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셋 컬러즈 1
카츠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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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별 셋 컬러즈>는 마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니는 개구쟁이 3인방 유이, 삿짱, 코토하 - 일명 '컬러즈'의 일상을 그린 만화다. 주인공의 연령대로 보나 작품 분위기로 보나 그림체로 보나 <요츠바랑>이나 <바라카몬>, <히마와리 유치원>처럼 유치원 또는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나오는 일상 힐링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마음에 쏙 들 것이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직행하는 헬조선의 초등학생들과 달리, 컬러즈 3인방은 마을 한구석에 있는 자신들의 아지트에서 시간을 보낸다. 컬러즈 3인방은 자신들이 마을의 평화를 지키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고 (제멋대로) 생각하는데, 막상 하는 일이라고는 아지트에 모여 게임을 하거나 수다를 떨거나 동네 이곳저곳을 누비며 '뭐 재미있는 일 없나' 하고 찾아다니는 게 전부다.





어쩌다 마을의 평화를 위협하는(?) 사건이 벌어지면 컬러즈 3인방은 물 만난 고기처럼 아지트를 뛰쳐나가 사건 현장(?)으로 향한다. 사건이라고 해봤자 판다를 닮은 고양이가 동네에 출몰하거나 과일 가게에 팔다 남은 바나나를 처리하는 정도이지만 컬러즈 3인방은 웬만한 경찰이나 형사, 탐정 못지않은 추리력을 발휘하며 완벽하게 사건을 해결한다. 처음엔 이 쪼끄만 아이들이 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사건을 척척 해결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그렇다고 <명탐정 코난>의 코난 같은 추리력을 기대하진 마시라).





컬러즈 3인방과 동네 경찰 사이토의 대화도 재미있다. 자칭 마을의 평화를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는 컬러즈 3인방은 실제로 마을의 평화를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는 경찰인 사이토를 무시하는데, 사이토는 어른답지 못하게 어린아이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컬러즈 3인방과 진심으로 싸운다. 사이토는 맨날 컬러즈 3인방한테 바쁘니까 방해하지 말라고 하지만, 진짜로 바쁘면 컬러즈 3인방을 상대도 하지 않을 텐데 말이지... ㅋㅋ





컬러즈 3인방 각각의 캐릭터가 다른 점도 재미있다. 과일 가게 딸 삿짱은 마을의 평화를 지키는 컬러즈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누구보다 열심인 활기찬 아이이고, 머리 색이 검은 코토하는 게임기를 손에서 놓지 않지만 컬러즈의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는 성실한 아이이고, 유이는 컬러즈의 다른 두 명이 사이토와 싸울 때 혼자서 사과하는 예의 바른 아이다. 서로 다른 성격과 매력을 지닌 세 아이의 앙상블을 보는 것도 이 만화의 매력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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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기네코크라시 1
사무라 히로아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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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기네코크라시>는 <무한의 주인>, <파도여 들어다오> 등 다수의 인기 작품을 그린 사무라 히로아키의 단편집이다. <파도여 들어다오>를 읽고 사무라 히로아키의 팬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무라 히로아키가 이런 단편집을 낸 줄은 몰랐다(왜 때문에 ㅠㅠ). 어쩌다 보니 2권부터 읽게 되었는데 2권이 워낙 기발하고 흥미로워서 1권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환상 기네코크라시> 2권에는 '이쿠사츠타에', '동행길', '엡실론의 사자', '호모 로피에스' 3부작, '할머니 최고!', '잭이 사온 물건', '전원 파이렉시아', '그들의 그 이후', '프레그너블 프레그넌시' 등 총 11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기네코크라시'는 '여성 정치, 여성 상위'를 뜻하는 말이라는데 나로서는 이 만화의 어떤 부분이 여성 정치, 여성 상위를 나타내는지 잘 모르겠다(여성 캐릭터가 다른 일본 만화 속 여성 캐릭터와 비교해 과감하고 용감무쌍하긴 하지만). 


각 단편은 사무라 히로아키의 작품답게 SF, 액션, 호러, 드라마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이야기 전개 또한 독자의 기대나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다. 도입부에선 분명 무협이었는데 갑자기 장르가 SF로 전환되거나, 전형적인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호러가 튀어 나오기도 한다. 사무라 히로아키의 작품답게(222) 누드와 정사씬이 적지 않고 그로테스크한 장면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쿠사츠타에'는 29전 무패의 전적을 지닌 무사 '이시카와 군토사이'의 생애를 그린 만화다. 군토사이는 얼굴에 새겨진 칼자국과 늠름한 용모가 <무한의 주인>에 나오는 '만지'를 연상케 하는 전형적인 일본 사무라이다. 그런 군토사이가 죽은 지 2년 후 군토사이의 생애를 다룬 '이쿠사츠타에'라는 전기가 완성되어 제자의 손에 전해지는데, 그 안에는 군토사이와 어느 여인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라기에는 너무나 정교한)'이 끼워져 있다. 대체 이 그림과 이 여인이 정체는 무엇일까. 도입부만 봐서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전개와 결말로 이어져 신선했다.





'최고! 할머니'는 임종을 앞둔 할머니가 가족들에게 유언을 남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할머니는 임종을 앞두고 "할아버지와 결혼하기 전에 사귀던 남자가 있었다."라는 폭탄선언을 한다. 가족들은 물론, 장래 남편이 될 사람을 데리고 온 손녀로서는 기절 초풍할 노릇이다. 할머니는 손녀를 바라보며 "손자들 중에 네가 제일 마음에 든다"라며 손녀의 영원한 행복을 기원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데 과연 그녀는 할머니의 바람대로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반전을 알게 된 순간 나도 모르게 '헉' 소리가 나왔다.





'프레그너블 프레그넌시'는 남자가 다니는 회사 업무의 일환으로 사흘 동안 임산부 체험 재킷을 입고 지내게 된 커플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겉보기엔 임산부 체험 재킷을 입고 생활함으로써 임산부가 얼마나 힘들게 지내는지 깨닫게 되는 내용일 것 같지만 이 만화 또한 반전이 대단하다('최고! 할머니'의 반전은 비현실적이라서 그래도 괜찮은데 '프레그너블 프레그넌시'의 반전은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라서 더 무섭다).


이 밖에도 현실과 비현실, 일상과 공상, 이 세계와 저 세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가득 실려 있다. 사무라 히로아키 특유의 밑도 끝도 없는 개그와 한계를 모르는 상상력이 최대치로 발휘된 작품집이라서 사무라 히로아키 팬이라면 마음에 쏙 들 듯. 사무라 히로아키를 전부터 좋아했던 나 역시 이 작품집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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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감시원 코니 윌리스 걸작선 1
코니 윌리스 지음, 김세경 외 옮김 / 아작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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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 분야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상은 '휴고상'과 '네뷸러상'이다. 여기에 미국 'SF 판타지 작가협회'에서 평생의 작품 활동을 평가해서 수요하는 '데몬 나이트 기념 그랜드 마스터 상', 약칭 '그랜드 마스터' 상을 수상한 작가는 여타의 상을 받지 않아도 최고의 SF 작가로 평가된다.


코니 윌리스는 휴고상을 열한 번, 네뷸러상을 일곱 번 수상했고 2011년 그랜드 마스터 상을 받은 명실상부한 최고의 SF 작가다. 아작 출판사에서 '코니 윌리스 걸작선'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한 <화재감시원>과 <여왕마저도>는 코니 윌리스의 중단편 중에서 휴고상 또는 네뷸러상(혹은 둘 다) 수상한 작품만 모은 소설집이다. <화재감시원>에는 <클리어리 가족이 보낸 편지>, <리알토에서>, <나일강의 죽음>, <화재감시원>, <내부 소행> 등 다섯 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얼마 전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고 SF 소설은 내 취향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화재감시원>은 내 취향에 잘 맞았고 SF 소설에 대한 흥미를 북돋았다. 학회에 참석하러 할리우드를 방문한 남자, 이집트로 향하는 비행기에 탄 세 부부 등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 등장하는 일상적인 상황으로부터 시작해 점점 독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려운 과학 용어나 우주에서 외계인을 만나는 (지금으로서는) 비현실적인 설정 없이도 현실 너머의 현실을 충분히 보여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표제작 <화재감시원>이다. 옥스퍼드 대학 역사학부 학생인 바솔로뮤는 런던 대공습 당시의 세인트폴 대성당으로 '현장 실습'을 떠나게 된다. 어떻게? 시간 여행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런던 대공습 당시의 세인트폴 대성당 주변에 떨어져 화재감시원으로 일하게 된 바솔로뮤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역사 학도로서 자신이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과 실제 현장에서 벌어졌던 일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발한 상상을 통해 역사와 현실의 차이, 책상머리 교육과 실제 체험의 간극을 자연스럽게 알게 해준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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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준 소중한 것
다키모리 고토 지음, 이경희 그림, 손지상 옮김 / 네오픽션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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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 안 하고 읽었는데 예상 외로 흠뻑 빠져들어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었다. 이야기 전개에 억지스런 부분이 없지 않지만, 킬링 타임용 힐링 감동 소설로는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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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준 소중한 것
다키모리 고토 지음, 이경희 그림, 손지상 옮김 / 네오픽션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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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흠뻑 빠져들고 묵직한 감동마저 느끼게 되는 소설이 있다. 다키모리 고토의 소설 <슬픔의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준 소중한 것>이 그랬다. 


"너...... 뭐 때문에 사는 거냐?" 어느 동네의 작은 파친코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스물아홉 살의 청년 고로는 동네에서 손 꼽히는 부자인 가도쿠라 씨에게 비난조의 질문을 받고 머리가 멍해진다. 고로는 자기가 생각해도 자기 자신이 한심하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술독에 빠져 자신을 방치했다. 도망치듯 고향을 떠난 고로는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그냥저냥 하루를 보내고 있다.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수없이 고민하지만 현실을 바꿀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고로는 파친코 가게 앞에서 노트 한 권을 발견한다. 길 고양이를 돌봐주는 파친코 가게 단골 유미코 씨가 만든 '개와 고양이 입양 부모 찾기 노트'다. 얼마 후 고로는 자기처럼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아무 연고 없는 이 동네에서 지내고 있는 친한 동생 히로무에게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는다. 히로무에게 가보니 주인에게 버림받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고, 고로는 유미코 씨의 노트를 이용하면 고양이의 주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의외의 전개가 펼쳐진다. 


<슬픔의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준 소중한 것>은 총 네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단편은 독립적인 줄거리이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고, 모든 줄거리는 결말에 이르러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사는 줄만 알았던 고로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며 누구나 저마다의 슬픔과 고통을 안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고양이처럼 작고 힘없는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사랑이 넘치지만 마음껏 사랑 주고 사랑받지 못한 과거가 있다는 것도. 


이야기 전개에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지치고 힘없을 때 머리 쓰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는 나쁘지 않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같은 감동 힐링물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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