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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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훈은 남한산성 아래 있었다. 왜 그곳으로 왔을까? 왜 남한산성에서 오래된 위난을 불러들였을까?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 걸까?

이 책으로 나는 김훈이라는 사람을 처음 만난다. 사실 김훈을 일컬어 시대의 문장이라고 칭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욕구가 나의 독서목록표를 기울게 만든 원인일진대, 사람들은 김훈의 글붓에 환호하는 것인가, 그림붓에 환호하는 것인가? 아니면 붓을 휘두르는 풍모를 찬사하는 것인가?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면 그림붓이 되고, 글을 써넣으면 또다시 글붓이 되기는 하지만, 무엇을 표시하건 간에 붓이 지나간 자리에는 뜻이 있기 마련인데 내 눈에 쉬이 밟히지는 않는다. 김훈이 정치적으로 중도적 성향을 보이는 것은 알고 있지만 위난을 애써 불러놓고서 '패잔병'의 관점을 고수한 것은 다소 거북하다. 더욱이 그 '패잔병'조차도 '패배하지 않은 패잔병'이다. 만약 쓰라린 패배가 의미 있는 기억이 되어야 한다면 패배를 낱낱이 드러내야 할 것인데, 이 글을 이어간 패잔병은 국지전의 승자와 국지전의 패자를 한 화면에 데려왔을 뿐이다.

남한산성에서 일관되게 그려지는 뜻이 하나 있기는 하다. 그것은 바로 생명이다. 김훈에 의하면 생명은 아래로부터 피어나는 것인데, 폐쇄적인 사회에서는 고담준론에 의해 짓밟히고 공멸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사회가 철저히 부숴졌어도 생명은 남는다. 기나긴 전쟁의 피로가 가시지 않았을 텐데, 전쟁터를 기웃거리며 기물을 수집하고 봄나물을 캐고 천민 서날쇠는 정칠품 추증은 안중에도 없고 살 계획을 세우기 바쁘다. 더군다나 이 소설의 마지막이 '봄'이지 않은가.

이 소설을 가만히 녹여보면 별로 눈에 띄는 인물들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특이하다. 주요 인물인 김상헌조차도 너무나 평범한 서생이다. 대장장이 서날쇠와 귀화 역관 정명수는 솟아나오려다 말았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악을 배제한 것인가? 용장군과 칸은 일반적인 악인일 뿐 상대 진영일 뿐이다. 작가가 가장 사랑한 인물은 '최명길'이 아니었을까? "처형하라"는 공론을 초연하게 받아들이며 주상과 끝까지 시선을 맞췄고, 논적인 김상헌의 뜻을 가로막지 않는 아량이 여유롭다.

답답하다. 소설 속의 그림풍처럼, 등장인물들의 불평처럼 답답한 소설이다.

한 번의 교전도 없어서 진군대열은 한가했고, 행군 속도는 하루 백오십 리를 넘었다. 가마에서 흔들리며 칸은 이 무력하고 고집 세며 수줍고 꽉 막힌 나라의 아둔함을 깊이 근심하였다. (책 260쪽)

풀리는 강을 바라보면서 칸은 망월봉의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조선 행궁의 망궐례를 생각했다. 홍이포의 사정거리 안에서 명을 향해 영신의 춤을 추던 조선 왕의 모습은 칸의 마음에 깊이 박혀들었다. .... 난해한 나라로구나..... 아주 으깨지는 말자.....부수기보다는 스스로 부서저여 새로워질 수 있겠구나.....(책 276쪽)

알 수 없는 것은 조선이었다. 송파강은 날마다 부풀었다. 물비늘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며 칸은 답답했다. 저처럼 외지고 오목한 나라에 어여쁘고 단정한 삶의 길이 없지 않을 터인데, 기를 쓰고 강자의 적이 됨으로써 멀리 있는 황제는 기어이 불러들이는 까닭을 칸은 알 수 없었고 물을 수도 없었다. 스스로 강자의 적이 되는 처연하고 강개한 자리에서 돌연 아무런 적대행위도 하지 않는 그 적막을 칸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압록강을 건너서 송파강에 당도하기까지 행군대열 앞에 조선 군대는 단 한번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대처를 지날 때에도 관아와 마을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조선의 누런 개들이 낯선 행군대열을 향해 짖어 댈 뿐이었다. 도성과 강토를 다 바꿔 놓고 군신이 언 강 위로 수레를 밀고 당기며 산성 속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걸고 내다보지 않으니, 맞겠다는 것인지 돌아서겠다는 것인지, 싸우겠다는 것인지 달아나겠다는 것인지, 지키겠다는 것인지 내주겠다는 것인지, 버티겠다는 것인지 주저앉겠다는 것인지, 따르겠다는 것인지 거스르겠다는 것인지 칸은 알 수 없었다. (책 280~281쪽)


작가가 답답해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조선의 내력이었을 것이다. 수 천년의 문화와 함께 버릴 수 없었던 성정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그려낸 전선의 그림이 참으로 답답하다. 그것은 후쿠자와라는 일본의 지식인의 눈에도 그대로 비치고 있다. 제국주의 시대가 아니라 FTA 시대라고 해서 달라지는 게 무엇일까.

문명이라는 것은 홍역이 유행하는 것과 같다. …… 이 유행병의 해로움을 증오하고 이것을 막으려고 해도 그 수단은 있는 것일까? 나는 결코 없다고 증명한다. …… 차라리 힘써 이 유행병의 전염을 도와, 일본 국민을 빨리 그 기풍에 물들게 하는 것이 지자가 해야 할 일이다. …… 문명을 막아 그 침입을 금하면, 일본은 독립을 유지할 수 없다. 
불행한 일은 이웃 에 나라가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중국이고 또 하나는 조선이다. ……이들은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나라가 망해, 국토는 세계의 문명 여러 나라들에 분할될 것임에 한 점의 의혹도 없다. 왜냐하면 홍역과 같은 문명개화의 유행에 직면하면서, 양국은 그 전염의 자연적 추세에 등을 지고 무리하게 이것을 피하려고 밀실 안에 틀어박혀 공기의 흐름을 막고 질식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일본이라는 나라?』 중에서)


수만의 적군이 남한산성에서 얼마 떨어진 곳에 본진을 차리고, 실질적인 전투는 본진에서 떼어진 수천의 청군과 남한산성을 지키는 초병이거나 성을 떠나 게릴라전을 펼치는 유군(유격대)의 각개전투이다. 사실 이 전쟁은 국가 간의 전쟁보다 '각개전투'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저마다 대의를 외치지만, 임금조차도 한목숨을 부지하기를 바라고 함부로 오줌을 싸대는 칸 앞에서 굴욕을 감수했다. 국서의 명을 받든 당하들은 자기의 이름을 역사에서 빼고자 똥오줌을 질질 흘리며 명을 거슬렀고, 병사들이나 서민들이나 당장 먹여주는 곳에 귀의할 뿐 전쟁의 국면에는 별 관심이 없다.

작품이 담고 있는 이와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답답함이 해소되지 않는다. 김훈은 작가의 정체성이라는 해묵은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천상 소설가이다. 지식인을 대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서민을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다만 그려낼 뿐이다. 개화파와 개전파의 논쟁은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한 논쟁일 텐데, 이미 결론이 나 있는 논쟁이었다. 다만 거기다가 '말'을 덧붙였을 뿐이다. 그 논쟁 자체가 주는 메시지는 없다. 다만 허위를 드러낼 뿐이다. 소설가가 담담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뜻을 내세우지 않는 것은 정설이지만, 김훈은 이 점을 너무 미련하게 추구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논의하지 않고 그려낼 뿐이다'는 전설의 작가들도 자신의 할 말은 모두 했다. 다만 최종적인 결정을 독자에게 배려할 뿐이다. 그 정설은 그야말로 우여곡절을 통해 유지되는 것이다. 마치 최명길과 김상헌의 길이 다르지만 그 지극한 곳에 미쳐서는 하나의 길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100년 후에 이 책을 누군가가 읽는다고 생각해보자. 그들은 우리의 해묵은 내력이나 짜증나게 훑으라는 것인가. 김훈의 '유보'가 너무나 아쉽다.

다만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글붓과 그림붓이 다 필요하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유익한 가르침이었다. 나는 종이 한 장을 펼치고 거기에 인물들과 사건들을 지도처럼 표시할 것이다. 김훈의 인물들은 정물화처럼 희맑지만, 나는 인물들을 심층적으로 인터뷰하여 현장에서 녹이고 남을 듯한 아우라를 만들어내고 싶다. 그의 나머지 작품들을 읽는 것은 나의 선택이지만, 다른 작품에서는 담담함보다 치열함과 섬뜩함을 보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쨌든 독자를 먹여살리는 것은 작가의 기록이 남긴 '의제'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치밀한 묘사가 아니라 인물들의 생생한 열전과 책이 일관되게 던지는 메시지다. 참으로 여민동락(與民同樂)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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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05-23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이 분께 싸인 받았다. 나도 왠지 이 책은 그다지 끌리지는 않는데 그래도 전작주의 작가라 읽기로 했다.^^

승주나무 2007-05-23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스텔라 누나//나는 싸인은 받지 않았지만, 기회가 좋아 책을 얻게 되었어요. 처음 읽는 김훈이라 그런지 적응은 되지 않네요. 그래도 배울 것은 많은지라 읽기로 했죠~~
 
루시퍼 - 악의 역사 3, 중세의 악마
제프리 버튼 러셀 지음, 김영범 옮김 / 르네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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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악의 역사 초기부터 악을 인격의 역사라고 정의하였다. 인격의 역사란 악에 인위적 관념을 부여하는 것으로 철저히 인간의 차원에서 다뤄지게 된다. 인위적이란 것은 ‘거짓’이나 ‘과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루시퍼가 그런 존재이다. 루시퍼는 교훈적인 목적을 위해 과장된 채로 전승되었다. 루시퍼는 신이 창조해놓은 우주를 죄로 망쳐버린 악마이자 영원한 벌을 받는 존재이다.



악이란 사실 ‘무지’의 반영일 뿐이다. 전승해오는 이야기를 보면 사탄은 지구에서 생명을 잃어버린 바로 그 중심, 암흑 속에 존재한다. 그곳은 가장 낮은 곳이며, 중대하고 무거운 죄로 가득 찬 곳이다. 사탄은 회전하는 세계의 죽은 지점에 꼭 들어붙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 그곳은 매우 어둡다. 어둡다는 것은 생명이 없다는 것, 무익함과 무의미, 암흑, 그리고 비존재를 뜻한다. 루시퍼는 바로 죽음과 죄의 무의미함이자 영원히 고립된 어둠의 집단에 사는 존재이다.


사실 악마는 인간에 의해 채용된 것이 아니었을까. 인간은 영원히 인간을 지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이 아니라면 언제까지나 지배력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바로 신과 악마이다. 어둡고 무서운 곳에 악마를 배치함으로써 일탈행위나 일탈행위로 오인되는 ‘자유’를 제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14세기나 15세기 초반과 같이 역병, 기근, 전쟁 등 인간의 생명을 시시각각으로 위협하는 상황들은 ‘악마’의 유혹을 받기 매우 쉬운 시대였다.


악마가 위정자들에게만 효용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학가들에게도 매우 큰 가치가 있었다. 문학가들은 위정자들보다 훨씬 구체적인 의미의 ‘악마 개념’을 형성한다. 풍자라는 기제를 이용해서 고위 성직자, 귀족, 상인들을 악마의 배열에 합류시킨다. 특히 악마가 이들을 데려오는 모습에서는 매우 의미심장한 은유마저 느껴진다.


어렸을 때 기억을 되돌려보면 ‘악마’라는 개념은 매우 낯설다. 그때는 귀신이나 괴물, 공산당이 있었을 뿐이다. 악마는 매우 현대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악마가 어린애들을 데리고 무엇을 하겠는가.

나는 악마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실존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악마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단, 그들은 매우 인간적인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는 거다. 악마는 인간 자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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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8-11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시시 웃으면서 조신하게 V자를 그려봅니다...^^

승주나무 2006-08-11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피 성님.. 애들 푸시죠^^ V
 
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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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쓰기 위한 기본 요소
● 세계를 깊이 있게 분석해낼 수 있는 지식
● 현상과 세계를적절히 조작해낼 수 있는 구상력
● 생각과 사고를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장력-29쪽

독서는 단지 지식을 얻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남의 문체, 구성력, 표현력을 배울 수 있는 과정이다.
어떤 내용을 표현하는 방식, 어투, 예시와 인용을 끌어오는 방법, 서두와 결말을 맺는 방법 등을 눈에 익히고 따라하게 된다. 이러한 독서의 내면화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35쪽


학습의 방법은 이론 설명보다 실전과 실습 위주로 하라. 글쓰기는 원리를 배우는 것보다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이론을 공부하되 이를 적용하는 연습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37쪽

좋은 문장은 얼마나 성실한 교정 작업을 거쳤는가에 비례한다. 어법 부분에 자신이 없으면 문장에 관한 책을 한 권 사서 학습하라. 그리고 매번 글을 쓰고 난 후 어법에 어긋나는 문장은 없는지, 의미가 통하지 않는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검토해보라. 그래도 의심스러우면 반드시 주위 사람에게 보여주고자문을 받으라. 좋은 문장을 쓰는 것은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38쪽

다음 항목에서 자신에게 해당하는 것에 O 표를 해보자.
1. 글을 시작하기가 어렵다.
2. 글을 쓰기 전에 사전 준비를 하지 않고 바로 시작한다.
3. 무엇에 대해 써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4. 몇 줄 쓰고 나면 할 말이 없어진다.
5. 생각이 문장으로 표현이 되지 않는다.
6. 서론을 쓰는 것이 어렵다.
7. 구성을 짜기가 힘들다.
8. 글을 너무 빠르게, 또 쉽게 쓴다.
9. 한 편의 글을 쓰는ㄷ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10. 글을 쓰고 난 뒤에 보면 틀린 문장과 오자와 탈자가 너무 많다.

만약 6개 이상 O표를 했다면글쓰기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이다. -39쪽

테마가 정해져 있지 않다면 어떤 것을 잡아야 할까? 여러분에게 글을 써달라는 청탁이 오면 어떤 테마로 글을 쓰고 싶은가? 대답은 간단하다. 가능한 한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서, 또 자신 있게 쓸 수 있는 분야에서 테마를 선택해야 한다.
논술과 구술면접에서도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소재와 논거를 활용할수록 더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47쪽

논술시험의 발상단계는 조금 다르다. 논술문제는 논제 속에 이미 테마가 포함되어 있다. 보통 논술 문제는 문제가 분명하게 주어져서 그 문제에 대한 학생의 생각을 묻는다. 따라서 학생들은 논제와 예문을 잘 읽어 검토한 후에 주제와 구성적 아이디어를 짜면 된다.
입시논술에서 구성적 아이디어는 테마의 개념을 바꾸어보기, 문제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 강구하기, 어떤 개념이나 주장 비판하기, 비판한 주장에 대해 대안 제시하기 등을 사용하여 찾는다. 학생들은 이런 발상 단계를 거치면서 시험지 뒷면을 이용해 자세한 개요를 작성한다. 이때 내용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료는 오로지 예문(제시문)뿐이다. 시험장에서 글을 쓰기 전 참고자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예문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따라서 입시논술에서는 무엇보다 예문을 세밀하게 읽어보아야 한다. 거기서 주제와 구성적 아이디어는 물론 내용(글감)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65쪽

구성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여러 자료들을 자신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배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같은 자료라도 어떤 방법으로, 또 어떤 순서로 보여주느냐에 따라 설득의 정도가 달라진다.
‘아! 그래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구나!’ 라고 독자가 동의할 수 있는 논리적 흐름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단락 단락의 소주제를 점검하고 그것들을 논리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 -109쪽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성을 하나의 전혀적인 구조로 파악하낟. 그래서 3단 구성이니, 4단 구성이니, 5단 구성이니 하는 방법으로 배우고 이에 글을 맞추려 한다. 그렇지만 실제 글을 쓰다 보면 이런 구성법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글의 내용을 구성법에 맞추다 보면 글의 주제가 사라져버리거나 내용이 변하게 된다. 틀에 박힌 구성에 맞추어 글을 쓰는 것은 주어진 문제에 답을 맞추는 퍼즐 게임처럼 죽은 글이 되기 쉽다.
……
글의 구성은 하나의 흐름을 말하는 것이지 고정된 틀이 아니다. 따라서 구성을 짤 때는 형식에 맞추는 게 아니라 글의 흐름에 맞춰야 한다. -118쪽

서두는 하나의 완결된 글에서 글의 시작을 알리는 첫인사이다.-193쪽

매번 서두를 쓰면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방법을 한 번 권하고 싶다. 특히 논술시험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유익하게 이용할 수 있다.
먼저 화두의 앞에 ‘화제’에 해당하는 문장을 서술한다. 화제 중에서 테마와 관련된 일반적 상황이나 예화, 인용구 어떤 것이라도 가능?. 그러나 가급적이면 테마에 대한 일반적 상황을 서술해주는 것이 편하다. -207쪽

글의 작성 순서에 따라 글을 완성했다면 다음 과정을 점검해보자. 아래 질문 항목을 보고 해당 항목에 O표를 하라

1) 글을 쓰기 위해 여유 시간을 따로 준비했다.
2) 테마와 주제를 잡기 위해 여러 생각을 해보았다.
3) 어떤 방식(구상적 아이디어)으로 구성할지 고민했다.
4) 간략한 글의 흐름을 메모해보았다.
5) 적절하게 개요를 작성했다.
6) 개요표를 보고 작성을 했다.
7) 서두에 쓸 첫 문장을 준비했다.
8) 앞글을 읽어가면서 글을 작성했다.
10) 글을 쓰면서 국어사전을 이용했다.
11) 초고에 대한 수정 과정을 거쳤다.
12) 수정은 소리 내어 읽으면서 했다.
13) 수정 과정에서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14) 자신이 쓴 글이 만족스럽다.
15) 앞으로 자주 글을 쓰고 싶다.

평가
O표가 11~15개인 경우는 혼자서도 좋은 글을 쓸 수 있지만, 10개 이하인 경우는 선생님이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관련 자료를 더욱 열심히 보아야 한다.-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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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5-08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절 위해 정리해 주셨네요 담아갑니다

stella.K 2006-05-08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 하겠습니다.^^

승주나무 2006-05-08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 님//얼마든지요.
스텔라 님//저도 좋은 참고가 되었어요^^
곧 정식 리뷰를 써야겠지요^^;;
 
우울과 몽상 -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 하늘연못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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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의 공포를 기억하는가. 검은 고양이의 공포는 연령대에 따라 최소한 두 가지의 장면으로 압축된다.

어린 시절의 공포는 '벽을 허물자' 아내의 시체 위에서 기분나쁜 증오의 눈빛으로 주인공을 대하며 음산한 비명을 지르는 검은 고양이의 모습이다. 그것만으로도 검은 고양이는 추리와 공포의 대명사가 되기 충분하지만, 에드거 앨런 포를 '진정한 공포의 대명사'로 만든 '공포의 장면'은 성인이 되어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검은 고양이의 주인은 불안하고 난폭하며 결여된 듯한 현대인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이 때의 난폭함은 피상적으로 드러난 난폭함이 아니라, 은밀히 감춰진 난폭함이다. 때문에 주인공은 치욕스럽고 고양이가 두렵다. 고양이가 낱낱이 자신의 치부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 두렵다. 사건의 발단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이러한 사정을 알았을 때는 고양이가 아니라 아내를, 그것도 사소한 일인냥 도끼로 베어버린 행동들이 자연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공포스럽다. 마치 내가 달려오는 지하철을 향해 몸을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 화가 단단히 난다면 상대방의 사지를 잘라 '파고'에서와 같이 분쇄기로 갈아버리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처럼. 현대인은 치욕과 분노 등 전반적인 감정을 다루지 못한다. 스트레스로 픽픽 쓰러지는 사람들도 대개는 그렇다. 포의 시대에도 그랬으며 현대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보들레르는 환상적인 시를 썼지만, 환상적인 소설을 무엇보다 쓰고 싶었다. 하지만, 미국에 포가 있음을 알고 '소설'을 포기했다. 그 대신 포의 소설을 줄기차게 번역해서 자국 프랑스에 소개했다. 이것이 포와 보들레르가 함께 '뜨게 된' 이유이다. 그렇지만, 포는 시도 잘 쓴다.

포가 공포만 쓴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포의 '포 다운 면모'가 드러나는 것은 '추리'와 '환상'이다. 괴도 루팡이나 셜록 홈즈는 모두 포의 추리소설에서 태어났다. 유명한 '황금곤충'은 해적의 암호를 찾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려낸 작품이며, 더 유명한 '도둑맞은 편지' 역시 '역발상'을 이용한 추리소설이다.

하늘연못에서 나온 '우울과 몽상'은 포의 소설을 모두 옮겨놓은 역작으로 환상, 풍자, 추리, 공포라는 네 개의 카테고리로 작품은 분류했는데, 비교적 적절한 분류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포의 영어판 문고본 작품집을 조금 본 적이 있었는데, 추리소설을 원서로 읽으면 그 재미와 공포에 취해 영어공부가 훨씬 잘 된다는 속설이 있다.

플라톤은 그의 모든 철학을 '윤리학'으로 수렴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서들도 '실천'으로 수렴하고 있다. 포의 환상적인 이야기들도 모두 '현실'로 수렴되기 때문에 '진정한 환상'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나도 끊임없이 현실과 현재와 조우할 수 있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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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 1 - 1부 대망
야마오카 소하치 원작, 요코야마 미쯔데루 극화, 이길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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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헌책방에 들락날락거릴 때는 항상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 질의 책이 있었다. 하나는 '플루타르크 영웅전'이었고, 하나는 '대망'이었다. 나는 하나의 '질'을 보고 있었고, 드디어 그것을 샀다. '플루타르크 영웅전' 말이다.

대망은 여러 번 들어오던 이야기이다. 그 분량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만화책으로 나왔다니, 보지 않을 수 있나. 서평단을 신청했더니, 1부 1권이 왔다. 아무리 서평을 쓴다는 조건으로 책을 받지만 만화책 한 권 가지고 '대망'의 '대의'를 가늠하기는 힘들지 않나?

그래서 '1권 어치'만 서평을 쓰려고 한다. 애초에 내가 읽지 않은 책을 '만화책'에만 의지해서 '완결성'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택도 없는 일'이니만큼, 내가 애써 '1권 어치'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내게서 나오는 글은 그것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다. 남는 것은 '푸념'밖에 없겠지.

이야기를 꽉 누르는 것은 '난세'이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숙명론자들이다. 물론 이것은 '동트기 전'의 일이기 때문에 '영웅'이 나타나면 '현실'이 될 것이다.

대개 사람은 자신의 시대가 '가장 어려운 난세'가 되기 마련이다. 난세는 대개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다. 그 무게감에 '나의 존재'마저 위축된다.

이 책을 읽으면 '난세'를 견디는 두 가지 길을 알게 된다.
하나는 난세의 역풍에 마냥 휩쓸리지 않고, '무게중심'을 찾는 일이다.

"지금과 같은 난세에는 얄팍한 계략 따위는 도움이 되지 않아. 참된 진실을 가지고 양가를 결합시켜 신불의 뜻에 부응하는 승리를 거두리라 생각했어."

가리야 성의 성주 미즈노 다다마사가 자신의 딸 오다이를 적장 마쓰다이라 히로타다에게 시집보내며 되뇌이는 말이다. 그의 아들과 다른 적들은 다다마사가 오직 정략적인 의도에서 딸을 시집보내는 것이라고 의심하지만, 그것이 의심이 아니라 '정의'였다는 사실은 곧 드러난다.

이것이 난세를 견디는 최소한의 방식이다.

난세를 견디는 두 번째 방식은 아직 책에 아주 조금 드러난다.
'난세' 안으로 뛰어들어 그 중심에 있는 것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그러한 인물이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주 복합적인 기술과 운이 필요하다. 첫 번째 미덕인 '무게중심'을 포함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정의'가 수립되어야 한다. 그리고 '일이 되게 하는 법'에 대한 처세술이 닦여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여러 꼼수를 멀리 하고 '단순'하고 '신의' 있고 '선 굵은' 행동들이 그의 '영웅됨'을 보증하는 것이다.

이야기의 토대가 되는 일본의 전국시대는 중국의 전국시대에 비견할 만하다.
하지만 그 차이점은 명백하다. 일본의 전국시대는 한두 명 정도의 영웅을 중심으로 모두 의지하는 형국이다. 중국의 전국시대는 여러 영웅이 겨루는 형국이다. 때문에 중국의 전국시대가 볼 거리는 더 많다.
그리고 일본의 전국시대는 담박한 맛보다는 '복잡하고 조잡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반일감정에서 나오는 심사는 아니다. 머리로 하는 수싸움이 너무 잦아 '휴머니즘'의 서사시가 흘러나올 구멍이 없는 것은 분명한 단점이다.

이 책은 원 저작과 함께 보는 것도 무척 좋겠지만, 사마천의 사기열전이나 종횡가들이 활약했던 시대를 그린 '전국책'과 함께 보면 재미와 깊이가 더할 것 같다. 우리도 지금 '난세'이지 않은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전13권
제1부
1권 '동트기 전'
2권 '이별'
3권 '주인없는 성'
4권 '발걸음의 조절'
5권 '형제의 술잔'

제2부
6권 '운명의 별자리'
7권 '도리이 스네에몬'
8권 '낙일(落日) 전후'
9권 '정략'

제3부
10권 '인간으로서의 탑'
11권 '돌풍전야'
12권 '반쪽만 남은 오동잎'
13권 '전야(前夜)의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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