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역사
존 리처드 스티븐스 지음, 류경희 옮김 / 예문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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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도 재판을 통하여 파문, 유죄를 선고받다, 아내를 팔아 돈을 벌다, 외설문학으로 본 성경, 미이라를 떌감으로 쓰다, 타이타닉 생존자들의 생생한 증언 등... 제목만 보아도 정말 어리둥절한 내용들이다. 이 책이 과연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구심마저 들게한다. 그 이유는 우리의 '상식'에서 벗어난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비인격체인 동물을 과연 재판할 수 있는가, 학술적, 역사적 가치를 지닌 미이라를 땜감으로 쓸 수 있는가, 인권, 윤리를 무시하고 아내를 팔수 있는가, 사랑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종교의 성경에 넘치는 잔인한 이야기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현 시점에서 내가 갖는 느낌은 이렇지만, 그 당시에는 분명 상식적인 것이 였으리라.

여기서 상식의 허약함이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상식은 보편적인 지식이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잠시 잊고 살았던 나에게 일침을 놓는다. 과연 우리의 상식은 미래의 상식에 부합될까? 절대 아닐 것이다. 자본논리로서 스스로의 가치를 매기고, 자연을 대상화하여 파괴하며, 정신보다 물질이 앞서가는 인류의 모습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보편적 상식에 대한 먼 훗날의 느낌은 분명히 충격적일 것이다. 지금의 나의 모습으로 과거를 보듯이, 미래인들도 우리를 볼 것이기에 흥미 위주로 쓰여진 듯한 이 책이 던져주는 의미는, 역사와 인류를 바라보는 긴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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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설공주 이야기 흑설공주
바바라 G. 워커 지음, 박혜란 옮김 / 뜨인돌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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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는 없다. 익히 알려진 동화들을 다시 썼다고 하지만, 읽으면서 참신하다라는 느낌이 안드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야기를 만드는 감각이 떨어진다고 해야하나.. 중간 중간에 억지스러운 부분이 눈에 띤다. 동화에 내재된 남성주의와 고정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바꿔보자는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렇지만 그가 펼친 이야기를 통해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저자 역시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여성만의 시각으로 그려냈으니깐. 남자의 시각을 엎어버리고 여성이 올라서는 구도가 아닌, 성을 초월한 진정한 평등, 또는 남녀의 생물학적, 문화적 차이(불평등이 아닌)를 철저하게 인정하는 자세로 썼으면 좋았을 것 같다. 너무 어려운 주문인가. 그래도 이 책에서 볼만한 것이 있다. 동화에 영향을 끼친 전설, 신화, 미신에 관한 이야기들을 아주 조금씩 써놨는데 차라리 이 부분만을 가지고 썼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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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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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더러운 것, 병균 때문에 몸이 상할 것 같은 생각이 되풀이돼 꺼림칙하다.
2. 옷 음식 도구 등을 정렬하는데 집착한다.
3. 죽음이나 불쾌한 생각이 자주 들었다.
4. 불이 나거나 도둑이 들거나 또는 집이 침수될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한다.
5. 쓸모 없는 물건을 모으고 쓰레기는 버리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 왔다.
6. 불길한 사건이나 불쾌한 생각과 관련있는 특정 색깔이나 숫자 이름을 피하는 행위를 반복해 왔다.

강박증 환자의 주요 특징으로써 주인공의 행동과 정신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는 자신만의 정체되고, 폐쇄된 세계에서 안정을 찾는다. 변화는 두려움이며, 공포이다. 보통사람에게는 아주 일상적인 것들이 그에게는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다. 아니 주인공은 적응하는 방법을 모르는 나약한 소시민인 것이다. 본의아니게 주인공의 세계를 침략한 비둘기는 현실의 눈을 뜨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어 죽음을 맞이할 나이에 새삶을 던져주고, 홀연히 사라진다. 소설 전반적으로 보여지는 미묘하고도 섬세한 심리묘사가 백미라고 하는데, 파트리크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현실과 자아의 벽을 깨부수는 자신을 발견하고 싶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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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존 그레이 지음, 김경숙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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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을 조금만 읽으면 뒷부분은 안봐도 비디오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내용의 다른 버전이 계속 반복된다. 마치 암기라도 하라는 듯한 저자의 배려는 지독하게 지루하다. 자상하게도 예문까지 번호를 달아 줄줄이 남겨놓았다. 이 책은 아침드라마 대본을 읽는 착각까지도 들게 한다. 남자배역의 대사에 이어 여자배역의 대사가 이어지는데 과연 이 텍스트를 읽어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회의감만 머리속에 맴돈다.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며 그에 맞게 배려하자는게 골자. '남자는 신뢰를 원하지만, 여자는 관심을 원한다.' 이 한줄이면 이 책을 다 읽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책이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성문제에 관한 세인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며, 관계개선, 유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했기에 점수를 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가지 의문이 든다. 과연 이 책은 보편성을 가지는가? 나의 대답은 물론 아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과연 이 책은 해답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을까? 해답은 멀리서 찾지 말자.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기에.. 다만 눈여겨 보지 않았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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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개정증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태언 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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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 처음 들어보는 낯설은 지역이다. 그런데 익숙하게 느껴진다. 같은 농경문화권이여서 그런지 그들의 삶은 우리들의 시골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 아니 박정희식 잘먹고 잘사자 철학이 있기 전의 우리 모습이다. 그들이 변화되어가는 모습조차도 우리와 닮았다. 먼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은 시화호 개발로 바다와 함께 살아왔던 사람들의 문화와 해양생태계를 파괴했던 행정적 과오를 통해서도 알수 있다.

현대화라는 화려한 포장이 남기고 간 자리에 잃어버린게 많아서일까. 자연의 푸르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평안함이 느껴진다. 사람냄새가 나는 그들의 전통과 문화속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생태주의적 미래사회를 꿈꾸어야 할 것같다. 지구상의 생명체가 각자의 가치를 지니고 생태계를 유지해 가듯이, 문화도 그 태생적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발전해 간다면 모두가 바라는 미래를 창조할 것 같다. '한 사회의 복지의 진정한 지표는 국민총생산이 아니라, 국민총행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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