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잡지 <플레이보이>가 등장하는 시기는 경제성장에 부응해 열심히 일하는 가장들을 찬양하는 한편으로 그 가장으로서의 삶에 의해 남성성이 거세된다고 여겨지던 시절, 그리고 남성성의 거세의 원인은 남자가 벌어오는 돈으로 먹고 살면서 끊임없이 남자를 일하게 하는 아내 - 여성에게 있다고 하며 여성혐오가 새로운 형태로 발현되던 시절이었다.  


백인중산층가정의 삶을 이상적인 모델로 상정하며 남자들에게 체제에 순응하면서 일하는 기계로 열심히 살아가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인간은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 반드시 의문을 품을수밖에 없는 존재다. 이렇게 사는게 사는거 맞나 같은 질문 말이다. 원래 인간이 그렇게 생겨먹었다. 이런 질문을 통해 사회는 변화하고 인간의 삶은 좀 더 나은쪽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문제는 항상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자들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기 질문에 대한 답은 여성혐오로 나타났나보다. 

"너희가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동안 여자들은 네가 번 돈을 쓰며 안락하게 사는 주제에 감사할 줄도 모르지. 심지어 네가 계속 돈을 벌도록 저 여자들은 너를 길들여서 너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너를 조종하려 해. 이제 너는 너의 남성성을 다시 과시해야지?"

<플레이보이>는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남성들의 욕망을 조정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저항하는 인간, 질문하는 인간이 아니라 소비하는 인간이다.

<플레이보이>가 제시하는 기준에 맞춰 상품을 소비하고 여성을 소비하는 남성의 출현을 유도하는 것, 그것이다. 

여기에 <플레이보이>가 자신의 이미지를 고급화하려 한 이유가 숨어있다. 잡지를 소비하는 남성들이 자신이 잡지를 사고 읽는 이유를 충분히 그럴듯하게 포장해 줄 수 있도록 하는것. 

문제는 이제 여성혐오적인 시각이 공공연하게 유통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은폐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플레이보이>를 읽는 수많은 남자들에게 화보 속 벌거벗은 여성들의 이미지는 그들의 머릿속 여성관을 점령해 나갔을 것이다. 


질문하는 인간이 사라진 자리에 소비하는 인간이 대거 등장한다.

그 소비에는 여성도 대상이 된다. 

오늘날 포르노를 처음 접하는 평균 연령은 고작 11세다. 이는과거와는 달리, 포르노가 남아의 성적 정체성에 침투해 진정한 의미에서의 섹슈얼리티 - 삶의 경험, 또래 집단, 성격 특성, 가족 및 소속 공동체를 통해 유기적으로 발달하는 것-를 창조성이 결여된, 다른 인간 존재를 향한 어떠한 사랑, 존중, 유대감도 보이지 않는 포르노 전반의 섹슈얼리티로 대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P21

포르노에서남자는 혐오를 나눈다. 섹스가 매번 폄하를 최대치로 전달하도록 설계되기 때문이다.......포르노 섹스의 목적은남자가 여자에게 얼마나 큰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남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지가 중요하며, 이는 행위의 속도와 타이밍, 본질을 결정하는 사람은 남자이기 때문이다. - P43

1950년대 플레이보이의 실제 독자는 위에서 묘사한 플레이보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세련된 취향을 갖기에는 당시 독자 대부분이 물질적 빈곤의 시대에 자랐으며 높은 수준의 소비에 익숙하지않았다. 따라서 이 남자들은 "삶을 온전히 살아갈 방법, 특히 돈 쓰는법을 교육받아야 했다. 그 이전 세대가 무엇을 겪으며 자랐는지를 생각해봤을 때 확실히 이 젊은 세대 남자들은 재량소득을 쓰는 법을 모부에게서 배울 수는 없었다. 새 시대의 선생님이 필요했고, 헤프너가그 역할을 자처하며 남자들에게 플레이보이 라이프스타일이란 무엇으로 구성되는지 그 이미지를 제공했던 것이다. 따라서 잡지가 보여주는 물건은 최고급이어야 했다. 여기에는 단편 문학, 유명인사와의 인터뷰, 차, 술, 의류, 음식, 살 만한 소비재에 대한 조언, 그리고 당연히여자도 포함되었다. - P68

이들 세 잡지와 그 발행인들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포르노 산업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들 발행인은 저마다 영역을 확장해 나갔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주류 대중문화에서 포르노의 존재감을더욱 부각했다. 플린트와 구초네가 한계에 도전하면 할수록 플레이보이가 점점 더 괜찮게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 되었고, 플레이보이가주류 문화에 더욱더 깊이 침투할수록, 허슬러』와 『펜트하우스는 더하드코어한 영역으로 진입할 기회를 얻었다. 이 공생 관계는 우리 문화를 길들여 이후 인터넷이 가정에 보급될 시기에 포르노를 여자와 남자를 폄하하고 비인간화하는 이미지의 체계를 생산하는 산업이 아닌 일상의 일부로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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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10-22 0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질문이 아닌 소비하는 사람... 지금은 돈 쓰기를 부추기는 그런 세상이네요 인터넷이 생기고는 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안 좋은 것도 쉽게 볼 수 있고... 안 좋은 것도 쉽게 배우고...


희선

바람돌이 2022-10-22 13:14   좋아요 0 | URL
인터넷 때문에 포르노 문화가 더 커지고 한건 맞죠. 그리고 정말 안타까운건 그런 문화를 접하는 나이가 점점 어려진다는.... 나이가 어릴수록 그런 이미지는 강렬하게 받아들여지고 잘못된 성관념이 평생을 갈 수도 있어서 걱정이 많이 되더라구요.
 

마틴은 열렬히 그녀를 그리워했다. 그는 타고나기를 사랑이 많았고, 보통 사람보다 더욱 공감을 필요로 했다. 그는 공감에 굶주렸으며, 그에게 공감이란 지적인 이해를 의미했다. 루스의 공감이 대개감상적이고 의례적이라는 것을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녀의 공감은 대상에 대한 이해보다는 온화한 성품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틴이 그녀의 손을 잡고 반갑게 얘기하는 동안 그녀는 사랑에 촉발되어 그의 손을 마주 잡았고, 그가 무력하게 누워 있는 모습과 병고가 그의 얼굴에 새겨 놓은 흔적을 보고 그녀의 눈은 눈물로 반짝거렸다. - P14

"바로 그 점이 잘못 생각하는 거야." 그는 더 나아갔다. "사회의 모든 사람들, 사회의 모든 파벌들, 아니, 거의 모든 사람과 파벌들은자기들보다 잘난 사람과 파벌을 모방해, 그럼, 누가 제일 잘났을까?
게으름뱅이들, 돈 많은 게으름뱅이들이지. 그들은 세상에서 뭔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는 것을 알지 못해. 게으름뱅이들은 그들의 일에 대한 대화를 듣기가 지루하니까, 그런 건 전문적이라서 얘기하면 안 된다고 선포해. 마찬가지로 그들은 전문적이 아니라서 얘기해도 되는 것들이 뭔지도 선포하지. 최신 오페라, 최신 소설, 카드게임, 당구, 칵테일, 자동차, 말타기 쇼, 송어낚시, 참치 낚시, 큰 짐승 사냥, 요트 항해 따위.. 들어 봐, 다 게으름뱅이들이 아는 것들이야. 사실 그런 화제에 대한 대화는 게으름뱅이들의 전문적인 이야기가 되지. 그런데 제일 웃긴 대목은, 그 많은 똑똑한 사람들과 똑똑해지려는 모든 사람들이 게으름뱅이들의 강요를 받아들인다는 거야. 나로서는 사람에게서 최상의 것을, 당신이 전문적 잡담이나 뭐라고 부르든, 원해." - P31

인생과 책에 관해 마틴은 그들보다 더 많이 알았고, 그들이 자신들이 받은 교육을 어느 구석과 틈새에 처박아 두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자신이 비범한 두뇌 능력의 소유자임을 알지 못했다. 심연을 탐구하고 궁극의 사고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을 모스 가의 응접실에서는찾을 수 없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또한 그런 사람은 지상과 떼 지어모여 사는 생물들 저 위의, 푸른 하늘에서 홀로 나는 독수리처럼 외롭다는 것을 꿈에도 몰랐다. - P42

"그리고 말이야." 그는 끝까지 밀어붙였다. "자기는 나를 사랑하지.
그런데 왜 사랑할까? 내 안에서 나로 하여금 글을 쓰지 않으면 견딜수 없게끔 하는 것이, 자기의 사랑을 내게로 끄는 바로 그것이야. 자기가 만났고 사랑할 수도 있었던 다른 남자들과 내가 다르기 때문에, 자기는 나를 사랑하는 거야. 나는 회계사무소의 책상에 앉아 잔돈푼을 따지고 법적으로 티격태격하는 데 맞지 않아. 내가 그런 일을 하게 해 봐. 다른 남자들처럼 만들어서 그들이 하는 일을 하게 하고, 그들이 숨 쉬는 공기를 숨 쉬게 하고, 그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해 보라고. 그러면 자기는 다른 남자들과 나의 차이를, 나 자신을, 자기가 사랑하는 바로 그것을 파괴해 버리는 거야.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이 나를 살아 있게 해. 내가 단순한 사람이었다면 글을 쓰려고 하지 않았을 거고, 자기가 나를 남편으로 삼으려고 하지도 않았을 거야." - P76

그는 해도도 키도, 가야 할 항구도 없었다. 하지만 표류하는것도 최소한의 삶이었으며, 아픈 삶이었다. - P172

그는 잡지에서 자기에 관한 기사들을 읽어 보았다. 그 기사들에묘사된 제 모습을 살펴보아도 자신의 정체성과는 도저히 연결시킬수 없었다. 그는 살고, 전율하고, 사랑한 사람이었다. 느긋한 동시에생명의 나약함에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뱃머리에 서서 낯선 섬들을돌아다녔으며, 싸움박질하던 시절에는 제 패거리를 이끈 사람이었다. 그는 도서관에 가득 찬 수천 권의 책을 처음 보고 기절초풍했고,
그 후로 제방식을 찾아내어 그 책들을 섭렵한 사람이었다. 밤늦도록 불을 밝히고 잠을 쫓아가면서 제 자신의 책들을 써낸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사람, 모든 군중이 식사 대접을 하려 드는 엄청난 식욕의 소유자는 그가 아니었다. - P219

이제 그는 알았다. 자기가 정말로 그녀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음을. 그가 사랑한 사람은 이상화된 루스, 자기 자신이 창조한 천상의 존재, 자기가 쓴 연애시의 환하게 빛나는 정신이었다. 부르주아인 실제의 루스, 부르주아들의 모든 결점과 가망 없이 왜곡된 부르주아 심리를 가진 그녀를,
그는 사랑한 적이 없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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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 주변의 친구들은 모두 술을 좋아하고, 산이나 바다로 놀러가는 것도 다 좋아하고, 맛난거 먹으러 가는 것도 좋아하고....하여튼 책보는 거 빼고는 다 좋아하는구나.

물론 책을 보는 친구가 없는건 아니나 압도적 다수가 책을 잘 읽지 않으므로 우리의 만남에서 책 이야기를 할 경우는 참으로 드물다.

왠지 우리 사회에서는 책 이야기를 하면 뭔가 고상한척 하는 사람? 아니면 잘난척 하는 사람으로 치부되기 일쑤여서 책 이야기 할 때는 조심해서 간결하게 짧게 끝내야 한다.

예를 들면 "아 이번에 나온 **작가의 소설이 참 좋았어. 주인공의 생각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고 재밌었어"

딱 요정도에서 끝내야 한다.

요정도만 말해주면 잘난척하지 않으면서 평소에 책도 많이 읽고 똑똑한 사람으로 주변에 인식되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음.... 나도 사회생활은 해야 하니 더 나아가지 않는다. ㅠ.ㅠ

다만 집에서는 불쌍한 가족들이 나의 책 수다의 희생양이 될뿐이다. 


그래서 항상 책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 공간과 누군가가 필요한 나는 이곳에서 상주하는가보다.

그래도 얼굴을 맞대고 책이야기를 떠들고 싶은 욕구는 언제든지 있다.

그런 욕구를 맘껏 풀어낸 하루가 선물처럼 내게 왔다. 


맹세컨대 내가 술을 한방울도 마시지 않고, 9시간을 수다를 뜬건 처음이었다. 

심지어 헤어질 때 시간을 보고 깜짝 놀라서 "아니 나는 별로 말도 안했는데 언제 시간이 이렇게 갔어요?"라는 망언을 내뱉었다.

말을 안하기는....

9시간의 최소 3분의 1이라고 썼다가 그것보다는 좀 더 많이 내가 떠든듯한데....

그런데 마음은 진짜 하고싶은 말의 반의 반도 못한 듯한....




광안대교가 훤히 보이는 뷰좋은 카페에서 파란 하늘과 바다를 보며 이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우리는 그렇게 평소 대놓고 못했던 책 이야기를 마음껏 떠들 수 있었던 것이다.

모든 것이 선물 같았던 날이다.

하늘과 바다도 날씨도..... 무엇보다도 알라딘의 아리따운 친구 두분!! 



앗 그리고 진짜 선물도 받았다.

나도 책읽는 나무님처럼 예쁜 그릇과 커피잔과 이런걸 가지고 예쁘게 연출해보려고 노력해봤으나 결과는 늘 그렇듯이 신통찮다. 

집에 빵이나 쿠키 같은게 하나도 없어서(자꾸 살이 쪄서, 정말 미친듯이 살이 쪄서 다 치움) 점심으로 밥대신(역시 미친듯이 살이 쪄서 할 수 없이 한끼라도 탄수화물 안먹으려고 먹는)먹는 샐러드를 배치해서 찍어봤는데 딱히 예쁘지가 않다.

어쩔까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뭘 배치하고 놓고 이러기 귀찮아서 딱 한장 찍어본걸 그냥 올린다.

역시 귀차니스트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할까?



사진작가 강형원씨의 <사진으로 보는 우리문화유산>은 책 나온 것 보고 바로 찜하면서 다음 달 주문하려고 장바구니 넣어둔 책인데 이렇게 선물로 받았다. 프레이야님이 페이퍼에 책 중 일부를 멋지게 올리셨던데 나는 귀찮으니까 패스....

대부분 가본곳이고 여러번 본 것들인데도 사진으로 보는 문화유산들은 처음 보는 듯 더 멋져 보인다. 

그리고 저 문자도 엽서에 적힌 손편지! 음... 손편지는 언제나 감동입니다. ^^

지금 까미유 커피중 콜롬비아 내려서 먹고 있는데 저는 역시 콜롬비아 좋아해요. 신맛과 쓴맛의 조화가 기가막힘. 


그리고 아니 에르노의 <사진의 용도>와 <다른 딸>

솔직히 아니 에르노 책 한권도 안 읽었어요.

노벨 문학상도 탔는데 읽어보려고 이번 달에 <세월>한 권 주문했는데 이렇게 다른 책도 선물받아서 갑자기 아니 에르노 부자가 된 기분이다. 안 읽어도 읽은 듯 뿌듯한 마음이랄까?

그리고 아니 에르노 읽을 때는 <세월>부터 읽고 읽으면 더 이해하기가 좋을거라는 친절한 조언도 함께 받았다. 

또 있구나 알라딘 굿즈 필통

원래 초록색필통은 내가 갖고 있는 거엿는데 빨간색 필통도 선물받았다.

빨간 색도 너무 예뻐서 갖고 싶은거였는데 기분에 따라 분위기 따라 바꿔가며 들고 다녀야지. 

필통이 크지 않고 기본적인 필기구만 딱 넣어다닐 수 있게 아담해서 좋다. (필통이 크면 자꾸 자꾸 넣어서 뚱뚱해지는게 가방과 똑같은 상태가 된다.)


저 책들은 책탑위쪽에 쌓지 않고 또 따로 빼놓고서는 이번 달 안으로 꼭 읽어야지 하면서 뿌듯해하고 있다.

제게 선물도 주고 진짜 선물같은 하루를 베풀어주신 두 분 감사드려요. 다음에도 우리 꼭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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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0-20 16: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오프라인으로 책수다 삼매경 정말 좋으셨을 것 같아요. 게다가 선물까지 받으시고!!!^^ 인증샷까지 멋집니다!
날씨도 좋고 좋은 분들과 함께 나누는 풍경이 그려집니다. 저까지 기분이 좋아져요. 다음에도 만나면 후기 올려주세요~*^^*

바람돌이 2022-10-20 17:09   좋아요 5 | URL
결국 중요한건 좋은 사람이죠. 다른게 다 좋아도 만나는 사람이 안좋으면 다 꽝!!! ^^
만나는 사람이 좋아 그 긴 시간이 짧게 느껴지고 그 모든 시간이 기쁨이었다는요. 사람이 좋으면 날씨가 좀 궂어도 무슨 문제겟어요. ㅎㅎ

모나리자 2022-10-20 16: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풍경도 멋지고 샐러드도 먹음직스러운데요~ 광안대교 그립네요..ㅎ^^

바람돌이 2022-10-20 17:10   좋아요 2 | URL
샐러드는 뭐 그냥 소스 맛으로 먹습니다. 제가 또 발사믹 소스 광팬이라서요. ㅎㅎ
앗 모나리자님도 부산출신인건가요? 광안대교에 대한 애틋함이라니.... ^^

scott 2022-10-20 16: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샐러드 접시 옆에 맥주 한잔🍺 올려드리고 싶습니다
친구들과 아홉시간 동안 즐거운 대화를 부산 바다를 배경으로
늦가을 즐거운 데이트
이런 멋진 후기
좋아요 만개😍날려여

바람돌이 2022-10-20 17:11   좋아요 2 | URL
좋아요 만개 잘 받았습니다. ㅎㅎ
진짜 제 소원이 저기 맥주 한 잔요. ^^ 지금 열심히 나아가고 있으니가 조만간 맥주 한잔 정도는 올릴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이건 뭐 술 마실려고 운동하고 약먹는 기분이에요. ㅎㅎ

건수하 2022-10-20 17: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읽는나무님 바람돌이님 프레이야님 세 분이 만나셨다는거죠?

우와~ 아홉시간 동안 책수다!
그 마음 너무 잘 알겠고요 ㅎㅎ 즐거운 시간 보내셔서 저까지 기분 좋네요 :)


바람돌이 2022-10-20 17:12   좋아요 4 | URL
카아~~ 수하님 바로 아시는구나. ㅎㅎ
알라딘 서재인들이라면 누구나 그 마음 잘 알겠죠? 정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

건수하 2022-10-20 17:28   좋아요 3 | URL
제가 전에 직장에서 좀 친한 분들에게 책모임 하자고 했다가 몇 초간 침묵을 경험한 적이 있거든요 ㅠㅠ 책 얘기 아무하고나 못하죠 정말..

바람돌이 2022-10-20 18:21   좋아요 3 | URL
몇 초간 침묵!!! 아 그 어색함 눈에 확 떠오릅니다.

레삭매냐 2022-10-20 17: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아, 코로나 때문에 억압
되어 있던 책 수다에 대한
욕구가 폭발하는 가을입니다.

다음달에는 반다시 독서모임
에 참가해서 회포를 풀어야지
싶습니다.

멋진 바다, 맛깔나 보이는 음
식 사진 최고였습니다.

건수하 2022-10-20 17:29   좋아요 2 | URL
레삭매냐님도 부산에 계시는가요? 다음 기회엔 합류하세요 ^^

바람돌이 2022-10-20 18:22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은 부산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하고 계신 다른 책모임 얘기인거죠? ^^
역시 사람은 만나야 맛이라고.... ^^

건수하 2022-10-20 20:34   좋아요 2 | URL
아아 그렇군요 ^^!

새파랑 2022-10-20 17: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맛나보이는 것은? ㅋ
매일매일이 선물같은 하루이시길 바라겠습니다~!!

바람돌이 2022-10-20 18:23   좋아요 1 | URL
사실 저는 지금 놀고 있으니 매일 매일이 선물같긴 합니다. ㅎㅎ 지금도 하루 하루 줄어들어서 8개월 휴직계 냈는데 이제 반밖에 안남았다 생각하면 슬퍼져요. ^^
저 맛나보이는 것은 모두 풀때기입니다. ㅠ.ㅠ 너무 섭섭해서 닭가슴살 몇점 얹어먹는..... ㅠ.ㅠ

단발머리 2022-10-20 17: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아! 알라딘 부산지부 모임인가요? 너무 근사합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두려움 없이 ㅋㅋㅋㅋㅋ 할 수 있다는 게 알라딘 오프모임의 최대 장점이죠. 부산이라 배경도 짱이네요. 저도 발사믹소스 좋아합니다!!

바람돌이 2022-10-20 18:25   좋아요 1 | URL
부산경남지부모임이라고 주장하겠습니다. ㅎㅎ
사실 만나기 전에는 어색하면 어쩌지 그런 마음도 있었는데 진짜 어색함이 일도 없었다는.... 너무 좋았어요. ^^
방금 먹고 있던 발사믹이 다 떨어져가서 살려고 살펴봤더니 그새 가격이 올랐네요. 해외 직구 가격이 자꾸 왔다갔다 하는건 무슨 이유인지 참..... ㅠ.ㅠ

책읽는나무 2022-10-20 20: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9시간을 떠들었다구요??
그렇게 많이 얘기한 것 같지 않았는데 숫자로 적으시니 엄청난 시간이었군요?
중간에 이동하고 하느라 입을 다문 시간들도 한 시간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ㅋㅋㅋ
암튼...책 얘기 더 나누고 싶었지만, 다 나누지 못한 것들은 내일 다시 만나 마저 얘기 나눠요ㅋㅋㅋ 아마도 끝은 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좀 더 책을 많이 읽어서 대화에 동참해야지!!! 뭐 그런 생각도 종종 했었어요^^
두 분의 책 지식에 미처 따라가지 못해서요~~책 얘기 막 나누고픈 사람들을 만나는 게 소원이었는데, 그래도 소원은 이루었습니다^^
한 번은 만나 받은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는데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었습니다. 큰 용기를 냈었는데 바람돌이님께서 흔쾌히 받아 주셔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대면한 순간 조금 긴장하고, 걱정했던 마음이 싸르르~~ 넘 편하고, 좋았습니다.
좋으니까 저도 수다를 엄청 떨고 왔었네요.
저 의외로 낯 많이 가려서 첨 보는 사람 앞에선 말을 잘 못하거든요. 근데 그 날은 바람돌이님을 뵈니...그냥 마구.....마구....제가 감사드립니다^^
샐러드 맛나 보이네요. 저렇게 고급진 샐러드라니!!! 사진 이뻐요^^
그 날의 바다와 하늘과 구름과 시간들 두고 두고 잊지 않겠습니다.
운동 더 열심히 하셔서 더 건강을 무장해서 부산경남지부 모임 때는 10시간 이상 떠들기!! 챌린지 합시다ㅋㅋㅋ

바람돌이 2022-10-20 20:47   좋아요 4 | URL
그 그럼 8시간으로 바꿀까요? ^^;;
좀 더 책을 많이 읽자는 생각은 모두 할걸요.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읽는 책이 비슷한거 같아도 또 다 다르잖아요. 나무님이랑 프레이야님 보부아르 얘기할 때 저도 속으로 보부아르 빨리 읽어야지 했다구요. 아직 안읽었어요. ㅠ.ㅠ
갑자기 은혜라고 하니까 뭐지 어리둥절하다가 아 예전에 우리 애들 옷 보내준거 말씀하시나하네요. 그게 무슨 은혜예요. 제가 새옷 보내드린것도 아닌데요. 아유 참.....
어쨌든 만나서 너무 좋았어요. 다음 모임에는 10시간 떠들기 챌리지 접수합니다. ^^

mini74 2022-10-20 2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무지 정겨운데요 ㅎㅎㅎ 맛있어보여요. 즐거운 수다와 선물같은 하루에 진짜 선물까지 행복하겼겠어요 바람돌이님 *^^*

바람돌이 2022-10-20 22:27   좋아요 2 | URL
실제로도 엄청 정겨웠어요. ^^ 알라딘에서 만나게 되는 분들은 다들 너무 좋은 분들이 많아서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이렇게 자꾸 오랫동안 쉬다가도 들어오고 그러나 봅니다. 미니님도 제가 좋아하는 정겨운 분이에요. ^^

꼬마요정 2022-10-20 23: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예뻐요!! 책 얘기도 실컷 하시고 날씨도 좋고 알라딘 분들 만나서 좋고 행복한 하루네요. 부럽습니다^^ 책 얘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곳이 참 없긴 하네요 ㅎㅎ

바람돌이 2022-10-21 15:24   좋아요 3 | URL
좋아하는걸 마음 껏 얘기하지 못하는 고통은 일찍이 홍길동이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는 마음으로 표현했죠. ㅎㅎ
좋은 분들을 만나서 책 얘기까지 좋았습니다.

페넬로페 2022-10-20 23: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공원에서 독서 모임하고 왔어요. 책에 대해 얘기 나누고 오면 힐링되어 기분이 좋고, 집에 와도 피곤하지 않고 힘이 나더라고요^^

바람돌이 2022-10-21 15:25   좋아요 3 | URL
아 오프라인 독서모임이군요. 그것도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공원이라니 우와 너무 좋은거 아닙니까? ^^
우리에게도 가끔 이런 숨통트이는 공간이 있어야 힘도 내고 살아가는거 같아요. ^^

희선 2022-10-21 00: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홉 시간이나 함께 하셨군요 저는 말을 잘 안 해서 책 이야기도 잘 못해요 그저 쓰는 것만 해도 괜찮습니다 바람돌이 님과 다른 분은 이야기 하는 거 좋아하셔서 좋으셨겠습니다 알라딘 서재 친구 두분과 만나고 책도 받으셔서 더 좋은 날이었겠네요 가끔 그렇게 만나시면 괜찮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10-21 15:26   좋아요 3 | URL
말 하는것 도 좋아하고 말 듣는것도 좋아해요. 특히나 책얘기라면.... 희선님은 글로 말하시니까 늘 우리랑 대화하시는거잖아요. 글로 하는 대화도 좋아요. ^^

transient-guest 2022-10-21 06: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시간이었겠습니다. 저는 책에 대하 누군가와 직접 대화해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술도 좋아하고 잘 마시는데 책까지 함께 즐길 사람들이 있으면 좋기는 하겠어요.ㅎㅎ 책은 오롯히 저 혼자만의 세상입니다.

바람돌이 2022-10-21 15:28   좋아요 1 | URL
transient-guest 님 계신 곳에서는 같이 책 얘기를 할 사람을 찾는게 더 힘들거 같네요. 아 가끔은 술이나 커피에 곁들여 이런 얘기를 하고싶은 날이 있는데 말이죠. 하지만 또 오롯이 혼자만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도 왠지 좀 멋있어 보입니다. ^^

coolcat329 2022-10-21 10: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알라딘 친구들을 만나셨군요.
책, 친구, 바다 참 멋진 조합이네요. 바다 근처 사셔서 참 부럽습니다.
광안대교 보니까 난폭 택시 타고 건너다 아저씨께 제발 조금 천천히 가자고 사정하던 일이 생각이 나네요.
근데 그 아저씨 제 말 무시하셔서 하...죽는 줄 알았습니다.
아무튼 사진 속 광안대교 너무 멋집니다.

바람돌이 2022-10-21 15:31   좋아요 3 | URL
ㅎㅎㅎ 이 동네 사람들 저런 환경에서 운전 배워서 다 그렇게 운전합니다. ㅠ.ㅠ 그냥 우리는 그러려니 하고 삽니다. 다들 사고 안내고 무사도착하더라구요. ㅎㅎ
부산은 다들 바다만 생각하시는데 사실은 바다와 산이 같이 있는 곳이에요. 예전에 서울에서 온 손님들을 안내한 적이 있는데 왜 부산에 왔는데 바다는 안보이고 산밖에 없냐고..... 아닛 그분들이 가자고 한 곳이 다 산밖에 없는걸 나보고 어쩌라고....ㅠ.ㅠ
어쨌든 자기가 사는 곳을 좋아하는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이 도시를 무진장 좋아해서 여기에 사는게 정말 좋네요. ^^

다락방 2022-10-21 10: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알라딘 부산경남지부 모임이라니. 너무 근사합니다! 몇 시간을 책 을 소재로 이야기 나눌 수 있다니 너무 좋죠. 책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는 정말로, 정말로 소중합니다. 아마 알라딘의 많은 분들이 현실에서 그런 친구를 찾기가 힘들어 서재에 매일 들르는게 아닌가 싶어요. 후훗.
부산경남지부 모임 응원합니다. 오래오래 함께 가는 다정한 모임이 되시기를요!!

바람돌이 2022-10-21 15:34   좋아요 2 | URL
부산경남지부라고 해놓고 나니... 왠지 회장, 부회장, 총무 뽑아야 할 듯요. 우리끼리 다 해먹으면 되겠다. ㅎㅎ
아주 오래전에 따로는 한 번씩 뵌 분들인데 이렇게 같이 만나는건 또 처음이라 뭔가 새롭고 좋았어요. 서재에서 보던 이미지와 같은 분들, 따듯하고 섬세하고.... 저만 한번씩 쓸데없이 튀어오르는 그런 모임이었습니다. 오래 오래 함께 책얘기를 나눌 수 있기를 저도 기원하고 있어요.

yamoo 2022-10-21 17:35   좋아요 3 | URL
엔날에 네이버 책읽기 카페에서 부산경남지부 모임이 있었는데, 부산 놀러갔을 때 격하게 맞아준 분들...지금도 기억합니다..ㅎㅎ
알라딘은 뭐, 네이버보단 규모가 작으니...

yamoo 2022-10-21 13: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이야기 할 때는 조심해서 간결하게 짧게 끝내야 한다. 예를 들면 ˝아 이번에 나온 **작가의 소설이 참 좋았어. 주인공의 생각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고 재밌었어˝ 딱 요정도에서 끝내야 한다. 요정도만 말해주면 잘난척하지 않으면서 평소에 책도 많이 읽고 똑똑한 사람으로 주변에 인식되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음.... 나도 사회생활은 해야 하니 더 나아가지 않는다. ㅠ.ㅠ

완전 공감합니다!!
저는 주로 영화를 보고 좋은 영화는 직장동료들과 서로 얘기를 하는데, 바람돌이 님이 책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한 딱 그 정도보다 약간 단순하게 애기해야 합니다. 더 깊게 얘기하면...맞아요...사회생활들 해야해서뤼....^^;;

바람돌이 2022-10-21 15:35   좋아요 3 | URL
아 사회생활 하기 힘들죠. 뭐든 적당히란 선을 맞춰야 하는데 그걸 맞추기가 참....ㅠ.ㅠ
야무님도 저도 그래도 사회생활 짬밥이 몇년인데 앞으로 조금만 더 힘내서 하고 나중에 일 그만두면 막 마음대로 사는걸로 해요. ^^

프레이야 2022-10-22 21: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부산경남지부 결성인가요 ㅎㅎ 바람돌이 님 그날 넘 좋았어요. 바다 사진도 와우 옆쪽에서 담으시더니 멋집니다!! 페이퍼가 딱 제 마음이네요. 두 분 이야기 하시는 거 보고 듣는 것도 좋은데 거기다 저도 조금 이야기할 시간이 되었고요. 책 이야기 주변에서 하기 진짜 쉽지 않죠. 그날도 그런 이야기 나왔지만요. 알아가고 배워가야 할 게 얼마나 많은지. 사회생활을 해야한다는 뼈아픈 말씀 ㅎㅎ 그날은 두서없이 아쉬움을 남겨뒀지만 다음에 또 만나면 두 분 이야기랑 책이야기 더 많이 나누고 싶어요. 현직 계시는 바람돌이 님 이야기도 흥미로웠어요. 분위기 편안하게 어제 만난 사람인 듯 그랬답니다. 넘흐 좋아 버벅거린 일인 ㅎㅎ
연분홍이랑 연보라빛 장미가 아직도 싱싱한 상태로 꽃잎 만개해 알흠다워요 ^^

바람돌이 2022-10-22 21:40   좋아요 2 | URL
저도 생각보다 너무 편해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역시 사람이 좋으면 뭐든지 다 좋은듯..... ^^ 거기다가 우리는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까지.... 사실 책 이야기만큼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가 어디 또 있을까요. ^^
사실 올해 저는 꽃꽂이 배우고 싶었거든요. 누가 가르쳐 준다해서.... 그냥 꽃다발 만드는 방법의 기초 정도로요. 근데 올해 갑자기 아픈 바람에 못배우게 되어서.... 내년쯤에 제가 꽃꽂이 배우면 제가 직접 만들어서 선물하는거 해보고 싶어요. ㅎㅎ
 















부르조아 가정에서 부모의 보호 아래 꽃처럼 자란 루스는 노동계급인 마틴에게

"버틀러란 분이 있어요.... 그분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야간학교에 다녔어요. 항상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당장의 희생을 기꺼이 치렀어요.... 일주일에 겨우 4달러를 받았는데... 그 4달러에서도 일부를 계속 저축했어요."


루스는 마틴이 이 버틀러란 사람처럼 현재를 희생해서 변호사, 회계사 뭐 이런 부르조아가 되라고 격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틴은

"그거 알아요? ..... 난 버틀러씨가 딱해요. 그분은 너무 어려서 잘 몰랐죠. 그래서 아무 쓸모 없는 연 수입 3만달러를 위해 자신에게서 삶을 빼앗아 버린겁니다. 3만달러라는 거액이 지금의 그분에게 어린 시절에 아낀 10센트로 살 수 있었을 사탕이라든가 땅콩, 극장의 싸구려 좌석권을 사 줄 수 없지 않나요?"


와 정말 어디서 많이 듣던 말 아닌가?

단어 몇개만 바꾸면 루스의 말은 우리 나라의 모든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하는 말이 아닐까?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현재를 희생시키는 삶의 연속!

좀 더 나은 미래의 상급학교, 더 나은 미래의 성적, 대학, 직장, 승진.... 끝없이 이어지는 삶의 목표들을 완수하기 위해 아둥바둥 살다보면 어느새 퇴직이고 죽어야 할 지도....

죽기 전에 딱 몇 년 행복한걸까? 

마틴에 의하면 버틀러씨는 부실한 식사와 엉망인 음식때문에 반드시 소화불량에 시달릴테니 건강이 안좋아 말년에도 행복하지는 못할듯하다.  이렇게 미래의 삶을 위해 현재를 저당잡히는 우리들의 삶도 죽기전에 잠깐 행복할지 않을지도 모르면서 지금 가질 수 있는 행복을 유예시키는건 아닐까?


오래 전 내가 고3때 대입시험 두달전쯤에 마지막으로 친 모의고사 성적을 받았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역대 최악의 성적. 

내게 관심이 별로 없었던 우리 담임샘이 나를 교무실로 불러 집에 무슨 일 있냐고 물을만큼의 성적하락이었다. 

물론 집에도 아무일 없었고, 나에게도 아무 일 없었다. 그냥 성적이 안나왔을 뿐이다.

어쨌든 항상 무사태평이던 나도 나름대로는 좀 심각해졌었다. 

남은 두 달이라도 바짝 공부해서 원래 성적은 나와야 되지 않겠냐 뭐 그런 결심을 하며 말이다.

그런데 그날 저녁 나는 너무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말았다. 


1년 넘게 개봉되기만을 기다렸던 영화 백야가 드디어 개봉했다는 것.















이 시절 나는 영화잡지 <스크린>을 열렬히 구독하던 헐리우드 키드였고, 

이 영화는 그 잡지를 통해 알게되어 보고 싶다 보고싶다 외면서 우리나라 개봉만 하면 보러가리라 했던 것이다.

지금과는 다르게 당시 외화들이 우리나라에 수입되기까지는 최소 1년에서 몇년씩 걸렸었고,

개봉관에서 그 영화를 보면 다시는 못볼 가능성이 아주 많았던 시절이었다.


성적이냐 영화냐? 

지금 보면 진짜 별거아닌 고민이지만 그때의 나는 꽤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아니네..... 모의고사 개판 쳐놓고 영화를 볼까 말까 고민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돼지.

그러나 결국 나는 저 영화를 보러갔었다.

너무 감동적이어서 심지어 2번 봤다.(당시 극장은 영화가 끝나고도 안 나가고 자리에 앉아서 개기면 다음 회차를 그냥 볼 수 있었다.)


그럼 이 영화는 나의 삶에서 무슨 역할을 했을까?

뭔가 작품이 될려면 내가 이 영화에서 감동을 받아 영화관련 직업을 가지든가, 아니면 주인공들처럼 춤을 추던가 해야 하겠지만 이 영화는 내 삶에 아무런 눈에 띄는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저 스쳐 지나갔던 많은 날들 중의 하루였을 뿐이다.


그럼에도 내 삶의 순간에서 이 날은 가장 행복했던 날로 떠오른다.

그 큰 극장의 내 자리와 그 어둠, 그리고 뭔가 쿰쿰했던 오래된 극장의 냄새까지  떠오르고, 커다란 화면에 환상처럼 펼쳐지던 주인공 두 사람의 춤은 지금의 나까지도 행복하게 해준다. 

내게는 이 날의 기억이 마틴이 말했던 "어린 시절에 아낀 10센트로 살 수 있었을 사탕이라든가 땅콩, 극장의 싸구려 좌석권"인 것이다.


얼마전 딸에게 

"어이 딸! 엄마는 가끔 너희한테 공부하란 소리를 너무 안하고 니들 하고싶은대로 내버려둬서, 너네가 원하는 대학에 못간게 아닐까 싶어 조금 후회가 되기도 해. 넌 그런면에서 엄마가 조금 원망스럽지는 않니?"라고 물었다.

딸이 말하길  "엄마! 엄마가 나를 그냥 내버려뒀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잘 자란거야. 이만하면 괜찮잖아."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자기 삶에 만족하고 자신만만하게 나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딸이어서 고마웠다. 

다만 도대체 잘 자랐다의 기준이 뭔지는 우리 사이에 합의되지 않았고, 솔직히 말하면 뭔지 나는 모르겠다. ㅎㅎ

저 질문은 둘째 딸에게 한거였는데, 큰 딸에게는 물어볼 필요도 없을듯하여 묻지 않았다.

걔는 뭐 인생이 너무 즐거운 애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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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20 00: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 나를 그냥 내버려뒀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잘 자란거야. 이만하면 괜찮잖아.‘
딸들의 사고가 넘 멋집니다

정말 잘 자라줬고 건강하게 엄마 옆에 있어서 좋고
가끔씩 함께 다니며 먹고 보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딸!

쵝오 !^^

<백야> 울 아버지 최애 영화중 한편 ^^

바람돌이 2022-10-20 16:36   좋아요 2 | URL
저건 작은 딸의 생각이고요.
큰 딸은 엄마가 뭐라고 하든 다 소용없었어. 나는 어차피 내맘대로 했을거야입니다. ㅎㅎ
이렇게 옆에서 같이 지낼 수 있는 것도 몇년 안남았겠죠?
그 때까지 즐기면서 살아야지.... ㅎㅎ

아버님 최애 영화!! 아버님의 최애영화를 알다니 우와!!! 저는 모르는데....ㅠ.ㅠ 부모님한테 좀더 효도해야 할듯요.

책읽는나무 2022-10-19 23: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역시 해아!!!
전 해아 어릴 때부터 팬이에요^^
시크하지만 속 깊은 딸!!
잘 자랐군요^^

고3 시절의 일탈은 두고 두고 기억에 많이 남죠? 성적이냐? 영화냐?
영화를 선택했었기에 지금이 잠시나마 행복할 수 있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도 고3 시절 떠올려보면 전등 침침한 교실에서 맨날 졸다가 공부하다가 그렇게 재미없던 시간들 속에서...수능 백 일 앞두고 옆에 짝지가 백일주 마시러 가자고 해서 엄청 갈등하다가...공부냐? 술이냐? 고민하는 척!! 모르는 척!!! 친구들따라 가서 맥주를 조금 마셨었는데 다음 날, 담임샘한테 붙들려 가서 된통 혼이 났었던....ㅜㅜ
뭐가 되려고 그러느냐고? 백일주 마시고 대학 잘 가는 애들을 못봤다고!!! ㅜㅜ
에혀~ 그땐 가스 라이팅 당해서 참 속상했었는데...살면서 생각하니까, 전 그게 또 나름의 어떤, 학창시절의 반항? 좀 영웅?적인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저도 나름 잘 컸죠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10-20 16:40   좋아요 2 | URL
그럼요 우리 모두 잘 컸죠. 그런 소소한 일탈과 추억들이 우리를 이렇게 잘 키운거라고 은근히 자화자찬합니다. ㅎㅎ
그 때 담임샘들은 또 다들 왜 그렇게 걱정이 많았는지... 실제로 그렇게 생각은 안했을거 같은데 말이죠.

한번씩 애들하고 얘기할때 얘들이 언제 이렇게 컸지 할때가 종종 있어요.
사는건 다 나한테 빌붙어서 살면서 말만 저렇게 번듯하게.... ㅎㅎ
그게 자식이지 하네요. ^^

프레이야 2022-10-20 0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문장 완전 기억납니다. 좋은 문장이 참 많아요. 그런 허름한 것들의 기억은 자신만의 빛나는 보석이지요. 우와 그 시절 영화광이었군요. 잡지도 구독할 정도면. 백야를 두 번이나 보시고요. 개기고 ㅋㅋ있으면 다음 타임 거 볼 수 있었죠. 전 고교 땐 극장 근처도 못 가봤어요. 단체관람 빼고는요. 역시 바람님과 돌이님의 저력이 저때부터 있었어요.
단란한 가족 포에버~^^

바람돌이 2022-10-20 16:44   좋아요 2 | URL
마틴 에덴은 문장이 정말.... 우와 하면서 보고 있어요. 진짜 결말이 뻔히 보이는 별거 아닌 사랑이 진짜 사랑인것처럼 보인다니까요? 저는 잭 런던 책을 진짜 오래전에 강철군화 하나 봤는데 그 책 솔직히 별로였거든요. 지금 읽으면 또 다를 수도 있겠지만요. 그런데 강철군화와 분위기나 문장이 너무 달라서 계속 깜짝 놀라며서 보고 있어요.
고등학교때부터 영화에 미쳐서 정말 열심히 보러 다녔는데 대학가면서 시들해졋어요. 그러다 부산국제영화제 생기면서 또 한 몇년 미쳤다가 또 시들해졌구요. 영화는 책만큼 제 영혼의 동반자는 아니었나보더라구요. ^^

페넬로페 2022-10-20 00: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와 연배가 비슷한(백야 개봉 시기를 검색해봤죠) 바람돌이님 덕분에 오늘 완전 추억 놀이 하고 있어요.
백야, 저도 봤죠~
저는 ‘say you say me‘보다 러시아 가수가 강렬하게 노래하는 것에 맞춰 미하일이 춤추는 장면 있잖아요.
그게 그렇게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어요.
그 시절 좋은 영화는 연속해서 두 번 보고요~~
바람돌이님의 청춘시절, 넘 멋져요^^

바람돌이 2022-10-20 16:48   좋아요 2 | URL
백야 개봉시기 검색하면 나이가 딱 나오죠. ㅎㅎ 저와 연배가 비슷한 친구야 페넬로페님 다시 반가워요. ^^
저는 노래는 하나도 기억 안나요. 저 say you say me가 워낙에 유명한 노래라서 알긴 하지만 당시 영화볼때는 귀에 안들어왓고요. 미하일 춤추는 거, 또 그레고리 하인즈랑 둘이 같이 탭댄스추는거 진짜 너무 환상적이어서 바보같이 입 헤 벌리고 봤다니까요. ㅎㅎ
우리들 청춘에 이런 기억 하나쯤 모두 가지고 있잖아요. ^^

희선 2022-10-20 01: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느라 하루 공부 안 한다고 성적이 아주 떨어지지는 않겠지요 영화를 보면 그게 하루가 아니고 여러 날 갈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공부보다 영화 보는 게 더 좋을 듯해요 나중에 조금 행복할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하나도 행복하지 않을지도 모르죠 나름대로 잘 살았다 생각한다면 좋겠지만, 헛살았다 생각하면...

따님 멋지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2-10-20 16:50   좋아요 2 | URL
글쎄말에요. 그런데 후폭풍이 좀 있었어요. 영화장면이 자꾸 생각나서 공부가 잘 안되는.....그리고 제가 저런 명목으로 제 맘대로 하고싶은거 다하는 스타일이어서 좀..... ㅎㅎ 부모님이 걱정이 많으셨죠.
그래도 어느쪽이 더 내게 좋은 삶이었나 하면 그렇게 제가 하고싶은 것들을 하고 산 거였다는 생각은 들어요.

라로 2022-10-20 03: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잘 키우셨고 잘 자랐고 부모와 자녀의 궁합이 잘 맞는 이주 우수한 경우입니다!!! 에헴(ㅎㅎㅎㅎ 제가 뭘 안다고. ㅋㅋㅋ 웃으시라고 해봤어라~~~😅😅😅)
너무 이쁘게 자라서 읽는데 제가 미소를 짓고 있네요. 꼭 안아주고 싶어요!! 그리고 바람돌이님은 성적과 영화 중 영화를 골라도 결국 좋은 결과가 있었지만 저역시 영화를 골랐지만 반대의 예정되었던 결과!!!😅😅😅😅😅
어쨌든 바람돌이님 수고 많으셨고참 잘하셨어요!!❤️👍❤️

바람돌이 2022-10-20 16:53   좋아요 2 | URL
아이고 덕담 감사합니다. ^^
지금의 라로님을 생각하면 저랑 반대의 결과가 아니라 우리 모두 좋은 결과의 삶을 살고 있는거 아닌가요?
라로님 끊임없이 공부하시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시는거 모두 그동안 살아왔던 무수한 순간들이 만들어낸 삶의 모습이잖아요. 잠시 스쳐온 대학따위가 우리 삶을 만든게 아니라니까요? ^^
그런 의미에서 열심히 살아온 우리 모두의 삶에 박수....👏👏👏👏👏

mini74 2022-10-20 07: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딸아이 말이 정말 예쁜데요 ㅎㅎ미하일 바리시니코프 멋졌어요.
스크린 로드쇼 … 반가운 이름들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할지 갑자기 무지 궁금해집니다 ㅋㅋㅋ

바람돌이 2022-10-20 16:55   좋아요 1 | URL
저 진짜 저 때 미국 가고 싶었어요.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만나러.... ㅠ.ㅠ
로드쇼도 오랫만에 들어보네요. 저 스크린 로드쇼 다음에 나온게 키노였죠? 그때까지는 참 열심히 영화를 봣었는데 어느 순간 시들해져서 지금은 뭐 왠많한 영화봐도 그냥 아 좋네 하고 마네요.
미니님도 물어보세요. 저도 갑자기 궁금하네요. 아 근데 미니님 아이들은 공부 열심히 하는거 아닌가요? 우리집 애들은 진짜 공부 안했거든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10-20 1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의 청춘의 그날도 근사하고 현재 따님과의 대화는 더 근사합니다^^
그저 흐뭇한 이 광경. 멋지세요!
우스갯소리로 ˝인생 뭐 있어?˝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말과는 달리 그렇게 살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내가 즐거워야 하루하루가 행복할 수 있고 그렇게 흘러가는 날들이 쌓이면 좋은 인생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길!

바람돌이 2022-10-20 17:00   좋아요 2 | URL
ㅎㅎ 감사합니다. 뭐 어떻든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해버리고 나니까 딸들과의 대화도 한결 편안해지고 좋네요. 항상 말은 인생 뭐 있어? 하지만 진짜 인생 뭐 있는것처럼 바쁘게 악착같이 살아가잖아요. 그런 압박에서 항상 벗어나려고 노력하는데 생각만큼 잘 되지는 않는거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저런 쓸데없는 질문을 하면서 쓸데없는 걱정을 하기도 하는거 같구요.

stella.K 2022-10-20 1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는 너무 중요하죠. 우린 인생을 너무 길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어제 죽어간 사람이 그렇게도 살고 싶었던 날이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때 그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겁니다.
공부만 하고 살아보십쇼. 머리 터지지. ㅎㅎ

저도 엄마가 약간 방임한 스타일인데
가끔 왜 엄마가 날 잡아주지 않았나 하다가도
그렇게 해 준 엄마가 결국 고맙더군요. 뭐 큰 인물은 못 됐지만
대충 건강하게 이날까지 잘 살고 있지 않습니까?ㅋㅋ

바람돌이 2022-10-20 17:05   좋아요 2 | URL
맞아요. 스텔라님 말씀처럼 내일이 나에게 있을지 없을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는거잖아요.
지금 살아가는 하루 하루가 결국 나를 만든다는거... 그래서 오늘의 행복을 미래로 유예하지 않는뭐거 명심하고 살게요.

뭐 제가 살던 시절은 방임이 기본이었기 때문에 그런 원망도 해본적은 없어요. 제 주변의 어떤 아이들은 또 엄마가 지독하게 이것저것 자기한테 많이 시켰고 엄격하게 관리해서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은 그게 참 고맙다는 말을 하는 애들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혹시 우리 애들도 그렇나 해서 물어본거 같아요. ^^

2022-10-20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0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10-21 2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백야 하면 왜 도스토예프스키옹이 생각날까요? ㅋ 저도 마틴에덴 저 문장보고 공감했었는데 ㅋ 현재를 버리고 미래를 기대하는게 과연 의미가 있는걸까란 생각을 가끔 해보긴 합니다~!!

바람돌이 2022-10-21 22:16   좋아요 2 | URL
저는 도스토예프스키 옹의 <백야>를 읽지 않았기 때문에 이 영화를 떠올리고, 새파랑님은 읽었으므로 도스토예프스키옹을 떠올리고.... ^^ 저는 요즘 아이들 중에 우울증 있는 애들이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저 아이들에게 현재를 버린 미래가 행복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하게 되네요. 어쨋든 우리 어른이도 어린이도 현재의 행복을 좀 더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알라딘 서재인들의 행복은 역시 책과 함께. ^^
 

여기 지적인 삶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꿈도 꾸지 못했던 온화하고 경이로운아름다움이 여기에 있었다. 그는 자신을 잊고 굶주린 눈으로 그녀를바라보았다. 여기에 그것을 위해 살 만한, 자신을 내던질 만한, 싸울만한, 아, 죽음도 무릅쓸 만한 어떤 것이 있었다. 책에 적힌 말들은사실이었다. 세상에는 그런 여자들이 있었다. 그녀도 그중 하나였다. - P25

 그는 평생 사랑에 굶주렸고, 그의 본성은 사랑을 갈구했다. 사랑은 그라는 존재의 본원적 요구였다. 그러나 그는 사랑 없이 살아가야 했기 때문에자신을 무감각하게 만들어 왔다. 자신이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라는것조차 알 수 없게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알지 못했다. 단지 사랑이작동하는 장면을 보고, 그 광경에 짜릿함을 느끼고, 사랑이란 멋지고 고귀하고 찬란하다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 P32

히긴보삼의 목소리와 분노가 함께 상승했다. 종일 가게에서 자신을 감추며, 그는 자기 자신이 되는 특권을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시간으로 미뤄 두었다.
- P52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당신도 알겠지만, 교육이죠. 처음으로 돌아가 초등학교부터 마쳐야 해요. 그런 다음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진학하세요."
"그러려면 돈이 들어요." 그가 끼어들었다.
"오!" 그녀는 탄식했다. "내가 그 생각을 못했군요. 그럼 친지라든가, 당신에게 학비를 보조해 줄 사람이 있겠죠?"
그는 머리를 저었다. - P92

그녀가 지금처럼 가깝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의 거대한 간극이 메워졌다. 그렇다고 그녀에 대한 그의 감정의 고상함이 경감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에게로 내려오지 않았다. 움직인 것은 그였다. 그가 구름 속으로 끌어올려져 그녀에게 다다랐다. 그녀를 숭배하는 그의 마음은, 그 순간, 종교적 경외와 열정과 같은 경지였다. - P97

실은, 그녀로서는 인간의 영혼을 갖고 노는 게 처음이었고, 그라는 말랑말랑한 점토는 빚어내기에 딱 좋았다.
그녀는 자기가 그를 빚어내고 있으며, 자신의 의도는 선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그가 싫지 않았다. - P103

"그거 알아요?" 그는 덧붙였다. "난 버틀러 씨가 딱해요. 그분은 너‘
무 어려서 잘 몰랐죠. 그래서 아무 쓸모 없는 연 수입 3만 달러를 위해 자신에게서 삶을 빼앗아 버린 겁니다. 3만 달러라는 거액이 지금의 그분에게 어린 시절에 아낀 10센트로 살 수 있었을 사탕이라든가땅콩, 극장의 싸구려 좌석권을 사줄 수 없지 않나요?" - P107

이런 생각을 그가 루스에게 애써 표현한 결과, 그녀는 충격을 받아서 그를 더 많이 개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인류 공통의 편협한 사고방식, 즉 자기들의 피부색과종교적 신조, 정치가 가장 좋고 옳으며, 지구상에 흩어져 있는 다른 이들은 자기들보다 운이 나빠서 거기 있게 됐다고 믿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 고대의 유대인들이 여자로 태어나지 않았음을 신에게 감사하고 현대의 선교사들이 신의 대리자를 자처하며 땅끝까지 가는 것과 같은 사고방식이었다. 이런 사고방식은 루스로 하여금이 남자를 삶의 다른 틈바구니에서 꺼내어 자기와 같은 특정한 틈바구니에 사는 남자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만들겠다는 욕망을 갖도록 만들었다.
IR NE - P109

그의 안에 있던 신과도 같았던 모든 것들이 흐릿해져 버렸다. 야망의 박차는 무디어졌다. 그쑤시는 자극을 느낄 활력이 그에게는 없었다. 그는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 영혼이 죽어버린 듯했다. 그는 짐승, 일하는 짐승이었다. 초록 잎사귀 사이로 비쳐 드는 햇살에서 어떤 아름다움도 보지 못했고, 푸르른 천구도 예전처럼 속삭이지 않았다. 우주의 광대함과 탄로 날까 봐 떨고 있는 비밀들을 암시해 주지도 않았다. 인생은 참을수 없을 만치 따분하고 어리석은 것이라서, 그는 입맛이 썼다.  - P207

그녀의 실망은 자신이 빚어내려던 이 남자가 빚어지기를 거부한다는 데 있었다. 그녀는 그가 얼마쯤 말랑말랑한 점토인 줄 알았는데, 점토는 굳어지더니 그녀의 아버지나 버틀러 씨의 형상이 되기를 사양했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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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9 22: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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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4 15: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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