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첫걸음, 종자돈 1억 만들기
김의경 지음 / 거름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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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지속적으로 부자되기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나도 한번 부자가 되어보자는 것이다. 물려받은 재산도 없고 그렇다고 남보다 월등한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닌 나로서는 별 도리가 없다. 자기 책만 읽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여러 길잡이들이 제시하는 길을 충실히 따라가는 수 밖에. 뭐 그렇다고 꼬장 부릴 생각은 전혀 없다. 당신네들 책 읽었는데 변한 거 별로 없소이다. 그러니까 여태까지 투자한 돈과 시간에 대해 보상하시오 하고 덤벼들 생각은 없다는 뜻이다


요즘 활개치고 있는 부자되기 베스트셀러의 공통점은 대략 이렇다. 부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무언가 다른 게 있다. 그러니 부자되려면 부자를 벤치마킹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책들은 하나같이 부자들의 생활태도, 정신자세에 대해 열거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시금석으로 삼기를 권한다. 맞는 말이다. 빈털털이가 손에 뭐 좀 쥐어 보기로 작정하였다면 이미 쥐고 있는 자들의 노하우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비상한 각오로 실천해야 하는게 맞다. 막상 읽고 나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평범한 사실이지만 그래도 부자되는 코스라 생각하니 이런 평범한 사실이라도 일깨워 준 저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런데 그 다음에는 뭐가 있을까? 나는 정말 애타는 심정으로 찾아 보았지만 더 이상의 것은없었다. 적어도 베스트셀러는 딱 여기까지만 이야기할 뿐 부지되는 길에 이르는 동안 발생하는 갖가지 경우의 수에 대한 세부적인 코치는 전혀 없었다. 정말이다.


그런데 사실 갖가지 경우의 수에 대한 세부적인 대처 방법에 대한 책도 시중에는 널려 있으나 이런 책들은 소위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했다. 이유는 분명하고도 간단하다. 부자되는 마음가짐이나 생활태도에 대한 책은 가볍게 머리 썩히지 않고도 읽을 수 있으나 세부적인 테크닉에 관한 책은 어려우니 머리를 썩혀야 한다. 부자되겠다고 마음먹은 자들도 여전히 공짜심리에 빠져 별 노력없이 그저 부자만 되려고 한다. 책 한두권 읽고 부자가 되려고 하는 것이다. 그들은 천운이 아니면 영원히 부자가 되지 못할 것이다. 독자들은 알아야 한다. 그저 버스안에서 또는 점심먹고 잠시 짬나는 시간에 가볍게 접할 수 있는 입문서만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려야 한다. 금융, 부동산, 주식, 경매 등에 대한 전문가 수준의 공부와 노력없이는 당신의 부자욕구는 한낱 신기루는 불과할 뿐이며 그럴려면 애시당초 그만두라고 충고하고 싶다


이 책은 기본기가 충실한 책이다. 독자들을 부자되기의 막연한 환상속으로 무작정 밀어 넣지 않는다. 단계적으로 1천만원, 2천만원 모아서 1억 모을때까지는 힘들고 지겹지만 한눈 팔지 말고 종잣돈만 모으라고 권한다. 그리고 그 동안 재테크 공부를 꾸준히 병행하여 1억원이라는 종잣돈이 모아지면 본격적으로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단연코 정석이라 생각한다. 부자 아닌 자가 밟아야 할 정통 코스에 대한 애정어린 가르침을 다른 독자들도 잘 따르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세부적인 실천은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책들을 사서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책 한권으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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愛讀家 2004-04-09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핵심이 되는 부분을 정확히 지적해주셨네요. 추천합니다.
 
칼의 노래 (1.2권 합본) - 우리 소설로의 초대 4 (양장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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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역사에 대해서 감히 제대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초중고를 거쳐 대학에 이르기까지 국사시간을 통해 배우고 또 배웠으니 모자람이 없다는 교만과 착각에 빠져 있다. 문제는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것인데 우리는 어리석게도 그 묶음이 있다고 여기는 것이며, 또다른 하나의 문제는 누구에게서 배우느냐 하는 것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이다. 막말로 먼 역사의 그 시대에 존재했던 패배자의 후손이 오늘날 가르치는 역사라면 그는 집안을 위해 분명히 조상을 의로운 자로 만들고 본래 의로운 자를 불의한 자로 둔갑시키는 역사 왜곡행위를 버젓이 저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만큼 역사를 모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순신에 대해서 과연 어느 정도 알고 있는가.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구한 영웅? 사심없이 나라만을 생각한 충신? 음모와 모략이 춤추는 정치판에서 정도를 걷고자 한 지사? 이 정도는 상식수준의 지식을 갖추고 있는 국민이라면 대충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면 여기에 더해 알고 있는 무얼까? 정말이지 나는 쉽사리 추가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기껏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실들도 어쩌면 이렇게도 외피적인 것에 불과하단 말인가. 영웅으로 불리지만 그러기에 인간 이순신은 연구되지 않았고, 전쟁의 성과에만 함몰된 나머지 그의 지도자로서의 리더쉽이나 가치관은 철저하게 관심의 대상에서 외면당해 왔으며, 그의 시련과 고난도 대승을 위해 거쳐야만 하는 무용담쯤으로 치부되어 버렸다. 분명한 사실이기는 하지만 무작정 영웅으로만 만들어 놓은 결과가 그에 대한 연구를 오히려 게을리 하도록 만든 원인은 되지 않았는지....


나는 기계화된 영웅이 아닌 인간 이순신을 만났다. 나라를 구하겠다는 열정과 사명감으로 무장된 위인 이순신이 아니라 당장에 맞닥뜨린 전투에서 어떻게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 적을 물리칠 것인가를 고민하며 또 장군으로서 이 모든 부담과 책임을 홀로 떠안아야만 하는 이순신의 고통과 고독을 대면하였다. 이순신도 항상 판단이 옳을 수 없으며, 그라고 해서 모두에게 칭찬만 받는 처신을 할 수 없고, 수많은 왜적과 그들의 엄청난 화력앞에서 무기력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그는 그냥 그대로 인간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임진왜란은 왜적의 패배로 끝났다. 그리고 이순신은 그가 이끈 전투에서 모두 승리하였으니 패장으로 부를 수는 없는 일이므로 그가 원하지 않았든간에 결과적으로 무인으로서의 명예도 지킨 셈이다. 그래서 나는 이순신의 죽음이 약간은 안타까울 수는 있어도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 그의 죽음은 적어도 그에게는 전쟁으로 인해 떠안은 고통과 고독으로부터 깨끗하게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적의 유탄에 맞아 뜻하지 않게 죽었든, 아니면 일부러 죽을려고 작정하였든 간에 그는 죽음으로써 비로소 세상사 모든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니 무턱대고 슬퍼할 일이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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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반의 역사 - 역사는 그들을 역모자라 불렀다
한국역사연구회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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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모반이라고 하는 것은 현존질서 또는 체제에 불만을 품고 이를 뒤집어 엎고 새로운 질서나 체제를 수립할 음모 또는 그러한 음모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모반을 일으키는 자는 일단 편안하지 않기 때문에 세상을 바꿀려고 하는 것이다. 작게는 자신의 이익에서부터 무언가 수지가 안맞는 부분이 있으며 크게는 백성의 이로움이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수탈되고 있는 부분에 이르기까지 그가 느끼기에 지금의 세상은 분명히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도 나서지 않기에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으며, 남이 나서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세상이 너무 뒤틀려 있어 시간적인 여유가 없으니 결국 내가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는 명분을 가지고 모반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모반은 결국 실패를 의미하고 있다. 모반이라는 말은 그 모반을 진압한 자가 모반을 일으킨 자의 무모하고 헛된 시도에 대해 붙이는 실패의 이름이다. 그러니 당사자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마음속에 엉뚱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말 것을 선언하는 이름이다. 자신도 반역으로 집권했을 지도 모를 지배자는 자신의 것은 정당한 것이고 자신 이외의 것은 바로 모반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이야 말로 집권기반을 강화하고 권력의 정당서을 확보하기 위한 술수라고 할 수 있겠다. 어느 것이든 출발은 똑같이 모반이지만 성공이냐 실패하느냐에 따라 영웅이 되기도 하고 숱하게는 역적도 되는 것이다


우리 역사를 보면 모반도 종류가 여러가지 있었다. 그야말로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어중이 떠중이 모여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가담한 자도 있고, 자기 또한 이미 충분한 권력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더 큰 영화를 향유하기 위해 덤벼던 자도 있었다. 그런데 역사에 가정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지만 오늘날의 판단으로 먼 옛날의 그 모반이 성공하였더라면 우리 역사는 한단계 전진하지 않았을까 하는 모반이 있다. 그래서 그 실패가 못내 아쉽고 분하기까지 한 모반이 잇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종류의 모반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절절히 배여 있는 것이고 실패든 성공이든 모두 다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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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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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무서운 것을 보면 무섭다고 느낀다. 이것은 본능이다. 무서움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심리라고 하는 것이 본래 형편없이 약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의지라는 게 있어 어느 정도의 공포심을 차단하고 일정 한도까지 버티어 주기도 하지만 끝내는 공포의 도가니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에릭은 선천적인 기형을 가지고 태어났다. 사람이지만 차마 사람이라 일컬을 수 없을 정도의 흉칙한 몰골을 가지고 세상으로부터 소외 당한 채 살아간다. 낳아준 부모에게서 따뜻한 키스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그리고 또 부모님에게 키스 한번 해보지 못하는 인생이라면 차라리 세상을 등지면서 은둔자로 살아가리라는 각오를 가지는 것이 당연한 귀결이다. 에릭은 그렇게 오페라 하우스의 저 음습한 지하에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고 살아간다. 하지만 에릭도 어엿한 인간인지라 어느날 오페라 가수에 대해 사랑을 느끼게 되고 여태까지 처절하게 소외당한 인생을 한꺼번에 보상받으려는 듯 광적인 집착증에 사로잡힌다. 연인을 납치하여 자신을 선택하지 않으면 다 같이 죽자고 협박한다. 그런데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협박으로 쟁취한 사랑으로 인하여 비로소 참다운 사랑의 의미를 깨달은 에릭은 자신의 연인을 세상에 돌려보낸후 쓸쓸히 죽어간다


에릭이 가지는 기초적인 심리는 공포감이다. 전혀 원하지 않게 소외당하고 외톨이가 된 채 살아가야만 하는 두려움! 에릭은 외로움이 죽도록 무서운 것이다. 따라서 세상살면서 유일하게 사랑을 느낀 연인에게마저 외면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그를 납치와 협박과 살인의 음모를 꾸미게 하고 또 실행에 옮기도록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또 하나의 두려움을 느낀다. 에릭이 아닌 바로 우리들의 두려움이다. 에릭은 생긴 모습은 흉칙하지만 그래도 사람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오페라하우스라는 어두운 공간속에서 맞닥뜨리는 흉칙한 에릭에게 의연함을 잃고 사지가 마비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심약함과 이를 새삼 확인하게 되어버린 그 자체가 그대로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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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국민사기극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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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이데올로기 중 하나는 지역감정이다. 대한민국에서 이를 빼놓고 만사를 논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껍데기에 불과하다. 지역감정을 이용하여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자. 보이지 않는 손이 장난치는 지역감정의 유희에 놀아나는 줄도 모르고 이용만 당하는 우매한 국민들. 애향심과 지역감정을 구분하지 못하고 우리 지역 살기 위해서 니가 사는 지역은 무조건 찌그러져야 한다는 단순무식한 인간들이 범벅이 되어 살아가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래도 우리국민들은 입으로는 지역감정을 욕하며 버려야 할 유산이라면서 나부터라도 지역감정에 얽매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근사한 말씀들은 곧잘 하신다. 지역감정은 악이며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잘사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이놈의 지역감정부터 없애야 한다는 당위에는 당연히 모두들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지역이야기가 나오면 이성은 마미되고 천박한 억지논리가 동원된다. 있는 놈들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퍼뜨리는 거짓언어에 아무런 얻어먹을 국물도 없는 평범한 인간들이 부화뇌동하여 날뛰는 꼴을 보면 마구마구 슬퍼진다


노무현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온몸으로 헌신한 정치인이다. 따라서 그는 국민들로부터 그러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 만큼 그에 따른 실적이 쌓였어야 함에도 막상 정치인으로서 심판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국회의원 선거마다 낙선! 호남출신 김대중 대통령이 만든 정당의 간판으로 영남에서 출마한 그의 경력은 용기있다는 한마디 찬사외에 더이상 주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던 셈이다. 한석이라도 더 얻기 위해 피튀기는 싸움을 벌여야 하는 냉혹한 현실에서 평소에는 화합의 전도사로 추앙되던 그가 선거판에서는 배신자로 매도되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그러니 국민들은 사기꾼인 것이다. 사기꾼의 전형적인 모습은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니 노무현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사기꾼인 것이다


고진감래라 하였는가. 고생끝에 낙이 온다더니 사기만 당하던 노무현은 그 한결같고 소신있는 정치적 지향으로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국회의원이라는 작은 싸움에서는 수없이 패하였지만 진작 대통령이라는 큰 싸움에서는 승리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은 사기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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