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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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란 무엇이며 누구인가? 인간은 신을 전지전능하다고 말한다. 못 하는 게 없다는 것이다. 절대적인 능력을 가지고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하며 하기 싫은 것은 또 곧 죽어도 안할 수 있는 게 신이다. 그래서 인간은 신을 추앙하며 그들을 위해 기꺼이 예배를 드리고 나아가 그들의 힘을 빌어 세상에서 원하는 그 무엇을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 신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목적하는 것을 얻었는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말이다. 구체적인 성과는 검증하지 않은 채 무조건 신이라는 이유 하나로 신에 대한 인간의 갈망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신이란 정말 대단한 존재이지 않는가?


그러나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한마디로 수준 이하다. 신같지도 않은 것들이 신입네 하고 거들먹 거리는 꼴이란 정말이지 도무지 꼴사나워 볼수 없는 지경이다. 서로를 불신해서 항상 감시하고, 제 능력만 믿고서 다른 신들에게 안하무인격으로 대하며 서슴치 않고 일탈을 행한다. 또한 자신들과는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 인간들 위에 군림하면서 평화를 깨뜨리기도 한다. 능력은 타고나서 제 마음대로 휘두르지만 수양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반목하고 투쟁하고 시기 질투하면서 세상을 오히려 어지럽힌다. 마치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재주 하나 믿고서 오만 방자하게 구는 인간 세상의 패륜아들을 보는 듯하다. 제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엄마며 아빠며 가리지 않고 주먹질에 단말마의 비명에 자기 뜻을 관철할 때까지 무한정 보채기만 하는 버릇없는 어린아이들을 보는 듯하다. 신이여! 제발 정신 좀 차리시기를......


사실을 정확히 보자. 신은 죽었다. 아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아득한 먼 옛날에 정당성 없는 독재자는 그의 권력을 영원히 지키고 위엄을 드러내기 위해 신의 이름을 빌어 무지몽매한 백성을 대상으로 하여 그 대리인으로 자처했을 뿐이다. 애초부터 신이 있어 독재자에게 그의 능력과 권한을 위임을 해준 것이 아니라 독재자는 스스로 살기 위해 신이라는 모델을 창조해 내어 이용했을 뿐이다. 이것이 진실이다. 신에게 의지해 그 무엇을 구하려는 어리석은 짓은 더 이상 되풀이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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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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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무서운 것을 보면 무섭다고 느낀다. 이것은 본능이다. 무서움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심리라고 하는 것이 본래 형편없이 약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의지라는 게 있어 어느 정도의 공포심을 차단하고 일정 한도까지 버티어 주기도 하지만 끝내는 공포의 도가니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에릭은 선천적인 기형을 가지고 태어났다. 사람이지만 차마 사람이라 일컬을 수 없을 정도의 흉칙한 몰골을 가지고 세상으로부터 소외 당한 채 살아간다. 낳아준 부모에게서 따뜻한 키스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그리고 또 부모님에게 키스 한번 해보지 못하는 인생이라면 차라리 세상을 등지면서 은둔자로 살아가리라는 각오를 가지는 것이 당연한 귀결이다. 에릭은 그렇게 오페라 하우스의 저 음습한 지하에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고 살아간다. 하지만 에릭도 어엿한 인간인지라 어느날 오페라 가수에 대해 사랑을 느끼게 되고 여태까지 처절하게 소외당한 인생을 한꺼번에 보상받으려는 듯 광적인 집착증에 사로잡힌다. 연인을 납치하여 자신을 선택하지 않으면 다 같이 죽자고 협박한다. 그런데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협박으로 쟁취한 사랑으로 인하여 비로소 참다운 사랑의 의미를 깨달은 에릭은 자신의 연인을 세상에 돌려보낸후 쓸쓸히 죽어간다


에릭이 가지는 기초적인 심리는 공포감이다. 전혀 원하지 않게 소외당하고 외톨이가 된 채 살아가야만 하는 두려움! 에릭은 외로움이 죽도록 무서운 것이다. 따라서 세상살면서 유일하게 사랑을 느낀 연인에게마저 외면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그를 납치와 협박과 살인의 음모를 꾸미게 하고 또 실행에 옮기도록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또 하나의 두려움을 느낀다. 에릭이 아닌 바로 우리들의 두려움이다. 에릭은 생긴 모습은 흉칙하지만 그래도 사람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오페라하우스라는 어두운 공간속에서 맞닥뜨리는 흉칙한 에릭에게 의연함을 잃고 사지가 마비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심약함과 이를 새삼 확인하게 되어버린 그 자체가 그대로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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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2 -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2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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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아무튼 어려운 분야라 생각한다. 더욱이 제나라에서 발생하여 구전되고 보전되어 온것이 아니라 남의 나라 남의 땅에서 생긴 신화를 공부하고 연구하고 그것을 공개적으로 소개하는 작업은 고단한 일인 동시에 용기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저자가 신화를 소개하고 우리 또한 신화를 읽고 하는 작업의 목적은 여러가지일 수 있으나 결국에는 신화를 통해 오늘날 우리들 삶을 한번 되돌아 보자는 어쩌면 지극히 상식적인 이유때문일 것이다. 인간들 삶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신들의 이야기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 이야기만한 가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본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어쩌면 다른 책, 다른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었던 교훈과 크개 다르지는 않지만 그리스와 로마 신들의 이야속에서 얻어지는 교훈은 그 과정상의 재미도 색다르다는 점에서 본서는 유익하기도 하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인간이나 신이나 뇌를 가지고 다른 이들과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무리들의 사는 모습은 별반 다를게 없다는 점을 알게된 것도 소득이다


그런데 저자는 독자가 판단하여야 할 몫이라는 이름하에 신들이 벌이는 갖가지 이야기에 대해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그대로 나열함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독자는 결국 스스로의 가치관대로 판단하여야 하나 이 또한 가볍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저자가 제공하는 신들의 해프닝은 정말 개괄적이라서 판단의 자료로서는 부족하기 이를데 없다는 것이다. 즉 저자는 우리글로 단순하게 번역하고 자신의 주관은 배제한 채로 신화를 소개하나 사실 그 내용이라는 것이 너무 얄팍하고 단순해서 독자로서도 어떻게 개입할 여지가 너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한바탕 풀어놓았다면 독자는 스스로의 책읽기와 저자의 생각을 토대로 신들의 이야기에 개입할 수 있는 폭이 확대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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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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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뭘 먹고 살 길이 막막함을 느낄 때 최종적으로 의지하는 수단이 자기 몸이다. 정말 마지막 희망의 한 가닥 끈을 붙잡기 위하여 그러는 경우도 있거니와 더러는 게을러서 또는 손쉽다는 편리함때문에 자신의 몸 자체를 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자주 발생되는 것 같기도 하다. 장기를 팔기도 하고 신체의 일부분 더 나아가 몸 자체를 팔기도 한다. 우리의 상식적인 관념속에서 살펴보면 몸을 파는 것은 더러운 짓이라 욕을 해대면서도 피를 파는 것은 오죽했으면 그러랴 하면 비교적 관대한 것이 사실이며 여기에 더해 끝간데 없는 동정심을 품기도 한다. 무릇 신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니 머리카락 한 올 다치게 하는 것도 불효요 불경이라 한다면 몸이나 피나 파는 것은 마찬가지로 욕먹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당연히 매혈하는 것이 합법적으로 그리고 제도적으로 정착되고 장려되어 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후진국이라 하더라도 인간이 세우고 인간이 살아가는 국가에서 매혈을 권장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공식적으로 판로가 개척되어 있는 것 보다는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용인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피를 원하는 사람들이나 피를 파는 사람들이나 도리어 피값을 높은 수준에서 거래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허삼관의 경우는 참 여러번 피를 판다. 장가 밑천 마련하기 위해서, 폭행에 휘말린 아들 보상금으로 그리고 아들 생명을 구하기 위한 병원비 목적으로 피를 팔고 또 파는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허삼관에게는 매혈 행위 자체에 대한 자기 감정이 없다. 한번쯤은 피파는 내 인생은 왜 요모양 요꼴이냐며 신세 한탄이라도 할 법 한데, 그저 피 팔고 난 뒤의 보신에 관해 걱정하고 피 팔고 난 뒤에 찾아오는 신체적 이상 변화에 대해 육감으로 느낄 뿐이다. 피를 팔면 돈이 생기고 그 돈으로 생활고를 해결할 수 있으니 먹고 사는 것이 인생의 전부인 민초들에게는 그저 그걸로 충분한 것이며 자기 성찰은 한낱 사치에 불과한 것인가?


매혈이라는 비극적 주제를 희극적으로 풀어나가면서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마무리하는 작가적 역량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나 매혈 이야기의 외피에만 치중한 나머지 전체적으로 너무 가볍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작가가 일부러 의도한 것이라면 그 또한 작가의 능력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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