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새로운 대중의 탄생 - 흩어진 개인은 어떻게 대중이라는 권력이 되었는가
군터 게바우어.스벤 뤼커 지음, 염정용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실제의 역사는
'말 없는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증거들에 근거를 두고 기록되는 대중의 역사'다. p78
과거 1929년 광주에서 나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일본 남학생들이 한국 여학생을 희롱하는 것을 목격한 한국 남학생은 사과를 요구했지만 일본 남학생은 거절했다. 그러자 기차 안에서 한일간의 큰 싸움이 벌어졌고 경찰은 한국 학생들에게만 벌을 내린 사건이 광주 학생 운동으로 확대되었다. 광주 학생 항일 운동은 3.1운동 이후 가장 규모가 큰 항일 민족 운동으로 기록되고 있다고 한다.
1인 크리에이터가 활기치는 이 시대는 사회 속에서 개인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굳이 광화문 집회에 참여하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클릭만으로 쉽게 정치적인 참여도 가능한 세상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굳이 광화문에서 집회를 갖는 걸까?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선조들이 행한 대중의 힘으로 우리는 현재로 살고 있다. 대중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분명 과거와는 다른 방법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무리들은 있다. 나는 사회학에 관심이 그다지 많진 않지만 역사 속의 대중 그리고 현재 대중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싶었다. <새로운 대중의 탄생>이라는 책은 궁금증을 해소하기로 했다.
전통 대중 vs 새로운 대중
역사적으로 첫 대중은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대규모의 이주 활동, 원정 행렬, 대군의 형성, 봉기, 굶주림으로 인한 반란, 탄압에 대한 저항을 통해 생겨났다. p37
이 책에서는 특정한 특성들로 대중을 구분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집결하고,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늘 즉흥적이다. 대중행사에 참여하기 위한 행위가 핵심인데 함께 모여 열렬히 구호를 외치며 큰 동작으로 자신의 주장을 들어주기를 바란다. 그 외에도 다른 특성들도 책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223/pimg_7801421012457429.jpg)
전통 대중은 공동의 목표 또는 공동의 적에 집중하지만 새로운 대중은 개인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평등한 풍요에 집중한다. 새로운 대중은 참여한 개인들이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는 면에서 포퓰리즘적 대중과 구분된다. 무엇보다 대중과 그 구성원인 개인들 사이의 관계가 변했다는 것이 과거와 다르다. 뉴미디어 덕분에 더 이상 사람들이 집결해서 남들과 동시에 행동해야 할 필요가 없어진 부분이다.
그들에게 장소의 의미란..
정치적인 대중은 혁명을 외치는 대중을 충분히 수용할 정도로 넓은 거리와 광장에서 형성된다고 한다. 대중의 힘을 강화해주고 감정을 고조해주는 작용에 도움이 되는 주요한 공공장소들을 본능적으로 찾아낸다는 것이다. 그 공간들의 상징적인 위력에 힘을 얻고, 상징적인 장소에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역사를 레이어링함으로써 자신의 힘을 강화시킨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223/pimg_7801421012457430.jpg)
대중은 장소를 점유하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광화문만 보더라도 정치적 행사가 주로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로부터 국가적 행사가 공식적으로 이루어졌던 중요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광화문은 세월호 기념, 촛불 집회. 각종 시위 현장을 상징하고 있다. 국가적 행사로 이용되었던 장소가 사회적인 행사로 의미가 레이어링 되었다. 이 책의 사례들만 보면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로 반영하여 생각하니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새로운 대중의 탄생>에서는 초기의 대중 이론부터 사례, 대중의 개념과 특징, 현대의 대중들의 형태와 영향력들을 여러 학자들의 견해와 함께 설명해주고 있다. 독일의 문화와 사회학자의 정보가 친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 <관상>의 대사가 떠올랐다. "난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했소.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 격이지. 바람을 보아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것은 바람인데 말이오." 마찬가지로 역사를 만드는 것은 대중이지 않을까.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223/pimg_7801421012457410.jpg)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