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밀리미터의 희망이라도 - 어느 속물의 윤리적 모험
박선영 지음 / 스윙밴드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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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신문을 읽지 않은 지 십 년이 되어 간다. 종이 신문은커녕 인터넷 신문도 읽지 않고, 시사 정보는 라디오 프로그램과 팟캐스트로 접하기 시작한 지 오래다. 신문을 멀리하는 건 기자에 대한 불신이 큰 탓도 있다. 어릴 때는 기자라면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펜을 꺾을지언정 구부리지는 않는 그런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한 시절 언론인을 꿈꾸며 언론계 근처를 어슬렁거릴 때 옆에서 본 기자들은 월급을 대가로 매문을 하는 이들에 불과했다(물론 그렇지 않은 기자도 극히 일부 존재한다). 


<1밀리미터의 희망이라도>의 저자 박선영은 16년째 한국일보에서 기자로 글을 쓰고 있다. 나는 한국일보를 구독하지 않고 박선영 기자의 이름 또한 알지 못했으나 '박선영 기자의 글을 읽기 위해 한국일보를 구독한다'라는 믿을 만한 지인의 말을 듣고 이 책을 구입해 읽었다. 기자들은 대체로 차갑고 밋밋하게 글을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에 실린 박선영 기자의 글은 차갑기보다는 뜨겁고 밋밋하기보다는 다채롭다. 


가난을 전염성 질병으로 여기며 기피해온 이 사회가 그래서 누구나 잘 사는 부자사회기나 하면 좋으련만, 사람들, 특히 청년들은 대체로 더 가난해지고 있다. 그런데 둘러보면 가난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가난을 숨기는 것이 시대의 에티켓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가난은 드러내면 무례한 것, 댁에게 이런 꼴을 보게 해 몹시도 송구한 바바리맨 같은 그 무엇이 되었고, 사람들은 가난을 숨기기 위해 유행이라는 시대의 헌법을 따른다. (20쪽) 


스스로를 가난한 집안에서 자수성가한 '개룡녀'라고 일컫는 저자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가난 혐오'를 목격하고 혼란스러워한다. 싼 물건을 사는 것을 싼 물건을 산다고 하지 못하고 가성비가 좋은 물건을 산다고 말하는 사회.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은 낮은 패스트패션을 유행에 맞춰가는 트렌디한 소비 아이템으로 포장하는 사회. 대개가 가난하지만 아무도 가난하지 않은 척하는 사회. 저자는 이러한 가난 혐오 경향이 실제로 존재하는 가난 문제로부터 대중의 관심을 멀리하고 가난을 더욱 심화한다고 지적한다.


20세기의 연인들은 결혼과 동시에 19세기의 남편과 21세기의 아내로 결별해 불화하고, 최후의 문화지체 속에서 이 땅의 아내와 며느리 들은 수시로 타임 슬립을 겪는다. 제사와 명절만이 아니다. 밤이 새도록 아기 이유식을 만들며, 야근 후 잠투정하는 아이를 업고 혼자 자장가를 웅얼거리며, 나는 울었다. 남편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단지 그는 다른 시대의 사람일 뿐. 새 시대의 규칙을 무엇 하나 알지 못했다. 미래에서 온 나만 홀로 고독했을 뿐이다. (201쪽) 


저자는 기자로서가 아니라 여자로서, 어머니로서 목격한 사회의 천태만상도 낱낱이 고발한다. 출신 학교와 부모의 직장을 밝히면서 시작되는 학부모 모임, 학벌 사회를 비난하면서도 내 자식만은 명문 학교를 나오길 바라는 이중 심리, "강남 학교에서는 안 그랬는데 여긴 강북이라 아이들 수준이 좀 떨어지는 것 같다"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교육자들, 여전히 가사분담은 이루어지지 않고 경력단절은 오로지 여자의 몫인 가정 문화... 


저자는 이 모든 걸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다고 믿지는 않지만 절대로 바꿀 수 없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아이를 위해서,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1밀리미터라도 나아지기 위해서 우리 모두 '인간은 못 돼도 괴물은 되지 말자'라고 말한다. 저자의 말은 좋지만, 인간이 괴물이 되긴 쉬워도 괴물이 인간이 되긴 힘든 법. 게다가 그 괴물들이 죄다 인간의 탈을 쓰고 있다면 과연 언제쯤 세상이 1밀리미터라도 나아질까. 나로서는 막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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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 1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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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의 신간 <오리진>이 출간되었다. 대학 시절부터 댄 브라운의 소설을 꾸준히 읽어온 나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오리진>을 읽었다. 언제부터인가 댄 브라운의 소설이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오리진>이 그 생각을 지우진 못했지만, 댄 브라운 소설 특유의 매력을 오랜만에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아주 실망하진 않았다(이 점은 히가시노 게이고도 마찬가지. 언제부터인가 명작은 없지만 그렇다고 그만 읽을 수도 없게 만드는 뭔가가 이들에겐 있다). 


<오리진>은 댄 브라운의 '전문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종교와 과학의 관계를 깊이 파고든다. 주인공은 언제나 그랬듯이 하버드 대학교수 로버트 랭던(나는 이 이름을 들으면 톰 행크스의 얼굴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랭던은 자신의 애제자이자 천재 컴퓨터 과학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에드먼드 커시가 주최하는 프레젠테이션에 초대되어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향한다. 에드먼드 커시는 기술 혁신을 주도한 천재 과학자이자 대중 선동에 능한 사업가라는 점에서 스티브 잡스를 연상케 하는 인물이다. 


프레젠테이션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던 에드먼드 커시가 흉탄에 맞아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어떤 오해로 인해 로버트 랭던은 에드먼드 커시 살해와 스페인 왕세자비 후보 납치라는 누명을 쓰고 도주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도주하는 과정에서 랭던은 에드먼드 커시가 평소 종교에 대해 원망 어린 의문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의 과학 실력과 자본력으로 종교계의 음모를 세상에 드러내고 인류를 새로운 경지로 견인하려는 거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댄 브라운은 <다빈치 코드>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전부터 종교와 과학의 팽팽한 긴장을 다룬 소설을 주로 써왔다. <오리진>에서는 종교와 과학의 갈등을 인류의 시원과 종말로 확장해 종교계와 과학계 사이의 오랜 논쟁 중 하나인 진화론과 인공 지능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에 대한 저자의 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인간은 '열역학 제2법칙', 즉 고립계의 엔트로피는 절대로 줄어들지 않는다는 원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인간은 필멸하는 존재이며 이는 종교가 막을 수 없고 과학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나로서는 (이런 들으나 마나 한 이야기보다) 저자가 채택한 최신 과학 기술과 현대 미술, 가우디의 건축물 같은 '주변 장치'에 관심이 쏠렸다. 인공 지능과 우버 택시, 슈퍼컴퓨터와 무인 자동차가 등장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라니. 랭던의 입을 빌려 설명하는 현대 미술의 새로운 경향과 카사 밀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등 가우디가 남긴 기상천외한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고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독자의 집중력을 강하게 붙들어 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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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번리의 앤 허밍버드 클래식 9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김서령 옮김 / 허밍버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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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재미나게 읽은 동화 <빨간 머리 앤>을 몇 년 전 소설로 다시 만났다. 어릴 적에는 쉴 새 없이 재잘대고 공상하기 좋아하는 열한 살 소녀 앤 셜리가 당시의 나 같아서 좋았는데, 오랜만에 재회한 <빨간 머리 앤>에선 생면부지의 여자아이를 맡아 기르게 되는 바람에 일상이 바뀌고 인생이 변한 마릴라 아주머니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이래서 좋은 책은 한 번 읽고 말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해 읽으라고 하나보다. 


매슈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에이버리에 돌아와 학교 선생님이 되기로 한 앤은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읽은 소설 <빨간 머리 앤>은 딱 거기까지의 이야기만 다뤘기에 이후의 이야기가 종종 궁금했다. 마침 허밍버드 출판사에서 허밍버드 클래식 제9권으로 <빨간 머리 앤>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에이버리의 앤>을 출간했기에 서둘러 읽어보았다. 


에이버리에 돌아온 앤은 모교의 선생님으로 채용되어 첫 출근을 앞두고 있다. 그토록 원했던 일이지만 앤의 마음에는 설렘보다 두려움이 가득하다. 아이들이 자신을 잘 따르지 않으면 어쩌나, 동료 교사들처럼 체벌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면 어떻게 대처하나 하는 고민이 앤을 괴롭힌다. 마침내 앤은 첫 출근을 무사히 치르고 학생들의 사랑을 받는 교사가 되지만, 몇 가지 사건을 겪으며 앤은 자신이 평생 교사로만 살기에는 부적합함을 깨닫는다("앤은 몹시 지친 데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게 될 것 같지도 않았다.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40년 동안 날마다 해야 한다는 건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었다."). 


한편, 매슈 오라버니를 먼저 보내고 적적함을 느낀 마릴라 아주머니는 부모 없이 남겨진 쌍둥이 남매를 데려와 키우기로 한다. 쌍둥이 남매의 이름은 각각 데이비와 도리인데, 사내아이인 데이비가 엄청난 말썽꾸러기라서 앤과 마릴라 아주머니의 속을 어지간히 썩인다. 이 와중에 앤은 에이번리 마을의 발전을 위한 개선회 준비를 맡게 되고, 친구 다이애나와 함께 다양한 활동을 벌이며 철부지 아이에서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철부지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한동안 나는 <빨간 머리 앤> 이후 앤이 교사로 얼마간 일하다가 길버트와 결혼하고 가정을 일구는 전개로 이어질 거라고 제멋대로 상상했다. 하지만 <빨간 머리 앤>과 이어지는 <에이버리의 앤>을 읽어보니 앤은 길버트와 바로 결혼하지도 않고 교사 외에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풍성하게 꾸려나갔다. <빨간 머리 앤>이 처음 출간된 해가 1908년임을 감안할 때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추구한 여성상이 매우 진보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빨간 머리 앤> 전체 시리즈가 열 권, 이 중에 앤의 생애를 다룬 것만 여덟 권에 이른다던데, 이야기가 워낙 재미있고 앤의 생애가 흥미로워서 <빨간 머리 앤> 시리즈 전권 읽기에 도전해도 좋겠다. 부디 아름다운 장정과 수려한 번역을 자랑하는 허밍버드 클래식에서 전권을 출간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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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모닝 1
타카야마 시노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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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모닝>은 신참 승무원 토이가 광대한 대륙을 횡단하는 기관차 중에서도 가장 승차요금이 저렴한 모닝 차량에서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만화다. 아직 1권밖에 안 봐서 전체적인 줄거리는 알지 못하지만, 1권만 봐서는 이제 막 일을 시작한 토이가 실수도 하고 깨지기도 하면서 점점 어엿한 승무원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는 일종의 오피스 만화로 보인다. 





어려서부터 기관차를 동경한 토키 토이는 대륙 횡단 기관차에서 일하는 이모 패턴티 스트랜드의 도움으로 승무원이 된다. 이모의 '빽'으로 입사하기는 했지만 토이가 처한 상황은 만만치 않다. 토이가 일하게 된 모닝 차량은 기관차 안에서 가장 승차요금이 저렴한 차량으로, 차량 안은 늘 붐비고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이런 토이를 담당하게 된 사수의 이름은 미겔 와이즈먼. 모닝 차량의 실장인 패턴티 스트랜드의 조수이자 토이의 교육 담당이다. 겉모습은 차가워 보이고 말투는 쌀쌀맞지만 알고 보면 토이 못지않게 기관차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너에 대한 평가는 곧 모닝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 토이는 와이즈먼의 매서운 지도를 받으며 하루하루 승무원으로서 성장해간다. 





이야기는 토이를 비롯한 승무원들이 기관차에 탑승한 손님들 사이에서 벌어진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귀족들이 주로 타는 이브닝 차량에서 일어난 도난 사건을 모닝 차량의 승무원인 토이가 해결하는 에피소드다.


도난 사건의 피해자인 귀족은 그냥 귀족이 아니라 기관차의 스폰서이기도 한 귀족이기에 승무원 모두가 그의 말을 거역할 수 없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귀족이 애지중지하던 보석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고, 귀족과 귀족의 딸은 이브닝 차량의 전속 마술사인 베이커가 범인이라고 지목한다. 까딱하면 베이커가 그대로 범인이 되어 경찰에 끌려갈 상황이 된다. 


그런데 이때 토이가 나선다. 알고 보니 토이는 갑판에 쌓인 눈을 청소하다가 귀족의 딸과 베이커가 한때 특별한 사이였음을 알게 되었고, 귀족의 딸이 베이커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못된 계략을 세웠음을 간파한 것이다. 





토이는 베이커를 도우려 하지만, 정작 베이커는 "손님을 상대하는 장사란 그런 거야." "남한테 알랑방귀 뀌고 비위나 맞추며 돈 받는 일 따위"라며 토이를 말린다. 이 말을 들은 토이가 발끈하며 대사를 날리는데 어찌나 멋지던지. 현실에선 을이 갑을 혼내주는 일을 좀처럼 볼 수 없기에(ㅠㅠ) 만화에서 이런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했다. 


이 밖에도 토이가 특유의 지혜와 재치로 크고 작은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가상의 대륙에서 벌어지는 신비로운 일들과 토이 주변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만화의 재미를 돋운다. 성정이 워낙 흥미로워서 장기 연재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2권이 끝이라니 아쉽다(2권은 오늘 밤에 읽을 예정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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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유성 9
야마모리 미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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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유성>은 전형적인 순정 만화다. 부모님이 해외로 전근을 가면서 도쿄에 있는 삼촌 집에서 살게 된 여고생 스즈메는 우연히 한 남자에게 도움을 받게 되고, 얼마 후 그 남자가 자신이 다니게 될 학교의 담임 선생님이란 걸 알게 된다. 스즈메는 사제지간에 연애 감정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좋아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고, 그런 스즈메를 같은 반 남학생인 마무라가 착잡한 눈으로 바라본다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순정 만화 이야기다.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여학생, 그런 여학생을 바라보는 남학생. 순정만화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삼각 구도인데도 <한낮의 유성>이 유독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건 역시 스즈메가 짝사랑하는 선생님 시시오와 스즈메를 지켜보는 남학생 마무라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사제지간이기는 해도 나이로 따지면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시시오 선생님은 도쿄에 이제 막 전학 와서 적응하지 못하는 스즈메를 돌봐주고 때로는 짓궂은 장난도 서슴없이 건다. 마무라는 스즈메에게 쌀쌀맞게 굴면서도 내심 챙겨줄 건 다 챙겨주는 자상한 면을 가지고 있다. 둘 다 연예인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잘생긴 건 말할 것도 없다 ^^ 





9권에서 스즈메는 다사다난했던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이 된다. 이번에도 같은 반인 마무라는 새로 입학한 1학년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남으로 등극하고, 마무라를 좋아하는 2학년 여학생들은 1학년 여학생들을 마무라 주위에서 물리치기 위해 어떤 작전(!)을 떠올린다. 그 작전이란 바로... 스즈메를 마무라의 가짜 여자친구로 내세워 1학년 여학생들을 따돌리는 것이다! 


마무라의 여자친구로 보이려면 평소보다 예뻐야 한다는 친구들의 주장에 따라 스즈메는 평소에 하지 않던 화장도 하고 머리 스타일에도 변화를 주는데, 정작 이 사건의 주범(?)인 마무라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미안한데 그런 거 안 해도 돼.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 (쿨한 녀석...) 





마무라의 떨떠름한 반응을 보고 속이 상한 건 놀랍게도 친구들이 아니라 스즈메. 1학년 여학생들이 마무라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스즈메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막상 스즈메가 한껏 꾸민 모습을 본 마무라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다 스즈메는 왠지 서운하다. 1학년 여학생들이 마무라를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면 괜히 심통이 난다. 


결국 스즈메는 친구들한테 마음을 털어놓는다. "마무라가 나, 유유카, 우리 친구들 외의 다른 애랑 얘기하는 걸 보면 살짝 복잡한 기분이 들어." 친구들의 반응은 예상한 대로다. "자기는 마무라를 찬 것도 모자라 대놓고 친구라고 말한 주제에 그 친구가 이제 다른 애들한테 인기를 끌기 시작하니까 화가 난다고?" 물론 스즈메도 알고 있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자신이 얼마나 못 되고 이기적인 건지. 유유카는 스즈메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질투라고 했지만, 스즈메는 이 감정을 질투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1학년 여학생들이 마무라를 도촬하는 모습을 목격하자 스즈메는 자기도 모르게 1학년 여학생들에게 달려들어 화를 내고 만다. 그리고 이 모습을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시시오 선생님이 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시시오 선생님을 다시 보게 될 줄이야. 같은 학교에 있으면 마주치는 게 당연한데도 스즈메는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가 없다. 여전히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이래서 캠퍼스 커플, 사내 연애는 안 된다니까). 


그런데 하필 그 자리에 마무라가 나타나 스즈메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우리 지금 사귀고 있거든"이라고 폭탄선언을 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가짜 여자친구는 필요 없다고 했으면서 이제 와서 이러는 이유가 뭘까. 스즈메는 마무라의 속을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만화 자체는 진작에 완결이 되었기 때문에 결말을 알고 있지만, 인기 만화답게 결말에 다다르는 과정이 매력적이고 흥미진진하다. 시시오 선생님과 마무라의 매력이 막상막하라서 연재 당시 양쪽 팬들이 속 꽤나 끓였을 듯. 만화 중간중간에 나오는 일본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 이야기도 재밌다(작가님 미남을 무척 좋아하시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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