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밤의 미술관 - 하루 1작품 내 방에서 즐기는 유럽 미술관 투어 Collect 5
이용규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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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출판사 면접에서 ‘요새 미술 분야 베스트셀러 1위가 뭔지 아느냐’, ‘그 책을 읽어 봤느냐’라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 이후로, 지금 미술 분야에서 인기가 있는 책들을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사 책을 만들고 싶다고 하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책에만 관심이 있었지 독자들이 좋아하는 책에는 너무 관심이 없었다. 여러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들을 훑어보면서 공통적으로 미술 분야 베스트셀러로 꼽힌 책이 『90일 밤의 미술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평소에는 읽지 않는 ‘하루 1페이지 OO’ 유의 책이지만,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지 직접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외국은커녕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도 망설여지는 이 때, ‘하루에 한 작품 내 방에서 즐기는 유럽 미술관 투어’라는 이 책의 콘셉트는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이 책은 유럽 곳곳의 유명 미술관에서 가이드 투어를 진행해 온 현직 도슨트docent(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사람)들이 엄선한 작품 90점을 90일 동안 한 점씩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각 나라별로 챕터가 나누어져 있고, 각 나라별 챕터 안에는 각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한다고 추천하는 작품들이 연대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이런 구성이 각 나라, 각 미술관을 차례대로 방문하면서 미술 작품들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챕터 앞에는 그 나라에 있는 주요 미술관들이 어떤 곳인지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고, 챕터 마지막에는 미술관 전경을 담은 사진이 들어가 가이드북을 들고 여행하는 느낌을 더한다. 외국 여행이 그리운 독자들은 간접적으로나마 유럽 미술관 기행을 하는 셈이다. 


  유럽 미술관들에서 직접 가이드 투어를 진행해 온 도슨트들이 각 작품을 해설한다는 데서 독자들은 신뢰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쓴 다섯 명의 도슨트들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동안 유럽 각지의 유명 미술관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여행자들에게 미술 작품을 설명해 왔다. 특별히 독창적인 시선으로 각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지는 않지만, 그 작품을 볼 때 알아두면 좋은 배경 지식과 그 작품 자체의 특징 모두를 충실하게 설명한다. 해설이 존댓말로 쓰여 있어 도슨트들의 해설을 옆에서 바로 듣는 듯한 느낌이 든다. 도슨트들이 각 작품의 해설 끝마다 붙여 놓은 감상 팁들도 그림을 감상하는 데 좋은 힌트가 된다. 


  한 작품에 대한 해설은 4, 5페이지 정도이다. 4, 5페이지면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 자기 전에 잠깐 짬을 내어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다. 하루에 그림 하나와 4, 5페이지의 글. 그만큼의 위로와 교양이 지친 하루의 끝에 마음을 달래줄 수 있다. 많은 그림을 보려고 애쓰기보다는 그림 하나에 집중하며 그 그림이 전해주는 아름다움과 감정에 위안을 얻는다. 아주 적은 양이어도 지식을 쌓았다는 것 자체가 작은 성취감을 준다. 하루치씩 작품 해설을 읽을 때마다 목차와 찾아보기의 체크박스에 체크를 할 수 있게 해, 이 작은 성취가 눈으로 보이게 한다. ‘사는 게 쉽지 않을 때 이 노래를 꺼내 먹어요’라는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지치고 힘들 때 이 책을 꺼내 교양 한 스푼, 위안 한 스푼씩 떠먹게 하는 게 이 책의 의도가 아닐까. 그 의도가 독자들에게 와 닿기에 호응을 얻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책이 요즘 서점에 넘쳐나는 ‘하루 1페이지 OO’, ‘365일 OO’ 유의 책 중에서 군계일학이라고 할 만큼 특출나지는 않다. 도판의 화질도 도슨트들이 설명하는 디테일을 볼 수 있을 만큼 좋지는 않다. 직접 그 미술관에 가서 작품 실물을 보고 확인하라는 의도라 해도 코로나든 재정 상황이든 미술관에 직접 가기 어려운 독자들을 위해서, 본문에 설명된 디테일을 포착한 세부 도판을 넣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좀 더 깊이 있게 미술사 지식을 쌓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가볍고 얕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하루에 필요한 만큼의 위로와 지식을 주는 것도 책이 할 수 있는 소중한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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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 검찰 부패를 국민에게 고발하다
이연주 지음, 김미옥 해설 / 포르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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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면서 법이 실질적으로 나를 보호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법 자체의 허점과 법을 근거로 해서 사법과 행정을 처리하는 사람들의 안일함 때문에, 약자들은 법으로 구제되기는커녕 더 큰 두려움과 고통에 시달린다. 평소에 보고 듣고 겪는 불의만으로도 지쳐 있었기 때문에, 검찰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는 이 책을 읽는 것이 괴로웠다. 책을 읽으면서 세상은 저 위에서부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부패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절망감과 회의감이 더 커졌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불의를 직시하고 잊지 말아야 하기에 쓴 약을 먹는 기분으로 끝까지 읽었다.


  이 책은 전직 검사였던 이연주 변호사가 검찰 안에서 보고 듣고 겪은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비판하는 책이다. 고구마를 먹다 목이 꽉 멘 것처럼 답답한 상황을 흔히 고구마라고 하는데 이 책은 그야말로 고구마밭이다. 380여 페이지 내내 검찰의 부정부패와 위선, 오만함, 도덕적 해이가 계속된다. 네 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지만 사실상 모든 꼭지가 한결같이 검찰의 추악함을 그리고 있어 챕터로 구분한 의미가 없다. 검찰 개혁을 외치는 검사들조차 수십, 수백억대의 뇌물을 받고 피의자들의 죄를 눈감아 주며, 부당한 명령에 맞서거나 내부 고발을 한 검사는 배신자로 낙인찍혀 먼 지방으로 좌천된다. 이런데 어떻게 검찰의 자정 작용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검찰은 개혁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부패해 있다.


  이연주 변호사는 뿌리까지 썩었는데도 그것을 도려내기는커녕 감추려고만 하는 검찰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몇몇 사람의 경우 실명도 거침없이 언급해 저자가 위험해지지 않을지 걱정될 정도다. 저자가 생각하는 검찰은 객관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라는 검찰 기관으로서의 본래의 기능 역시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조직, 수사 개식부터 기소까지 아무 통제도 없이 전속력으로 마구 달려가는 조직, 게다가 사후적인 감찰 기능까지 무력한 조직(282페이지)”이다. 저자가 아무리 신랄하게 풍자하고 날카롭게 비판한다 해도 답답한 마음은 풀리지 않는다. 수백억 원의 뇌물을 받고도 그것이 단지 호의로 건넨 선물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죄 없는 후배 검사를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자신들이 왜 가해자냐고 항변하는 사람들이 아무 처벌 없이 고위 간부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정의를 지키기 위해 검찰 내부에서 분투하는 한 검사를 이야기하며 한 줌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임은정 검사는 북한에 동조했다는 누명을 쓰고 15년형을 선고받았던 윤길중 전 지보다 간사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이 예전에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상관들이 무죄 구형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데도, 소신대로 행동해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한 김홍영 검사의 부모님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검찰 내부에 이런 의인이 남아 있다는 것에서 저자는 희망을 본다.


  검찰 내부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용기 있게 검찰의 부패를 고발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리고 검찰의 부정부패와 도덕적 해이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희망을 드러내는 부분에서, 우리 사회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느껴진다. 하지만 저자 자신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개혁의 방향과 바라는 검찰의 모습을 더 이야기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검찰의 불의를 폭로하는 데서 그치고 어떻게 검찰을 개혁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으니, 단지 소수의 의인이 검찰 내에 있다는 것만으로 희망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다소 공허하게 느껴진다.


  책의 만듦새가 좋은 의도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저자가 페이스북에 2년 동안 올린 글들을 엮어서 만든 책이라는데, 글에서 정제되지 않은 부분들이 종종 보인다. 각 꼭지의 뒤에 김미옥 작가가 쓴 팩트 체크코너가 붙어 있는데, 글과 관련된 사건과 인물을 설명한다고 하지만 본문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반복하고 있어 사족으로 느껴진다. 관련 사건과 인물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거나, 이연주 변호사가 쓴 본문과 조금 다른 시선으로 글의 소재를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아니면 단행본으로 새롭게 글을 선보이는 만큼 저자에게 부탁해 관련 사건과 인물을 본문에서 더 풀어쓰거나 각주에서 더 설명하는 방식으로 글을 보완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런 아쉬운 점이 보이지만 출간된 지 한 달도 안 되어 6쇄나 찍었다는 데서 이 책이 정의를 열망하는 독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보복을 당할까 쉬쉬 하기만 했던 이야기를 속 시원히 털어놓은 것만으로 독자들은 후련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 호응한 독자들의 바람이 헛되지 않도록, 검찰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개혁되어 가고 그 모습을 기록한 책도 나오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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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우리를 꿈꾼다 - 예술적 인문학 그리고 통찰 : 심화 편
임상빈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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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은 우리를 꿈꾼다』라는 알쏭달쏭한 제목과 '예술적 인문학 그리고 통찰'이라는 거창한 부제, 그 뒤에 붙은 '심화 편'이라는 말, 꽤 두꺼운 책의 두께까지 이 책이 어렵고 심오할 것이라는 인상을 굳힌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정반대다. 예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어렵고 멀게만 느꼈던 예술을 더 가깝게 느끼게 되는 것, 일상에서도 예술을 누리게 되는 것. 그러기 위해 저자는 '예술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줄까', '어떻게 예술 작품이 만들어질까', '우리는 예술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차근차근 풀어간다.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지 않고 상호 간의 생산적인 자극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설명과 대화 형식을 모두 사용했다고 하니, 나도 내 친구 H와의 대화를 통해 이 책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 미술 작품을 보존하기 위해 수장고 안에만 넣어두고 전시는 하지 않는다면, 그 작품에는 의미가 있을까?


H: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


나: 그렇지. 예술 작품은 보여주기 위한 거니까. 이 책에서는 예술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전시, 재현, 표현이 있다고 해.


H: 그 셋은 어떻게 다른 거야? 


에드 루샤, <스탠더드 주유소 연작>, 1960년대.


나: 우선 전시는 '이건 내 작품이다, 봐' 하는 거지. 겉으로 보이는 걸 그대로 전달하는 거. A는 A다. 이 그림들은 미국의 팝아트 화가 에드 루샤 Ed Ruscha 가 그린 <스탠더드 주유소> 연작인데, 서로 비슷비슷한 미국의 주유소들을 비슷한 구도로 특색 없이 그려놨어. 


H: 의미라고는 딱히 없다, 그냥 미국에 널리고 널린 주유소일 뿐이다, 이 얘기네. 관람객들이 괜히 의미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그럼 재현은?


필립 드 샹파뉴, <바니타스 정물화>, 1671.


나: A는 B다. 이 작품은 무엇을 의미하는 거다.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 해골은 죽음의 상징, 이런 식으로 널리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약속된 상징들을 가지고 의미들을 나타내는 거지. 17세기 서양에서는 '바니타스vanitas'라는 정물화가 유행했는데, '바니타스'는 라틴어로 '공허함'이라는 뜻이야. 이 세상의 무상함을 시들어 버리는 꽃,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 시간의 유한함을 뜻하는 모래시계 같은 정물들을 모아 재현한 거지. 


H: 꽃이든 나무든 사람이든 그리려는 대상을 똑같이 그려내는 게 재현인 줄 알았는데.


나: 물론 그것도 재현이지만 이 책에서 정의하는 예술의 재현은 그래. 


H: 그럼 표현은?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1889)의 세부


나: 이 사진을 봐.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의 일부를 클로즈업한 건데, 물감 덩어리를 짓이겨 놓은 것처럼 강렬한 붓질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지? 자신의 내면에 있는 것을 자기가 그리고 싶은 대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타내는 게 표현이야. 


H: 그럼 표현은 재현보다는 개인적인 거네. 화가 A와 B가 재현은 비슷하게 할 수 있어도 표현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고. 


나: 그렇지. 이 책에서는 예술가가 그 표현을 어떻게 해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우선 다양한 도구로 표현해 볼 수 있다고.


H: 유화 물감을 붓에 묻혀서 캔버스에 그리는 거 말고 다양하게? 수채화도 있고 아크릴 물감도 있고.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도 있더라.


임상빈, <가정용 랩 1>, 2001.


: 그것뿐만 아니라 기술이 발전되고 현대 미술에서 '예술'로 규정하는 것의 폭이 넓어지면서, 별에 별 재료들이 다 미술 재료로 사용될 수 있대. 이 책을 쓴 작가는 2D 스캐너로 자기 몸이나 여러 가지 물건을 스캔한 이미지로도 작품을 만들었다고 해. 이 작품은 집안에서 쓰는 랩을 스캐너로 스캔해서 만든 거래.


H: 캔버스에 검은 칠을 하고 하얀색 물감으로 물결이나 외계 행성을 그린 거 같은데. 추상화 같기도 하고. 현대 미술에서는 이런 재료로도 예술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구나. 


: 응, 그래서 작가는 요즘 미대에서 전통적인 도구만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해. 


H: 입시 미술에 길들여진 애들한테 갑자기 자유를 주니까 그렇지. 정해진 공식에 맞춰 그림을 그리다 이제 와서 마음대로 해 보라면 당황스럽지. 그리고 취업을 하려면 요즘 트렌드에 맞춰서 그림을 그려야 되지 않을까?


: 응, 그건 작가도 인정하지. 전통적인 도구로 전통적인 재현 방법을 익히는 건 일종의 보험이라고. 하지만 관습은 깨라고 있는 거고 모든 게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해. 


H: 그 부분은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위한 부분이네. 일반 독자들보다는. 


: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긴 했는데, 전공자만 미술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취미로 미술을 하는 사람도 관습을 떠나서 자기 마음대로 작품을 만들 수 있지. 미술 하는 사람들은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엿볼 수도 있고. 


'우리는 어떻게 예술 작품을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이 책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해. 우선 도상 해석. 


'도상 해석'은 특정한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이 그 문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지식을 바탕으로 그림을 읽어내는 거야. 우리는 기독교에 대한 지식이 있으니까 젊은 여자가 아기를 안고 있는 서양 명화를 보면 그게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그린 거라는 걸 알잖아. 그런데 시대가 지날수록 아기 예수는 그냥 몸만 작은 어른처럼 권위 있어 보이는 모습에서 그냥 인간 아기처럼 연약하고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변화한대. 이렇게 여러 시대에 걸쳐서, 아니면 같은 시대의 여러 화가들이 그린 그림 속 한 도상의 변천사를 살펴보는 건 도상 해석이라고 할 수 있지. 


H: 그건 우리 같은 일반 관람객이 아니라 미술사학자들이 연구하는 방법인 거 같은데. 


나: 또 다른 방법인 '지표 찾기'는 미술사학자보다는 탐정이 추리하는 방식에 가까워. 다른 사람들이 놓친 단서를 미술 작품 속에서 찾는 거지?


H: 예를 들면?


산드로 보티첼리, <동방박사의 경배>, 1475-1476.


나: 이 그림은 산드로 보티첼리의 <동방박사의 경배>인데, 이 그림 속에 보티첼리 자신의 자화상을 숨겨뒀어.


H: <프리마베라>로 유명한 그 화가? 이 많은 사람 중 누가 보티첼리인지 어떻게 찾아내?


나: 이런 경우 화가는 보통 관객과 눈을 맞추는 모습으로 자기를 그려넣는 경향이 있대. 


H: 그럼 그림 왼쪽에 빨간 옷을 입은 갈색머리 남자?


나: 아니. 맨 오른쪽에 누런 옷을 입은 남자. 


H: 이런 단서를 모르는 보통 관람객한테는 불리한데. 


나: 그림들을 많이 보고 미술에 대한 책도 많이 읽다 보면 이런 단서들을 얻게 돼. 이렇게 작가들이 카메오마냥 자기를 그림에 끼워넣는 것 말고도 작가 특유의 필치로 누가 그렸는지 알아내는 것도 지표 찾기고. 이 그림은 반 고흐 그림이다. 이 그림은 모네 그림이다. 붓 터치만 봐도 알 수 있잖아?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표상. 표상은 누군가의 생각과 바람, 목적이 반영된 기호인데 그걸 읽어내는 거지. 표상에는 상징과 알레고리가 있어. 상징은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A는 B다, 하고 딱 정해 놓는 거. 하트는 사랑이고 해골은 죽음이다 이런 식으로. 


H: 알레고리는 어떤 건데? 안 그래도 상징이랑 알레고리가 헷갈리더라고. 


나: 자기만의 맥락에 따라 여러 가지 도상들을 조합해서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거. 아까 봤던 바니타스 정물화도 알레고리야. 허무함을 상징하는 여러 도상들을 모아놔서 '인생의 허무함을 알고 인생의 유한함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거지. 


H: 자신만의 의미라기에는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거 같은데?


나: 응. 사실 상징에 가깝기도 하고. 이런 걸 전통적인 알레고리라고 해. 


H: 그럼 화가가 독창적으로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어낸 알레고리로는 어떤 게 있어?


왕광이, <샤넬 No.5>


나: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 미술 화가 중 왕광이라는 사람이 있어. 위에서 보다시피 이 사람은 공산당을 선전하는 사람들과 서구 자본주의 거대 회사의 로고를 한 화면에 그려. 


H: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뒤섞여 있는 지금의 중국을 나타낸 건가?


나: 그렇지.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 체제지만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가 적용되는 지금 중국 사회의 모습. 절대 공존할 수 없었던 두 가지가 섞여 있는 현실을 사회주의를 나타내는 단체 인물화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거대 회사 로고를 합쳐서 나타낸 거야. 


H: 이렇게 예를 들면서 얘기하니 좀 이해가 된다. 얘기가 길어졌는데, 예술에 대한 얘기를 꽤 많이 담고 있는 책인가 보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너의 감상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나: 개인사가 많이 섞이고 좀 더 가벼운 『미학 오디세이』?


H: 네 설명에서는 작가 개인사 얘기가 별로 없던데?


나: 작가 개인사는 걷어내고 책에서 설명하는 몇 가지 개념들만 얘기했으니까. 일상적인 개인사에 빗대서 얘기하니 이해에 도움이 되긴 하는데, 좀 더 정리됐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거지. 작가의 너무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들여다보는 느낌? 


H: 난 굳이 듣고 싶지 않은데 상대방이 자기 애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오늘은 걸음마를 했어요, 오늘은 엄마라고 했어요 뭐 이런 얘기를 하는 느낌? 자기한테 제일 친숙한 거에 빗대서 설명하는 것도 이해되는데 읽는 네 입장도 이해되긴 해. 


나: 뭐, 일상과 연관시켜 설명하니 이해는 잘 되긴 했어. 작가와 부인이 티격태격하면서 생각을 주고받는 것도 나름 여러 방향으로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됐고. 제목이나 부제만큼 엄청 심오한 책은 아니지만 예술이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지고 감상되는지 알아두면 좋은 개념들은 깔끔하게 잘 정리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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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그림과 서양명화 - 같은 시대 다른 예술
윤철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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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미술사가 전공이지만 한국미술사 과목들도 들었는데,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릴 때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 궁금해했던 적은 없다. 서양미술사도 한국미술사도 각각 공부할 내용이 많아 공부하기에 바빴을 뿐. 그런데 이 질문에서 시작해 우리 옛 그림과 서양 그림의 대조표를 만든 사람이 있다. 동양 미술 전공자인 그는 그림의 소재와 주제, 화가 자신의 개인사, 그려졌을 당시의 시대상, 미술사에서의 위상 등을 연결고리로 삼아 60쌍의 조선 그림과 서양 그림을 엮어냈다. 그렇게 엮은 조선과 서양의 명화들을 이야기한 책이 『조선 그림과 서양명화』다. 


  책을 읽기 전 가장 염려되었던 것이 ‘아무리 봐도 서로 연관성이 없는 조선 그림과 서양 그림을 짝지어서 억지로 비교하는 경우들이 있지 않을까’였다. 저자 자신도 조선 그림과 서양 그림을 어떻게 짝 지을지 고심했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우선 현재 남아 있는 우리 그림이 서양 그림들에 비해 너무 적어 짝을 지을 그림을 찾기 쉽지 않고, 동서양의 미술관이 너무 달라 섣불리 연관시키고 비교할 수 없다.


 (위) 정선, <금강전도>, 18세기. (아래) 카날레토, <대운하 입구>, 1730년경.

정선과 카날레토는 18세기 조선과 유럽에서 일어난 여행 붐 속에서 실제 풍경을 토대로 자신들만의 기법을 활용한 풍경화를 그려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소재와 주제가 겹치는 조선과 서양의 그림들이 있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림에는 화가와 주문자와 얽힌 인간사가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그 그림이 그려진 시대와 사회의 사상과 분위기가 반영되어 있다. 저자는 같은 소재를 그린 두 그림(불교의 지옥을 그린 작자 미상의 <지장시왕18지옥도>와 기독교의 지옥을 그린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최후의 심판>)을 엮기도 하고 같은 주제를 그린 두 그림(고통받는 이들을 향한 구원을 주제로 한 이자실의 <도갑사 관음32응신도>와 그뤼네발트의 <이젠하임 제단화>)을 엮기도 한다. 둘 다 봄 풍경을 그렸지만 말년의 운은 서로 정반대였던 조선의 화가와 서양의 화가(<탐매도>를 그렸다고 전해지는 신잠과 <프리마베라>를 그린 산드로 보티첼리)를 비교하기도 하고, 여행 붐의 시대에 실제 경치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더한 풍경화를 그려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던 두 화가(<금강산도>를 그린 정선과 <대운하 입구>를 그린 카날레토)를 비교하기도 한다. 이렇게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그림들을 찾으려다 보니 다른 미술사 책에서는 많이 언급되지 않았던 작품들(조선 불화나 행사 기록화들)이 담기게 되어, 독자들에게 다소 낯선 작품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저자는 한 쌍의 조선 그림과 서양 그림을 깊이 있게 비교 분석하기보다는, 조선 그림을 먼저 설명한 뒤 그와 비교되는 서양 그림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한 주제당 4, 5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니 한 작품당 2, 3페이지 정도의 설명이 들어가는 셈이다. 조선에서 이런 그림을 그렸을 때 서양에서는 이런 그림을 그렸구나, 이런 면에서 두 그림이 한 쌍으로 엮였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이다. 하지만 각 작품의 조형적 특징과 그 작품이 그려진 시대상이 충실하게 설명되어 있어 미술사뿐만 아니라 역사도 함께 공부하는 느낌이다. 저자가 동양 미술 전공자이기 때문에 서양 미술사 쪽 설명이 상대적으로 부실할까 걱정했는데, 서양 쪽 작품들도 작품의 특징과 배경 모두를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조선 미술 부분과 서양 미술 부분의 균형이 잘 잡혀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조선 미술과 서양 미술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도 균형이 잘 잡혀 있다. 저자는 조선 미술이 서양 미술보다 우월하다고도 자랑하지도 않고, 서양 미술보다 못하다고 열등감에 빠져 있지도 않다. 그저 조선의 화가들이 이 시기에 이런 그림을 그렸고, 동시기에 서양 미술가들은 이런 그림을 그렸다고 설명할 뿐이다. 독자들이 우리 것과 남의 것 모두를 잘 알기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균형 잡힌 시선이다.


각 주제의 첫 페이지에는 각 그림이 그려진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그려졌던 그림들의 제작 연도가 정리된 연대표가 있어, 조선 미술사와 서양 미술사의 흐름을 나란히 볼 수 있다. 

출처: 인터넷 서점 해당 도서 상세 이미지

 

  독자들이 우리 미술과 서양 미술 모두를 잘 알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각 주제 첫 페이지의 연대표이다. 이 연대표에는 그 주제 안에서 비교되는 한 쌍의 조선 그림과 서양 그림, 비슷한 시기의 그림들이 시각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두 그림뿐 아니라 두 미술사의 흐름까지 나란히 비교해 볼 수 있다. 다만 각 시기(고려 말과 조선 전기, 조선 중기, 조선 후기)별로 나눠진 각 챕터 앞에 각 시기의 조선 미술사와 서양 미술사의 흐름을 대략적으로 정리하는 글이 있었다면 두 미술사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독자들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또 한 가지는 풍부한 도판이다. 너무 어둡게 인쇄되어 디테일이 잘 보이지 않는 <수월관음도>, 해상도가 작은 도판을 확대해서인지 네모난 픽셀이 그대로 보이는 <독조도>를 제외하면 도판들의 화질도 좋은 편이다. 책 자체의 판형이 크고 도판도 큼직큼직하게 배치해 그림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본문에서 설명하는 부분만 따로 클로즈업한 세부 도판도 함께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조선 그림과 서양 그림의 심도 깊은 비교 분석을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서양  화가들이 이런 그림을 그릴 때 우리 화가들은 이런 그림을 그리며 한국 미술사를 이루어갔다는 것을 확인해 보는 것만으로 흥미롭다. 각 그림이 그려질 때의 시대상도 충실하게 설명되어 우리 역사의 흐름과 서양 역사의 흐름도 비교해 볼 수 있다. 책을 읽고 나서 독자 스스로 또 다른 주제나 연결고리로 조선 그림과 서양 그림을 짝지어 보고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P. S. 정작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된 <모나리자>는 본문에서 조선 그림과의 비교 분석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모나리자>가 1503년에서 1506년경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니 이 책에 실린 조선 그림들 중 이상좌의 <나한도>나 신잠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탐매도>가 비슷한 시기에 그려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둘 다 <모나리자>와 짝을 짓기에는 성격이 너무 다른 작품들이다. 비슷한 시기에 <모나리자>와 짝지을 만한 조선 그림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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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른다섯 살의 영국 여성 레이첼은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뒤, 알콜 중독이 심해져 직장에서도 해고되었다. 오갈 데 없어진 그녀는 친구 집에 얹혀 살면서, 친구에게는 실직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매일 아침 출근을 하는 척 런던행 기차를 탄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어느 완벽해 보이는 젊은 부부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것이 레이첼의 유일한 낙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 중 아내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레이첼은 생각지 못한 사건에 휘말린다.


  영국의 작가 폴라 호킨스의 소설 『걸 온 더 트레인』은 알콜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주인공이 차창 너머로 지켜봐 왔던 여성의 실종 사건과 얽히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스릴러로서의 재미를 갖추었으면서 여성이 겪는 폭력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뛰어난 대중성 덕분에 할리우드와 발리우드에서 영화화되었다.


 이 소설은 '신뢰할 수 없는 화자'의 특성을 살려서, 독자들이 끝까지 사건의 진상을 알 수 없게 한다. '신뢰할 수 없는 화자'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지적 수준이 낮거나 객관성이 떨어지는 화자의 시점에서 서술하는 기법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레이첼은 중증 알콜 중독인데다 남편에 대한 집착과 남편의 후처에 대한 증오가 심해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보지 못하기에 '신뢰할 수 없는 화자'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레이첼과 실종된 여성 메건, 레이첼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르다 결국 후처가 된 애나, 세 명의 시점을 오가며, 메건은 과거의 시점에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로서는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레이첼과 애나는 둘의 (전/현) 남편 톰이라는 연결고리가 있지만, 그 둘과 메건은 도대체 무슨 관계인지.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세 사람의 관계와 사건의 진상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독자들은 충격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소설 내내 긴장감을 잃지 않기 때문에, 직장도 가정도 잃고 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주인공의 우울한 심리 묘사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들이 자신이 레이첼인 것처럼 몰입해서 혼란스러워지게 만든다. 가장 우울한 장면에서마저도 독자들이 이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이렇게 이 소설은 스릴러로서의 완성도도 뛰어나지만, 메시지도 갖추고 있다. 레이첼과 메건, 애나는 가정에서 보이지 않는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레이첼은 전 남편 톰에게 자신이 구제불능 알콜 중독자라는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가스라이팅당해 왔다. 메건은 겉보기에는 더 없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 직업을 잃고 무기력해진데다, 남편의 도를 넘은 집착과 과거의 상처 때문에 괴로워한다. 애나는 자신이 레이첼에게서 톰을 쟁취해냈고 완벽하게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고 생각하지만, 남편의 은밀한 통제에 갇혀 있고 자신이 배신당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보이지 않는 폭력은 이들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목을 조여 오고 있다. 현실에서 여성이 가정 안에서 겪는 보이지 않는 폭력이 바로 내 눈앞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단순히 폭력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서로 유대하면서 폭력을 이겨내고 새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토록 서로를 미워하고 경계했던 레이첼과 애나는 톰이 자신들에게 저지른 폭력을 깨닫게 된 뒤, 절체절명의 순간에 힘을 합쳐 톰을 응징한다. 레이첼은 자신이 구제 불능의 알콜 중독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준비를 한다. 애나에게도 남편의 통제를 벗어나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살아갈 기회가 주어졌다. 소설 내내 드리워졌던 어두운 구름과 짙은 안개는 걷히고 희망적인 결말이 독자를 맞으면서, 스스로의 의지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타인과의 연대로 폭력과 억압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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