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자들 1
리처드 바크만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1997년 12월
평점 :
절판


리처드 바크만은 스티븐 킹의 다른 필명이다. 그는 공포소설의 대가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한편 그의 소설은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그렇게 만만하게 접근할 수 있는 페이퍼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걸작이 많지만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은 바로 이 <통제자들>이라는 작품이다.

어느 마을에 색색깔의 밴이 나타난다. 장난감 같은... 거기에 타고 있는 건 무서운 존재들이다. 주인공 아이가 좋아하는 TV시리즈의 주인공들이 변형되어 나타난 것이다. 그 이유는 악마가 자폐증에 걸린 어떤 아이의 속에 들어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어떤 집에 고립되고 밖은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서투른 그림 같은, 괴물들과 나무들로 둘러싸인다.

이 소설이 무서우면서도 재미있는 이유는, 위험에 접했을때 불거져나오는 다양한 인간형에 대한 묘사 때문이다. 어떤 이는 남을 비난하고 어떤 이는 술로 도피한다. 또, 악마는 초콜릿음료와 싸구려 스파게티를 좋아하며, 변 냄새를 싫어해서 자신의 숙주인 아이가 일을 볼 동안은 멀리 달아나 있곤 한다.

결국, 싸움은 자신이 할 수밖에 없다, 라는 교훈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소설. 스티븐킹의 팬이나, 그 이름을 모르더라도 초현실적인 공포물을 찾는 이에게 강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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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영웅전설 1 - 여명편 은하영웅전설 1
다나카 요시키 지음, 윤덕주 옮김 / 서울문화사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은하영웅전설>이라는 애니씨디를 우연히 보았다.
어.. 나름대로 꽤 철학적인데,라고 생각했다.
우아한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한 우주의 풍경.
만화의 수준을 뛰어넘는 대사들..

알고 보니 원작이 있더군.
다나카 요시키라는, 일본의 유명한 작가라더군.
시험삼아 1권을 읽었다. 그게 실수였지.
그 날로 단 11권까지 읽을 동안 잠시도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양웬리라는, 미워할 수 없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듯한 평범한 전략가. 친구를 죽음으로 몰고 사랑도 하지 못하는, 화려한 외모를 타고난 전략가 라인하르트. 이 두사람의 대결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재미없는 우주전쟁소설로 끝날지도 모르는 이 책의 운명을 전혀 다른 것으로 바꿔 놓았다.

이 책은 인생과 처세에 대한 많은 교훈을 준다.
덤으로, 여기 나오는 다양한 전략들은 스타크래프트에도 응용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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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배수아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상한 단어들을 쓰는군.
우리가 흔히 쓰지 않는 이상한 외국어.
같은 뜻의 우리말이 있는데도 말야.

박화성의 <고개를 넘으면>이라는 소설이 기억났다.
한국문학전집에 있던 건데 한 5-60년대 작품일 거다.
거기에도 요상한 외국어들이 있었지.
막 서양문명을 접한 인텔리의 허영심이 배어나오는..

문체도 이상했다.
대화도 거의 문어체.
'나는 ...... 생각한다.'
평소에 이런 투로 대화하는 이는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외피를 두르고 있는 배수아의 이 첫 소설집은.
그 외피보다 내용에서, 날 이상한 세계로 이끌었다.
부모가 없는 것 같은 아이들.
하루키의 쓸쓸함과는 또다른 이상한 종류의 공허.

푸른 사과를 팔고 있는, 먼지 풀풀 날리는 외진 국도를 끝도 없이 걷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영원히 어떤 본질에는 닿을 것 같지 않은 느낌.
절망감.
그걸 감추기 위한 위악적인 행동들.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들이 살고 있는 이상한 세계.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는 이렇게 내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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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안나 - 단편
배수아 원작, 변병준 글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소설을 먼저 읽고 같은 내용의 만화를 읽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 배수아라는 작가의 골수팬으로서 만화로는 얼만나 잘 만들었을까, 궁금해하는, 약간은 삐딱한 시선으로 변병준의 <프린세스 안나>를 손에 넣었다.

그림은 더할나위없이 훌륭했다. 그 거친 터치 속에 섬세한 표정들. 버려진 아이들의 표정을 하고 있는 안나와 그 주변 인물들. 배수아의 세계에서 어른인 엄마나 이모, 아빠마저도 모두 어른답지 못한, 충동적인 삶을 살아간다.

배수아의 원작이 안나의 심리나 그런 것에 더 천착했다면, 이 만화는 부랑자로 나오는 소년 같은, 우리 사회의 주변인에 대한 관심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원작과 비슷하면서도 약간은 다른 맛, 내가 기대했던 그런 씁쓸한 과자의 맛이 이 만화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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