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는 집은 아빠가 다르다 - 대한민국 30만 부모들이 열광한 구근회의 아빠 바로세우기 프로젝트
구근회 지음 / 와이즈베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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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아빠의 양육법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다. 어쩌다 시간이 나면 시청하는 나와 달리, 우리 아버지는 두 프로그램의 열렬한 팬이시다.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본방사수는 물론 케이블 채널에서 재방, 삼방까지 꼭꼭 챙겨보실 정도. 과년한 딸이 얼른 시집 가서 손주 얼굴 보여줄 생각을 안 해서 그러신가 하는 생각에 죄스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어릴 때 아버지도 윤민수나 추성훈처럼 자식인 나를 예뻐해주셨겠지 하는 생각에 뭉클하기도 하다.



오름교육연구소 소장 구근회가 쓴 <잘되는 집은 아빠가 다르다>를 읽으면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가 평탄하게 살 수 있었던 건 다 아버지 덕분이라는 생각을 새삼 했다. 비록 우리 아버지는 요즘 유행하는 친구 같은 아빠, 일명 '프렌디' 타입의 아버지는 아니지만,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늘 한눈 팔지 않고 성실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셨고, 내가 무엇을 하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고 지지해주셨다. 덕분에 유년 시절부터 학창 시절, 그리고 지금까지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별 탈 없이 잘 살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프렌디 타입의 아버지는 어릴 때 잠깐 자식들과 친구들과 친하게 지낼 수는 있어도 존경받는 아버지상이 되기는 어렵다는데,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는 어릴 때대로, 지금은 지금대로 멋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계시다. 정말 감사하다.



아버지도 아버지이지만, 이제는 이런 교육 관련 서적을 읽으면 자연스레 미래의 내 남편이 어떤 아버지가 될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결혼도 안 한 처녀가 이런 책을 읽을 때는 다 이유가 있다 ㅎㅎ). 시대가 변해 많은 아버지들이 아내에게 자녀 양육의 책임을 미루지 않고 분담한다고 하지만 막상 주변을 보면 아직도 자녀 교육은 나 몰라라 하는 아버지들이 많다. 나 역시 우리 아버지가 그저 내가 하는 일을 믿고 도와주시지만 말고 좀 더 대화하면서 아버지의 가치관이나 노하우 등을 가르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같이 놀아주는 것도 좋지만, 아버지는 어릴 때 어떤 학생이었고 어떤 과목을 좋아했으며 어떤 일을 하고 싶었는지 등을 자녀에게 알려준다면 자녀가 많은 영향을 받지 않을까? <잘 되는 집은 아빠가 다르다>. 아이와 더 잘 지내고 싶은 아빠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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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이와사키 나쓰미 지음, 권일영 옮김 / 동아일보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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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일본 연예계에서 가장 히트한 아이돌 그룹을 묻는다면 누가 뭐래도 AKB48이라고 답할 것이다. 텔레비전은 물론 영화, 드라마, 잡지, CM 등에 이들이 나오지 않는 일이 드물고, 연간 음반 판매량 차트 수위를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이른바 '총선거'로 불리는 멤버 선발전은 공중파 방송 프라임 타임에 생중계 될 정도다. 



2011년에 출간된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드러커를 읽는다면>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의 판매 부수를 압도하며 공전의 히트를 친 데에는 AKB48의 덕이 크다. 저자 이와사키 나쓰미가 AKB48의 제작자 아키모토 야스시의 제자인 데다가, 주인공 미나미는 실제 AKB48의 멤버인 미네기시 미나미를 모델로 했으며, 이 소설을 원작으로 과거 AKB48의 센터였던(현재는 졸업) 마에다 아츠코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소설을 AKB48 덕분에 알게 되었는데 어쩌다보니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읽고 난 감상은 AKB48의 팬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 하다는 것. AKB48을 모르거나 팬이 아니라면 이 소설을 읽고 AKB48에 대해 알아보길 권한다. 소설 속 매니지먼트가 구체적으로 실현되어 성공한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이 AKB48이라는 그룹이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심플하다. 고교 2년생 미나미는 친구 유키가 입원하는 바람에 공석이 된 호도고 야구부 매니저에 취임한다. 미나미의 눈에 호도고 야구부는 모든 고교 야구 선수들의 꿈인 고시엔 진출은커녕 1승도 올리기 힘든 상태였고, 보다 못한 미나미는 서점에 가서 매니저가 읽을 만한 책을 찾는다. 그 때 서점 직원이 추천해준 책이 바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명저 <매니지먼트>. 경영학 전공자들도 읽기 힘들다는 이 책을 읽으며 미나미는 엉겁결에 경영의 세계에 눈을 뜨고, 책에 소개된 경영 원리에 따라 호도고 야구부를 조금씩 바꿔나간다. 



일단 이 책은 줄거리가 재미있다. 경영의 '경'자도 모르던 여고생 미나미가 <매니지먼트>를 읽으면서 경영 원리를 체득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을 보는 것이 무척 즐거웠다. 경영의 고전 <매니지먼트>를 여고생의 시선에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점도 좋았다. 경제경영 도서를 많이 읽었고 피터 드러커의 책도 읽어보았지만 아쉽게도 <매니지먼트>를 정독한 적은 없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번 제대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만큼 <매니지먼트>를 쉽게, 매력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AKB48이라는 실제 성공 사례가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미나미는 야구부를 발전시키기 위해 팀제를 실시하고, 팀마다 감독을 뽑아 책임을 지게 하고, 성과를 기록하고 경쟁을 장려하며, 전문가와 매니저를 구분하는 등의 개혁을 실천했는데, 이 모든 것이 실제 AKB48에서 이루어졌으며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원칙들이다. '모시도라(<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드러커를 읽는다면>의 약칭)'와 AKB48이 성공한 이유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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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 - 이별과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살아가는 법
안 앙설렝 슈창베르제 & 에블린 비손 죄프루아 지음, 허봉금 옮김 / 민음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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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대한민국은 세월호 사고라는 참사를 겪었다. 사고 소식을 접하고 많은 국민들이 그랬겠지만 나 역시 한동안 일상 생활을 제대로 영위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힘들었던 것은 삼풍 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씨랜드 화재, 대구 지하철 사고 같은 인재(人災)가 다시 반복되었다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어렸고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고가 수습되고 온 나라가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나 도 괜찮아진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세월호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나는 텔레비전 화면 너머로 건물과 다리가 무너지고, 유치원 캠프와 어두운 지하철 안에서 죄없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다시 한번 보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그 때 받은 마음의 상처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던 것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심리 상담가 안 안설렝 슈창베르제와 에블린 비손 죄프루아가 쓴 <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는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책에서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부터 실연, 해고, 부도, 퇴직, 병, 사고 등 다양한 모습의 이별과 상실을 수없이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애도하지 못하고 슬픔의 무게를 안고 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제대로 애도하지 못하고 넘어간 감정은 나중에 상당한 트라우마가 되며, 개인의 심리 상태뿐 아니라 대인관계, 세상과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치 내가 어린 시절에 간접적으로 경험한 대형 사고들을 서른이 가까운 지금 되새김질하며 괴로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애도할 것을 제대로 애도하지 못하고 넘어갈 경우 사람은 이중의 타격을 입는다. 가장 먼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몸이다. "정신적 고통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날 때, 다시 말해서 몸이 말을 하고 때로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고 소리칠 때, 몸이 충격이나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고 애정 어린 격려를 받지 못할 때, 우리가 '말'로 내뱉지 못한 것은 '병'이라는 형태로 표현된다."(p.31)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몸에 생채기를 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아픈 신체 부위에 직접 말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네(몸)가 어떤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알고 있다, 괜찮아 질 것이다" 라고 스스로 위로하는 것이다. 딱히 아픈 곳이 없어도 평소에 명상을 하거나 긍정적인 말, 힘이 나는 말을 스스로에게 되뇌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몸의 병도 위험하지만 마음의 병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책에는 8년 동안 아홉 번의 유산을 겪고 괴로워했던 클레르라는 여인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유산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임신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과 남편의 무관심이 그녀를 무척이나 힘들게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마음의 병은 어떻게 치료하는 것이 좋을까? 저자는 적극적으로 대면하라고 권한다. 클레르는 유산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대학에 들어가 유산을 한 경험이 있는 여자들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그녀는 임상 심리학 박사 학위와 함께 불가능하리라 믿었던 임신과 출산이라는 기적을 만났다. 애도 작업을 통해 마음의 짐을 덜어낸 것이 그녀의 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임신과 출산을 가능케 한 것이다. 


이제까지 애도라는 것은 가까운 사람을 잃은 사람들에게나 필요하고 나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애도란 일상에서 겪는 수많은 상실과 이별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으며 무조건 도망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면함으로써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 세월호 사고로 인해 유가족을 비롯해 많은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완전히 잊어서도, 잊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세월호 참사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이들을 애도함은 물론 국민들 스스로가 현재 느끼고 있는 슬픔과 분노에도 언젠가는 애도를 해야할 때가 올 것이다. 그것이 언제쯤일지 지금으로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부디 이 아픔이 헛되지 않도록 국민들 스스로가 충분히 애도하고 적극적으로 치유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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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박람강기 프로젝트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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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라면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이름을 적어도 한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하루키가 저서나 인터뷰 등에서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준 작가로 여러 번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키 팬 중에는 그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챈들러의 작품을 찾아 읽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하루키의 팬이지만 하루키 작품 중에도 읽지 못한 것이 많은 터라 챈들러의 작품까지 찾아볼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침 북스피어에서 챈들러의 작품 세계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책이 나와 읽어보았다. 제목은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제목만 봐서는 작가가 각잡고 자신의 문학관이나 집필 스타일 등에 대해 설명하는 형식의 산문집일 줄 알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가 생전에 편집자, 출판사 대표 등에게 쓴 편지를 모은 서간집이었다. 챈들러의 '나는 어떻게 편지를 쓰는가'를 통해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를 유추하는 형식이라니, 오오 기발하다!

 

 

비록 편지글이고 번역문이기는 하지만 하루키가 그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 짐작케 하는 부분이 아주 많았다. 심플하고 정제된 문체하며, 대체로 까칠함이 묻어나지만 정곡을 찌르는 내용까지 하루키를 연상케하는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이를테면 스타일에 대한 챈들러의 생각. 챈들러는 '글쓰기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스타일이고, 스타일은 작가가 시간을 들여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투자(p.35)'라고 말한 바 있는데, 하루키 역시 '하루키 스타일'이라는 말을 남길 만큼 자신만의 스타일을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하루키 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문체와 세계관이 챈들러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니, 새삼 반갑다. 



챈들러는 하루키의 작업 방식과 라이프 스타일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챈들러는 '전업 작가라면 적어도 하루에 네 시간 이상 일정한 시간을 두고, 그 시간에는 글쓰기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p.56)"고 말한 바 있는데, 하루키는 새벽부터 오전까지 규칙적으로 글을 쓰고 운동과 식단 조절 등 금욕적인 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챈들러는 '아무리 상투적인 기교를 많이 익혔다 한들, 작가에게 지금 도움이 되는 것은 열정과 겸손함뿐(p.78)'이라며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자신의 작품과 비교하며 고치고 또 고칠 것을 주문했는데, 하루키는 퇴고를 많이 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좋아하는 작가에게서 작품 스타일뿐 아니라 그 외적인 것까지 본받은 하루키와 그런 그에게 영향을 준 챈들러. 두 사람 모두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글쓰기를 싫어하는 작가란 법을 싫어하는 변호사나 의학을 싫어하는 의사만큼이나 있을 수 없기 때문이죠. 플롯을 구상하는 일은 설사 그 일에 능하더라도 지루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그건 진짜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이지요. 하지만 글쓰기를 싫어하는 작가라니, 말로써 마법을 창조하는 일에서 어떤 기쁨도 누리지 못하는 작가라니, 그런 사람은 나한테는 작가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pp.123-4)

 


개인적으로 나는 이 대목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작가가 되고싶은 사람은 많지만 글쓰기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적고, 그 고통스럽고 지루한 과정을 꿋꿋이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은 훨씬 적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작가를 동경하지만 글쓰는 행위 그 자체를 100% 즐겁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작가가 되겠다는 마음조차 먹지 못하는 용기없는 내게, 작가란 단순히 되고싶다는 마음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글쓰는 행위 그 자체를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챈들러의 말이 어찌나 가슴에 와닿았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작가가 되겠다는 것도,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재능이 없고 기회가 오지 않아도 글쓰는 행위 그 자체를 즐기다보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리리라고 믿어보라는 조언은 많은 용기를 주었다. 이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작가라니. 하루키가 왜 그를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은 작가로 손꼽았는지 알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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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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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교복 입은 중,고등학생들이 불쌍하는 생각은 들었어도 부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왜 이렇게 어린 학생들이 부러운지 모르겠다. 주말에 집 근처 올림픽 공원에 가면 체조경기장으로 콘서트를 보러온 십대들의 행렬을 자주 보는데, 십대 시절 서울에 살지 않았고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를 보러 갈 여유도 없었던 나는 이 젊다못해 어린 팬들이 너무 부럽다. 좋아하는 아이돌을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이 아이들은 알까? 직접 보러 갈 시간이 없고 용기가 없어서 돈으로 때우는 아픔을 너희는 모를 거다. 부디 있을 때 즐겨라, 젊음을.



마스다 미리의 산문집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를 읽으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 나이듦의 의미를 새삼 생각해 보았다. 젊은 여성들에게만 나눠주는 휴대용 티슈나 전단을 받았을 때 기쁨을 느끼고(참고로 저자는 1969년생), 한국 영화 <써니>를 보다가 같은 시절 친구들과 마돈나에 열광했던 사실을 떠올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아이 엄마가 나를 보고 아이한테 '이모한테 인사해야지'가 아닌 '언니한테 인사해야지'라고 말할 때, 모르는 사람이 나를 '학생'이나 '아가씨'라고 부를 때 느끼는 기분과 비슷한 걸까? 음, 이런 걸 기뻐한다는 것부터가 나이들고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불과 3,4년 전까지는 떠맡기듯이 해서 받았던 티슈였는데 지금은 거들떠봐주지도 않는다. 내 마흔두 살의 외모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아주 가끔 "여기요" 하고 내밀 때가 있으나 받으려고 하면 "앗, 실수했네" 하는 얼굴로 뒤로 물러난다. 합격을 취소당한 것 같은 어이없음이다. (p.53)



다양하게 본다는 것은 많은 모래를 체 안에 담는 작업과 비슷하다. 많이 담으면 걸리는 것도 늘어난다. 내 체는 좀 큼직하지만...... 그러나 무언가가 도톨도톨 남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p.180)



저자의 일상과 체험을 진솔하게 담은 산문집답게 생활감이 느껴지는 대목이 많은 점도 좋았다. 일본의 인기 아이돌 그룹 AKB48부터 타니타 식당, "언제 할 거야, 지금이잖아" 같은 유행어, 스카이 트리, 우에노 공원의 명물 판다빵, 영화 <테르마이 로마이>, <우주형제> 등 최근 3년 간 일본에서 화제가 되었던 것들이 줄줄이 등장해 재미있었다(저자의 대표 캐릭터 '수짱'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다나카 요시코와 관계가 있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중에는 2011년 3월에 발생한 일본 동북부 대지진과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벌써 3년 전 일이라니.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섬뜩한데 도쿄에서 직접 겪은 저자는 얼마나 충격이 컸을까. 



그녀의 글과 그림이 그녀가 몸담고 있는 사회와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은 왜 또 그리 뭉클하던지. 늘 젊은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어른답게 자각 있는 행동을 하려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시간이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도 아이의 마음을 간직하되 철들어야 할 부분은 철들겠다는 유연한 태도. 아, 멋지다. 마스다 미리. 그녀를 보니 어른이 되는 것도 썩 나쁘지만은 않은 일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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