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최순우의 한국미 산책, 학고재신서 1
최순우 지음 / 학고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선 지은이의 다방면에 걸친 박식함에 경의를 표한다. 그는 우리의 가옥, 탑, 도자기, 그림, 장신구 등 전통적인 모든 유산과 관련하여 자기만의 깊고 넓은 지식과 주장을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펼쳐나가고 있다. 이것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또 책 몇권 읽는다고 해서 책상머리에서 저절로 형성되는 것도 아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현장을 직접 뛰어다니며 조상의 숨결을 실시간으로 느끼고 체험하지 않으면 성취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농축되어 있는 책이다. 책 한권 내기위해 그 많은 시간과 열정을 투자한 지은이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는다면 독자로서의 도리가 아닐성 싶다


그런데 군데군데 아쉬운 대목이 있다. 지은이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세심한 신경을 도외시한 점이다. 사진은 전부 흑백으로 되어 있는데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자주 가보지 못하는 대부분의 우리같은 독자 입장에서는 책에서만이라도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칼라로 게시되는 것이 마땅하거늘 흑백으로 처리해 현장과 차단시켜 놓고서는 독자의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뿐 아니라 지은이 혼자 자화자찬하는 방식이 되어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특정 유산에 대한 설명은 가급적 동일한 페이지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할 것이나 지은이는 이부분도 소홀히 취급하였다. 그러다 보니 그림을 보지 못한 채 설명만 들어야 하는 답답함을 자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철저한 상대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나라마다의 유산은 그것이 만들어진 시대상황을 가장 잘 반영하여 만들어진 것뿐이며 나라마다 백성들마다 살아가는 방식과 사고하는 양식이 그 특색에 맞게 구현되어 있을 뿐이지 그걸 후세의 사람들이 서로 비교해 가면서 어느 것이 더 낫고 못하고를 평가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태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민족과 조상들의 탁월한 성취와 업적에 대해 진실로 그 우수함을 찬양하고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제대로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책에 소개된 문화유산 전부에 대해 구구절절한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으나, 일면 그런 점이 있다손 치더라도 모든 유산마다 탁월한 것들이고 다른 나라 족속들은 감히 흉내도 낼 수 없는 경지라고 하는 것은 나의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는 자아도취이며 선민주의에 다름아닌 것이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 이 말이 현실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발휘함을 부인하지 않겠으나 지나치면 허장성세요 또다른 열등감의 발로에 지나지 않음을 주의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가감없이 전달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역사요 문화라고 얘기하고 싶다. 문화유산은 우열을 따져가며 등급을 매기면서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그당시 문화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증표로서의 구실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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