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이 언니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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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부터가 재미가 있다. 봉순이... 투박한 이름만큼이나 성격이 무던하고, 의존적인 삶을 살았던 '그 집의 식모'. 짱이에게 가장 가까웠고, 따뜻한 심성을 보여주었던 '그 집의 봉순이'... 이 소설에서는 가족이나 다름없었지만, 결코 가족이 될 수 없었던 봉순이의 삶을 '조숙했던 짱이'의 깊은 시선으로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또한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꽃을 카메라로 찍어내 듯이 표현한 '짱이의 기억'은 우리의 70년대를 투사하고 있다. 식모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는 '우리 세대'에게 식모살이는 흑백사진의 이미지로 남는다. 먼지가 묻어나고, 모퉁이는 헤지고, 여기저기 접혀서 생긴 줄에 가려진 얼굴들...

그러나 그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삶에서는 타인으로써의 향이 느껴지지 않는다. 좀 더 인간적이랄까? 화려한 칼라에서 느낄 수 없는 진한 추억의 향... 운명처럼, 수레바퀴처럼 반복되는 절망의 연속일지라도 끈끈함이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은 억척스러움이었다. 70년대 봉순이들의 억척스러움은 희망의 동아줄이었고, 운명을 향하여 온몸으로 저항하는 -나약하지만 절대 굴복하지 않는- 인간의 마지막 자존심인 것이다. 봉순이 언니에 대한 회상, 그것은 인간에 대한 연민을 담고 있지만, 희망의 발견이며,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책장에 꽂혀 있는 -기억에 잊혀졌던- 앨범을 다시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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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실습 - 전문가로 가는 지름길
이채남 지음 / 대림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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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p를 준비하고 있거나, 오라클 관련 서적을 보다보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이 실습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꽤 있을 것이다. 머리에 든 것 뿐만 아니라 손에 익히는 과정 또한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은 드물었다. 실무에서 바로 써먹지는 못할지라도 실무 적응기간을 단축하거나 자신의 기술을 배양시키기에는 도움이 어느정도 될 듯 싶다. 특히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예제들은 좋은 것 같다. 두께도 얇은 편이고, 인쇄상태나 편집상태도 봐줄 만 하다. sql 뿐만 아니라 adminstrator나 back up, 튜닝 같은 실습 관련 서적도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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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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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 고르는 나의 손이 무안하다. 책과의 여행. 아니 책의 명령에 따라(마치 최면을 걸듯이) 나의 상상력을 좌지우지하려는 태도가 불순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할 짓이 되게 없었나보군. 분위기는 몽환적이고, 최면을 거는 듯 한데.. 어설프다... 그것도 한참... 형식은 자유로우나, 내용은 허무함만 가득하다. 얻는 것은 따분함이오, 잃는 것은 시간이다. 이 책이 유도하는 상상력은 나의 잠에서 태어나는 꿈보다 못하니. 나는 차라리 잠을 자겠노라.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기에는 저자의 어리숙한 발상이 애처롭다. 한가지 묻고 싶다. 나를 인도하려던 여행의 책아~ 니가 원하는게 무엇이냐? 삶에 치여 지쳐버린 나의 영혼을 위하여 안식을 주려했는가? 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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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 비틀어 보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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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서평들을 보면 가관이다. '역시 에코다', '대단한 풍자와 위트', '이게 바로 패러디' 그러나 '이해는 잘 안 된다' 그러면서도 '되게 재미있지만, 에코의 유머에 동승하기 위해 애썼다는 것에 만족한다.'라고 위선적인 웃음을 짓는다. '혹시 내가 바보가 아닐까', '내가 무식해서 일까', '언제쯤이면 이해할 수 있을까'라며 자학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이 책을 무엇을 위하여 읽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에코가 말하는 바보들의 표본이며, '신화 옵빠 짱'을 외치는 빠순이들의 습속과 동질하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유머는 기본적으로 문화의 코드가 맞아야 한다. 에코가 개그콘서트를 보고 웃는 상황은 거의 나타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을 학대하면서 거짓 웃음을 보이려고 하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다른 문화의 유머를 이해할 정도의 경험과 지식을 갖추려면 그 곳에 살아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매명주의로 탄생한 저속한 출판업계의 결과물일 뿐이다. 에코가 이 책을 안 썼다면 과연 저런 평들이 나올 것인가?

-인용-
'프랑스 브뤼헨이 최근에 CD를 냈는데, 그거 들어 보셨어요?'
'실례지만, 뭐라고 하셨지요?'
'「눈물의 파반」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초입 부분이 너무 느린 것 같더군요.'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군요.'
'반 아이크에 관해서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또박또박한 말투로) 블록플뢰테 말이예요.'....
'그거 참 재미있군요. 그래도 수제품 쿨스마를 손에 넣으려면 3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아시겠지요? 그런 점에서 보면 흑단으로 만든 뫼크가 낫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것 중에서는 최고죠. 가젤로니에게서 직접 들은 얘기입니다. 그건 그렇고,「데르드레 둔 다 프네 도버」의 5번 변주 정도는 들어 보셨겠지요?'
'그 곡보다는 텔레만의 환상곡들을 한번 연주해 보셨으면 해요. 해내실 수 있겠어요? 설
마 독일식 운지법을 사용하시지는 않겠지요?'
'아시다시피, 저는... 독일에 관해서라면... 독일의 BMW는 대단한 차죠. 그래서 독일인들
을 존경하기는 합니다면...'
'알겠어요 무슨 말씀인지. 바로크 식 운지법을 사용하시는가 보군요. 좋습니다. 다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사람들은...'

솔직해지자. 영어회화 시간에 다들 웃으며 얘기한다고 덩달아 웃는 눈치 빠른 바보가 되기 위해 책을 읽나? 세계적인 석학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피카소의 낙서를 평가하는 이들의 머리 속은 본질적으로 같을 것이다. 비싸서 아름답다. 이 말이 내 머리 속을 맴도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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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의 거미줄 창비아동문고 51
E.B. 화이트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경 옮김 / 창비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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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거위, 쥐, 돼지, 양 그리고 그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꼬마 여자아이가 주요 등장인물들인데... 우정이라는 가치를 아이들에게 전하는데에는 그리 문제가 없어보인다. 그런데 동물들의 삶을 너무 인간중심적, 인간의 시선으로 그려놓았다. 성격도 인간의 여러 단면들을 보여주려 했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그렇게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모험이라고 해봤자 농장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영화 꼬마 돼지 베이브 정도?의 느낌이다. 나이를 먹어서 인지, 감성이 메말라서인지 재미가 없다. 얘들이 읽으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소리내어 읽을때 좀 더 언어의 유희를 느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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