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1.2권 합본) - 우리 소설로의 초대 4 (양장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우리역사에 대해서 감히 제대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초중고를 거쳐 대학에 이르기까지 국사시간을 통해 배우고 또 배웠으니 모자람이 없다는 교만과 착각에 빠져 있다. 문제는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것인데 우리는 어리석게도 그 묶음이 있다고 여기는 것이며, 또다른 하나의 문제는 누구에게서 배우느냐 하는 것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이다. 막말로 먼 역사의 그 시대에 존재했던 패배자의 후손이 오늘날 가르치는 역사라면 그는 집안을 위해 분명히 조상을 의로운 자로 만들고 본래 의로운 자를 불의한 자로 둔갑시키는 역사 왜곡행위를 버젓이 저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만큼 역사를 모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순신에 대해서 과연 어느 정도 알고 있는가.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구한 영웅? 사심없이 나라만을 생각한 충신? 음모와 모략이 춤추는 정치판에서 정도를 걷고자 한 지사? 이 정도는 상식수준의 지식을 갖추고 있는 국민이라면 대충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면 여기에 더해 알고 있는 무얼까? 정말이지 나는 쉽사리 추가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기껏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실들도 어쩌면 이렇게도 외피적인 것에 불과하단 말인가. 영웅으로 불리지만 그러기에 인간 이순신은 연구되지 않았고, 전쟁의 성과에만 함몰된 나머지 그의 지도자로서의 리더쉽이나 가치관은 철저하게 관심의 대상에서 외면당해 왔으며, 그의 시련과 고난도 대승을 위해 거쳐야만 하는 무용담쯤으로 치부되어 버렸다. 분명한 사실이기는 하지만 무작정 영웅으로만 만들어 놓은 결과가 그에 대한 연구를 오히려 게을리 하도록 만든 원인은 되지 않았는지....


나는 기계화된 영웅이 아닌 인간 이순신을 만났다. 나라를 구하겠다는 열정과 사명감으로 무장된 위인 이순신이 아니라 당장에 맞닥뜨린 전투에서 어떻게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 적을 물리칠 것인가를 고민하며 또 장군으로서 이 모든 부담과 책임을 홀로 떠안아야만 하는 이순신의 고통과 고독을 대면하였다. 이순신도 항상 판단이 옳을 수 없으며, 그라고 해서 모두에게 칭찬만 받는 처신을 할 수 없고, 수많은 왜적과 그들의 엄청난 화력앞에서 무기력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그는 그냥 그대로 인간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임진왜란은 왜적의 패배로 끝났다. 그리고 이순신은 그가 이끈 전투에서 모두 승리하였으니 패장으로 부를 수는 없는 일이므로 그가 원하지 않았든간에 결과적으로 무인으로서의 명예도 지킨 셈이다. 그래서 나는 이순신의 죽음이 약간은 안타까울 수는 있어도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 그의 죽음은 적어도 그에게는 전쟁으로 인해 떠안은 고통과 고독으로부터 깨끗하게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적의 유탄에 맞아 뜻하지 않게 죽었든, 아니면 일부러 죽을려고 작정하였든 간에 그는 죽음으로써 비로소 세상사 모든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니 무턱대고 슬퍼할 일이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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