서 걸어 들어갔지만 어머니와 여동생은 각기 바느질감과 펜을 황급히 던져 놓고는 계속 뒤따라 들어가 아버지를 거들어주었다. (프란츠 카프카, 《변신》 본문)


여동생 유형 : 뒤바뀐 현실에 매우 민감하고 유연하게 반응하며 활로를 모색한다. 특히 버릴 건 확실히 버리는 유형. 그것이 오빠일지라도.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여동생 유형에 들 것이다. 


"내쫓아야 해요." 여동생이 소리쳤다.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어요, 아버지. 저것이 오빠라는 생각을 버리셔야 해요. 우리가 그토록 오랫동안 그렇게 믿어왔다는 것 자체가 바로 우리의 진짜 불행이에요. 도대체 저것이 어떻게 오빠일 수 있겠어요? 저것이 정말 오빠라면 우리가 자기와 같은 짐승과는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쯤은 벌써 알아차리고 제 발로 나가주었을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계속 살아가면서, 오빠는 비록 잃어버렸을망정 오빠에 대한 기억은 소중히 간직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그런데 저 짐승은 우리를 못살게 굴고, 하숙인들을 쫓아내고, 나중엔 틀림없이 이 집 전체를 독차지하고서 결국 우리를 길거리에서 잠을 자는 신세가 되도록 만들 거예요."(프란츠 카프카, 《변신》 본문)


결국 여동생의 마지막 발언을 들은 괴물 그레고르는 죽음을 재촉하고 말았다. 


《변신》이 발표된 시기는 일제시대였던 1912년. 지금으로부터 100년 조금 넘었다. 지금 우리가 땅을 밟고 숨쉬는 현대 사회 구조를 매우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작품이다. 평론가들에 의하면 카프카가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형상화한 거라고 하는데, 나는 미투 운동으로 몰락한 정치인의 사건을 독후감으로 소환함으로서 현대 정치사회 구조를 가미하고 싶었다. 


개인은 무력하다. 경제적 또는 정치적 능력을 상실하면 삶 전체가 위기에 처하고 목숨이 끊어지는 것도 감당해야 한다. 미투 캠페인이 위대한 까닭은 정치적 경제적 터전을 모두 상실당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기회에 현실을 합리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하면 용기를 낸 사람들 모두 괴물의 탈을 뒤집어써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괴물 폭탄 돌리기'라는 위험한 놀이를 죽을 때까지 해야 할지도 모른다. 방아쇠는 당겨졌고 전쟁은 시작되었다. 과연 누가 괴물이 될 것인가. 칼을 잡고 있는 그들이 장애물들을 하나씩 격파하면서 선량한 사람들을 하나씩 괴물로 만드는 마술을 회복할 것인가, 쪽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괴물을 하나씩 찾아내 공기를 정화시킬 것인가. 전쟁 없는 변화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건 이미 헛된 희망이 되어버렸다. 우리 모두 마음의 군복을 꺼내입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진짜 전쟁은 바로 《변신》 전체와 우리 현실 전체에 흐르는 비열한 공기다. 촛불이 바꾼 것은 훌륭한 민주정치의 반쪽일 뿐이다. 차악이 최악을 제거하고 스스로 최악에 등극하는 악순환은 아직 끊어지지 않았다. 하루 아침이든 서서한 시간 동안이든 괴물로 변신한다는 사실 자체가 무거운 과제다. 일상생활에서 집안에서 일터에서 마시는 공기는 전혀 민주적이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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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 리(理)와 기(氣)로 해석한 한국 사회
오구라 기조 지음, 조성환 옮김 / 모시는사람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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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ㆍ정치ㆍ중심ㆍ도덕의 가치로부터 자유로운 일본의 예술과 몰(沒)정치적ㆍ몰(沒)도덕적일 수 없는 한국예술의 대비에서 우리가 노벨문학상을 가질 수 없는 이유가 암시된다. 오구라 기조는 매우 언급을 절제했지만 욕망 억압, 위선, 도덕 집착 등 좀더 과감한 비판론은 한국인이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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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5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18-02-26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우져 뭐 쓰세요. 저는 구글크롬을 쓰고 있는데, 인터넷 익스플로러 같은 거 쓰면 그렇게 될 수도 있어요.간만에 알라딘 왔어요. 문학고전 요새 좀 읽고 있어서 문학리뷰는 좀 남겨보려고요~~
 





페북 친구인 한 독자분이 나의 책에서 인상적인 구절을 베껴 적은 사진을 올려주셨다. 

A4로 두 장이나 베낄 게 있었다는 게 놀랍다. 



천천히 곱씹으며 책을 읽어 나가는 중..
일주일 정도 해보니 참 좋다..

간간히 필사에 내 생각을 적고
어디서나 할 수 있고..

지금 몇 가지 책을 한 번에 읽다보니
속도는 더디지만 효과는 좋다.

요즘 메모 독서법과 관련해서 많이 쓰고 있다. 

저자 열풍과 SNS의 대중화로 SNS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잠재 작가가 된 상황에서, 

쓰기보다는 읽기가 개선되어야만 '책 쓰기'의 민주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의 메모 독서법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실행을 하는 페친의 실천력을 보면서

나의 실천력을 되돌아봤다. 


일단 쓰기로 약속한 글들을 주말께 다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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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1-07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복이 많은 작가로군!
부럽다.^^

승주나무 2018-01-07 18:15   좋아요 0 | URL
인정, 어 인정^^
 

편협한 독서에 빠지지 않는 방법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눈과 귀를 열어두는 것입니다. 눈과 귀를 가리면 읽고 싶은 책만 읽게 되고, 그만큼 사고는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철학 서가'를 먼저 찾는 것은 제 오래된 습관입니다. 철학으로 생각이 맑아지면 좋겠지만, 생각이란 게 철학만 읽었다고 맑아지는 게 아니기에 썩 좋은 습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끔은 전혀 엉뚱한 곳으로 저를 내던지기도 합니다. 실용서 코너로 가거나 시집 코너 등을 두리번거리면서 '뜻 밖의 책'을 찾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좋은 친구의 조언을 듣는 게 가장 탁월합니다.


《서유기》는 임건순 작가의 추천으로 읽었습니다.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를 쓰면서 원래 《과학혁명의 구조》가 들어갔던 자리에 《서유기》를 대타로 넣을 수 있었던 까닭은 올해 부지런히 읽고 완독했기 때문입니다. 임건순 작가는 저와 거의 동년배로서 요즘 가장 핫한 동양철학자입니다.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 《묵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 《오자, 손자를 넘어선 불패의 전략가》, 《순자, 절름발이 자라가 천 리를 간다》 등 지은 책 제목만 보더라도 개성이 확연합니다. 그는 '삼국지를 읽을 바에는 차라리 서유기를 읽으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서유기》를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2003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완역본이 출간되었더군요. 성실히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서유기 이야기를 집대성한 '오승은'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1. 민중의 편에 선 치열한 승리 《서유기》 오승은 정본


《서유기》는 7세기 초엽 당나라 스님 현장 법사가 불경을 가지러 천축으로 여행하였다는 역사절 사실을 토대로 중국인의 상상력을 과감하게 펼쳐낸 흥미진진한 대작입니다.  삼장 본인이 쓴 여행기 『대당서역시(大唐西域記)』와 그의 제자인 혜립과 언종이 쓴 『대당 자은사 삼장법사전(大唐 慈恩寺 三藏法師傳)』이 실제 기록입니다. 하지만 경을 얻기 위해 나라를 떠나 머나먼 여행을 한다는 테마는 당시 정치가 혼란스러웠던 시대에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12~13세기 원~명나라 초에는 희곡으로 창작되고 상연되어 크게 인기를 끌다가, 16세기 중엽 명나라 시절에 현존하는 100회본이 완성되었습니다. '중국판 파우스트'라고 할 만합니다. 많은 지식인들이 흩어진 이야기를 모아 엮었습니다. 민중을 교화하는 데 관심이 많았던 사대부들은 삼장법사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쓰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갖가지 이야기가 정본이 되기 위해 수백 년 동안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오늘날 독자들의 손에 쥐어진 것은 명나라의 하급관리 오승은의 《서유기》입니다.


오승은(1500? 1504?~1582)은 학관(學官)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집안이 가난해서 뇌물을 쓰지 못해 번번이 과거에 낙방했습니다. 50세가 되어서야 과거에 합격했고, 60여 세에 이르러서야 동남부 지방의 일개 현승(縣丞)이라는 미관말직을 그것도 2년만에 사직하고 자손도 없이 불우하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평생 뜻을 펴지 못하고 가난에 시달렸지만 어릴 적부터 총기가 있었고 학문적 열정을 놓지 않은 사람이라면 마땅히 시대의 참상을 풍자하고 비판할 것입니다. 당시 도교의 맹신자였던 세종은 불교를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도사들에게 이끌려 밤낮 종교 의식을 치르느라 정사를 돌보지 않았습니다. 환관들과 간신이 매관매직을 일삼고 부정부패와 가혹한 세금, 착취가 들끓을 수밖에 없었죠. 여기다가 박정희, 전두환 시절의 '중앙정보부'를 연상시키는 동창과 서창, 금위위 같은 정보기관이 역모를 색출하고 유언비어를 단속한다는 명복으로 사방에 배치돼 전국의 도로가 공황상태일 지경이었다고 합니다. 《서유기》에는 당대의 상황과 권력자들의 행태가 치밀하게 반영돼 있고 가공의 인물과 허구적 상상력으로 표현돼 있기에 저항문학의 고향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서유기》 10권을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특히 뒤로 갈수록 질리지 않았죠. 저는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에서 손오공을 아이로 놓고, 삼장법사를 부모로 놓고 그 성장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가족관계도 나이를 먹으며 성숙해지는 모습을 다뤘죠. '저팔계'의 역할이 문학작품에서도 가족관계에서도 무척 중요합니다. 가족관계에서는 아이를 괴롭히고 부모의 눈을 가리는 모든 현실적인 요소를 상징합니다. 《서유기》에서도 저팔계는 별 능력은 없지만 스승인 삼장법사를 속여서 손오공을 혼내게 하고 쫓아내게 하는 능력만큼은 역대급이었죠. 현실에서 저팔계 같은 인물이나 요소가 항상 있죠. 최근에 중학생들과 함께 읽어던 《동물농장》이 떠오릅니다. 소설보다 더 거짓말 같고,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기가 막힌 사실을 환상의 세계에 담아내는 것이 제 꿈이 되었습니다. 아직 그 세계가 근사하게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서유기》를 더 열심히 읽으면서 다듬어가려고 합니다. 



2. 논어와 공자를 보는 눈을 확 바꿔준 최술


청소년을 위한 논어 책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자료를 이것저것 읽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친구인 평사리 김관호 편집주간 님이 뜻 밖의 전화를 주셨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참신한 논어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는 마땅히 최술의 《수사고신록》과 《수사고신여록》을 읽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최술이라는 작가 이름도, 책 이름도 처음 들어봤습니다. 그리고 청소년을 위한 좋은 논어책을 써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평사리 출판사는 인문고전을 맛깔스럽게 다듬어 대중들이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출판사입니다. 최근 출간된 《군주론》과 《루터의 두 얼굴》이 출판사의 특징을 잘 표현하는 듯합니다. 


인터넷서점에 '논어'만 검색해도 국내도서만 800건(인터넷 교보문고 기준)인데 거기다 한 권을 붙이겠다니 왠지 귀가 간지러운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최술의 말을 들으면 미래의 독자를 위한 논어책이 왜 쓰여져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세상의 학자들이란 오로지 장구나 익히며 과거 공부에만 매달릴 줄 알았지, 일찍이 의리를 탐구하고 글의 수미를 고찰하여 원류를 변증하려 들지 않는다. 그리하여 나의 작업을 보고 크게 놀라면서도 끝내 나의 말이 옳다고 여기지 않으니 참으로 이상하지 않은가! 
- 《수사고신여록》


최술은 공자의 전기를 철저히 고증해 《수사고신록》을 썼고, 공자의 제자들과 공자의 진실을 잘 담아내려고 했던 현자들을 철저히 분류해 《수사고신여록》을 썼습니다. '수사(洙泗)'란 공자가 살았던 노나라 곡부 북쪽의 '수수(洙水)'와 '사수(泗水)'라는 두 강의 앞머리를 딴 글자로, 공자는 이 두 강 사이에 학당을 열고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공자나 유가의 별칭으로 '수사'라는 말이 널리 통용되었다고 합니다. 최술은 논어에 관여했던 당대의 석학들을 조목조목 비판합니다. 논어의 주석가를 꼼꼼히 보지는 않았지만, 제게도 익숙한 이름들이 최술의 도마 위에서 사정없이 비판의 칼날을 받고 있었습니다. 최술에 따르면 우리가 읽고 있는 《논어》는 동한(東漢) 시절 '장우(張禹)'가 엮었다고 합니다. 당시 유생들 사이에서 장우의 명성은 절대적이어서 "《논어》를 배우려면 장우의 《논어》를 읽어라."라는 말까지 돌았다고 합니다. 반고가 저술한 《한서》「장우전」에도 "배우는 사람들이 거의 장우의 《논어》를 따르게 되었으므로, 다른 사람들의 《논어》는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읽는 《논어》에 큰 영향을 미친 장우라는 사람은 어떤 인물일까요? 최우는 장우를 싸잡아 비난하고 있습니다. 최술에 따르면 장우는 학식이 비루하고 천박했습니다. 왕망(王莽 : 후한을 멸망시키고 신(新)나라를 건국해 황제 노릇을 하다가 살해당한 관료)에게 빌붙어서 부귀나 보전하려다가 끝내는 왕망의 찬탈과 시해에 동조했죠. 《논어》에는 반역자 공산불요와 필힐이 공자의 방문을 요청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최술은 장우 자신이 스스로를 향한 조롱을 벗어나려고 시도했을 것이라고 의심합니다. 현행본 《논어》를 엮은 장우에 대한 최술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멋대로 《논어》를 다시 엮음으로써 반드시 있어서는 안 될 것이 있게 되고, 채택해서는 안 될 것을 채택하게 된 것이다. - 《수사고신록》


사정이 이와 같은데도 최고의 학자라고 추앙받는 후한의 정현과 삼국시대의 하안은 장우의 논어에 주석을 보탰고 송나라 대학자 주희까지 거들었으니 왜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실을 압도하고 말았습니다. 주자 이후의 학자들 역시 선배들의 명성에 압도돼 밝은 눈으로 보지 못했습니다. 


결국 공자의 시대상황을 정확히 고찰하고 공자의 실체와 맥락을 정확히 파악한 후에 《논어》를 비판적으로 읽어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사리출판사 김관호 주관님이 왜 전화를 주셨는지 그 깊은 뜻을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최술이 신뢰한 책은 《논어》, 《춘추좌전》, 《맹자》였고, 사마천의 《사기》는 중요성은 인정하면서 엄밀하게 따져보고 비판하면서 받아들였습니다. 《공자가어》와 《공총자》, 《한비자》 등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미래의 일꾼인 아이들에게 어떤 《논어》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아직도 묵묵부답인 상황입니다. 오승은처럼 평생 과거에 낙방하고 벼슬 기간이 짧았던 데다 귀한 아들과 어머니를 동시에 잃고 병으로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며 쓸쓸하게 살다 간 최술과 그의 수제자 진리화. 그들이 평생을 매달린 까닭은 후세의 독자인 우리가 빠지기 쉬운 함정을 걷어내고 귀중한 시간을 아껴주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우리의 시간도 소중하지만 미래의 인재인 아이들의 시간은 더욱 소중하기에 동양정신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논어》를 제대로 읽고, 졸렬한 실력이지만 조그만 책을 써보려고 합니다. 오승은의 《서유기》를 추천해준 임건순 작가님, 최술의 《수사고신록》과 《수사고신여록》을 추천해준 김관호 주간님께 이 글을 빌려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여러분이 발견한 2017년의 작가는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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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1-01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문화평론가 김갑수.ㅋㅋ
네가 발견한 거에 비하면 한참 격떨어지나...?ㅋㅋ

책은 어떻게 잘 나가고 있나?
올해 좋은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건강하고, 가정에 평안과 행복이 항상 깃들길 바래.
새해 복 많이 받아.^^

승주나무 2018-01-04 00:44   좋아요 0 | URL
네. 김갑수 찾아서 읽어볼게요.
격이 어딨어요. 제가 인문고전에 치우친 거죠. 책은 다양하게 읽어야 하잖아요.
누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