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종교와 죽음 - 도미노총서 3
베르나르 포르 / 영림카디널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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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한 생이기에 죽음이라는 존재는 인간의 의식속에서 두려움과 공포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는지도 모른다. 종교는 그러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인간스스로가 만들어낸 자기기만일 수도 있다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인지 죽어가고 있는 것인지 의식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전통적이며, 관습적이고, 종교적인 의식을 통하여 죽음을 간접적으로 가끔씩, 그러나 반드시 접하고 있다. 때로는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한다. 나의 존재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책은 우리가 미쳐 모르고 있었던 아시아적 사고를 파고든다. 불교와 힌두교의 기본적인 개념들 뿐만아니라 우리의 전통과 문화, 의식에 어떤식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죽음, 시신, 유골, 장례 등에 내재된 의미를 체계적으로 알게 되서 만족스럽다. 인상깊은 내용은 동양의 종교는 죽음을 삶의 연장선으로 보고, 장례를 죽음에 대한 '현상'을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인도에서 일본에 이르기까지 아시아인들이 보여주는 죽음에 대한 다양한 태도에는 한결같이 '삶을 지속하려는 끈질간 욕망'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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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 - 피와 광기의 세계사
콜린 윌슨 지음, 황종호 옮김 / 하서출판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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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인간의 잔인성과 폭력, 살인에 대한 보고서이다. 1부에서는 범죄학, 심리학, 생물학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이론들을 접목시켜 인간의 잔인한 파괴성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자칫 흥미 위주의 가벼운 내용이 주가 될수도 있는 내용들이기에 1부의 도입부분은 이 책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역할을 하며, 다음에 전개될 내용에 대하여 기대하게끔 만든다. 2부에서는 '피의 역사'만 골라서 고대부터 근대까지를 보여준다. 기존의 일반적인 역사책과는 분명히 다른 형식으로 역사를 되짚어보게 한다. 3부에서는 잔인한 사건에 대한 기록들의 나열이 있다.

제목만큼이나 정말로 흥미로운 내용들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방대한 양의 역사를 축소시킨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다 읽고 나면 저자가 밝힌 의도와 목적에는 도달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내용이 뒤로 가면 갈수록 단순히 사건의 기록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창조성의 동전의 양면과 같은 파괴성을 살펴 봄으로써 인류의 진정한 모습과 지향점을 발견하려는 시도만 했을 뿐(1부에서) 그 뒤부터는 밋밋했다. 화려한 겉표지와 달리 오타가 많았던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책의 내용과 책상태 모두 용두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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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사전
이외수 지음 / 동숭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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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좋게 말하면 언어의 유희, 나쁘게 말하면 말장난. 좋게 말하면 감성의 집합체, 나쁘게 말하면 잡동사니 수거함. 좋게 말하면 여가 활용, 나쁘게 말하면 시간 때우기. 좋게 말하면 좋은 내용들, 나쁘게 말하면 선인들의 사상 울궈먹기. 좋게 말하면 참신한 발상, 나쁘게 말하면 남는 것은 없다. 시간내서 읽으면 허무하고, 훑어보면 맛이 안난다.

내용의 무게는 한없이 가벼울 수도 있고, 한없이 무거울 수도 있다. 이외수의 시각에 때로는 유머를, 은은하게 다가오는 풍취에 취할 수도 있고, 썰렁함을 느낄 수 있다. 아쉬운 것은 한계효용의 법칙에 의하여 뒤로 가면 갈수록 무감각해 진다는 것. 확실한 것은 이 정도의 감성사전은 사랑을 하고 있다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메마른 땅의 단비는 사랑이지, 이외수의 감성사전이 될 수 없다.

불행 - 행복이라는 이름의 나무 밑에 드리워져 있는 그 나무 만한 크기의 그늘이다. 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그 그늘까지 나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 - 겨울이 오면 유년의 꿈결 속을 떠도는 바람의 혼백이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마른 쑥대풀은 소매 끝을 잡고 흐느끼는데 아이들은 언덕배기에 올라 연을 날린다. 공허한 세월 속으로 소멸의 강이 흐른다. 시어들이 죽고 바람이 분다. 낭만이 죽고 바람이 분다. 사랑이 죽고 바람이 분다. 하늘이 흔들린다. 그리움이 흔들린다. 그리움은 소망의 연이 되어 하늘 끝으로 떠오른다. 하늘 끝으로 떠올라 인연의 줄을 끊고 영원한 설레임의 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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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복과 나비
장 도미니크 보비, 양영란 / 동문선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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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밖으로 흘러내리는 침을 정상적으로 삼킬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기분일 것 같다.' 이 문구는 locked-in syndrom 환자의 가장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평범한 나로써 살아갈 수 없는 저자의 이러한 상황은 '다른 세계의 특별한 사건'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행한 일들은 특정인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기에,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사치스러운 낭만이 아닐까 .

'잠수복과 나비'의 저자는 나에게 세가지 물음과 해답을 주었다. 첫째, 내 몸이 나를 가두는 틀에 불과하다면, 삶은 진정 계속 영위되고 있는 것인가? 둘째, 정신과 육체의 벽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세째, 속박과 자유로움의 경계를 구분지을 수 있는가? 이 세가지 물음에 대한 현명한 해답은 결코 쉽지 않지만, 저자의 삶을 통에서 희망의 빛으로 발견된다.

자아의 가치는 스스로를 증명함으로써 더욱 값지게 된다. 눈꺼풀의 작은 떨림으로 내적 자아와 외적 현실 사이에 놓인 벽을 헐어버리기에, 이 책 안에서 살아 숨쉬는 텍스트들은 인간의 숭고함으로 승화된다. 자유는 나비가 되어, 나비는 잠수복을 벗고 너풀거리며 날아가는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로 내 안에 각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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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지음, 정현종 옮김 / 물병자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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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이고, 명상적인 색채가 강하다. 크리슈나무르티의 머리속에 둥둥 떠다니던 추상적인 담론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쉴틈없이 넘실거리기에 받아들이기에 앞서 거부감을 갖게 된다. 수사학적 표현들, 추상적인 개념들..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든다. 권위 즉 아는 것으로 부터의 자유를 강조하는 저자의 가르침을 받아들인다면, 혹시 그가 말하는 권위에 순응하는 중고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닌가.. 그의 권위는 그가 말하는 권위와 뭐가 다른가.

외부가 아닌 내부로부터의 깨달음은 과연 기존의 것을 부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이 될 수 밖에 없는지. 그는 역동적이고 생명력이 넘치기 위해서는 변화를 강조한다. 무감각해져버린 정신적 해이를 깨고, 정신과 몸이 역량을 다한다면 진정으로 자유로워진다고 한다. 말은 쉽다. 그래도 '그가 침묵한다는 걸 아는 사람, 그가 사랑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사랑이 무엇이며 침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이 말은 새겨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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