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기쁨 - 책 읽고 싶어지는 책
김겨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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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야지 하면서도 몸이 피곤할 때는 그냥 스마트폰으로 손이 간다.

다들 경험이 있으시겠지만 이놈의 스마트폰이 시간 잡아먹는 귀신이다.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아니면 이것저것 하여튼 시간은 잡아먹는데 막상 하고 나면 허탈하다.

김겨울작가님도 그런가보다.


 이상한 일이다. 게임도 TV도 컴퓨터도 핸드폰도 한참 하면 공허한데, 책은 그렇지가 않다. 하루 종일 컴퓨터만 하다가 침대에 누웠을 때, 침대에 누워 한참 동안 핸드폰을 만지다가 화면을 껐을 때 조용한 마음에 이상하게 들어차는 그 허전한 느낌을 여러분도 알 것이다. 어딘가에 말을 걸고 싶고 무언가 충만한 일을 하고 싶을 때, 책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여러분이 손만 뻗는다면.   - 61쪽


하....

그렇구 말구요.

그럼에도 한동안 손에서 놓은 책은 또 쉽게 잡히지 않는다.

저 드라마 완결을 봐야 하는데, 저 게임 만렙 깨야 하는데.... 뭐 이런 쓸데없는 성취욕에 불타는 것이다.

이럴 때는 역시 책에 관한 책이다.

가볍게 들고 읽다보면 다른 책을 보고 싶은 욕구가 무럭 무럭 솟아나는 것이다.

이 책 <독서의 기쁨>은 다시 책을 보고싶게 만들어준다.

병원의 처방전을 받은 듯한 느낌이랄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고, 다 느껴본 감정들이지만 그걸 누가 이렇게 옆에서 얘기해주면 그래 그래 맞장구를 절로 치게되면서 역시 책이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건 힐링의 시간이다.

나랑 똑같은 감정, 똑같은 생각을 가진 이가 뭉뜽거려져 있는 내 속 마음을 하나 하나 풀어가며 조곤조곤 얘기해주니 내 속마음이 시원하게 풀어지는 그런 책.


 결국 책 디자인은 그 형태가 내용을 얼마나 잘 반영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촉감과 시각적쾌감이 내용과 딱 들어맞았을 때 우리는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다고 느낀다. 자주 받는 질문이 양장과 반양장, 페이퍼백 중 어떤 형태를 선호하느냐는 질문인데, 늘 나의 대답은 같다. 그건 책의 내용에 따라 다르다. 오래 두고 볼 책이라면 당연히 양장을 택해야 할 테고, 들고 다니며 읽고 싶다면 페이퍼백이 좋을 테다.  -28쪽


책의 물성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내게는 이런 책의 만듦새나 가름끈같은 책의 부속품들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책으로 가득찬 내 방에서 느껴지는 뿌듯함의 정체를 언제든 내가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인정하고, 언제든 그 세계가 나를 재구성함을 허락하는 행위다(117쪽)라고 규정해 줄 때 책은 더 이상 약간의 죄책감을 동반한 짐 덩어리가 아니라 나와 세계의 연결지점이 된다.


새해마다 하는 결심

올해는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쓰야지라는 결심을 북돋워주는 시간은 이 책 독서의 기쁨이 가져다주는 가장 큰 혜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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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2-08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에 대한 이야기만큼 싫증이 나지 않는 것이 없지요.
새해마다 하는 결심, 저도 바람돌이 님과 똑 같 아 요.ㅋㅋ^^

바람돌이 2025-02-08 13:32   좋아요 1 | URL
좋아하는것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매년 같은 결심을 하는 페크님 우리 올해는 연말에 뿌듯하게 읽은 책 자랑해요 ㅎㅎ

희선 2025-02-10 0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은 책을 좋아하셔서 이런 책 즐겁게 만나셨겠지요 책을 잘 안 보는 사람은 어떨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조금 관심 가질 것 같기도 합니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보다 책이 잘 읽히지 않는 사람한테 좋은 책이군요


희선

바람돌이 2025-02-10 13:21   좋아요 1 | URL
근데 책을 안 읽는 사람은 이런 책 보면 시큰둥할거 같애요. 뭐 이런 사소한거 가지고 이런 맘 아닐까요? 사소한게 소중한건 좋아하기때문이니까요. ^^
 
지금 당장 알고 싶은 한국미술 10
강병직 지음 / 연립서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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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광풍처럼 몰아쳤던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거기다 더한다면 보이는 것이 많을수록 일상에서 행복해지는 순간이 더 많아진다고 하고싶다.

올 겨울 유럽 여행에서 수많은 미술관을 다니면서 가족들에게 나는 막 가슴이 두근두근하면서 반짝반짝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책으로만 보던 그림들 또는 몰랐던 그림들을 눈앞에서 보면서 붓 터치 하나하나를 새겨 넣는 순간들은 모두가 내 마음이 빛나는 순간들이었다.


타고난 예술적 감각이라고는 진짜 쥐뿔도 없고 심지어 관심도 없던 나는 오로지 20대의 어느 날 읽은 서경식 선생님의 <나의 서양 미술 순례>라는 책 한 권 덕분에 미술사 공부를 시작했었다.

연애를 책으로 배운다는 것처럼 책으로 미술을 배운 내게도 그래도 오랜 시간을 투자하니 혼자서 즐거울만큼의 안목정도는 생기더랜다. 

한국 미술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어쨌든 읽다보면 아름다운 것들이 더 자주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은 그런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한 책이다.

교수와 학생의 대화형식으로 된 글은 한국미술의 아름다움을 처음 또는 좀 더 깊게 느끼고 싶은 이들을 위한 훌륭한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한다.



학교 다닐 때 누구나 한번쯤은 봤을 청동거울은 사실 미술관보다는 박물관에서 만나게 되는 유물이다. 

하지만 청동기 시대에 0.3mm간격으로-무려 1mm안에 3개의 선을 그었다.-무늬를 새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좀 더 자세히 보고싶어진다. 또한 청동거울을 만들기 위해 이토록 섬세한 거푸집을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되면 당시의 기술력만으로 이해되지 않는 경이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아. 저게 왜 거울이냐고도 묻고 있다. 아무것도 안 비칠것 같은데 말이다.

우리가 보는 청동은 모두 오랜 세월에 의해 녹이 앉은 것들이다.

구리와 주석, 아연의 합금비율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원래의 청동은 황금색이거나 은백색을 띠게 된다.

그래서 무늬가 없는 앞면은 그야말로 유물을 보는 내 마음만큼 반짝반짝 - 사물을 비출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화장이나 얼굴을 보기 위한 거울은 아니다.

당시 지배층의 장식품으로 하늘과 태양을 숭배하던 당시 지배층이 저걸 목에 딱 걸고 햇빛아래 나가면 눈부신 반사가 일어났으리라.... 폼잡기 딱 좋은...

하지만 폼만 잡고자 한다면 굳이 뒷면에 저토록 섬세하게 무늬를 새겨넣을 이유가 없다.

그저 윤이나도록 닦은 앞면만으로도 충분할테지만, 그런 물건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것은 장인들의 본능이고 거기서 예술이 시작되는 것일거다. 

어쨌든 이 책을 읽고나면 박물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청동거울도 다시 보이는 순간이 올테다.




백제의 산수문전이나 여러 벽돌들은 하나만 봤을 때는 그렇게 큰 감흥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물건들은 실용적인 목적에서 만들어졌기에, 그것이 실제 벽면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이런 그림을 보면 아! 하는 깨달음이 태어난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박물관에서 낱개로 떨어져있는 무수한 벽돌이나 기와들이 어떻게 집합적 아름다움으로 나타날지를 상상하고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철화 끈무늬 백자다.

백자의 모양 자체도 완벽한 선을 자랑하지만 그에 저렇게 끈 하나 멋지게 그려넣음으로써 아 술을 마셔야겠다라는 생각을 동시에 떠오르게 한다. 

아마도 저 병을 가졌던 사람은 매일 술이야 하지 않았을까?

또는 저 병과 함께 술을 나눴던 지인들과의 아름다운 시간들을 항상 되새겨주지 않았을까?

휙 한번 휘감은 선으로 그저 아름답기만 한 도자기가 아니라 그것을 보는 사람에게 삶의 다른 아름다운 순간들을 이끌어내게 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이 외에도 너무 유명해서 다시 말하지 않아도 될 다보탑이라든지 백제금동대향로, 신사임당과 정선의 그림이야기들을 당대의 사회상과 다른 예술의 경향들과 더불어 알기쉽게 알려준다. 

좋은 도판과 함께 한국미술의 아름다움을 찾는 여행의 시간이다.


단, 좋은 책인데 의구심이 드는 대목은 얘기하고 넘어가야겠다.

13페이지에 석기가 아닌 청동 농기구를 쓰면서 농경지가 확대되고 수확량도 늘어났다는 설명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청동 농기구가 발견되지 않았다. 중국과 베트남 일부 지역에서 청동 농기구가 발견되었지만 일반적이지는 않다. 청동의 재료들이 쉽게 구하기 어려운 귀한 재료였고, 그 단단함이 땅을 개간하기에는 모자랐던 탓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청동기시대에 농기구는 여전히 석기를 사용했다. 내가 알고 있는건 이런데 그동안 뭔가 고고학적인 발굴이 있었나싶어 찾아봤는데 그런것 같지는 않다. 왜 이런 서술이 나왔는지 궁금하다. 


176페이지에 1593년 임진왜란 때 퇴각하던 일본군이 경복궁에 불을 질렀기 때문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그런데 경복궁이 불탄건 1592년으로 알려져있고, 화재 역시 노비문서가 보관된 장예원에 한양의 노비들이 불을 지르면서 같이 불탔다는 설과, 일본군이 방화했다는 설 2가지가 있다. 둘 다 당시 기록을 참고한 주장인데 전란의 시기 혼란으로 인해 무엇이 정확한지에 대해서는 결론이 안 난걸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한국 미술 입문서로 훌륭하다.

다음에 2편이 나온다면 역시 바로 읽고싶을만큼...

그리고 2편에는 작년 간송미술관에서 만난 진짜 반짝 반짝 빛나던 백자의 이야기도 해줬으면 좋겠다. 

나의 보너스 사진은 간송미술관의 청화무늬와 철화무늬가 어우러진 백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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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2-06 1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백제금동향로와 청자 참외 모양 병이요. 이 책도 재미있겠어요.

바람돌이 2025-02-06 10:55   좋아요 0 | URL
이 책에 백제금동대향로 이야기도 나옵니다. 재밌게 읽었어요. 백제금동대향로야 뭐 누가 봐도 너무 멋지니까요? ㅎㅎ 참외모양 청자는 저도 좋아한답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서 실제로 보는 것도 좋고, 이렇게 책으로 보는 것도 둘 다 참 즐겁지 않나요? ^^

페크pek0501 2025-02-06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읽으면 아는 게 많아질 것 같습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바람돌이 2025-02-06 21:59   좋아요 1 | URL
쉽고 재밌습니다. 시간나실때 한 꼭지씩 읽어도 좋을거 같아요. ^^
 

인스부르크에서 1시간 정도 시외로 가면 악사머 리줌이라는 스키 리조트가 있다.
물론 우리가 스키를 탈건 아니고 장장 6km의 거리를 터보건이라는 눈썰매를 타고 신나게인지 죽을동 살동인지 내려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걸 타러 가는거다

어쩌다 얻어걸린 정보로 가는지라 될지 안될지도 모르고 일단 가보자해서 가는 것.

이곳으로 가는 완행 버스는 꽉차서 가는데 재빠르게 탄 덕분에 앉아서 가긴했다.
근데 진짜 우리 가족 빼고 올 스키어들이다
꿋꿋이 가서 무사히 터보건을 대여했다.
전날 잃어버린 내 장갑때문에 스키 장갑을 대여했더니 무려 8유로. 아까비...


뭐 표지판도 없고 대여소 직원도 대충 가르쳐주는데 그냥 내려가서 오른쪽으로 가라는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하여튼 무진장 헤메다가 가긴갔다.
사실 나는 쫄보라서 끝까지 탈까말까 고민했는데 물귀신같은 남편이 무조건 할수 있다고 꼬드겨서 또 귀얇은 나는 예전의 온갖 사고들을 잊고 일단 도전!
여기서 참았어야 했다.

처음엔 좋았다
눈이 폭신하고 속도가 점점 붙지만 어느 정도 제어가 가능해 즐겨가며 탔다.
하지만 약 4km지점부터는 눈이 얼어붙어 빙판길이 되어 있는거다
점점 속도 제어 불가능해지고 이 속도로 계속 가다가는 방행 못잡아서 옆의 바위무더기 계곡으로 튕겨나갈수도 있겠구나라는 위기감이....
결국 무리하게 발로 속도 줄이다가 썰매와 함께 날아갔다.
나의 육중한 몸이.... ㅠㅠ

머리 박고 별이 뱅글뱅글
팔꿈치와 엉덩이 대차게 박음.
엉청나게 아팠음
그래도 못걸을 정도는 아닌지라 다시 탈것인가 어쩔것인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아 더 타면 진짜 엠블런스에 실려갈지도 몰라라는 위기감에 포기했다.
문제는 그래도 남은 1km는 어쨌든 가야 한다는 것.
할수 없이 썰매를 끌고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딱 썰매 산책시키는 꼴이다.

좀 더 가니 큰 딸이 날 기다리고 있다.
넘어졌는데 썰매가 튀어오르면서 맞았단다

그래 우리 같이 썰매 산책시키자

좀 더가니 웬수같은 남편이 기다리고 있다.
둘째 딸은 어디 있냐니 말릴 새도 없이 비명을 지르면서 지나갔단다. ㅋㅋ

그 다음은 계속 썰매 산책이다
원래 재밌으면 여러번 타자였는데 남편 외에는 모두 포기.
불쌍한 남편은 나 혼자서 무슨 재미로 하면서 포기.

이곳 경치는 또 눈물나게 좋아서 카페에 가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근사하고 벽난로 장작불이 뜨뜻하게 좋다. 따뜻한 커피마시면서 상처받은 마음을 달랬다. 몸은 안 달래졌다.
젊은 두 딸래미의 몸은 이후 2,3일만에 다친 곳을 회복했으나 나의 비루한 몸은 지금도 걸을 때마다 엉덩이꼬리뼈가 욱신거리고 있다.
귀가 얇아서 항상 뭐 하자고하면 하긴 하는데 결과가 좋은적이 없네....ㅠㅠ

인스부르크로 돌아와 밥먹고 잠시 거리 산책 하다가 저녁 기차로 다음 행선지인 잘츠부르크로 간다.
가장 웃기고 가장 힘들었으며 나의 몸은 푸르딩딩 멍으로 얼룩진 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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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1-18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썰매 너무 신날 것 같은데(전 스키를 못 타요) 그래도 6키로면 엄청 긴 코스라....
얼른 아프신 곳 회복되시구요~~~ 남은 기간도 행복한 여행 되소서!
근데..... 사진은... 정말 고생할만큼 잘 나왔어요. 저렇게 큰 나무를 뒤로 하고 달리는 기분이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nine 2025-01-18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마지막 사진 정말 잘 찍으셨네요. 두 따님이 손인가요?
스키 못타신다면서 가는 곳 마다 다 스키장 ㅋㅋ
저도 스키 타본 적 없지만 저런 곳에 가면 스키든 터보건이든 안타고 못배길 것 같네요.
다음은 짤즈부르그...여기 독자가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멍든 곳이 많이 욱신거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노르드케테에서 내려와 크리스탈월드로 간다.
스와로브스키 본사가 여기에 있다.
여긴 인스부르크 외곽에 있지만 인스부르크 시내에서 셔틀버스가 다닌다

사실 딱히 가고싶은 곳은 아니었는데 인스부르크 카드 48시간권 끊은거 본전뽑기 좋은 장소라 흔히들 선택한다.
도착하자 약간 괴기스럽기도 하고 우리 나라에서는 아침드라마 오렌지쥬스 흘리는걸로 유명한 짤과 비슷하다고 놀림받는 입구가 등장한다.

전시관으로 들어갔는데 입구부터 심상찮다.
크리스탈로 만들수 있는건 다 만들어놓은 듯.
또한 작품마다 최고의 분위기와 음악이 어우려져서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우리나라 이불 작가와 호주 작가인 제임스 터렐, 달리, 니키 드 생팔의 작품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의외의 즐거움이었다.
사전 조사할 때 다들 시큰둥해서 별 기대안했다가 오히려 즐거움이 커졌던 곳이다.

마지막 사진은 야외 정원에 시무룩한 루돌프가 재밌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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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흐리고 안개끼고 하더니 드디어 날씨요정 등극한 날.
인스부르크 촤고봉인 노르드케테는 날씨가 안 좋으면 못 올라 가거나 올라가도 전망을 하나도 못보거나 하는데 정말 럭키하게도 처음으로 쨍하게 화창한 날씨다.

노르드케테 전망대를 가기 위해서는 푸니쿨라 한번 케이블카 2번을 타야한다.
푸니쿨라 역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걸로도 유명한데 그냥 딱 보면 동대문 DDP다.
건축가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이렇게 극명하게 표현하고 고수하는것도 뭐 나쁘지 않은듯하다.

내 기준으로 무서운 푸니쿨라와 케이블카를 한 번 타면 산 정상 바로 아래 제그루베전망대에 이른다.
여기서부터 풍경은 이미 환상이다.
푸니쿨라부터 여기 이를 때까지 우리 빼고는 전부 스키어들이다.
그리고 보기만해도 아찔한 슬로프를 스키나 보드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을 보면 우와 멋지다.
내 기준 가장 간지나는 스포츠는 아무래도 스키다.
멋지다.

제그루베 전망대는 스키 슬로프도 있고 레스토랑도 있고 그리고 눈썰매장이 작게나마 있다.
멋지게 스키타는 사람들 옆에서 부모 따라온 꼬맹이들과 눈썰매를 신나게 탄다.
아무리 간지나도 스키는 내게 넘사벽이다.
남편과 아이들은 그나마 타는데 우리는 초급자야
여기서 타다간 죽을거같아란다.
동감이다. 그냥 눈썰매타자.
나는 드디어 알프스에서 눈썰매타본 여자가 됐다.
소원성취다.

여기서 정상인 노르드케테는 케이블카를 한 번 더 탄다.
조슴 일찍이라서인지 케리블카를 타고 올라간 노르드케테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리고 제그루베 전망대만 해도 햇빛 쨍하고 맑더니 여기는 높이랑 막아주는 곳이 없어서인지 바람 엄청 불고 춥다.
가만히 서 있어도 날러 갈듯...
그래도 풍경이 기가 막혀 사진 찍으려고 폰 꺼내다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장갑을 떨어뜨렸다.
장갑이 바람이 폴폴폴 날아가는데 잡으려고 한발짝 내디디다가 아 저걸 잡으려고 하면 절벽에 떨어져 죽겠거나 싶어 멈춘다.
그렇게 나 장갑은 알프스 산속에 환경오염 쓰레기로 전락해버렸다.
작년에 태평양 바다에 선글라스 보냈는데... ㅠㅠ
그래도 인증샷은 찍어야 하기에 정상에서 사진 왕창 찍고 다시 제그루베 잔망대에 내려왔다.
또 하나의 로망.
알프스 중턱에서 야외 식탁에 앉아 맥주 마시기가 오늘은 가능하다

여태까지 날씨 우울했던거 다 용서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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