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날씨가 너무 좋았어요.

오랫만에 책을 던져버리고 친구들과 야외로 산책을 갔네요.

울산 대왕암(경주 문무왕이 잠든 대왕암이 아니에요. ^^)으로 가서 그 유명한 출렁다리를 건너 슬도까지 걸어갔습니다.



앗 이 사진은 렌즈를 제대로 안 닦아서 희미함요. ㅠ.ㅠ 

이 출렁다리의 길이가 무려 300m

쫄보인 저는 엄청나게 덜덜 떨며 건넜어요. 

참으로 다행인건 이 길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거.... ㅎㅎ

그냥 체험삼아 딱 한번만 건너지 다음에 다시 건너지는 않을듯합니다. 무서웠어요. ㅠ.ㅠ

중간에 아래 내려보다가 진짜 휘청하면서 쓰러질뻔.....


날이 생각보다 더웠지만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 예뻐서 산책 길이 즐거웠습니다.








슬도에 도착!

예쁜 등대도 맛난 밥집도 그리고 예븐 카페들도 다 있네요. 







카페 틀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데 참새 한마리가 자꾸 놀러와요.

얘들은 사람도 겁내지 않네요. 



날이 좀 시원해졌나 싶었는데 어제는 좀 많이 더웠습니다.

하루종일 걷고 다닌다고 힘들었는지 진짜 오늘 5개월만에 처음으로 늦잠 잤어요. 

일어나서 시간이 아침 10시인거 보고 저도 깜짝 놀랐다니까요? 

예전에 건강할 때는 휴일에는 무조건 자던 늦잠을 말입니다. ㅎㅎ

덥긴 했지만 햇빛 잔뜩 받고 친구들과 내내 투닥거리면서 길을 걷는건 뭔가 굉장히 건강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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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03 16: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남쪽 지방 울산 풍경이 그림 같습니다! 서울은 무섭게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바람돌이님 10월의 여행 청명한 푸른 가을 하늘 처럼 멋집니다 ^^

바람돌이 2022-10-03 16:36   좋아요 4 | URL
저도 대왕암공원은 몇번 갔지만 슬도까지 걸어 산책한건 처음이었는데 풍경이 아주 멋졌어요.
서울은 비가 많이 오는군요. 여긴 그냥 부슬부슬정도입니다.
날이 아직 좋을때 여기저기 가까운데 산책 다녀볼려구요. ^^

mini74 2022-10-03 16: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참새 깜찍합니다 ㅎㅎ 전 저 다리 못 건널듯 합니다 ㅎㅎ 눈이 시원해지는 파란 하늘이네요 ~

바람돌이 2022-10-03 16:37   좋아요 3 | URL
친구들이 다 건너서 그냥 할 수없이 건넜습니다. 저 혼자였으면 진짜 안 건넜어요. ㅎㅎ

페넬로페 2022-10-03 16: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울산 대왕앙, 슬도 메모합니다.
정자바닷가와는 다른 곳인가요?
저도 고소공포증 있어 출렁다리 못 건너겠어요^^

바람돌이 2022-10-03 16:38   좋아요 4 | URL
정자바닷가는 울산 대왕암에서 포항쪽으로 20km정도 더 가야해요.
대왕암 보고 정자 바닷가가서 산책하다가 회먹고 해도 되죠. 저도 고소공포증 약간 있는데 진짜 사람들이 너무 많이 걸어서 앞사람 등만 보고 가니 가지긴 하더라구요. ㅎㅎ

호우 2022-10-03 16: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늘 너무 예쁘네요. 참새도 귀엽고. 새는 금방 날아가버려서 사진 찍기 힘든데 잘 찍으셨네요. 아주 귀여워요.

바람돌이 2022-10-03 16:39   좋아요 1 | URL
이 참새가 안 날아가고 우리 옆에 자꾸 앉아서요. 사람들이 저 안해치는거 아는거 같았어요. ^^

단발머리 2022-10-03 17: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슬도에 가봐야겠네요! 하늘이랑 바다, 그리고 바위들이 절경이네요. 게다가 예쁜 카페까지 있다면 그야말로 퍼펙트입니다 ㅎㅎ

바람돌이 2022-10-03 21:49   좋아요 1 | URL
어제는 파도가 빛을 받아 바다에 빛의 장벽이 세워진 것 같았어요. 어떤 느낌인지 잘 안오시죠?
이게 사진으로는 안 찍히는지라.... 제 표현력의 한계가... 하여튼 바다는 볼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네요.
대왕암에서 슬도까지 산책길 추천합니다. 그런데 제가 부산에 사니까 늘 보고 가는 곳이라서 안올려서 그렇지 부산에 바다쪽 산책길이 더 예쁜데 많아요. ^^

새파랑 2022-10-03 17: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울산 출렁다리 가보고 싶네요. 전 저런 다리 건너는게 재미있더라구요 ㅋ

바람돌이 2022-10-03 21:50   좋아요 1 | URL
많은 분들이 좋아하셔서 진짜 많이 건너더라구요. 저는 재미없어요. 그냥 친구들이 건너서 따라갔을뿐.....

꼬마요정 2022-10-03 18: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늘도 너무 예쁘고 참새도 너무 귀엽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셨네요. 보기만 해도 마음이 치유되네요.
바람돌이님 덕분에 저는 지난 목요일에 사유원에 다녀왔어요. 진짜 좋더라구요. 좋은 곳, 좋은 책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2022-10-03 19:15   좋아요 3 | URL
요정님 사유원 이야기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자세한 페이퍼 부탁드려요 ㅎㅎ 사진도요.

바람돌이 2022-10-03 21:51   좋아요 2 | URL
어머낫 꼬마요정님 사유원 다녀오셨군요. 저는 단풍들때 가려고 10월 말에 예약해뒀어요.
꼬마요정님 사유원 이야기 진짜 기대할게요. 프레이야님 못지않게 기다리겠습니다. ^^

꼬마요정 2022-10-04 21:36   좋아요 1 | URL
어머 이렇게 후기를 기다려주실 줄 몰랐네요. 최대한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 너무 좋아서 저도 단풍 들 때 또 가려고 계획 잡았답니다.

감은빛 2022-10-03 18: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 년 전에 저 대왕암 공원에 갔었어요. 공원이 제법 좋더라구요. 슬도로 가는 출렁다리도 그 근처에 있나봐요. 거긴 못 가봤네요. 기억하고 있다가 다음에 갈 기회가 생기면 찾아볼게요.

바람돌이 2022-10-03 21:52   좋아요 2 | URL
저 출렁다리는 대왕암공원입구쪽에서 대왕암으로 가는 길에 생겼어요. 생긴지 오래지 않아서 예전에 오신분들은 못보셧을거예요. 요즘 핫합니다. ^^

책읽는나무 2022-10-03 18: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울산 대왕암 다녀온지가 언제였는지?^^
애들 어릴 때 한 번 가봤었어요.
출렁다리도 있는지? 슬도가 있었는지? 그때는 그게 없었던 듯 합니다.
근처 해송 둘레길이 괜찮았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오래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여전히 바위랑 바다는 아름답군요.
어젠 날씨가 엄청 덥고 화창하고 그랬었죠ㅋㅋㅋ

바람돌이 2022-10-03 21:53   좋아요 2 | URL
저도 이번에 오랫만에 다녀왔어요. 예전에는 저도 대왕암까지만 갔다왔던 기억이 있네요.
지금은 출렁다리도 생기고 슬도까지 산책길도 잘 닦여져서 걷기 좋더라구요.
어제는 그늘에 있으면 괜찮은데 햇빛이 진짜 따가웠어요.
오늘 비오고 흐린거 보니 이제 본격적으로 쌀쌀해지려나보다 싶네요. ^^

coolcat329 2022-10-03 19: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너무너무 좋네요.
슬도라는 곳이 있군요. 대왕암도 첨 들어보고 참 ㅠ
근데 참 아름답고 사진도 잘 찍으셨어요.
이런 곳은 그냥 혼자 가서 바람쐬다 오고 싶어요.

바람돌이 2022-10-03 21:54   좋아요 1 | URL
혼자 가서 바람쐬기는 안좋은게 사람이 너무 많아요. ㅠ.ㅠ
평일에 가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일단 관광버스가 너무 많이 들어오더라구요. ㅠ.ㅠ

프레이야 2022-10-03 19: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왕 슬도 저는 초겨울 바람 엄청 불던 날 갔었어요. 날려갈 뻔 했어요. 울산 대왕암에서 언제 저런 출렁다리가 슬도까지 생겼죠.
300미터나 후덜덜.
바람 햇살 좋은 날 잘 다녀오셨네요
사진도 멋져요

바람돌이 2022-10-03 21:55   좋아요 1 | URL
동해 바닷바람 장난 아니죠. 저는 작년에 제주도 성산에서 바닷바람에 날려갈 뻔했어요. ㅎㅎ
요즘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어제도 진짜 사람이 많더라구요. 조금 한적한 평일이면 요즘 같은 날씨에 딱 산책하기 좋은 코스였어요.

그레이스 2022-10-03 19: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슬‘은 무릎이라는 뜻일까요?
여기를 다녀오면 무릎이 아프다? 아님 무릎처럼 생겼다?...ㅋㅋ 아무말 중입니다.
너무 예뻐요~~
거문고라는 뜻도 있네요 ㅋㅋ

그레이스 2022-10-03 19:43   좋아요 3 | URL
파도가 칠 때 거문고 소리가 나서 슬도라고 한다고... 지금 보고 왔어요~~

바람돌이 2022-10-03 21:57   좋아요 3 | URL
거문고 슬자 맞아요. 근데 파도가 쳐도 거문고 소리는 안나고 그냥 파도소리만 나던데요. ㅎㅎ
솔직히 슬도는 섬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그냥 바위인데 그걸 방파제로 연결해놓고 등대 만들어놨어요.
그래도 가는 길에 물이 너무 맑아서 너무 예쁘더라구요. ^^

난티나무 2022-10-04 18: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보는 울산 바다~
저는 부산의 산책길이 궁금해요.^^ 나중에 소개해 주세요~

바람돌이 2022-10-04 20:42   좋아요 2 | URL
난티나무님한테는 그리운 풍경일수 있겠네요. 다음에 해운대 달맞이랑 오륙도쪽이랑 산책가면 사진찍어 올게요. 요즘은 영도쪽이 핫한데 저는 집에서 너무 멀어서 안가요. ㅠ.ㅠ

희선 2022-10-05 03: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출렁다리가 삼백미터라니 기네요 백미터도 길 듯한데... 한번만 가면 돼서 다행이네요 왔다 갔다 하기엔 좀 좁기는 하네요 바다와 하늘 멋집니다 친구분들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셨군요 함께 저런 곳에 갈 친구가 있어서 좋으시겠습니다 앞으로도 바람돌이 님과 친구분들 잘 지내시겠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2-10-07 21:31   좋아요 0 | URL
출렁다리가 진짜 길어서 저도 건너기 싫었어요. 근데 또 제가 남들이 하면 따라쟁이라서 그냥 묻혀갔어요. ^^
오래된 친구들이 있어서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알라딘에서도 점점 오래된 친구들이 생겨서 좋으네요. 희선님도 제 친구잖아요. ^^

yamoo 2022-10-05 0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울산에 대왕암이란곳도 있군요! 문무왕릉은 가봤는데...대왕암이 훨씬 더 좋아 보입니다. 멋진 다리도 있구요. 다리에서 본 풍경이 아주 멋집니다.

슬도...너무 멋진데요~ 담에 울산갈 때는 슬도에 꼭 들려봐야 겠어요! 사진들이 너무 기가막히게 좋습니다!!

바람돌이 2022-10-07 21:34   좋아요 0 | URL
삼국유사에 의하면 문무왕의 왕비를 이곳 바다 바위에 묻었다는데 솔직히 신빙성은 별로 없는듯합니다. ㅎㅎ
경주 문무왕릉도 사실 진짜 거기 바다 한가운데 바위가 무덤이 맞는지는 알수가 없는것처럼요.
울산 대왕암은 주변 산책로 조성을 하기 좋아서 아예 울산시에서 오랫동안 공원으로 조성을 했네요. 그래서 하루 나들이 하기 딱 좋은 곳이 되었습니다. 사진은 카메라 들이대면 그냥 나옵니다. ^^

psyche 2022-10-07 11: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예전에 친정부모님과 아이들과 함께 대왕암 갔었어요.
친정 아버지께서 손주들에게 울산 현대 자동차 투어를 시켜주고 싶어하셔서 부산 갔다가 울산 시티 투어를 했었죠. 그때 비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왔는데 건조한 지역에 사는 저희 아이들은 비 온다고 신나서 대왕암에서 우산도 안 쓰고 뛰어다니고 저는 아이들 미끄러져서 넘어질까 봐 잡으러 뛰고....ㅜㅜ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도 다른 거 본 건 다 잊어버리고 비 온 이야기만 하더라고요.

예쁜 등대와 카페가 있는 슬도지만 300미터 출렁다리를 건너야 한다니 저는 못 갈 거 같아요. 생각만 해도 무서워요 ㅜㅜ


바람돌이 2022-10-07 21:37   좋아요 0 | URL
300미터 출렁다리 안건너도 돼요. 그냥 산책길도 있어요. ^^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앞사람 등만 보고 가니까 건널만 하더라구요. ^^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 마음이 너무 좋네요. 물론 아이들이 좋아하는건 따로 있지만, 그건 뭐 어쩔 수 없는거구요. 저희집 애들도 어릴 때 어디든 데리고 가면 똑같았어요. 뭐 먹은거만 기억한다든가, 뛰어다녔던것만 기억한다든가.... 그게 다 추억이잖아요.
제 글의 사진들이 불러일으킨 추억이 프시케님을 잠시 행복하게 해주었다면 좋겠어요. ^^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여성커뮤니케이션 연구총서 14
이희은 외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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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 한국사이버성폭력 대응센터의 슬로건이다. 젠더문제는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달라진 시대, 달라진 여성의 삶과 존재를 연구하는 이들이 있다. 또한 새로 등장한 디지털 폭력에 대항해 싸우는 이들이 있다. 이들과 우리에게서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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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0-03 2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완독을 축하드리고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화이팅!!!!!

바람돌이 2022-10-03 22:1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다음달 책은 꼭 10월안에 끝내기 목표입니다. ^^

공쟝쟝 2022-10-04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변화에 함께하는
바람
돌이
님을 보며 변화를 느낍니다!

바람돌이 2022-10-04 17:07   좋아요 1 | URL
앗 바람이는 저기 후원했는데,
돌이한테도 시켜야 할듯....
둘이 되니까 너무 많아요. 힘들어요. ㅠ.ㅠ
 















제3부 1장 - 창조산업의 핑크게토와 여성 크리에이터의 성별화된 창의성 - 김애라


1980년대 이후 창의성은 기존의 예술, 철학, 학문의 영역에서 경영, 경제의 영역으로 이동해갔다. 

기업이 창의성을 기업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취급하기 시작하고 이런 기업경영을 국가경영이 모방하면서 창조산업이라는 신조어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문화산업과 창조산업이 여성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는데 이는 여성적 특성이 강조되던 서비스 노동의 정서적 요소나 소통의 요소를 많이 공유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특히 1인 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사적인 혹은 여성적인 영역으로 여겨져온 쇼핑, 육아,외모관리 등이 중요 콘텐츠로 등장하고 정보, 데이터라는 지위를 가지기 시작했다.

여성의 경험과 생각이 지식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여성들의 일상과 경험이 정치적인, 경제적인 사회적인, 즉 공적인 영역과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콘텐츠 시장에서 여성들이 유독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는 플랫폼 개발이나 경영이 아니라 광고 홍보 역할을 해내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영역이다. 그러면서 이런 분야에서 핑크게토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여성의 창의 노동이 자신이 자신의 여성화된 지식과 경험에 의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그것이 수용되는 방식에서는 주로 소비 상품들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꾸며짐으로써, 전통적인 남성 생산자/여성 소비자라는 구분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노동에서의 성별분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심미노동 분야 같은 곳에서 예전과는 다른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성별분업이 유지되고 있다.

결국 핑크게토의 확대와 여성 크리에이터의 등장은 문화적으로 여성성을 재생산하는 위치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기존의 여성적이라고 여겨져온 분야를 위반하고 확장함으로써 젠더의 경계에 균열을 내는 크리에이터 역시 등장하고 있다. 이런 경향들이 어떤 쪽으로 더 발전해나갈지는 아직은 지켜봐야할 듯하다.



제3부 2장 - 여성 게임 개발자로 살아간다는 것 - 이종임


장시간 노동의 문제, 회사 조직 내에서 여성 개발자로서 겪는 어려움 뿐만 아니라 게임 플레이어들로부터 공격을 받는 페미니즘 사상 검증이 새로운 이슈다.(281쪽)


와 진짜 여성 게임 개발자로 산다는 것의 다른 어려움들은 익히 예상하던 바였지만 페미니즘 사상 검증까지 요구된다는 것은 정말 놀랍다. 그리고 이런 사례는 게임개발 여성노동자뿐만 아니라 게임참가자에게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남성 소비자가 많은 게임 산업구조가 이런 검증을 강요하는 것이겠다 싶으면서 여성이 여성답게 살고자 하는게 정말 얼마나 어려운 결단을 요구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또한 많은 남자들이 자신이 신체적, 또는 숫자에서 우위를 점하는 공간에서는 얼마나 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사하는지를 입증해주기도 하고 있다.


제3부 3장 - 사이버 성폭력에 맞서 싸우기 : 불법 촬영물을 중심으로


'야동'의 가장 큰 문제는 '야동'의 상당수가 불법 촬영물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남성들의 통과의례나 놀이문화로 간주되는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사이버 성폭력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법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성폭력영샹을 제조, 반포하는 행위를 '성푹속에 의한 죄'로 분류하는 것부터 '성폭력 범죄'로 고쳐져야 한다. 또한 성폭력 피해 촬영물 유포 협박을 받는 경우, 현재는 협박죄로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이것은 성폭력의 단계로 인정되어져야 하고 성폭력차원에서 처벌이 되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영상을 찍고 유포하고 다운받는 것이 모두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뿌리내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실질적인 법개정과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법개정과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피해자는 계속 불안과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하고, 심지어 피해자가 자살할 경우 피해자의 동영상은 유작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다운로드를 유발한단다.

이런 디지털범죄가 근절되지 않는데에는 불법영상 업로더들-웹하드- 광고업체들(도박, 성매매, 디지털 장의사 등) -필터링 업체로 연결된 이들의 카르텔 의혹도 존재한다. 

돈이 되는 곳에는 어떤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되는 불법영상들을 삭제하는데 이들이 적극적일 수 없으며 오히려 한 발씩을 다 걸치고 있을 거라는걸 짐작하는건 어렵지 않다.

이 글을 읽고 그저 조용히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홈페이지를 찾아들어갔다.

가서 활동내용들을 둘러보고 소액이지만 후원신청하는 것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제가 지금 휴직중이라 금액이 적어 미안해요. 나중에 복직하면 후원금액 올릴게요. 



디지털콘텐츠 생산과 소비에는 성별이 주요하게 매개되고 있다. 성별에 따른관심사와 경험이 디지털 콘텐츠 생산과 소비의 자원이 되고 있다. 이는중립적으로 보이는 디지털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가 성별화되어 있음을보여준다.  - P240

90년대 후반, 문화산업이 여성과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여성의 진출이 가장 활발한 분야로 관심을 받아온 이후로 오늘날 여성들의 서비스노동은 창의 산업에 더 빠르게 접합하고 있다. 서비스 노동은 대표적인핑크칼라 노동으로 실상 창조산업의 정의에 부합하는 영역은 아니다.
화장품이나 의류판매원, 카페나 레스토랑 웨이트리스 등의 서비스 노동자들은 오히려 ‘창의계급‘ 이미지의 노동자로부터 멀리 있다. 하지만창조산업 담론과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매개로 미용, 쇼핑, 패션 분야의핑크칼라 일부 영역들은 지금 온라인 미디어 콘텐츠의 형태로 진화하고있으며 마케팅과 컨설팅의 영역으로 보다 분명하게 이동하고 있다.  - P246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슬로건을 통해 공과 사의 경계에 대해서 질문했던 페미니스트 역사 속에서 오늘날 여성의 경험과 생각이 지식으로서 인정받게 되었다는 점은 더 이상 여성들의 경험과 일상이 정치적인 경제적인, 사회적인, 즉 공적인 영역과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음을 재차 보여준다. 1인 미디어를 통해 여성들의 경험과 생각은이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더 많이 공유되고, 퍼져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 P251

많은 경우 여성 크리에이터들은 창의 노동을 잘 수행하기 위한 자질의 계발을 위해 여성화된 경험과 지식에 의존한다. 여성들은 이른 소비경험과 외모꾸미기 문화 속에서 이를 노동의 전망으로 인식한다. 소비와 외모 가꾸기와 관련한 많은, 또 다양한 경험들이 곧 ‘재미있으며 좋아하는 일‘로 범주화된 소위 여성적 콘텐츠 생산에 적합한 노동자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해주는 것이다.  - P255

또한 여성 크리에이터들이 주로 포진해 있는 뷰티, 쇼핑, 키즈 콘텐츠에서는 주로 소비 상품들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내용이 꾸려진다.  - P256

이런 장면은 남성 생산자/여성 소비자라는 전통적인 구분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여성성과 쇼핑 사이의 관계를 계속해서 구축한다. 소비자로서 여성의 이미지는 근대 이후 공고하게 구축되어온 역사 속에 있다. - P257

21세기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구조화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소비와 시장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뷰티나 라이프스타일, 쇼핑 등을 다루는 콘텐츠들에서 매력적인인물이 되는 것에 관한 사실은 여성성에 관한 특정한 필요와 욕망은 주로는 소비를 통해 충족될 수 있는 것으로 제시된다. 소비와 소비 상품이여성성의 획득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여성적 삶과 체험이 여전히 소비의 영역에 존재하고 있음을 가시화한다.  - P258

디지털 기술을 통한 새로운 정보 양식은 실제로 여성들에게 스스로 콘텐츠의 소비자이자 생산자가 되는 것을 가능케 하는새로운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때 여성들이 생산자로 등장하는 장면은 많은 경우 소비 상품을 매개로 자기를 전시하고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즉 소비와 소비 욕망을 생산하는 장에서이다.  - P263

장시간 노동의 문제, 회사 조직 내에서 여성 개발자로서 겪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게임 플레이어들로부터 공격을 받는 페미니즘 사상 검증이새로운 이슈다.  - P281

 젠더화된 성폭력 문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사이버 공간으로 확장됐고,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젠더 권력하에 ‘야동‘으로 소비되고 있다. ‘야동‘의상당수는 불법적으로 촬영되어 마구 살포되는 성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의 통과의례나 놀이 문화로 간주되어왔다. ‘야동‘으로 유통, 소비되어온 불법 영상물은 여성혐오의 대표적 사례다(홍남희, 2018)  - P301

사이버성폭력은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당연시 여기면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젠더 기반 폭력‘이다. - P306

사이버 성폭력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사이버 공간 내 성적 괴롭힘이다. 이를 가부장적 성문화의 시각으로 설명(남정림, 2005) 할 수도 있지만 여성혐오가 근간이 된다.  - P306

 여성 철학자 케이트 만(Kate Manne, 2017)은성차별과 여성혐오를 구분하고 성차별이 가부장제에서 남녀간의 불평등한 권력을 정당화하고 자연스럽게 하는 관념으로서 보살핌, 돌봄, 감정적 지원을 위해 여성을 규정하는 것이라면, 여성혐오는 성차별의 치안 권력police force이라고 말한다. 여성혐오는 성차별을 위한 일종의 집행 전략으로서 성차별과 더불어 작동한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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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10-03 0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핑크게토의 확대와 여성 크리에이터의 등장은 문화적으로 여성성을 재생산하는 위치에 있다... 저는 이 부분 보면서 제가 ‘참고‘했던 뷰티 유투버, 그리고 화장품 광고 블로거들 떠올랐거든요. 저는 그 시장이 무척 커서 놀랐고요. 그리고 그 때 제 생각으로는.... 자기가 좋아하는 (화장과 꾸미기를 잘하고 좋아하는 여성들도 많으니까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건 좋은 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이 글 읽으면서 다른 면도 보게 되서 참... 민망하면서도 부끄럽고 그랬습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홈페이지... 저도 들어가 볼게요. 바람돌이님의 실천, 너무나 존경스럽고요. 저도 그대로 따라하고 싶어집니다.

바람돌이 2022-10-03 15:34   좋아요 2 | URL
지금도 여전히 화장품을 바꾸거나 할때는 뷰티 유튜버나 블로거 찾아보면서 찾고는 하는데 그것 자체를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을거 같아요. 그리고 또 그렇게 돈을 버는것도 마찬가지고요. 우리가 지나친 엄숙주의나 도덕주의로 갈 필요는 없잖아요. 뭐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
실천이라고 하면 너무 부끄럽고요. 사실 얼마의 돈을 후원하고 그냥 양심의 가책을 덜어내는거같아서 저는 오히려 민망합니다. 그래도 이런 후원같은걸 얘기하는건 그나마라도 같이 해주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뭐 그런 생각에서이고요. ^^

공쟝쟝 2022-10-04 11:18   좋아요 2 | URL
돈 뭘까.. 돈 뭘까요? 저 번에 동생과 나눈 글에도 잠깐 썼지만 젊은 여성들은 그런 소비문화에 대해 그것이 ‘비용‘이라는 것임을 인식하고 있고 그(소비 행위)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하다 보면 느니까 자신이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 을 통해서 돈을 버는 커리어로 만들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이 사회를 살아가는 이상 소비를 아예 안 할 수는 없으니 비건 제품 같은 윤리적 소비를 하려고 하고, 그런 방식으로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고요.
보다 중요한 건 강남역 등 이후로 여성들의 꾸밈‘비용‘ (정말로 이걸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건 좀 중요해요 ㅋㅋ)을 많이 덜어져서 실제로 미용 시장이 타격을 입었다는 거예여.
음 뭐랄까.. 저도 핑크게토 이부분 진짜 유의미하게 읽었고... 젊은 여성들의 페미니즘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는데.... 이 책 어디에 있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는 데... 여하튼 이런 시장을 나르시시즘이 아닌 임파워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여성들 스스로에게 분명히 있고... 그러니까 음 괜히 두분 사이에 껴서 말 얹어보고 싶어서 쓰는 글이라 .... 정리는 안되는 데..
결론. :
바람
돌이님 이 페이퍼 정리 정말 잘되어있어서 책 한번 더 읽는 것 같은 귀한 시간였습니다!ㅋㅋ

바람돌이 2022-10-04 17:06   좋아요 1 | URL
이 책이 2018년에 나왔고, 벌써 4년전이네요. 그동안에도 유튜버같은 미디어분야에서 핑크게토화의 현상은 오히려 확대되었고 경쟁도 더 심화되었다는 느낌인데 이게 참 제가 잘 안보는 분야라서 확신하지는 못하겠고요.
다만 여성들이 자신이 잘하는 분야로 돈을 버는 것 괜찮아요. 다들 그러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돈을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그럴수는 없는거고요. 돈 좋아요. 제가 밥먹고 우리 아이들 입에 밥 넣어주고, 그리고 원하는 책을 사볼 수 있고 말이죠. 앗 남편도 먹이는구나....ㅎㅎ
다만 여성의 활동이 이런쪽으로만 고정되어 버리는게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분야에서 후속 연구들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고 있다면 찾아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네요. ^^

제가 머리가 이제는 기억을 못해서 정리겸 쓰는건데 칭찬 감사해요.
아 정리해서 리뷰도 쓰야 하는데 말이죠. ㅎㅎ
 

한 달만에 다시 서울행 기차



역시 커피와 책!

이번 책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흑뢰성>

사실 좀 얇은 책을 가지고 가고 싶었지만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한 이 책의 대여일이 다되어 빨리 읽어야 해서 픽한책이다.
















띠지의 저 커다란 1위를 보라!

나오키상을 비롯해 무려 10개의 수상이력을 자랑한다. 

일본 소설 읽다보면 흔히 접하는 광고문구가 나오키상, 서점대상,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 등인데 이 상들을 전부 석권한 것.

그래서 오랫만에 나의 일본 추리소설 부심을 일으킨 책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아라키 셋쓰노카미 무라시게 - 마흔 중반,  특별한 가문의 배경이 없는 하급 사무라이었으나 능력없던 원래의 주군을 배반하고 그의 영지와 가신들을 쟁취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일가를 이루고 전국시대 당시 최대 세력으로 떠오른 오다 노부나가에게 투신하여 신임을 받았다, 이후 다시 오다 노부나가에게 반기를 들고 뛰쳐나와 아리오카성에 은거하며 오다가문에 대항한다.

이 인물은 실존 인물인데 어떤 인물인지 한 번 찾아봤는데 솔직히 정말 당황스러운 인물이다.

일본 전국시대에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는거야 뭐 흔히 있는 일이지만 저 인물의 마직막 선택이 진짜 이상하다.

오다 노부나가에 반기를 든 무라시게는 아리오카성에서 저항을 준비한다. 

기본 전략은 오다 노부나가가 아리오카성을 공격하면 쿄토에 있는 모리가문이 합세하여 성안과 성밖에서 동시에 오다를 공격한다는 건데 문제는 모리 가문의 원군이 1년이 다 되도록 오지 않는다는 것.

성이 워낙에 튼튼하게 지어지고 식량이나 무기를 잘 준비해서 1년을 버티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날 이 무라시게가 성과 백성과 가신들을 모두 버리고 혼자서 성을 탈출해버린다.

성주가 성을 탈출하니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던 성은 순식간에 오다의 군대에 함락되고 무라시게의 가족과 가신, 부하들, 백성들이 오다의 포악한 명성에 걸맞게 잔인하게 죽음을 당한다.

그 이후로도 무라시게라는 이 인물은 다른 작은 성을 기반으로 저항을 좀 하다가, 혼노지의 변으로 오다 노부나가가 사위였던 아케치 미즈히데에 의해 제거당하자 그 뒤를 이은 토요토미 히데요시에게 투항한다. 

그 이후 다도로 유명한 센노 리큐와 교분을 맺으며 차 좀 마시다가 출가하여 천수를 누리고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한다.

실제로 일본 역사학계에서도 무라시게가 왜 갑자기 오다 노부나가를 배신햇는지, 또 싸우다가 왜 성을 버리고 혼자 나갔는지에 대해서는 신빙성 있는 의견이 없는 상태. 그야말로 죽은 본인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솔직히 이 인간의 일생을 보면 도대체 정이 가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배신에 배신, 심지어 자신의 책임인 성의 주민과 가신, 가족들까지 배신, 그러면서 저는 죽을때까지 편안한 삶이라니....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하면 안되는거 아닌가?

그런데 역시 작가는 다르다.

궁금했나보다. 


이 소설은 무라시게가 아리오카 성에서 농성하던 그 1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또한 무라시게의 알 수없는 아리오카 성 탈출의 이유를 나름대로 추리해내고, 그것의 이유를 찾아내고자 한다.

1년의 농성기간 동안 성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들.

그 사건들을 통해 보여지는 가신과 부하들과 백성들의 미묘한 분위기 변화

이러한 변화를 바로보는 주군 - 지배자로서의 무라시게의 시선과 판단.

그리고 여기에 촌철살인의 말로 무라시게의 생각을 교묘하게 조종하는 오다 노부나가의 사신으로 왔다 지하감옥에 갇힌 구로다 간베에(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책사로 영화 한산에 나오는 일본군의 책사다)

그리고 무라시게의 아름다운 측실 지요호

중간의 서사가 길어지면서 살짝 늘어지는 느낌이 들지만 그 구간을 돌파하고 나면 마지막 대단원에서 흩어졌던 조각들이 완벽하게 아귀를 맞추면서 거대한 서사를 완성한다.

그러면서 한계상황에 부딪힌 인간들의 심리변화와 어떻게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욕망들의 부딪힘, 그속에서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흐름들

난세에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지요호의 물음과 대답이다.

무라시게에게 백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묻자 무라시게는 백성들은 죽음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대답한다.

무자비한 살육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경험을 가진 지요호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백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 그건 책에..... ^^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대답이었고, 그 대답에 부응하기 위한 지요호의 삶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소설의 백미는 사무라이들의 충성과 싸움도, 엄청나게 똑똑한 책사 구로다 간베에의 머리싸움도 아니고 조용하게 있는 듯 없는 듯하던 바로 그 여성, 지요호의 삶과 죽음이었다.

가을의 쓸쓸한 분위기와 걸맞는 소설이다.
















이번에는 SF다. 

고전 리뷰툰 1편을 재밌게 읽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기대가 잔뜩이었다.

더군다나 내가 관심은 있으면서 너무 늦게 관심을 가지는 바람에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한 SF분야라니 말이다. 

메리 셀리의 <프랑켄슈타인>부터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까지.


그런데 1편에 비해서는 재미가 훨신 덜했는데 그 이유가 뭘까하고 생각해봤다.

첫번째는 여전히 친절한 소개는 이전의 책과 다름없지만 약간의 이전에 비해서 현저히 줄어든 유머와 드립이다.

아니면 유머와 드립이 그대로인데 지난번 책과 비교해 새로워진게 없어서 웃을 포인트를 내가 못찾은 것이거나......

어쨌든 전작에 비해서 안웃기다. 한번도 안 웃었다.

그래서 저 제목의 유머와 드립이 난무하는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두번째는 역시 책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그 책을 읽었거나, 읽지는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을 때 재미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첫번째 리뷰툰은 읽은 책이 반쯤 되고, 읽지 않은 책도 어릴 때 축약본이라도 읽었거나, 내용에 대해서 사전 지식을 꽤 많이 가지고 있는 책들이었다.

그런데 이번 책은 프랑켄슈타인을 제외하고는 진짜 제목만 아는 책들.

그래서 리뷰를 읽는 재미가 훨씬 줄어든다.

그래도 하나 확실하게 건진건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을 읽어야겟다는 것.










무려 7권이다.

분량에 기가 좀 질리긴 하지만 내가 누군가?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21권, 토지 세트 20권도 다 읽은 사람이다. 내가!! ㅋㅋㅋ, 7권쯤이야.... ^^;;

올 겨울에 날이 추워지면 읽을 책으로 찜해둔다.















스캔들은 무질서를 질서로 탈바꿈시킨다. 하지만 이 때의 질서는 새로운 의미를 갖는 질서다. 새로운 질서는 모은 논리로부터 자유로우며, 조롱과 모순, 기괴함과 참신함을 혼합하고, 예술 작품에 대한 비평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 17쪽


스캔들에 대한 피에르 카반의 위의 말을 인용하며 예술에서 일어난 스캔들을 사회적 현상으로 바라보고자 한 것이 이 책은 기획 의도다.

1426년 작 마사초의 <낙원으로부터의 추방>에서 시작하여 1932년 작 오토 딕스의 <전쟁>까지 50편의 작품을 선정하여, 그 작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 평론가들과 대중의 반응, 그것이 기존의 사회와 예술에 가한 균열의 메시지들을 전하고 있다. 

그 균열들은 기존의 도덕, 종교, 풍속 등 다방면에 걸친것이었다.

이런 주제의 책들은 기존에도 많이 나왓었는데 사실상 내용에서 딱히 획기적이거나 새로운 것은 없다.

다이제스트 식으로 정리를 하는 것에 집중한 책이다.

다만 그림 하나당 4페이지를 할애해, 2페이지에 걸쳐 간단한 설명과 전체 도판을 제시하고, 다음 2페이지에 걸쳐서 그림의 부분, 부분을 확대 제시하고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은 그림을 아주 상세하게 제대로 볼 수 있게 해준다.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은 마지막 한 챕터를 두고 결국 달을 넘겼다. ㅠ.ㅠ

서울가는 기차에서 <흑뢰성>을 집어드는 바람에 끝까지 읽기 전에는 다른 책을 들수가 없었다.

이번 서울행에서는 사실 딸과 함께 비비안 마이어 전시를 보러 가려고 했는데 이날따라 모든 일정이 기다림의 연속에다가 어찌나 피곤한지 모든 일이 끝났을 때쯤에는 진짜 집에 가고 싶은 생각밖에 안났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비비안 마이어전시는 10월달로 미루고 그냥 집에 돌아왔다.




커피가 맛있었던 학림다방에 딸과 함께 들렀다.

마침 창가자리가 비어있어 이런 사진도 찍고....

하지만 이날 서울 날씨는 미세먼지폭탄으로 '아 진짜 이런데서 어떻게 살아?"라는 말을 절로 나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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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01 16: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서울여행기 딸과 오붓하게☺
서울이 부산 보다 좋은점 별로 없어여🙈

바람돌이 2022-10-02 21:43   좋아요 2 | URL
서울이 부산보다 좋은건요. 저에겐 미술관이 많은거요.
그런데 그외엔 진짜 잘 모르겟어요. 저는 제가 사는 도시 부산이 너무 좋아요. ^^
아 그리고 서울 밥값이 기본적으로 부산보다 더 비싼데 맛은 별로인데가 너무 많아요. ㅠ.ㅠ

단발머리 2022-10-01 16: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세먼지 심한 날 오셨군요. 그날 저도 하루종일 문 꼭 닫아놓고 지냈답니다 ㅠㅠㅠ 무슨 일인가 싶었어요.
<고전 리뷰툰>은 꼭 찾아서 읽어보려고요. 1,2 모두 기대됩니다.

파운데이션 계획 응원합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21권, 토지 세트 20권도 다 읽은 사람이다...... 에서 제가 기립했습니다. 와우!!

바람돌이 2022-10-02 21:48   좋아요 1 | URL
지난 목요일 미세먼지 진짜 심하더라구요. 부산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었어요. 서울도 봄도 아니고 이 계절에는 보기 힘든 풍겨이다 싶었는데 말이죠. 서울은 중국과 서해쪽 화력발전소 때문에 미세먼지 폭탄이고, 부산은 노후화된 원자력발전소 끼고 살아요. ㅠ.ㅠ
고전리뷰툰은 1권은 진짜 재밌게 봣어요. 2권은 1권보다는 좀 못하다는 느낌? ^^

사실 저 시리즈들 다 읽은거엔 약간의 꼼수가....
그러니까 토지는 한달동안 너무 재미없는 연수를 받는 동안 대부분의 수업시간을 이용하여 읽었고요.
마스터스 오브 로마는 사실 시리즈가 1년 또는 2년에 3권씩 나왔는데 마지막 3부 말고는 다 나올때마다 읽어서 딱히 힘들지 않았던......

coolcat329 2022-10-01 17: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네자와 호노부 이 작가 언급하신 세가지 상 석권으로 유명하더라구요.. 저도 한 번 읽어봐야지 했는데 잊고 있었어요. 흑뢰성은 일본 역사를 좀 알고 읽으면 더 재밌을 거 같아요.

얼마 전 미세먼지 심했는데 그 날 오셨군요. 기차 안에서 읽는 책 참 재미나죠?

바람돌이 2022-10-02 21:50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작가는 처음 읽었는데 재밌었어요.
역사라고 해도 딱히 일본 사무라이들이 치고받고 싸우던 전국시대가 배경이다 정도만 알고가도 될듯합니다. 딱히 그렇게 많이 알지 않아도 책을 읽는 재미가 줄어들지는 않을듯해요. ^^
기차안에서는 진짜 책이 잘 읽히는데 왜일까요? 저는 기차 외의 교통수단에서는 거의 책을 못읽거든요.

stella.K 2022-10-03 0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당일치기로 다녀오신 겁니까? 피곤할 텐데요.
그래도 바람 쐬고 좋으셨을 것 같습니다.

<흑뢰성> 재밌을 것 같은데 센노 리큐가 나오는군요. 얼마나 나오려나요?
한 10년 전쯤에 <리큐에게 물어라>는 책을 인상 깊게 읽었죠.
다시 한 번 읽어 보겠다고 하곤 여태 못 읽고 있습니다.
리큐라는 사람 정말 대단하더군요. 소설 구성도 독특하고.
벤자민 버튼의 시계...처럼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순서로 나오고 있는데
문장도 좋았는데...
이 소설은 좀 묻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긴 작가의 책이 이거 한 권 밖엔 번역된 게 없고 리큐라는 인물도 울나라에선
생소할 테니...
암튼 이 소설 읽어 봐야겠네요.
<파운데이션>은 아직 가격인하로 팔고 있어서 SF 좋아하는 사람은
한질 들여놔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쳐다만 보고 있습니다.ㅋ

바람돌이 2022-10-02 21:56   좋아요 2 | URL
요즘은 KTX가 있으니까요. 서울은 오히려 가까워진거죠.
흑뢰성에 센노 리큐는 안 나와요. 주인공이 다도를 좋아하고, 나중에 노후에 센노리큐와 교유했다는 기록이 있어서 그냥 제가 쓴거구요.
<리뷰에게 물어라>도 나오키상 수상작이군요. 이 소설도 관심이 가서 지금 보관함에 넣었습니다.
저도 파운데이션 아직은 쳐다만 보고 있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10-01 2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녀오시느라 힘드셨겠습니다.ㅜㅜ
그래도 책을 놓지 않으시고~^^
미세먼지가 그리 심하던가요?
미세먼지 심할 때는 정말 심란해지곤 하던데...곧 세계가 망할 것 같은??ㅜㅜ
그래도 풍경은 깨끗합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한창 읽으셨을 때가 생각나긴 합니다. 토지도 읽으셨군요?
그렇담 7 권쯤은??ㅋㅋ

바람돌이 2022-10-02 21:59   좋아요 2 | URL
와우 나무님 우리는 남쪽 그중에서도 동쪽 끝에 사는거 감사해야 돼요. 특히 지리산 자락이 든든하게 미세먼지를 막아주잖아요. 우리동네 미세먼지와 윗동네 미세먼지는 수준이 달라요. 딸하고 둘이서 야 이런 미세먼지 자주 있으면 여기 못살겟다 이러면서 다녔어요. ㅎㅎ 그리고 저 풍경은 오후되니까 조금 나아진거예요. ㅎㅎ

파운데이션 읽는데 가장 큰 적은 역시 읽고싶은 다른 책들이랄까? ㅎㅎ 올 겨울 1월쯤에 한번 도전해보려구요. 지금은 19세기 여성작가들이 저를 막 불러요. 다락방으로 가자고..... ^^

햇살과함께 2022-10-01 2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서울행 기차 방문 올리실 때마다 벌써 한달?? 이런 생각이 ㅎㅎ 정말 시간 잘 갑니다~

바람돌이 2022-10-02 22:00   좋아요 2 | URL
진짜 시간 잘 가죠. 이번에 갔을때는 좀 기간을 늘릴 수 있지 않을까 햇는데 여전히 1달이네요.
이제 살짝 서울갈 생각하면 마음부터 피곤해진다는..... ^^

mini74 2022-10-02 1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무라시게의 배신이유가 대머리라고 놀려서란 우스개소리가 있던데요 ㅎㅎㅎ 파운데이션 응원합니다 !!!

바람돌이 2022-10-02 22:01   좋아요 1 | URL
진짜요? 음 그럴지도 모르죠. 사실 인간이 어이없게 단순할수도 있잖아요? ㅎㅎ
근데 일본인들은 이 때 앞머리 다 밀어서 묶었는데 대머리가 놀림감이 되었을가 싶기도 하고.... ㅋㅋ
응원 감사합니다. ^^

희선 2022-10-03 03: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라시게라는 사람이 있었군요 오다 노부나가나 센노 리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금 알아도 무라시게는 몰랐습니다 배신에 배신을 하다니... 그건 그 사람밖에 모르겠네요 그런 거 남기지도 않았을 것 같네요 일곱권짜리 파운데이션, 겨울에 만나시겠네요 서울에서 비비안 마이어 사진 전시회 하는군요 시월에는 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10-03 15:36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 들은 사람이고 일본인들도 잘 모른데요. ^^ 저 전국시대에 일본에서 배신에 배신은 뭐 너무 흔한 일이라.... 생존하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힘없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눈치를 보고 운신을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거 같아요. 그것이 배신으로 보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파운데이션,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모두 모두 응원 감사드려요. ^^

유부만두 2023-01-07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흑뢰성 시작해서 반 읽었어요. 이제 늪 쪽으로 야간 습격 나가는 장면이에요. 기대 이상으로 재밌는데요?!!!! 무라시게 이야기 알고 읽어도 재밌어요!!

바람돌이 2023-01-07 00:2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은근히 재밌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아 하고 감탄사를 터트리게 재밌어요. 무리시게의 측실인 지요호때문에요.^^
 

피에르 카반은 『예술 스캔들Scandale dans Lart』에서스캔들의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하고, 다음과 같은결론에 도달한다. "스캔들은 무질서를 질서로 탈바꿈시킨다. 하지만 이때의 질서는 새로운 의미를 갖는 질서다. 새로운 질서는 모든 논리로부터 자유로우며, 조롱과 모순, 기괴함과 참신함을 혼합하고, 예술작품에 대한 비평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스캔들은 그것이 일으키는 시끄러운 반응으로 알아볼 수있고, 그 사실 자체로 스캔들은 사회의 무질서를 드러낸다. 예술 스캔들을 사회적 현상으로 바라보는것・・・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야심이다. - P17

그는 사람들의 비난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자세를 고수하며 너무나도 순진한 답을 내놓아 질문한 사람을 무색하게 만든다. 외국사람들이요? 주인이 부자라는 사실을 드러내지요. 코피를 흘리는 하인이요? 집에서 무슨 사고를 당한 모양입니다. 앵무새를든 어릿광대요?
단순한 장식용이지요. 세속적인 분위기요? 미켈란젤로는 <최후의 심판>에서 저보다 더 심했습니다만... 이렇게 하여 베로네세는 당당한 승리자의 모습으로 재판소를 나올 수 있었다. 단, 작품의 제목을 <최후의 만찬>에서 <레비 가의 향연으로 수정해야 했다. - P43

16세기에 개신교의 확장에맞서 세력을 유지하려던로마 가톨릭교회가최후의 만찬을 그토록중요시한 이유는 예수가제자들에게 빵과 포도주를나누어주는 행위를통해 성찬식(그리스어로Exapotia는 ‘은총을 베풂‘을의미한다)을 거행했기때문이다. 예수는 인류의죄를 대속하여 자신의 살과피를 바침으로써 제자들에게성찬례를 지속할 것을명하였고 자신의 희생을기리게 했다. 즉 성찬의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살과 피로 바뀐다는 교리를부정하는 개신교들의 주장에맞서기 위해 최후의 만찬의제작을 그토록 강조했던것이다. - P44

머리 위로 비치는 희미한 후광 고리를 제외하고는 성모의 신성함을 드러내는 징표는찾을 수 없다. 왼쪽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빛은 그녀의 육체를 직접적으로 비추는데,
그녀의 시신에서 더 이상 신성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의 슬픔과 절망으로형성된 그림의 엄숙함은 평범한 마리아의 육신과 대비를 이루며 오히려 모순적인인상을 남긴다. 모든 죄인들의 구세주를 낳은 성모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되고,
그녀의 죽음은 전 인류의 애도의 대상이 된다. 카라바조는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손과얼굴뿐 아니라, 베들레헴의 허름한 외양간에서 예수를 출산한 그녀의 가슴과 배에도빛을 고루 비춘다. 이제 성모의 죽음은 모든 인간이 겪어야 하는 어머니의 죽음이라는평범한 사람들의 범인류적 비극으로 탈바꿈한다. - P48

<오르낭의 매장>이 발표될 당시 언론의 반응을 되짚어보면, 대중과 평단은 그림 속 인물들의 평범함에분개했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만한 심리적, 사회적 요소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후, 쿠르베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보내는편지」에서 회화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강력한 어조로피력한다. "회화는 보이지 않는 물질들로 구성되는순전히 물리적인 언어입니다. 추상적이거나 보이지않는 것, 존재하지 않는 것은 회화의 대상이 아닙니다.
회화에서 상상력은 존재하는 것의 가장 완전한표현 방법을 찾아주는 것일 뿐, 그것이 존재한다고가정하거나 그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 P109

사실 이번 스캔들의 근본적인 이유는 적개심을 나타낸 사람들이 믿고 싶어 한 것과는 전혀다른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즉 이삭 줍는 여인들의 평온한 위대함이 그들을 불편하게 한 것이다.
밀레의 여인들은 동정을 구걸하지도, 연민을 원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이 그림은 더욱 전복적이면서 강렬하다. 만약 밀레가 여인들에게 구멍뚫린 낡은 옷을 입혔더라면 처음에 그림을 공격했던 사람들은 기꺼이 그것을 옹호했을 것이다. - P111

화가는 오른쪽 여성의 왼손을 완성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본질은신체의 해부학적 묘사가 아니라 보호하고자 하는 손짓에 담긴애정의 표현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툴루즈 로트레크는르누아르가 1876년, <습작, 토르소, 빛의 효과>(146쪽 참고)에서보여준 인상주의의 교훈을 가슴에 새겨두었음을 알 수 있다. 눈은대상과의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그것에 강렬함을 부여하며 붓이완성하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 P184

<샘>이 아방가르드의 상징이 되기까지는 그로부터삼십여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스캔들은 화가들에게 현대 미술 작품들을 선전하는 데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이제 예술가들은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 스캔들을 일으킬 수 있는 소재를 발명하기 시작했고, 미술에서 연출은 연극 무대의 그것만큼이나 중요하게 인식되었다. - P219

하지만 반란의 주동자들은 비판의 주체를 무력화함으로써 그들의 둥지인 현대 미술을 위험에 빠뜨리는 모순에처한다. 현대 작품을 비난하는 이들은 무지하고, 오로지 소수의 시대를 앞선 이들만이 그 가치(즉, 역사의 흐름 한가운데에서 차지하는 가치와 미래적 가치도 포함하여)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프레임이 구축되자 예술적 창조에 이상적 재갈을 물린 꼴이 되었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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