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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내 포이즌 베리 5
미즈시로 세토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뇌내 포이즌 베리>는 몇 년 전 마키 요코 주연의 영화로 먼저 만났고, 만화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인공의 머릿속에 각각 이성, 긍정, 부정, 충동, 기록을 담당하는 존재가 살고 있고, 이들이 난상 토론을 거쳐 주인공의 말과 행동을 결정한다는 설정이 당시에도 독특하고 기발하다 생각했는데(<뇌내 포이즌 베리>가 <인사이드 아웃>, 요즘 인기 있는 웹툰 <유미의 세포들>보다 먼저 나왔다),
이번에 놀란 건 <뇌내 포이즌 베리>를 그린 작가가 <실연 쇼콜라티에>를 그린 미즈시로 세토나란 사실! 어쩐지 <실연 쇼콜라티에> 못지않게 읽는 사람 속 터지게 만드는 내용이더라 ㄷㄷㄷㄷ
주인공은 30세를 눈앞에 둔 사쿠라이 이치코. 회식에 참석했다가 7살 어린 사오토메에게 반해 대시를 할까 말까 고민 중이다. 그 순간 이치코의 뇌 내에 살고 있는 다섯 사람이 치열한 격론을 벌인다. 의장을 맡고 있는 요시다는 이성을 담당하고, 시종일관 웃고 있는 이시바시는 긍정을 담당하고, 신경질적인 표정의 이케다는 부정을 담당하고, 고스로리풍 패션이 눈길을 끄는 하토코는 충동을 담당하고, 영국 집사처럼 보이는 키시는 기록(기억)을 담당한다.
이들은 각각 자신이 담당하는 영역을 대표해 이치코가 어떤 말 또는 행동을 해야 할지 결정한다. 이성을 담당하는 요시다는 침착하라고 제어하고, 긍정을 담당하는 이시바시는 결과를 걱정하지 말고 일단 들이밀라는 식이다. 그 결과 현재 이치코는 사오토메와 연애를 시작해 동거를 하기에 이르렀는데, 첫눈에 반했을 때의 기대와 달리 이치코는 사오토메와 잘 지내지 못하고 있다. 이치코의 뇌 내에서도 매일 같이 치열한 회의가 벌어지고 있다.
내가 보기에 두 사람 사이에서 문제가 되는 건 나이보다는 사회적 지위 또는 경제적 상황인 것 같다. 작가인 이치코는 조각가인 사오토메의 예술적 재능이 좋았고 사오토메 또한 같은 예술가로서 자신을 지지해주기를 바랐는데, 막상 시간이 흐르고 이치코가 먼저 인정을 받기 시작하자 사오토메는 열등감을 느끼고 이치코를 피하기만 한다(찌질한 놈...).
나 같으면 당장 차버렸을 것 같은데, 마음이 착하고 여린 데다가 결정적으로 자신이 먼저 대시해 사귀기 시작했기 때문인지 이치코는 사오토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사오토메에게 잘해주려 애쓴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사오토메는 자신을 동정하느냐며 이치코를 비난하는 대 환장쇼(이 작가, 읽는 사람 열받게 하는 능력이 아주 탁월하다. 한국의 막장 드라마 대본 쓰면 대박날 듯)...
<실연 쇼콜라티에>와 달리 <뇌내 포이즌 베리>는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의심 아닌 의심이 드는 장면이 몇 개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장면이 이치코가 통장에 입금된 인세를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ㅎㅎㅎㅎ 아 나도 언제 한 번 통장 보고 저렇게 놀라봤으면 좋겠다(잔고가 얼마 안 남아서 놀라는 것 말고 ㅠㅠㅠㅠ).
미즈시로 세토나가 왕년에 BL 작가로 독보적인 인기를 누렸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성애물로 전환한 후에도 <실연 쇼콜라티에>, <뇌내 포이즌 베리> 등 인기작을 연거푸 내고 각각 드라마화(심지어 아라시 마츠모토 준과 이시하라 사토미 주연의 게츠쿠!), 영화화되었으니 얼마나 좋을까. 요즘 연재하는 만화도 재미있다던데 이것도 얼른 정발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