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마음 속 깊은 곳에 꼭꼭 숨어있어 나조차도 그것의 존재를 잊어버리는 그런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숨어있던 기억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허를 찌르듯 나타나 한순간에 나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또 어떤 기억은 가슴 한켠에 한껏 웅크리고 존재감을 과시함으로써 나의 모든 일상과 생각에 제동을 걸기도 한다. 무엇이 되었든 그 기억들은 대부분 아픈 기억들이다. 


  인간의 기억이란 머리속에서 없앤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온 몸에 새겨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특히 기본적인 삶의 안전과 관련된 기억같은 것들은 그대로 트라우마가 된다. 루시의 어린 시절은 읽는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돌아온 아버지는 독일 군인으로 오인하고 어린 아이들을 쏘아 죽였던 경험에 의해 지배받는다. 늘 자신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버지의 죄책감은 일종의 성도착증으로 나타난다. 그 아버지의 성도착증과 트라우마를 모두 받아주는 인물이 루시의 엄마인데 나는 이 소설에서 가장 이해가 안되는 인물이 바로 루시의 엄마였다. 루시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1인칭 소설이라서 그런지 루시의 엄마는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랄까? 그녀의 생각을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루시의 엄마가 삶에서 지키고자 하는건 무엇이었을까?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남편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중간에 루시가 반은 독일인인 윌리엄과 결혼하면서 엄마의 집으로 갔을 때 루시의 엄마는 아버지가 독일인에게 트라우마가 있는걸 알면서 독일인 남편을 데리고 온 루시를 탓한다. 이 장면을 보면 루시의 엄마는 오로지 아버지 한 사람을 중심으로 사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어떤 정상적인 삶 또는 반듯하다고 생각되는 삶에 대한 강박이 있어 자식들의 약간의 어긋남에 대해서도 용납하지 못하고 아동학대로 징벌하는 그런 인물이다. 루시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남편인 윌리엄이 루시를 돌봐달라고 부탁하면서 다시 만난 이 모녀는 한 순간도 연결되지 못한다. 이제는 다 큰 딸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는 엄마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엄마의 상을 한번이라도 갖고 싶은 루시의 바램은 늘 어긋난다. 그들은 서로가 원하는 말이 무엇인지 모른다. 나는 이 소설에서 작가가 적당히 타협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어릴 때의 상처를 그대로 안고 있는 딸과 그 상처의 주범인 엄마가 십 몇년만에 만났다고 하여 갑자기 말문이 트일리가 없다. 또한 가슴에 맺혀있는 상처가 몇마디 말과 행동으로 녹을리도 없다. 우리가 신파라고 부르는 것들을 빈정거리며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데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오랫동안 새긴 상처가 몇마디의 용서를 비는 말에 눈물을 흘리며 껴안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것? 그게 신파지 뭐...... 그런 상처는 그렇게 해소되지 않는다. 그건 그냥 그대로 안고 살아가는거다. 


  

 안전함과 보호받을 수 있는 장소로서의 집을 가지지 못했던 루시는 집을 떠나 다른 도시로 갈때는 항상 겁을 먹는다. 또한 호텔방은 늘 외로운 장소다. 루시에게 집다운 집을 준건 첫번째 남편이었던 윌리엄이 유일했다. 하지만 윌리엄이 줬던 집다운 집이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부유하고 안정된 삶을 살았던 윌리엄에게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어떤 권위였다. 그러니까 커다랗고 살기에 편리한 집, 매년 정기적으로 떠나는 휴가 여행, 적당한 문화생활의 향유, 주변 사람들과의 안정된 교류 등등 원래 그렇게 살아왔기에 그것이 당연하게 몸과 행동에 배여 있는 그런 삶의 권위, 윌리엄의 옆이라면 나 역시 그런 안정을 나눌수 있을거라는 맹목적인 동의, 그것이 윌리엄이 가지고 있는 권위다. 그래서 루시는 윌리엄을 사랑하지만 그의 옆이 결코 편안하지는 않다. 내가 그의 삶에 붙어있는 잉여의 존재라는 느낌을 늘 가지고 있으니까.... 잉여의 존재가 아니기 위해 루시는 늘 괜찮은 척, 지금의 삶이 내 원래의 삶처럼 익숙한 척 그렇게 고군분투해야 한다. 윌리엄 역시 그것을 느끼지 못할리가 없다. 루시는 한번도 그에게 자신을 위로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이 소설이 구질구질하지않고 루시가 매력적인 것은 


이게 나야, 나는 내가 견딜 수 없는 곳 - 일리노이 주 앰개시에는 가지 않을거고, 내가 원하지 않는 결혼 생활은 하지 않을 거고, 나 자신을 움켜잡고 인생을 헤치며 앞으로, 눈먼 박쥐처럼 그렇게 계속 나아갈거야! - 204쪽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내 것이다. 이 이야기만큼은. 그리고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이다. -216쪽


  기억속에 무엇을 새기고 있든, 지금의 내가 설사 맘에 안들더라도 그래도 나는 루시 바턴이고 나는 계속 나아가고 살아갈거라는 절대적인 삶의 긍정, 거기에 나의 매력적인 루시가 있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가능할까? 

이제 노년이 된 루시와 윌리엄. 이들은 이혼한지 오래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친구처럼 지낸다. 부부든 동거인이든 어쨌든 한 공간에서 어떤 공식적인 관계를 맺고 함께 산다는 건 상대에 대해 많은걸 알게 해주지만 동시에 상대에 대해 많은 부분에 눈감게 하기도 한다. 파티에서 만난 어떤 여자는 루시에게 가까운 사람에게는 하지 못할 내밀한 이야기를 한다. 적당한 익명성에 기대는 것이다.


사람들은 외롭다.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할 수 없다. -152쪽



  <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서는 루시가 가진 트라우마를 쫒아갔다면 이제 <오, 윌리엄>에서는 윌리엄이 가진 트라우마를 쫒아간다. 루시에게 윌리엄은 안전을 보장하는 집같은 존재였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이 남자 상당히 유아적이다. 결혼 후에 바람을 피는 것에 대해서 딱히 죄책감이 없고, 결국 이혼하게 되었을 때도 본인은 이혼하고 싶은 생각이 없음에도 떠나는 루시를 한번도 붙잡아보지도 못한다. 이후 다른 부인들과 2번 더 이혼하게 되는데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뭘 해야 하는가에서 나 스스로 뭔가를 강하게 추진하고 이루겠다는 생각이 별반 없다고 할까? 중산층의 안정된 가정에, 약간 과보호적인 어머니 밑에서 모범생으로 큰 전형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막상 무언가를 결정하고 추진해야 할 때 혼자 힘으로 무언가를 못하고 머뭇거리다 결국 중요한걸 놓치고 마는 그런 우유부단한 인물인 것이다. 물론 루시의 눈에는 이런 면이 보이지 않는다. 윌리엄은 늘 루시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존재였기에말이다. 


  윌리엄에게 틈이 생기는 것 - 이번 이야기의 시작은 윌리엄의 3번째 이혼부터이다. 조금은 불쌍하게도 일방적으로 버림받았다고 할까? 쪽지 한장에 "당신은 좋은 사람이지만 때때로 아주 멀게 느껴져"라는 말한마디로 이별을 통고받았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윌리엄은 자신을 떠난 부인과 스스로 뭔가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다시 루시에게 기대고 도움을 요청하고 옆에 있어달라고 할뿐이다. 그리고 이 시기에 우연히 알게된 이부 여동생의 존재, 아 윌리엄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던 어머니 캐서린에게 무슨 비밀이? 


 사실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 나는 바로 윌리엄의 어머니 캐서린이었다. 루시의 눈에 비친 캐서린은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나 타고난 우아함과 세련됨을 소유한 여인. 그리고 가끔 그런 취향을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하는 - 맘에 들지 않는 루시의 외투를 마음대로 치워버리는 식으로- 사람. 그래서 가끔은 이렇게 제멋대로이기도 하지만 또 천성은 다정하여 가족을 보듬어 안는 사람으로 나온다. 그런데 윌리엄과 루시가 이부동생의 존재를 알고 쫒아가면서 알게되는 캐서린의 과거는 그들이 알고 있는 것과 너무도 달랐다. 윌리엄과 다르게 캐서린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스스로 만들어간 존재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자신과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건 쉽지 않았을것이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상처입었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그 시대에 이렇게 적극적인 여성은 매혹적이다. 


 오, 윌리엄이란 저 호명은 감탄사이기도 하고 불쌍한 윌리엄이란 내용이 숨어있는 내면의 언어이기도 하다. 오, 윌리엄 당신 알고 보니 마마보이였구나. 당신 혼자서 스스로의 힘으로 이룬게 뭐가 있니? 너 계속 그렇게 살래? 뭐 이런 말이 저 짧은 감탄사에서 끊임없이 들린다고 할까? 그런 윌리엄이 처음으로 자신의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한다. 루시에게 나와 휴가를 같이 가줘라고.... 생각해보겠다는 거절에도 예전과는 다르게 다시 한번 붙잡고 부탁하는 것이다. 그 순간 루시에게 안전한 집이었던 윌리엄의 존재는 깨졌지만 이제 서로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다정한 친구로서의 루시와 윌리엄이 첫발을 내딛는다. 


오 모든 이여, 오 드넓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소중한 모든 이여, 그런 의미는 아닌가?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심지어 우리 자신 조차도!   - 298쪽


  우리는 타인을 아니 나 자신조차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다 알 수 없지만, 오 , 윌리엄 또는 오, 루시 또 그리고 오, 캐서린이라 부르는 호명속에 공감과 연민과 이해를 담는 것이다. 갑자기 내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을 저렇게 오! 하는 감탄사를 붙여 불러보고 싶어진다. 부디 나의 호명과 존재가 그들에게 위로가 되어지기를........





  <내 이름은 루시 바턴>과 <오, 윌리엄>이 루시 바턴의 1인칭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3인칭 소설로 소설속 등장인물들의 말을 통해 가끔 루시가 소환된다. 하지만 <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서 루시와 엄마와의 대화속에 에서 간단하게 언급되면서 궁금증을 일으키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 다 들어있다. 그래서 스토리상으로는 가장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고 할 수 있겠다. 


  루시 바턴이 태어나고 자란 미국 중부의 일리노이주 앰개시를 배경으로 그 곳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작인 <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서 다들 한번씩 언급된 인물들이라 뭔가 아는 사람을 만나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이야기들의 사이 사이 루시에 대한 이야기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온 여기 9개의 단편들이 재미있다고 말하기에는 다들 너무 아픈 이야기들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 속 등장 인물들은 모두 어떤 폭력에 의해 상처를 받은 이들이다. 


  루시의 오빠 피트 바턴은 어릴 적 가난에 의한 따돌림, 부모의 학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그것은 오래된 엄마의 가게 간판으로 상징된다. 이미 엄마가 죽은지 오래되었음에도 엄마의 가게 간판은 엄마라는 존재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처음으로 자신에게 위로를 건넨 이웃 토미 덕분에 엄마의 바느질과 수선이라고 적힌 간판에 도끼질을 하고 부숨으로써 그 기억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신의 삶을 위한 첫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여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피트는 앞으로도 수십차례의 도끼질을 할 수 있는 첫발을 내디었으니 그 다음 발자국도 내딛을 수 있으리라.


  어릴 적 엄마가 사랑을 쫒아가는 바람에 버림받은 패티와 린다 자매는 한 때는 사랑스런 아이들로 프리티 나이슬리 걸즈로 불리었다. 하지만 엄마가 불륜에 빠지고 심지어는 그 불륜의 대상에게서 버림받아버리는 바람에 낙동강 오리알이 되고,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엄마에 대한 증오를 불어넣어주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다. 누구보다 타인의 비난과 뒷담화에 온전히 노출되어 자랐을 이들 역시 어딘가 뒤틀려있다. 그래도 패티는 상담교사로 일하면서 자신에게 막말을 하는 아이에게 순잔적으로 화가 나 쓰레기라고 같이 막말을 하지만 곧 "네가 내게 무례하게 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나한테 그 말을 할 권리가 주어지는 건 아냐"라고 말할 수 있는 올곧은 사람이다. 그녀를 그렇게 만든건 상처를 서로 보듬을 수 있는 사람의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갖지 못한 언니 린다는 변태 범죄자 남편이 너무 싫으면서도 주변의 비난과 뒷담화가 두려워 그저 감내하고 참고 모른척하고 살아간다. 어머니의 그림자가 자신의 삶을 덮어버리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같은 경험을 해도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같지 않다. 모든 인간이 상처를 받아들이는 방법이 다르고, 극복하는 방법 또한 다르다. 그래서 다섯 딸이 다 클때까지 기다리고, 십삼년간 남편과 불륜관계에 있던 여자에 대해 알게 된 뒤 자신을 찾아온 심장마비에서 회복될때를 기다리고, 남편의 뇌종양이 치명적이지 않기까지 정말 이십년을 더 기다려 자신이 찾은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난 메리의 이야기는 읽는 독자를 웃음짓게 한다. 뭘 그렇게 미련하게 다 기다리고 다 참았는지.... 그러다 당신이 먼저 죽었으면 어쩔거냐고 말하고 싶지만 그래도 그녀가 노년에 찾은 온전한 사랑을 응원하고 따뜻한 박수를 보내고싶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을 읽으면서는 내가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내 마음 속 어린 루시 바턴은 뭘까라는 생각도 들고 다 치유하지 못한 내 마음속의 어린 루시를 위해 나도 이렇게 글을 한 번 써볼까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물론 5분짜리 생각으로 아유 뭐하러 그냥 읽는걸로 만족해야지로 바뀌긴 했지만...... 그런 나에 대한 위로가 <오, 윌리엄>에 가면 타인에 대한 연민과 이해의 노력으로 이어진다. 물론 우리는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데서 오히려 우리는 타인에 대한 이해의 첫걸음을 디딜 수 있음을 깨닫는다. 내 옆에 오, OOO이라고 부르고 싶은 이를 호명하고싶어진다. <무엇이든 가능하다>를 읽으며 다양한 사람들의 상처와 치유를 읽을 때면 책 속 말처럼 그렇게 햇빛속에 앉아있다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타인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희망이 또는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것, 무엇이든 가능하지만 무엇이 되어야 할지는 자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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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2-11-18 1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루시 바턴 시리즈 읽고 싶게 만드는 페이퍼입니다!

바람돌이 2022-11-18 19:37   좋아요 1 | URL
이 시리즈 세권 다 늘 옆에 두고 꺼내고 싶게 만드는 책들이에요. 너무 좋아요. 아마 햇살과 함께님도 맘에 드실거예요. ^^

프레이야 2022-11-18 1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셋 중 하나를 꼽으라면 전 내이름은루시바턴요. 윌리엄 뒤에 붙은 느낌표에 참 복합적인 감정이 담긴 것 같았어요. ^^

바람돌이 2022-11-18 19:39   좋아요 2 | URL
전 다 좋은데 그래도 하나 꼽으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요. 저기 리뷰에서도 얘기했는데 50년이 넘는 결혼을 정리하고 자기 삶을 찾아가는 미시시피 메리 이야기 너무 좋아서요. ^^
윌리엄 뒤에 붙는 느낌표 아 진짜 복합적이죠. 읽으면서 저도 막 오 윌리엄 아........ 이랬다니까요. ㅎㅎ

공쟝쟝 2022-11-18 18: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의 최애소설에 대한 리뷰이기 때문에 윌리엄을 다 읽고 읽도록 하겠습니다 😭 아 넘 좋다 ㅋㅋㅋ 알라딘 하는 맛 나네요 ㅋㅋㅋ

바람돌이 2022-11-18 19:41   좋아요 0 | URL
그럼요 그럼요. 약간의 스포도 우리는 참을 수 없다. ^^ 윌리엄도 좋아요. 저는 루시바턴도 좋았지만 루시바턴에서 엄마의 감정이 잘 이해가 안갔기 때문에 윌리엄이 더 좋더라구요. 이것도 사람마다 진짜 다르겠죠?
윌리엄과 루시가 같이 놀러간 이후의 이야기인듯한 바닷가의 루시도 나왔대요. 언제쯤 번역이 될까요? 기다리는 것도 행복해.. ^^

책읽는나무 2022-11-18 2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윌리엄> 읽을 때, 잘 읽어야겠군요.
오!!!!! 윌리엄!!!!!! 하면서요^^
절절하네요. 올리브 시리즈 읽을 때처럼 아련한가 봅니다. 이 책에도 ‘햇빛 속에 앉아 있다‘라는 문구를 보고 문득 올리브 책에서 읽은 ‘2 월의 햇빛‘ 이란 문구가 떠오르네요. 책 읽었을 당시가 마침 2 월이어서 산책하면서 2 월 오후 햇빛을 사진 찍어보기도 했었네요^^
햇빛에 대해 스트라우트 작가는 애틋함이 있나 봅니다.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왠지 이 달의 리뷰상 받으시려나? 점 치게 되네요ㅋㅋㅋ

바람돌이 2022-11-18 21:50   좋아요 2 | URL
아 진짜로 오!!!! 윌리엄...... 하게 된다니까요. ㅎㅎ 올리브 시리즈만큼 좋았습니다. 이제 저는 에머미와 이저벨, 그리고 버지스 형제 남았는데 이 책들도 다 읽을려구요. 이 작가의 책은 지금까지 5권을 읽었는데 맘에 들지 않는게 없네요. 어떻게 이럴 수 있죠? 햇빛속에 앉아 있으면 왠지 좀 아련하지 않나요? 저도 얼굴이야 타던 말던 햇빛받으며 앉아있는거 엄청 좋아하거든요. ^^ 나무님 기운받아서 이달의 리뷰기운 팍팍 넣어볼까요? ^^

호우 2022-11-18 2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부작인가요? 각각 다른 시점에서 씌어지고. 다 읽어야만 완성 된 얘기일 거 같네요.독서 노트 첫 부분에 쓰신 글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습니다. 정말 아무도 모르는 오랜 기억들이 문득 소환되는 순간이 있죠. 그리고 혼자 마구 부끄럽고 한심해지는 그런 때가 있더라고요. 살다 보면.

바람돌이 2022-11-18 21:52   좋아요 1 | URL
오 아니에요. 호우님 얘들은 등장 인물만 같다 뿐이지 사실은 모두가 독립된 이야기들이랍니다. 완전히 따로 읽어도 전혀 상관없고, 같이 읽으면 더 좋은 그런 이야기요. 저도 가끔 소환되는 기억들이 있죠. 혼자 막 부끄럽고 한심해지는요.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요? ^^

희선 2022-11-19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살면서 누군가한테 상처받고, 누군가한테는 위로 받기도 하겠습니다 그게 같은 사람일 때는 없겠지요 상처주는 사람과 위로를 주는 사람은 다른 사람... 그렇기에 살아가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남한테 말하지 못하는 것, 숨기고 싶은 것도 있겠습니다 소설에서는 그런 게 드러나지만 현실에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길지도... 윌리엄 엄마인 캐서린... 루시가 윌리엄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겠습니다 엄마를 알고 윌리엄은 나이를 먹었지만 마음이 조금 자랐을지... 뭔가 안다 해도 그대로일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2-11-19 11:38   좋아요 0 | URL
음 저는 오히려 같은 사람에게서 상처도 받고 위로도 받고 하는 경우가 더 많은거 같더라고요. 보통 상처는 가까운 사람에게서 받는건데 또 그 사람이 위로가 될때도 있으니 같이 사는게 아닌가 하는.... ㅎㅎ

라로 2022-11-19 0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른 두 책은 읽었지만 <오 윌리엄!> 아직 안 읽었는데도 스포 좋아라 합니다요. 스포가 어쩔때는제 정신 건강에 안정을 주는 ,,, 뭐래?? ㅎㅎㅎㅎ
암튼 루시 바턴은 스트라우트 소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어릴적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 그 책을 읽으면서 치유 받는 느낌이 들어서 그럴까요? 암튼 이런 리뷰는 되어야 이달의 리뷰에 당선 되야 하는 거죠!! 어디에 치우치지 않는 시선의 글 역시 마음에 평정심을 주는 군요!!!^^

바람돌이 2022-11-19 11:39   좋아요 0 | URL
이 글 쓰면서 스포 최소화하려고 노력 많이 했는데 그래도 삐져나오네요. ㅎㅎ 아 저는 올리버외 루시 중 어느게 더 좋은지 모르겠어요. 다 너무 좋아요.

다락방 2022-11-22 0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두 권은 읽었고 오 윌리엄은 준비만 해두고 있어요. 곧 읽을 예정입니다.
루시 바턴, 저도 정말 애정하는 소설이에요. 사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애정하는 작가라는 게 더 맞을테고요.
크- 좋네요.
뭐랄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소설속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등장인물들의 삶에 끼어들지를 않는 것 같아요. 그냥 순전하게 그 사람의 삶 그 자체를 보여준달까요. 작가가 끼어들어 가치 판단을 하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그 지점에서 원망 같은 것이 저는 생기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래서 등장인물들이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는 생각도 합니다.

잘 읽었어요, 바람돌이 님!

바람돌이 2022-11-22 15:09   좋아요 0 | URL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네요. 저는 이 분 작품은 읽다 보면 작가와 주인공이 막 섞여요. 어 이거 작가 자기 얘긴가? 이러면서요. 올리브도 그렇더니 루시는 더하네요. 근데 그게 또 묘하게 저한테도 위로를 주고요. 루시 바턴 읽으면서 왠지 나도 소설을 쓰고 싶어 그런 생각이 아주 잠시지만 들더라구요. ^^
 

나의 일은 맴돌기랍니다 -
관습을 몰라서가 아니라
동트는 모습에 사로잡혔거나 -석양이 나를 보고 있으면 그래요 -모두 예쁜데 나만 캥거루예요, 선생님,
그래서 아주 괴로워요,
가르침을 받으면 그것은 사라지리라 생각했어요.

히긴슨에게 보낸 디킨슨의 편지 중에서 - P5

낮은 이와 같이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아침과 하나의 정오
말할 수 없는 한 번의 흥청망청
다음은 알려지지 않은 한 번의 경거망동
그 장관에 혹 하고 쳇 하고
물려받기도 하고 뺏기기도 하고
영광을 좇아 빈궁해지니
구제불능이다 - P59

명성은 변덕스러운 음식
바꿔놓는 접시에 올려
차린 식탁 한 번에 한
손님 그리고
두 번째는 차리지 않는다
남긴 부스러기를 까마귀들이 살펴보다
묘하게 깍깍대며
푸드득 지나쳐
농부의 옥수수로 가버렸고 -
사람들이 그것을 먹고 죽는다 - P61

예감이란 - 잔디밭 위 - 저긴 그림자 -
곧 해가 지겠구나 -

깜짝 놀란 풀들에게 알리는 공지
어둠이 - 곧 통과합니다 - - P93

작은 장미를 아무도 몰라요 -순례자일까요
나는 그런 식으로 그를 갖지 않고
그를 들어 올려 당신에게 드립니다
오직 벌 한 마리 그를 그리워할 테고
오직 나비 한 마리
먼길 다녀와 서두르며 -
이 친구 품에 누워 -
오직 새 한 마리 궁금해 할 거예요 -오직 바람 한줄기 한숨 쉴 거예요-
아 작은 장미 - 죽는다는 것이
당신 같은 이에게는 너무 쉽겠죠!
- P97

작고 통통한 형체가
작은 야산마다 하나씩 있듯
부산한 바늘들, 그리고 실 감긴 실패들 -그리고 학교에서 터벅터벅 돌아오는 발걸음ㅡ

짝꿍들, 휴일, 그리고 나무 열매들 -그리고 광활하고 소소한 광경들
이상해, 발은 이렇게 소중하고 벅찬데
이렇게 사소한 목표에 도달해야 하다니! - P119

 19세기 유럽의 낭만주의 시인들은 있는 자체만으로도 보는 이들을 치유하고 위로가 될 자연과 자연과의 교감을 가능하게 하는 감성과 사유를 중요하게 여겼다. 디킨슨도 이러한 낭만주의 시 전통에 한 발 걸치고있지만 사명감이나 고뇌는 없다. 자연에 만취된 삶이 이미 디킨슨에게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 P152

취기만큼이나 디킨슨이 자주 사용한 단어 가운데 하나가 꿈인데 꿈은 현실을 다른 기호와 언어로 구성한 의식 너머의 텍스트이며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상상력의 실천이기도 하다. 단순히 현실의모사가 아닌, 시인이 언어로 제시하는 새로운 현실의 비전이다. 어린 소녀의 작은 손을 힘껏 펼치면 낙원을 담을 수 있는 것도 시인의 상상력이 주는 가능성 때문이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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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쓴 글에서 이 책 제목때문에 캥거루에 대한 궁금증과 오해가 생기네요.

하긴 저도 제목만 봤을 때는 에미리 디킨슨의 외모에 대한 자기 비하와 관련있나 생각하기도 했어요.

다 예쁜데 왜 나만 못생겼을까? 뭐 이런....

그런데 이게 전혀 엉뚱한 예상도 아닌 것이 영화 <조용한 열정>에 보면요.

첫사랑에 빠진 에밀리 디킨슨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 스스로 막 비하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아니 캥거루가 어때서? 그 귀여운 동물을 왜 못생긴걸로 대비하지? 언제부터 캥거루가 못생김의 대명사가 된거야? 이런 캥거루의 억울함을 위한 항변도..... ㅎㅎ

그런데 <모두 예쁜데 나만 캥거루>는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듯합니다.

일단 전문을 먼저 적을게요.


나의 일은 맴돌기랍니다 ㅡ

관습을 몰라서가 아니라

동트는 모습에 사로잡혔거나 ㅡ

석양이 나를 보고 있으면 그래요 ㅡ

모두 예쁜데 나만 캥거루예요, 선생님,

그래서 아주 괴로워요,

가르침을 받으면 그것은 사라지리라 생각했어요.

   -히긴슨에게 보낸 디킨슨의 편지 중에서(히긴슨은 에밀리 디킨슨의 문학상담 역할을 했던 비평가 겸 작가 토머스 웬트워스 히긴슨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전문을 보면 캥거루는 미와 추의 대비가 아니라는게 확실해지죠.

어떻게 해석할까 좀 막막해지기도 하는데 저는 이 대목을 첫째 줄 나의 일은 맴돌기랍니다에 주목해서 읽었어요.

어디든 동틀때나 석양이 질때는 다 아름답죠.

그렇게 아름다울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용히 그 풍경을 바라만 볼때 우리의 에밀리 디킨슨은 아예 그 아름다움속으로 들어가서 동화되어버리는 듯 합니다. 어쩌면 떠오는 태양을 향해 달려갔을지도 모르겠고,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불렀을지도 모르죠. 아름다움 속에 어떻게든 함께 녹아내리는 자신의 모습이 다른 이들의 모습과는 이질적이라고 느낀것도 같아요.

그래서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려 맴도는 자신을 겅중 겅중 뛰는 캥거루에 비유했다는 생각도 드는데 어쩌면 이 모습이 훨씬 더 아름답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만 영화에서 본 에밀리 디킨슨의 모습과는 매치가 안되어서 혹시 이 분이 마음으로만 열심히 뛰어다닌건 아닌지 싶기도 하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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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1-16 16: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두가 짜장인데 나만 짬뽕

이런 느낌이군요 ㅋ

바람돌이 2022-11-16 16:24   좋아요 4 | URL
아니 아니죠. 모두가 짜장인데 나만 탕슈 이런 느낌이죠. ㅎㅎ

프레이야 2022-11-16 17:00   좋아요 4 | URL
두 분 진짜 🤣 짬뽕이랑 탕슉 먹고 싶어지쟈나요. ㅎㅎ

2022-11-16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6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6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2-11-16 19: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에밀리 디킨슨이 실제로 캥거루를 닮은 거 같아요.
눈과 입부분이 캥거루 같기도 한데요..😅

바람돌이 2022-11-16 20:12   좋아요 2 | URL
음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또 그래보이기도..... 에밀리 디킨슨은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이 시인은 진짜 어떤 사람인지 감이 안잡혀요. 미스테리한 인물 중 최고봉인듯요. ㅠ.ㅠ

희선 2022-11-17 04: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두가 가만히 예쁜 모습으로 보기만 하는데 자신은 캥거루처럼 뛴다는 걸지... 많은 사람과 자신은 다른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에밀리 디킨슨은 마음만 뛰어다니지 않았을까요 정원은 가꿨다고 하는데, 나중에는 거의 집안에서만 지냈다니...


희선

바람돌이 2022-11-17 15:36   좋아요 0 | URL
에밀리 디킨슨이란 인물은 진짜 미스터리해요. 시에서 보이는 인물, 영화, 정원을 가꾸는 에밀리 모두 다른 인물 같아요. 신기하기도 하고 왜 이렇게 살았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레삭매냐 2022-11-17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해석의 영역은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해석은 역시 독자의
몫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람돌이 2022-11-17 15:37   좋아요 1 | URL
맞아요. 심지어 작가 자신조차도 간섭할 수없는 영역이 독자의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레이스 2022-11-17 1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캥거루가 예쁘진 않죠
뛰는 모습도 그렇고

바람돌이 2022-11-17 15:38   좋아요 1 | URL
그런가요? 저는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엔 캥거루도 없는데 에밀리 마음속의 캥거루는 어땠을까 싶기도 해요. ^^

책읽는나무 2022-11-17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바람돌이님의 해석이 맞을 수도 있겠네요???
저도 캥거루가 이쁘다고 생각하는 축이라 이게 뭔 뜻인고?? 싶었거든요. 전혀 이해가 안갔었는데....ㅋㅋㅋ
미국에선 캥거루를 이쁜 동물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보죠??? 미국 사람 중 아는 사람은 토마스밖에 없어서 물어볼 데가 없네요???😳😳

바람돌이 2022-11-17 15:47   좋아요 1 | URL
미국사람 토마스는 도대체 누구인가요????? 저도 물어보고싶은거 있는데 소개 좀..... ㅎㅎ
에밀리 디킨슨이 살았던 시대에는 캥거루를 실제로 봤을 가능성이 없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냥 책 속의 삽화정도로만 보지 않았을까싶네요.

책읽는나무 2022-11-17 16:08   좋아요 1 | URL
왜 있잖아요? 기찬데 토마스 얼굴하고 있는???ㅋㅋㅋ
토마스 기차는 미국 그림책이 아녔나요?? 잠깐 헷갈리네요??ㅋㅋㅋ

아....에밀리 디킨슨 시대!!!!
또 헷갈렸네요.ㅋㅋㅋ
지금 시대 시인이라고 착각!!!!
그렇네요..캥거루가 희귀한 동물 취급됐을 수도 있었겠군요!!!!

바람돌이 2022-11-17 16:54   좋아요 1 | URL
아 그 토마스씨요. 그분은 저도 좀 알죠. 요즘 바쁘신지 뵙기가 힘들어서 제가 깜박했네요. ㅎㅎ

파이버 2022-11-19 2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조용한 열정 괜찮나요..? 에밀리 디킨슨 시를 읽어보지 않아서 아직 애밀리 디킨슨에 대한 뚜렷한 인상이 없네요 ㅎㅎ 캥거루는 활발한 이미지인데, 거의 집안에 있었던 에밀리의 이미지와는 상반되어서 재미있네요 ~

바람돌이 2022-11-19 23:17   좋아요 1 | URL
제가 지금 에밀리 디킨슨에 대한 페이퍼를 하나 쓰고 있는 중인데요. 진짜 책이나 영화마다 그려지는 이미지나 시인의 모습이 너무 달라요. 시만큼이나 시인도 어렵네요. ㅎㅎ 영화는 저는 괜찮았습니다. 시인의 꽉꽉눌린 열정이 느껴진달까? 하지만 저는 또 시에서 느꺼지는 시인보다는 지나치게 음울하게 그려진듯 해서 별점 하나정도는 깎고싶었어요.

파이버 2022-11-19 23:32   좋아요 0 | URL
영화 쪽 이미지가 많이 조용한가봐요ㅎㅎㅎ 영화이든 작품이든 직접 봐야하겠네요.
 

요즘 19세기 여성 문학을 읽으면서 조증과 울증을 번갈아 경험하는 신세계 체험중이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그 깨알같은 인간 심리 묘사와 당대 풍속묘사를 통해 19세기 문학의 신세계를 열어보여주며 나를 환호하게 하더니 <노생거 사원>과 <맨스필드 파크>에서 벌써 아 이젠 좀 지겨워 한숨쉬게 하더니....

메리 셸리의 <최후의 인간>은 책을 읽는 내도록 읽기 싫어 싫어 우울함을 주다가 실소가 무엇인가를 중간 중간 알려 주었더랬다.


19세기가 너무 힘들어 잠시 21세기로 외도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너무 좋다.

<올리버 키트리지>와 <다시, 올리브>이후 손 놓고 있다가 <오, 윌리엄!>을 읽기 위해 루시바턴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3권 다 읽고 감동의 쓰나미에 빠져 헤엄치면서 행복해 하는 중이다.


아! 이제 다시 멘탈 정비를 했으니 19세기로 돌아가보자 하면서 읽은 책이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


















와 제목 너무 좋지 않나? 

그런데 읽으면 읽을 수록, 아니 아무리 읽어도 도대체 무슨 말이야? 

뭐 어쩌라고 하면서 급 우울모드 다시 시작하다가

중간쯤 나온 시 하나에 갑자기 빵 터져버렸다.



명성은 변덕스러운 음식

바꿔놓는 접시에 올려

차린 식탁 한 번에 한

손님 그리고

두 번째는 차리지 않는다

남긴 부스러기를 까마귀들이 살펴보다

묘하게 깍깍대며

푸드득 지나쳐

농부의 옥수수로 가버렸고 ㅡ

사람들이 그것을 먹고 죽는다   -61쪽




아 진짜! 까마귀조차 안 먹는 명성 따위에 인간들이 혹해서 탐욕을 부리다가 뒤지는 스토리  ㅎㅎ

갑자기 튀어나온 에밀리 디킨슨의 유머감각에 급작스럽게 그녀가 좋아진다.

이제 또 조증모드로 돌입하여 자세를 정비하고 다시 시집을 정독하지만 다시 울증모드 돌입...

무슨 말인지???


그러다가 이렇게 또 알아듣겠는 시가 하나쯤 나오면 또 희희낙락



예감이란 ㅡ  잔디밭 위 ㅡ  저 긴 그림자 ㅡ

곧 해가 지겠구나 ㅡ


깜짝 놀란 풀들에게 알리는 공지

어둠이 ㅡ  곧 통과합니다 ㅡ


19세기는 정말 다채롭구나

내 얼굴은 울긋불긋 조울증 반복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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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11-15 2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키터리지,
독서 모임으로도 만나고
또 드라마로도 봐서 참
인상적인 책으로 기억합
니다.

바람돌이 2022-11-16 16:00   좋아요 1 | URL
올리브 키터리지가 드라마도 있군요. 저는 책이 너무 좋으면 드라마는 좀 안보고싶더라구요. 그냥 책의 여운에 폭 빠지고 싶은 마음이랄까? ^^ 여기 루시 시리즈도 올리브 키터리지 못지않게 좋습니다. ^^

han22598 2022-11-16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최근에 신간 소설 나왔어요..Lucy by the sea...저는 아직 엘리자베스책 한권밖에 안 읽었고...그래서 아직 읽을 책이 많이 남아 있어서 너무 좋아요 ^^

바람돌이 2022-11-16 16:05   좋아요 0 | URL
오 윌리엄에서 루시와 윌리엄이 휴가를 같이 가기로 하더니 그 이후 일일까요?
이 책도 빨리 번역되어서 나오면 좋겠습니다. 루시 시리즈를 계속 읽다보면 작가가 자기 얘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뭔가 할 맗이 진짜 많은듯한 느낌요. 그래서 이렇게 계속 시리즈가 나오는걸까요? ^^

희선 2022-11-16 0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보며 그때 사람 감정을 느끼시는군요 그때는 더 왔다갔다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엘리자베스 스타라우트는 아주 좋았군요 중간에 그런 거 만나서 다행입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11-16 16:06   좋아요 1 | URL
책을 보면서는 누구나가 좀 감정이입을 하지 않을까요? 저는 좀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어떨 때는 책을 읽어내는게 굉장히 힘들때도 있고요. 저기 루시 시리즈 3권은 어느 권 할 것없이 모두 좋아서 행복한 독서였습니다.

새파랑 2022-11-16 06: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롤러코스터의 19세기군요~!!

캥거루도 예쁘지 않나요? ㅋ 왜 캥거루인지 궁금하군요 🤔

바람돌이 2022-11-16 16:06   좋아요 2 | URL
왜 캥거루인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제가 글 하나 더 올렸어요. ^^

거리의화가 2022-11-16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에밀리디킨슨 시집 사두었는데 읽기도 전부터 겁나네요~ㅋㅋㅋ 뭔말인지... 하긴 그러고 보면 시의 세계는 난해한 것입니다. 현대시도 어려운데 예전 시라고 다를 리가 없겠구나 싶어요^^;
저도 스트라우트는 첫 작품이 워낙 좋았어서 천천히 읽어보려구요.

바람돌이 2022-11-16 16:09   좋아요 1 | URL
제가 원래 시를 잘 이해 못합니다. 굉장히 산문적인 인간이라....
차라리 현대시가 낫지 에밀리 디킨슨의 시는 뭔가 시인 내면에 있는 말을 팍팍 내뱉는 느낌이라서 그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고 중간에 생략된 말이 많고, 연결고리를 제대로 안줘서 이게 뭘 말하는거야라는 의문이 많이 들어요. 그런데 어떤 분들은 그걸 굉장히 직관적으로 받아들이시더라구요. 그래서 시가 좋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거겠죠? 저는 기본적으로 논리부터 따지는 인간이라 시가 너무 어렵습니다. ㅠ.ㅠ

공쟝쟝 2022-11-16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1세기 외도 ㅋㅋㅋㅋㅋㅋ 정말 좋았겠어요 ㅋㅋㅋㅋㅋ 메리셸리의 최후의 인간은 바람돌이님께 무슨짓을 한거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11-16 16:09   좋아요 0 | URL
나쁜 짓요. ㅋㅋㅋ
지금 또 19세기 시에서 맴돌며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ㅎㅎ

stella.K 2022-11-16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바람돌이 님의 조울증이 저의 즐거움이 되다니. 그럴 수 없습니다. 차라리 제가 좀 우울해도 좋으니 바람돌이 님은 항상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바람돌이 2022-11-16 16:10   좋아요 1 | URL
음..... 여기 이 댓글은 뭔가 다 뒤집어서 읽어야 할듯한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요? ㅎㅎ
어쨋든 즐거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ㅎㅎ

프레이야 2022-11-16 1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빵터졌어요. 왜 캥거루 갖고 그래 ㅎㅎ
에밀리 디킨슨 시집 한 권 있는데 저건 아니고 일단 노란색이 넘 이쁘네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저 삼종 저도 좋아해요. 행복을 주는 마법의 스트라우트.

바람돌이 2022-11-16 16:12   좋아요 1 | URL
에밀리의 캥거루는 못생긴 캥거루가 아니에요. 자연속에서 막 뛰어다니며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캥거루라고 할까요? 하여튼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글하나 더 써서 캥거루 나오는 글 올려두었습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행복 맞습니다. ^^

잠자냥 2022-11-16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얼굴은 울긋불긋 조울증 반복중이다. <- 이것도 시 같아요! ㅎㅎ

바람돌이 2022-11-16 16:1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저의 시는 왜 자기비하에서만 나오는걸까요? ㅎㅎ

페넬로페 2022-11-16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은 언제나 저에게 조울증을 주지요.
지금 율리시스 읽고 있는데 울증 증세입니다^^

바람돌이 2022-11-16 20:14   좋아요 1 | URL
ㅎㅎ 충분히 이해갑니다. 울증 벗어나려면 좀 오래 걸릴듯한데 힘내세요. ^^
 

이것이 윌리엄에게는 최악의 공포였을 텐데, 그의 아버지가 나치의 편에서 싸웠다는 사실이 한밤중에 이따금 윌리엄을 찾아와 그를 공포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우리가 독일을 여행할 때 수용소에 직접 갔었기 때문에 그는 그 장소가 눈앞에 아주 선명하게 떠올랐고, 사람들에게 가스를 살포한방도 봤다.  - P19

 우리의 현재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뭔가로 나를 비난했고, 나를 "여보"라고 부르면서 커피를 내려-당시에 그는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았음에도 매일 아침 나를 위해 한 잔을 만들었다 내 앞에 순교자처럼 내려놓으면서도 나를 비난했다.
그 바보 같은 커피는 그만 됐어, 나는 이따금 외치고 싶었다.
내 커피는 내가 만들어 마실 테니. 하지만 나는 윌리엄이 내민커피를 받고 그의 손을 만지면서 "고마워, 여보" 하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또 하루를 시작했다. - P37

나는 내가 투명인간이라고 느낀다.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
하지만 가장 깊은 수준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설명하기가 아주어렵다. 그리고 설명하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 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진정으로, 나는 존재하지 않는것 같다. 이렇게 말하는 게 내가 하려는 말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P82

내 안에서 튤립 줄기가 툭 꺾였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튤립은 꺾인 채로 내 안에 남았고, 결코 다시 자라지 않았다.
나는 그후로 좀더 진실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 P98

사람들은 외롭다,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할 수 없다. - P152

 이 권위가 바로 내가 윌리엄을사랑하게 된 이유임을 우리는 권위를 갈망한다. 진실로 그렇다.
누가 뭐라고 말하건 우리는 권위라는 감각을 갈망한다. 혹은 그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 안전하다고 믿는다.  - P168

그가 말을 이었다. "나는 사람이 뭔가를 실제로 선택하는건 기껏해야 아주 가끔이라고 생각해. 그런 경우가 아니면우린 그저 뭔가를 쫓아갈 뿐이야-심지어 그게 뭔지도 모르면 - P194

서 그걸 따라가 루시, 그러니, 아니야. 나는 당신이 떠나기로 선택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 P195

하지만 다시 말하면, 내 요점은 이것이다! 윌리엄이 나에 대해 알고 있는 어떤 점과 내가 윌리엄에 대해 알고있는 어떤 점이 우리 결혼하게 만들었을까? 하는 것. - P243

지금까지 미처 생각지 못했었다. 남편에게 나를 위로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오, 그건 말할 수 없이 끔찍한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것이 삶이 흘러가는 방식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너무 늦을때까지 모른다는 것. - P257

요점은 결코 자신을 떠나지 않는 문화적인 빈 지점이 있다는말이고, 다만 그것은 하나의 작은 점이 아니라 거대하고 텅 빈캔버스여서, 그게 삶을 아주 무서운 것으로 만든다는 사실이다. - P280

오 모든 이여, 오 드넓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소중한 모든 이여, 그런 의미는 아닌가?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심지어 우리 자신조차도!

우리가 알고 있는 아주 아주 작은 부분을 빼면.

하지만 우리는 모두 신화이며, 신비롭다. 우리는 모두 미스터리다.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유일한 것이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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