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하는 말들 - 황석희 에세이
황석희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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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직업이 번역가이다보니 번역과 관련된 언어들의 오역에 대해서 기대했는데, 그보다는 모든 생활에서 우리가 접하게 되는 타인의 말에 대한 오역, 오해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다. 기대와는 달랐지만 그럼에도 말의 힘에 대해서 그리고 부작용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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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나와 남들이 아는 나는 같은 사람인가?

내가 보여주는 나는 어느 만큼 진실하게 나를 표현하는가?

인간은 자신과 타인을 어느 만큼 속일 수 있는가?


솔직히 말해서 추리 소설 주인공과는 전혀 관련없는 평범하디 평범한 나조차도 극도의 내향성을 사회성으로 잘 포장해서 감추고 다닌다. 보여주는 나와 실제의 나가 다른 것이다. 까칠하고 사람 가리고, 새로운 사람 만나기 싫어하는 내 본질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마 우리집 남편 하나 뿐일거다. 

프리다 맥파든의 소설은 그런 캐릭터의 변화가 사람 뒷통수를 호되게 친다. 그 의외성이 무섭기까지 하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의 이 더위를 서늘하게 식혀줄 책들이라고 소심하게 추천한다. 자신만만하게 추천하고 싶은데 이건 내 안의 소심한 내향성이 또 나를 주저하게 하는 것일뿐이고.....어쨌든 판단은 모든 독자의 것일 뿐.


 프리다 맥파든의 책들은 대체로 공통적인 서사 과정을 보여주는데 먼저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이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인물들에게 위기가 다가온다. 위기의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인물들을 둘러싼 배경들이 지극히 서늘하다. 뭔가 스멀스멀 다가오는 그런 느낌? 이게 뭐지? 불안한데 불안의 정체를 알 수 없어 더 불안한 느낌이랄까? 그 불안을 해결하지 않으면 으스스해서 무서워지는..... 결국 독자는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는 데 추리소설의 기본을 아주 충실히 재현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반전! 


 추리소설은 반전을 얼마나 교묘하게 배치하는가, 의외의 결말로 독자를  깜작 놀라게 처리하느냐로 재미를 판가름할 수 있다. 솔직히 어떤 책은 반전에 집중하다가 얼토당토않은 결론으로 이끌어 독자를 김 빠지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프리다 맥파든의 반전은 진짜다. 일단 이게 뭐야 할 정도로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가 확 바뀐다. 그러니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안으로 들어가 숨을 수 있는 껍데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던 순간이었어. 거북이는 등껍데기가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 <더 코워커> 166쪽


  프리다 맥파든의 소설 속 여성들은 모두 이런 거북이 등껍데기, 그것도 아주 튼튼하고 육중한 등껍데기를 가지고 다니는 이들이다. 그들이 그 등껍데기 속에 무엇을 숨겼는지는 소설이 끝나야 우리는 알 수 있다. 심지어 소설이 끝나도 그들은 그 등껍데기를 버리지 않는다. 여전히 잘 숨기고 세상을 살아간다. 그렇다고 해서 소설 속 주인공들이 모두 같은 캐릭터인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나온 5권의 주인공의 캐릭터를 정리하면 요렇게 4가지쯤으로 정리될 듯하다. 하우스 메이드는 2권짜리로 같은 주인공이니 4가지.


뭔가 찜찜하지만 어쨌든 정의의 사도인듯도 한... 

사이코인데 끝내는 정의의 사도?

정의의 사도인척 하지만 어설픈 악당 

정의의 사도 필요없고 대놓고 나쁜 악당인데 남들 앞에서는 완전 평범하게 자신을 위장하는 악당.


어쨌든 맥파든의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여성들은 기존의 추리 소설이나 스릴러들이 가지고 있던 여성의 고정된 이미지를 완전히 파괴한다. 기본적으로 악당이다. 사실은 그게 가장 재밌다. 보통 피해자나 주인공의 조력자, 아니면 좀 탁월하게 똑똑한 여성으로 남성의 이미지를 덮어 쓰고는 그냥 여성이라고 우기는 주인공들이 대부분인걸 보다가 이렇게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의 여성상을 보는 것은 소설적 재미를 배가시킨다.  


그리고 소설 속 남성들의 캐릭터도 기존 소설을 비틀고 간다. 

 

대놓고 나쁜 놈이지만 모자란 인간들이거나 존재감 별로 없는 이들

뭔가 열심히 하는데 별 도움도 안되고 존재감도 확 떨어지는 인간들

뭔가 있을거 같은데 끝내 별거 아닌 인간들

여주인공이랑 누가 더 악당인지 경쟁하는 인간

결론은 다 별볼일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쓰고 보니까 역시 프리다 맥파든의  소설은 여성 원탑 또는 투탑의 소설이다. 


그리고 엑스트라들인데 이 부분에서는 조금 이 책이 모자란 부분이라고 할까? 프리다 맥파든의 소설을 진짜 재밌게 읽었지만 모두 별 5개다라고 부르기는 좀 어렵다. 바로 주변 인물이 서사가 많이 빈약하다. 심지어 어떤 작품에서는 진짜 괜찮은 사람조차도 허무하게 죽어버리고 버리는 캐릭터로 사용한다. 주변 인물의 서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바로 이 버리는 캐릭터가 많다는 것 때문이다. 그리고 너무 허술하게 버려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떡밥회수가 안된다고 할때의 딱 그 느낌이 드는 곳들이 제법 있다. 아쉽긴 한데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사실 우리 평범한 인간들 대부분은 좀 엑스트라 아닌가? 

나는 오래전 30살이 되었을 때 좀 많이 우울했었다. 20대의 내가 상상하기로 30살이라는 나이는 진짜 어른이 되는 나이였고, 그 나이가 되면 나는 좀 근사해질 줄 알았다. 사회적 성취가 아니라 진짜 뭔가 무게도 있고, 판단력도 있고 뭔가 지혜롭고 훌륭한 그런 사람 말이다. 그런데 실제 30살의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아니었고, 여전히 어린애를 가슴에 품고 있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그냥 이게 나구나. 받아들이고 나니 그 이후의 나이듦은 딱히 우울하지 않은.... 그래서 이렇게 살다 이렇게 가는거지 뭐 이런 느낌이랄까? 이 소설 속 엑스트라들이 사라지는 과정을 보는 것은 좀 안타깝긴 하지만 길게 살든 짧게 살든 우리들 모두 그렇게 살다 가는거 아닌가 생각하니 좀 서글프지만 딱히 못받아들이것도 아닌듯 싶다. 엑스트라에게 지나친 서사를 넣어주는 것도 웃기지 않나 하고 서글프게 생각하는 것이다. 


어쨌든 이 푹푹찌는 더위에는 역시 추리 소설이다. 프리다 맥파든 소설 재밌다.

참고로 글 제일 앞의 책 순서는 내가 재밌게 읽은 순서.

여러분들은 어떤 순서일지 궁금하기도..... ^^

그리고 표지에도 반전이 있다. 제일 끔찍한 표지는 당연히 <핸디맨>인데 내용이나 주인공은 얘가 제일 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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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레모사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8
김초엽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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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작가의 글은 항상 생각도 해보지 못한 낯선 결말과 환경으로 독자를 이끈다. 상상의 극한이 어디일까? 그가 그려낼 수 있는 다른 세상, 다른 생각의 극한은 어디일까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작가다. 그래서 나는 김초엽작가의 모든 작품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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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7-03 1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빛의 속도로~,라는 책이 엄청 팔리고 있지요. 인기 작가는 뭔가 다르다는...

바람돌이 2025-07-07 14:42   좋아요 0 | URL
우리가 빛의 속도는 작가의 첫 책인데 저도 이 책을 보고 김초엽작가에게 확 빠졌어요. 장편 지구 끝의 온실이 별 4개였고, 저는 나머지 작품은 모두 별 5개예요. 너무 좋아요. ^^

책읽는나무 2025-07-06 2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결말이 반전이라 좀 놀랐었어요.
근데 또 한편으론 주인공의 선택이 납득이 가기도 했구요.
저도 초엽 작가를 사랑…?!
아, 저는 소설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가 봅니다 ㅋㅋㅋ

바람돌이 2025-07-07 14:43   좋아요 1 | URL
소설도 사람도 모두 사랑하렵니다. ^^ 항상 예상하지 못한 결말과 예상하지 못한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예요. ^^
 
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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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한 유명한, 엄청 유명한 정신과 상담박사의 온라인 강의를 듣다가 울컥하고 화가 난 적이 있었다. 박근혜 탄핵 당시 태극기부대의 노인들이 이런 저런 횡포를 부리고 다닐 때의 이야기였는데, 그분들도 아무도 자기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 외로움이 크다는 것. 그래서 그분들의 얘기를 찬찬히 들어주다보면 그분들도 그렇게 막나가지는 않는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강연의 주제가 '경청'이었던듯.... 내가 화가 났던 부분은 가정이든 주변에서는 이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게 중요하다는 거였다. 나는 왜 화가 났을까? 그런 노인분들이 대체로 자기 집에서 어떤지를 알거 같아서였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같은 건 듣지 않고 늘 똑같은 주장과 얘기를 하고 하고 또하고... 그에 대해 반론을 얘기하면 버럭 화내고, 욕하고, 물리적인 폭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고.... 그러니까 정신과박사님이 몇 시간 투자해서 경청하신 그 얘기를 그 할아버지의 가족들은 몇 십년동안 주구장창 듣고 듣고 또 듣고, 그러다가 한마디 했다가 욕 처듣고 이런 과정을 몇십년을 했을거라는거다. 그런 가족들에게 그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라고? 당신이 말하는 내용이 다른 가족들에게는 폭력이 될수도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내가 그렇게 화가 났던건 결국 내 경험이 투영되어서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말하는 사람은 늘 아버지였는데 아버지와는 대화가 되지 않았다. 다른 가족이 일방적으로 들어야했고 그 듣는 얘기도 어찌 그리 수십년을 변하지 않는지. 그래서 내가 어른이 되고 난 이후에는 진짜 "식사하셨어요? 아픈덴 없으시고요?"하면 끝이다. 난 아버지와 그 외의 대화를 할 시도조차 안한다. 


  내가 이 곳 서재에 글을 쓰면서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분명히 '다름에 대한 존중'일 것이다. 어떤 책을 읽어도 그 부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인상깊으니까.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양심과 품격은 다름을 차별이 아니라 차이로 이해하고 존중하는데서 나온다고 늘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한 다리 건너서 남 얘기 할 때는 그리 쉬운 것이 막상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로 오면 너무 너무 어려운 일이 되는 것이다. 마치 내 아버지와 나처럼 말이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내 아버지가 살아온 삶이 나와 다르고 그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주변 조건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듣기 싫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람에게 더 치졸한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게 이렇게 어렵다. 


 이런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건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에 실린 단편 <스무드>를 읽으면서 든 생각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듀이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생긴것만 한국인이지 그는 한국어를 할줄도 모르고, 한국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관심도 없다. 그냥 미국인이다. 심지어 한국에 대해서 지독한 무지에 기반한 편견과 혐오까지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숙소에서 나와 길을 걷다가 우연히 태극기부대와 마주친다. 그는 숙소로 돌아갈 길을 찾고 있는 중인데 성조기를 든 무리를 발견하고 저들이라면 나를 도와서 숙소가는 길을 알려줄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접근한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영어는 안 통하고 이 사람 저 사람을 거치면서 서로에 대한 오해만 깊어간다. 어느새 듀이는 한국의 태극기부대에 호감을 갖고 있는 외국인 기자쯤으로 여겨지는 것 같고, 듀이는 이들을 뭔가 축제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오인한다. 말이 통하지 않고 나머지 감각으로만 인지하는 태극기 부대의 모습은 적대도 없고 흥겹기도 하고 어수선하기도 하다. 우리는 한발짝 떨어져서 보는게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그 한 발짝은 사실상 세상에서 가장 넓은 누구도 따라가기 힘들정도로 넓은 보폭일 때가 많다. 쉽지 않은 것이다. 내부로 한가운데로 침잠해 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쉽지말이다. 그런데 한국 작가가 자신의 세상 한 가운데에 이방인을 데려오고 그리고 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우스꽝스럽지만 쉽지않은 한 걸음이고, 그 걸음이 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양비론따위 개한테 줘도 그 비겁하고 더러운걸 왜 사랑스러운 개한테 주냐고 따지고 싶은 나이지만, 양비론이 아니라 이 미칠거같은 극우들의 행태들을 해결하는데 우리는 뭔가 다른 시선이 필요하지 않나 싶은거다. 내 아버지와 나와의 대결은 서로가 서로를 절대 인정하지 않으므로 아마 언제까지나 평행선을 달릴거다. 그래도 내 아버지와 나는 가족이고 성인이므로 극단적인 대립까지는 가지 않는다. 그대로 가도 딱히 더 나빠질 일은 없을듯하고 그대로 두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어정쩡하게 뭔가 개선하려 하다가는 예전의 그 피터지는 싸움을 늙은 아버지와 해야 할 판이므로.... 하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는 노인들의 태극기부대에서 이십대 청년들의 태극기부대로 진화하고 있다. 손놓고 있으면 걷잡을 수 없는 폐악이 될터이다. 결국 모든 각도에서 우리는 지금 현재를 볼 필요가 있는데 성해나 작가는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어떤 소설에서도 본 적이 없는 그런 시선말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세상을 보는 다른 시선을 보여주었다는 것에서 내게는 이 작품이 크게 와 닿았다. 


 이 소설집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갈등들을 소재로 삼고 있다. 익히 알고 있던이라는 말은 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소재가 뻔하다고 해도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뻔하지 않으면 새롭고 힘있는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소설집의 주인공들은 모두 무너진다. 하지만 극적인 무너짐은 없다. 모두 은밀하거나 노골적이거나 안타깝거나하는 각기 다른 질감의 욕망을 쫓다가 결국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그냥 찌질하게 또는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이다. 이 책 속 인간들의 욕망은 우리 모두가 겪어본것들이다. 남들과 다른 또는 남들은 싫어하지만 나만은 그의 진가를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팬심. 위대한 작가를 나만 알아본다는 팬심이 무너지는 과정은 나의 한 세계가 무너지는 과정이다. 무당을 통해 신구세대 교체의 과정을 자해적인 칼춤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그저 헤비메탈 음악을 쫒다가 현실의 막막함에 무너지는 청년들을 통해 우리가 한 때 가졌던 그 많던 꿈과 욕망들이 그리고 그 무너져 가는 과정이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어디에도 낭만이란 한 톨도 없이 허무하고 폭력적으로 무너져 갈 뿐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무수히 꿈꾸었지만 이루지 못했던 그 모든 욕망의 끝을 나는 얼마나 낭만으로 감추고 살았는지. 그 적나라하고 허무한 끝을 보는 기분이 씁쓸하지만 사실 그게 내가 살아온 날들이니 받아들이고 다시 삶과 세상을 다르게 들여다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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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7-03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새 엄청 핫한 작품을 읽으셨군요~! 수록된 작품들이 현재의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나 봅니다. 책을 통해 다양한 시선을 체험할수 있다는게 장점인거 같아요~!!

바람돌이 2025-07-07 14:37   좋아요 0 | URL
배우이자 출판하시는 박정민님의 한줄평 넷플릭스 왜봐가 지대한 공헌을 하지 않았나싶어요. ㅎㅎ 근데 책도 괜찮습니다. 예전에 김초엽 작가 읽을 때는 단 한권만으로 최애작가가 되었는데 그정도로 제 취향은 아니지만 성해나 작가도 앞으로 계속 관심갖고 읽고싶은 작가입니다. ^^ 한국소설의 지평이 좀 넓어지는 거 같아 요즘 기분이 좋아요. ^^

책읽는나무 2025-07-06 2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 보다>에 ‘스무드‘가 실려 있어서 앞에 조금 읽다 멈췄는데 이 책에도 그 단편이 실려있나 보군요. 다 읽기 전이라 줄거리는 일단 건너띄었습니다.
마지막 문단을 읽으면서 이 책도 입소문만큼 괜찮은 책인가 보다. 여겨지네요.
극적이지 않은 무너짐.ㅜ.ㅜ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가 무너짐을 겪는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5-07-07 14:40   좋아요 1 | URL
매일이 불안하고 매일이 무너지는 것, 그게 인생이죠라고 말하고 싶지만 또 그렇지만은..... ㅎㅎ
인생은 알 수 없습니다. 그죠?
요즘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좀 다양해지는 것 같고, 뻔하지 않은 힘이 보여요. 그래서 너무 좋네요. 한국 작가를 많이 많이 사랑하는게 제 꿈입니다. ^^
 















책을 읽다가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심지어 책 제목조차 <아주 오래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이다. 백수린 작가의 이 에세이 속에서 작가는 반려견 봉봉이 나에게 온전한 신뢰를 주는구나라는걸 느끼며 봉봉과 온기를 나누는 그 순간 그렇게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고 느낀다. 산다는건 정말 별거 아닌 날들의 연속이지만 그 나날들 중 어느 한 순간은 빛이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담담하지만 찬란하게 포착해내는 작가의 글이 너무 좋아서 연이어서 2권의 책을 읽었다.  사실은 소설 <봄밤이 모든 것>을 먼저 읽었다. 그리고 백수린 작가의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너무 궁금해 에세이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을 읽었다. 2권의 책을 같이 읽으면 소설과 에세이가 하나로 섞인다. 에세이로 풀어내는 작가의 생활이 그대로 소설이 되었구나, 소설조차도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로 느껴지는 그런 느낌까지..... 


 원래는 나는 뭐라고 할까? 순한 맛 책이라고 할까? 너무 착한 사람들만 나오는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음식은 순한 맛을 좋아하고, 사람도 순한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에 대해서는 내가 딱히 순한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지 정말 순한 사람이 좋아요라고 말하면서 양심이 조금 찔리긴 한다. 책을 읽는 이유야 백 개 천 개도 댈수 있겠지만 그 중 중요한 것 하나는 현실의 세계와는 다른 사람, 다른 세계를 만나는 맛이니까... 어쨌든 그래서인지 순한 맛의 책보다는 차라리 매운 맛이 좋다. 뭐 그렇다. 


그래서인지 요즘 인기있는 한국 작가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격찬을 하는 책이 내게는 취향이 아니었던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 알라딘 서재 친구 책나무님 추천덕분에 이 책을 선택하고 소설 앞쪽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 이 책도 취향이 아닌것 같아 살짝 머뭇거렸는데 첫 작품 <아주 환한 날들>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는 작가에게 폭 빠져버렸다. 어쩌면 나는 사랑에 빠진걸지도 몰라.....


<아주 환한 날들>은 혼자 사는 나이든 여성이 주인공이다. 남편은 먼저 떠났고, 딸과는 어디서부터인가 어긋나서 소원하다. 하루의 일정을 정하고 꼬박꼬박 운동하고 문화센터 강연도 듣고 흐트러지지 않은 생활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그리고 자신이 외롭다는 것을 잊고자 하는 그런 노년의 여성에게 어느 날 사위가 와서 앵무새 한 마리를 맡긴다. 새를 돌볼 생각도 없고 방법도 모르는 여성에게 사위는 한 달만 봐 달라고 사정사정하며 어린 앵무새를  맡기고 간다. 그리고 뻔하게도 여성은 앵무새와 사랑에 빠진다. 이토록 뻔하고 통속적인 이야기는 작가의 빛나는 문장으로 뻔하지 않은 이야기가 된다. 이 짧은 단편은 다음 문장으로 끝난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작지만 분명한 놀라움이 그녀의 늙고 지친 몸 깊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번져나갔다. 수없이 많은 것을 잃어온 그녀에게 그런 일이 또 일어났다니. 사람들은 기어코 사랑에 빠졌다. 상실한 이후의 고통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렇게 되고 마는 데 나이를 먹는 일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 봄밤의 모든 것 36쪽


내가 지금 새로운 사랑에 빠지고싶은 것도 아닌데 나는 사랑에 빠진 노년의 그녀에게, 사랑에 빠지는데 나이를 먹는 일 따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그녀에게 완전히 감정이입 해버렸다. 


<빛이 다가올 때>에서도 마음을 사로잡는 문장은 계속된다.


 한 번도 자신만의 욕망을 가져본 적 없던 언니가 그 때 어떤 시기를 통과하고 있었다는 걸 나로 하여금 마침내 깨닫게 했다. 그건 얼마나 달콤한 일이었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었을까. 이미 오래전 지나왔으나, 그런 시기가 틀림없이 내게도 있었다. 그리고 그건 언제 누구에게 찾아오든 존중받아야 마땅했다.  - 71쪽


 에세이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을 읽다 보면 작가의 생활이라고 딱히 나와 다르지 않다. 내가 매일 출근하고 묵묵히 내 일을 하고, 퇴근해서 저녁을 먹고 죽지 않기 위해 운동을 나가고, 그 사이 사이 주변 내가 사랑하는 이들로 인해 웃고 우는 것처럼 작가도 매일의 생계를 위해 고민해야 하고, 규칙적으로 글을 쓰고 반려견 봉봉이와 산책을 하고 주변 사람들과 웃고 울고 그렇게 살아간다. 가끔은 내가 술안주가 맛있는 집을 찾아 돈버리고 몸버리는 쓸데없는 술집 탐방을 하듯, 작가는 아름다운 병에 든 꿀에 매혹되어 미세한 맛의 차이에 매혹되는 자신에게 실망하고 고통스러워하기도 한다.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사실상 평범하고도 지리한 일상에 때로 허무해질 때가 많다. 이렇게 사는게 사는건가? 내 삶은 너무 평범하지 않은가? 내 삶은 무슨 의미가 있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도 한편으로는 내일 또 출근해야 하는데 빨리 자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머리 한 켠을 꽉 채우고 있는 동시에 매일 같은 출근을 참 지겹게도 매일 싫어하는 나에게 또 실망하고....


  그러니까 같은 일상에 매일 실망하는 내게 백수린 작가는 당신의 삶의 어느 순간은 분명히 아름다웠다고 얘기해준다. 그리고 그것은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말해준다. 심지어 그 아름답고 존중받아야 하는 순간이 그렇게 드물지 않았다고 그래서 우리 지금 여기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거 아니겠느냐라고 말해 주는 것이다. 

소설은 소설로, 에세이는 작가의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일상으로.... 내가 표현하지 못한 나의 일상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음을 잔잔히 잔잔히 얘기해주는 것이다. 


봄밤도 여름의 밤도 모든 계절의 밤이 아름다울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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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6-30 0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언제든 뭔가를 좋아하기도 하겠지요 그게 동물일 수도 있고 다른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게 있기에 살아가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주 큰일 없이 사는 게 좋기는 하겠습니다 뭔가 일이 있으면 더 안 좋을 듯해요 일상을 살아가는... 그런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던 때도 있었네요 그 시간이 지나갔지만, 그런 때 또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겠습니다 지금 즐겁게 살면 좋겠네요

바람돌이 님 유월 마지막 날 잘 보내시고 칠월 반갑게 맞이하세요


희선

바람돌이 2025-06-30 09:45   좋아요 0 | URL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삶은 쓸쓸하겠지요. 사랑의 대상이 동물이든 사람이든 온기를 나눌 수 있고 신뢰를 함께 한다면 그리 다르지 않을거 같습니다. 삶이 평탄하기를 바라면서, 그 평탄한 삶의 소중함을 또 잊는게 우리 사람이니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것들을 이렇게 책을 통해 다시 깨닫습니다. 희선님도 오늘 마지막 6월의 날 편히 보내시고 칠월 반갑게 맞이하세요.

페크pek0501 2025-07-03 1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백수린 작가의 ‘다정한 매일매일‘이란 에세이를 읽고 있어요. 단편 소설도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좋았어요.
잘 쓰는 작가, 라고 생각해요.

바람돌이 2025-07-07 14:31   좋아요 0 | URL
글이 순해서 이야기가 맹숭맹숭한데도 다음이 궁금해지는건 정말 작가가 글을 잘 쓰기 때문인거 같아요. 한국소설에 대해서는 너무너무 애정을 갖고 싶은데 그게 안되는 작가를 만날때 막 안타깝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백수린 작가를 알고 최애 작가에 한명의 작가를 더 가지게 되어서 너무 좋네요. ^^

책읽는나무 2025-07-06 2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저는 백수린 작가도 좋고, 소설도 좋고 다 좋네요.ㅋㅋㅋ
<여름의 빌라>를 맨처음 읽고 어? 이 작가 뭐야? 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심심한 듯 했었는데 다 읽고 나면 은근하게 뭔가가 다가와 그래, 그렇지!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 후로 좀 지켜보는 작가가 되었네요. 제겐 그랬어요.^^
그런데 바람돌이 님의 리뷰도 참 좋네요.
두 권 다 제가 좋아하는 책들이라 더 그렇게 읽힙니다.^^

바람돌이 2025-07-07 14:33   좋아요 0 | URL
나무님 덕분에 최애작가가 한사람 더 생겼스ㅓㅂ니다. ^^ 소설도 좋지만 작가도 좋다는 맘 뭔지 알거 같아요. 저 이거 비밀인데요. 에세이 읽으면서 작가님이 사는 동네가 어딜까 하고 서울 성곽마을 검색도 막 했어요. 근데 그게 좀 많더라구요. ㅎㅎ 모른 척 작가님이 산책할 시간 즈음 그 쪽 동네가서 죽치고 앉아 있으면 얼굴 한번 보지 않을까 뭐 그런 기분.... 아 자제해야 되, 사생팬은 안돼 이러면서 제 허벅지 막 꼬집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