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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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흔히 사람들이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라고 말하는 책들을 별로 안좋아한다. 딱 집어서 말하라면 '좋은 생각'류의 글이나 TV에서 하는 행복한 동화류의 이야기들 말이다. 왜냐고... 글쎄... 난 별로 착하게 살고 싶지 않은데 자꾸 나보고 착하게 살라고 강요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그런류의 글들이 강제로 사람의 감정을 짜내는 것 같아서 인것 같다. 그런데 사람이란게 참 웃기는 존재라서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또 따뜻한 얘기를 들으면 새삼스럽게 감동하기도 하고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하고...쯧쯧...

이 책은 전형적인 그런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다. 영화 '레인맨'같은 분위기랄까? 교통사고 이후 기억이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 나이든 수학교수와 그의 젊은 미혼모 가정부, 그리고 그녀의 아들이 서로 80분의 관계를 맺고 그 관계속에서 정을 쌓아나가는 그런 이야기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늘 있을법한 그만그만한 사건들이 있고 위기들도 있고 아이의 성장담도 있고...

제일 좋은 건 사람의 감정을 억지로 짜내지 않는다는데 있는 것 같다. 책은 시종일관 담담하게 이들의 일상을 ?아간다. 결론 역시 담담하다. 그러나 오히려 그 담담함이 더 따뜻함으로 다가온다.

보너스 하나! 이 책의 숨은 매력은 전직 수학교수가 가정부와 그녀의 아들을 만날 때 마다 늘어놓는 수에 관한 이야기. 수학이 얼마나 아름다운 학문일수 있는지 경이롭기 까지 하다. 이 느낌은 내가 수학을 좋아해서 그런건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소설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옛날 수학책을 꺼내 다시 보고 싶은 황당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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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4-12-23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봐야 겠어요. 따뜻한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수학이 얼마나 아름다운 학문인지 느끼기 위해서.... 전 아직까지도 "수학 Forbia" 가 있어요. 고등학교 때 수학시험 때 시간이 모잘라 몇문제를 못푼 일도 많았고, 제가 참 수학을 못했었거든요.

그래서 대학을 가고 나서도 처음 얼마 동안은 수학 문제를 다 못풀었는데 종이 치는 꿈을 꿔서 자다 깨곤했어요. 수학이란 그런 강박관념을 주는 "산수"가 아닌 것 같은데, 그 아름다움을 만난 적이 없거든요. 잘 읽고 갑니다.
 
사요나라, 갱들이여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이승진 옮김 / 향연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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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꽤 큰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1부, 2부, 3부를 다 읽고 책을 덮을 때까지 정말 혼란스럽다. 도대체가 뭘 말하자는 건지.... 1,2,3부의 연관관계는 뭔지.... 도통 뭐가 뭔지 알 수 가 없었다. 다른 책보다 훨씬 긴 저자 약력까지 샅샅이 읽고 역자의 소개글까지 다 읽었다. 단서가 될 만한 말 한마디. 이 책이 일본 학생운동세력이었던 전공투의 최후의 종말을 가져온 '아사마 산장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 그리고 저자 역시 전공투 세대였을뿐만 아니라 전공투의 종말 이후 10년간이나 실어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전공투에 대한 자료들을 이것 저것 뒤지면서 책을 다시 읽어보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아사마 산장 사건'을 잠시 잊어도 된다는 역자의 말은 전혀 아니었다. 물론 문학을 전공한다는 사람들은 이 책의 독특한 문체나 구성 같은 것에서 뭔가 의미를 끄집어 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평범한 나같은 독자들에게는 그래도 적어도 책의 내용이 뭘 말하는지는 이해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전공투나 아사마 산장 사건을 빼놓고 이 책을 이해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 할 것 같다.

1968년 대규모의 좌파운동이 온 유럽을 휩쓸고 있을 때 일본 역시 학생운동에서 전공투(일본 대학생들의 연합조직이었던 전국학생 공동 투쟁회의의 준말이다.)가 결성되고 세계적인 흐름과 발을 같이 하게된다. 우리의 80년대가 그러했던것처럼 어쩌면 그보다도 더 이들의 투쟁은 폭발적이었고 점점 더 격렬해졌다. 결국 게릴라전의 성격을 띠고 무장투쟁으로까지 나아갔으나 강력한 탄압에 의해 거의 무력화되었고 마지막 남은 전공투원들은 1972년 2월 아사마 산장에서 산장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인질극을 벌이다 결국 모두 죽게되었다. 일본 학생운동의 끝은 다른 어떤 지역과도 다른 처절한 비극이었다. 더 큰 비극은 이들 세대의 주장이나 사상이 그 이후 일본 사회에서 거의 잊혀졌다는데 있는 것 같다. 유럽의 68세대나 우리나라의 386세대들이 이후 사회의 변화속에서 별 무리없이 섞여 들어가고 일부는 주류사회로 진출하고(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원까지 대거 진출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그들이 잘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또 그 세대들의 이념이 적어도 후대 사회에서 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한 것과는 다르게 말이다.  완전히 잊혀진 세대가 된다는 것, 그들 세대 전체가 가지는 허무감은 어떤 것일까? 사요나라 갱들이여는 바로 그런 세대에 대한 비가(悲歌)이다.

책을 다시 들춰보자. 1부의 내용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 이름을 지어주고 아이를 낳고 그리고 그 아이가 죽게되는데서 끝난다. 일본 전공투가 싸웠던건 세계의 제국주의적 재편과 그 속에서 교육에 행해병?고도의 관리주의적 체제였다. 그런 관리와 자본의 간섭속에서 젊은 그들이 느꼈을 절벽과 그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몸부림, 그러나 미약한몸부림이 느껴졌다. 이 책을 보고 있으면 감수성 예민하고 섬세한 지나치게 순수한 한 청년의 모습이 그려진다. 아마도 작가 자신이리라. 그런 그가 바라는 '시(詩)적인 감수성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 2부의 모습이 아닐까? 비록 초라해보일지라도 말이다.3부의 내용은 거의 '아사마 산장 사건'에 대한 재현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사실적인 재현은 아니다.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짧은 문장들속에 그것은 꼭꼭 숨어있다.

흔히 후일담소설들이 잘 빠져드는 감상주의나 전날에 대한 지나친 낭만화에서 이 소설은 비켜간다. 그저 담담히 자신을 잊지는 말아달라는 Ÿ셉떳?같다. 그래서 더 이 글이 슬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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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31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4-03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식하다니요? 부끄럽게.... 전 정말 이 책을 읽고도 뭔 말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이 책이 일본 전공투의 마지막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얘길 들은걸 토대로 이 책 저책 Ÿ贄틤?것 뿐이랍니다. 그러고도 몇날을 다시 읽으며 뭘 말하는걸까를 고민하고서야 겨우 이정도의 생각에 이른건데..... 근데 이렇게 보는게 맞는지도 사실은 잘 모르겠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완전판)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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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어 인형 동요에 쓰여진 그대로 죽어가는 섬에 갇힌 열명의 사람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공포를 더해 주는 소품으로 효과 만점인 하나씩 사람이 죽어 갈 때마다 같이 없어지는 인디언 인형들.... 도대체가 연관성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 그런 그들이 한 곳에 모여 같이 죽어가다니... 소설은 끝까지 범인을 짐작할 수 없게 한다.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가 작가와 함께 범인이나 실마리를 찾아가는데 있다면 이 소설은 그런 재미를 안준다. 나는 보는 끝까지 도저히 짐작도 할 수 없었다. 누가 범인인지.... 작가가 스스로 밝힐 때까지는....

그래서 애거서 크리스티와의 머리싸움은 뒤로 밀어놓고 그저 소설을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너무나도 완벽하게 종잡을 수 없는 상황전개는 왜 이소설을 많은 사람들이 애거서 크리스티 최고의 걸작이라고 추천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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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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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의 소설은 제목이 너무 특이해서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그녀가 누리고 있는 유명세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결론은 내가 첫 책을 잘못 고른 것인가? 워낙에 많은 책이 번역되어있고 또 뜨는 작가라 나름대로 기대를 잔뜩했는데... 글쎄요다.

소설은 '프렉테스타 타슈'라는 발음도 힘든 이름을 가진 죽어가는 그리고 대가의 반열에 이미 오른 한 늙은 작가와 몇명의 기자와의 인터뷰의 형식을 띠고 있다. 몇명의 기자가 작가의 독설에 완전히 나가떨어지고 드디어 우리의 주인공 여기자가 등장해 작가를 맹렬하게 공격하며 숨겨진 그의 비밀을 풀어나간다. 이제 곧 죽을 그 작가는 드디어 말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듯이 여기자의 추궁을 즐기며 자신의 과거를 풀어나가는 형식이다. 이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서구의 문화적 코드들이 등장하는데 그야말로 '문학과 말'의 잔치를 벌인다.  그러나 아뿔싸!!! 나는 평균적인 한국인이고 그 많은 서구의 작가들 중에서 이름이라도 들어본건 샤르트르나 플뢰베르 정도이다.  주인공 두사람의 대화속에 등장하는 무수히 많은 서양문화의 코드들이 나름데로 이 소설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 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이것도 짐작일뿐 내가 알수나 있겠나 어디...( 사실은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도 없지만...)

이 소설을 보면서 나는 우리나라 권리의 '싸이코가 뜬다'라는 소설을 떠올렸다. 아직 여물지 않은, 깊이는 없는 그러나 말하고 싶어서 아는척하고 싶어서 자기가 아는 모든 것을 쏟아붓고 싶은 열정-어쩌면 치기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좀 심한가?

다 읽고 난 후에 안 일이지만 이 소설이 아멜리 노통의 데뷔작이란다.(이런~~) 이번에 다시 한 번 대체로 평이 좋은 것 같은 '적의 화장법'을 보고 난 이후 아멜리 노통을 계속 읽을 것인지 말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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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영웅전설 - 제8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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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한다. 지구를 구하는 영웅 슈퍼 특공대... 좋아하는 영웅들 - 슈퍼맨, 배트맨과 로빈, 아쿠아맨, 더더구나 좋아하던 원더우먼까지 -이 셋트로 나와서 지구를 열심히 지키던 감동의 만화영화를.... 그당시 어린 나이의 우리들은 만화에 배어있는 이데올로기까지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은 당연히 없었다. 오로지 악당을 무찌르기만 하면 되었고 그 악당이 누구인지에 신경쓸 이유도 틈도 없었다. 이건 당연한거다. 우리 같은 애들만이 아니라 어른들조차도 반공이데올로기에 찌들어 미국은 은인이고 절대선이라는 생각에 추호도 의심이 없던 시대니 아직 어렸던 우리가 무엇을 알았으랴....그리고 그렇게 만화영화가 끝나고 새로운 만화들, 새로은 영웅들이 나오면서 그 만화는 잊혀져갔다.

이제 그 만화를 삼미 슈퍼스타즈의 박민규가 다시 들추어냈다. 만화적인 감수성과 만화적인 문체로 만화적으로 가볍게....(아마도 이 작가 역시 어릴 때의 나처럼 이 만화들을 열광적으로 봤나보다)

1단계 -슈퍼맨이 그 엄청난 힘으로 지구를 구한다. 아니 미국이 그 엄청난 군사력으로 지구 곳곳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2단계 - 배트맨이 그 많은 돈으로 지구를 누비며 온갖 재건 사업을 한다. 아니 미국이 그 많은 자본으로 다른 나라의 경제를 잡아먹는다. 자본주의의 위대한 수출이다. 여기서 배트맨의 짝인 로빈의 역할은? 궁금하면 책을 보시라! 

3단계 -원더우먼이 인류의 평화를 위해 모든 전쟁에너지를 섹스에너지로 바꾸며 하늘을 붕붕 날아다닌다. 미국의 소비문화와 섹스산업이 전세계를 광풍으로 몰아치겠지...

4단계 - 아쿠아맨이 대량 복제되어 지구 곳곳에서 자잘한 문제들을 해결한다. 초대되어온 헐크도 함께 한다. 할렐루야!!!  미국의 자본은 세계 곳곳에서 대량 소비되어 새로운 미국의 힘을 생산한다. 아쿠아맨 하나쯤 죽어도 상관없다. 왜? 또 만들면 되니까

그러면 우리의 바나나맨은? 이름조차도 초라한 그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미국에 찍소리 한번 못하고 이라크에 파병한 요즘 더더욱 마음아프게 다가오는 바나나맨의 모습... 내 살아생전에 미국에 찍소리 한 번 하는 것 볼수 있을까? 그래서 바나나맨인 내가 더 슬프다.

어린시절의 추억과 어울어져 재미있게 읽었다. 사회과학 서적을 만화로 만들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작가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작가는 기대를 너무 빨리 충족시켜 버렸다. 바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그것이다. 지구영웅전설을 읽으면서는 재미는 있으나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더 심하다. 즉 풍자라는 것의 생명은 그것의 의외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무엇, 그것이 살아있고 읽는 사람의 뒤통수를 때려야 풍자가 완성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이 책은 그런면에서 부족한 것같다. 이제는 상식이 되어버려 누구나 내릴 수 있는 결론, 누구나 할 수 있는 해석, 결말이 어찌될지 좀 보인다고 해야 하나. 그게 이 책을 무언가 부족한 느낌을 가지게 해주는 것 같다.

하지만 같은 작가의 삼미슈퍼스타즈...는 다르다. 이책에서 부족한 그것, 읽는 이의 뒤통수를 확실히 때려준다. 만약 박민규의 소설을 보고 싶다면 먼저 지구영웅전설을 보고 그 다음에 삼미 슈퍼스타즈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처럼 거꾸로 봤을 때는 약간 실망도 하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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