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온증 에를렌뒤르 형사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 지음, 김이선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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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의 신작 <저체온증>이 엘릭시르에서 출간되었다. 호숫가에서 한 여자가 자살을 하고 형사는 그 주변을 조용히 수사해 나가기 시작한다. 아픔을 가진 사람을 물고 늘어지는 솜씨는 여전하고 탐문수사에서 만나는 각양각색의 인물 군상들이 흥미롭다. 문체는 담백하고 건조한데 그 안에 뜨거움이 공존한다. 흥미 위주의 전형적인 추리소설이라기보다 사회문제를 파헤치는 묵직한 미스터리로 접근하면 더 좋을 듯.
밤이 긴 아이슬란드 출신  작가는 에를렌뒤르 형사 시리즈로 북유럽 최고 추리소설상인 유리열쇠상을 두 번 수상하기도 했다. 이 시리즈를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무려 8년 만의 신작이다. 영림카디널에서 나온 전작들인 <목소리>, <저주받은 피>, <무덤의 침묵>은  작가명이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이었는데 뭔가 표기법이 달라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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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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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영하의 신작 <오직 두 사람>은 7년간 여러 지면에 발표한 단편을 모은 작품집이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나이듦에 대해 생각했다. 윤대녕작가도 그렇고 은희경, 김영하까지.
젋은날의 치열함이 노회함과 여유로 바뀌는 순간, 소설로서의 완성도는 둘째 치고 재미는 줄어드는 느낌이다.
설정이 기발한 건 원래 김영하작가의 장점인데, 그게 그걸로 그치는 느낌도 든다.
좋았던 단편은 '오직 두 사람', '옥수수와 나' 두 편 정도다.
 
오직 두 사람 : 아빠밖에 모르는 여자의 일생은 어떻게 망가지는가
아이를 찾습니다 : 대형마트에서 아이를 잃어버렸다. 그 아이는 유괴되었는가, 시간은 관계를 파괴한다
인생의 원점 : 가장 영화나 웹툰 문법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너무나 극적이다, 그 남녀들의 운명은.
옥수수와 나 : 슬럼프에 빠진 작가가 뉴욕으로 떠난다, 거기서 갑자기 소설을 막 잘 써내려가게 되다니, 작가들의 로망인가.
슈트 : 입양된 남자와 죽은 아버지, 이태리 슈트. 갑작스러운 조합이고 완성도가 좀 떨어진다.
최은지와 박인수 : 출판사 편집부가 배경이다. 사장과 여직원, 풍문들.
신의 장난 : 폐쇄공간에 갇힌 사람들 이야기, 요즘 이런 소재는 순문학에서도 많이 다뤄지는 듯. 단편이라 그런가 플롯이 어설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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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는 여자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혜영 옮김 / 문학사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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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노 나쓰오의 <품는 여자>는 1972년 일본을 배경으로 한 여대생의 갈등과 고민을 그린 청춘소설이다.
학생운동의 치열함이 남아 있으면서 여성에 대한 시각이 편협한 시대, 주인공은 마작과 술과 학생운동과 연애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정체성을 찾아나가기 시작한다.
키치조지의 재즈 바, 신주쿠의 대표적인 환락가인 골든가 등 배경으로 등장하는 거리들이 흥미롭다.  
어찌 보면 굉장히 감정적이고 즉흥적으로 매사를 결정하는 나오코의 심리에 몰입하느냐,가 소설의 재미를 좌우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대학 시절도 생각나고 재미있었다. 기리노 나쓰오의 여러 작풍 중에서는 얌전한, 사실적인 풍에 속한다.
대중적인 내용은 아니라, 출판사에서 제목을 '품는 여자'로 정했을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2015년에 출간되었다. 아마존 리뷰 중에 '기리노 나쓰오의 팬으로서는 즐길 수 있었지만, 재미로서는 미묘하다고 생각한다'는 평에 동감.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은 비채, 황금가지 등 여러 출판사에서 나오는데 이번에는 문학사상사다.

다소 올드한 표지와 컨셉-은 그래서일지도.

 

뭐 어때, 라고 대답이라도 하듯 나오코도 따라 웃고 종이봉투에서 산토리 올드 병을 꺼내 이즈미 앞에 쑥 내밀었다.
"우아, 올드잖아."
이즈미가 둥그스름한 까만 병을 손에 들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집에 있기에 몰래 가져왔어."
"잘했어."
학생이 마시는 위스키는 화이트나 니카, 끽해야 가쿠빈 정도였다. 올드나 리저브 같은 건 손에 꼽을 정도밖에 마셔보지 못했다.
93p

"손해 본다는 건 남자랑 잔 것 때문에?" 하고 이즈미가 이어서 물었다.
"그래.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기분도 별로니까 괜한 짓을 한 것 같아 후회되잖아. 그래 놓고선 누가 가자면 따라가서 자버리는 나는 뭘까."
"나도 그래." 이즈미가 동의했다. "뭐랄까, 여자는 남자가 자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취하나 봐."
"맞아. 남자가 원한다는 건 좋아한다는 거랑은 다른 건데 왜 착각하는 걸까."
100p

나오코는 황급히 뒤로 돌았다. 청바지에 항공점퍼를 입은 후카다가 잰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돌아봐.‘ 나오코는 속으로 빌었지만 후카다는 돌아보지 않았다.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는 뒷모습, 성냥을 도로에 내던지는 손목 스냅이 남달랐다. 재즈 드러머를 꿈꾸는 후카다의 눈에는 나오코 이외에도 다른 것들이 담겨 있을 것이다.
2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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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큐 치에의 즐거운 혼술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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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코와 술> 시리즈의 작가 신큐 치에의 혼술 만화 에세이 출간. <신큐 치에의 즐거운 혼술>은 혼자서 술 마시는 팁, 술집 고르기, 숙취 해소법, 요리와 어울리는 사케 등이 나와 있다.
정보가 많거나 만화 자체가 막 재미있지는 않은데, 6권까지 출간, 여자 혼술 만화로는 독보적인 <와카코와 술> 팬이라면 미소 지으면서 넘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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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검은 밤 - 상
시바타 요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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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타 요시키의 <성스러운 검은 밤>은 BL이 결합된 형사 추리물이다.

범죄자 렌과 형사 아소 two top이 끌고 가는 소설인데, 상/하권 각각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만큼 다양한 인물 군상이 등장하고 스토리 구조도 다층적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두 남자 간의 사랑-이라는 금기된 코드를 다루다보니 굉장히 감상적인 장면이나 오글거리는 문장들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범죄와 술과 여자와 조직 폭력의 세계, 가끔 한없이 어두운 감상에 빠지고 싶을 때- 마구 추락하고 싶은 인물의 감정선을 잘 살렸다. 무척 대중적으로 소구될 만한 작품인데 아무래도 여성 취향이긴 하다.

평소에 BL물을 접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약간의 수위 있는 장면들이 나오긴 하고, 그런 데 거부감은 별로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작가에 대한 정보 없이 책을 읽었는데, 다 읽고 찾아보니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고양이 탐정 쇼타로> 시리즈의 작가다. 여러 풍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작가인 듯.

 

표지를 보면 BL 느낌이 살짝 난다. 아소는 미중년, 렌은 미청년 정도의.

 

 

사쓰키는 관찰하는 듯한 눈으로 시즈카를 보고 나서 후후 웃었다.
‘당신…… 행복하게 연애한 경험이 별로 없구나. 잘 들어. 남이 아무리 그릇된 믿음이니, 착각이니 옆에서 부르짖어도 진정한 연애에는 아무런 영향도 못 끼쳐. 누군가에게 완전히 푹 빠져서 모든 것을 걸 때는 자신의 느낌과 생각만이 진실인 거야. 그거면 돼. 연애는 그런 법이라고. 연애에 객관적 상황은 존재하지 않아. 연애는 원래 주관적이야. 어떤 의미에서는 착각이 연애의 본질이지. 당신은 속고 있으니 제발 눈을 뜨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여자가 남자에게 푹 빠져 있으면 착각 또한 진실이 되는 거야."
상. 176p

렌은 술을 빨리빨리 마셨다.
"뭐 마셔?"
아소가 묻자 렌은 집게손가락으로 카운터 뒤편의 선반을 가리켰다.
"와일드 터키라, 넌 버번위스키를 좋아하는군."
"고상한 술은 별로야. 퍼붓듯이 마셔도 숙취가 없잖아."
"왜 굳이 숙취를 겪어야 하는데?"
"일껏 술을 마셨으니 따끔한 맛을 봐야지."
아소는 웃으며 자신도 술을 한 잔 더 시켰다.
상. 468p

"당신도 마실래?"
아소는 술병을 받아들였다. 버번위스키였다. 병 주둥이에서 나무 탄 냄새가 향긋하게 풍겼다.
"포어 로제스(Four Roses) 플래티너잖아. 사치스럽기는."
"와인에 비하면 껌 값이지. 스와 씨는 미식가랍시고 와인만 마시는데, 어떨 때는 한 끼 식사에 마시는 와인 값만 코스요리 가격의 열 배는 된다니까. 기도 안 차지?"
"스와라는 남자는 고급을 추구하는 모양이군."
상. 517p

"다음번에 어디 여행이라도 가자."
남자가 뜬금없이 그런 말을 꺼냈다.
"온천 어때? 나 여자랑 온천 가서 맛난 요리를 먹는 게 꿈이거든."
이 남자는 모든 면에서 류타로와 정반대로 보인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되는대로 말하고 행동하며, 이쪽 사정은 제대로 생각해 보지도 않고 어린아이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한다. 남편이 당직을 서는 밤에도 외박하지 못하는 여자에게 온천 여행을 가자니 너무 생각이 없다 싶어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적어도 이 남자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남자와 시간을 보낼 때가 제일 편안하다.
하. 1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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